20180629

 두 번의 시인 특강(시인을 바라봄/남산도서관) 덕에 근래엔 그나마 시를 좀 챙겨 읽는데 김상혁 시인이 강력 추천한 박상순 시인의 시가 미당 문학상을 받았다기에 읽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수상 작품집이 언제부터 이렇게 이뻐졌지?

 

 과연 그의 시는 아름다웠다. 무슨 뜻인지 헤아리려 하기 보단 이야기를 읽듯 반복된 시어에 나의 생각과 마음을 맡겼다. 좋았다. 

 다른 시인들의 시도 좋고, 안좋고, 모르고의 마음으로 쭉 읽었는데 한 번 좋았던 시인들의 시는 이번에도 좋더라. 결국 시인을 좋아한다는 것은 시인의 시 스타일이 나랑 맞는다는 것이다.  스타일이 변하기란 시를 쓰는 사람도 시를 읽는 사람도 어려운 일이다. 

 

박상순의 시 스타일이 참 맘에 든다는 말이다.

조연호의 시 스타일은 내겐 너무 벅찬 뇌운동이었다. 

 

20180630

  아기가 놀다가 갑자기 '케익'을 외친다. 아, 어제부터 케익 먹고 싶댔지? 9시 45분! '10분 내에 투썸플레이스 도착하기' 프로젝트 실시. 아기 세수 + 옷입히기와 동시에 나 옷입고 선크림 바르기 5분 안에 종료. 물론 하람이도 동시 진행, 5분 안에 완료. 축지법으로 도착하여 9시 57분에 주문 성공. 모닝 세트와 초콜릿케익을 먹고 그 와중에 가방에 넣은 책 각자 읽기 시작. 하람인 읽던 책을 다 읽고 왔지만 난 2장도 못 읽었다. 그래도 왠지 다 읽은 것 같은 책이다. 마음의 위로가 제목만으로도 이루어지다니!

 

20180701

 이사를 오고 전에 살던 집의 컨셉인 '거실을 서재로'(이것은 구리시 도서관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이기도 했다.)를 접고 책을 한 방에 몰아넣었다. 물론 거실과 각 방에도 책장 두어개는 두었지만.

 병원에서 대기할 때 남편 읽으라고 이 책을 가져왔는데 남편이 너무 깊이 공감한 나머지 진료 후 집에 오자마자 공부방에서 책장 하나를 꺼내 책에 나온대로 아이가 공부중 또는 일상 생활에서 궁긍증이 생기면 바로 책을 찾아볼 수 있게 백과, 사전, 지식 책들을 꽂아두었다. 은근슬쩍 아이가 볼 수 있도록 어른용으로 같은 류의 책도 꽂아두래서 찾는데 역사 외에는 그럴 만한 책이 별로 안보이고 온통 소설들이었다. 요새 통 소설을 안 읽는데 책장에 소설 가득이라니 우스웠다.  소설을 읽고 싶구나 내가? 이런 마음으로 소설들을 하나하나 보았다. "쿤데라 씨 우린 언제 다시 만날까요? 보고 싶어요." 등의 혼잣말을 주고받으며.

 

20180702

 

 

 

 

 

 

 

 

 

 

 

그림을 잘 아니 평균에라도 미치도록 그릴 수 있길 바랐다. 아마 그 바람이 이 책을 사게 했을 것이다. 도서정가제가 시작되고 이 책이 재정가 책정되어 그 풍파(?) 견딜 적에도 그 바람은 유효했으나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이 책을 펼친 적이 없다. 이 책이 부디 새 주인을 만나 쓰임이 있기를 바라며 포장을 했다. 내일은 날이 좀 개어 이 책을 부칠 수 있어야 할 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고양이 1~2 세트-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으론 두번째로 완독했다. 그 전에도 아마 시도는 있었을텐데 그때의 나는 이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왜 그랬을까 싶게 너무나 명료하고 반복적으로 베르나르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였다. 그 때문에 좋아하는 독자도 있고 역시 그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작가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 때문에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에 공감하는 편이며 그가 펼쳐놓은 상상력들의 탄탄함 때문에 그의 작품에 놀란다. [고양이] 역시 그러한 점이 여전하다.

 

평소에 고양이든 강아지든 별로 동물을 가까이 하는 편이 아닌데, 이는 사실 두려움에 가깝다. 어린 시절 병아리를 손에 쥐던 그 느낌이 너무 무서웠던 그 기억 때문일까 개인적으로는 포유류나 조류 보다는 갑각류나 곤충류가 더 좋다. 뼈를 좀 무서워하나? 이 책은 고양이 집사인 베르나르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과 경외감이 빚어낸 작품이기도 하여 이미 그와 고양이의 관계를 알고 있는 독자는 기다리기도 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고양이의 생리를 잘 몰라서 그런지 애정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베르나르가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표현을 해서 그런지 맞장구를 치기 보단 살짝 놀라거나 거북스런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인간과의 소통을 소원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바스테트의 열정과 의지에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늘 그렇듯,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책을 통해서도 누누히 <인간에게 경고>한다. 인간만이 최선이 아니라고, 지구에는 쥐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사자도 있다고 말이다. 서로 다른 종이 서로를 존중하고 가능하다면 소통해야한다고. 소통까지는 자신이 없고 존중은 해야한다는 데 에 공감한다.

 

한니발의 힘, 피타고라스의 지식, 그리고 바스테트의 소통으로 축약할 수 있는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인간은 그 어떤 존재도 소유할 수 없고 다만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만 인간이라는 종이 안전할 수 있다는 실현 가능한 협박처럼 말이다.

 

마지막에 책의 가치에 대하여 강조하는 부분이 나올 때는 처음엔  '옳지!'했다가 나중엔 책까지 안고 가는 건 좀 무리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명료함의 완성도에 살짝 금이 갔다고나 할까? 이해를 잘못한 탓일 수도 있다. 난 그의 오랜 독자는 아니니까.

 

베르나르의 책을 읽는 것은 인간의 오만함을 각성하기에 참 좋은 경험이다. 그 효과가 사라질 때쯤 또다시 새 작품을 읽고 그렇게 나 자신을 각성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다. 그나저나 이 책을 고양이 집사들은 어떻게 읽었으려나,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622

 

책선물을 받았다. 교사에게서 교사에게로 온 책들이다. 사실 남의 말 잘 안따라하는 편이라 얼마나 내 수업에 투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책들을 만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다. 이중 서준호선생님의 책이 가장 궁금하다. 내게 서준호 선생님은 교실놀이의 길라잡이였는데 이런 제목의 책이라니.

 

 

 

 

 

 

 

20180623

 

 

 

 

사전 등록을 한 이상 안 가긴 아쉽고 가자니 마땅한 목적도 여유도 없어 고민하다 독박 육아 하는 김에 우리 아기 지하철이랑 버스나 태워주자 싶어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극한직업 엄마 체험 현장'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아이는 코엑스 건물에 들어서면서부터 나가고 싶어했다. 들쳐 안고 들어가 하필이면 맨처음에 이 책을 보고야 말았고 완성된 상어의 위용을 보고선 소리를 질러 구매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했다.  이후의 여정 역시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없었다. 그걸 알기에 이 책 이후로 그러니까 입장 10분 이후부터 나는 그저 '엄마 모드'로 아이가 이끄는대로 다니며 구경하다 안고 다니다 그랬다. 다니며 여러분의 도움을 받았다. 그 마음을 얻은 것이 도서전과 큰 상관 관계는 없겠다만 책 만드는 이들은 그래도 좀더 마음의 여유가 있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물론 나는 이날 이 책 이외에는 산 책도 본 책도  손댄 책도 없다고 기억한다. 도서전은 혼자 가야한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웠던 아이의 모습을 새겨본다.

 

 

 

 

20180624

 

 

 

 

 

 

 

 

 

 

 

 

 

 

아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최근의 방법.

이 책을 사주는 일.

 

 

 

 

20180625

 

 

 

어제 책을 담다. 이 책도 망설임없이. 소설보다 먼저 만난 그의 시, 그의 수채화. 하지만 그의 사랑에 대해선 아무것도. 괴테는 사랑 먼저 읽다. 사랑을 아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 그냥 무관하게 보기로. 사랑이 떠오르면 떠오르는대로 아니면 아닌대로. 하지만 궁금하다. 자연인 헤세. 젊은 날보다 쉽게 그려지는 노년의 헤세. 그의 젊은 날.

초반을 읽으면서는 판단 유보. 읽는 중이다 그렇게. 한 작가의 삶을 그저, 궁금증으로. 더 알고픈 애정어린 맘길로.

 

 

 

 

 

20180626

 

 

 

그림책은 적은 서가에서 3권의 바다와 관련된 그림책들을 살펴보던 중에 발견한 책. 새까만 표지에 꽃. [꽃을 선물할게]라며 달콤하게 속삭이는...... 알고 보니 무당벌레! 난 꽃만큼이나 무당벌레가 예뻐. 나한테 부탁했으면 아침부터 진작에 거미줄은 솨샤샥 다 걷어내 주었을텐데, 곰아 넌 참 좋겠다. 실컷 튕기다가도 그 예쁜 꽃들을 선물 받아서! 펼침북에서 느껴지는 달콤함. 누가 받으면 어때? 그 꽃 다같이 볼 수 있으면, 그럼 된 거지!

꽃 선물할 일이 생기면 나 이 책을 선물할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라지는 사춘기
김영훈 지음, 이영애 감수 / 시드페이퍼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사춘기와 예비 사춘기들에 둘러싸여 사는 내게 관련 책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인데 너무 많아 오히려 읽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육아 서적들이 대체로 그렇다. 아이는 어떻게 키워도 정답이 아니고, 육아에 정답이라는 게 있을 리도 없다. 그럼에도 이런 책을 꾸준히 읽는 것은 다 아는 얘기도 살다 보면 잊고 사니 꾸준히라도 읽어 나를 각성하기 위해서이다.

 

의학 박사라는 직함도,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이력도 흥미롭지만 한 장 건너마다 나를 각성시키는 재주가 대단하다. 내 아이가 현재 게임 중독이 아니라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매일 마나는 얼굴 중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어 마음이 무겁다. 아이의 뇌를 건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경험으로 알기에 더욱 몰입하여 읽게 된다. 육아든 교육이든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낳으면 알아서 크는 시대는 결코 아니다.

 

오늘 학부모 공개 수업을 했고, 아이들도 나도 부모님들도 대체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 방문한 학부모님들은 어떤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봤을까? 내가 보고 싶은대로, 혹은 내가 원하는 대로 보는 것만은 아니길 바란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가치를 두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 위해선 그들을 기르는 어른, 특히 부모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 선생, 요즘 시대의 선생은 그냥 1년짜리 임시 보육인의 신세 아닌가 말이다. 선생은 이쪽저쪽 하루에도 여러 명씩 만나지만 부모는 하나다. 그런 마음 가짐이 필요한데 그걸 너무 쉽게 잊는 것 같다.

 

이 책도 교사로서 읽는 것보단 엄마로서 읽는 게 훨씬 좋다는 말이다. 나도 70프로는 그런 마음으로 읽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619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말이 동물을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고, 그들을 거부하거나 존재를 부정한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주인공이 되거나 주인공의 목적어가 되는 책을 찾아 읽지도 않는다. 베르나르의 책이라 선택한 것 뿐이다.

 

그의 책은 메시지가 너무나 명확하다. 고양이를 빌러 이야기할 뿐인지라 굳이 고양이가 아니라 그 누구를 주인공으로 하더라도 이 책은 인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일에 대한 경각심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의 생태는 그저 거들 뿐이다.

 

읽으며 의문이 들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어떤 느낌을 가질까? 왠지 백과사전에 나온 고양이 부분을 읽는 듯 아구에 딱딱 맞아보이는 고양이의 생태가 인간계와 구분없이 표현될 때 솔직히 나는 불편하다. 안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모습은 소설보다 더 잔혹할 때가 많다는 것을. 그런데 그것을 고양이와 쥐로 묘사할 때 속이 거북해진다. 심지어 그들의 사랑을 인간처럼 묘사할 때 조차도. 그래서 궁금하다. 고양이 집사들은 아무렇지 않은지. 요즘 읽는 다른 책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의 소르바스와는 너무 다르게 표현되니까. 우화보다는 SF라서 그런건가?

 

아마 피타고라스는 죽게 될 것 같다. 바스테트는 살아남을지도. 이 전쟁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아니 끝이 있을지 모르겠다.  궁금증 보다는 인간 세계에 대한 냉소가 인다.

 

 

 

 

 

 

201806020

 

 

 

 

 

오랜만에 북클럽에 참여했다. 출간과 동시에 사고 고~이 모셔둔 [돈 끼호떼]를 아참에 해결해보고자 하는 불순한 마음이 컸다. 대부분의 이들은 열린책들 판으로 읽는데 난 된소리 적응이 필요한 창비 판이다.

 

왜 그동안 미뤘을까 후회가 될 정도로 가독성이 좋다. 수많은 독서의 결과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사라진, 아니 상싱이 현실을 점령한 돈 끼호떼의 모습에 웃기도 많이 웃지만 너무나 진지한 행동과 말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싼초만 실존하는 인물이요, 돈 끼호떼가 대하고 지칭하는 모든 사람은 그의 과대망상의 결과물인데 현실을 사는 싼초도, 미친 돈 끼호떼는 미친대로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데에 어색함이 없다는 것에 놀라고 있다. [고양이]의 바스테트가 이룬 인간과의 소통이 바로 이런 형태가 아닐까 싶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 유명한 풍차 장면도 나오고 이제 본격 방랑길. 돈 끼호떼 가는 길에 행운이 함께 하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