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2금

    감기를 떨치고자 오랜만에 욕조에 몸을 담갔다. 젖을 게 뻔하니 이럴 때 유용한 북스피어 쪼가리책을 이번에도 가지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에 손상이 가는 것을 방지하려고 쪼가리 책 조차도 읽고 다시 곱게 비닐에 넣어두었던 지라 이번에 꺼낸 단편도 이미 읽었던 작품이었다. <이에나리>는 오치카의 오빠가 미시마야로 찾아와 마쓰타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치카는 마쓰타로가 저지른 일과 그의 죽음 때문에 미시마야로 온 것인데 정면돌파 해야 하는 기운이 느껴진다. 여기까지만 읽었다. 읽었던 내용인 것은 분명한데 책은 늘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나의 기억력 문제인가? 이후의 내용도 마저 읽어봐야겠다.

 그나저나 이 책에 나오는 '만주사화'라는 꽃이 얼마 전 시댁에서 본 특이한 꽃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만주사화>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20181013토

 아무래도 요사이 중드에 빠져 있고, 곽건화의 <여의전>이 건륭시대를 다루느니만큼 안그래도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강희-옹정-건륭 시대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빌린 책이다. 쉽게 쓰이기도 했고 딱 적절한 분량이라 초반에 읽다가 사서 보려고 했으나 품절 상태이다. 중고 가격이 정상가의 2배인 지경이니 그냥 도서관 책으로 읽기로 했다.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의 평전을 차례대로 읽고 싶다는 욕구도 생기지만 세상엔 정말이지 읽을 책이 너무 많다. 게다가 중드도 봐야하고....건강을 챙겨야겠다는 뜬금없는 마무리!

20181022월

나는 홍력의 인간적인 면을 더 알고 싶었는데 이 책은 지나치게 객관적이었다. 41명의 비빈 중에서도 황후인 부찰씨와 우라나라씨에 대한 상반된 태도, 그리고 가경제의 모후라 이름만 언급된 위귀인, 이슬람교도로서 사랑받은 이국의 화비(용비)에 대해 짧게 다룰 뿐이었다. 물론 내가 그동한 접한 숱한 드라마가 과했겠지만 그리고 건륭의 업적만 담기에 한 권으론 벅찼겠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던 바를 채워주지 못해 책장을 덮고 내가 원하는 또다른 바를 채워주리라는 기대를 안고 [삼생삼세침상서]로 노선을 변경하였다.

 

20181014일

 

 [삼생삼세 십리도화]가 백천과 야화의 러브스토리라면 이 책은 봉구와 동화제군의 러브스토리이다. 앞의 책이 한 권 짜리임에도 인물들이 입체적이고 치밀한 구성을 보였다면 이 책은 두 권 짜리인데 너무나 대놓고 봉구와 동화제군 이야기만 나와 작품성은 좀 떨어져보인다. 뒤에 뭐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흥행을 염두에 두고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떨칠 수 없다. 그래서 안 읽을 거냐? NONONONONO! 디리러바의 얼굴로 떠올리며 읽는 재미가 좋다. 언제 드라마로 나오려나?

 

 

20181015월

 

 봄에 강대진 교수의 강의를 듣고 바로 두 작품을 읽어보려 했으나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고 빌려왔다. 마침 요즘 '알쓸신잡3'의 여풍으로 그리스로마 신화와 서사시에 대한 붐도 일고 있으니 그 바람에 편승하기로 했다.

 책은 제목 그대로 알기 쉽게 풀어 써서 접근이 쉽다. 하지만 호메로스의 느낌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건 잘알못의 기분 탓인가? '편저'라는 것을 보면 그저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입문서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어 본다.

 

20181016화

[2017 한글 전래동화 100년], 국립한글박물관 전시 도록

 

선물받았다. 나도 본 적이 있는 전시이고 도록이 있었으면 했던 것이라 진심으로 기뻤다. 취향 저격! 누군가에게 취향을 파악당하고 그것이 존중받는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취향을 앞으로도 널리 드러내리라.

 

20181017수

 

 어제 택배가 3가지나 왔고 그것들은 모두 책이었다. 그중 한 권이 핫한 일본 작가인 요시타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인데 이 책으로 말하자면 가입된 카페,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받은 책이자 지난 주 춘천의 데미안 서점에서 읽어보곤 재밌어 '역시 요시타케 신스케!'라며 감탄한 책이다. 그날은 다른 책을 사느라 이 책을 미뤘었는데 잊지 못하고 결국 샀다.

 택배 포장을 뜯는 걸 본 아이들에게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하고 내일 읽어주마 해서 오늘 짬날 때 읽어주니 아이들이 재밌어한다. 한번에 다 못 읽고 조금씩 읽어줘야겠다. 너희들은 어떤 책을 찾고 싶니?

 

20181018목

 

 요즘 바빠서 도통 소셜 쇼핑을 안보다 왠지 아침에 구경하고픈 맘이 들어 들어갔더니 그림책 중고를 파는데 이때 대부분은 키즈엠이거나 전집을 낱권으로 쪼개는 모양새인데 왠걸 이번엔 걸음동무 책이었다. 더구나 몇년 전 일러스트 전시회에서 반한 박해랑 작가가 그림을 그린 이 책도 포함되니 본격적으로 이 책 저 책 담고 결제 완료! 나만 알기 아까워 그림책 카페에 가서 뽐뿌질을 좀 했다. 이 책 그 때 읽고 난 좋았었는데 하람이가 읽기엔 좀 때가 지나 망설이다 말았는데 이렇게 만날 책은 결국 만나나보다.

 

20181019금

 

 어제 산 책 중에 있던 책인데 오늘 아이들 하교 전에 배송이 와서 함께 뜯었는데(보통 책택배는 아이들 앞에서 같이 뜯는 편이다.) 이 책의 반응이 너무나 뜨거웠다. 성교육 그림책이라고 해서 샀지만 큰 기대를 한 건 아닌데 적절한 구체성이 나도 맘에 들었다.

 남자애들이 유난스러웠는데 여자애들 말을 들어보니 남자애들이 처음에 읽다가 자꾸 뛰어넘어 특정 페이지만 본다고....그래놓고선 월요일에 다같이 읽자고 하니 여학생들은 끄덕이니는데 저들은 난리법석이다.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월요일엔 진지 모드로 읽을 건데 제발 웃지 말자!

 

20181020토

[if세계사전집], 글뿌리

올초 세계사전집을 살까 고민하던 중 그엄마 카페에 이 책을 파는 이가 있어 샀는데 아이가 꾸준히 잘 읽어 나도 오늘은 함께 읽어보았는데 나 역시 재미가 있었다. 역시 북마미들의 추천은 옳다.

오늘 알고 보니 이 책이 원서로 더 유명하단다.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는 거지? 그래서 원서를 찾아보니 'Danger Zone'이라는 이름으로 검색되던데 전집보다 많이 비싸 지적 욕구를 억누르기로 했다.

전집은 좀 고민이 되는 편인데 잘 산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엄마가 읽으니 아들은 한 권 더 읽는구나! 이 뿌듯한 광경이여!

 

20181021일

 

 책을 덮어놓고 사다보면 같은 책을 두 번, 심할 때는 세 번까지도 사는 경우가 있다. 대체론 읽지 않은 책이 그런데 이 책의 경우는 학교에 두었다고 생각하고 더 산 책인데 이 생각을 전에도 똑같이 한 듯 집에도 한 권이 있어 결국 여분이 되었다. 오늘 광화문에 서울국제작가축제가 개막하여 보러가는 참에 중고서점에 팔려고 이 책을 포함하여 10권을 가져갔다. 정산 결과 12000원. 예전에 3750원을 받고 판 책이 30분 후에 65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목격한 후론 정산 가격에 불만이 있지만 서비스의 가치라고 얼버무리며 이렇게라도 책장이 정리되는 게 어디냐며 마음 편히 먹는다.

남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동화책이 적지 않지만 내가 읽은 한 가장 세련되게 표현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다른 작품들로 믿음을 얻은 작가이니만큼 이 책이 어디 가서 사랑받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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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본인 책에 대한 서평은 내 기억엔 처음 읽는 것 같다^^

2. 본책이 거론이 전혀 안되는 서평부터 내용을 잔뜩 담은 서평까지 본책의 내용에 대한 다양한 양상을 볼 수 있다.

3. 거의 백퍼센트에 가깝게 지적인 서평들이다.

4. 이 책을 통해 서평이 너무 길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5. 방대한 지식으로 책들을 연결하고 그 내용을 전달한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특히 나는 기억력이 없어 불가능하다. 따라할 수 없는 서평 스타일이다.

6. 책목록이 부록으로라도 있다면 나중에 찾아볼 때 도움이 될 텐데 일일이 다 찾아야 하는데 불편하다. 물론 찾을 일이 많진 않겠지만 말이다.

7. 에세이 보다는 정보서에 대한 느낌이 강하다. 밑줄도 많았지만 옮겨적진 않았다. 다시 한 번 목록을 요구하는 바이다.

 

 

6. 좋았던 리뷰들

- 책을 움켜쥔다는 것의 의미

- 디지털시대의 서평 쓰기

- 조선의 근대와 공론장의 지각 변동

- 선택의 독재와 진정한 선택

- 무성애를 말하다

-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 아파트 게임과 한국 중산층 흥망사

 

 

일단 읽고 싶어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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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0-26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에 빠져 죽지 않기] 도서관에 대출 예약 신청했어요. 누가 벌써 대출중이더라고요. 후훗.

그렇게혜윰 2018-10-26 15:53   좋아요 0 | URL
되게 두꺼워요^^ 긴 시간 동안의 서평을 엮은 거라 편수가 많아서 전 오래걸렸어요 읽는 데에.

다락방 2018-10-26 15:54   좋아요 0 | URL
헉! 이 댓글 읽고 검색해보니 700 페이지가 넘는 책이네요!!!

그렇게혜윰 2018-10-26 15:56   좋아요 0 | URL
그리고 책을 다루는 책이다보니 좀 관심갖고 읽게 되어 전 출간 거의 직후에 사서 읽었는데도 며칠 전에야....
 

 

 20181004

줄리언 반스의 책은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들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렇다. 기대 보다 반전은 느껴지지 않는데 문체나 스토리 속에서 직접적인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메시지가 공감된다. 얼마 전 읽은 애트우드의 소설이 떠올랐다.

 

 20181005금

다 읽었다. 딱히 무어라고 이름지을 수 없는 마음이 든다. 그것은 호와 불호가 섞여 있다. 사장님 부모님표 오디즙이 걸린 리뷰대회에 응모해볼까?

 

 

 

 

20181006토

  요즘 내 독서의 쌍두마차 히가시노게이고와 알베르토망구엘. 집에 있는 책은 망구엘이 더 많지만 집 밖을 나서면 히가시노게이고 천지라 당분간 말머리 하나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집에는 2012년에 사슴 언니에게 선물 받았다고 그렇게 내지에 쓰여있는 이 책이 있었다.

외출을 마치고 밤 늦은 시간에 하루 종일 책 껍데기도 보지 못한 것을 알고 굳이 서재에서 찾아 헤맨 끝에 시작한 책이니 좀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그래도 어차피 읽을 히가시노게이고가 아닌가? 노력이 가상해서 이런 꼼수도 용서해 주련다. 누가 누구를 왜?

각설하고, 초반인데 흥미롭다. 가가형사라....어쩐지 익숙한 이름인데 드라마화될 때 아마 이곳저곳에서 들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어떻게 히가시노게이고는 이렇게 책을 많이 쓸까? 마쓰모토세이초도 그렇고 일본 작가들은 비법이 있나? 심지어 재밌어!

 

 

20181007일

 1박 2일 북스테이를 하러 가면서도 책을 챙겨가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좀 옳지 않다. 심지어 2권을. 그래도 최대한 얇고 위험 요인이 적은 책으로 챙겨려 애쓰다니, 불필요한 일에 공들이는 모습이 참 어이없다. 그렇게 선택된 책이 허연 시인이 엮은 세계시 모음집 [시의 미소]인데, 이 책은 도대체 언제 샀단 말인가!! 역시 책은 이럴 때를 대비해 사두는 거라며 자기 변명을....

 게스트하우스 침대에서 최대한 편한 각을 잡아 꺼낸 책은 편한 공간에서 보니 러블리 핑크 모드 제대로다! 세계시 모음이면 사실 좀 고리타분할 수도 있는데 허연 시인 자신의 에피소드와 감상이 더해지고 시와 관계된 그림이 보태져 언제 샀는지는 몰라도 참 잘 사두었다며 스스로를 토닥였다.

 오늘은 좀 희망적이고 아름답고 평온한 시 몇 편을 읽었다. 오늘밤은 이렇게 그냥 러블리핑크 모드로 잠들 거다.

 

20181008월

 어제 피곤한 일상을 보상하려는 듯 예상보다도 일찍 잠들었다. 자면서도 놓칠 수 없었던지 6시 반 경 눈이 번쩍 뜨였다. 대충 씻고 조용히 방 밖으로 나가 1층 북카페로 내려갔다. 자연광에 의존한 듯 전체 등이 없어 스탠드 하나를 켜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의 독서는 꿀 같았다. 두 시간을 읽으며 밝아오는 아침과 주변의 소란을 기쁘게 맞았다. 그렇게 썸원스페이지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근처 '서툰 책방'에 들러 책 몇 권을 사고 남자 사장님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커트 보니것의 책을 꺼내 표제작을 읽는데, 이 책 사장님 책인 듯 밑줄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좀 지저분할 정도로?^^) 소설을 읽기 전엔 내가 좋아하는 커트 보니것의 유머가 어떤 것이었는지, 내가 기억하는 느낌이 그에 대한 것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았는데 소설의 결말을 읽고 속으로 꺽꺽 웃었다. 그래, 이 맛이지!

 

20181009화

 

 정말이지 버거운 돈 끼호떼다. 정말 억지로 읽는 느낌이긴한데 어제 읽은 망구엘의 책에서도 거론되어 마음 다잡고 다시 읽는다. 근데 또 읽다 보면 재밌는 구석이 있고 특히 '이상야릇한 미치광이'(229쪽) 돈 끼호떼와 그를 좇아 같이 미쳐가는 싼초의 명언에 감탄하라 때면 그저 놀랍고 심지어 감동도 받는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혼자 읽기 시작했다면 이토록 꾸준히 꼼꼼하게 읽어낼 수 있었을까? 책은 철저히 혼자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최근 몇 번의 독서모임을 통해 변하고 있다. 최종적인 감상은 혼자만의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을 공유하며 내 생각을 더 꺼내고 정리하게 되는 경험을 했으니 말이다. 세상에 고정된 생각과 가치는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20181010수

 

 창비교육 연수원에서 진행하는 5주 특강을 신청하고서 구입하여 읽는 책이다. 책에는 저자의 글쓰기 노하우가 모두 들어 있다고 하니 굳이 강연까지 들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교사를 위한' 교육이라고 하니 기대가 되기도 했다. 더구나 좋아하는 공간을 찾을 좋은 핑계가 되기도 하니까.

 일단 책은 읽기에 좋았다.   노하우 + 에피소드가 적절히 배합되었다. 강연은 책을 읽으며 듣기에 좋았지만 학교 현장을 모르는 이의 강연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첫 강연의 소감은 '교사를 위한'이라기 보다는 '부모를 위한'에 더 적합하지 않는가 '이다. 대중 강연에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어쨌든 특화된 강의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강연을 가면 좀더 달라질까? 강연도 글도 자연스럽고 유익한 것은 사실이니 일단 책부터 다 읽는 걸로!

 

20181011목

 

 간밤에 목이 부어 시름시름 앓았다. 이 추위에 4시간을 덜덜 떠니 면역력 제로인 사람은 감기 직빵이다. 이런 밑밥을 까는 이유는 오늘 책을 못 읽었다는 것에 대한 셀프 변명이다. 책이란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살 수도 있으니 산책에 대해 쓰련다. 문자 광고에 혹해서 아들에게 선심 한 번 쓰려고 구입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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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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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폴 도련님. 누군가에게나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지요. 저에게도 하나쯤은 있어요. 비록 당신의 사랑처럼 파격적이지도 오래 지속되지도 누군가의 파멸로 끝나진 않았지만 그 사랑에 빠져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해요. 사람들은 지나간 추억은 아름답다고,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해요. 그런데 나는 자신이 없어요. 내 사랑이 아름다웠을까? 그것을 추억하는 것이 내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당신은 수전을 올바르게 기억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쓴 것이겠지만 과연 얼마만큼이 진실인지는 당신도 확신할 수 없겠죠? 당신은 고통스러워 보여요. 동시에 평온해 보이기도 해요. 난 지나간 사랑을 굳이 들추고 싶지 않아요. 내 사랑이 당신의 사랑에 미치지 못한 걸까요? 그럴 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의 사랑은 두 사람의 영역 안에 그 무엇도 들어갈 수 없는 그런 사랑으로 보여요. 그에 비하면 내 사랑은 산만했네요. 그런데 우리의 기억은 완전한 걸까요? 정말 내 사랑은 당신의 사랑에 비해 산만했을까요? 알 수가 없네요.

 

아름다운 장면들이 있죠. 사랑을 속삭이던 때 그리고 침묵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떠오르기도 하죠. 하지만 사실은 그 아름다운 장면을 유지하기 위해 아름답지 못한 더 많은 장면을 외면하는 거예요. ‘행복한 기억과 불행한 기억 가운데 어느 게 더 진실할까?’라고 묻는 당신의 질문에 답이 되었을까요? 누군가를 올바르게 기억한다는 것은 그와 나의 수많은 불행 가운데 아주 적은 수의 행복을 놓는 거라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추억할 때  불행을 축소하고 행복을 마구 부풀리죠. 당신의 이야기가 그렇다는 건 아니에요. 당신의 이야기는 비교적 균형감은 있죠. 하지만 굳이 되새길 필요가 있었을까요?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했죠.

 

당신이 아직도 수전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 만났을 때의 싱그런 수전을 일흔이 넘어서까지 그렇게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당신 안에 수전은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대상이죠수전은 당신 덕분에 행복했을까요? 아마도 행복했던 적이 많았을 거예요. 하지만 불행했던 적도 적지 않았을 거예요. 당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쓴 건 아닐 거예요. 당신에 대한 수전의 사랑을 숭고하게 만들기 위해 이 글을 썼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그게 수전을 올바르게 기억하는, 아니 올바르게 기리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어요. 일종의 애도서. 얼마 전 읽은 마거릿애트우드의 [눈먼 암살자]라는 소설이 생각나네요. 아이리스도 로라를 애도하는 의미로, 로라를 바르게 기억하기 위해서 지난 시간을 최대한 진실 되게 썼죠.  도대체 오래 전 과거를 기억해내고 그것을 글로 쓴다는 것은 어떤 행위일까? 궁금해져요. 결국 그것은 자기 마음의 짐을 벗어던지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뿐이겠지만요. 당신을 조롱하려는 뜻은 아니에요.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기억을 완전하게 재생하려는 그 노력이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을 당신의 글을 읽으며 줄곧 생각했어요. 당신이 수고롭게 쓴 글의 가치를 이해해요.

 

사람의 기억은 모두가 편집본이죠. 그게 연애에 관할 때엔 가위가 춤을 추듯 사정없이 편집되겠죠? 당신의 기억 역시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랑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부른다면 당신의 기억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어요. 결코 완전하게 기억될 수 없는 연애의 기억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하고 싶었던 그 마음을 이해하니까요. 물론, 나 역시 그런 시도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건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그 사랑이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야 할 테니까요. 당신의 이야기가 수전에게 가 닿기를 바라고 덕분에 내 연애의 기억이 내게 차지하는 비중을 알게 되어 고맙다는 말을 전해요. 이제 그만 기억에서 자유롭길 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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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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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줄리언 반스의 소설이다. 게다가 유일한 연애소설이라고 한다. 기존의 소설들 중엔 사랑이야기일 것이라 추측된 제목들이 있었는데 그 책들은 무슨 내용인걸까? 새삼 궁금해진다. 

19살의 청년과 48살의 유부녀의 사랑이야기는 자칫 막장 드라마의 이야기가 될 소지가 있으나 왠지 처음부터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합리적인 의심이 들만한 도입부부터 시간 순서를 섞은 문학적 장치들에 그야말로 주옥같은 문장들 덕분에 그런 위험을 벗어났다. 개인적으론 줄리언 반스의 문체가 무척 맘에 든다. 정영목 번역가의 번역이 그 문체를 잘 살렸으리라 믿는다. 

사랑은 단 하나의 이야기
사랑에 대한 저마다의 기억
사랑에 있어 모든 것은 진실인 동시에 거짓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기억을 위한 노력

이 모든 것들을 소설을 읽는 내내 염두에 두게 된다 .
내 사랑은 어땠을까? 이런 비교와 함께.

줄리언 반스를 ‘반전에 놀라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라고 주변에서 추천했기에 이 소설 역시 어떤 반전을 기대했지만 소설 초반에 수전이 손목의 멍을 통해 추측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아쉬웠고 폴과 수전의 사랑 역시 파국으로 치닫는 것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전개이기에 이 역시 반전으로 보기 어렵다. 내가 보기엔 오히려 수전과 폴이 십여 년간 관계가 지속된 것이 더 놀라울 뿐이다. 

사랑, 그 저릿한 고통에 아파했으면서도 우리는 왜 또 다시 사랑을 갈구할까? 참 고된 일이다.


#몽실서평단 #줄리언반스 #연애의기억 #다산북스 #정영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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