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때 가격만큼이나 구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이벤트 사은품이다 하하하. 늘 하는 비유대로 요구르트 빨대 받으려고 요구르트 사는 모양이라 살짝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나인걸.... 하지만 그 이벤틀을 다 적용받자면 계획에 없던 책들도 사곤하게 되어 요즘은 좀 덜 신경 쓴다만 그래도 견물생심은 남아있다.

 

나와 취향이 꼭 같은 사람이 이벤트 페이지를 잘 정리해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하는 참에 그냥 내가 정리를 해 두면 누군가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시간 낭비를 덜 하지 않을까 하는 그냥, 시간 남아 쓰는 페이지다 ㅎㅎㅎ

 

단연 그 첫번째는 <소설의 시대> 1/22까지

 

 

여기서 맘에 드는 건 <1984 에스프레소 컵>! 2만5천원 이상 구매자 증정이다.

 

 

아직 읽지 못했지만 주변의 추천 등으로 말미암아 관심이 가고 이미 구매한 책 중에서 강추하고 싶은 책으로는, <유홍준 북천 -까마귀>와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이다. 특히 지인들의 추천이 이어지는 <천국보다 낯선>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미 읽은 책 중에서 강추를 하자면, 작년 한국 소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너를 봤어>와 김소연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역시 김소연!'하고 말할 수 있어 기뻤던 <수학자의 아침>을 들겠다.

 

 

 

 

두번째로 관심이 가는 이벤트는 <문학과 지성사 특별전> -1/17까지

 

 

마침 <수학자의 아침>을 살 계획이었다면 더더욱 솔깃할 이벤트이다. 품절 표시가 안떴으니 아직 250권이 안팔린건가ㅠㅠ 내가 괜히 속상하다. 그저 추가 적립금만으로도 좋다.

 

역시 아직 읽지 못한 책 중에 관심 가는 책으로는 배수아 소설가의 번역본이라 더 관심이 가는 <눈먼 부엉이>와 맹가리 오빠의 <새벽의 약속>(왠지 분위기가 서부극 같다...^^), 좋아하는 시인이 트위터에서 가끔 인용하는 책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이 있다. 

 

 

 

 

 

 

 

 

 

페이퍼 쓰면서 올라오는 지름의 욕구를 방금 느꼈다...^^;;

 

 

 

세번째는 <학고재 선물세트 이벤트 학수고대> 이다. -1/23일까지

 

 

 

  

이 이벤트는 '사고 싶다'의 마음 보다는 '받고 싶다'의 마음이 더 강하다.

받는다면 하하하 김칫국 시원하게 한 번 들이키고! <이주헌 풀세트>나 <한국사 세트>가 좋겠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김칫국일 뿐이고, 학고재 이벤트를 보면서 학고재 아동용 도서들이 참 좋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조카들이나 아는 아이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트 기획도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학고재 옛이야기 세트가 가장 큰 관심이 가고, 그 다음으로는 <책아, 친구하자 세트>와 <인성 교육 세트>가 맘에 들었다. 다른 세트들도 다 괜찮아 보였다.

 

 

 

 

 

 

 

 

이벤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새로 나온 이벤트인양 혼자 떠들었다. 1월 들어 내가 산 책에는 전혀 적용을 받지 못한 상태인데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책을 사자니 요즘 길들여놓은 습관이 무너질 듯도 하여 일단 페이퍼로 욕구를 진정시켰건만 어째 이벤트 마지막 날이 고비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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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卍).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 (무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춘미.이호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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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소설가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 이 책의 일부를 들었을 때 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라는 소설가를 처음 알게 되었음에도 '다니자키 준이치로 = 탐미주의 문학'의 공식을 머릿속으로 세워버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작품이 궁금해지는 것은 여전했고 이번에 읽어보자 마음을 먹고 어느 정도까지 읽었을 때에는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는 모습이 예상되기는 하였지만 그저 우리가 흔히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될 줄로만 알았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소설을 쓸 때 중요시 여긴 것이 바로 '재미'라고 했다지만 책은 정말 눈을 떼지 못하게 독자를 집중시킨다. 역자의 해설에 따르면, [만(卍)]이라는 제목은 네 인물이 마치 제목의 글자처럼 서로 얽히고 얽혀 서로에게세 헤어나오지 못하는 관계를 드러낸다고 하는데 그러지 않고서야 저 길한 글자가 이 이야기의 제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 얽힘의 가장 중심은 바로 아름다운 여인 미쓰코였고 그 팜파탈의 여인에게 가키우치 부부와 와타누키가 거미줄에 걸린 채 빠져나오지 못하는 형국이 얼핏 우리가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 드라마 속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변태적이고 막장의 이야기 전개만 있었더라면 나 같은 사람은 건너 뛰며 읽었거나 중도에 그만 뒀을 테지만  [만(卍)]은 읽으면 읽을수록 어쩌면 사람이 이다지도 어리석고 하찮은 존재인지를 보게 되어 불편하면서도 뭔가 덧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불교 용어인 만(卍)과 연관이 있어 어느 순간 제목이 단순히 내용을 이미지화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지 않은 이야기를 소노코가 마치 고해성사를 늘어놓듯이 그 긴 이야기를 상대에게 단순하게 털어놓는 형식으로 서술하였는데도 쫑긋 귀를 기울여가며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단지 탐미라는 주제로만 시선을 끈 소설가가 아니라 문장의 힘도 대단한 작가라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로는 오사카 사투리로 쓰였다고 하는데 역자도 표준어로 구사해야했던 소노코의 말을 무척 아쉬워했다. 하지만 표준어로 쓰였어도 충분히 소노코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번역이 매끄러운 덕도 있겠다. 어쨌든 소노코의 말로 네 남녀의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라기도 적잖이 놀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소노코의 목소리를 빌려 조롱하고 허무해하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욕망에 너무나 쉽게 무너져버리는 그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바로 나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것이 씁쓸해진다.

 

반면,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는 느낌이 조금 다른데 50살도 넘게 차이나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에게 집착하는 구니쓰네의 모습이나 너무나 아름답기에 남의 아내도 빼앗는 시헤이의 태도 등은  [만(卍)]에서 여성을 탐하는 모습과 닿아 있으나 문장은 많이 다른 느낌이다.  [만(卍)]이 소노코의 말로 서술되어 차분하면서도 조곤조곤 이야기 듣는 느낌이라 몰입이 잘 되는 반면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는 일본 문화와 문학의 깊은 내용이 함께 있어 글이 고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내용 풍성해지는 매력이 있다. 우리와 다른 문화에 때때로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색다른 문화를 만난다는 점에서는 신선함을 느낄 수도 있다. 또  [만(卍)]이 네 남녀가 점점 파멸로 향해 가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끝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에서는 시게모토가 과연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어머니를 만난다면 그는 어머니를 어머니로 대할 것인가 여인으로 대할 것인가와 같은 궁금증을 가져가며 읽게 되었다.

 

두 작품 모두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살았을 때는 물론 지금도 쉬이 받아들여지는 내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때나 지금이나 대문호로 추앙받는 것은 그가 단순히 여체를 탐하는 변태적인 상황 설정 속에 숨어 있는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구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아름다운 여인이 무엇이길래 스스로가 악의 화신이 되고 자신과 남을 파멸로 몰아넣는가, 도대체 아름다운 여인이 무엇이길래 오랜 시간 아들이 모정을 마치 여인에 대한 사랑인 듯 느끼도록 상황이 전개되는가와 같은 물음을 소설을 읽으면서 묻게 된다. 어쩌면 평소에 던지기 힘든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욕망이나 성(혹은 그 어떤 대상에 대한 탐심이라할 수도 있는 모든 욕망)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치가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한다. 극한 상황에까지 가야 인간은 근원적인 질문을 하는 존재이니까 말이다.

 

처음엔 탐미주의라는 말에 내 안의 욕망을 들여다보자라는 간단한 생각으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두 작품을 읽고 단순히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탐미주의 작가라고 부르기엔 스스로 억울한 면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도 잘하는 장동건이 미남 배우라고만 불린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연달아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생각이다. 그가 아름다운 여인의 몸을 소재로 내게서 어떤 질문을 이끌어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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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1-0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에서부터 풍기는 아우라가 장난이 아닌데요. 탐미주의 소설은 많이 읽어보지 않았는데, 님의 페이퍼 읽고 나니 궁금해지고, 작가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네요.

다만, 감당이 될지, 그게 좀..... 걱정됩니다. ^^

그렇게혜윰 2014-01-09 20:31   좋아요 0 | URL
묘해요, 진짜 막장 느낌도 나는데 뭘 건드려요...그래서 다니자키 준이치로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그럭저럭 감당은 됩니다. 다음 책으론 <열쇠>를 시작했어요.

파란놀 2014-01-0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살아가는 밑바탕을 살필 때에
아름다운 문학이 되겠지요~

소재가 무엇이든지요.

그렇게혜윰 2014-01-09 20:31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세요..^^

페크pek0501 2014-01-1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소설을 쓸 때 중요시 여긴 것이 바로 '재미'라고 했다지만 책은 정말 눈을 떼지 못하게 독자를 집중시킨다" - 이런 책이라면 제가 충분히 찜해 둘 만하네요.

재미있는 글을 쓰기... 이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것만큼 필수인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혜윰 2014-01-10 18:45   좋아요 0 | URL
묘하게 끌어당겨요...스스로 내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했었나 의아할 정도로요...
일단을 다른 작품 몇 더 읽어야 작가에 대해 좋다 싫다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낯선 호감이라서요^^ 이 작품이 매력적인 것만은 분명한 듯 해요.
 

신간 페이퍼를 비교적 꾸준히 쓰는 것은 내가 책이 나오자마자 사는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심사숙고하여 위시리스트를 페이퍼에 꾸준히 축적해둔 후에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도 사고픈 마음이 남으면 그때 가서 사는 편이라 신간페이퍼가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일단 페이퍼를 쓰면서 거를 책은 많이 거르기 때문에 대체로 페이퍼에 오른 책들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거의 구매하곤 한다. 2014년엔 꽉찬 책꽂이를 보면 살짝 체기가 올라와서 책을 가급적이면 덜 사려고했는데 그게 또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어쨌든 2014년에도 책은 구매했고 자체적으로는 5만원을 채우려 애쓰(기는 했지만 참았다는 편이 맞는 말이지만)기보다는 아들이 책을 빨리 만나고픈 마음을 더 헤아리려 출고에 오래 걸리는 책들을 빼다보니 아래의 책들만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들 중 피터래빗 10권인 <티미 팁토스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보관함 혹은 페이퍼에 올라있는 책이니 충동구매는 면했다. 피터래빗 책의 질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1-9권까지 있는 마당에 10권을 구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듯 해서 구입한다. 언젠가 영문판 미니사이즈의 (그것이 원본이겠지만) 책으로 다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베아트릭스 포터스의 글이 보수적이긴 해도 따뜻해서 맘에 든다.

 

출고일이 미뤄져서 미처 사지 못한 책에 대한 아쉬움이 있으니 그것은 다음 기회에 빨리 수급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대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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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루스 노부스 - 탈근대의 관점으로 다시 읽는 미학사 진중권 미학 에세이 2
진중권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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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에 이 책을 읽었었다. 진중권 작가를 좋아하는 지인의 추천이었을 것이다. 딱히 이 책을 권해준 것은 아니었는데 도서관 책꽂이에 꽂힌 책 중에 이 책에 눈이 자꾸 갔다. 아마 '앙겔루스 노부스? 이게 무슨 뜻이지?'이런 단순한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참 희한한 것이 책에는 그 답이 분명 있는데 십여 년이 흐른 지금 나는 다시 묻는다. '앙겔루스 노부스? 이게 뭐였더라?'라고. 이 책을 처음 읽고 나서 진중권의 책을 찾아 읽기도 했다. [교수대 위의 까치], [서양 미술사] 등.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분명 [앙겔루스 노부스]를 읽고는 지인이 왜 진중권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는데 다른 책에서는 [앙겔루스 노부스]가 흥미있었다는 것조차 아리송해졌다. 그리고 우연히 아트북스의 서평 이벤트로 인해 다시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저자의 필력이 아주 잘 느껴지도록 흥미롭다, 그리고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이해하기 쉽도록 쓰여졌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본문을 읽기 전에 2판의 서문을 참고했다. 1판의 서문보다 더 친절해졌기에 읽어나가면서 중심을 잃지 않는데에 도움이 되었다. 그는 10편의 에세이에서 존재미학과 생태미학으로서의 '숭고'의 개념을 수시로 노출한다. 그는 이를 두고 '확장된 숭고'의 다양한 측면이라고 말했고, 그를 통해 '숭고'라는 말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새로운 것을 공감하며 알게 된다는 것은 무척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의 리뷰를 어떤 식으로 써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다. 유난히 밑줄도 많고 책 한 쪽에 끄적거린 부분이 많아 그 부분들을 정리해보는 것으로 대신할까한다.

 

1장에서 플라톤의 미학에서 '미의 이데아'을 쾌락을 추방하는 것이 아닌 길들이는 원리라고 말하며 진중권은 플라톤의 미학이 포스트모던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플라토닉러브는 플라톤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기존의 틀을 엎는 발상인데 설득력이 있다. 쾌락을 무조건 거부시하지 않고 내가 주체가 되어 쾌락을 길들인다니 인간의 존재가 굉장히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포스트모던은 쾌락을 길들이는 수준 그 너머인 것 같았다.

 

존재미학. 철학과 섹스가 하나가 되어 미를 향해 상승하는 영적, 육체적 생식의 시대. 삶이 예술이 되고, 모든 인간이 예술가가 되는 시대. 그리하여 예술가가 되려고 예술가가 될 필요가 없는 시대. 인간이 창조자가 되어 자기 앞의 생을 예술작품으로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시대. 우리의 '포스트모던'은 왜 그런 시대를 열지 못하는 걸까? (42쪽)

 

또한 2장에서 플라톤이 피그말리온의 꿈이 이루어지던 마법의 시대와 과학의 시대 그 사이에 있다고 한다. 우리가 플라톤의 시대로 돌아가는 길,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인데 이것이 바로 미메시스의 힘이라고 말한다. 옛사람들이 사물에까지 영혼을 부여했다면, 우리는 영혼까지도 사물화한다.(65쪽)는 그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다. 6장에서 나오는 생명과 신체의 도구화, 화폐화에 대한 씁쓸한 이야기들이 이어지는데 그중 니체의 행동이 무척 인상적이다. 데카르트의 먼 훗날 사람인 니체가 어느 날 지나가던 말을 끌어안고 눈물을 터뜨리며, 그를 기계로 간주한 데카르트를 대신하여 사죄를 했다고 하는데(159쪽) 낡은 시대의 오류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행위에 대하여 우리의 낡은 시대에 대한 오류를 벗어나고자 노력할 이의 눈물이 아쉽게 느껴졌다. 8장과 9장에서 나오는 숭고의 생태론적 미학, 자연미에 대한 이야기는 읽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책을 읽다보면 사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철학이 상당히 다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날 수 있다. 플라톤이 마법과 과학의 이행기라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과학(이성)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3장에서는 '시'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드러낸다. 플라톤은 시의 힘을 너무나도 강하게 믿고 있어 시인들이 신을 격하시킬 수 있다고(시인을 능력자로 보고 있다.) 생각하여 시가 위험한 것이라고 믿는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는 그저 기술(테크네)일 뿐이고 영향력이 별로 없으니 이를테면 뻥을 더 쳐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신적 힘과 기술이라는 명확하게 상반된 입장인데도 아이러니하게도 뭐가 더 시인에게 좋은지는 모르겠다.  저자는 물론 플라톤의 시대 및 그 이전에 가진 시의 힘을 더 좋아한다. 나는 고민을 좀더 해봐야겠다. 플라톤의 시대라면 모를까 그 이전까지 받아들이기에 나는 너무 아리스토텔레스적이 되어버렸나 보다. 그래도 에술에는 규칙보다는 +a가 더 중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4장 이후에는 '숭고'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이 개념은 롱기누스라는 사람이 쓴 [숭고에 관하여]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후의 다른 편에서 보면 프랑스와 영국에서 각각 다르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아마 요즘도 그렇듯이 자기들 생각에 맞는 부분만 끼워넣으면서 쓴 모양이다. 진중권은 포스트모던을 바로 숭고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숭고는 인간 내면의 파토스(폭풍우)를 일으켜야 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칫 이것을 아무 데나(이를테면 정치적인 일)에 갖다붙이면 매우 우스꽝스러워진다는 점도 경고한다. 최초의 번역자인 부알로가 고전주의 추종자라는 점에서 프랑스에서의 '숭고'의 개념은 오역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7장에 나오듯 롱기누스의 정신은 반고전주의 즉 바로크 옹호자들의 입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진중권의 표현대로라면 '접신'의 개념으로.

 

내가 처음 디오게네스에 대하여 깊게 인상이 새겨진 책이 바로 [앙겔루스 노부스]이다. 한 편의 에세이에 디오게네스를 할애해준 점이 다시 읽어도 무척 고맙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그에 관해 이것저것 많이 주워들은 입장이라 놀라는 것은 좀 덜하지만 지금이나 십여 년 전이나 그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빛이 난다! 아마 내가 보기엔 디오게네스가 곧 숭고이다.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말지어다. 그 점이 디오게네스를 볼 때마다 내가 파토스를 느끼는 지점이다.

 

 

앙겔루스 노부스, 파울 클레의 천사. 진중권은 이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이를 두고 그림을 보기 전에 읽은 관련 글 때문이라고 말해서 그런가 나도 처음 이 그림만 봤을 때에는 묘한 느낌만 있었지 어떤 감정이 없었는데 진중권의 글을 읽다보니 괜히 울컥해진다. 내 마음이 착해진다고 해야할까? 헛된 저항을 하는 날개를 편 천사라니!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날개조차 펴지 못하는 나 자신에 비하면 그는 얼마나 위대한가를 떠올릴 때 울컥해진다. 지금 나 대신 수많은 날개를 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분들의 숭고함에 대해 울컥해지는 것이다. 진중권이 포스트 모던을 이야기하면서, 숭고를 이야기하면서, 존재미학과 생태미학을 이야기하면서 왜 이 그림의 제목을 책의 제목으로 했는지 공감이 된다. 어쩌면 이 책은 날개를 잃어버린 우리들이 날개를 편 천사에게 바치는 그리움의 편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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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4-01-0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의 책들은 여태 한 권도 읽지 못해서 뭐라 댓글을 달기가 주저됩니다만, '숭고에 관한' 얘기는 무척 흥미롭게 읽게 됩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때마침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었기 때문이에요. 그 책에 보면 '시인'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명백한 입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거든요. 그리고 또 그 책에는 롱기누스의 『숭고에 관하여』도 함께 온전히(물론 완전히 전해지지 않고 없어진 부분은 제외하고) 실려 있더라구요.

니체의 책들은 오래 전에 몇 권 읽은 적이 있지만 '숭고'에 관한 기억은 전혀 떠오르는 게 없는데, 그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쇼펜하우어가 '숭고미'를 다룬 '절창'은 아직도 뚜렷이 기억납니다.(어떤 분들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놀라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숭고미'를 다룬 부분이라고도 평가하더군요. 물론 저는 그런 해석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더군요.)

그렇게혜윰 2014-01-08 17:51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는 숭고에 대한 이런 저런 해석들을 알려주기도 하고 진중권 자신이 생각하는 숭고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기도 합니다. 아직 이러저러한 판단력이 없는 저로서는 진중권이 말하는 숭고의 의미가 공감이 되긴 하더라구요.

서양철학사 책을 읽었을 때 쇼펜하우어가 참 좋던데 '숭고미'를 다루었군요! 어떤 책일까요? 어쨌거나 '숭고'라는 말이 문득 참 멋진 개념 같이 느껴졌어요^^
 

책장이 과포화상태라 이사를 가거나 책을 처분하거나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책을 꽂을 곳이 없어 난감해진 상태이다. 그래서인지 책 구매에 대한 욕구가 많이 사라졌다. 역시 하는 데까지 막 하고 나면 소강 상태는 오기 마련인가 보다. 그러다 아이가 출간 전부터 기다린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는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장바구니에 뭘 또 채워볼까~~하는 마음에 아직 그 책은 사지도 못했다. [토요일의 기차]사는 것이 목표라고 방학 숙제에도 적어뒀는데 미안하다 아들, 엄마의 병이다...

 

책을 요래조래 살펴보다보니 새해에도 어김없이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다. 그중 눈에 띈 몇 권을 정리해 본다. 2013년을 마무리한 책이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였고, 새해가 밝자마자 나를 즐겁게 한 소식이 [디어 라이프] 리뷰대회에서 3등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단편 소설집에 대하여 리뷰를 쓰는 게 너무 어려워 횡설수설했는데 내 느낌을 느껴주셔서 고마웠다.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이 국내에 번역된 것이 별로 없다고 하던데 그래서 [디어 라이프]가 마지막인가보다 하고 아쉬워했는데 어느 새에 새 책 [런어웨이]가 출간되었는지 모르겠다. 알고 보니 기존에 출간된 [떠남]이라는 책을 다시 번역하고 빠진 단편들을 채워 넣은 완역판이라고 한다.  '런어웨이'를 포함하여 '우연', '머지않아', '침묵', '열정', '허물', '반전', '힘' 등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제목만 보자면 '런어웨이'와 '머지않아'가 기대가 된다. 앨리스 먼로의 작품은 신기하다. 다들 비슷비슷하여 지루할 법도 한데 다 좋다.

 

 

 <빨간 책방>의 진행자이자 영화평론가(어째 순서가 바뀐 듯도 하다만^^:)인 이동진 씨의 신간이 나왔다. 팟캐스트를 듣다보면 그가 문학평론가인줄 착각하기도 하니 간간히 이렇게 영화 책이 나와줘야한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  한국 대표 영화감독 박찬욱, 최동훈, 이명세 감독과 나눈 특별한 인터뷰를 모은 책으로 알고 보니 전작이 있는 두번째 책이었다. 두 책 모두 다른 에세이들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700쪽 내외의 분량이다. 굉장히 세세하게 인터뷰를 기록해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충족시켰을 것만 같다는 기대감이 있다.

 

 

 

 

여행 관련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은 그 이야기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들이 거의가 특성없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누군가가 리트윗한 글에 북노마드 대표님의 트윗에 '오랜만에 간지 나는 여행 에세이를 만든 기분. 좋다. '라는 글과 함께 이 책이 있었다. 대표가 오랜만에 간지 난다는데 독자로서 어찌 관심을 갖지 않을 쏘냐? [1인분의 여행]이라는 제목도 감각있다.

 

 

 

 

 

 

' 살림, 육아, 일, 꿈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요즘 엄마들을 위한 '이라는 부제가 붙은  [살림 작업실]은 그저 나의 로망이다. 꿈꿔보고 싶다. 이런 작업실.

 

 오늘 도서관에서 리폼 기본책을 빌려와서 그런지 이 책이 눈에 확 띈다. 일단 실력 먼저 기르고!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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