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 : 전진하는 진실 위대한 생각 시리즈 2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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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에밀 졸라의 책이 꽤 여럿 있다. 주로 세계문학전집에 구성된 것인데 사놓기만 했지 읽지를 못했다. 아마 그 책들을 산 데에는 화가들의 삶을 쓴 책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그 책에서도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로 대변되는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나는 고발한다'를 비롯한 드레퓌스 사건의 전말과 에밀 졸라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전진하는 진실]은 1901년에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한 팸플릿과 기고문 열세 편을 모은 책인데 이번에 출간된 은행나무 출판사의 [전진하는 진실]은 그 외에 역자가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정보와 관련 인물들에 대한 내용과 에밀 졸라의 인터뷰 및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까지 포함하여 600쪽에 가깝게 엮은 책으로 원작보다 독자에겐 더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수박 겉핥기식으로 그저 사건의 이름과 에밀 졸라의 영웅담만 알고 있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1894년 드레퓌스 대위가 반유대주의에 근거한 편견으로 인해 반역의 누명을 썼다. 그가 누명을 썼다는 것이 이후 피카르 소령에 의해 밝혀지지만 군부의 결정을 번복하지 못했다. 처음엔 아마 정부의 말을 대부분이 믿었겠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에 양식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차츰 드러내기 시작한다. 상원의 부의장인 오귀스트 쉐레르-케스트네르가 그러하고, 베르나르-라자르, 조르주 클레망소 그리고 에밀 졸라가 그러했다. 처음엔 에밀 졸라도 이 사건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드레퓌스와는 전혀 관련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오로지 '진실'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진실'을 향해 '전진'하였고, 그로 인해 비록 자신은 의문의 죽음을 당하였지만은 결국 진실은 밝혀졌다.

 

글을 읽다보면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일어난 사건이 진행되는 것이 어쩌면 우리에게 지금 일어나는 많은 일들과 겹치는지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령, 다음의 문단에서 '드레퓌스'를 '세월호'라고만 바꿔도 우리는 졸라의 육성을 지금 이곳에서 듣는 듯하다.

 

 

 

 

이것은 그저 하나의 예에 지나지 않는다. 책의 구석구석이 19세기 말의 프랑스를 비추는 것이 아니라 21세기의 대한민국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따라서 에밀 졸라의 일침은 그대로 우리 사회에 박힌다. 그런데 그때 에밀 졸라의 비난을 받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지금 우리 나라의 그 대상들도 아마 귀닫고 눈감고 생각 빼고 욕심만 채우는 중이겠지....

 

나라가 고통받고 있다면 그 책임은 권력을 가진 위정자들에게 있는 것입니다. (236쪽)라는 직언과 순진한 민중의 머릿속에 손쉽게 확신을 주입하고자 하는 소름끼치는 책략, 역겨운 계산 속에 비롯된 행동인 것입니다(255쪽)라던가 혐오스러운 불의 앞에서 그것을 막을 힘도 바로잡을 힘도 없는 정치가들의 무능력의 소산인 것입니다(371쪽)라는 비난은 그때 거기나 지금 여기나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자신들은 모르는 바보들의 나라인가 싶은 마음이 든다. 하긴 우리가 아는 바보는 다 착한 사람이니 그저 악당이라고 밖엔. 1부-3에 수록된 인터뷰 중 에밀 졸라는 그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프랑스는 더 이상 예전의 프랑스가 아닙니다. 건드리는 것마다 썩게 만드는 부패한 정권이 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확신도 원칙도 없이, 오직 돈에 대한 사랑과 정치적 책략만이 난무하는 그런 정권 말입니다." (418쪽)

 

어떻게 이것을 그때 거기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평행이론이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구나 싶다. 세월호에 관한 그 어떤 책보다도, 아니 그 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부조리에 대한 직접적인 책보다도 더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 바로 에밀 졸라의 [전진하는 진실]인 것이다.

 

후에 프랑스 내각의 수상이 된 조르주 클레망소는 군부와 교회의 전통적 권력에 맞서는 문학적, 예술적, 과학적 명성을 걸고 진실과 정의를 위한 투쟁에 뛰어든 이들을 가리켜 '지식인들(intellectuels)'라 명명했다고 한다. 이 이름에 걸맞게 에밀 졸라는 자신의 모든 명성을 걸고 오로지 진실만을 위해 전진하였다. 그는 진실이 밝혀지길 두려워하는 범죄자들에 맞선 정의의 수호자로서 자신의 명성은 물론 안위 심지어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았다. 때문에 드레퓌스의 명예회복은 물론이거니와 프랑스는 결국 그들이 부끄러워할 정도로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던 것이다. 에밀 졸라와 당시의 지식인들을 보며 마음이 끓어오르다가 문득 우리에겐 누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에서 꾸준히 집회를 통해서 그리고 책을 통해서 자신의 많은 것을 걸고 진실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그런데 그중 에밀 졸라가 있는가, 라는 생각이 미칠 때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지금은 21세기이고 작은 힘들이 모여 큰 힘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힘있는 에밀 졸라를 기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우리에겐 한데 모여있는 모두가 에밀 졸라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위대한 생각'이라는 타이틀로 시리즈로 출간되는 두번째 책이고 편집과 내용이 무척 알차고 만족스러운 책이다. 다만 각 권이 모두 취향이 다르므로 한꺼번에 사서 읽기 보다는 한 권 한 권 도서관이나 오프라인 서점에서 살펴보고 살 것을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샤를 보들레르)나 [독서에 관하여](마르셀 프루스트)의 책을 읽다가 취향에 맞지 않아 덮었다. 다음으론 찰스 디킨스의 [밤산책]을 읽을 예정인데 [전진하는 진실]이 19세기말 프랑스의 모습이라면 이 책은 19세기 런던의 사회를 보여준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예전에 기대 잔뜩하고 읽은 윌키 콜린스와의 공저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는 대략 난감했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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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7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동안은 책을 살 마음의 여유도 경제적 여유도 없지만 북플 때문에 자꾸만 읽지 못한, 사지 못한 책에 대해 눈길이 간다...그래도 쌓인 책들과 과포화상태의 책장을 보며 도리질을 쳤지만 츄리닝간죵님의 돈키호테 페이퍼는 참말로 내 속을 벌렁벌렁하게 만들었다. 나도 창비세문 때 즉시 산 [돈끼호떼]가 있는데, 그게 나온지가 언젠데 아직도 새책 그대로 있는데,,,,,삽화 있는 그것도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삽화가 있는 돈키호테가 그것도 열린책들에서 그것도 부록도 주고 그것도 두께에 비하면 착한 가격으로....이러면 곤란해요 ㅠㅠ

 

 

 창비 세문으로 돈끼호떼가 나왔을 때 우리집엔 시공사의 돈키호테가 있었다. 그래서 그 책은 사촌동생에게 주고 나는 창비세문으로 가졌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그래야 하는 것일까? 내가 그 책을 이미 읽었더라면 미련이 없을 텐데 일단은 두 권 다 가지고 있고 싶다....아 침 생겨...

 

 

 

그리고 서천석의 강의가 있을 때도 그저 넘어갔고 더이상 육아서적은 왠만하면 보지 말자는 마음을 먹었는데 이번에 출간된 서천석의 책은 왠지 자꾸 눈길이 간다. 600쪽이라는 방대한 양과 일목요연한 목록이 엄마로서, 교육자로서, 어른으로서 궁금해진다. 도대체 그는 어떤 식의 조언을 할까 싶은 기대감도 생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그의 말들이 내 마음에 들어온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를 믿고 싶어진다. 제목도 맘에 든다. 아이들을 자꾸만 문제시하는 어른들에 대해 나 역시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말 자기만의 빛깔을 가졌을 뿐 다 괜찮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레오리오니의 자기만의 색깔을 참 좋아해!

 

 

 

 

 

 

 

 

 

 

 

 

 

그리고 요즘 북플에서 자꾸 내게 한시를 추천해준다. 북플 아니었으면 출간되었는 줄도 몰랐을 테고 그렇지 않았다면 유혹을 느끼지 않았을 텐데 ㅠㅠ 다 읽고 싶어!!!!

 

 

 

 

 

 

 

 

 

 

 

 

 

 

 

 

아 보기만 해도 너무 읽고싶어진다....[새벽 한시]는 제목 넘 센스있다!!

 

 

 

이제니의 새 시집도 너무 읽고 싶어. 시집은 가격도 착하고 자꾸 자꾸 볼 수 있으니까 부담없이 살 수 있어서 요즘 더 예뻐 보이는 장르이다. 제목을 본인이 정하셨다는데 어쩜 이렇게 내 맘에 꼭 드는지 모르겠다.  2014년 미당문학상에 나희덕 시인이 올랐다. 수상시집인지 모를 표지 디자인이 신선하다.

 

 

 

 

 

 

 

 

 

 

 

 

 

 

 

 

 

이 외에도 사실 끝도 없다.  나의 허영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칼비노의 전집들, 롤랑바르트의 책, 애정하는 작가들의 새 작품들, 유명한 작가의 새 책들..... 

일단은 새로 산 책들 어여 정리하고 남은 공간 확보가 우선이야. 혼자 사는 집이 아니니 아무도 눈치를 안주는데도 막 눈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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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2014-11-2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방에서 독서모임할 때 비로소 완역을 읽었는데 열린책들의 번역은 또 어떨지 궁금하네요.

그렇게혜윰 2014-11-27 11:25   좋아요 0 | URL
전 번역이야 뭐 큰 출판사에서 잘들 하셨겠거니 하지만 그림이 완전 탐나요!!!! 어칼까요? 살까요???아~~~~~
 

카페에서 그림책 읽다가 막 사고파졌다.
단어는 왜 이렇게 어려운겨? 했지만 우체부아저씨가 곰 세마리와 신데렐라, 늑대 등에게 전해주는 편지들이 정말 사랑스럽게 재밌었다.
하드커버라 비싸다는 게 속 아프다...^^
학교 다닐 때 교수님이 본인이 번역하신 책이라고 소개해주셨을때만 해도 이렇게 좋은 책인지 몰랐다. 좀더 적극적으로 알려주시지 ㅋㅋ

꽤나 긴 내용이라 오랜 시간에 걸쳐 해석을 했지만 혹시나 싶어서 도서관에 가서 한글판을 보는데 ㅠㅠ 편지들이 다 분실되었다 ㅠㅠ 마녀의 편지는 해석이 복잡하던데~~ 그냥 내 스타일대로 하련다.

 

 

 

 

 

 

 

 

 

 

이에 반해

 

 

 

 

 

 

이 책은 해석하면서 무척 마음이 편했다. 일단 글밥이 적고 쉬운 문장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그림! 큰 물고기의 표정 연기와 작은 물고기의 착각의 상황이 무척 재밌었다. 괜히 존 클라센이 아니었어. 마침 원서가 저렴한 가격에 나와 있어서 그의 다른 작품과 함께 구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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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의 경우 정가를 조정해서 출고할 수 있다는 게 이번 도서정가제에 신설된 규정인데, 그게 주로 전집들이었어!!!!!! 전집 잘 안사고 그들은 거품이 많아서 내릴 것을 예상했는데 딱 그만큼만 내린 거였어 ㅠㅠ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은 은행나무 출판사의 몇 권. 내가 요즘 은행나무 출판사의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가 눈에 쏙 들어 오는군! 재정가의 대상이 너무 적은 것이 아쉽지만 기존에 익숙한 출판사 이름이 없는 가운데 선전했다고 보고 또한 재정가가 파격적이라 소문을 아니낼 수가 없다.

 

 

 

 

 

 

 

 

 

 

 

 

재정가 6500원씩/ 7500원.  이건 예상 외였고, 대단히 유혹적이다.

 

 

 

부키 출판사의 장하준 페이퍼백은 도서정가제 이전에 이미 출간된 것인데 이 역시 도서정가제 이후를 생각하고 만든 아이템이므로 의미있는 출간이고 독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일이므로 소개해본다. 나같으면 이런 페이퍼백을 선호할 듯^^

 

 

 

일반판이 14000원인데 비해

페이퍼백은 정가 9800원씩이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시리즈는 토피 출판사의 [저학년이 보는---이야기]인데 그중 일부가 재정가 책정되었다. 우리집엔 [저학년이 보는 공룡 이야기]가 있다.

 

 

 

 

 

 

 

 

 

 

 

 

 

 

 

 

 

 

 

 

 

 

 

 

   신간인 속담이야기만 9500원이고

  나머지 시리즈 도서는 6000원으로 재책정 되었다.

 

 

 

 

 

 

 

아마 지금도 출판사들의 재정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 될 것이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모르겠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유혹을 많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도서정가제는 소비자가 아닌 독자의 입장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건가? 너무 머리 아픈 건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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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토익이나 토플, 회화 뭐 이런 것을 공부하는 줄 알겠지만 전, 그냥 그림책이랑 동화책을 사전 펴놓고 읽고 있어요. 동사무소나 여성회관에서 하는 강좌에 영어 회화가 있길래 등록을 해볼까 하다가 문득, 내가 영어 쓰는 사람을 지금껏 몇 명이나 만났더라??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대신, 전 책을 좋아하니까 가끔은 허영인지 욕구인지 모르지만 원서가 읽고 싶어질 때가 있으니 독해를 공부하는 게 더 낫지 않나?로 생각이 이어졌죠.

 

가끔 책을 사면 원서를 끼워주는 경우가 있어 시작한 적이 있지만 하루에 두쪽이상 읽는 게 힘들어요ㅠㅠ 문장 구조도 어휘도 너무 힘들었어요....

 

집에 둘러보니 아이에게 버벅거리며 읽어준 그림책 원서와 조카 선물을 사주며 따로 챙긴 원서 동화 전집이 있길래, 그래! 이거야!! 하며 시작했어요. 집에선 아직 저를 유혹하는 것이 많아 카페로 나가고 있어요. 커피값은 좀 들지만 대신 점심을 오뎅 두 개로 떼워요ㅠㅠ

 

그림책을 읽다보니 어휘는 어렵지만 일단 보는 맛이 있어요. 또 집에 가서 아이에게 당당하게 읽어줄 수 있고, 여러 번 읽어주면 그 책은 제 것이 될 수 있어요. 동화책은 한 번에 한 챕터씩만 해요...로알드 달은 문장 구조가 쉬워서 맘에 들어요.

 

제가 시작한 영어 공부가 저는 맘에 들고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를 쓰담쓰담 하는 차원에서 이 글을 써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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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4-11-2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저도 도전 받았어요,,,그림책을 원서로 읽으면서 영어 공부를~꾸준히 정진하세요^^ 오랫만이고 반갑습니다~

그렇게혜윰 2014-11-25 10:18   좋아요 0 | URL
북플에서 뵈니 또 반갑네요ㅋ 지금도 그림책 들고 카페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