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수염 생쥐 미라이 보림문학선 9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김규택 그림 / 보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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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띠인 아들은 남들보다 한글을 빨리 떼었다. 미라이를 보며 아들을 떠올렸다. 사실 이른 나이에 한글을 뗀 아들이 좀 못마땅했다. 감성을 잃어버릴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미라이를 보며 위안을 받았다. 미라이 같은 현명한 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쥐에 대한 동화는 많다.  옛이야에도 많고 유명한 그림책 <프레드릭>을 비롯하여 많은 그림책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이야기 속에서 쥐들은 영리하고 부지런하다. 약삭빠르기도 하고 익살맞기도 하다. <파란 수염 생쥐 미라이>에 나오는 쥐들은 이 모든 유형들이 나온다. 권력욕에 빠진 미자자, 우직하지만 마음 따뜻한 미후, 뭔가 어정쩡한 또우즈 집안의 쥐들, 마음 착한 형 미상인, 그리고 현명하고 인격적인 미라이까지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이 마치 우리 사람 세계를 보는 것과 같다. 물론, 사람도 나온다.

 

책은 무척 두껍지만 이렇듯 다양한 인물들이 갈등과 해결을 통해 오밀조밀 엮이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중국 작가의 소설을 읽는 경우도 많지 않지만 중국 작가의 동화책을 읽는 것은 처음인데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구성이 돋보인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쥐 미라이를 보면서 즈루이와 그의 딸 리리가 그랬듯이 독자들 역시 마음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다움'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다움 말이다.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는 모습들을 돌아보게 하는 것은  작은 파란수염 생쥐 미라이이다. 단지 그가 인간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신기한 것이 아니라 그가 인간의 마음으로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신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라이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픈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이런 저런 많은 가치들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중 가장 드러나는 가치는 '존중'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우리 인간들이 '존중'하며 살아가는 쥐 미라이를 통해 인간다움을 재인식하게 되는 것이 이 이야기의 주제라 할 수 있다. 그 변화를 가장 드러내는 것이 리리이지만 사실 즈루이도, 다른 쥐들도 모두 '존중'이라는 가치를 여러 사건들을 통해 배워가고 있다. 물론 책을 읽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서로의 언어로 서로를 감동시킨다는 행위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미라이에게 푹 빠진 우리 가족은 얼른 아들이 자라서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다섯 살 난 아이가 읽기에는 무리가 있는 내용이라 그 아이를 기르는 어른들이 읽어보았지만 책을 읽고 우리는 우리 아이가 딱 미라이처럼만 인간다웠으면 한다.  할머니와 엄마의 이 바람이 아이를 기르는 가치관에 묻어나는 것을 희망해야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두꺼운 양장본인데 책갈피 끈이 없다는 것이 많이 불편했다.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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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프라미스 - 아빠와 함께한 3218일간의 독서 마라톤
앨리스 오즈마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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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프롤로그부터 잔잔한 감동이 예상된다. 둘의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진다.

 

리딩프라미스가 진행되는 시간에 비해 내용상의 시간 흐름이 쫙쫙 빨리 지나가서 속도감이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이 한 권의 책에서 딸의 성장을 모두 본 것 같아 괜히 나는 한 일도 없는데 대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책 이야기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더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꼭 책이 아니어도 좋은, 그러나 가장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부모와 자식의 공통된 연결끈은 책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용면에서도 그렇고 여타의 것들이 얼마나 소란스럽게 진행되고 사그라지는지를 생각하면 꾸준함은 책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주황색으로 옅게 표시된 부분들이 있는데 그 부분들이 정말 주옥같다. 그 부분만 따로 떼어서 읽어도 멋진 한 권의 책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날은 아버지의 목이 아프셨던 2015일째이다. 이들의 리딩프라미스가 의미있는 건 시간이나 내용이 아니라 하겠다는 의지와 해냈다는 성취감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왔다. 그들을 전통적인 의미로 화목한 가족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서로의 행복을 존중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상황을 유지하며 자신들만의 전통을 화목하게 만들어가는 가족이라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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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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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안도현 시인은 뺏고 싶은 제목이라고 했다. 나 역시 이 책이 가진 가장 첫 아름다움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바람이 좋다 당신이 분다



바람과 당신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아름다운 주어라는 생각에 그만 오래 숨을 멈추었다.



개인적으로 여행산문집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단숨에 읽어내려간 이 책이 의아했다. 비오는 낮 작은 음악 소리를 배경삼아 혼자 있는 저녁, 남겨진 조금의 책을 읽어가며 이 책이 주던 묘한 느낌의 답을 알게 되었다.



잊고 있었던, 놓치고 있었던 내 마음의 가장 여린 부분을 열어놓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그러니 당신이 좋을 수 밖에. 내가 웃는다. 그리고 또 웃는다. 불특정한 당신 때문에.



나는 그처럼 떠날 수 없다. 나는 그와 정말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낯선 공간도 거리낌없는 몸짓도 내겐 불가하다. 하지만 나는 그처럼 느낄 수 있다. 나는 그와 정말 닮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매 순간 여행자라 그가 느낀 모든 것이 내게도 유효하다.



당신이 내게 알려준 모든 질감을 기억하고 싶다. 당신이 내게 보여준 모든 색을 만지고 싶다. 당신이 내게 말해준 비밀을 당신에게 털어놓고 싶다. 당신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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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7-0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자인거죠? 왠지 친근한 느낌이에요.^^
운전자가 눈감으면 상당히 위험해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눈을 같이 감는다는 것,
문득 그런 생각하며 나쁘지 않구나, 이런 느낌 드네요.
이 책은 표지가 아주 끌려요. 이전의 '끌림'도 안 읽어봤지만
이병률의 시집은 가끔 아무 곳이나 들춰본답니다.

그렇게혜윰 2012-07-10 16:00   좋아요 0 | URL
너무 평범한 글씨체라 그런가봅니다. 이건 좀 힘을 줘서 네모 반듯하게 쓴거에요^^ 아, 이 필사본은 문학동네에서 페이스북에서 쓰신다고 하신 거라 눈에 익으신 것 같기도 하네요^^
 
자연의 미술가 - Art in Nature
김해심.존 K. 그란데 지음 / 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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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현대미술에 대해서 공부할 때 대지 미술가들에 대해 잠깐 알게 된 적이 있다.  

그들을 화가로 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말 잠시 고민했었다. 하지만 데미안 허스트나 제프쿤스 등 YBA 미술가들의 작품을 보자면 화가의 범위는 그야말로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 별 문제 없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다 이번에 김해심과 존 K. 그란데의 <자연의 미술가>를 읽으면서 그 결론으로 결정짓게 되었다. 자연을 이용한 예술이 아닌 자연 자체가 예술인 이들의 예술 세계를 보자면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어쩌면 현재 가장 결핍된 아름다움을 그들이 표현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행위로 인해 그나마 우리는 아름다움의 결핍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책에는 9팀의 자연 미술가들이 나온다. 우리 말로는 자연의 미술가라고 했지만 영어로 Art in Nature이니 자연 속 미술가가 된다. 다시 말해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그들은  자연 속에 있는 동시에 자연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둘 다를 의미하는 말을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9팀의 미술가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의 가치에 따라 자신만의 표현을 한다. 가령, 앨런 손피스트는 자연 환경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는 것을 중요시 여겨 스스로 동물의 우리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보난도는 삶을 반영하는 예술을 구현하여 실제로 생명이 살 수 있는 섬을 만들어주고 자연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꾸준히 반영해 왔다.

 

개인적으로 보난노가 젊은 예술가들의 표현에 대한 언급을 했을 때 가장 많이 공감했다. 자연 예술 작업을 하려면 그것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과정이 필요하며 자연에 대한 존중과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일부 젊은 예술가들은 자연을 가상 세계처럼 표현하여 상실감이 든다고 했다. 농부의 마음이 아닌 디자이너의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도 돌이켜 볼 수 있게 되었고, 자연 예술을 한다고 그것이 모두 자연을 위한 것이 아님을 경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의 생각에 동의할 때 마지막에 소개된 패트릭 도허티의 미술 세계는 개인적으로 달갑지 않았다. 그가 왠지 보난노가 상실감을 느낀 그런 자연 예술을 하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신비롭고 매력적이지만 뭔가 차갑고 멀리 느껴졌다. 작가들은 그의 작품이 시각적이고 사회적이고 민주적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중에서 시각적이라는 말 밖에는 긍정적인 말로 들리는 말이 없었다. 가장 인간의 손을 많이 탄 자연을 흉내낸 미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다른 작가들과 가장 통일성이 떨어져 작가들이 왜 이 미술가가 여기에 포함이 되는지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한 사람은 가장 원시적이고 토테미즘적인 그래서 가장 자연과 가깝고 그래서 더더욱 인간 그 자체에 가까운 작품을 만든 조각가 크리스 부스이다. 자연은 역사의 증인이다. 따라서 그 속에는 인간의 시간이 들어가 있다. 크리스부스는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작품 활동을 한다. 또한 원주민과의 협업을 통해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의 미술을 현대 사회에 구현해 놓는다. 흥미롭다. 시간을 담고 있되 하나의 시간이 아닌 과거와 현재 두 개의 시간을 담은 그의 작품은 함축적이고 아름답다.

 

자연의 미술가들에 대해 이렇게 집중적으로 알아볼 기회가 일반인인 나로서는 흔치 않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 대하여 생각해볼 기회도 갖고 또한 '아름답다'라는 말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를 찾아보는 계기도 된다. 영국의 YBA 화가들처럼 왠지 이들도 젊은 예술가가 아닐까 했지만 이들은 대개 이미 노인에 가깝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자연의 의미를 잃지 않게 애쓴 사람들이 있다는 데에 놀랐다. 모두가 앞을 향해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던 때에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그로 인한 결핍을 미리 알고 그것을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한 사람들이 있어 고맙다. 그런 사람들이 내 가까이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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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자동차의 하루 아티비티 (Art + Activity)
조엘 졸리베 글, 장-뤽 프로망탈 구성, 정지현 옮김 / 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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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어린이책잔치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오길 기다렸는지 모른다. 아마 신간 평가단이 아니었다면 당자아 샀을 것이다. 전혀 할인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더라도 말이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아들을 가진 어미로서 그만큼 이 책은 매력을 너머 마력이 있었다.

 

리처드 스캐리의 복잡한 그림 이야기들을 보며 엄마인 나는 좀 정신이 없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아이는 그 책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고 시리즈인 다른 책들을 또 그렇게 읽고 또 읽었었다. 덕분에 복잡한 그림의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호기심이 분명 강하게 있다고 믿게 되었다. 물론 아이의 성향과 발달 단계상의 차이가 있겠지만.

 

<빨간 자동차의 하루>는 빨간 자동차 라피도가 배달할 물건들을 배달하는 과정을 자세한 그림으로 나타낸 그림책이다. 판형이 꽤나 크고 우리나라 보통의 그림책과 달리 표지가 양장이 아닌 점이 개성있어 보였다. 그림 역시 판화같기도 하고 컷도안 같기도 한 독특함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무척 좋았다.

 

게다가 들춰보고 그 안의 것을 확인하는 것을 좋아하는 유아들에게는 그 점 또한 크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더욱이 가장 독특하면서 좋았던 것은 들춰보기를 하지 않으면 글밥이 없다는 점이다. 글은 들춰본 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것! 들춰보기를 하지 않으면 않는대로 그림의 역할을 잔뜩 느낄 수 있고, 들춰보는 과정을 하면 그 과정이 놀이가 되고 또 글로서 확인되는 다양한 효과가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배달 장소가 각기 다른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사회적 시야를 많은 부분 충족시켜준다. 라피도는 배달을 떠나고 배달을 완료하지만 라피도가 배달한 것은 전구, 식빵, 저울, 털실 등이 아니라 작은 것에도 느끼게 되는 호기심과 관찰력이 아닐까?

 

한 번보고 두 번 보고 열 번 보아도 또 볼 것이 있는 책, 라피도가 배달해주는 <빨간 자동차의 하루>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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