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분명 11시 쯤 잤는데 6시부터 깨서 사람을 들들 볶는 아들 ㅠㅠ 멍때리며 한참 보낸 것 같은데도 8시더라구요. 그래서 각자 우리집에 있는 그림책 중 제일 좋아하는 책 10권 고르기를 했답니다. 그 내용을 소개해 봅니다.

 

일단, 엄마가 뽑은 BEST10

 

 

 

1. 넉 점 반 : 바로 옆집에 시간을 물으러 간 아이가 해가 꼴딱 져서 집에 와선 넉 점 반이라고 하는 게 무척 사랑스러운 시예요. 네 살 때 아이가 정말 좋아해서 정말 수백 번 읽어준 것 같아요. 이 책을 통째로 외더니 어느 날 한글을 읽었어요.

 

 

 

2. 마음의 집 : 이 책도 네 살 때 산 거 같은데 결코 쉬운 책이 아닌데 아들이 굉장히 인상깊어했어요. 

바로 그 때문에 이보나흐미엘레프스카를 좋아하게 된 책입니다.

 

 

 

 3. 프레드릭 :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책이에요.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책이에요. 생쥐 사회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은 원서로도 읽어주고 그래요 구린 발음으로 ㅋㅋ 아이는 맨 마지막 "나도 알아."에 함박 웃었어요^^

 

 

 

 4.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이 책을 처음 보고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몰라요.

"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라고 소리치는 동물들의 표정이 살아있어요.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봤는지 책이 너덜너덜해졌어요.

 

 

 

 5. 파도야 놀자 : 이수지 작가의 그림이 참 좋은데 개인적으로는 글밥이 없는 그림책이 더 좋아요. 처음 만난 파도에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끼던 아이가 파도와 하나가 되는 그 모습이 정말 잘 그려졌어요. 

 

 

6. 꽃이 핀다: 역시 공부할 때 처음 만난 책인데 색이 너무 고왔어요. 오방색으로 나타낸 우리 주변의 꽃이 정말 아름다워서 한 권 더 사서 식탁 아래 그림만 끼워뒀어요. 지금도 그렇게 쓰고 있어요.

 

 

 

 

 7. 마지막 거인 : 아마 어떤 계기로 읽게 되었는데 읽자마자 가슴 가득 차오르는 먹먹함이 있어요. 어른들에게 선물로 주곤 해요. 그림책이지만 매우 글밥도 많고 페이지수도 많습니다. 엄마를 위해 권해드려요. 제게는 이 중 최고의 책입니다.

 

 

 

8. 누가 누구를 먹나 : 보림에서 좋은 책 많이 출간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이 가장 좋아요 전. 낯선 작가의 그림책이고 색도 없건만 먹고 먹히는 관계, 그리고 삶과 죽음의 관계에 대해 심플하면서도 인상적으로 그린 그림책이에요. 아이들 반응도 좋아요.

 

 

 

 

9. 모두가 책을 사랑한 세상 : 그림이 정말 멋있어요. 일전에 아이 독후활동한 것도 보여드렸지만 어떤 책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10.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 : 어릴 때 코미디로 처음 만난 옛이야기를 이렇게 그림책으로, 그것도 굉장히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만나니 반갑더라구요. 이 책 처음에 사고 온 식구가 사랑에 빠졌더랬어요 ㅋㅋ

 

 

 

 

다음으로, 아들의 BEST 8

- 제가 보기엔 100층짜리 집토마토 절대로 안 먹어가 포함되어야 할 것 같은데 오래 전에 사랑한 책들이라 배신 때리더라구요 ㅋㅋ 

 

 

1. 누가 누구를 먹나

2. 모두가 책을 사랑한 세상

3.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

- 아이와 제가 모두 사랑한 책이네요^^

 

4. 짖어봐 조지야 : 정말 글밥이 적잖아요? 근데도 그렇게 재밌나봐요^^ 어쩔 땐 영어로 자기가 읽는다고 다 틀리게 쏼라쏼라 해요. 쿡TV에서 애니메이션 동화책으로도 보고 그럽니다.

 

 

 

5. 생쥐네 집은 누가 지킬까? : 정말 아무 정보 없이 얻게 된 책인데 무지 열심히 봤어요. 얼마나 열심히 봤던지 책 귀퉁이가 마치 쥐가 갉아 먹은 듯 ㅋㅋ 제가 보기엔 그림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어 좋았던 그림책입니다. 오늘 꺼내 보더니 또 읽고 싶다며 읽어달라고해서 읽어줬습니다.
 

 

 

 

6. 애벌레 기차 : 기차를 좋아하던 끝무렵에 만난 책인데 이젠 기차책 시들하겠거니 했는데 웬걸 이 책을 자세히 보며 재미를 찾더라구요. 곤충들 모습하며 글자들 등등. 책을 살펴볼 나이이구나 싶은 생각이 새삼 들더라구요.

 

 

 

7. 슈퍼 거북 : 아이가 처음 읽었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준 적도 있는데 아이들도 좋아하더라구요. 혹시 책 읽어주러 봉사 가시면 이 책도 괜찮습니다.

 

 

 

8. 밖에 나가 놀 거야 : 그림책의 위대한 발견, 전시회를 가기 전에 집에 모 윌렘스 책이 하나도 없기에 샀어요. 아들은 이 책은 되게 좋아하는데 토끼가 사라졌어는 별로 안좋아하더라구요. 이거 되게 어린 애들이 읽는 것 같던데 긴 글에 피곤했나?? 싶더라구요^^:

 

 

아무래도 아들은 최근에 읽은 것 위주입니다. 그나마도 공룡 책 빼라고 해서 그렇지 안그랬으면 다 공룡책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제약으로 인해 포함되지 못한 공룡그림책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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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boxpub 2014-08-06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위에 그래도 애한테 읽어준 넉점반 과 야,기차에서 내려, 김수한무
요렇게 세권이나 있네요...그나마 다행이군요
많이 읽어주지 못했는뎅~~
좋은 책 많이 보고 갑니다.

그렇게혜윰 2014-11-10 21:48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읽어주셨네요^^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책이에요^^

해라 2014-11-10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보고 장바구니 다 담았더니 터지겠어요.
일차로 오늘 한번 털어야지.
으흣 :) 땡스땡스!

그렇게혜윰 2014-11-10 21:48   좋아요 0 | URL
으히히!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군!

그렇게혜윰 2017-05-07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때 아들이 7살. 아직은 동생이 없던 외동이 시절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 같다. 인상파 화가의 그림과 릴케의 그림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지는 몰랐다. 표지도 편집도 맘에 드는 시집이다. 시집을 더 소장하게 만들게 하는 만남이다.

 

릴케의 시 중 전기 작품에 속하는 작품들을 엮은 책으로 후에 후기 작품들을 모은 릴케 시집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첫 시집>에서 느껴지는 풋풋한 감성과 이후 <초기 시집>이라 붙여진 장에서 소개된 시들에게 느껴지는 성숙하고 사색 깊은 느낌이 무척 좋았다. 틈틈히 옮겨 적고 싶은 마음이 든다. 종교적 색채가 많이 나는 시들은 아무래도 공감이 덜 된다.

 

 

 

 

 

 

오랜만에 시오노 나나미의 에세이를 읽었다. 르네상스 저작집은 에세이가 아닌 게 맞지? 사실 그녀의 글은 대체로 인문서와 에세이 혹은 소설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에세이가 분명하다. 최근작인 [십자군 이야기]를 내기 전까지 그녀가 이곳 저곳에서 쓴 글들을 편집자가 엮어 출판을 제안한 책이라고 한다. 물론 이후의 시시콜콜한 것은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그녀의 책에 아주 깊게 관여한다.

 

30년간의 글이 한데 모였는데 그녀의 글은 나이를 먹지 않는가 보다. 글간의 시차를 느끼지 못했다. 시오노 나나미를 좋아하는 이라면 애정을 갖고 읽을 만한 책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 번 알아보는 차원에서 읽어보아도 좋겠다.

 

글은 사람을 나타낸다고 하는데, 먹는 것 역시 사람을 나타낸다. 「생각의 궤적」p122

서평은 평을 당하는 책의 평이 아니라, 평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의궤적」p405

 

뜨끔뜨금한 문장들이다.^^;;

 

 

 

 책도 책이지만 이 책의 저자인 '아작'에 대한 놀라움이 컸다. 반가움이라고 해야하나? 아줌마 작가 모임이라는데 그 호칭을 전면에 내세운 그들의 용기는 무모하지 않았다. 문장도 그렇고 끌어당기는 힘도 그렇고 좋은 글이었다.

 제목은 조지 6세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이 책에는 조지 6세와 그의 언어 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고흐와 테오, 마르크스와 엥겔스 등 많은 쌍의 인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위인전을 읽을 나이에 같이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은 '서양 역사 속의 인물 편'이고 '한국 역사 속의 인물 편'도 있다고 하니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선물용으로도 좋겠다.

 

 

 

  경주에 다녀올 때 [우리 아이 첫 경주 여행] 책을 들고 다니며 유용하게 썼던 경험이 있어 강화도 여행을 앞두고 이 책을 읽어보았다. 강화도를 네 개의 구역을 나누고 여행 계획을 짜주는 것이 좋았다. 책을 보니 내가 주로 1, 4구역 위주로만 다녔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엔 2,3 구역으로 다녀보아야겠다. 마침 그 구역에 공룡 전시관도 있다고 하니 한참 공룡에 빠진 아들에게 좋을 듯 싶다. 옥토끼는 너무 비쌌다ㅠㅠ

 

 

 

 

 

박람강기 프로젝트3인 레이먼드 챈들러의 [나는 왜 글을 쓰는가]를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아서 이 시리즈는 믿을만 하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이 바로 시리즈의 첫 책인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였다. 제목이 얼마나 기가 막히게 좋은지! 게다가 찰스 디킨스와 윌키 콜린스의 여행기라고 하지 않는가. 아차, 내가 그 둘의 작품을 뭘 읽었지??? 그래서 그런가 결론적으로는 내 취향은 아니었다. 박람강기 프로젝트를 구입할 때 작가가 내 취향과 맞는지 미리 생각해봐야겠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트친들이 이 책이 출간될 당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작가의 이름과 '친구'라는 상투적인 제목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읽는데 좋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낯선 이야기에 이방인의 감정을 느꼈다면 아마 그 소설은 그리 좋은 소설은 아닐 것이다. 분명 내게 낯선 모든 것임에도 왠지 나는 키부츠 안에 살고 있는 그 어떤 여인일 것만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와 <에스페란토>가 무척 좋았다.  좀더 여유 있게 읽었으면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시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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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6-25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이야기> 시리즈 이후로는 안 읽어봤는데, 우와~ 이런 멋진 글이....

글은 사람을 나타낸다고 하는데, 먹는 것 역시 사람을 나타낸다. 「생각의 궤적」p122

서평은 평을 당하는 책의 평이 아니라, 평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의궤적」p405

점심에 라면 끓여 먹으려고 하는데, 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ㅋㅎㅎㅎ

그렇게혜윰 2014-06-26 09:58   좋아요 0 | URL
저도 괜히 부끄러워지는 구절이었어요. 아마 식탐을 부린 직후에 저것을 읽지 않았나 싶어요 ㅋㅋ 시오노 나나미는 글에 자뻑이 과하긴 하지만 읽을만해요 ㅋㅋ

봄밤 2014-06-2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사이>, 아모스 오즈의 단편?이군요! 그의 단편은 어떨지, 얼른 만나야겠어요.

그렇게혜윰 2014-06-26 09:58   좋아요 0 | URL
딱 꼬집어 어떻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서늘한 깊이가 느껴진달까요? 그런게 좀 있는 것 같아요.
 

요즘 허리가 아파 컴퓨터를 좀 멀리하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리뷰도 덜 쓰게 된다. 읽는 거야 앉아서도 읽지만 서서도 읽고 누워서도 읽을 수 있으며 그저 읽고 밑줄 치고 조금씩 옮겨적기는 한다만 진득하니 앉아서 써야하는 리뷰는 쓰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아무 기록도 하지 않는다면 좀 서운하니 이렇게 페이퍼로 남겨둔다.

 

1. 레이먼드 챈들러의 책을 두 권 읽었다.

 

 

 

 

 

 

 

 

 

 

 

 

시작은 북스피어 사장님이신 마포 김사장님(@hongmin76)과 트윗을 주고 받으면서였고 결국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를 구입하게 되었고, 읽다보니 챈들러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근래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자주 접하게 된 이유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하루키가 챈들러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특히 글쓰는 습관이 그러하다고 많이 알려져있다. 실제로 하루키가 인용한(하루키는 출처를 알지 못했던) 편지가 이 책에 실려 있으니 궁금했던 사람들은 아주 가려운 곳을 긁어내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작품론, 작가론, 할리우드, 필립 말로, 일상으로 나누어진 편지들을 우선 일상을 먼저 읽고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었다. 나는 챈들러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잘한 것 같다. 가장 재밌었던 건 아무래도 생각과 감정을 포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동시대 작가들에 대한 일종의 품평이 담긴 <작가론>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북스피어에서 출간중인 '박람강기 프로젝트'가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언젠가 내가 침을 꼴깍 삼켰던 책들이었다. 최근엔 마쓰모토 세이초의 책이 출간되었으니 역시나 침을 꼴깍 삼켜본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를 통해 그의 작품 중 최고라 불리는 것이 [기나긴 이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하기에 필립 말로를 만나는 첫 작품으로 그 책을 택했다. 두 말 할 것 뭐 있겠나? 나는 필립 말로에게 매력을 느꼈다. 챈들러의 탐정 소설은 마치 소설책 몇 권을 읽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머리도 마음도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조만간 [빅슬립]으로 두번째로 필립 말로를 만날 생각이다. 챈들러는 참 잘 쓴다.

 

2. 첫 독회의 책이었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다 읽었다.

 

난생 처음 '독회'라는 것을 해 보았다. 주변에서 책 좋아하는 사람 찾기 힘들고, 그 책이 나와 취향이 맞기는 더더욱 힘들고, 함께 읽기는 가능이나 할 것인가 했었는데 가능하게 되어 시작한 독회였다.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잡담을 나누고 차도 마시다 어느 순간 '내가 먼저 읽을까?'하는 말로 시작하여 네 번의 만남 끝에 이 얇은 책을 함께 다 읽었다. 사강의 에세이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 이 책이 어떨까 싶었는데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있을 법한 모든 감정'들이 이 소설 안에 다 들어있다는 말로 정리하련다. 사강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섬세한 소설가이다. 그녀의 모든 묘사들을 이 책을 소리내어 읽은 우리 두 사람 모두의 가슴을 움직였다. 이 책 다음으로 밀란 쿤데라의 [느림]을 읽고 있는데 이 책보다는 읽으면서 좀더 집중을 해야하지만 소리내어 읽는다는 것의 매력을 새삼 느끼는 중이다. 

 

 3. 김연수

최근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 +]가 나와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터였다. 그러니 나는 어찌했겠는가? 가장 나답게 [청춘의 문장들]을 읽기 시작했다. 고민은 없었다. 김연수 작가의 책을 별로 읽지 않았고 그러하기에 굳이 [청춘의 문장들]이 있는데 +를 살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궁금했다. 좋아하는 분의 추천이 있던 책이라 그래도 왠만하면 이 책은 읽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아, 이 분, 동양삘 나신다. 내 과다. 다만 의외였던 느낌은 있다. 강연회 때 뵙기론 그리 정적인 느낌이 아니었는데 한시를 마구 날려주시니 낯설면서도 기대되는 느낌이 있었다. 소설에도 도전해야겠다. 집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 다행히 있다. 요즘 김연수 작가의 재번역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니 나는 역시 나답게 조만간 구판 [대성당]을 읽을 것이다. 신간을 제때에 읽는다는 것이 내겐 참 낯선 일인데 언제부터인가 가끔 최신간을 읽고 있다. 불현듯 나답지 않다는 생각이 스친다. 영화도 늘 비디오로 나올 때 보지 않았던가!!!! 그래도 요샌 비디오 빌리기 힘드니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게 좋겠다며...

 

4. [피어나다]

 <도서관 문학작가 파견 작품집>이라는 타이틀로 출간된 세트 중 하나인데 알라딘 검색이 안된다.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피어나다]는 도서관 문학관 파견 시인들의 시를 모은 책으로 400쪽에 가까운 시들이 그득하다.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이름 김산 시인의 이름 때문에 읽었는데 박판식, 문성해, 이길상, 이승희, 김일영 시인의 시도 좋아서 옮겨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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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읽고 있는 책

정민 [한시 미학 산책] - 난 그저 시를 원했는데 매우 전문적인 책.

지그문트바우만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 -사서 봤어야 하는 건데 싶은 마음!

김중혁 [당신의 그림자는 일요일]- 빨책에 맞춰서 읽기 시작.

시오노나나미 [생각의 궤적]- 역시나 솔직하신 여사님!

밀란쿤데라 [느림] - 나의 두번째 독회 도서. 한 4주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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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꼭 로쟈님 글 제목 같기도 하다만 아니라서 낚인 분들께 죄송. 또한 이 세 사람이 관련이 있나 싶어서 오신 분들께도 미리 죄송. 그저 어쩌다 보니 최근 세 권이 이 세 사람에 대한 책이었을 뿐이었나이다.

 

[중국행 슬로보트]를 읽고선 무라카미 하루키가 궁금해져  [하루키 스타일]을 읽다보니 하루키에 대한 작가의 느낌이 달달하여 에세이를 읽는 듯 했고 간간히 전해지는 필력이 좋아 그 전작인 [손석희 스타일]을 찾아 읽었다.

 

 

 

 

 

 

 

 

 

 

 

 

우선 [하루키 스타일]의 경우는 이 세상에 나온 하루키의 글과 거기에 담긴 생각을 한데 정리한 '하루키의 모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루키에 대한 그 어떤 책들보다 하루키를 많이 알게 해 주었다. 세련된 책 표지와 편집과 더불어 주로 내 스타일의 글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많은 책을 써낸 작가인 만큼 필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하기에 달렸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와 같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멋진 말들도 많이 실려있지만 그것들에 연결 고리를 만들면서 쓴

단순히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 '재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삶의 태도이자 철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향 감각이 있어야 한다.

과 같은 작가의 소리도 매력적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더구나 이런 책의 경우 중언부언인 때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그런 면에서도 담백했다.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굳이 [손석희 스타일]을 도서관 서가에서 찾아 읽었다.

 

[하루키 스타일]이 작년 초에 나오고, [손석희 스타일]이 2009년에 나온 만큼 제목은 비슷해도 모든 면에서 많이 차이가 났다. 물론 최근의 [하루키 스타일]이 훨씬 좋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책은 에세이나 오마주의 느낌이 드는데 반해 [손석희 스타일]은 자기계발서의 냄새가 많이 난다. [하루키 스타일]을 읽으면서는 하루키가 내게 아주 가까워진 느낌인데 반해 [손석희 스타일]을 읽고 나서도 물론 손석희란 인물에 대한 호감은 있지만 가깝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후자의 경우 '성공'이라는 키워드에 주제를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모양이다. 아마 그때엔 그런 책들이 유행이 아니었겠나 짐작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필력은 다소간 느낄 수 있었다

 

철학이 있는 준비가 철학이 있는 시작을 만들고, 철학이 있는 시작이 철학이 있는 변화를 만들고, 철학이 있는 변화가 철학이 있는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

라는 글은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좋은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손석희는 말을 하는 사람인 만큼 손석희에게도 좋은 말들이 많이 흘러나왔다. 그것을 역시 저자는 놓치지 않는 것을 보면 진희정 작가의 정리 능력은 인정할 만 하다.

"전 지도층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민주사회에서 지도층은 없으니까요."

2005년 <시선집중>에서 한 말이라는데 지금 그의 행동을 보자면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생각은 한결같음을 알 수 있다. 저자가 한 말처럼 손석희의 방송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한결같고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의 방송은 늘 의미 있는 변화와 흐름의 중심에 놓여 있다.

 

하루키건 손석희건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누군가는 시큰둥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 책들이 더 확고해지는 역할을 해 줄 것 같다. [손석희 스타일]에서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심리학자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좋은 경험을 나눈 사람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루키는 책으로 우리와 좋은 경험을 나누었지만 안타깝게도 선인세 문제로 인해 나쁜 경험도 함께 갖고 있다. 그래서 그에 대한 호불호가 더더욱 갈리게 되기도 하였다. 손석희의 경우 JTBC 사자으로 취임하면서 사람들에게 실망과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받았지만 이번 세월호 보도로 인해 그는 우리와 경험을 바른 방식으로 공유했다. 그래서 우리는 손석희에 열광했다. 우리와 최악의 경험을 공유하는 스스로가 지도층이라고 여기는 그 사람들을 떠올릴 때 누가 당신들의 이름을 걸고 [000 스타일]이라고 불러주기나 하려나 묻고 싶다.

 

문득 시오노나나미가 [남자들에게]라는 에세이에서 쓴 '스타일'의 정의가 생각난다.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그런 줄 아는 것이 스타일이다.

 

이 두 책의 사이에서 읽은 책도 우연히 사람에 대한 책이다. 지금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가 아닌 16세기에 살았던 기생 매창에 관한 학술서 [이매창 평전]이다.

 

  [매창 시집]은 들어봤지만 그녀에 대한 평전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것도 교육대학의 국어교육과 교수가 쓴 기생의 평전이라니 조금 의외이긴 했다. 하지만 김준형 교수는 이매창에 대하여 모든 것을 이 책에 실은 듯 했다. 매창이 기생인지라 그녀와 에피소드가 있는 남성의 입장에서 그녀가 조연 혹은 여주인공처럼 등장한 경우는 왕왕 봤지만 이렇게 그녀가 원톱으로 나머지 모든 남성들이 조연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처음이라 신선했다. 더욱이 학술서의 성격을 띠고 있는지라 자뭇 진지한 책의 성격이 매창을 좀더 고귀한 인물로 느끼게 해 주었다. 더더욱 김준형 교수는 글을 쉽게 잘 풀어쓰는 능력이 있으신 듯 인물에 대한 정보와 흥미를 모두 만족시켜주었다. 특히 그 자신은 후대의 사람들이 매창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고 남말 하듯 하였지마는 그 역시 그러한 오류에 대해서는 한발짝 물러나 있었지만 매창에 대한 애정만큼은 숨기지 못하였다. 애정으로 가득 찬 평전의 느낌은 좋다. 위의 두 책처럼 가볍지 않지만 읽으면서 좋았더랬다.

 

매창과 당시 문인들의 좋은 시도 읽을 수 있고,

-매창 <스스로 한스러워1>

 

기생의 삶에 대한 각종 사료들도 접할 수 있었고 당시 조선 시대의 흐름도 살짝 짚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트위터로 허균의 천재적인 시 비평을 올렸더니 한 출판사에서 허균에 대한 책도 곧 나온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에 대해 아는 바가 너무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기대해 본다.

"권필의 시는 화장을 하지 않은 절대가인이 알운성으로 등불 아래에서 우조와 계면조를 번갈아 부르다가 곡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문득 일어나서 가버리는것과 같다"니!

 

이젠 이야기를 읽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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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6-08-13 0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준형 교수님 수업을 이번 여름에 들었는데 어찌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시던지요. 이게 전형적인 스토리텔링 수업입니다~~~ 하시더라고요! 이매창 책 검색하다가 살까말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마음의 결정을 내리게 해 주셨어요. ^^
 

대체로 신간 페이퍼는 관심이 가거나 살 예정이거나 갖고 싶다거나 그런, 엄밀히 말하면 뜬 구름 잡는 소리 같았다면(그 페이퍼는 대체로 나를 위한, 아이쇼핑과 같은 그런 종류의 페이퍼였다면) 이번에 소개할 신간들은 최근에 읽었거나 지금 읽고 있는 신간이라할 수 있겠다.

 

1.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 하세가와 히로시

 

 

 문학동네 임프린트 교유서가의 야심만만 첫 책이다. 사실 하세가와 히로시가 누구인지는 잘 몰랐고 허세가 있는 나는 '철학'이니 '명저'니 하는 말에 약하다. 그런 나의 성향을 제대로 간파한 책이고, 그 책은 좋아하는 언니 S에게 선물받았다. 지금 스무 쪽 가량 남겨둔 상태인데, 우선 허세에 비해 독해력이 떨어지는 나이건만 구성이 일목요연하고 작가의 문체가 배배 꼬인 곳도 없이 시원시원하여 잘 읽혔다. 추후에 관련 페이퍼나 리뷰를 쓸 예정이다만 나의 허세와 지적 결핍을 동시에 채워주는 그리고 더불어 나의 장바구니도 함께 채워주는 책이다.  

 

 

2. [행복이], 김초혜

   나는 김초혜 시인을 한 책에서 남편이신 조정래 소설가의 연애 편지로 처음 알았다. 그후 강화도 육필문학관에서 육필을 접했고 이렇게 책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이 책은 할머니 김초혜가 손주를 기르는 이야기를 쓴 책으로 아직 나는 읽기 전이고 친정 엄마를 먼저 읽게 하였다. 아무래도 손주를 다섯 살까지 키우시다 내가 육아를 전담하게 된 요즘 일이년 박탈감과 배신감으로 정체성 조차 잃어버린 친정엄마에게 어떤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엄밀히 말하자면, 책보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야 하건만 그게 잘 안된다. 딸들은 다 나쁘다ㅠㅠ

 

 이 책은 실물이 정말 예쁘다.

 

 

3. [하루키 스타일], 진희정

 

 

 신간의 범위가 갑자기 확 늘어진다. 2013년 9월에 출간된 책인데 도서관에 갓 들어온 따끈따끈한 도서관 신간이다. 사실 저자의 전작들의 제목만 보아도 내 스타일이 아님이 분명한데 요즘 하루키 씨에게 무척 호기심이 많은 나로선 이 책을 이끌리듯 집어들었고 순식간에 읽었다. '하루키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표지 디자인도 그렇게 문체도 그렇고 하루키에 대한 책으로는 손색이 없을 듯 싶다. 오죽하면 저자의 [손석희 스타일]이라는 책도 오늘 빌려볼 참일까?

 

 

 

그 외에 아직 읽지 못했지만 사거나 선물받는 등 득한 신간들을 소개하자면,

 

 

도정일 산문집. 말해 뭐하겠는가? 팟캐스트 문학이야기를 듣고나니 이 산문집이 더더욱 궁금하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공을 들이지 않는다더니 내가 딱 그짝이다. 늘 곁에 있으니 도리에 늦게 읽게 된다. 빌린 책은 빨리도 읽두만.

 

 

 

 

 

난 니콜라가 참 좋다. 요즘 이벤트로 책갈피 3종 세트도 준다는데 참 탐난다. 얼마 전 구입한 [쌍뻬의 어린 시절]과 어쩜 이리도 우연히 잘 만났는지.... 표지들을 이렇게 보고 있자니 읽고 싶어진다. 하루키 씨는 그럼 지금 당장 읽으라고 하겠지?^^

 

 

 

 

 

5월엔 지난 달 많이 사 둔 책들을 읽을 계획이다. 6월엔 국제도서전과 파주어린이책잔치가 있으니 굳이 사지 않으려 노력할 수고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물론 계획대로 되는 것은 없다는 걸 안다만 일단 말은 그렇게 해 둔다.

 

* 서울 국제 도서전 http://www.sibf.or.kr/

* 파주 어린이책잔치 http://www.pajubfc.org/

 

소박하게 개최되고 수익금의 일부가 좋은 일에 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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