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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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그녀의 삶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가 흥미롭다.

 

우리는 가끔 아주 먼 이국 땅에서 살아가고픈 마음을 가진다.

물론 그 마음은 매우 낭만적이고 많이 유치하다.

그러하기에 그런 마음으로 가고픈 마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실제로 가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그곳이 사하라 사막이라면.

 

싼마오 역시 처음엔 그런 낭만적이고 유치한 생각으로 그곳에 갔지만 오랜 방랑 생활로 단련된 그녀는 그 생각을 이내 접었다. 생각해보라. 문명이 거의 없는 생활 방식과 모래바람만인 자연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오랫 동안 낭만적 사고를 유지할 수 있을런지.

 

그러하기에 싼마오와 같이 이내 그런 생각을 접지 않는 이방인은 알콜중독자가 되거나 자살을 하게 되는 경우가 되고 만다. 사하라가 만들어낸 핍박 속에서 싼마오와 호세는 꾸준히 살아간다. 그것은 그녀가 말한 대로 '생활 속의 예술'을 이해하려 애썼기 때문에 그럭저럭 버텨 나갈 수 있었(138쪽)던 것이다.

 

벌어놓은 돈을 다 쓰고도 여행을 떠나는 여유로움, 물고기를 잡아 먹고 팔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 속에서도 잃어버리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품위, 적응을 위해 자신을 버리지 않는 용기와 자존심 그 모든 태도들이 그녀를 사하라에서 살게 했다. 물론 그녀의 남편, 호세 역시 그런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좋다. 이 사람이 좋다. 모든 면에서 이 책과 싼마오는 흥미롭다. 표지의 루소 그림도 마음에 들고, 1인 출판사인 '막내 집게'도 마음에 들고, 출판사의 대표이자 유일한 직원인 역자도 마음에 든다. 특히 그녀의 번역은 흠잡을 곳이 없다.

혹시 다음에 싼마오의 책이 나온다면, 이 출판사에서, 이 번역자의 이름으로 출판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나는 지금 이 변하지 않는 주변 환경 속에서도 여유롭지 못하고, 품위를 때때로 잃어버리며, 용기는 커녕 자존심도 가끔 챙기지 못한다. 전혀 흥미롭지 못한 삶의 태도이다. 지금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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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괜찮으세요? - 32명의 3학년 아이들과, 한 마리의 토끼, 한 명의 노총각 선생님이 벌이는 우당탕 리얼 교실 스토리
필립 던 지음 / 사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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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선택한 책인데 필립 던 선생님의 유머로 인해 무척 재밌게 읽었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특히 더 많은 경험을 공감할 수 있는 입장이기에 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학교라는 곳이 어쩌면 국경을 초월해서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놀라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물론 한 선생님이 특정 학년만 매년 가르친다던가, 가정에서 초대하여 선생님이 방문을 한다던가 하는 등 우리와 체제가 다른 면들이 곳곳에 보였지만  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는 내게도 그만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공통된 부분들이 매우 많았다.

 

개인적으로 나라는 사람은 혼자 일하고 혼자 생각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이다. 그런 내가 학교에 가면 마치 나란 사람은 사람들과 더불어 일하는 것을 무척 즐거워하는 사람처럼 되어버린다. 이 말은 곧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내 흥미에는 맞지 않으나 적성에는 무척 맞는다는 사실이 되어버리니 늘 아이러니하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던 부분이다. 실제로 아이들로 인해 던 선생님처럼 매일 매일이 전쟁터같고 소음 제조 공장 같긴 하지만 또 그 아이들로 인해 에너지를 얻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 직업에 대하여 나름대로 만족을 한다만 내가 왜 선생님이 되어야할까,에 대한 답은 스스로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 초반부에 그 답을 얻었다.

 

하지만 내가 선생님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이전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단어들과 음악, 책, 사람들, 숫자, 그리고 개념과 생각들을 그들에게 맨 처음 소개하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41쪽)

 

바로 이거다. 나는 내가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무언가를 알려줄 때 그것이 아이에게 역시 의미를 가질 때 나는 비로소 선생님으로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그것이 숫자이든 가치이든 무엇이든 말이다.

 

이 책에 나오는 3학년 아이들은 무척 사랑스럽다. 물론 매일 매일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전반적으로 봤을 때 말이다. 사실 아이들이란 생각해보면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매 순간 부딪힐 때에는 괴물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아이들이란 참으로 신기한 존재들이다. 그건 내 자식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던 선생님들의 아이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던 선생님의 아이들 이야기 중에 '도대체, 아이들은 왜?'라는 소제목에서는 정말 우리 아이들과 똑같은 점을 특히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모두 모두 고개가 심하게 끄덕여지지만 간단한 것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아이들은 왜 <끝>이라는 글자를 그렇게 대문짝만하게 쓰는 걸까?

아이들은 자기 생일이 오려면 앞으로 몇 날, 몇 시간, 몇 분이 남았는지 정확히 알면서 왜 언제나 점심시간이 오려면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는 것일까?

왜 우리 반 말썽꾸러기들은 마치 자석처럼 항상 서로에게 끌리는 것일까?

도서관에 책이 2만 권이나 있는데 아이들은 왜 하나같이 [나는 스파이]만 고집하는 것일까?

 

등등 정말 어느 항목 하나 빠지지 않고 이 먼 지역의 아이들과 똑같은지, 정말이지 신기하다.

 

'선생님들의 저녁 식사'라는 소제목에서 대화의 내용을 정치, 문화, 음악 등등으로 나누었지만 결국은 모두 '아이들'이야기라는 것에 대공감했다. 우리는 언제나 모이면 아이들 이야기밖에 안한다. 벗어나기 위해 노력도 하고 몸부림도 치지만 이제는 굳이 그러지도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이건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던 선생님 덕분에 유쾌하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긍정의 힘이 몸에 느껴지기도 한다. 이 느낌 오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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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간절히 필요한 순간,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적 유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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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퉁이가 접힌 주제들>

고양이와 개

 - 고양이는 고양이의 명예를 걸고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 개가 사람의 산책을 이끄는 것이다.

- 고양이가 쓸데없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게으르기 때무이 아니라 지혜롭기 때문이다.

 

;  고양이에게서 품위가 느껴진다.

 

목욕과 샤워

 - 정치적으로 샤워는 좌파 쪽에 위치해 있으며, 목욕은 우파 쪽이다.

 

; 난 욕조를 좋아하는데 이사 온 이후로 욕조가 없어졌다. 그래서 나는 점점 좌파 쪽으로 가나보다. 그래도 난 욕조를 꿈꾼다.

 

척추동물과 갑각류

 - 절지동물에게 있어서 단단한 것은 몸 바깥에 있고, 물렁물렁한 것은 몸 안에 있다. 척추동물에게 있어서는 단단한 것이 안에 있고, 물렁물렁한 것이 밖에 있다. 결과적으로 척추동물은 외부의 공격에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그들에게 치명적인 것일 수도 있고, 그 때문에 멸종할 수도 있다.

-확신으로 무장한 신자는 정신적인 평안을 누린다. 그는 그 평안이 보수주의자가 누려 마땅한 보상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 평안 안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귀먹음과 눈멂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 그러므로 당신들은 곧 멸종하겠군요.

 

시와 산문

 -생각에서 출발하는 건 산문, 시에서 언어는 가장 중요한 것

 

; 어머, 난 이제야 이걸 알았다, 바보!

 

유와 차

 - 가장 독일적인 작품이지만, 놀랍도록 넓은 지평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팽창된 개별성이라는 해결책이다.

-승화된 차별성이라는 해결책

 

; 유와 차는 결국 합의해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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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 어느 젊은 시인의 야구 관람기
서효인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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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써져서가 아니다. 

그저, 야구가 져서 그런다. (147쪽)

 

 

 우리에겐 늘 핑곗거리가 필요하다. 그 핑곗거리가 있는 삶이야말로 내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되기도 한다. 대체로 그 핑곗거리는 부모인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도 그래왔던 것 같다. 지금은?그렇다. 작가의 말처럼 의문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야구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쯤은 프롤로그만 읽어도 알 수 있다. 대놓고 야구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는 걸 뭐. 그는 시인이다. 다양한 야구 용어들을 정서적 의미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가령, 다음과 같은 용어들 말이다.

 

1) 벤치 클리어링

 - 당신과 나의 동해 바다 같은 오지랖으로 펼쳐진 위아래 없는 연대 의식

2) 파울

- "당신도 나도 아직 죽지 않았어. 그러니까 힘내"

3) 본헤드

- 너무나 인간적인 그.

  격려와 욕설의 회오리 속에 있는 사람

4) 번트

- 공을 달래야 한다. 자신을 숙여야 한다. 주자를 살려야 한다. 파울라인을 살펴야 한다. 주위를 배려해야 한다. 조용하면서 굳건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아껴야 한다. 세상을 두루두루 살펴야 한다.

5) 사인

 - 결과론을 향해 치닫는 과정의 치밀함.

     치밀함이 만들어내는 몸의 부호.

 

선수가 아닌 사람이 살아온 생 동안 꾸준히 야구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다니 서효인 시인은 그래도 뭔가 짜여진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인다. 내게도 배구를 사랑했던 시절이 꽤나 길었고 관련된 주책맞은 에피소드들도 몇 있지만 그 에피소드들이 이 책에서처럼 뭔가 내 삶과 생각을 짜 주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서효인이 아니기 때문인지, 시인이 아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라도 핑곗거리를 대고 싶다. 아버지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흥미로운 책이었고 아름다운 책이었다. 나는 야구의 규칙을 알고 있지만 - 대체로 스포츠를 하지는 못해도 규칙은 빨리 이해한다. - 흥미로워하는 스포츠는 아니다. 기다리는 시간 때문일 수도 있고, 실제로 보니 코딱지만한 선수들에 비해 너무 큰 존재감인 응원하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야구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흥미롭고 아름답다. 어쩌면 그이 시보다도 더 시 같은 글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꼽은 가장

1) 가장 시적인 내용 -시범 경기의 아버지들

2) 가장 시적인 구성 -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파울)

3) 가장 시적인 용어 - 본헤드

4) 가장 현실적이기에 가장 지루하고 찌질한 - 드래프트 되는 청춘들

5) 가장 이해가 안되는 - 268쪽 맨 아래 문장의 <니, >는 뭐니? 사투린가?

6) 가장 큰 허전함 - 205쪽의 '모범답안'이라는 글자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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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민음의 시 178
김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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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본적으로 긴 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물론 긴~ 시 중에도 집중력 있게 읽히는 시들도 있지만 나의 산만한 태도는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내가 집중력있게 읽는 긴~~시는 정말 매력 만점! 이라며~~ㅋㅋ

 

김산의 시는 대체로 한 쪽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게 참 맘에 든다. 길어봤자, 2쪽이다. 그 정도는 집중할 수 있다구요!

 

짧은 글 안에 맘껏 말을 가지고 노는 듯한 시들을 느낄 수 있었다.

시인 개인적으로 봤을 때 그리 도시적인 사람은 아닌데(아주 온화하게 표현하자면^^) 시는 지금 우리 젊은 사람들에게 더 살랑살랑 다가온다.

 

간결하고, 친근하며, 말의 재미가 있다.

말의 재미는 그의 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데, 아래의 '이 별의 이별'과 낭송 파일인 '미지의 미지'와 같이 제목에서부터 중의적인 단어들을 중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나의 기호와 닿는다.

 

개인적으로 말놀이를 좋아하고 말의 재미를 주는 글들을 좋아하는데, 김산의 시는 말의 재미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기에 대중의 기호에도 닿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산의 첫 시집 <키키>를 기다린 사람이 많은데, 그 중 나는 '이 별의 이별'을 옮기고, '미지의 미지'를 acustic cafe의 'long long ago'를 배경 삼아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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