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민음사에서 책과 공연을 패키지로 구매하여 연극을 먼저 보고 나서 드디어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을 읽게 되었다. 사실 겁을 많이 먹었더랬는데 단테의 시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지옥의 여러 고리에서 단테와 베르길리우스가 만나게 되는 수많은 죄인들은 실존 인물이었던 바 그 인물들을 알고 싶다는 욕망을 누르기가 어려웠다.

 

 

책을 반쯤 읽다 덮고 도서관에 가서 해설을 해주는 책들을 골랐다. 그중 한 권이 내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빌려서 함께 두고 읽었는데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왼쪽이 해설이고 오른쪽이 [신곡]이다. 보다시피 왼쪽의 책은 운문의 일부를 발췌하고 대부분은 저자의 해석이다. 그러다보니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 역시 일부만 수록되어 있다. 민음사의 [신곡]은 그림 자체가 다른 화가의 작품이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인데 귀스타브 도레에 비해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고 할까? 저 신을 엿먹이는 손동작을 보다시피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이 더 좋다만...^^;;

 

[신곡]을 읽으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도대체 어느 고리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각 고리 아래에는 구렁이 있는데 그 용어가 가끔은 섞여 사용되어 헷갈렸다. 그저 [신곡]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저 재미로 읽는다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도 있지만(뒤에 옮긴이 주가있어 대략적인 인물에 대한 설명도 참고할 수 있기에 자체만으로도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다.) 해설책의 인용구 번역과 비교해서 보면 단테가 신경썼던 각운이나 중의에 대한 번역이 좀 미흡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본문 옆에 일단 적어는 두었다만 내가 원문을 어차피 못 읽으니 별 소용은 없을 것이다.

 

 

 

 

 

지옥편을 다 읽고 정리하는 차원에서 고리, 구렁 등의 구분을 다시 한 번 살펴보다가 7고리와 8고리의 경계를 놓쳤다. 그리고 해설책에서는 '원'으로 민음사판에서는 '고리'로 용어가 다르고 다른 책에서는 '옥'이나 '환'으로도 한다하니 이건 뭐....전문가들끼리 좀 합의를 해서 용어 통일을 좀 해 주면 고맙겠다. 어쨌든 헤매다가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된 신곡의 목차가 명료하여 목차를 참고했다. 내 생각엔 그 판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두 권으로 구성된 것도 색다른 점이다.

 

 

 

 

 

 

 

 

 

 

 

일단 지옥편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이미 다른 판본을 가진 사람들은 참고해도 좋겠다.

지옥편地獄篇
제1곡 신곡 총서總序 / 38
제2곡 지옥의 서序 / 52
제3곡 지옥의 문 - 환외環外의 옥 / 65
제4곡 제1환 - 림보 / 78
제5곡 제2환 / 94
제6곡 제3환 / 107
제7곡 제4환, 제5환 / 118
제8곡 제5환 - 2 / 130
제9곡 디스의 문 밖, 제6환 / 141
제10곡 제6환 - 2 / 153
제11곡 제6환 - 3 / 166
제12곡 제7환 - 제1원 / 177
제13곡 제7환 - 제2원 / 190
제14곡 제7환 - 제3원 / 203
제15곡 제7환 - 제3원 / 217
제16곡 제7환 - 제3원 / 229
제17곡 제7환 - 제3원 / 241
제18곡 제8환 - 제1낭, 제2낭 / 253
제19곡 제8환 - 제3낭 / 266
제20곡 제8환 - 제4낭 / 279
제21곡 제8환 - 제5낭 / 292
제22곡 제8환 - 제5낭 / 304
제23곡 제8환 - 제6낭 / 317
제24곡 제8환 - 제7낭 / 330
제25곡 제8환 - 제7낭 / 343
제26곡 제8환 - 제8낭 / 356
제27곡 제8환 - 제8낭 / 370
제28곡 제8환 - 제9낭 / 383
제29곡 제8환 - 제10낭 / 396
제30곡 제8환 - 제10낭 / 408
제31곡 제8환과 제9환의 사이 / 421
제32곡 제9환 - 제1원, 제2원 / 434
제33곡 제9환 - 제2원, 제3원 / 447
제34곡 제9환 - 제4원 / 461

 

 일단 지옥편을 한 번 더 읽을 참이다. 그리고 연옥편을 읽어야하는데 아쉽게도 해설책을 쓴 윌리스 파울리는 지옥편만 강의한 모양이다 ㅠㅠ 연옥편은 그저 개인적으로 해석해보련다.

 

 

 

 

 

 

 

 

 

이 글을 쓰고 며칠 후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 너무 갖고 싶다. 더불어 그의 다른 책도 우왕~~~!! 읽어보니 [단테]를 이해하기에 정말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우왕~~ 너무 늦게 알았어 ㅠㅠ 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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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4-12-2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엔 <단테신곡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책이 있어요;;; 아직 읽진 않았구요. 평이 좋았고 반값하던 시절에 산 책이죠, 아마... ^^

그렇게혜윰 2014-12-27 10:14   좋아요 0 | URL
그책 빌리러 갔다가 슬쩍보고는 어려워보여 저 책을. . . 반값하던 시절이라. . . 그런 때가 있었ㅠㅠ
 

오래전 책을 정리하던 중 왠지 원하는 이도 있을까하여 올려본다. 알라딘에 팔아봤자 1000원도 못받으니 필요한 분이 있다면 ...단, 착불로..^^;;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시인과 소설가의 이름이 그저 반가운 책들이다. 2002년에 나는 이런 책들을 즐겨 산 모양이다. 아직 취향이 만들어지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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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4-12-2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동네 언니 주고, 원클릭으로. . .
 
구중궁궐 여인들 - 관능으로 천하를 지배한
시앙쓰 지음, 신종욱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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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겹 담장 안의 여인이라니 생각만해도 싫다. 우리나라 사극을 보다 중국 암투가 그려진 사극을 볼때면 그 잔혹함에 놀라곤했다. 표현이 달랐던 건지 아님 실상도 두 나라의 차이가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중국 궁궐녀들의 기가 더 셌다. 여인이라는 가늘한 호칭이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냥 구중궁궐녀!

책은 여러 구중궁궐녀들의 삶을 두루 다루다가 진시황의 어머니 조태후, 한고조의 부인 여태후, 한 성제의 여인들이었던 조비연과 조합덕, 측천무후, 양귀비, 송 휘종의 여인 이사사, 명 성화제의 만귀비를 집중 조명하고 미남들과 환관들까지 다루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개인적으로는 <모의천하>에서 조비연 역을 한 동려아가 워낙 예뻐서 실제로는 동생 조합덕이 더 예뻤다는데 인정할 수 없었다는^^;; 핵심은 그게 아니지만서도...


다른 이야기들도 색다른 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냥 재미삼아 읽을만 했다만 그녀들의 삶을 읽고나니 그냥 내 삶이 비교할수없이 낫다는 생각은 하게 한다. 일단 누구든 궁에 들어가면 행복 끝 불행 시작! 좀더 학술적이었으면 어땠을까, 주제자체가 자극적인데...이런 생각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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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4-12-17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찍고 다운받은 사진은 자동 삭제됨?^^;;

2014-12-17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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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우편함에서 고지서가 아닌 편지를 받았다. 우린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는다. 요즘 사람치고는 자주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곤 한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난 그저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 그건 단순히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행동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해진 사람으로서 취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누구에게 쓰지? 글쎄, 누구에게 썼을까?

 

이미 유명해진 소설가, 문학 평론가 및 어느 방면으로 아무튼 유명인이 된 많은 사람들이 책에 관한 책을 쓴다. 그들의 책조차도 사실 개성이 드러나지 않고 도리어 작가에 대한 실망감이 드는 경우도 있다. 왠지 책을 위해 글을 쓴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알라딘 서재에서는 이미 유명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다락방님은 그저 숨쉬듯 자판으로 생각과 마음을 꾸준히 입력해왔다. 사실 그것이 웹페이지로 읽힐 때에는 정제되지 않은 그의 날것을 취하는 매력이 있지만 이렇게 책으로 꾸려진 것을 읽자하니 맛있는 요리를 먹은 듯 하다. 어찌됐든 이 책은 글을 위한 책이지, 책을 위한 글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블로거들의 책은 다 그런 형식이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다 맛있지는 않은 것, 도대체 매력이 뭐지? 이런 생각, 하면서 읽었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선물했을 때, 그 책을 읽고 난 상대가 내게 했던 말이 불쑥 떠오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책을 좋아하는 네가 나쁜 사람일 리 없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나의 내밀한 마음을 조금이나 드러낸다는 뜻인 것 같다. (26쪽)

 

책에 관한 책이지만 사실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다. 그 점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고, 덕분에 이 책이 아닌 이 책을 쓴 사람에 대한 공감을 많이 하게 되었다. 책에 관한 책의 목적 중의 하나가 소개한 책을 함께 읽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이며 그러한 책을 선택한 독자의 경우에도 그 목적을 가지고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도 몇 권의 위시리스트를 만들어두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우월하게 저자의 책을 한 권 더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예쁜 옷을 입고 왔는데 아무도 예쁘다고 해주지 않아 서운했고, 족발과 잠을 모두 원해 족발 먹고 바로 잠이 들어 아침에 얼굴이 말이 아니라는 솔직한 그녀의 일상은 알라딘 서재에서 더 많이 접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버무려진 맛이 더 좋다. 어쨌든 다음 책을 읽고 싶다고! 어쩌면 소설을 기대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소설가가 되기를 꿈꿨따. 소설을 쓰며 먹고살기를 꿈꿨다기보다는 근사한 소설 한 편을 세상에 내놓는 것으로 만족하는 '소설을 썼던' 사람이기를 희망했다. 대단한 문학상을 받아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로 그리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문장들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읽는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못해도, 읽은 사람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내가 나 자신을 몰랐기 때문에 가졌던 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58쪽)

 

이 글과는 달리 속으로는 여전히 소설을 쓰고 싶어할 것 같다. 이 책에서 간간히 나오는 상상씬에서 나는 간만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졌으니 소설이 기대가 된다. 하지만 기대할 수 없는 것 한 가지도 있다. 바로 그녀의 결혼! 결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글을 읽을 때면 그녀의 행복 따위는 생각지도 않은 채 뜯어 말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결혼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고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말이 격언처럼 전해져 오지만 '사랑'에 관해서만큼은 단조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자연 소설 속에서 느끼는 공감이 지금처럼 펄떡이지는 않을 것이기에 다음 책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나만 해도 미혼 남녀의 사랑 소설에는 크게 관심이 생기지 않고, 유부녀의 외도라던가 남편을 잃은 여인의 슬픈 사랑에만 공감이 가니 말이다. 극히 개인적인 경향일 수는 있으나 삶이 그닥 다르진 않을 거다.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그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꼭 남편일 필요는 없어요, 아마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작가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어요, 남편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이유로. 극단적이지만 그럴 수도! 그러니 당신,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사랑의 감정을 계속 느끼면 좋겠어요!

 

마무리가 결혼 반대로 끝나버려 머쓱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이런 글을 쓰는 당신이 나쁜 사람일 리 없다." 그리고 "당신 글, 좋아요." "좋아요."는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인데 '좋아요'가 남발되고 있다며 삼천포로 빠지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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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0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12-09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요.
저는, 거의 빼먹지 않고 다락방님 페이퍼를 읽은 건 같은데, 알고 보니 제가 알라딘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더라구요. 책으로 묶여지니 더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많았구요.

저도 다락방님 소설을 기다리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렇게혜윰님 리뷰 덕분에, 그 마음이 더 애절해지네요. 잘 읽고 가요*^^*

그렇게혜윰 2014-12-09 12:08   좋아요 0 | URL
사실 글 따라 가느라 소개해주신 소설은 나중에 다시 확인했네요. 그만큼 글이 매력적이라는. 정말 농약같은 가시내 아니 다락방님입니다 그려 ㅋㅋ

건수하 2021-12-09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읽는 책인데, 혜윰님 리뷰 보니 반갑습니다~ :)

그렇게혜윰 2021-12-09 15:28   좋아요 0 | URL
7년 빨랐다며 뿌듯 ㅋㅋㅋ

독서괭 2021-12-09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정도면 북플베스트 아닌가요? 저도 오늘 몇꼭지 읽었습니다. 멋진 리뷰에 엄지척이요!!👍👍👍

그렇게혜윰 2021-12-09 15:42   좋아요 0 | URL
북플이 저 때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ㅋㅋ 감사해요^^
 
그림책 상상 그림책 여행
천상현.김수정 엮음 / 안그라픽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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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할 때 그림책에 대한 국내외 어린이문학 전문가들의 책들의 그림책에 관한 책들도 많이 읽었는데 대체로 그 책들이 마쓰이 다다시의 [어린이와그림책]을 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그림책상상]이라는 잡지와 웹페이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가지고 들락날락 했었다. 그때도 정말이지 굉장히 어려운 일을 하시는구나 싶었는데 그 잡지는 결국 얼마 안가 폐간되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미안하기도 했다. 정기구독을 했어야했는데....

 

그림책 만들기를 막 시작해 앞으로 만들 그림책 몽상에 푹 빠져 있을 때였다. 점심을 먹으려고 모든 직원이 함께 나서는데 천상현 사장님이 농담처럼 한 마디 하셨다. "그림책 전문 잡지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누가요?" "우리가!" 아........, 그때 나는 이 양반이 뭘 잘못 드셨나 싶었다. ('시작하며' 중)

 

바로 그 잡지의 특집 기사였던 세계의 그림책 자료들을 엮어 만든 이 책이 올해에 출간되었다. 상그라픽스의 잡지를 안그라픽스에서 만들어낸 것이다는 것은 나만 웃는 유머^^;;

 

사실 이 책의 가격이 비교적 높아서 나 역시도 도서관에 신청을 해서 1순위를 받아 읽었다. 읽으면서 속으로 '안돼 이건 사서 보관해야해!'라고 말하면서도 책장을 덮지 못해 결국 다 읽어버렸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읽고나서도 갖고 있어야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살짝 꼼수를 발휘해 얼마 후의 생일을 맞아 동생에게 선물로 사달라고 조르리라는 형식이 되어 크게 자랑스럽진 않지만^^;; 어쨌든 다 읽고 나서 내가 그림책에 대하여 좀더 눈을 넓게 뜨려면 이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러시아의 그림책 중 내게 가장 익숙한 것은 단연 영국과 미국의 그림책이었다. 그림책을 공부할 때에도 그들이 쓴 책을 읽으면서 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의 그림책도 상당히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내가 가진 그림책 중에서 많은 작품들이 이 책에 소개된 것을 보고는 뿌듯함과 동시에 그 작가들을 좀더 눈여겨보게 되었다. 사실 목차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앞으로 책을 선택할 때 하나의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세어보니 자그마치 63명의 그림책 작가이고 38군데의 그림책기관에 대한 소개이다. 그 어떤 책에서도 다양한 나라의 훌륭한 작가들의 그림을 이렇게 선명한 색감으로 소개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각국의 그림책 전문 출판사와 도서관 등의 전문 기관에 대한 글을 읽자면 왜 그들의 그림책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로알드 달의 책을 읽고 있어서 퀀틴 블레이크(영국)에 특히 눈길이 먼저 갔는데 그의 그림이 맘에 들었지만 그가 그림책 작가로서 뛰어난 명성을 가진 작가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야 알았다. 더구나 멋진 말씀 한 마디!

"나는 작업하면서 영감을 기다리지 않는다. 실은 영감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분명한 것은 영감이 찾아오려면 최소한 이미 작업 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48쪽) 그리고 무척 인상적인 그림책 작가 사라 파넬리가 그의 제자였다는 점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역시 요즘 그루팔로 때문에 다른 책들까지 관심을 갖고 보는 중인 악셀 셰플러(미국) 대한 소개도 눈길을 끌었는데 줄리아 도널드슨과의 합작은 꼭 읽어봐야겠다 싶은 마음이 더욱 강하게 생겼다.

 

또한 얼마전 브라이언와일드스미스(영국)의 책을 한 권 정리했는데 책을 포장하면서도 망설였는데 결국은 보내어버렸다. 대신 그 자신이 꼽은 자신의 베스트 [브라이언와일드스미스의 ABC]를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본다.  아울러 처음 알게 된 미국작가 와다가그의 [ABC버니]도 탐내본다. 내가 요즘 영어를 공부하느라 ABC에 관심이 많다^^;; 아, 그런데 그(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가 그녀가 아니었어! 그림만 보고 그가 그녀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때때로 그림책 작가들은 성별을 잘못 이해하곤 한다.

 

책을 읽다보면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가 있게 마련인데 각 작가별로 너댓쪽만 할애하는, 그것도 그림이 절반이 넘는 이 책에서도 작가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이 있었다. 가령,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미국)이 스페인 왕자와 스캔들도 있었고 화려한 사교 생활을 했다는 점이나 버지니아 리 버튼(미국)이 [생명의 역사]를 죽기 몇 년 전 무려 8년에 걸쳐 완성한 책이라는 점이 그러하다. 집에 있는 [생명의 역사]는 죽을 때까지 갖고 있을 거다!!

 

모리스 센닥을 비롯하여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유명 그림책 작가들의 이야기는 물론 더 흥미롭게 읽히지만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작가들을 새롭게 알게 되고 더 알아보고 싶게 만드는 점이 이 책이 가지는 부가적인 매력이 아닐까 싶다. 가령, 리디아 포포바(러시아)의 1928년의 [장난감]이라는 작품은 그림이 무척 매력적이라 읽어보고 싶어졌고,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독일)의 그림 중 하나는 기존 그림책에서와 달리 인어의 상반신이 다 드러나서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그 장면 때문에 국내 번역이 안된건가???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이는 아무렇지는 않은 걸 보니 어른이 문제야..!

 

- 리디아 포포바 그림, A. 올수피예바 글 [장난감] 중

 

 

 

 

-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어른이 되었을 때 도장을 찍을거야] 중

 

승맹구리야, 이 책 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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