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의 사생활 - 십대 사춘기 아이들의 감춰진 진짜 속마음
김지나 지음 / 한울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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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서 궁금증보다는 엄마로서의 궁금증이 더 커서 선택한 책인데 이 책을 쓴 사람이 교사이다보니 교사로서의 이야기가 더 많았다. 그래서 애초의 목적에는 조금 벗어났지만 여러 사례들이 공감이 가고 그에 대처한 교사의 태도가 나랑 비슷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우선 교사로서 공감이 갔던 점은 절대 평정심! 아이들의 흥분을 평정심이 아니라 같은 흥분으로 대할 경우 그 대화의 기선은 아이가 제압하는 것이다. 소리를 지르거나 악을 쓰는 아이를 같은 방법으로 이길 수 있는 어른은 없다. 그저 아이를 차갑게 식혀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신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어야 한다. "네가 이래서 저랬구나...어땠겠구나...그런데 저 친구는.....해서 ....했대. "

 

 절대 비난하여서는 안된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골든 타임에 대한 말도 공감이 갔는데 이건 사실 부모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교사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거짓말을 하는 아이는 저학년 때 그것을 잡아줘야지 어물쩍 넘어가다가는 고학년 때 거짓말을 일삼아 친구들이 피하는 아이가 될 수 있다. 사칙연산에 골든타임이 4학년 때이듯 거짓말이든 친구 관계든 골든타임은 분명히 있고 그걸 놓치면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적기 교육이라는 말에도 관계가 깊다. 초등 시절엔 그 시절에만 갖출 수 있는 인성이 있다. 학습을 앞지르느라 더 중요한 그 부분을 놓쳐버린 아이들이 자라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로서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요즘 아이들의 문제 중 하나는 지나친 부모의 간섭이랄 수 있는데 나 역시 뭔가 냇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불안해서 이것저것 챙겨주고 차단하고 하면서도 이러면 안된다 생각하곤 하는데 역시나 그걸 먼저 짚어주었다.  따돌림에 대한 이야기도 옳다고 느꼈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따돌림을 하는 아이나 당하는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 볼 때 사람에 대한 신뢰와 존중의 마음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사람 마음의 헛점을 나쁘게 파고드는 것, 그 책임에서 부모가 벗어날 수 있을까? 내 아이 마음에 생긴 구멍과 모서리를 살펴봐야겠다.

 

사례가 솔직하게 많이 실려서 이 선생님 이러다 트집 잡히는 건 아닐까 이런 오지랍 넓은 걱정도 되었지만 아이들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져 그런 걱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사실 내가 저학년은 별로 많이 안 해보고 경력의 3/4은 고학년만 하다보니 그 아이들을 대할 땐 좀더 진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저학년도 진심이 필요하지만 고학년은 '좀더' 필요하다. 하나 예를 들자면, 작년 우리 반 애 중 매일 옆에서 자기 집 일이나 친구 일이나 여러 가지를 나한테 아이가 있었는데 사실 내용이 크게 별다르지 않다. 그래서 굉장히 바쁜 날 아이가 말을 꺼내길래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어, 어" 했더니 "피, 안 듣고 있네 안 들어."이러고 돌아서는 게 아닌가. 빵 터져서 자세를 고쳐서 들어주마 했더니 김 샜다고 말 안한다고 했다. 저학년 같으면 사실 "응, 응"해도 그냥 넘어가기도 하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신규 교사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동학년 선생님들이 도움을 주시긴 하겠지만 그래도 말로 전하는 것과 정제된 글로 쓰인 것은 새기는 데에 좀 다른 효과가 있고, 사례들이 많아서 적용할 때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읽으면서 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이들 얼굴이 떠오르곤 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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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4-10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정심! 골든 타임!! 잘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렇게혜윰 2022-12-24 14:44   좋아요 0 | URL
근 3년 후에 본 댓글 ㅋㅋㅋㅋㅋ 라로님은 골든타임 잘 아시는 분^^
 
밤과 꿈의 뉘앙스 민음의 시 268
박은정 지음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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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에서 멈추었다.

 

그런데 선생님, 저는 이미

잃을 것도 없고 얻고 싶은 것도 없는

시간들을 투약한 지 오래예요

                                  -<영원 무렵> 중

 

이 시에서 '이미'라는 부사가 어찌나 슬픈지. 나의 시간들은 투약된 것일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다.  어떤 이는 '이미' 저 시간들을 투약한 스스로를 보며 그런 삶이 나뿐은 아니노라 위안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은 '이미'라는 부사를 거부한다. '아직은' 투약하지 않겠다고, 투약하지 않는 삶을 살아보겠노라고.

 

시집에 실린 시들은 슬픔을 넘어 아픔이 그득하다. 그런데 그 슬픔과 아픔이 아름답기도 하고 황홀하기도 하다. 여러 시들에서 느낄 수 있는 고독의 색깔을 밤이라고 부르고 그 안에 그려진 사랑을 꿈이라 부르는 뉘앙스랄까?

 

시인의 모든 경험과 기억과 감정을 관통하고 낳아졌을 모든 시어들은 느낄 때마다 함께 울고 아프다. 내 경험과 기억과 감정과는 분명히 다른데, 오히려 부정하고 싶은 감정들이 많은데 왜 나는 함께 슬프고 저릴까? 해석하기 쉽지 않아 때때로 이게 무슨 뜻이지 하며 곤란한 순간에서조차 시인의 마음을 읽으려고 애쓰게 된다. 왜 그럴까?

 

<산책>이라는 시를 보면 습관처럼 서로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연인이 등장한다. 아마 거기서 끝났다면 나는 이 시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았을 거다. 시는 두 연인의 습관을 해체하고 서로를 거칠게 마주 보며 길을 걷게 한다. 이런 현실직면의 요구를 읽으며 시인의 시가 슬픔을 관조하거나 아픔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로 보고 예민하게 바라 보자고 말하는 것 같다. 물론 이건 순전히 나의 해석이지만. 

 

시인의 시를 완전히는 해석하지 못했지만 슬픔에 빠져 아이고 나 아프다 징징대는 것이 아니라 '모래를 무너트려서 모래를 쌓는 슬픔(<모래언덕슬픔>)'이랄까 <한 아이가 한 아이를 지우며>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분명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 아름답고 황홀했다. 시집의 제목처럼.

 

첫 시에서 가슴 한 방 세게 맞으며 도리질쳤던 그 마음이 유지될 거라 믿으며 시들을 읽어내려가면 어떤 땐 난해하게 느껴져 그 한 방이 그리워질 수도 있겠지만 책장을 덮고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읽어보면 그 한 방이 두 방 세 방 네 방 자꾸만 내 가슴을 건드릴 것이다.  시인의 '마음은 모래알처럼 사소하여(<라니아케아>)' 건드려야 하는 위치는 모조리 건드려버리니까 말이다.

 

달빛이 어룽거리는 얼굴이 있고

흩어지는 몸부림이 그린 선율이 있고

불가능한 철옹성이 무너지는 섬광이 있는

살아갈수록 경이로운 인생이에요.

                             -<고독의 첫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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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Wild - 송인섭 교수의 AI시대의 감성 창조 교육법
송인섭 지음 / 다산에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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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미래에는 있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엘빈 토플러의 말은 들을 때마다 뒤통수를 얻어 맞는 듯 섬뜩하다.  알파고 이후 우리에겐 더욱 더 가까운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인공지능은 이제 더 이상 눈 가리고 안 본다고 없어지는 대상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확실한 미래로 자리잡았다.

 

책에서는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인간의 덕목으로 자생력을 꼽고, 자생력의 가운데에 통찰력을 두고 통찰력있는 융합력, 통찰력있는 창의성, 통찰력있는 리더십을 자생력의 3요소로 꼽았다. 그러면서 각각의 요소에 필요한 덕목을 부연 설명하여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 바로 이 자생력이 이 책의 제목인 'WILD'이다.

 

내가 가진 직업이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의 말에 따르면 미래에도 1%미만으로 로봇에게 대체된다고 하니 일단 나는 좀 안전한 걸로 치고, 그럼 내 아이는? 지금 내 아이에게 가장 부족한 게 무엇일까? 내 아이도 쓸데없는 것을 배우느라 십 여 시간을 공부하는 셈인 건가? 그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비효율적, 무의미한 행위인데 그걸 내 아이에게 시킨다는 건 정말 죄짓는 기분이다.

 

이 책에서는 인공 지능에게 없는 인간의 능력 중 하나가 '동기'를 갖는다는 점으로 꼽았다. 그렇다. 로봇은 인간이 프로그래밍하는 대로 할 뿐, '~하고 싶다.'는 없을 테니까. 하다 못해 '공부하기 싫다.'는 생각도 못할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내 아이는? 또 묻는다만 내 아이에게 동기가 확실한지 난 확신하지 못한다. 공부를 왜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건네 보니 다행히 엄마가 시켜서 한다는 말은 안나왔지만 돈을 벌려고 라는 실망스런 답이 나오긴 마찬가지였다. 이런 아이 괜찮을까요 선생님?

 

송인섭 교수는 여러 사례들을 제시하며 자신이 실해한 자생력 프로그램의 과정을 보여주어 읽으면서 태현이라는 아이의 사례는 내 아이의 모습과도 다소 겹쳐서 더 관심있게 볼 수 있었다. 다른 부모라면 다른 아이의 모습에서 내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다 읽고 나서 아이에게 사례가 나타난 부분만 한 번 읽어보라고 주고 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과 자기가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이 같은지 다른지 부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시도해보지 못한 홀랜드 직업흥미검사를 한 번 해보고도 싶어졌다. 한의원에서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체크하면서 내가 공통적으로 어디가 나쁜지 알게 된 것처럼 어떤 검사지는 나의 상태를 진단해 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 아이는 몰입을 잘 하는 편인데 책에서 집중을 잘 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하여 뜨끔했다. 책을 열심히 읽길래 같이 이야기나 나눠보자고 이것저것 물었더니 이상한 소리만 했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생력이 몰입과 깊은 관련이 있다하니 좀더 아이를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급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살다살다 이렇게 새로울 수 없을 정도의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사레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었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드러나 있어 그저 겁만 먹기 쉬운 인공 지능 미래 시대를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함께 잘 지낼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우리가 지금의 코로나와 함께 잘 지낼 수 있을 지도 모를 것처럼.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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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 상처를 치유하고 무너진 감정을 회복하는 심리학 수업
쉬하오이 지음, 최인애 옮김, 김은지 감수 / 마음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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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시기이다. 불안의 감정이 온 몸을 휘감아 생각을 조금만 잘못해도 날이 서고 우울해질 수 있다. 자긴의 마음을 다잡는 일, 자신을 위로하는 일은 오직 스스로의 몫이다. 그리고 지금이 특히나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는 때이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은, 속상했다는 말로는 모자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남의 탓을 하지 않고 상대의 아픈 면을 볼 줄 알아 지금의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었다. 타인의 마음을 살피는 분야에서도 어쩜 남을 날카롭게 대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수 있는지 어떤 집단이건 그들의 비율은 고만고만한가 보다. 

 

위로를 전면에 내세운 책답게 글은 어렵지 않고 다양한 심리학적 용어들을 그에 맞는 사례들을 들어 설명하여 어려운 용어들도 새로이 알게 되고 내가 갖는 감정의 문제를 좀더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진단이 의사의 진단과는 다를 터이다.  하지만 그건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스스로의 진단이니까 영 틀린 진단은 아니리라. 책을 읽으며 마음도 편해졌기에 그걸로도 만족하지만 '감정기생자'라는 표현에 특히 공감이 많이 갔다. 남의 감정을 갉아먹으며 그 희생으로 삶을 버티어내는 사람들, 누구나 주변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지 않을까? 가족일 수도 학창시절 친구일 수도 지금 동료일 수도 있는 감정기생자들을 몰아내는 방법이 어렵지 않을 뿐더러 일단 그 존재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은 몰아낸 것과 같다.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선은 내 삶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책에선 그것에 용기를 강조한다. 이 책에서 나는 용기보다는 위로를 보았다. 내 삶을 내가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것은 내 삶을 마주하려는 용기보다 우선한 것이라는 점에 공감이 갔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의 얼굴도 떠오르는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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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꿈의 뉘앙스 민음의 시 268
박은정 지음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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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집을 샀다. 시를 잊은 내게 간만에 시를 느끼게 해 줄 시집이다. 며칠 전에 샀는데 오늘에야 편의점에 들러 가져왔다. 뭉클했다.

밤에 잠도 잊어 또 책을 샀다. 아들 읽히려고 해리포터 개정판을 야금야금 사 모으는 중이다. 그러면서 같은 시집을 또 샀다. 좋은 시가 많고 일단 시인 자체를 응원하고 좋아한다. 이렇게 책을 살 때마다 하나씩 사서 시를 좋아하는 혹은 좋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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