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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자본주의와 불평등에 대한 대담한 도전"
아마존 1위와 하버드대학교 출판부 역사상 연간 최다 판매 도서, 피케티 신드롬과 록스타 피케티, 파이낸셜타임즈와 포브스 등 유수 언론의 문제 제기와 논쟁, 보수와 급진 양 진영 학자의 동시 비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두고 지난 몇 달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이 세계적 화제작이 프랑스와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이 다루는 불평등 문제가 한국 사회에 그만큼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 아닐까 의미를 부여해본다.

이 책은 지난 300여 년에 걸친 20개국 이상의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적 불평등의 역사적 전개를 살피는데, 부의 분배, 부와 소득의 관계를 드러내며 19세기 마르크스와 20세기 쿠즈네츠를 넘어 자본주의의 흐름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제시한다. 경제학 책이라기보다는 역사서에 가까워 노력을 기울이면 찬찬히 읽어갈 수 있을 책이지만, 그럼에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물론 망설일 필요는 없다. 노암 촘스키가 곧 나올 <피케티 패닉>의 저자 김동진에게 보낸 메시지를 되새겨보자. “피케티는 분명히 우리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그의 책을 구입하는 많은 사람 중 오직 일부만이 책을 읽겠지만, 그의 핵심 메시지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올해, 아니 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경제학 저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폴 크루그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피케티는 완벽한 순간에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그리고 한 세대 이전의 폴 케네디처럼 정책 분야와 지성계의 록스타로 떠올랐다. 피케티의 실증 연구는 정치 담론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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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자음과모음

"히가시노 게이고의 존재 증명"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점은 여러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사회 부조리를 작품 속으로 끌어와 독자들로 하여금 현실의 일부를 바라보도록 만드는 힘을 최고로 꼽고 싶다. 이는 90년대에 대표작을 쏟아냈던 그가 늘 소지했던 장점이기도 하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전작을 탐독하며 작가 경력을 시작한 '사회파'의 후예여서였을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각종 형사 법규가 내포한 딜레마,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정의' 등 당대 일본 사회의 법률과 사회 체계의 헛점을 공략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던 독자들에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그러나 어느 시점 이후로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감상적인 휴머니즘으로 천천히 바뀌어 왔다. 소위 '신본격'이라는, 트릭 자체에만 집중한 미스터리를 비판하는 패러디-미스터리 소설 시리즈를 내면서였지 싶다. 그러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동시대 자체에 대해서도 비슷한 종류의 피로를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21세기의 히가시노 게이고는 미야베 미유키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선한 면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이 두 작가에게서 초기의 '쨍한 맛'이 사라진 것은 이러한 세계관의 변화와 연관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계속되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공허한 십자가>는 서로 관계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사형제도의 적합성에 대해 묻는다. 살인자를 죽이고 나면 어떤 점이 나아지는가? 그때 유가족에게 드리워진 짐은 덜어지는가 아니면 제삼자들의 호기어린 '정의'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가? 피의자를 죽이는 형벌을 주고 나서 형법이 교화를 말한다면 과연 교화의 대상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때, 사형이 집행될 때 속죄는 종료되는가? 아니면 남은 속죄는 누구의 몫인가? <공허한 십자가>는 언뜻 관계 없어 보이는 사건 간의 링크를 찾아내는 전형적인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그 링크가 지속적으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무래도 즐겁게 읽고 나서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고 장점은 아직 살아있다고 봐야겠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징역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은 재범률이 높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갱생했느냐 안 했느냐를 완벽하게 판단할 방법이 없다면, 갱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형벌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 - 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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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수학과 친해지면 모든 공부가 쉬워진다
송재환 지음 / 예담Friend

"송재환 선생님이 정리하는, 초등 1학년 수학의 힘"
초등 1학년 학부모들에게 ‘공부의 기본=책읽기’라는 명쾌한 공식을 널리 퍼뜨린 <초등 1학년 공부, 책읽기가 전부다>의 송재환 선생님이 이번에는 ‘초등 1학년 수학’과 함께 돌아왔다. 수학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수학과 친해질 수 있는지에 더해, 2013학년도부터 확 달라진 수학 교과서에 대한 분석과 개념 설명까지, 초등 1학년 수학 공부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초등학생들의 공부 습관 중 핵심은 바로 '책읽기'와 '수학 공부 습관'이고, 초등 1학년은 제대로 된 생활 습관과 공부 습관을 들이고, 공부의 기초를 잡아야 하는 시기이다. 두렵고 어려운 수학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는 수학, 선행 학습보다는 적기 학습을, 문제 풀이보다는 개념 원리를 앞세워야 한다. 초등 1학년 공부, 책읽기로 시작해 수학으로 완성하자. 수학과 친해지면 모든 공부가 쉬워진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책속에서 : 굳이 과목의 계급을 따지자만 수학은 가장 높은 계급에 속해 있다. 사시 국어나 영어는 기본적으로 어휘력이나 이해력이 뒷받침되면 어느 정도 잘할 수 있다. 다른 과목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학은 어휘력이나 이해력뿐만 아니라 수리력이나 논리력과 같은 추가적인 능력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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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마니
조앤 G. 로빈슨 지음, 페기 포트넘 그림, 안인희 옮김 / 비룡소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소녀들에게"
세상 사람들 모두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의 원 안에 함께 있고, 자신은 그 바깥에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 소녀. 런던의 양부모님 댁에서 외롭게 지내던 안나는 요양을 위해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있는 페그 부부네 집에 맡겨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금발의 소녀 마니와 특별한 교감을 나누게 된다. 깨어 있는 모든 순간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 타인의 표정과 한마디 말, 다락방의 묘한 냄새와 바람 무늬까지. 지칠 줄 모르고 세상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녀 안나와, 바닷가 커다란 저택 안에 서 있는 소녀 마니의 마법 같은 만남. 달콤하고 비밀스러운 판타지.

1968년 카네기 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자, 2014년 스튜디오 지브리 최신작 <추억의 마니>의 원작이다. 애니메이션을 감독한 요네바야시는 이 이야기로 ‘고립된 소녀들의 영혼을 구제할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유일하게 자신을 알아보고 지켜주었던 존재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동화다. 겁 먹은 새끼 짐승처럼 여리고 불안한, 어른들에게는 쉽게 이해 받지 못하는 어린 마음들에 대한 존중과 아름다운 묘사로 가득 차 있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내가 기억하는 한, 여름이면 언제나 이곳에 있었어.” 안나는 마니의 눈이 바다와 색깔이 같다는 걸 발견했다. 얼굴을 가로질러 바람에 날리는 마니의 머리카락은 방파제에 있는 마른 풀과 같았지만 그보다 더욱 밝은 연노란색이었다. 안나는 마니가 자기가 본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자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검은 머리카락과 햇빛에 그을린 피부가 싫었다. 마니와 비교하면 나는 마녀 같아, 하고 안나는 자신을 밉게 생각했다. …

“넌 운이 좋구나. 내가 너라면 좋겠다.” “어째서?” 안나는, 넌 예쁘고 부자고 상냥하니까, 넌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모두 가졌으니까,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혀가 묶여 버렸다. 이런 말은 정말 멍청하게 들릴 것이다. 안나는 우울하게 풀 끝을 질겅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가 너를 없애고 싶어 하는지 말해 봐. 그리고 왜 그랬는지도. 네 부모님은 너를 사랑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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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행복의 나라는, 갈 수 있는 곳입니다"
행복에 대한 어떤 환상이 있다. 한때 행복한 나라 1위에 올랐던 부탄이 그렇다. 부탄을 부러워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그런 방식으로 바뀔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거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세계로 상정하니, 행복은 꿈꿀 수 있으나 실현은 되지 않는 헛된 상상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의 행복을 추구할 뿐 우리의 행복을 기획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을 터, 어떻게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오연호가 덴마크를 찾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UN 행복지수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덴마크에서는, 요즘 걱정거리를 물으면 걱정거리가 없다면서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냐고 물으면 머뭇거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 세 차례에 걸쳐 덴마크를 찾아 300명이 넘는 사람을 만난 저자는, 학교, 일터, 사회에서 행복사회를 만드는 여섯 가지 가치, 즉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을 찾아내고, 우리 역시 행복의 조건이라 말할 이런 가치들이 오랜 역사 속에서 어떻게 개인과 사회에 자리 잡았는지 분석한다. 행복의 나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덴마크의 행복 역시 150년이 넘는 동안 일구어온 결과다. 하지만 불가능한 길은 아니다. 물론 우리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 책이 이런 생각의 전환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인간은 유전의 힘을 거스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덴마크 사람들은 그 정점에 있다. ‘행복한 사회가 행복한 개인을 만들어낸다’는 저자의 관찰은 정확하고 감동적이다. ‘무엇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가슴이 뛰었다는 그의 진정성이 책의 곳곳에서 느껴진다. 행복에 관한 그 어떤 전문서적보다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줄 책이라고 감히 자신한다. 행복한 교실, 행복한 일터,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최인철,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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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 마음의 칼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모험이 끝나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1천만 부 이상 판매된 블록버스터 판타지 <퇴마록>의 외전 두번째 권. 전편은 국내편과 세계편 사이의 시기를 배경으로 퇴마사들의 과거와 생활상에 집중했다. 이번 이야기는 주로 혼세편 무렵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다. 1965년 인도-파키스탄 2차 전쟁 직후, 혼세편 '와불이 일어나면' 얼마 전과 직후, 세계편 '아스타로트의 약속' 직후, 혼세편 '홍수' 이후. 독자가 궁금해했을 사건의 이면을 공개한다.

퇴마록 본편의 굵은 줄기의 곁길에 귀신과 싸우는 더글러스의 호쾌한 모험담이며, "마스터라 부르시오"라는 문장에서 시작된 블랙서클의 전설 같은 반가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청홍검을 얻고 검술의 오의를 고민하는 현정, 준후와 연희와 백호의 사사롭고 애틋한 크리스마스 이야기까지. 모험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내가 관찰자다. 내가 봐야, 내가 확신해야 내 죄도 비로소 생긴다. 양자 역학이니 파동 함수는 이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관찰자고, 내가 내 죄를 만든다. 혹은 없앤다. 이때껏 내가 죄가 있나 없나, 밖으로부터 찾으려는 데 모든 시간을 보내 왔다. 그 모든 게 잘못이었는지 모른다. 적어도 이 경우는. 마음의 칼의 경우는.
더구나 단순히 죄의 유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목숨은 어디서 생기고 어디서 끝날까. 누군가가 돌아봐주는 데서 생겨나고 누군가가 외면하는 것에서 죽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해도, 자신이 마음의 칼을 움직일 수 있다면? 보이지도 흔적도 남지 않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정말 있다면?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것을 통제할 마음의 힘이 있을까? 자신 없었다. (마음의 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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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아가는 히나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 엘릭시르

"현재가 추억의 빛깔로 물들면"
고전부 시리즈의 화자 호타로는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호타로는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라는 신조를 가진 '에너지 절약주의자'다. 이 심심한 신념을 가진 고교생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그를 적당한 미소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사용한 (이 방법 뿐이었을 것이다)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작 소설에서 호타로의 성격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 조성을 전담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에, 현실에, 사건에 가능한 개입하지 않으려는 호타로의 거리감은 어제 일조차 추억 속을 더듬는 듯한 빈 공간감을 안겨 준다. 그런데 그 마음 속의 빈 공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날의 별 것 아닌 장면들이 깜빡이며 떠오르기도 한다. 간략한 문장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이 시리즈가 사건 위주로 빠르고 건조하게 전개되지 않는 이유다. 케이온이나 아즈망가 대왕처럼 소위 학원 일상물이라 할 수 있는 다른 작품들이 음악이나 개그를 중심축으로 삼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고전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기억의 중심으로 삼아 그때의 풍경을 찬찬히 훑는다. 어딘가 빈 듯하고 약간은 멀리 있는 듯 느껴지는, 일견 시시할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기억들이 고전부의 세계를 구성한다. 현재진행형의 추억이랄까. 덕분에 지탄다도 단순한 사차원 미소녀가 아니라 마치 회상 속의 인물과도 같은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여러 명이 아닌 단 한 명,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퇴색되기는 커녕 도리어 더욱 아름답게 채색되는 사람만이 갖춘 비현실적인 매력.

이렇게 고전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절을 현재진행형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며칠 전 또는 몇 달 전의 사건이면서 누군가에게는 아주 오래 된 일처럼 느껴지는, 읽는 이가 쌓아 놓은 추억에 따라 다른 빛깔을 선보이는 고전부의 매력은 네 번째 책 <멀리 돌아가는 히나>에서도 여전히 발휘된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단편의 사건들을 하나씩 훑는 호타로의 에너지 절약주의자적 서술을 통해 추억 같은 현재를 살아가는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즐겁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십중팔구... 입학식중에 생각했다. 십중팔구 이 학교에서도 이 일 저 일 있을 것이다. 삼 년간 눈앞이 핑핑 돌 일이 벌어질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은 여기 있는 전원, 아니, 나와 같은 나이인 모든 인간이 체험할 '눈앞이 핑핑 돌 일'이지, '그래, 이쯤 되면 좀 색다르군' 하고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왜냐하면 내게는 확고한 신조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 그게 뭔가 하면...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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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탐닉
신이현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신이현 산문집, 열대의 나날들에 관한 기록"
<루시와 레몽의 집>에서는 알자스의 작은 시골마을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를, <에펠탑 없는 파리>에서는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 풍경과 진짜 파리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 신이현이 열대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왔다. <열대탐닉>은 캄보디아에서 6년간 머물며 열대에 탐닉했던 나날들에 관해 독특한 방식으로 기록한 산문집이다.

열대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적도 근처의 뜨겁고 건조한 땅, 황량하고 고독한 땅을 떠올릴 테지만, 작가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체험되었다. 열대 과일 냄새, 우기의 비 냄새, 건기의 먼지 냄새, 매연 냄새, 그늘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땀 냄새로 가득 찼던 작가의 열대는 작가를 포함한 5인의 삶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감각적으로 드러난다. 독특하게도 그 5인은 잭프루트, 망고, 두리안, 용과, 파파야로 명명되어 소설 형식으로 그려진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냄새, 공기, 태양, 비, 모래 먼지가 어우러진 열대의 모습은 묘한 매력을 풍기며 오감을 자극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나의 열대는 황량한 바람이 불지 않았다. 쓸쓸하게 텅 비어 있지 않았다. 그 반대로 꽉 차 있었다. 그것도 아주 높은 밀도의 온갖 냄새들로 압축되어 붕붕 떠다녔다. 열대 과일 냄새가 있었고 우기의 비 냄새와 건기의 먼지 냄새가 있었다. 정전의 밤 모토가 뿜어내는 매연 냄새가 있었고 강변의 황혼과 연꽃의 뒤덮인 들판과 끝없는 코코넛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 냄새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땀 냄새가 있었다.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아주 불행하거나, 어찌되었거나 달콤했다. 아무리 씁쓰름한 인생이라 해도 이 수영장에 누워 있는 순간 좀은 달콤함에 젖어 어찔해졌다. 이렇게 나의 열대는 사계절에 사는 내 지인들의 것과는 좀 다르게 체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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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공부
김수행 지음 / 돌베개

"<자본론>, 새롭고도 오래된 강의"
한때 <자본론>은 금서였다. 아직 여러 힘이 갈등하고 경쟁하며 서로 누를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었기 때문일까. 이제 <자본론>은 누구나 읽을 수 있다. 금서가 아닐뿐더러 고전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그럼에도 이전보다 찾는 손길이 적다. 원전 번역에 수십 종의 해설서가 나왔는데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끝이 보여서일까, 아니면 마르크스가 저술의 목표로 삼은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운동법칙’을 이론보다 현실에서 쉽게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자본주의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여전히 필요하고, 어쩌면 시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는 처음으로 <자본론>을 한국어로 완역했고, 대학과 대학 바깥에서 수십 년에 걸쳐 <자본론> 강의를 해왔다. 그는 ‘가장 쉬운 수준의 강의’를 목표로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비판하고 어떻게 찬양했는지를 정리하기 위해 새롭고도 오래된 강의를 시작했다. <자본론>의 전체 구성과 역사 맥락이라는 오래된 호흡 속에서 <자본론>의 개별 내용은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고, 한국 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오늘날 상황은 해석의 여지를 넓히고 듣는 이에게 공감을 전한다. 한국 사회를 향한 김수행 교수의 뜨거운 목소리가 마르크스의 냉철한 분석과 함께 강력하게 들리는 힘 있는 책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결국 자본 또는 자본가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사라져야, 대다수 국민들이 일자리를 얻고 사람다운 생활을 하며 자기들의 개성과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과학기술 혁명의 시대에, 한 줌도 안 되는 거대한 자본가계급의 독재 때문에 국민 전체가 죽어가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사실상 <자본론>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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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니콜라스 카 지음 / 한국경제신문

"정말로 위대한 회사를 만든다는 것"
많은 이들이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또는 조직에서 나와 자유롭게 자신만의 일을 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한다. 그러나 흔히들 말하듯이 열에 하나'만'이 성공의 길을 찾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매뉴얼이 성공을 가로막는다고 말한다. '전문가가 아닌 것', '젊지 않은 것', '혁신적이지 않은 것'은 창업의 성공 여부와 크게 관계가 없다고 지적한다. 즉, '실리콘밸리에서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입고 쌈박한 무언가를 발명해내는 '천재소년''만이 창업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30여 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창업 사례를 수집하고, 11년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창업가정신' 과목을 담당했던 전문가다. 이 책은 그런 그가 자신이 지켜보고 연구한 방대한 사례 중 최고만을 모았다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매일 언론에서 다루고 세계를 움직인다는 이들의 성공담은 없다. 대신 책은 평범한 사람들을 세운다. '언뜻 보면 미치광이같은' 이들의 이야기다. 시장의 불황에도, 모두가 비웃는 아이디어에도, 부족한 자금에도, 전문성이 없는 분야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이들.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각자의, 나름의 역경에 막혀 도전하지 못하고 꿈을 간직하고만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할 책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그런 규정집 안에는 많은 규칙들이 들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라,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으면 바로 모델을 변화시켜라, 한 번에 크게 도약하기보다 작은 걸음으로 나아가라, 가능한 한 많은 자금을 투자받아라' 등등. 그러나 여러 상황에서 정확히 그 반대로 하는 것이 '잘 먹히고' 때때로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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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잘못 뽑은 반장
이은재 지음, 신민재 그림 / 주니어김영사

"초등학교 반장 선거라고 얕보지 마세요"
4학년 교과서에 수록되며 스테디셀러에 오른 <잘못 뽑은 반장>의 후속편. 자기를 무시하는 친구에게 본 때를 보여주겠다는 황당한 이유로 반장선거에 출마했던 남자 반장 ‘이로운’에 이어, 같은 학교 재학생인 여자 반장 ‘공수린’이 바톤을 이어 받는다. 전작이 반장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면, 후속편에서는 반장 선거가 끝나고 난 이후 일어난 골치 아픈 소동을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다룬다. 공수린은 후보 추천을 받는 과정과 후보 연설 어디에서도 속임수 한번 쓴 적 없지만, 반장이 된 이후 끊임 없이 자질을 의심 받게 된다.

공수린과 마가희, 성격도 외모도 집안 환경도 판이하게 다른 두 소녀의 라이벌 구도를 중심으로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은 아이들 간의 권력 관계를 그려낸다. 극과 극의 두 캐릭터가 충돌하며 긴장을 자아내고, 우리 반 교실에 꼭 한 명씩 있을 법한 현실적인 등장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상당하다.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란 무엇인지 거창한 한 줄의 정의를 새겨주려고 하지 않는다. 반장이든 반장이 아니든,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 배려 그리고 편견을 버리는 일임을 기억하게 해주는 책이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야, 공수린 제법인데. 청소 당번도 아닌데 제일 열심이잖아. 그래. 반장은 저래야지. 우리 아빠가 정치인들한테는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거든. 그런데 이제 보니 공수린이 딱 그래.” “그러게. 공수린 같은 애가 반장 되니까 좋은 점도 있네. 잘난 척하는 애들은 반장 되면 청소 감독이나 하면서 눈꼴사납게 구는데 말이야.” 진찬기가 대꾸했다.

‘감독하는 건 뭐 쉬운 줄 알아? 그게 얼마나 신경 쓰이는 일인데.’ 나는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걸 참고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공수린이 반장 돼서 뭐 제대로 하는 게 있니? 저렇게라도 해야 애들한테 덜 미안하니까 그러는 거겠지.” 김별리가 비아냥거렸다. “맞아. 별 볼일 없는 애가 반장 돼서 우리가 다른 반에 얼마나 기가 죽었는데… 반을 대표하는 반장이면, 반장답게 폼나는 일 좀 해야 되는데 공수린은 영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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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 저택의 피에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재인

"비극을 부르는 피에로가 목격한 살인의 전말"
책의 띠지에는 "나는 결코 비극을 부르는 피에로가 아니다. 비극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써 있다. 맞는 말이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저주가 실재할 리 없기 때문에, 불운을 부르는 피에로라는 설정이 실제로 작동할 리가 없다. 그런데 누가 저 말을 했을까? 피에로 인형이 말을 하나? 그렇다. 피에로 인형은 소설 속의 인물은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말, 독자들에게만 들리는 말을 한다. 피에로 인형은 각 챕터마다 등장해 자신이 살인사건에 관련해 본 것들을 이야기한다. 덕분에 <십자 저택의 피에로>는 등장인물들보다 독자들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역발상의 추리소설이 되었다. 물론 피에로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하지도 않기 때문에 독자들 역시 사건의 전개를 꾸준히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본격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엘러리 퀸과 같은 '진검승부'를 기대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허술한 본격 미스터리 특유의 짜증나는 설정들, 예컨대 트릭에 쓰이는 일 외에는 아무런 인간성이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나 트릭에 쓰이기 위해 쓸데없이 오가는 진술들 같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한 추리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관계가 얽혀 있는 모습을 보면서 초창기 히가시노 게이고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즐겁다. 트릭보다는 동기이며, 그 동기가 보여주는 '인간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던지는 질문들이 이 소설의 정서를 구축한다. 스스로 어리석음을 향해 다가서는 인간의 복잡한 세계를 바라보는 피에로는 어쩌면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백야행>을 쓰게 될 작가의 목소리 말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그 피에로 인형 말인데."
미즈호가 가오리 쪽을 보면서 말했다.
"아까 내가 봤을 때는 계단 옆 장식장 위에 소년과 망아지 인형이 놓여 있던데?"
"응, 엄마가 자살한 후 할머니가 불길하다면서 피에로 인형을 치우셨어. 사실 그 장식장에는 내내 소년과 망아지 인형이 놓여 있었는데 그날따라 처음 보는 피에로 인형이 놓여 있었거든. 그래서 고조 씨 얘기를 듣기 전에도 그 인형이 불행을 불러온 것 아닐까 생각했는데."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인형에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고조가 말했다. 움찔 놀랄 만큼 무거운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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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질주 2014-09-1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 또는 자본가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사라져야, 대다수 국민들이 일자리를 얻고 사람다운 생활을 하며 자기들의 개성과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개인적으로 이 말은 19세기의 산업화 초기에 맑스 시대에서나 통한 한심한 말이다. 자본과 지대, 그리고 인적 자본의 과거 개념들이 붕괴되고있는 현실에서 어찌 보면 일단 다수의 근로자는 좀 앞서가는 말로는 사이보그(자동화)로 대체되어 더 이상 설령 자본가들이 착취를 하지 않아도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다. 즉 인적 자원은 기술과 기계의 합성된 것으로 대체되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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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대
김용규 지음 / 살림

"인류가 만든, 인류를 바꿀 다섯 가지 생각의 도구"
철학자 김용규는 늘 새로운 상상력으로 문제를 던지고 역사에서 근거를 찾아내며, 그렇게 발견한 통찰을 뻔하지 않은 방법으로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흔치 않은 저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생각’이란 엄청난 주제를 다루기 위해, 그는 우선 지식의 기원을 찾는다. 생존을 위해 축적하기 시작한 지식이 서로에게 전달되고 융합되어 새로운 폭발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생각의 도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이 생각의 도구가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각각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확인하고 나면, 비로소 가지런히 정리된 생각의 도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김용규는 생각의 도구가 호메로스가 씨앗을 뿌리고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 키워 얻은 열매라고 말한다. 메타포라(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수), 레토리케(수사), 다섯 가지 도구의 특성과 활용법, 가능성을 차례로 설명하며,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자연스레 써온 생각의 도구가 얼마나 놀랍고 위대한지 새삼스레 깨닫게 한다. 물론 오늘 우리가 마주한 생각의 시대에 펼쳐질 새로운 이성의 시대는 이전과는 다를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수천 년에 걸친 생각의 도구를 들여다보는 까닭은 분명하다. “생각의 도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모든 이야기는 같”기 때문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이제부터 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시기인 축의 시대에 호메로스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 약 400년에 걸쳐 개발한 5가지 시원적인 생각의 도구들을 당신에게 소개하려고 한다. 이것들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동안 무슨 일들을 해왔고,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이 책은 결코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다. 이 책의 목표는 무엇보다도 ‘실용’임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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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감옥
니콜라스 카 지음 / 한국경제신문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잘 알려진 세계적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 카의 신작이다. 우리가 점점 더 깊숙한 부분까지 일상의 전반을 내맡기고 있는 '자동화'의 위험성과 '인간다움'에 대한 위협을 다룬다.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검색 엔진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환경이 어떻게 인간의 집중력과 사고 능력을 떨어뜨리는지 조명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문학과 예술, 심리학, 신경과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심층적으로 파헤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하고, 내비게이션 없이는 아무 곳도 가지 못하는 우리에게,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과 질문은 오늘날의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당신은 최근에 최초의 자율 주행 자동차를 한 대 구입했다. 구글이 프로그램하고 메르세데스가 만든 이스마트 전기 세단이다. ...도로에 진입하고 불과 몇백 야드 가지 못해서 동물 한 마리가 차도로 뛰어들더니 도로 위에 그대로 서버린다. 당신은 그 동물이 당신의 이웃이 키우는 사냥개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당신의 로봇 운전사는 어떻게 할까? 차의 알고리즘이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개가 생존할 확률은 53퍼센트지만, 자동차가 파손될 확률은 18퍼센트고, 당신이 부상을 입을 확률은 4퍼센트라고 계산한다면, 로봇 운전사는 그 개를 살리는 게 올바른 일이라는 결론을 내릴까? ...도로에 서 있던 동물이 당신 이웃이 아닌 당신이 키우던 동물이라면? 또한 개가 아니라 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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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읊조리다
칠십 명의 시인 지음 / 세계사

"오래 머물고 싶은 한 문장"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파블로 네루다 저), "자세히 보니 예쁘다 오래보니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저) 광화문 ​사거리를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는 문장이 있다. 삶의 순간을 붙잡은 칠십 명의 시인의 한 문장을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김소월, 한용운 같은 시인에서부터 정호승, 김행숙, 이이체 같은 시인까지, 한국시의 다채로운 풍경이 한 문장이 되어 펼쳐진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나희덕 저) 같은 감성적인 문장부터 "나는 생각이 없는 사람보다 슬픔을 모르는 사람을 나는 더 모르고 싶고" (황혜경 저) 같은 날렵한 문장까지. 천천히 곱씹고 오래 읽기 좋은 문장이 독자를 위로한다.
- 소설.시 MD 김효선

펴내는 말 : 여기에 실린 문장들은 언어를 조탁하는 데 자신의 평생을 바친 시인들의 아름다운 파편이다.
한 명이라도 더 시와의 조우라는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세상 속에 시의 빛이 하나 더 켜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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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인문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엮음 / 휴먼큐브

"오늘 세계와 한국을 이해하는 최적의 지침서"
<르몽드 인문학>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원을 확인해야 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일간지 <르몽드>는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는 언론관으로 유명하다. 자매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국제관계 전문 시사지로, 1954년 창간 이래 국제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참신한 문제제기로 주목 받았다. 30개 언어, 51개 국제판으로 발간되는 이 잡지의 한국판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발간되며 국제 사회와 한국 사회의 접점과 변경을 함께 살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40편의 글을 묶은 결과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에는 매월 24~26개의 기사가 실리는데 전체 분량이 200자 원고지 1200매에 달한다. 각 꼭지가 적게는 30매, 많게는 70매라 사태를 보도하는 수준을 넘어 근본적인 가치와 지향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문제 제기와 새로운 인식을 담아낸다. 여기에는 에릭 홉스봄, 놈 촘스키, 피에르 부르디외, 자크 데리다, 마이클 하트, 장 지글러 등 세계 석학이 당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세계화, 자본주의, 지식인과 행동 등 여전히 뜨거운 세계 그리고 한국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 꼭 필요한 지침서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세계 석학들의 시대적 고뇌를 담은 이 책이 단순히 ‘인문학’ 관련 도서 목록에 한 줄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연구서보다 더 강고한 교양 도서로서,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지식인들의 인문학적 수첩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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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동네

"가을에 만난 수비수"
하루키는 <1Q84>를 기점으로 좀더 평범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특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하루키가 구조적인 실험을 시도했던 작품들이나 그 '구조 이후'를 떠올리며 쓴 소설들로부터 벗어나 비교적 '장치 없는' 순정한(?) 서술로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최근 하루키의 소설들은 그의 수필들에서 느꼈던 감성에 가깝게 느껴진다.

<여자 없는 남자들>의 세계는 기발한 설정보다는 세상을 관찰하는 감각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더 이상 이상한 도서관도 양사나이도 등장하지 않는 이 소설집의 세계는 기발함을 어느새 잃어버리고 관성을 거부할 수 없게 된 자들, 비교적 보편적인 중년 남자들의 세계다. 이제 소설 속의 인물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런저런 하루키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고 하루키적인 날씨가 펼쳐지고 하루키 풍의 아이템들이 도처에 등장하지만 지금 하루키의 소설은 예전과는 다른 위치에 서 있다. 말하자면 수비수의 위치다. (굳이 그럴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달려들어오는 바깥의 것들로부터 나의 인생을 막아내야 하는 시점, 그 분기점을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어쩌면 하루키와 그의 독자들은 긴 여로를 지나 <노르웨이의 숲>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나이 든 와타나베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소설 MD 최원호

작가의 말 :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말에 많은 독자들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걸작 단편집을 떠올릴 것이다. 나도 물론 그랬다. 그러나 번역가 다카미 쓰쿠루 씨는 그 책의 제목 ‘Men Without Women’을 ‘남자들만의 세계’로 옮겼고, 나 역시 오히려 ‘여자 없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를 제외한 남자들’로 옮기는 쪽이 원제의 느낌에 더 가까울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이 뜻하는 건 보다 즉물적인, 말 그대로 ‘여자 없는 남자들’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떠나보내려 하는 남자들.

어째서 그런 모티프에 내 창착의식이 붙들려버렸는지(붙들렸다는 표현이 딱 맞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구체적인 사건이 최근에 나에게 일어난 것도 아니고(다행스럽게도), 주위에서 실례를 목격한 것도 아니다. 단지 그런 남자들의 모습과 심정을 몇 가지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패러프레이즈하고 부연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나라는 인간의 ‘현재’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혹은 완곡한 예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게 그런 구마의식이 개인적으로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선 나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의 제목은 처음부터 ‘여자 없는 남자들’로 정해져 있었고, 중간에 생각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바꿔 말하면 나는 아마도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를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연스레 바라고 있었던 것이리라.
-일본어판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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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과의 대화
신장섭 지음 / 북스코프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국내 재계 서열 2위, 승승장구하던 대우의 해체는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남아있는 사건이다. 이 책은 한 기업의 흥망과 대한민국에 불어닥쳤던 위기 그리고 그 때의 선택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김우중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풀어낸다.

이슈가 되는 외환위기, 대우 해체 사건과 더불어 인터뷰는 다국적기업 경영의 미래도 함께 다룬다. 세계경영이란 무엇인지, 역량을 갖춘 직원들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 등에 관한 상세한 대화를 함께 담았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영국의 경우를 돌이켜봐요. 자기네 자동차회사(Rover)가 어려우니까 독일 BMW에 팔았어요(1994년). 처음에는 BMW가 하면 굉장히 잘될 거라고 기대가 높았지요. 그런데 BMW가 자기네 세계 전략상 필요없다고 생각이 바뀌니까 (로버자동차를) 바로 처분해버렸어요(2000년). ...한국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 정책결정자들 중에서 산업차원에서 문제를 보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국내 회사를) 외국 회사에 팔면 저절로 (국가 경제가) 잘될 거라고 비현실적인 얘기들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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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날 때까지
난다 지음/ 애니북스

"세상의 수많은 기쁨 중 나는 부모가 되는 기쁨을 골랐다"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작가가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린 첫 장편 스토리 만화. 이 책은 여성 커뮤니티 마이클럽에서 연재되어 누적 조회수 100만을 기록했던 웹툰을 엮은 것으로 각 꼭지마다 임신, 출산에 관련된 팁들이 추가되어 재미와 감동에 실용성까지 더했다.

주인공 백홍치와 마수철은 오랫동안 임신을 기다려온 부부로 그토록 기다렸던 아이의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편과 아내로만 존재하던 두 사람이 부모가 되어가는 열 달의 과정을 뭉클하고 애틋하게 담아냈다.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럽거나 공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작가는 간결한 울림과 겉치레 없는 솔직한 표현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따뜻한 목소리, 잔잔한 위로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 만화 MD 도란

추천의 글 : 아기와 한 몸이었던, 인생에서 가장 애틋하고 행복했던 시간.  이 책을 읽고 그때가 떠올라 또 한번 속수무책으로 행복해졌다. - 임경선, <엄마와 연애할 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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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진보가 집권에 성공할 수 있는 최후의 전략"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책을 여러 권 쓰며 현실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강준만 교수가 오랜만에 현실정치 비평으로 돌아왔다. 상대의 약점을 바닥까지 드러내며 생채기를 내는 예리한 분석은 여전하고,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워내자는 따뜻한 희망도 꺼지지 않았다. 게다가 ‘싸가지’라는 공감도 높은 분석 언어로 한국 정치의 진보 진영을 파헤치니, 겪어본 이라면 금세 문제를 알아차릴 수 있고, 모른 체했던 그들이라면 ‘싸가지 없는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을 수 있겠다.

강준만은 싸가지 없는 문제를 한국 진보의 최대 약점,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민주당(강준만은 이 책에서 새청치민주연합을 민주당이라고 부른다.)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알파와 오메가라 지적한다. 선거는 양 진영 각각 30%, 정치에 무관심한 20%를 제외한 나머지 20%에서 결정되는데, 이들은 분노의 내용보다는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 즉 태도에 관심을 갖는다. 이 때문에 싸가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진보는 마치 이성에 중독된 듯 감정에 무능하다는 지적이다. 옳은 소리가 설득이 아니라 비난과 핀잔으로 들리는 일을 일상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진보는 “네가 어떻게 날 안 좋아할 수가 있어?”라고 호통치는 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늘 그 자리다. 이제 진보가 이를 극복하고 집권에 성공할 수 있는 최후의, 유일한 전략을 만나보시기 바란다. 어느 쪽을 지지하든 탐나는 계책이 아닌가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오늘날 야당이자 진보 정치세력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민주당)의 최대 약점은 바로 싸가지 문제다. 내가 새정치민주연합을 이 책에서 ‘민주당’으로 부르고자 하는 이유는 네 가지인데, 이 또한 싸가지와 관련된 것이다. 당명을 자주 바꿔 혼란을 주는 것 자체가 유권자들에게 싸가지 없게 비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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