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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이종필 지음 / 동아시아

"<인터스텔라>는 어떻게 과학이 되었나"
영화 <인터스텔라> 열풍이 결국 1000만 관객으로 이어질 기세다. 영화에서 다룬 우주 이론과 물리학에 대해 갑론을박이 드셌지만, 아쉽게도 이를 이해하고 검증하는 데에는 간단치 않은 지식이 필요하다. 물론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알지 못해도 영화를 즐기는 데에는 무리가 없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의 관성력과 중력, 등가원리를 이해하면 인듀어런스호가 왜 계속 회전하는지, 빙빙 돌아도 우주선 안의 사람들이 왜 어지러워하지 않고 평안한지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SF영화가 과학의 재현은 아니지만, 근미래를 다룬다면, 우리가 아는 시공간에서 벌어진다면, 그렇지 않더라도 영화를 보는 대상이 우리라면 오늘의 과학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인터스텔라>를 비롯한 SF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상대성이론, 중력, 블랙홀과 웜홀, 4차원을 넘어선 덧차원 등 현대 우주론의 개념을 수식 없이 이야기로 설명한다. 하나씩 짚어가며 영화 속 장면을 덧대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과학과 자연의 원리와 우주의 질서를 알고 싶어 하는 원초적인 욕망을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억눌림이 <인터스텔라>를 계기로 폭발”했다고 평했는데, 이 책이 그 폭발을 바탕으로 우주에 다가서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참, 급조했다는 오해는 접어두어도 좋겠다. 책을 읽어보면 <인터스텔라>는 이 책이 폭발하는 계기였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인터스텔라'로의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인터스텔라>는 이래저래 모두에게 이야깃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이다. 영호를 보고 나면 인류와 지구와 우주와 과학과 미래에 대해 무엇이든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나는 이 점이 <인터스텔라>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자가 아니어도 과학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자연의 원리와 질서를 고민하게 된다. 책으로 강의로 백 번 과학수업을 하는 것보다 더 낫다. 왜냐하면 이것이 우리 인류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이고 가치 있는 일인지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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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발견
곽정은 지음 / 달

"곽정은 신작, 작은 울림을 주는 삶의 이야기들"
<내 사람이다>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인터뷰해온 10년의 기자생활을 돌아보며 사람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곽정은이 3년 만에 두 번째 산문집을 펴냈다. 혼자의 시간을 가지면서 사유하고, 다듬은 생각과 감정들, 그리고 그 시간을 통과하고 나서야 얻게 된 관계, 사람, 연애, 일에 관한 깨달음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로 기록했다.
 
12년 넘게 다져온 연애분야 전문가답게 이번 책에서 연애와 섹스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하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고, 주로 다루는 것은 ‘혼자’인 ‘나’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고, 건강한 삶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원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할 줄도 아는 여자 ‘곽정은’은 자신의 여러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며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 함께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한다. 온전한 ‘혼자’로 서기까지, 그녀가 거쳐온 시간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마음속에 작은 울림을 남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나는 이 외모지상주의 가득한 곳에서 예쁘게 태어난 사람이 아니었고, 이 물질 만능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유한 집안의 딸로도 태어나지 못했지만, 내가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조건과는 상관없었다. 내가 선택한 직장에서, 내가 하고 싶던 일을 하면서 내가 나의 능력을 알게 되고, 그를 통해 성취감을 느낄 기회가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고통과 실망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길은, 내가 몰두할 수 있고, 그럴 가치가 있는 일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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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 바다출판사

"혼의 해변을 향하여"
<환상의 빛>에는 동명의 표제작을 비롯해 총 네 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네 작품 모두 죽음이나 그와 유사한 사건을 둘러싼 기억의 연쇄 속에 잠겨 있다. 괴로웠던 날들이건 빛났던 순간들이건 간에 <환상의 빛>에 등장하는 과거는 이제 너무 멀리 있다. 멀리 있다는 건 그런 뜻이다. 과거를 돌이켜 지금의 삶을 비추고, 그를 통해 남은 미래의 방향을 가늠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과거는 지금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없을 만큼 멀어져 있어서 그저 꿈처럼 떠올랐다가 잔향을 남긴 채 사라질 뿐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관성에 불과한 것처럼 남은 삶을 살아가는 중년의 등장인물들은 불현듯 다가온 기억들 앞에서 방황한다. 그럴 수밖에.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고 정확한 연유도 알 수 없이 되살아난 기억들이다. 그래서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는 충만함을 지니고 있다. 작지만 단단하게 반짝이는 빛의 물결들이다.

'환상의 빛'에서 주인공 유미코의 새 남편은 그녀의 전남편이 자살한 이유로 '혼이 빠져나가는 병'을 든다. 그러면서 그 병의 증상으로 아무 볼 것 없는 동네 바닷가의 잔물결이 한순간 지극히 아름다워 보인다고 말한다. 유미코는 혼자 있는 시간이면 죽은 남편을 떠올리며 또 거기서 촉발된 다른 기억들 속을 떠돈다. 아무 보잘것 없는 순간들이 떠올라 마음을 밀었다가 당기며 돌아간다. 유미코의 혼은 다른 누구도 데려갈 수 없는 꿈과 기억 사이의 바닷가를 거닌다. 때로 지극히 아름다워 보이는, 실제로는 아무 의미도 없는 추억의 잔물결들이 끝없이 출렁이는 곳이다. 미야모토 테루는 바로 이 곳, 회상이라는 현상-공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한 뒤에 놓아둔다. 따라서 이 소설집을 슬프고 처연하다고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풍경은 감정이 없고 그 안에 있는 인간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뿐이다. '환상의 빛'은 그래서 뛰어난 작품이다. 시나리오가 존재하지 않는 막연한 아름다움만이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작은 기쁨과 슬픔들을 돌이키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 꿈의 공간은 피난처인가 유배지인가?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이 혼의 해변은 각각의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지어주고 그 용도를 밝혀주기를 말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글 : 생의 진창 속 시린 발목을 이제 그만 문질러 없애고 공기 속으로 휘발되고 싶은 피로가 있다. 하지만 그 빛 너머로 훌쩍 넘어갈 수 없는 지금, 대답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말을 걸고 또 건다. 미야모토 테루가 그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그랬다. 해답이 끝없이 미끄러지는 질문들의 연쇄가 결국 문학을 만들고 영화를 빚는다. 아마 삶도 그럴 것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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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깔들의 밤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고통의 심연을 향해, 김인숙 장편소설"
기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한 순간, 그들은 한 장소에 있었다. 기차에 탄 조안은 아이만은 구하고자 창밖으로 아이를 던졌으나, 바로 그 판단 때문에 아이는 죽고 만다. 남편 희중은 묵묵히 아내를 돌보지만, 조안은 사고의 충격과 슬픔으로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는다. 한편, 기차가 전복되던 순간 근처를 지나던 사내가 있었다. 백주는 거구인 자신을 비웃는 건달들을 건드렸다가 그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도망을 치던 중이었다. 갑자기 들려온 폭발음, 그는 사고의 목격자가 되된 백주, 집으로 돌아와 방안을 가득 채운 귀신들을 본다. 사고 현장에서 도망치던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 이곳까지 따라온 귀신들을.

아픔은 전혀 희미해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고, 그들은 한 아파트의 417호와 517호에 거주하게 된다. 서로가 그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로. 우연한, 사고 이후, 남겨진 이들에게 고통의 밤은 계속된다. 이 고통 또한 나의 책임이 아닌가, 추적하고 자책하고 번민하게 되는 밤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작가 김인숙의 장편소설. 반짝이는 기쁨, 투명한 슬픔, 어른거리는 죄책감의 빛으로 어룽대는 심연의 밤. 이 소설은 그 '밤'을 앓는 이들을 위해 놓여 있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사고 이후, 조안은 아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아이가 어떻게 되었냐고 묻지도 않았다. 의사가 심인성 기억상실이라는 진단을 내렸음에도 희중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기억하지 못한다면 침묵하는 대신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어야 했을 것이다.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집요하게 침묵하는 대신, 이해되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울고 불고, 자신의 온몸을 쥐어뜯어 철철 피가 흐르게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안은 묻지도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누구보다 자신의 비밀을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리고 마치 누구보다 그 비밀을 악착같이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희중의 입매가 단단해졌다. 입 속에 신 침이 고여들기 시작했다. 내뱉고 싶은 것, 다 토해버리고 싶은 것.... 마침내 희중의 입술이 벌어졌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아무리 급해도 아이를 창밖으로 던지고 혼자 살아남지는 않았을 거라고요!"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요! 나라면 혼자서만 죽지도 않고, 혼자서만 살아남지도 않았을 거라고요!"
희종의 입에서 거침없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아이를 죽인 건 조안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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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파크
기욤 뮈소 지음 / 밝은세상

"기억나지 않는 과거와 살아가야 할 미래 사이에서"
뉴욕 센트럴 파크, 아침 여덟 시. 파리경찰청 강력계 팀장 알리스와 재즈 피아니스트 가브리엘은 각각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묶인 상태로 공원의 숲속 벤치에서 잠을 깬다.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이로 한 번도 만난 기억이 없다. 전날 저녁 알리스는 친구들과 파리의 샹젤리제에서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차를 세워둔 주차장까지 걸어간 게 생각나지만 이후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가브리엘은 전날 더블린의 재즈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두 사람은 어쩌다가 그토록 황당하고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까? 기욤 뮈소의 새 스릴러 소설 <센트럴파크>다. 등장인물들이 '형사' 또는 '범인'이라는 고전적 설정에 치우치기보다는 인간의 고뇌와 심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생동감 넘치는 입체적 인물로 그리고 있는 게 특징이다. 기억을 맞추어가며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다 보면 스릴러적 반전과 함께 캐릭터들의 사연에 감추어진 드라마도 함께 느낄 수 있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가슴 절절한 로맨스와 숨 막히는 서스펜스의 결합. - 에르테엘(RTL)

시간의 법칙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랑 이야기. 다양한 사건과 풍성한 이야기들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치밀함과 저돌성이 돋보이는 소설. - 르 피가로 리테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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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지음 / 어크로스

"우리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일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일을 이루는 활동, 일이 낳는 결과와 함께 일이 놓인 차원과 일을 통해 형성되는 국면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라는 문제를 훨씬 더 정교하게 구성하게 된다.] 일을 생각한다는 표현이 꽤 어색하다. 일은 해내다, 해치우다, 견디다, 버티다와 더 어울린다. 일을 갖기 어려운 시절인 데다, 어렵게 만난 일을 유지하기도 만만찮은 세상이니,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사방이 사람으로 꽉 찬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며 회사에 가고 있는지 물음을 던져본 적, 성과와 승진만 챙기며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상사나 동료를 보며 왜 그렇게까지 일해야 하는지 속으로 소리쳐본 적, 열과 성을 다했으나 자신은 소진되고 이를 알아챈 회사에서 밀려나는 그 혹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 적. 아마도 누구보다 일에 대해 숱하게 고민하며 일의 의미를 찾기 위해 발버둥쳤을 당신이다. 다만 물음을 이어갈 여력이, 답변을 찾아낼 형편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당신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일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일은 지금보다 더 가혹하고 참혹해질 게 분명하다.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생각조차 허락되지 않을 그때가 되면, 버티고 견디는 일조차도 불가능하다. 다행히 일을 생각하고 의미를 발견하려는 고민과 움직임이 있다. 그 속에서 새로운 일,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 모든 필요성의 신호탄이자, 이 모든 가능성의 나침반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어떤 일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좋아함이 대상이 되는 것은 일을 이루는 활동뿐만 아니라 일이 놓인 조건까지다. 조건과 상황이 어떻든 언제나 한결같이 좋아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열정으로 시작했던 일이 일상이 되는 순간 삶의 무게를 열정만으로 가볍게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떻게 일을 좋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것인가, 일을 손에서 놓기 전까지 놓을 수 없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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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교양의 뼈대를 세우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
지식을 머릿속에 쌓는 시대는 지났다고 하지만, 아무런 바탕도 없이 다른 지식을 찾아 새로운 걸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탕이 되는 지식, 즉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생각을 나누며,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지식을 교양이라 부른다. 이 책은 어렵고 방대해서, 눈앞의 현실이 시급해서, 때로는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서 교양의 세계에 들어서지 못한 이들이 빠르고 쉽게 교양의 핵심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다섯 주제는 현실을 구성하는 힘이다. 저자는 각각의 주제에서 우리가 달성해야 할 최소한의 목표를 제시하고, 여기에 이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내용을 설명한다. 역사의 단계를 생산수단과 공급과잉으로 설명하고, 경제에서는 이 개념을 다시 설명하며 시장과 정부의 관계로 경제 체제를 구분한다. 정치에서는 보수와 진보, 민주주의와 엘리트주의를 이해하고, 사회에서는 이런 결정 방식에 따른 개인과 집단의 갈등을, 윤리에서는 의무론과 목적론의 대립 위에서 어떻게 현실을 바꿀 수 있는지 살펴본다. 스스로 얕은 지식, 최소한의 지식이라 했듯 뼈대가 다소 앙상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뼈대를 세워야 살이 붙고 피가 도는 법, 그건 각자 할 몫이라 하겠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다음과 같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지적인 대화에 목말라 있거나,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이 복잡하다고 느끼거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현실적인 제약으로 독서할 여유가 없거나, 대학에서 교양 수업을 듣기 전에 기초적인 지식을 얻고 싶거나, 미술관에 가면 무엇인가를 이해한 듯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거나, 가난하면서도 보수 정당을 뽑고 있거나, 정치는 썩었다고 습관적으로 말하면서도 뉴스는 사건 사고와 연예, 스포츠 부문만 보거나,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불안하지만 어디서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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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김탁환, 이원태 지음 / 민음사

"
김탁환+이원태, 소설의 영화, 영화의 소설"
김탁환과 이원태가 결성한 창작 집단 '원탁'의 첫 번째 장편소설. <불멸의 이순신>, <열녀문의 비밀 (조선명탐정 원작소설)>등의 '영화 같은' 소설을 쓰던 작가와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같은 '소설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기획자가 만나 함께 소설을 썼다. 금주령이 내려진 조선 시대, 탈을 버리고 칼을 버린 한 사내에 관한 영화 같은 이야기이다.

남사당 출신 광대로 자란 나용주. 악의 눈에 띄어 '검계'의 일원이 되고, 천출 소생인 왕자의 호위무사가 되어 그의 신임을 얻는다. 천신만고 끝에 왕이 된 자, 이근이 금주령을 선포하자 집권세력은 '검계'를 끌어들여 파궁(破宮)을 시도한다. 문장은 아름다움을 욕심내는 대신 목표한 바, 그 정확한 지점을 향해 과감하게 돌진한다. 추악한 권력의 민낯을 소설적으로, 영화적으로 상영하는 이야기와 함께 달리다보면 어느새 한 사내가 '악'의 기원이 되는 과정이 길 위에 놓여 있다. 소설과 영화를 잇는 '무블'의 첫 권. 이미 영화화가 확정되었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하루도 고민을 쉰 날은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자. 악두는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갑론의 개 노릇을 자처했고,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 내게 호암군을 구하라는 명을 내렸으며, 그 공을 독차지하기 위해 나를 죽이려 했다. 악두가 나를 아낀 것은 사실이다. 내게 자신의 마지막 소망까지 들려주었으니까. 그러나 거기까지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나와의 인연 정도는 가볍게 끊을 수 있다. 아랫사람의 마음을 얻고 위험한 일을 시킨 후 제거해 왔기 때문에 두령 자리에까지 올랐던 것이다. 악두는 두령답게 하던 대로 했고 나는 많은 신참이 당하듯 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 마포 검계 두령 표악두의 부하가 아니라 나용주로, 이 길 위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 센 자가 되리라. 그것만이 누군가의 개가 되지 않는 길이며, 이용만 당하다가 개죽음을 당하지 않는 길이다. 악두도 알고 나도 알지만, 검계 중에서 아무도 끝까지 가지 못한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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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을 용기
이승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내가 존재해야 세상도 존재한다"
많은 책들이 자존감을 말한다. 하지만 정작 자존감을 높인다는 건, 나를 사랑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명료하게 설명하는 책은 많지 않다. 단순히 나를 아끼고 사랑하면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일까? 나를 아낀다는 것은 무엇일까?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으로부터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흔히 외부에서 공격이 들어오거나 비난이 쏟아질 때, 어떻게 해서든 상대의 마음에 들고자, 내 행동을 수정하려고 발버둥 친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삶을 갉아먹는 대단히 소모적인 행동으로 진단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심하게 당신에게 부정적이지 않다. 그렇게 오랫동안 미워하거나 화나 있지도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까지 당신에게, 그것이 설령 부정적인 것일지라도 '성심성의'를 다해 감정을 주지 않는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맞서서 바라봐도 괜찮다며 '상처받을 용기'를 북돋아주는 책이다. 상대의 반응이 아니라 내 감정에 더 민감해지는 일, 내게 상처주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아껴주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일, 조금 더 나를 믿고 주변을 바라보는 일을 하나씩 쌓아가는 일에 대해 실제 사례와 함께 의사다운 조언을 덧붙인다. 소모적인 매일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더 깊이 집중할 수 있도록, 비난과 스트레스에 맞설 수 있는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책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내담자에게 "요즘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거나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요즘 무슨 생각하며 사세요?" 하고 물어보면 특별한 생각을 안 하고 산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다. 아무 생각 없이 인생 편하게 살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임상적으로 진단된 우울증 환자들 중에는 정작 자기가 우울한 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온갖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직장인도 정작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르는 것이다. 정말로 힘든데, 무척이나 괴롭게 사는데도 안테나가 내 방향으로 넘어오지 않은 것이다. 출근하면 남들 신경 쓰기 바쁘고 집에 오면 가족들 신경 쓰기 바쁘다. 가끔씩 소파에 파묻혀 드라마라도 보면 재미는 있다. "그 드라마 참 재밌더라." 우리는 보통 이렇게 얘기한다. 3인칭이다. 드라마가 주어다. ...관심의 대상이 밖에 있는 것이다. 재미 있고 말고를 결정하는 건 바로 나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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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 지음 / 와이즈베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된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
분야와 내용을 막론하고 어디에든 통하는 학습법은 없다. 그럼에도 대개는 한두 군데에서 효과를 본 학습법이 정론이라 믿고는, 좋은 결과일 때는 학습법에 믿음을 더하고, 나쁜 결과일 때는 자신을 탓하곤 한다. 이 책은 지난 125년 동안 이루어진 학습 연구에 최근 몇 십 년 동안 크게 발전한 인지심리학 연구를 더해, 그간 만고불변의 법칙처럼 존중 받던 수많은 학습법의 실제 효과를 측정하고 다양한 상황에 응용할 수 있는 학습법의 기초를 새롭게 다진다.

가장 많은 학습자가 선택하는 학습법은 반복하여 읽기인데, 실제로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배운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지 않으며 내용에 익숙해지면서 완전히 통달했다는 느낌을 주어 자기기만에 빠지게 된다. 시간 간격을 두고 다시 읽어야 숙달이 되는 것이지 연달아 반복해서 읽는다고 학습이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은 이렇듯 당연히 믿었던 학습법의 오류를 실험과 사례로 보여주며, 성공적인 학습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여기에서 지식은 머릿속에 새기는 암기가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맞춰 꺼내 쓸 수 있는 유연한 지식이다. 어떻게 공부할지 고민하는 학생과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하는 교사는 물론 평생 학습의 길 위에 선 모두에게 유용한 지침서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우리는 대개 잘못된 방식으로 학습하고 있으며, 다음 세대에게도 잘못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우리가 학습 방식과 관련하여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실증적 연구가 아니라 들은 이야기와 직관에 바탕을 둔다. 계속해서 ‘안다’는 착각에 빠져 있으면 비생산적인 전략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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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
김려령 지음 / 문학동네어린이

"<우아한 거짓말>, <완득이> 작가 신작 동화"
택시를 타고 “탄탄동 만복전파사로 가 주세요.” 하면 못 찾아오는 기사님이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켰던 만복전파사에, 호기심 많은 순주와 까불이 진주 남매가 산다. 한때는 고장 난 물건을 고치러 온 사람들 팔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이제는 좀처럼 이곳을 찾는 사람이 없다. 어려워진 가정 형편 때문에 엄마 아빠는 도시를 떠날 마음을 먹는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알아보러 간 시골에서, 이삿짐을 싸는 풍경 속에서 귀여운 남매가 경험한 특별한 순간들이 두 개의 에피소드에 담겼다.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겠지만 굴뚝만 타고 올라가면 찾아갈 수 있었던 산타 마을. 고장난 물건을 새 장난감으로 만들어 마음씨 고운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암행어사가 살던 그 옛날 자린고비 할아버지는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난 순주와 유동이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나눔의 기쁨을 배운다.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뒤섞는 재주,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의 대화를 발랄하게 채워나가는 솜씨에 저절로 웃음이 번진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진주가 희미한 전구 하나를 톡 건드립니다. 그러자 전구가 환해졌습니다. “진주야, 전구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이리 와.” “싫어!” 진주가 더 말썽 부리기 전에 데리고 가야겠습니다. 순주가 트리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몇 발짝 못 가 우뚝 멈췄지요. 환해졌던 전구가 꺼질 것처럼 희미해졌거든요. 순주가 뒤로 물러납니다. 전구가 다시 환해집니다. 뭐지? 다시 앞으로 다가섰습니다. 전구가 또 희미해집니다. “할아버지, 저 전구 왜 저래요?” “믿음의 전구라 그렇단다. 믿는 만큼 밝아지지.” “뭘 믿어요?” “산타.” “에이, 산타는 상상 속에 있는 할아버지잖아요.” “상상을 멋진 현실로 만드는 건 각자의 몫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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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마음을 놓친 달필은 졸필보다 못하다"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의 신작이다. 기업에서 17년간 말과 글을 다뤘던 전문가답게 읽기에도 쓰기에도 뛰어난 직장 글쓰기의 A to Z을 풀어냈다. 직장 글쓰기는 논술도 소설도 아니다. 심리가 절반 이상이다. 관계가 나쁘면 아무리 잘 쓴 글도 무용지물이다. 상대를 읽어야 내 보고가 읽힌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을 알아야 좋은 글이 '되는' 것이다.

저자가 강연에서 가장 많이 들은 하소연이 "도대체 20~30대 직원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아요."였다. 반대로 직원들은 "상사는 왜 앞과 뒤가 다른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불통 속에서 이들은 하루 8시간 이상을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지내는 것이다. 저자는 '정(情)'의 문화에 살아온 지금의 관리자급 이상과 합리를 추구하는 젊은 직원 사이의 간극을 메울 소통법을 제시한다. 모든 상사들의 상사, 상사를 대변하는 '회장님'이라는 아이콘을 세워 그를 설명해주며 상생하는 회사 생활을 위한 90가지 계책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구두로 대면 보고할 때는 보고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자세, 열의를 볼 수 있다. 서면 보고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를 읽어보면 보고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보고한 사람이 그 건에 관해서 자신을 방관자로 여기는지, 주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보인다. 방관자의 경우는 간절하지 않다. 평론가나 컨설턴트같이 쓴다. 주인에게는 간절함이 있다. 자기 의견이 반드시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는 확신과 긍정적 에너지, 이것을 꼭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아무리 풍부한 정보와 정확한 판단을 담고 있어도 이런 열의가 안 보이는 보고서는 영혼 없는 사람과 같다. 회장에게 팔아야 할 것은 머릿속에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 가슴속에 있는 열정이다. 심장은 머리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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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카렐 차페크 지음 / 모비딕

"카렐 차페크의 기묘한 미스터리 단편집"
SF 및 환상소설의 거장인 카렐 차페크가 쓴 미스터리 단편집이라니 궁금할 수밖에 없다. 과연 차페크는 본격적인 미스터리 소설에도 재능을 갖고 있었을까, 아니면 미스터리 소설의 설정과 개요를 가져와 평소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할까. 이 '양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후자에 가깝다. 사건 속에 담겨진 트릭은 범인의 정체나 사건의 진실보다는 이 세상의 기묘함 그 자체를 가리키고 있다. 말 그대로 '미스터리'다. 이 작품집의 서문 역할을 대신하는 <오른쪽 주머니...>의 첫 번째 이야기  '발자국'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눈이 쌓인 들판 한가운데서 갑자기 사라져 버린 발자국을 본 남자가 경찰에 신고하지만, 출동한 형사는 이 신기한 사건에 대해 심드렁할 뿐이다. 형사는 범죄는 미스터리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그에 따르면 범죄는 최소한 동기라도 가지고 있고 또 법이라는 명확한 기준에 의해 처리되지만, 범죄 바깥의 일상들에 대해서는 법이나 정의처럼 명확한 판단 기준을 가질 수가 없다. 따라서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진정한 미스터리란 바로 각종 범죄의 밖에, 평범한 이들의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유도 결론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살아가는 인생의 모든 국면을 미스터리로 선언한 차페크의 미스터리 단편들은 보통의 미스터리 소설들이 사용하는 소재를 끌어와 어딘가 다른 결과물들을 내놓는다. 사건을 해결한 형사는 자신의 날카로운 예감의 출처를 찾지 못해 불안해 하고, 배심원으로 참여한 남자는 남편을 살해한 아내의 사건을 방청하다 이 세상 자체가 무지와 악의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한다. 이 작품집 속의 미스터리들은 모든 삶 속에서 흐리게 빛나고 있다. 환상소설의 은총이 함께한 인상적인 미스터리 작품집. 과연 차페크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이 세상에 미스터리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사실 모든 집, 모든 가정이 다 미스터리입니다. 여기 오는 도중에도 저기 있는 작은 집에서 어떤 여자가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미스터리는 우리의 소관이 아닙니다 … 정말로 우리는 이 세상의 일에 무지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분명히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법과 질서는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정의는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경찰도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거리를 오가는 모든 사람은 미스터리입니다. 잡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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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폭격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기억과 폭격 사이, 배명훈의 맛있는 소설"
맨 처음 미사일이 떨어지던 날에는 서른 개의 현장이 전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쟁이 일상이 된 서울, 사람들은 미사일이 날아오는 이곳에서 월차가 없어 출근을 하고, 만나기 시작한 사람과 맛집에 갈 약속을 잡는다. 에스컬레이션 위원회의 현장조사원 민소의 삶도 계속된다. 폭격당한 인도 식당을 조사하며 마살라 도사를 떠올리고, 데이트 코스로 애용하던 스페인 식당을 조사할 땐 오렌지 샐러드를 아쉬워한다. 그렇게 미사일을 맞아 사라진 네 개의 식당, 민소의 추리는 하나로 귀결된다. '그녀'와 함께 갔던 맛집이 연달아 사라지는 것은 그를 향한 '그녀'의 메시지가 아닐까.

그녀는 비행기 사고 이후 실종되었다. 이미 이 세상을 떠났음이 분명한 그녀가 남긴 메시지를 추적하기 위해, 민소는 사소하고도 사적인 기억들을 되짚어 나간다. 전쟁과 미사일과 이태원 식당이 공존하는 소설. '떡국 떡 모양으로 얇게 썰어서 바삭바삭 부드럽게 튀긴 가지 위에 꿀이 얹혀 있는데, 접시 가득 꽃잎 모양으로 펼쳐져 나와요' 같은, 더는 먹을 수 없게 된 음식에 대한 묘사와 '항상 그래. 굳이 콕 찝어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서만 사과를 해.'라는, 전쟁을 둘러싼 구조에 대한 포착이 공존하는 소설. 배명훈과 전쟁과 미스터리와 맛있는 것.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여기도 맛집이 있었어요?"
민소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모든 미사일 공격이 그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아니었다. 아니, 그 어떤 미사일도 그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닐 가능성은 여전히 높았다.
'만약 메시지 같은 게 있다면 내용은 뭘까. 그 네 개의 단서를 가지고 내가 알아낼 수 있는 건?'
언뜻 떠오르는 한 가지가 있었다. 그 네 개의 현장을 하나로 연결하기 어려운 바로 그 이유. 즉 그 사람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단서들을 연결 지으려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은 그 사람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변수를 가설에 집어넣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이승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다. 만약 사라진 네 개의 식당과 관련된 메시지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 내용은 바로 그 전제 조건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일 터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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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원작, 신현주 글, 조혜진 그림, 김선욱 감수

"이미지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의 또 다른 버전이 필요했던 이유 중 하나. 더 많은 사람들이 정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럴 수 있다면 이 사회가 정의롭게 돌아가고 있는지 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지켜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올바른 삶을 살 것인가’ ‘어떤 문제 상황에서 가장 옳은 판단은 무엇인가’. 고민하고 성찰하는 것은 성인뿐만 아니라 10대들의 몫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영상세대를 위한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났다.

원작을 직접 읽는다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본문 속에 등장하는 판단의 상황,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감각적인 이미지와 간결한 글로 보여준다. 텍스트는 줄었으되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각각의 딜레마에 대한 마이클 샌델의 해설을 덧붙여 명료한 파악이 가능하도록 했다. 10대들에게 단지 정의의 기본 원칙과 좋은 사회의 정의라는 지식을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마이클 샌델 교수 문답을 따라 가며 스스로 ‘정의’, ‘좋은 삶’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연령을 떠나 <정의란 무엇인가> 원전을 읽기 전 입문서로 활용해도 좋다.
- 어린이 MD 이승혜

원저자 마이클 샌델의 말(한국의 10대 독자들에게) :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세계에서 앞서 가는 경제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된 지금, 한국인들은 좋은 삶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일인당 소득이 어느 정도 달성된 뒤에도, 돈으로 더 많은 행복을 살 수 있을까? 아니면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활동과 관계에 달려 있을까? 불평등이 심화되고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가 확대되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부유한 부모가 그렇지 못한 부모에 비해 자녀의 사교육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있는 상황은 정당할까?

사실 이러한 질문들은 극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지요. 하지만 의견 충돌이 두려움 때문에 이러한 질문들을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것을 미루거나 피해서는 안 됩니다. 정의에 관해 경쟁하는 여러 원칙들을 두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논쟁하는 것은 성숙하고 자신감 넘치는 민주주의의 징표라고 생각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아직 읽기 어려운 여러분들이, 10대가 읽을 수 있도록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쉬운 내용으로 표현한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나의 질문에 동참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정의, 공동선, 시민의 의미 등 커다란 철학적 물음에 대해 생각하는 즐거움을 10대 학생 여러분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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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밀턴 마이어 지음 / 갈라파고스

"비극은 침묵에서 시작된다"
나치와 히틀러에 대한 향수와 비판과 긍정과 부정이 뒤섞인 1955년 독일, 목수, 고등학생, 빵집 주인, 교사, 경찰관 등 평범한(?) 열 명의 나치는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밀턴 마이어는 당시 1년 동안 독일에서 지내며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들의 나치 가담에는 독일을 구하기 위해서,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나치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각자의 이유가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결국 자신의 안위가 있었다는 걸 밝히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한다.

이들이 나치의 핵심에서 히틀러와 공조하며 큰 직접적 이익을 얻었을까? 나치의 목소리를 주변에 전하며 나치 독일을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섰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범재판에 회부되거나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는 아니라고 하겠다. 그렇다고 역사적 책임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60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 책이 꾸준히 읽히는 까닭은, 그들이 여전히 막중한 역사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방증이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수많은 방관자와 동조자가 여전히 다른 침묵으로 끊임없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는 의심 아닐까. 이 책은 그 의심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될 것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내가 오늘 밤 당장 죽는다면 나는 매우 아쉬울 것 같다. 왜냐하면 오늘 내가 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일들, 즉 내게는 매우 나쁘게 생각된 일들 때문이다. 그 일을 하고 나서 나는 내일 뭔가 매우 좋은 일을, 즉 오늘의 나쁜 행동을 보상하고도 남을 일을 하려고 작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나치 친구들은 ‘실제로’ 오늘 밤에 죽어버렸다. 나치로서 그들의 삶을 기록한 책은 이미 완성되어버렸고, 이들은 자기들이 의도했던 안 했건 간에 좋은 일을, 즉 그들이 저지른 나쁜 일을 보상할 수도 있을 법한 일을 할 기회조차 더 이상 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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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플러스 원
조조 모예스 지음 / 살림

"싱글맘이지만 괜찮아"
괜찮다는게 정말로 고민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영국에서도 싱글맘의 삶은 팍팍하다. 특별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지 않은 제스는 더욱 그렇다. 열일곱 살 때 낳은 딸이 있고, 별거 중인 현 남편이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도 제스가 키우고 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제스는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정말로 사랑스러워서 어느새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존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가사도우미와 바텐더로 일하는 제스의 삶은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면서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이지만, 그녀는 그 이상을 바라본 적이 없다.

그러나 첫째 탠지가 수학 영재라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탠지의 재능을 알아본 명문학교에서 장학금 입학을 권유하지만 학비 외에도 비용이 많이 드는 명문 사립에 보낼 돈이 없다. 제스는 탠지를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시켜 그 상금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이제 여정이 시작되고, 온갖 자잘한 사고들과 만남들이 이어질 것이다. 인생에 단 한 번 뿐인 기회에 모든 것을 건 싱글맘의 여정은 자신의 현실을 확인하는 고통이면서,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자신의 독특한 긍정성을 다시금 발견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힘든 삶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아가려고 한다. 즐겁게 읽을 수 있으면서 따뜻한 격려도 얻을 수 있는 드라마로, 어쩐지 추워진 계절에 읽기에 더욱 좋을 듯하다. 마음부터 따뜻해질 수 있으니까.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청소 일은 그런대로 좋은 직업이었다. 눈치 볼 상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으며, 대부분은 고객을 직접 고를 수 있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일의 단점은 형편없는 고객(꼭 한 명씩은 있다)을 만나는 것도, 남의 집 변기를 닦다 보면 인생에서 남들보다 한참이나 뒤처진 기분이 든다는 것도 아니었다. 제스는 다른 집 배수구에서 머리카락 덩어리를 빼내는 일에 거부감이 없었다. 휴가용 별장을 빌리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지내는 한 주 동안에는 돼지처럼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는 듯해도 상관이 없었다.
제스가 이 일을 하며 싫은 점은, 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해 시시콜콜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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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
원철 지음 / 불광출판사

"불교계 대표 문장가 원철 스님 산문집"
일간지와 종교계 등 여러 매체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는 한편, 정확하고 간결한 글 솜씨를 지닌 문장가로 꼽히는 원철 스님. 3년 전, 서울살이의 묵은 둥지를 털고 홀연 산사로 내려가 수행에 전념했다. 산사로 돌아가 처음 펴낸 이번 책에는 스님의 일상과 수행, 단상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스님은 충고를 하거나, 깨달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소소한 삶의 모습을 간결하고 담박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찻물을 끓이고, 자연산 배추로 김장을 담그는 평범한 일상, 그 안에서 스님의 시선으로 포착해낸 소중한 순간들을 오롯이 독자들에게 전한다. 무심한 듯 마음을 두드리는 산문을 통해 온전한 쉼과 삶의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눈길을 걸으면서도 뒤에 남는 발자국까지 걱정하지 말라. 사실 그냥 당신 갈 길만 유유히 바르게 가기만 하면 될 일이다.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판단은 뒷사람의 몫이다. 설사 앞사람의 발자국을 똑같이 그대로 따라 간다고 할지라도 그건 같은 길이 아니라 뒷사람이 새로 가는 길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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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여행
에런 베커 지음 / 웅진주니어

"2014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회색빛으로 물든 고요한 도시, 외롭고 심심했던 소녀는 가족들에게 함께 놀자고 조르지만 모두들 바쁘기만 하다. 자신의 방 한구석에서 마법의 펜을 발견한 소녀는 펜으로 문을 그리고, 환상의 세계로 여행을 시작한다.

에런 베커는 첫 그림책으로 2014년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하고 단숨에 스타 작가가 되었다.  2년간 공들인 그림에는 젊은 시절 전 세계를 누비며 여행했던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스토리텔링에 맞춘 구도,  끝없이 펼쳐지는 생생한 배경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판타지를 전한다.
- 유아 MD 강미연

추천사 : 말이 필요 없는 명작이다. -뉴욕 타임스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버금가는 작품이다. - 북리스트
아이들은 자신만의 상상 속 여행을 통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기쁨을 맛볼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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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칠드런
장은선 지음 / 비룡소

"태어나고 싶다면, 세계를 파괴해야 해"
지금으로부터 크게 멀지 않은 미래. 사망률이 낮아지고 인구가 증가하자 정부는 '자식세'를 신설한다. '자식세'를 낼 능력이 없는 부모는 정부 몰래 아이를 기르거나 낳자마자 버리게 되고, 그렇게 버려진 아이들은 '학교'라는 기관에서 양육된다. '학교'는 철저하게 아이들을 지배한다. 시험에서 받은 등급으로 숙소는 물론 급식의 수준까지 차별받게 되고, '성인능력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지 못하면 영원히 비성년자로, 결혼 등의 권리 없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부모가 있는 '등록아동'이었으나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신 후 '학교'에 수용되게 된 '새벽'은 학교의 현실을 접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디스토피아였음을 깨닫게 된다. 싸늘한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등급을 가르고, 적극적으로 폭력의 세계에 동참한다. 기어코 이 '세계'를 탈출하려는 새벽의 움직임을 응원하게 되는 것은, 이 이야기가 만들어낸 가상현실이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은유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긴장감 있는 이야기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 공감을 이끌어 내는 심리묘사' 등의 평가를 받았다. 2014년 제 8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 청소년 MD 김효선

책속에서 : 오줌으로 젖어 있던 의자가 감은 눈 안으로 새까맣게 떠올랐다. 교실 안을 떠도는, 숨통을 짓누르던 소름 끼치는 공기. 외부인에게 쏟아지는 가시 돋친 시선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발가벗기는 노골적인 적의.
괜찮아. 새벽은 자신에게 재차 말을 건넸다. 이 정도는 진작 각오했어야 했다. 이오가 아니었다면 첫날부터 겪었을 일이다.
하지만 내게는 미래가 있다. 성적으로는 누구도 내 상대가 안 되니까.졸업만 하면, 어엿한 성인으로서 다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
'녀석들은 어차피 낙오자밖에 될 수 없어.'
이오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그렇다, 낙오자다. 이런 건 결국 패배할 놈들의 추한 발버둥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비성년자로서 어둠을 헤맬 망령이다. 졸업 후에는 마주칠 일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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