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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박사의 둔하게 삽시다
이시형 지음, 이영미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4월
평점 :
민감한 사회, 과민해진 개인 - 둔하게 삽시다 _ 스토리매니악
왜 이리 과민해졌을까? 요즘 뉴스를 보면 정말 기가 찬 사건이 한 둘이 아니다. 차마 말로 담기 참담한 묻지마 살인, 묻지마 폭행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 온다. 그들의 범행 이유는 더욱 기가 차다.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나빠서, 스트레스 때문에 등등, 맥이 탁 풀리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말뿐이다.
거창하게 뉴스를 들먹거릴 필요도 없이, 주변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과민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욕을 달고, 누가 지나가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한다. 개개인의 문제를 떠나 이런 모습은 직장이나 모임 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성질이 급한 민족이라니 다혈질이니 하는 말을 갖다 붙이지만, 결국은 감정 조절을 못하는 장애일 뿐이다.
이런 현상이 특히 지금의 우리에게 만연한 듯 하다. 끊임 없는 경쟁에 내몰리고, 너무나 불확실한 오늘에 내던져져, 신경 세포 하나하나가 다 촉을 세우고 있는 형상이다. 개개인의 문제라 하기엔 도를 넘은 듯 한데, 이 책에서 이런 문제들을 짚어 보고 있다.
<둔하게 삽시다>는 과민해진 우리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결법과 대책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우리 사회가 과민증을 앓는 이유, 과민증을 겪는 사람들의 정신분석 및 뇌과학적 설명을 곁들여 이해를 돕고,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선 과민증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 넉넉하진 않았어도 여유가 있었던 세대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팍팍해진 요즘의 시대를 이야기하며, 왜 신경이 날카로워 지는지, 왜 시도 때도 없이 화가 나는지 이야기한다. 이제는 병으로 정리되고 있는 과민증후군을 살펴보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이후 저자는 이러한 과민한 사회와 개인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파고든다. 무한경쟁과 불확실, 스트레스와 집착 등, 현대인이 안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점을 통해, 우리를 과민하게 만드는 것들을 알아본다. 그 내용을 보면,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며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 있다. 어릴 때부터의 교육, 사회에 진출해서의 경쟁, 개개인의 심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과민의 정체를 살펴 보게 된다.
끝으로 이런 과민의 정체를 알고 난 후에, 과민을 생활에서 덜어내고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위한 여러 해결책과 대안이 제시된다. 그 내용들은 개개인의 노력에 치우쳐 있다. 지나친 과민을 부르는 사회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는 쉽게 그리고 빨리 이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개개인이 자신의 마인드를 바꾸고 생활에 있어서 과민의 짐을 덜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왜 저자는 이렇듯 '과민' 에 대해 이야기 하려 했을까? 결국은 행복이란 단어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점점 긴장감이 높아져가는 사회, 그 사회 안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우리들, 그런 우리에게 행복이 가까이 올 리가 없다. 그래서 저자는 행복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민감한 사회에 대해 조금은 '둔해지는 것' 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저자의 결론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를 우리의 일상에 정착 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사람은 늘 뒤쳐진다는 것에 대한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둔감해지면, 그만큼 뒤쳐진다는 심리가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현명히 극복하려면, 이 책의 저자가 던져주는 방법들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개개인의 의식부터 변해야 사회도 변한다. 과민한 사회에 대해 둔감한 현명함을 가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