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아주 가볍게 - 과체중 인생, 끝내기로 결심했다
제니퍼 그레이엄 지음, 김세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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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일로 인생은 끝나지 않아, 그러니 달리자 - 가볍게 아주 가볍게 _ 스토리매니악


나는 살이 참 안 붙는 체질이었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먹고, 좋아하는 탄산음료 꿀꺽꿀꺽 먹어대도, 평균적인 체중에도 미치지 못했다. 날 보는 사람들은 살 좀 쪄야 한다고 매번 말했지만, 일부러 살을 찌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냥 생긴대로 사는거지... 그러다 나이가 후울~쩍 들어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되고 나서부터 살이 무섭게 붙기 시작했다. 뭐, 여전히 일반적인 체중에 비하면 살짝 모자라지만, 꼭 찌지 말아야 할 곳에 육안으로도 구별이 갈 정도의 살이 붙어 버렸다. 요즘은 심각하게, '이거 살 빼야 하는거 아니야?' 라는 해보지 못한 고민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정도의 삶이었기에, 살이 찐다, 뺀다, 다이어트 한다, 넌 살찐 사람들의 비애를 몰라..라는 말을 들어도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에 이 책 <가볍게 아주 가볍게>라는 에세이를 읽고, 살찐 사람에 대한 생각, 삶을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해 살짝쿵 감흥이 일었다.


네 아이의 엄마, 이혼녀,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을 지닌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인생 내내 함께 했던 '살' 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말은 유쾌하다고 했지만, 행간을 보면 뚱보라는 부제를 달고 살아온 그녀의 인생이 얼마나 상처의 연속이었고 눈물나는 것이었는지를 잘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재미나게도 무거운 삶이라는 표현을 보여주는덷, 그 무거운 삶이 '달리기' 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만나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살 함께 한, 그리고 달리기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 달라지는 자신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재미난건, 책 내내 달리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이거 달리기 권장 책인지, 뚱보로 살아온 비애를 말하는 책인지 헷갈릴 정도다. 뭐 꼭 규정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뚱보의 삶도 그녀의 이야기고, 달리는 뚱보의 삶도 그녀의 이야기며, 삶의 온갖 희노애락을 달리는 뚱보로 맞서는 것도 그녀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책이 주는 분명한 메시지는 이 책의 저자가 삶의 좌절의 순간에 주저 앉아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는 달렸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삶의 큰 전환점에서도, 무섭고 힘든 순간에도 달렸다. 사람은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모든 것을 멈추고 숨고 싶어한다. 그 어둠의 공간에 갇혀 세상을 원망하고 저주한다. 그 공간을 털고 나오는 것을 영 쉽지 않아 한다. 그러나 저자는 다르다. 그녀는 그런 순간마다 어두운 공간에 갇히는 것을 거부하고 달리기로 그 순간들을 이겨낸다. 저자가 유쾌한 어법으로 지나온 시간들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즐거운 시간들만은 아니었을터인데, 이렇게 달리기를 통해 그 모든 순간을 극복해냈다는 것이 참 존경스럽다.


인생은 끝없는 분투의 연속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겪어내느냐에 따라 사람의 인품이 달라진다. 이 책에서는 작가의 인품이 느껴진다. 그녀가 어떤 삶을 겪었는지 알기에, 그녀가 어떻게 무거운 삶을 털어내려 했는가 알기에 그렇다. 가끔 힘든 순간에 들어갈 떄 마다, 어떻게 이 순간을 잘 빠져나가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곤 한다. 저자처럼 자신만의 돌파구를 만드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저자만큼 달리기를 좋아할 자신은 없지만, 꼭 달리기가 아니어도 상관없을테니 말이다.


힘들다고 주저 앉아 있으면 늘 제자리일 뿐이다. 저자차럼 달려보면 어떨까? 그깟 일로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 털고 일어나 달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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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 빈의 동네 책방 이야기
페트라 하르틀리프 지음, 류동수 옮김 / 솔빛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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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러 본 적 있어? -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_ 스토리매니악


무슨 일인가를 저질러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자꾸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기에 무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남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드라마를 보고 같은 길을 걸어야 '정상인' 이라 느끼고 안도감을 느낀다. 수십 년을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일탈을 하고 싶어지는 날이 온다. 그러나 어떤가? 당신은 그런 일탈의 유혹이 요염하게 접근해 올 때, 저질러 본적이 있는가?


모르긴 몰라도, '아니요' 라는 대답이 대다수일 것이다. 일탈의 유혹에 흠뻑 빠지기는 하여도, 끝내 저지르지 못하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고 만다. 거의 대부분 말이다. 간혹 만 명 중에 한 두명,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도 하다. 바로 이 책의 저자 같은 사람 말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어쩌면 안락하다 할 수 있는 삶을 살던 사람이었다. 똘망똘망한 자식들이 있고, 남편은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자신 또한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유서 깊은 서점이 폐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뭔가에 혹~하여 그 서점을 인수하게 된다. 아무 계획도 없이, 어찌보면 충동적으로, 그러나 직감이 시키는대로 말이다. 말 그대로 저지른거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서점을 인수한 주인공의 '좌충우돌 서점 운영기' 이지만, 그 전에 이 책을 규정 짓는 것은 일종의 '일탈' 이라고 본다. 지금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 충동적으로 정해버린 새로운 삶, 그 다르고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이야기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책을 읽으며 어떤 부분이 그렇게 재미있었던 것일까 고민을 해봤는데, 아마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일탈을 주인공이 대신 저질러 주었고, 우리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시켜주었기 때문 아닌가 싶다. '일단 저질러 버린 일, 그리고 그에 대한 뒷수습'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 이 책의 이야기가 우리 현대인이 갖고 있는 욕구불만을 꽤, 통쾌히 해소시켜준다 말하고 싶다.


그 일탈의 결과가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고그녀가 시대를 역행하는 서점 주인으로써 분투하는 이야기는 일종의 보너스로 여겨질 정도다이 책에서 일탈은 서점 주인이 되는 것이었지만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꿈꾸는 일탈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이 책을 통해 그 일탈을 다시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책값은 충분히 하지 싶다. 반복되는 일상에 우울해하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기분 전환이 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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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0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이책 사놓고 손도 못대고 있습니다..아흑..

스토리매니악 2016-01-05 11:21   좋아요 1 | URL
으흣~ 짬짬이 읽어 보세요.. 쭉 읽지 않아도 좋더라구요.. ^^
 
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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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시간을 마주하는 방법 - 나를, 의심한다 _ 스토리매니악


나는 늘 궁금했다. 생물학적 나이게 더해질 수록 생각의 나이도 더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생각도 나이를 먹기 위해서는 별도의 방법이 필요한 것인지 말이다. 명확한 답을 찾지도 못했지만, 명확한 답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는 것이 요즘의 솔직한 생각이다. 나이에는 무게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달리 말하면 나이를 들어가면서 느끼는 어른의 무게라 생각해도 좋겠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어른의 나이가 된 지금, 그것도 무게감이 필요한 나이의 어른이 된 지금, 어른의 시간과 마주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책과 만났다.


강세형 작가의 <나를, 의심한다>는 일상에서 건져 올린 어른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어른이 되어 걱정하게 되는 것들, 어른이 되어 느끼게 되는 것들, 어른이기에 생각하게 되는 것들, 어른이라 가슴에 박히는 감정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세월의 무게가 점차 내려 앉으면 어느 순간 불현듯 내 나이를 의식하고, 이 나이의 내가 누구인지 고민해 보게 된다. 어떤 세월을 살았고 어떤 변화를 겪었고 어떤 미래를 고민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런 것들은 특별히 정해진 시간에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작가처럼 일상에서, 아주 불현듯,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감정의 파편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문장에 어른으로써의 고민과 감정과 불안이 가득 묻어 있다. 그런 문장들을 통해 어른이 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메시지들을 끊임 없이 보낸다. 작가 자신이 어른의 시간을 대면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그 안에서 읽는 사람이 자신만의 어른의 시간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하긴 가장 반짝거려야 할 나이에, 나 또한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돌아보니 내 나이의 앞자리는 이미 바뀌었는데, 나의 반짝이는 이십 대를 나는 대체 어디에 소모해버린 걸까. 어쩌면 그래서 나 또한 이곳으로 훌쩍 떠나와, 아니 도망 와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에세이라고 칭하기에는 아쉬운 듯한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꿈 속을 헤매는 것만 같다. 저자가 직접 대면한 감정인 것 같기도, 픽션처럼 어느 필터를 통해 전해지는 감정 같기도 하다. 현실이기도 꿈이기도 할 것 같은 이야기들이 뒤섞여 다채로운 색을 뿜어낸다.


에세이라 평하기엔 무리가 있는 요소가 있다 해도, 그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잘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의 이야기이기에 그 감정이 더 다가왔을 수도, 또는 한 번쯤 곱씹어 보게 되는 감정이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흔적 남기는 거 싫다는 얘기, 니들이 할 말은 아니지. 니들 작가잖아. 모든 걸 다 흔적으로, 그것도 남들이 봐줬으면 하는 흔적으로 남기는 사람들. 

책의 제목처럼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가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작가의 이야기 자체도,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 자신도, 어른의 시간에 끊임 없이 의문을 던지는 우리에 대해서도, 마치 이야기의 마침표 뒤에 우리가 이야기를 더해 놓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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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야간비행 - 정혜윤 여행산문집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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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상상하다 - 스페인 야간비행 _ 스토리매니악

 

여행은 보통,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의 과정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가기 전 여행지의 다양한 모습들을 상상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내가 원하는 여행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여행지에 도착하여 모든 것을 이미지로 확인하는 순간, 상상했던 모습들은 조금씩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 정도가 심하냐 그렇지 않냐에 따라 여행의 성적이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

 

CBS 라디오 프로듀서이자 북 칼럼니스트인 '정혜윤' 작가는 내가 말한 여행을, 이 책을 통해 잘 보여준다. 스페인의 여러 도시들과 리스본 등을 보여주는 여행산문집인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책에는 꼭 있는 것이 없다. 바로 여행지의 사진이다. 어느 여행책을 들춰보아도 여행지의 사진이 수십, 수백 장 들어 있다. 심지어는 여행기인지 사진집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사진으로 도배한 책도 수두룩하다. 그런 책들이 일반적인 요즘에, 여행지 사진 한 장 들어 있지 않은 여행산문집이라니,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단 한 장의 여행 사진 없이, 오직 텍스트로만 여행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여행지를 보여주는 사진이 없음에도 오히려 그렇기에 더 여행지가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정형화된 틀 안에서 보는, '이곳의 이미지는 이런 거야' 라며 지정해 주지 않는, 텍스트를 통해 한껏 상상하게 되는 이미지다. 소설이 재미난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이미지로 보여주지 않고, 글을 통해 이미지를 상상하게 함으로써,사람마다 다른 감정, 다른 이미지를 불러 일으킨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소설 같다. 텍스트를 통해 여행지의 모습, 여행지에서의 감정, 여행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전달하며, 한껏 상상하게 해준다. 마치,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를 한껏 상상하듯이 말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독특하다. 독자를 대상으로 말을 하듯 풀어낸다거나, 로드무비 형식으로 가는 길을 쭉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다. 특이하게도 서간문 형식이다. " 미스 양서류야. " 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마치 누군가에게 편지를 하듯,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고 느낀 것을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방식이다. 덕분에 더 많은 감정을 흡수하고 더 큰 이미지를 그려보게 된다. 독특한 매력이다.

 

여행기라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다른 점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책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점이다. 관광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책과 독서 경험 등을 버무려 여러 책을 통해 여행을 하고 여행을 즐기는 여행기다. 독서 경험을 통해 원했던 여행을 하게 된 작가를 보면서 작가가 원했던 여행지와 그곳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하는 나의 여행지가 겹쳐진다. 작가가 본 곳과 또 내가 그리는 그곳이 얼마나 같은 이미지로 겹쳐질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나도 꼭 그 이미지를 확인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일만큼, 저자의 이야기가 파고든다.

 

때로는 저자만의 세계를 따라가지 못할 때도 있다.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면 '우주를 유영하듯' 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다른 의미에서 동의하는 표현이다. 저자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감정을 따라가지 못했을 때는, 마치 어두운 우주 한 복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어지럼증 마저 느껴지는 당혹감이 일 때도 있다. 쉽게 말하면 '뭔 얘기지?' 하게 되는...

 

여행을 이렇게 할 수 있고, 이렇게도 이야기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가르쳐 준 책이다. 뭔가 괜스레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스페인의 모습을 이렇게도 즐길 수 있구나 하는 점에 감탄하며 읽었다. 좀 색다른 여행산문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많은 어필을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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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꿈꿀 권리
한동일 지음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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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라, 꿈을 향해 행동하라! - 그래도 꿈꿀 권리 _ 스토리매니악


이탈리아의 로마 북서부에 위치한 가톨릭 교황국 '바티칸시국'. 로마 안에 있는 도시 국가로, 교황이 다스리는 작은 독립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 가톨릭 교회와 교구를 총괄하고, 최고통치기관인 교황청이 있는 가톨릭의 본산이기도 하다. 유명한 관광지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탈리아 로마 여행을 간 사람들은 바티칸 투어 등을 통해 이 독특한 소국을 만나보고 오기도 한다.

 

아주 짧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이 곳에서, 한국의 청년이 대단한 도전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한동일> 교수의 얘기다. 그는 동아시아 최초, 한국인 최초로, 합격률이 5~6%에 불과하다는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인물이다. 유럽 본토 사람들도 되기 어렵다는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를 한국의 가난한 청년이 어떻게 이루어냈는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언뜻 생각하면, 가톨릭 최고의 사법기관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따낸 성공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성공담 보다는 실패담이, 실패담 보다는 한 인간의 끝없는 노력담과 고민이 녹아 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보냈던 답답한 십대 시절, 우연한 기회로 신과의 만남을 가지고 공부하던 신학 대학 시절, 언어 장벽에 부딪히며 성장한 유학시절, 그리고 모든 힘겨움을 딛고 이루어낸 바티칸 최고 법조인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통해 작가가 걸어온 어려움의 과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그가 도전해 온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신과의 만남을 통해 신학 공부를 하기로 결정하고 겪었던 일, 좋은 기회로 유학을 떠났지만, 라틴어라는 커다란 언어의 산에 부딪혀 고생한 일, 또 하나 최고의 법조인이 되기 위해 시험에 도전한 일 까지, 대부분 그가 무언가에 도전하고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이런 성공담이자 실패담이 와 닿는 이유는 한가지다. 보통 사람들이 도전에 실패하고 그 과정의 힘겨움에 포기할 때, 그는 꾸준히 행동을 했다. 도전해서 안 되면 다시 하고, 그 과정이 어려우면 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하나의 목표를 이루고는 또 다른 목표를 찾아 나서는, 매 번의 도전과 성공, 도전과 실패를 겪으면서, 그는 안주하지 않고 행동을 거듭했다.

 

책에 담긴 그의 어린 시절부터 바티칸 대법원의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이러한 행동의 연속이다. 꿈꾸지 않고 지쳐 있는 우리나라의 청년들, 자신의 환경에 좌절하고 그 무엇도 하지 않는 십대들, 그 모두를 위해 저자는 자신이 어떤 도전 과정을 거쳐 지금의 열매를 얻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책들에 보면 이런 도전기가 마치 슈퍼 히어로의 모습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어떤 어려움도 자신의 재치와 능력으로 너끈히 극복했다는 그야말로 성공담 위주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책은 인간 한동일이 얼마나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그 실수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이를 통해 어떻게 한걸음씩 전진해 나갔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한 수 가르쳐주고 싶을 정도로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좌절감에 빠져 헤매기도 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에 담긴 그의 이야기는 생생하다. 이 부분이 이 책을 다른 비슷한 부류의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지 않나 싶다.

 

간단히 말하면 '포기하지 말라' . 가난하고 똑똑하지 못했던 저자도 해냈는데, 이토록 많은 실수와 실패를 겪었는데도 해냈는데, 우리도 꿈꾸는 바를 이룰 수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포기하지 않으면 말이다. 저자 자신이 수 많은 어려움에도 결국은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가 되었던 것처럼, 좌절을 딛고 설 수 있을 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그는 문장마다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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