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보인다 - 다큐 3일이 발견한 100곳의 인생 여행
KBS 다큐멘터리 3일 제작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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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곳에 가면 삶이 보인다 - 사랑하면 보인다 _ 스토리매니악


사람이 있는 곳엔 삶이 존재한다. 그래서 삶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 우리는 사람을 보고 사람이 있는 장소를 보고, 그 안에 얽힌 관계를 보게 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만들어내는 장소, 그 장소 안에서 탄생하는 삶의 이야기, 그 장소와 이야기는 우리가 삶을 느끼고 삶에 감동하고 삶과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간들이다.


그 찰나의 시간을 72시간 안에 담아내는 이들이 있다. 'KBS 다큐멘터리 3일' 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삶의 공간을 찾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삶의 순간을 담고, 그들이 존재하는 공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1500일, 36000시간, 500여회, 5천여명,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 숫자는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쌓이고 쌓여 소중한 시간들로 남아 있다. 이 책은 그 소중한 시간들을 엄선하고 꾹꾹 눌러 담아 만들어낸 이야기다.


그딜들이 다녀간 수 많은 곳 중에 100곳을 엄선하여 이 책에 실었다. 삶이 힘들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찾아가면 좋고 생각만 해도 좋은 곳이다. 인생을 사는데 있어 위안이 되고, 내일을 다시 살아가는데 힘을 주는 삶이 존재하는 곳, 그렇기에 더 애타게 그곳을 들춰보게 된다.


저자는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쳐간 것들을 다시 유심히 바라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이 담고자 하는 이야기가 거기 있다. 10년이라는 세월동안 거쳐간 무수히 많은 공간과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은, 우리가 다시 유심히 바라보면 무언가를 수줍게 보여주곤 한다. 우리가 미쳐 몰랐던 것들이 내 삶의 순간과 진동이 맞아 공명하게 되면서 울려나오는 삶의 감동들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곳을 모두 돌아볼 수는 없어도, 이 책을 통해 그곳이 지닌 감동을 전해들으면서 또 다른 의미의 감동과 위로를 맛보게 된다.


페이지 페이지마다 담긴 작은 골목, 작은 식당, 작은 마을, 또는 도심의 거리, 왁자한 시장, 비릿한 부두에 이르기까지, 책에 등장하는 모든 곳에 인생이 있고, 그 이야기가 들려주는 인생에 관한 작은 위안과 교훈이 숨어 있다. 내 삶이 지쳤을 때, 그런 이야기들에게 위로를 받고, 또는 그런 일상들을 들여다보며 한바탕 웃어 제끼는 순간이 이어진다. 방전이 되어 힘이 없을 때, 꾸준히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이야기들이다.


지금도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 순간을 우리가 모두 찾아볼 수 없기에, 다큐 3일 팀이 전해주는 72시간의 이야기가 참 소중하다. 때때로 그 프로그램을 보며 그렸던 이미지들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텍스트로 보는 삶의 이야기가 주는 따스함도 은근히 느낌이 다르다. 착착 페이지를 넘겨가며, 차곡차곡 쌓이는 삶의 감동이 느껴진다. 이 책 들고, 책에 담긴 곳들을 찾아가, 그 삶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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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한국 소설의 첫 문장
김규회 지음 / 끌리는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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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으로 소설 만나기 - 우리가 사랑한 한국 소설의 첫 문장 _ 스토리매니악


첫 문장의 중요성은 어느 글에서나 비슷하다. 첫 문장의 강렬한 끌림이 없으면 그 글은 이미 힘을 잃고 마니 말이다. 그러나 소설 장르에서만큼 첫 문장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장르는 없다. 소설에서의 첫 문장의 중요성은 모든 작가가 인정하는 바이고, 나아가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더 없이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특히나 소설은, 첫 문장이 소설의 몰입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첫 문장을 쓰기 위해 고심한다. 기발한 첫 문장을 고심하거나, 신선한 첫 문장을 고심하기도 하고, 배경 서술을 통해 분위기에 몰입하기 위한 첫 문장을 준비하기도 하며, 충격적인 첫 문장을 내세우는 작가도 있다. 그 모든 것이 이후에 전개될 소설로 독자를 유혹하기 위한 유효한 수단이다. 때문에 소설의 첫 문장은 명문인 경우가 많고, 내내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 소설가가 가장 고심하며 쓴 문장이기에 더 그 울림이 커지는 것이다.


나도 좋아하는 문장들이 꽤 있다. 또 읽으면서 '이런 첫 문장이라니..' 하며 감탄한 경우도 많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앗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첫 문장', ' 벌써 30년이 다 돼가지만, 그해 봄에서 가을까지의 외롭고 힘들었던 싸움을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때처럼 막막하고 암담해진다.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첫 문장' 같은 경우도 내가 참 좋아하는 소설의 첫 문장이다.


이 책은 이처럼 소설의 정수라 하는, 소설의 첫 문장만을 모아 엮은 책이다. 솔직히 책을 들면 꽤 당황스럽다. 소설의 첫 문장이 수록 되어 있고, 이어 작품 소개와 작가 소개, 작가의 다른 작품의 첫 문장이 수록되어 있다. 간단하게 말해 이 구성이 전부다. 이런 구성으로 138명의 소설가, 460여편의 한국 소설의 첫 문장을 실어 놓았다. 첫 문장과 더불어 엮은이의 첫 문장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 처음엔 꽤나 당황스러웠다. 책 표지에 지은이가 아닌 엮은이라 표기된 이유가 납득되는 순간이랄까.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있다. 소설의 첫 문장은, 첫 문장에 이은 소설이 주는 감흥 때문에 그 첫 문장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첫 문장만 뚝 떼어놓고 보면 조그 낯선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아직 읽어보지 못한 소설일 경우엔 그 낯선 정도가 더하다. 때문에 책이 주는 당황스러움이 꽤나 묵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책에 첫 문장이 실린 소설을 이미 읽은 경우라면, 책에 실린 첫 문장이 주는 감흥을 다시금 느껴 볼 수 있게 된다.


내 경우 이 책에 실린 소설 중 반 정도는 읽어 본 것 같은데, 모르는 소설일 경우보다 읽었던 소설의 첫 문장이 깊게 와 닿았다. 특히 좋아하는 소설의 첫 문장을 만나면 상당히 반갑다. 다시금 소설을 읽었을 때의 감흥으로 엉덩이가 들썩이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이 책의 호불호는 독서량에 맞닿아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내용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첫 문장을 만나고, 그 첫 문장에 이끌려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면 그것으로 성공 아닌가도 싶다. 그렇게 읽고 싶은 책을 만나고, 그것이 실제 책을 읽는 행위로 이어진다면, 첫 문장이 가진 힘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껴보는 계기가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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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욕망하다 - 은밀하게
김정경 글.그림 / 다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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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어때서? 욕망 하고 살자! - 아저씨, 욕망하다 _ 스토리매니악


난 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호칭이 '아저씨' 라고 생각한다.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표시로써의 호칭 때문이 아니다. 예전에는 나이 든 사람의 호칭으로만 쓰였지만, 지금은 잠재적인 범죄자로써의 무게도 실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저씨라고 해서 모두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모두 폭력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온갖 사회문제를 꼭 이 아저씨들이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적 사회적으로 여전히 가장 의심받는 부류이기도 하다.


내가 아저씨가 되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초등학교 출입금지 때였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아동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일어났을 때, 성인 남성들의 초등학교 출입을 막았던 때가 있다. 내 마음 속의 힐링 장소에 출입 금지를 당한 것도 황당했지만,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부글부글 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아저씨라는 호칭이 따라 붙는 것과 동시에, 아저씨들은,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 더 표출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를 '욕망' 이라는 단어로 명쾌하게 제시한다. 그렇다. 아저씨들은 욕망을 조심해야 한다. 욕망을 함부로 취하려 하다가는 범죄자로 취급 받고, 욕망을 표현이라도 했다가는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게 된다. 뭐, 일부는 아랑곳 없이 욕망을 즐기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다수의 소심한(?) 아저씨들은 자신의 욕망을 최대한 감추고 조심조심 하며 산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참 용감하다. 자신의 욕망을 거침 없이 이야기하고, 이를 공유하며,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즐기려 노력한다. 때론 그 욕망이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들고, 피시식 웃음이 나올만큼 소박한 것이기도 한데, 한 아저씨의 욕망을 들여다 보는 것이 이런 쾌감을 줄 줄은 몰랐다. 남의 욕망을 훔쳐보는 즐거움이 아니라, 이렇게 자신의 욕망에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공감과 감동에 따른 즐거움이다.


작가의 욕망은 어쩌면 일반적인 남성의 욕망들과 거의 같다고 볼 수 있겠다. 여자에 대해, 술에 대해, 가족과 일에 대한 욕망들, 어떤 면에서 보면 고리타분하기도, 또 짜릿하기도 한 욕망들이다. 그런 욕망들에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 그런 욕망들을 과감히 표출하려 펜을 드는 저자의 모습이 어찌 그리 시원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많은 아저씨들이 이 책을 읽고 나와 같은 즐거움을 느꼈다면, 이는 필시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 안에 있는 욕망을 생각하고, 이를 꾹꾹 누르기만 했던 자신을 생각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또 공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이 주는 재미라면 바로 그 점 아닐까 싶다. 남의 욕망을 들여다 보며 자신의 욕망을 생각하고, 그 욕망을 표출하고 충실하려는 저자를 보며 억눌려 있는 자신을 들여다 보는 재미 말이다.


누구나 욕망이 있다. 이는 남자 여자를 떠나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저씨라는 단어가 주는 찡함이 있다. 그들이 가진 욕망을 이해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욕망을 대놓고 이야기하기엔 용기가 없는 것이 대부분의 아저씨들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뻔뻔스러움(?)이 더 부러운지도 모르겠다. 지친 일상 속에 저자처럼 욕망 한 자락도 갖고 있지 않다면, 이 세상 무슨 재미로 살까? 그 욕망을 통해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면, 어쩌면 욕망은 필수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아저씨가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은 용기를 얻지 않을까 싶다. 저자와 같이 욕망하며 살 수 있는 용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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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떠나, 안도현처럼
안도현 지음 / 별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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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기 전에는 세상을 알 수 없다 - 그래 떠나 안도현처럼 _ 스토리매니악


요즘 갑갑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나를 둘러 싼 상황들과 존재들, 그 안에서 옴쭉달싹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갑갑함을 만들고 있다. 어떻게든 돌파구가 필요한데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우왕좌왕하고만 있다. 이런 상황에 무슨 속시원한 해결책이 있겠냐마는, 이 책 <그래 떠나 안도현처럼>을 읽고나니 좀 더 편히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요즘이다. 학생은 취업 걱정, 직장인은 살아남기 위한 걱정, 돈 걱정, 학벌 걱정, 물가 걱정, 삶 걱정 등,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아주 다양한 걱정거리를 안겨준다. 삶이란 것이 이런 걱정의 연속이기는 하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이 안겨주고 있는 걱정은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게 된다.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누군가는 공부를 하고, 누군가는 사업을 하며, 누군가는 조용한 시골의 삶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행복을 찾아 떠난다. 또 누군가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그러려니 하며 살기도 한다. 딱 정해진 해답을 없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이 선택하고 그 길을 맹렬히 달려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달려갈 용기를 얻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 자신이 처절한 실패의 늪에서 허우적댔고, 그 늪에서 발버둥쳐 빠져나와 세상을 무대로 살아가고 있기에, 그의 이야기는 들어볼 만하다. 그가 선택한 삶의 탈출구는 한국이라는 공간에만 얽매이지 않는 삶이었다. 저자는 대학입시에 6번을 실패하고, 한달치 생활비만 들고 외국에 가 공부를 하고, 다양한 여행을 경험하며 자신의 가치를 찾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한 때 거듭된 실패를 경험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직장을 경험하고 성공을 경험하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그곳에서 일하며 나름의 성공된 삶을 보내고 있다.


이 책에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 어떻게 여행을 경험했는가, 그 과정에서 인생에 중요한 것과 삶의 길을 어떻게 찾았는가에 대해서다. 저자는 시야를 넓게 가져 꼭 한국이라는 나라에만 집착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며, 세상을 경험해 볼 것을 이야기한다. 꼭 해외에 삶의 길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저자의 말처럼 시야를 작은 곳에만 집중시킬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가 삶의 길을 해외에서 찾았다 보다는, 그가 세상에 부딪히며 살아온 인생 그 자체에 관심이 간다. 어쩌면 우리가 한국이라는 작은 공간에 집착하는 이유도 좀 더 큰 세상, 좀 더 두려운 세상이라는 곳에 놓이기 싫어서다 아닐까? 그 부딪히는 과정이 두려어 어쩌면 이리도 망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부분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이야기라 본다. 저자는 두려움 속에서도 세상과 부딪혔다. 그 안에서 자신을 찾았고 새로운 길을 만났다. 그 용기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여전히 궁금하다. 책에 분명 그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인데, 다시 이야기를 읽으며 저자가 가졌던 용기를 찾아보고 싶어진다. 그것이 내게도 큰 용기가 되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삶이 힘들고 지금의 상황이 힘들다면,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한 인간이 세상과 어떻게 부딪히며 살았는지 읽어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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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온전한 나를 위한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
혜민 지음, 이응견 그림 / 수오서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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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람이 있기에 삶은 흥미롭다 -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_ 스토리매니악


혜민 스님의 첫 책이 나왔을 때, 사인회에 가 스님의 사인을 받았었다. 사인회라는 것을 처음 가보기도 했고, 마음에 드는 글을 만들어낸 저자를 본다는 생각에 살짝 설레기도 햇었다. 차례가 되었을 때, 블로그의 이름을 기억해 주셨던지 이름을 듣고 환하게 웃어 주시던(약간의 놀람이 동반된..)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때 기억에서 유독 머리에 남아있는 것은 스님의 환한 얼굴이다. 잘 생기고 뭐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잘 웃으신다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얼굴 자체에서 풍기는 환함이 참 인상적이었다. 사인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막연히 생각했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힘을 온전히 쓰고, 남을 위해 따스함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의 얼굴이란 저렇게 환한가 보다' 라고...


한참 웃음이라고는 없고, 낯빛은 검정 크레용으로 쓱쓱 문질러 놓은 듯 했던 때라 더 그렇게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큰 위로와 용기를 받았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부분에서는 미적지근 했다. 그 책에서 내가 건진 것은 타인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한 사람' 이었다.


사랑은 사랑하는 이유 말고

다른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이 책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의 전작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스님의 인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또 그만큼 스님을 욕하고 질시하는 말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런 부분이 인기를 얻은 사람이 당연히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라 생각한다. 스님도 사람인 만큼, 그런 말들에 상처받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의문부호를 다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자신이 세운 뜻을 굳건히 이루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존경받을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 책이 스님의 뜻을 다시 세우고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전작들과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책이다. 삶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힘겨워 하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완벽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엇이 우리가 삶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는지, 무엇이 우리의 내면을 평화롭게 하는지, 스님만의 시선으로 일깨워준다.


책을 보면서 스님이 참 많은 고민을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자신을 공격해오는 상처들을 어떻게 벗어날지,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는지, 이를 힘겨워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들려주고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줄지, 정말 많은 고민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만 같다. 스님이 들려주는 위로의 말보다, 스님이 말씀하시는 내면의 평화를 위한 말보다, 한 명의 사람에게라도 더 따스함을 전해주고 싶은, 위로를 전해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고 싶어하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깨달음을 갈구하는 하나의 사람이 보여 읽는내내 꽤나 먹먹했다.


아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알았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아 알았다고 해서

바로 치유되거나 금방 행복해지지는 않습니다.

나는 이 책에 담긴 스님의 말이 우리의 삶에 어떤 위로가 되고 어떤 용기를 주는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잠언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효용이 달라진다. 아무리 좋은 말, 진리의 말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마음을 닫으면 한낱 단어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마음을 여는 글이 좋은 글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그 사람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한 그 문을 열기는 힘들다. 사람이 준비가 되어 있으면 악문 속에서도 삶의 진리를 발견하는 법이다.


나는 이 책에 담긴 말들을 그냥 차곡차곡 쌓아두기로 했다. 당장 감동을 몰고 오는 문장도, 당장 위로의 문을 열어주는 문장도, 또 아무 감흥이 없는 문장도 있었다. 나는 다만 그 내용들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껴보려 한다. 가슴에 잘 담아 두었다가, 내가 준비가 되는 날 더 큰 울림으로 다가 온다면 더할 나위가 없고 말이다. 스님이 말씀하시는 완벽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스님의 이야기를 읽으면 읽으수록, 그렇게 모자라기에 인생이 흥미롭기 짝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은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잠시 머물다 그냥 떠나지만

어떤 사람은 잠시 머무는 동안, 우리 삶을 크게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발자국을 가슴속에 남겨 놓고 떠난다.

- 플라비아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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