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삶의 음악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러시아 소설을 읽다 보면 러시아 정신을 찬양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러시아 민중이나 귀족들의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종종 비판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체호프도 그러했고,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서도 그렇다.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듯한 러시아인의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비판한 작품 가운데 단연 으뜸은 이반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일 것이다. 안드레이 마킨의 <어느 삶의 음악>에서도 이 ‘오블로모프’에 견줄만한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의 화자는 ‘안락한 생활에 대한 타고난 무관심과 체념, 부조리한 상황에 발휘하는 끈질긴 인내심’을 가진 ‘칙칙한 삶의 집적체’ 러시아 민중을 경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뮌헨의 한 철학자가 발명한 용어인 ‘호모 소비에티쿠스’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가 이 단어를 떠올리는 공간은 눈보라에 휩싸인 우릴 지방의 어느 기차역이다. 연착으로 도무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기차를 기다리던 화자는 자신처럼 이 기차역에서 열차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러 사람들, 그 무력한 이들을 바라보며 불만족스러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은 왜 이토록 무기력한가, 기차가 몇 시간이나 연착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불평도 터뜨리지 않고, 불만도 없이 다들 입을 꾹 다물고 기다릴 뿐이다. ‘호모 소비에티쿠스’ 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가! 동포들 사이에 묻혀서 그는 머릿속으로 그 철학자의 지혜를 찬미한다. 러시아인들, 그들은 기차가 여섯 시간 째 연착하고 있음에도 ‘여러 밤을 더 이곳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아예 여기서 발붙이고 사는 것에도 익숙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저렇게 바닥에 신문지를 펼치고 라디에이터에 등을 기댄 채로, 먹을 거라고는 통조림밖에 없을지라도’ 그들은 그것을 운명이려니, 숙명이려니 하고 묵묵히 받아들일 인간들이다.

그는 넌더리가 난다. 대합실의 이 맥없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악몽 같다고 느낀다. ‘문명 세계로부터 아득히 떨어진 이 작은 마을들에서 삶이란 기다림과 포기’ 그리고 그저 ‘신발 깊숙한 곳의 촉촉한 온기’일 따름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눈보라에 휩싸인 이 기차역은 이 나라 역사의 축소판’이며, ‘뿌리 깊은 그 본성의 축소판’이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행동하지 않는다. ‘행동에 나설 여지를 싸잡아 비웃어 버리는’ 공간이며, ‘시간을 집어삼키고 일체의 기한과 기간과 계획을 균일화하는, 차고 넘치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내일’은 그저 ‘아마도 주어질 하루’에 불과할 뿐이며, ‘이 공간과 눈(雪)과 운명이 허락하게 될 하루’를 의미할 뿐이다. ‘러시아적인 것’이 무언인지 묻는 혐오스러운 질문에 그는 ‘역사’의 외부에 자리한 나라, 5세기에 걸친 노예 상태, 스탈린 등등 온갖 부정적인 단어만을 떠올린다.

그에게 ‘호모 소비에티쿠스’는 이렇듯 저 옛날의 ‘오블로모프’,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숨만 쉬던 ‘오블로모프’처럼 주어진 삶에, 운명에 굴복하고 무기력하게 순응하고 마는 러시아적 삶의 모든 것을 뜻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아마도 이따금 발생하는 기차 연착을 제외하고는 ‘자기들이 사는 나라는 천국’이라 여기고, ‘느닷없이 확성기에서 전쟁 발발을 알리는 냉혹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대도  몸을 털고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전쟁을 맞을 준비를 하고 고통과 희생을 감수할 것’이다. 그들은 ‘이 누추한 이 기차역, 철로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의 추위 속에서 굶주림이든 죽음이든 삶이든 그 모두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면서’(19쪽) 그 삶에 순응하고 말 것이다. ‘호모 소비에티쿠스’ 그들은 말이다.

동포들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이렇듯 차갑고 냉소적이다. 연민은커녕 공감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그 자신은 러시아인이 아닌가?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또한 그 무리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인지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자신은 그들과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은 그 무리를 ‘호모 소비에티쿠스’라 부를 권리, 명명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아니 그렇게 부름으로써 그들과 나를 다른 존재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약한 갈대일지언정 스스로 그렇다는 걸 알기’에 그것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는 이런 자기의 생각을 ‘인텔리겐치아의 낡고 교활한 논리’(20쪽)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이렇듯 이 작품의 화자는 러시아인이면서도 러시아인 무리와 거리를 두고 그들의 어떤 특성을 몹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이 화자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태어나 볼가 지역에서 자라고 모스크바대학을 나왔음에도 프랑스로 망명을 선택한 작가 안드레이 마킨 그 자신을 떠올리게 한다.  

여행 중 망명을 신청했다니, 조국에 대한 염증이 얼마나 컸기에 그러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은 이미 그곳을 벗어났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고, 그들은 ‘호모 소비에티쿠스’라고 거리를 두면서 러시아인들의 순응적인 삶을 비판하면서 냉소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게 책장을 조금씩 넘기려니, 이 냉소적인 화자는 이윽고 이 숨막힐 듯한 공간에는 어울리지 않는 어떤 소리, -청명한 음악 소리를 듣고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는 한 어두운 공간에 다다라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은 한 노인을 발견한다. 노인은 피아노를 치며 킬킬 웃고 있다. 이 노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모스크바로 떠나는 기차가 마침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화자와 노인은 열차에 함께 오른다. 그리고 노인은 이 냉소적인 청년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 당시 난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믿었다오.” 이렇게 입을 여는 그, 노인의 이름은 ‘알렉세이 베르그’로 그는 한때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다.

<어느 삶의 음악>은 엄밀히 말하면 이 노인, 이제는 어느 간이역에서 피아노를 치며 킬킬 웃는 이 노인의 이야기이다. 피아니스트로서 전도유망했던 청년은 어쩌다가 이리 몰락한 모습으로 시골 간이역에서 자신의 신분을, 과거를 숨기듯 피아노를 치고 있는 것일까? 그의 지나간 나날을 좇다 보면 인생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님을, 특히 이 화자가 그토록 경멸했던 ‘호모 소비에티쿠스’로서의 삶은 더더욱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 것을, 그런 강압적인 체제 아래에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음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밀고와 숙청으로 점철된 스탈린 치하 소련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는커녕 살아남는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일 수 있음을, 그러한 삶 자체가 누군가의 눈에는 운명에 순응한 비겁하고 무기력한 인생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런 체제 아래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숭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화자는 더 이상 ‘호모 소비에티쿠스’를 경멸적인 단어로 쓰지는 못하리라. 그리고 지금은 러시아가 아닌 곳에서 프랑스어로 조국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작가 그 자신도 그것을 알기에 이런 작품을 쓴 것은 아닐까. 제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사람들도 ‘저마다 자기 삶의 여린 불꽃에 조심조심 입김을 내불고 있는 듯’(21쪽) 살아간다는 것을 이 작품은 조용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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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6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삶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노인의 이야기 궁금하네요. 저도 찜해갑니다.

잠자냥 2022-09-26 20:23   좋아요 1 | URL
ㅎㅎ 받아들이기 나름인 작품 같습니다!

mini74 2022-09-26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심조심 그렇게 살아가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저도 궁금해요 ~ 몰락한 피아니스트의 사연도 궁금하고. 자냥님 글은 언제나 참 좋습니다 *^^* 부러워요 ㅎㅎ

잠자냥 2022-09-26 20:24   좋아요 2 | URL
네, 그 피아니스트의 삶이 참 기억에 남네요. 짧은 소설이라 금방 읽으실 거예요.

Falstaff 2022-09-26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젠 잠자냥 님 리뷰가 뜨면, 윽, 혹시 또 리뷰 백일장?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깝쇼? 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6 20:27   좋아요 1 | URL
ㅎㅎ 제가 너무 잘 써서요? ㅋㅋㅋ 농담입니다. 저는 그렇게 많이 참가하는 편도 아닌데요. ㅎㅎ 이번 달도 여러 개 있는 것 같던데, 관심 없는 책이 많아서 패스합니다. <고독한 얼굴> 같은 경우는 설터 작품이라 옳다구나 하고 읽었는데 전 작품이 그닥 와닿지 않아서 그것도 참가 포기! 암튼 이 책은 리뷰 대회 대상 도서 아닙니다요~

독서괭 2022-09-27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 삶의 불꽃에 조심조심 입김을 내불고 있는 듯 살아간다니.. 참 인상적인 표현이네요. 다른 사람의 삶을 한심스럽게 여기기는 쉽지만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그럴지..^^ 망명자로서 조국에 대한 애증이 묻어나올 것 같습니다. 리뷰가 물흐르듯 읽혀서 좋아요🥰

잠자냥 2022-09-27 12:52   좋아요 2 | URL
네, 작가가 자기 나라의 어떤 부분을 참을 수 없어 망명했지만 결국 조국에 대한 애정을 고백한 작품으로 읽혔습니다. ㅎㅎ

- 2022-09-28 0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토록 차분한 글이라니......... 역시.... 자기 자신이 최고일 수 밖에 없는 오만한 사람답군... 그러나 나는 잠자냥의 본질을 알고 있다... (동네 사람들...읍읍...이 사람 페x인데edp...마니아고요...)
읽으면서 이 작품 화자 좀 별로다 했는 데 ㅋㅋㅋㅋㅋ 돌려까기 했나보네요? ㅋㅋ 인생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죠. 그런 인생들을 냉소할 정도의 지성(전 냉소는 지성의 산물이라 생각하지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보지만 나는 냉소 안하고는 못견디겠는 똑똑한 노동자인지라 ㅋㅋ...)을 갖췄으면 이 정도의 글은 써서 남겼어야죠. 음, 좋은 소설일 것 같습니다.

잠자냥 2022-09-28 10:17   좋아요 1 | URL
댓글과 달리 차분한 글을 쓰는 잠자냥은 오만을 다부장님에게 배웠어요. edo도 다부장님에게 배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28 10:27   좋아요 2 | URL
부장님… 차분한 잠자냥에게 무슨짓을 한거냐능… 사실 나도 의식의 흐름 기법 다부장한테 배웠…(쿨럭…)

mini74 2022-10-07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냥님 아까 은근슬쩍 적립금 자랑하신 댓글 봤습니다 ㅎㅎ
축하드려요 *^^* 연휴동안 고냥님들과 행복하게 보내시길 ~~

잠자냥 2022-10-07 22:16   좋아요 1 | URL
ㅋㅋㅋ 은근 슬쩍 아니고 대놓고 했습니다! ㅋㅋㅋ 미니 님도 늘 당선 축하드리고요~~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비비언 고닉 지음, 서제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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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일의,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고독과 외로움을 이렇게 빼어난 문장으로 섬세하게, 생생하게 통찰할 수 있다니. 비비언 고닉은 진짜 이 시대의 에세이스트가 맞구나.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그의 모든 글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사람은 수전 손택 이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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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26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책도 뭐이리 고급스럽게 생겼대요?

잠자냥 2022-09-26 11:00   좋아요 2 | URL
제목도 근사합니다. ㅎㅎ 다락방님도 저처럼 에세이 잘 안 읽으시니까, 일단 <사나운 애착>부터 읽으신 후 괜찮다면 계속..... ㅎ

다락방 2022-09-26 11:01   좋아요 2 | URL
에세이가 마음에 들기는 진짜 힘들잖아요. 저도 곧 도전! 아니 근데 대체 언제쯤.. 어휴..

잠자냥 2022-09-26 11:03   좋아요 2 | URL
책 그만 사고 도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9-26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닛 이건 반칙이에요. 수잔 손택에게 저렇게 비유을 해버리시면 안 읽을 도리가 없잖아요. ㅠ.ㅠ

잠자냥 2022-09-26 20:27   좋아요 1 | URL
ㅎㅎㅎ 닮은 다른 듯 두 작가 모두 참 글을 잘 쓰네요! 찰진 비유가 넘쳐납니다.

- 2022-09-29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부터 생긴 것 까지.. 게다가 별다섯이라니…. 게다가 고독과 외로움이라니…. 나도 오늘은 참아보려고 했는데… 내 손꾸락아 내 손꾸락은 과연 구매 버튼을 누를 것인가? ㅋㅋㅋ 10월까지 기다릴 것인가?ㅋㅋㅋ 투비 콘 티뉴… 어쨌든 땡스투…

잠자냥 2022-09-29 17:17   좋아요 1 | URL
곧 불을 질러주마! ㅋㅋㅋㅋㅋㅋ

- 2022-09-29 17:2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파이어~~~~어어~~~
 
어느 삶의 음악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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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프랑스문학일까, 러시아문학일까. 프랑스어로 쓰인 러시아인의 삶. 스탈린 치하 그 숙명적인 삶을 고통 속에서도 살아간, 살아나간 한 러시아인의 인생이 끝끝내 마음을 뒤흔든다. 짧은 이야기, 간결하고 서정적인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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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5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 관심가는 책이었는데 이로써 저도 읽어야죠. ^^

잠자냥 2022-09-26 09:44   좋아요 0 | URL
네 짧고 강렬합니다!

수이 2022-09-26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짧고 강렬하단 말씀에 한표!

잠자냥 2022-09-26 10:51   좋아요 0 | URL
두 표 줘요. ㅋㅋㅋㅋ
 














<마틴 에덴>을 읽노라니 20대 때의 내가 떠올랐다. 아니 그 시절의 내 사랑이 생각났다. 그 시절 나는 지금보다는 세상을 밝게 희망적으로 보았으므로 이 세계에 가난과 부유함은 있을지언정 계급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그렇게 믿었었다. 소위 말하는 SKY, 명문대를 다니지 않았으므로 대학에서도 계급이라고 부를만한 어떤 것을 느낀 적이 없었다. 다들 고만고만한 집안 출신에 조금 부유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동기나 선후배가 있었을 뿐 같은 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할 정도의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때는 그래도 요즘과 달리 개천에서 용이 날 수도 있었고 서연고, 이른바 명문대를 강남 출신들이 50%이상 차지하지도 않았던 때라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 믿음의 첫 붕괴는 사회에 나왔을 때였다. 다양한 학교 출신이 모인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부(富)의 수준도, 그에 따른 사람들의 경험 수준도 제각각이었다. 그즈음 내 눈길을 끌었던 그 사람은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절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가장 부유한 집안 출신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때도 그는 그래 보였다. 티를 내지 않아도 보이는 그 풍족함. 그는 누구보다 단정했고, 여유로워 보였다. 모범생에 가까웠던 그 사람의 그 단정한 세계를 깨뜨려보고 싶었다. 목 아래까지 꼭 채운 단추를 풀러놓고 싶었던 것처럼 어쩌면 나와 너무 다른 그 세계에 속한 사람을 망가뜨려보고 싶은 잔혹한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마틴 에덴>의 마틴이 단 한 번 보고 매혹당한 그녀 루스, 그리고 루스를 감싸고 있는 그 다가갈 수 없어 보이는 상류 계급을 동경하고 닿아보고자 애쓴 것과 달리, 나는 그 세계에 속한 그 사람을 조금 망가뜨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사람과 가까워져 그의 집을 가게 되었을 때의 당혹감이랄까 충격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의 부모는 부자였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그는 그 부가 공기처럼 자연스러워서 특별히 자신이 부유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도 없을 그런 상태였다. 날 때부터 부가 자연스러운 삶은 저런 것이구나, 게다가 그 집안의 화목한 분위기는 나로서는 제아무리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나의 부모가 가난했고 시종 불화를 겪었고 그러다 결국 서로 헤어지기로 한 것을 내가 이 평온하고 풍요로운 세계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말한다고 한들 그는 도저히 알 수 없을 것이다. 루스가 마틴의 가난을 그저 낭만적으로 상상만 하다가, 그 가난을 목도하고 구역질을 느끼는 것처럼 상상 속의 불행한 가정과 상상 속의 가난한 집안을 현실로 마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그래서 나는 결국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집에서는 연기를 했다. 부자는 아니지만 가난하지도 않은, 아주 다정하지는 않지만 사이가 나쁘지도 않은 부모를 둔 평범한 사람으로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 내 부모가 결국 이혼을 했어도 나는 끝내 그 사람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 무렵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어도 그 비밀은 끝끝내 말할 수 없었다. 그 사람과 나는 다른 세계에 속한 존재였다. 마틴과 루스처럼. 결국은 섞일 수 없는, 한때 서로가 속한 세계에 매혹당해 다른 세계로 발을 건넬 수는 있어도 다시 자기가 속한 세계로 돌아가 거기서 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류였던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계급은 꼭 부와 가난으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마틴 에덴>의 마틴이 루스와 루스가 속한 상류계급의 풍족함과 여유로움만을 본 것은 아니었듯이, 다른 부분, 그러니까 박학다식한 지식이나 교양, 부가 가져다준 다양한 경험에서 충격을 느끼듯이 지식과 그 지식으로 얻은 다양한 경험과 그 경험에서 비롯된 또 다른 세계를 열 가능성이 계급 격차를 만들기도 한다. 그 이후 내가 만난 사람이 그랬다. 그 사람은 이른바 명문대 출신이었다. 그러나 나를 당혹하게 만든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의 부모가 이른바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나왔고 두 집안의 가계에는 대대로 그 분야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학자들이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그 집안은 대대로 학벌이 계급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부모 중 한 사람이 나의 출신성분(대학)을 알고 짓던 그 묘한 표정이란.... 그때의 나의 열패감이란..... 나는 나 자신의 학벌보다 내 부모가 그들처럼 명문대는커녕 대학을 나오지도 못했다는 사실에 더 열패감을 느꼈다. 그 사람의 친구들은 어땠던가. 대부분 학자 집안 출신에 어릴 때부터 해외 곳곳에서 체류하면서 배우고 익힌 경험, 그리고 그런 배움과 경험의 기회로 또 다시 그들 또한 학벌을 세습 받듯이 명문대를 졸업한 그 삶의 이력은 내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벽이었다. 마틴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천박한 노동자 말투를 교정하느라 문법을 익히고 한다고 해서 다다를 수 있는 세계가 결코 아니었다.

잭 런던의 <마틴 에덴>에는 이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난한 노동자, 밑바닥 출신의 하층민 마틴 에덴과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상류계급 출신의 루스- 그들이 서로의 세계를 동경하거나 호기심에 이끌려 시작된 그 사랑에는 부(富)와 지식, 교양 그로 인한 (보이지 않는) 신분 또는 계급 차이 그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마틴은 자신이 전혀 속하지 않았던, 아니 ‘못’했던 그 세계를 목도하고 그 세계에 속한 사람을 동경하고 선망하고 사랑하듯이,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자 이전의 삶과는 결별하기로 작정한다. 그는 가난했지만 명석했고 뛰어난 육체(체력)를 지녔으며 그렇기에 그는 몇 시간이고 도서관에 파묻혀 책을 읽고 자신의 잘못된 언어를 바로 잡고, 글을 써서 작가가 되어 부와 명성을 모두 갖고자 한다. 날 때부터 상류계급에 속하지 못했고, 영원히 속하지 못할 그가 사랑하는 연인 루스에게 다가가고자 애쓰는 이 노력은 너무나 처절하고 지독해 눈물겹기까지 하다. 루스는 또 어떤가, 그가 속한 세계의 남자들, 그 매끄럽지만 밋밋한 남자들만 보아오던 그녀에게 마틴은 실로 육체, 피와 땀과 살로 이루어진 강인한 남성성 그 자체이다. 그의 동물적인 육체와 삶에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끌린다. 게다가 이 남자는 생각보다 영특해 가르치는 것을 속속 흡수할 줄도 안다. 그래, 내가 이 남자를 바꿔보겠어! 이 뒤떨어진 남자를 개조해보겠어! 부르주아 계급으로 끌어올리는 거야! 마틴과 루스, 이 두 남녀의 동상이몽이 만나 처음에는 호기심과 동경이 불꽃을 일으키더니 결국 그 불꽃은 사랑이 되어 활활 타오른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나고 자란 환경의 차이는, 계급의 차이는 과연 극복될 수 있을 것인가.

나의 지나간 사랑들은 지금 이렇게 ‘지나간 사랑’이라고 말할 처지로 끝났다. 꼭 부 또는 학벌 계급의 차이 때문에 그 사랑이 끝났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결정적으로 그것이 나의 사랑이 끝나는 데 역할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미묘한 간극들을 나와 그들이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들을 계속 만나고 있었다면 나는 한 사람 앞에서는 계속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을 연기했어야 하고, 또 다른 사람 앞에서는 그(와 그의 집안)에 비해 부족한 지식적인 면을 메꾸려 노력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해보려고 애써야 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그 미묘한 차이, 거기서 비롯된 가치관의 차이를 느낄 때마다 외로워지고 움츠러들면서 결국 서서히 멀어지기를 선택했으리라. 물론 나는 마틴처럼 그 세계를 맹목적으로 동경하거나 환상을 갖거나 거기에 닿고자 애쓰지 않았다. 책이라곤 전혀 읽지 않던 마틴은 결국 책을 통해 그 세계가 결국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들을 만나기 전에도 줄곧 책을 읽었고, 읽고 있기에 그 세계에 환상을 품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러므로 나는 마틴과 같은 이유로 붕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틴의 외로움과 마틴이 느낀 세계의 허상, 이 생의 덧없음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마틴은 말한다. “세상 모든 것이 길을 잃고 헤맬지라도, 사랑만은 그렇지 않아. 가다가 나약해져서 맥없이 머뭇대지 않는 한, 사랑은 잘못 갈 수 없어.”(<마틴 에덴>, 2권 78쪽). 사람들도 흔히 말한다. 진실한 사랑은 신분 차이도, 계급 차이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그렇기에 사랑이 위대하다고, 그런 사랑은 분명 존재한다고. 그렇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위대한 사랑의 장(場)에서 인간은 그때까진 결코 느끼지 못했던 계급도, 신분 차이도 극렬히 느끼고 외로워질 수 있다. 끝끝내 극복할 수 없는 간극도 분명 존재한다. <마틴 에덴>은 그 외로움과 간극의 치열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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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9-20 1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틴과 루스의 이야기보다 잠자냥님의 이야기가 훨씬 솔깃하네요.
전, 친구든 연인이든 나와 다른 계급, 계층의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 있을 때 느끼는 혼란과 갈등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고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역시나 믿고 읽는 잠자냥님!!

잠자냥 2022-09-20 11:21   좋아요 2 | URL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로맨스 ㅋ 오늘치 로맨스 섭취하셨나요? ㅎㅎ
마틴과 루스의 이야기도 솔깃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단발머리 2022-09-20 11:25   좋아요 1 | URL
솔직히….쪼금 부족하네요. 사랑이 쫌 더 많아야하는 거 아닌가요? 💕💕💕

잠자냥 2022-09-20 11: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들 사랑말고.... 음 그게 부족한 거잖아요! ...... 생략 ㅋㅋㅋㅋ

2022-09-20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0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2-09-20 12: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틴이 그렇게 배고파서 거리를 헤매고 다니고 읽어 달라고 사달라고 애원했던 작품들 아무도 주목도 안 해주다가 유명해지고 나니까 갑자기 다 정찬에 초대하고 그때 이미 다 썼던 작품을 명작이라고 얘기하는 대목들....이건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잠자냥 2022-09-20 15:06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마틴에게 일어나는 일이 지금 이 세상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참 더 씁쓸하고 슬프고 그렇더라고요. 다시 찾아온 그 여자도 참...... 너무 속내가 뻔하고 ㅋㅋㅋㅋ ㅠㅠㅠ

새파랑 2022-09-20 1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의 이야기를 희곡 대신 소설로 써주시면 베스트셀러 될거 같아요~!! ‘사랑은 잘못갈 수 없어 ‘ 저 문장이 가장 좋더라구요 ㅋ

잠자냥 2022-09-20 15:08   좋아요 2 | URL
ㅎㅎㅎ 제가 또 이런 이야길 소설로 쓰라면 못씁니다요.
새파랑 님이 <마틴 에덴>에서 인용하신 그 편집자들은 실패한 소설가라는 문장, 그 구절 읽을 때 저 정말 뜨끔했습니다요- ㅋㅋㅋㅋ

레삭매냐 2022-09-20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알고 봐도 재밌는 소설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계급 초월의 판타지가 핵심이
아닐까 싶네요.

마틴이 요즘이라면 작가가 아
니라 너튜버에 도전하지 않았
을까 싶습니다만.

잠자냥 2022-09-20 15:08   좋아요 2 | URL
저는 영화를 봐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틴이 참 너무 수려하게 생김 ㅋㅋ

맞습니다. 예전에는 모두가 작가가 되어 부와 명성을 쌓으리라~ 했다면 현재는 모두가 유튜브로 몰리는 세상!

다락방 2022-09-20 13: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점심 먹고 산책하는 길에 북플 들어왔다가 잠자냥 님 페이퍼 올라온 거 보고 오오, 꾹 참았다 사무실 들어가서 읽어야지 했습니다. 역시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너무나 멋진 글이네요. 그런 한편, 내 인생.. 어쩌자고 나는 나와 계급차이 나는 남자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가. 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지식적으로도.. 죄다..
일전에 한 알라디너 분이 그런 글 쓰신 적 있어요. 가난한 남자만 만나는 역병에라도 걸린 것 같다고 ㅎㅎ

전 어째서 저보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본 적도 없고
저보다 책 많이 읽는 남자를 만나본 적도 없을까요? 아, 이건 만나고 싶진 않긴 합니다만.

다만 저는 저보다 몸매 좋았던 남자는 만나본 적은 있네요. 바디의 계급차이...

잠자냥 2022-09-20 15:11   좋아요 2 | URL
오오오-꾹 참았다가 정독하고 싶은 글이군요?! ㅎㅎ 정독하신 보람이 있다니 기쁩니다.
ㅋㅋㅋㅋㅋㅋ 그 사람도 저보다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었어요(다락방님이 안도하신 것처럼 그건 다행입니다). 그저 학벌이 좋고 다른 형태로 똑똑했을 뿐- 참 똑똑하긴 했습니다.

아니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문장 빵 터짐요. 바디 계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20 15:26   좋아요 1 | URL
여기서 시작된 것이엇군......... 바디의 계급 차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0 17:10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나의 페이퍼는 이 페이퍼로부터 시작되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0 17:25   좋아요 0 | URL
아니 페이퍼 썼어요? 가자 보러 가자 =33

독서괭 2022-09-23 10:42   좋아요 1 | URL
저도 뒤늦게 바디계급에 빵 터지고 ㅋㅋㅋㅋ
잠자냥님 리뷰는 PC정독이 필요하지요.

- 2022-09-20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그 세계에 속한 그 사람을 조금 망가뜨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 아놔, 왜 좀 공감이 가죠?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런 부자 사람을 만나본적도 없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 암튼 누가 하루만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어? 그러면 왠지 강동원으로 살아보고 싶어요... 응? 아무튼............ 그거 망가뜨리기... 그런 내면의 비뚤어진 나의 성정이 하이젠베르크를 몽정자로 만드는 일에 매진하게 하는 것인가ㅋㅋㅋㅋㅋ (뭐럌ㅋㅋㅋㅋㅋ)

(속닥속닥 잠자냥님 그런데 이 페이퍼 참 아름답습니다? 계급 없는 사랑이 있을까요? 없는 거 같아여 ㅋㅋㅋ 저는 제 계급에 만족할 수도 없지만, 연기를 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래서 전 사랑안하게 되었습니다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0 15:44   좋아요 0 | URL
이제 다시 사랑안해~ 말하는 난 너와 같은 사람~
다시 만날 수가 없어서 사랑할 수 없어서~ ♪
바보처럼 사랑 안해~ 말하는 널 사랑한다~♬
나를 잊길바래 나를 지워줘~~♪♬

잠자냥 2022-09-20 15:48   좋아요 2 | URL
제가 어릴 때부터 좀 삐뚤어진 면이 있었는지 ㅋㅋㅋㅋ 너무 반듯하고 귀엽고 뭐 그런 사람을 보면 괴롭히고 싶은?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래서 다부장님 놀리는 건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어릴 때 동네에 너무 귀여운 꼬마가 있었는데 천사처럼 해맑고 그런 아이였거든요?
저는 그애랑 놀다가 흙을 먹어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해맑은 아이가 흙 먹었다는..;
그래서 저는 ˝엄마쟤흙먹어˝ 이런 닉네임 보면 그 기억이 떠올라서;;; 제가 참 못된 아이였구나 싶어집니다.

(계급 없는 사랑은 없다에 절절히 공감합니다! 제 페이퍼가 아름답습니까? <마틴 에덴> 덕분에 옛 추억 소록소록 ㅋ)

그나저나 다부장님은 무슨 노래인지... 부장님들만 아는 노래인가봐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0 15:50   좋아요 2 | URL
아 저 빵터졌네요. 반듯하고 귀엽고 그런 사람을 보면 괴롭히고 싶은.. 까지만 읽고 제가 댓글 달려 그랬거든요? ‘아 그래서 저 놀리시는 거예요?‘ 라고 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미 그런거 아니라고 ㅋㅋㅋㅋㅋㅋ아 철벽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래는 백지영의 <사랑 안 해> 였습니다. 흠흠.

- 2022-09-20 15:59   좋아요 2 | URL
다락방// 아.... 사랑안하고 싶긴 한데...... 나는 부장님께 배운 노래를 부르며 가슴을 찢어버리는 기술을 시전하기 위해서라도 바디 계급차이가 선명한 남자를 만나야 하는 데요.... 안되겠다. 너로 정했다. 바디 계급남. 앞으로 훤칠한 바디 귀족 있으면 자리 좀 만들어 주십셔 부장님!!! 아 근데 뇌 너무 없는 건 싫은데..

잠자냥// 와 찐 못됨이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정말 착한 애였어요. 점점 자라면서 못 돼지긴 했는데... 그리고 나이가 먹을 수록 못되져가지고 지금이 인생 최고 못됨이긴 한데요 ㅋㅋㅋ 그래도 나 자신한테는 좋아요 ㅋㅋㅋ 그에 비해 잠냥은 완전 팥쥐아녜요? 팥쥐냥. 당분간 팥쥐냥으로 부르겠어요.

건수하 2022-09-20 21:41   좋아요 1 | URL
팥쥐냥이 여기서 나온 거였군요 ㅋㅋ

책읽는나무 2022-09-20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와 다른 계급과 계층의 사람이 주변에 있었나? 지금 생각해 보면..특별한 계층에 속하는 것은 아니었던 듯 한데, 어린 시절 시골동네에 내 친구는 어린 기억에 특별한 계급에 살고 있는 친구가 한 명 있긴 했었어요. 아버지가 사업을 하셔 부유한 집이어 놀러가면 이층 목조 계단을 올라가 자개농이었는지 엔틱 가구였었는지 잘 모르겠지만(부모님방이라고 못들어가게 주의를 주셨었거든요) 커텐을 쳐서 우아한 분위기가 감도는 친구의 부모님방문 앞을 지나 피아노랑 이층 침대가 있는 햇살 들어오는 친구 방에서 놀고 온 기억이 평생 따라다닙니다. 친구 방에는 읽을 책들이 가득했었고, 친구 어머니가 너무나 우아했었는데(미인인데다가 서울말을 쓰셨던^^) 친구집에 놀러가면 꼭 동화책을 몇 권씩 저에게 빌려 주셨었어요. 친구네집 분위기가 넘넘 부러웠었던지 지금도 한 번씩 어린시절 꿈에 친구네 이층집이 나와요ㅋㅋㅋ
계급의 차이라고 하니 갑자기 어린시절 부의 차이가 나서 늘 동경했었던 친구네 집이 떠올랐네요.
성인이 되어 이성으로 만나는 계급의 차이는 사랑으로 극복하기 힘든 문제이지 않을까?싶은데 책이 더욱 궁금하네요.
다음 달에 주문해봐야겠어요.
아..살았다. 내 허벅지ㅋㅋㅋ

잠자냥 2022-09-20 17:27   좋아요 3 | URL
계급이란 게 ‘계급’ 딱 이런 단어를 쓰면 왠지 존재하는 것 같지 않고, 난 경험해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책나무 님이 말씀하신 그런 부분이 결국 미묘한 계급(층) 차이 아닌가 싶어요. ㅎㅎ 이 책 꼭 읽어보세요, 담달에

Falstaff 2022-09-20 1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하고 싶은 얘기를 기어코 꺼내는 잠자냥 님. 흑흑흑......

잠자냥 2022-09-20 20:34   좋아요 2 | URL
자, 문트도 어서 풀어놓아 보거라~

그레이스 2022-09-2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영화를 보고 있나요?^^

잠자냥 2022-09-20 23:18   좋아요 1 | URL
그 영화 제목은 <마틴 자냥> 인가효 ㅋㅋㅋㅋ

coolcat329 2022-09-21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늘 좋지만 이번 리뷰는 더 절절한 느낌입니다. 위대한 개츠비도 생각나고 잠자냥님의 그 묘한 심리는 <깊은 강>의 순수한 신학도 오쓰를 유혹한 미쓰코도 생각나게 하네요. ㅋㅋ

잠자냥 2022-09-21 11:52   좋아요 2 | URL
미쓰코 잠자냥!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9-23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이번 리뷰도 역시나 멋집니다!! 개인사를 많이 곁들여주시니 더 확 와닿아요. 계급이라는 게, 부 자체도 그렇지만 거기서 오는 여유로움, 누리고 자란 문화적 풍요로움 등에서 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망가뜨리고 싶어진다니 ㅋㅋㅋ 잠자냥님 진짜 ㅋㅋㅋ 저 꼭 채운 단추 풀어버리고 싶다는 부분에서 야한 생각 했다는 걸 고백합니다..(솔직히.. 잠자냥님도 쓰면서 그런 생각 안 하신 거 아니쥬?)

잠자냥 2022-09-23 10:58   좋아요 1 | URL
ㅋㅋ 아니 그 당시 진짜로 그런 생각을 했어서... ㅋㅋㅋㅋ 야한 생각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이 정말 답답하리만치 그렇게 꼭 잠그고 다녀서 와 진짜 저거 하나만 확 뜯어버리고 싶다 뭐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근데 저렇게 쓰면 분명 야하게 읽을 사람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괭님일 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2-10-07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제 적립금을 털어간 ㅎㅎ 새파랑님과 자냥님 글 읽고
마틴에덴을 샀지요. 그리곤 스노우맨 읽고 있어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2관왕 한 집사들이겐 츄르도 주고 막 그러면 좋겠어요 ㅎㅎ

잠자냥 2022-10-08 10:05   좋아요 1 | URL
마틴 에덴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꼭 읽으세요~ ㅎ 안 그래도 저는 츄르 사냥꾼 ㅋ
 
마틴 에덴 2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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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알기를 멈춰버린 남자, 마틴 에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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