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조지 손더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책>에서 왜 이 책을 자주 추천했는지 알 만하더라. 유머러스한데 어두운 분위기. 큭큭 웃기는데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독하다. 쓰다. SF소설인가 싶은데 묘하게 현실적이다. 자본주의에 사로잡힌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감동은 좀 부족한 걸? 싶을 때 마지막 단편에서 쿵 울림까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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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마카롱 에디션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은 책 분량이 매우 가벼운 이유도 있었지만 흡인력이 대단해서 단숨에 읽어갔다. 하지만 스토리가 흥미진진한 작품은 아니다. 게다가 첫 시작부터 기존의 문학 작품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사물들>은 어떤 집의 복도를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이어서 그 집의 거실, 서재, 침실 등의 세부 묘사가 계속된다. 단순히 거실과 침실, 서재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이루는 ‘사물들’의 세세한 묘사가 이어진다. 지나치리만큼 장황한 묘사가 돋보이는(?) 사실주의 문학인가 싶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묘사하는 방식은 담백하고 건조한 문체인데 약간의 물기를 머금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대체 ‘사물’말고 사람, 주인공들은 언제 나오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그저 이 세세한 묘사를 즐기게 된다. 작가가 묘사하는 공간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느낌이다. 프랑스에서 살아 본 적 없는 내게도 친숙할 정도이다. <사물들 : 60년대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눈치 챌 수 있듯 이 작품은 60년대 프랑스 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마도 내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든 이유는 그즈음을 배경으로 한 프랑스 영화를 (혹은 유럽 영화를) 자주 봤기 때문이리라.

이런 생각을 할 때쯤, 드디어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입하려는 스물 넷의 제롬과 스물 둘의 실비아가 그들이다. 별다른 배경이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고만고만한 대학을 나온 이들. 첫 출발로 삼는 직업 역시 고만고만하다. ‘대부분의 동료들처럼 제롬과 실비도 선택이 아닌 필요에 의해 사회심리 조사원이 되었다.’ ‘제멋대로 흐르게 놔둔 시큰둥한 성향이 어디로 자신들을 이끌지 알지 못했’고 결국 ‘시간이 그들을 대신해 선택해 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저 단 한 가지, ‘더 잘 살고 싶다’는 욕망만 가득하다. (31~32쪽)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그저 그런 직업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는 삶. 그 삶은 곧 ‘더 널찍한 방, 수돗물, 샤워실, 다양한 메뉴랄 것도 없이 단지 학교 식당보다 좀 나은 정도의 식사와 자가용, 음반, 휴가, 옷의 필요’를 느끼게 하는 삶이었다. 제롬과 실비아는 현대인이라면 욕망할만한 집, 자동차, 물건들을 원하면서 그 욕망을 채우는 삶에 충실하게 적응해간다. 친구들 또한 마찬가지다. 똑같이 쿨하다고 여겨지는 상품을 욕망하고 소비하고, 그러면서 순간적인 만족을 느끼는 삶, 그렇지만 곧 또 다른 ‘사물’- 광고, 잡지, 진열장 속의 사물들을 바라게 되는 삶.

작품 서두에 그려진 그 집은 이런 수많은 제롬과 실비아가 사는 집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60년대 프랑스인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현재 우리 삶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아니 오히려 끔찍할 정도로 닮아있다고나 할까? 현대인은 특별한 어떤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을 남과 다르다고, 혹은 남들처럼 잘산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을 법한 ‘사물’을 갖지 못하면 불행해한다. 쳇바퀴 돌 듯 이런 삶이 반복된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늙어간다. <사물들>의 제롬과 실비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1960년대 프랑스인 삶의 사회학적 보고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치밀하게 그즈음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1960년대’라는 말은 빼도 좋을 듯하다. 그냥 ‘현대 지구인의 삶’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니면 ‘인간의 일생 : 청춘편’이랄까. 실비아와 제롬의 삶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나의 삶’을 보고 있는 듯해서 꽤 공감가고 여기저기서 울컥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사회에 진입하면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삶. 그래도 미래에는 잘 될 것이라 꿈을 꾸기도 하지만 여지없이 깨지고 마는 삶. 그리고는 ‘매일 저녁, 만원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은 불만투성이’인 삶, ‘씻지도 않고 멍한 상태로 아무렇게나 간이침대에 쓰러’지고 ‘오직 긴 주말과 빈둥거릴 수 있는 날, 여유로운 아침만을 꿈꾸게 되는 삶’(61쪽) 그런 평범한 인간의 삶이 <사물들>에는 고스란히 담겨있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사람들이 점점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게 되어가고 있다. 누구나 부를 꿈꾸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여기서 불행이 시작된다. (63쪽)

현대사회는 타인의 불행을 지워버림으로써 본인의 불행을 확대해 보여 주기 마련이다. (65쪽)

그들은 속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조롱하는 세상의 충실하고 고분고분한 소시민이었다. 기껏해야 부스러기밖에 얻지 못할 과자에 완전히 빠져있는 꼴이었다. (79쪽)

하나둘씩 차례로 거의 모든 친구들이 항복해 갔다.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던 삶에서 안정을 찾아 떠났다. ‘우린 이제 더 이상 이렇게 못 살겠어.’라고 말했다. ‘이렇게’라는 말은 모호한 동시에 계획성 없는 삶, 너무 짧은 밤, 얼간이, 낡아빠진 재킷, 지겨운 일, 지하철과 같은 말들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81쪽)

그토록 많은 것을 약속하면서 실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 이 세계에서의 긴장은 너무 심했다.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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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 피아노 협주곡 1번
쇼팽 (Frederic Chopin) 작곡, 로비츠키 (Witold Rowicki) 지휘, / 소니뮤직(SonyMusic)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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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은 조금 아쉽지만, 소콜로프의 서정적이면서도 맑고 영롱한 연주가 쇼팽과 만나서 한껏 듣는이의 마음을 두드린다. 소콜로프의 피아노협주곡이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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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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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힘이 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곧 그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사랑하는 행위이다. 솔닛은 마치 셰에라자데처럼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것들로 이야기를 엮어가며 이야기의 힘을 전한다. 책장을 덮을 즈음 삶을 사랑하게 되고 인간을 조금 더 이해하게끔 된다. 참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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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책 - 작가 55인의 은밀한 독서 편력
패멀라 폴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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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책을 좋아하는 책 환자들을 위한 책.  '오늘 뭐 먹지?'가 아닌, '오늘 뭐 읽지?' 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펼쳐보라. 우리가 익히 아는 작가들이 그들만의 책장에서 아껴두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물론 그 가운데는 남들이 좋다고 해서 읽었는데 난 별로더라, 하는 책들도 있고 너무나도 사랑해마지 않아 그 책을 쓴 작가를 만날 수 있다면? 난 이런 작가를 만나고 싶어! 털어놓는 작가들도 있다. 세상에 글 잘쓰기로 널리 알려진 '작가'들이지만 사실 난 이런 책은 읽다가 중간에 그만뒀어, 그래? 난 아예 시도도 아직 못했어 하면서 은밀하게 고백하는데 그 리스트가 나와 맞아떨어질 때 묘한 공감과 함께 느껴지는 쾌감이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 그들의 이야기에 '맞아맞아'하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셰익스피어와 마크 트웨인에 대한 그들의 열렬한 애정, 제임스 조이스, 체호프, 카프카에 대한 꾸준한 사랑 등을 엿볼 수 있었다. 존 어빙이 헤밍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크게 웃었다. 하지만 이 책의 또 다른 작가는 헤밍웨이를 최고의 작가 중 하나로 꼽으니, 글 잘 쓰고 책 많이 읽는 이들의 관점도 이토록 다를 수 있구나 확인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읽고 싶은 책이 수두룩하게 쌓이게 되리라는 건 이미 예상한 바인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 있다. 읽어봐야지 하면서 미루던 책인데, 더는 미루면 안될 것 같다. 것봐! 이토록 많은 작가들이 입에 올리잖아! 전에 읽었어야지! 하면서 무릎을 치게 만든 책이다. 그 책은... 바로 조지 손더스 <12월 10일>-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으며, 책장을 덮는다.

끝으로, '자기 계발서'도 읽느냐는 질문에 '문학은 언제나 내게 가장 좋은 자기 계발서'라고 대답한 줌파 라히리의 명대답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나는 오늘도 문학 책을 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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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9-16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문학은 언제나 가장 좋은 자기 계발서’!!!명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