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유리 동물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8
테네시 윌리암스 지음, 김소임 옮김 / 민음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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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한 작품을 읽었는데도 강렬한 인상이 남는 작가와 작품이 있다. 테네시 윌리엄스가 그렇다. 예전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읽고 난 후, 테네시 윌리엄스와 그의 저 기묘하고도 멋진 제목의 희곡은 늘 기억에 남았다. 굉장히 좋았던 작품, 언젠가 한 번은 꼭 원서로 읽어야겠다고 다짐한 작품. 그리고 더 나아가 언젠가 한 번은 꼭 저런 작품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그의 데뷔작인 <유리 동물원>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보다가 또 이런 저런 장면에서 울컥했다. 삶의 비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쓸쓸하고, 황량한 가족의 이야기. 그러면서도 애잔하고 슬프다. 왠지 모를 아름다움도 느껴진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또한 그렇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역시 쓸쓸하고 슬프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을 읽다 보면 그에 대한 애정이 솟아난다. 왠지 작가 자체의 삶이 황량하고 쓸쓸하지 않았을까 싶어진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황량한 인생 속에서도 마음속으로는 낭만을 잃지 않았던, 섬세하고 여린 사람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그리고 그의 인생 여정을 살펴보면 조금은 그러했으리라 생각된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가족 안에서 행복했던 적은 그다지 없던 듯하다. 아버지는 떠돌이 외판원이었으며 어머니는 아름답지만 히스테릭한 사람이었다. 모계로부터 정신 병력이 이어져내려 왔고 그의 하나 뿐인 누나에게서 정신 분열이 발명한다(물론 테네시 윌리엄스에게도 이런 정신 병력은 나타났다고 한다). 그런 누나였지만 윌리엄스는 누나를 죽기까지 다정하게 돌보며 평생 변치 않는 우애를 나눴다고 한다.

윌리엄스에게는 이런 ‘가족’외에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바로 그의 성적 취향이었다. 윌리엄스는 대학 졸업 후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깨닫고 평생 동성애자로 살았다고 한다. 그의 오랜 연인이었던 프랭크 멀로가 사망한 뒤에는 알코올과 마약에 탐닉하며 고독한 삶을 살았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로 한때 크게 성공한 적도 있었으나 그의 말년은 쓸쓸했던 듯하다. 호텔방에서 병마개가 목에 걸려 홀로 죽어간 죽음을 보면......

그의 인생을 구구절절 나열하는 이유는 데뷔작인 <유리 동물원>과 그에게 퓰리처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인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가 모두 어느 정도는 자전적 이야기로 읽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리 동물원>은 윌리엄스가 벗어나고자 했던, 그러나 쉽게 벗어날 수 없었던 가족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토대로 한다. 정신병을 가진 누나는 <유리 동물원>에서 절름발이 누나로 등장하며, 히스테릭한 어머니는 화려했던 과거를 잊지 못하는 다분히 허영기 가득한 어머니로 표현된다. 그리고 외판원이었던 아버지는 <유리 동물원>에서 아예 집을 나가버린, 부재중인 아버지로 그려진다. <유리 동물원>의 화자이자 극 전개자인 ‘톰’은 다분히 윌리엄스 자신으로 보인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자 공장에서 일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밤마다 극장으로 도피하는 것이 유일한 낙인 남자, 가족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결코 쉽게 벗어날 수 없었던 남자.

<유리 동물원>은 어떤 면에서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떠올리게 한다. 두 작품 모두 가족에게 상처받고, 가족 때문에 외롭고 힘든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런 가족을 버리고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벗어날 수 없고 쉽게 버릴 수도 없다. 그렇게 평생 서로를 끌어안고 상처 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밤으로의 긴 여로>가 한없이 황량하고 슬픈 분위기라면 <유리 동물원>은 그런 분위기에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여져 있다. 그래서 왠지 슬픔은 배가 된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역시 가족 간의 이야기다. 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그러나 그 사실을 아버지와 어머니만 모른다,. 아버지가 암으로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의 거대한 유산을 노리는 탐욕스러운 큰 아들 내외와 그들의 다섯 아이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무척 사랑하는 둘째 아들 ‘브릭’과 그의 부인 ‘마거리트’- 이들이 만들어내는 욕망과 좌절, 위선, 소통의 단절, 불협화음이 극의 주된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둘째 아들 ‘브릭’은 아마도 윌리엄스의 분신으로 보인다. 그는 하루 종일 술에 취해 사는 알코올 중독자다. 탐욕스러운 큰 아들 구퍼에 비해 욕심도 없고(실은 그는 삶에 의지가 아예 없어 보인다) 호남형의 아버지를 쏙 빼닮아 잘생긴 얼굴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으며(그리하여 꽤 매력적인 아내 ‘마거리트’를 얻을 수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도 독차지한다. 그런데 그는 늘 술에 절어 있고 슬프다. 왜 술을 마시느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브릭은 ‘역겨움’ 때문에 술을 마신다고 대답한다.

그 ‘역겨움’을 집요하게 파고들던 아버지는 그의 슬픔의 근원이 브릭과 절친한 사이였던 스키퍼의 죽음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브릭은 스키퍼와의 관계가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순결하고 고고한 ‘우정’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상은 스키퍼와 자신의 관계를 동성애적 관계로 보았고 때문에 자신은 그들의 허위의식과 그로 인한 역겨움 때문에 술을 마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더 집요하다. 브릭에게 반문한다. 사실은 스키퍼와의 관계를 동성애 관계로 인정하지 못하는 너 자신의 허위의식에 대한 역겨움이 아니냐며.

사람들은 글을 왜 쓸까? 잘은 모르지만 자신의 고독, 외로움, 상처를 글로 표현하면서 위로받는 이들이 많으리라. 그런 이들에게 글은 하나의 도피처이다. 테네시 윌리엄스 또한 그러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삶을 좌지우지했던 가족 간의 쓰라린 추억을 곱씹으며 글로 써내려간 그- 그런 글을 쓰고 있노라면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리듯 더욱 아팠겠지만 ‘남에게 들은 이야기’도 아니었고 ‘타인을 관찰해서 얻은 이야기’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였기에 그 어떤 글 보다 ‘진실’하게 다가온다. 책 표지 뒤에 새겨진 그의 얼굴을 보고 또 본다. 작품의 여운과 그의 삶이 겹쳐져 왠지 한없이 슬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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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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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남자의 지나간 일대기, 회고담이군 하면서 덤덤히 읽다가 어느 순간 눈물이 콱 터진다. 우리 모두는 날마다 사람을, 시간을, 삶을 떠나보내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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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공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에리카 종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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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가장한 우울` 상태를 벗어나 진정한 자기 해방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다행스럽다. 그 깨달음이 타인(남자)과의 만남과 사랑 헤어짐을 반복하다 얻게 된 점이 조금은 아쉽지만.. 이제 자유롭게 날아가는 것에 더는 공포를 느끼지 않을 이사도라의 `비행`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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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당일 배송 서비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렇지 않은가? 택배사를 변경하고 오후 3시 이전 주문까지는 당일 배송하겠다고 퀴즈까지 내며 연일 광고하고 있지만... 글쎄. 오후 3시로 시간이 확대된 이후로 이 서비스 이용해서 만족스러운 적이 없다. 그 다음날 배송되기가 일쑤고... 알라딘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택배사 물량이 많아서 배달못했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이야기뿐이다.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책이 올 그 시간에 맞춰서 집에 꼭 있거나, 아니면 대신 택배 받을 사람을 집에 있도록 하거나 등등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번번이 책을 밤늦게까지 기다리다 허탕 맞는 심정을 아는가? 게다가 주문한 책이 그날 꼭 필요한 책이었다면 어쩔 것인가? 선물용일 수도 있고, 그날 꼭 해야만 하는 과제 또는 업무 관련 참고서일 수도 있다. 급한 책이니까 당일 배송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알라딘이여 아는가???!!

그런 책을 꼭 올 것이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가 그렇지 못했을 경우의 낭패감이란! 당일 배송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도서관에 가서 빌릴 수도 있었을 테고, 서점에 직접 나가서 사거나 바로드림 코너 같은 것을 이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일 배송을 신청하고 그 책이 오리라 믿고 있었기에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가 이런 낭패를 겪는 것이다.

어제 당일 배송 신청한 책은 아직 문자고 뭐도 없이 감감무소식이다. 백석 초판본 파본 교환 상품이 오늘 도착 예정이라고 해서, 그것과 함께 가져다 주시려나하고 어제 애써 이해하며 참았다. 그런데 조금 전에 내가 받은 것은 백석 시집뿐이다. 어제 신청한, ˝당일 배송˝하겠다던 그 책들은 여전히 아직도 감감무소식이고. 오늘은 토요일 내일은 일요일이다. 그럼 난 금요일 주문 책을 월요일에나 받는 것인가? 그 책들을 알라딘 당일 배송 서비스를 ˝믿고˝ 주문하지 않았더라면 주말에 교보에 나가서라도 사지 않았겠는가? 아니, 어제 퇴근 후에라도 교보에 가서 바로드림했겠지!

적립금 준다고 퀴즈까지 내면서 알라딘 메인 페이지에서 대대적으로 ˝당일 배송˝을 광고하고 있지만 믿음은 번번이 배신당한다. 알라딘이여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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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공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에리카 종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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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는 몰라도 지금 읽기에는 그리 새롭지 않다. 당시로서는 놀라웠을 것 같지만... 지퍼 터지는 섹스 및, 여성의 성기를 자연스럽게 언급한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여성 해방을 뜻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3분의 2쯤 읽었다. 남은 부분에서 내가 기대했던 진정한 여성 해방이 부디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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