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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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자유로이 예술을 말할 수 없는 시대에 예술가로서 양심을 지키며 산다는 것의 의미와 그 고통을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통해 살펴본다. 그의 삶으로 한없이 나약하고 흔들리는 인간의 초상을 그린다. 쇼스타코비치에게 스탈린 치하 영욕의 삶은 그저 '소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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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이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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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뉘엘 카레르의 신간 <러시아 소설>이 요즘 새로 출간되었다. 그 작품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아마 곧 읽을 듯하다. 카레르는 프랑스에서 수많은 컬트 팬을 거느린 작가이다. ‘컬트’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의 작품은 그로테스크하다. 딱히 무서운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읽고 있으면 왠지 으스스해지고 책을 덮고 나서도 그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러시아 소설>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전에 읽은 이 작품 <겨울 아이>도 만만치 않다.

<겨울 아이>는 늦은 밤에 읽기 시작했는데 책장을 몇 장 넘기지 않고 나서 괜히 밤에 읽기 시작했나 싶어졌다. 해가 떠 있는 낮에 다시 읽을까? 이런 후회가 잠깐 밀려왔지만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겨울 아이 Le Classe de Neige>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놓기가 어렵다. 책의 분량이 200페이지 정도로 얇기 때문에 한 번에 다 읽어버려야지 하는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집어든 모든 사람들마다 ‘궁금증’ 때문에 다음 날로 책 읽기를 미룰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말을 알면 읽는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에 자세히 줄거리를 적을 수는 없지만 주인공 소년 니꼴라가 겨울 스키 캠프에 참가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니꼴라는(이 친숙한 이름은 르네 고시니의 ‘꼬마 니꼴라’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보통 아이들과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좀 허약해 보이는 외모와 때문인지 부모의 과보호를 받는다는 것 정도가 다를까? 

니꼴라는 과보호하는 아빠 때문에 스키 캠프에도 다른 아이들과 같이 전세 버스를 타고 가지 못하고 아빠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그 먼 거리를 이동해서 홀로 뒤늦게 스키 캠프에 참가하게 된다. 아빠는 깜빡하고 니꼴라의 가방을 챙겨주는 것을 잊고 캠프를 떠난다. 잠옷도 세면도구도 갈아입을 옷도 없는 니꼴라는 난감해지고, 아빠가 니꼴라의 짐을 내려놓지 않은 것을 빨리 깨닫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스키 캠프에서 니꼴라는 지도 교사의 도움으로 일단 다른 아이의 잠옷을 빌려 입으며 첫날을 보내게 된다. 오줌을 쌀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던 니꼴라는 이런저런 공상을 하게 된다. 자기가 들은 이야기, 책에서 읽은 이야기 등등을 토대로 공상의 세계를 펼쳐간다. 그런데 왠지 니꼴라는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무서운 이야기, 슬픈 이야기를 좋아하는 듯하다. 니꼴라는 스키 캠프에서 가장 힘 있는, 그래서 모든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오드칸이 자신을 괴롭힐까 전전긍긍 두렵고, 오드칸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혼자만의 공상을 토대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니꼴라의 거짓말은….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전개된 중반 이후 대충 결말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작품의 분위기가 어딘지 어둡고 슬픈 느낌이라 니꼴라에게 왠지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불길한 기분을 시종 일관 느끼게 된다. 정신없이 이야기를 쫓아가다가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장을 덮을 즈음 마음 한편이 아프고 시리다.

엠마뉘엘 카레르는 이 짧은(?) 작품을 무려 8년간이나 구상했고 집필을 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한다.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한 구성과 교묘한 배치 때문에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카레르가 공들인 시간이 그럴 만도 하다 싶다. 그의 다른 작품인 <적>과 <콧수염>도 <겨울 아이>와 비슷하게 치밀하고 정교하다. 엠마뉘엘 카레르의 작품을 더 읽을 수는 없을까 아쉬워하던 차에 <러시아 소설>이 출간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기대를 담아, 이제 그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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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1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로테스크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엠마뉘엘 카레르의 소설이 그로테스크하다니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이름만 들었지 그의 소설은 안 읽어봤어요.

잠자냥 2017-06-14 10:50   좋아요 0 | URL
사람마다 그로테스크의 기준이 좀 다르겠지만 ㅎㅎ 전 이 사람 소설 읽을 때마다 좀 으스스하더라고요. 새로 출간된 <러시아 소설>부터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
 
언니네 이발관 - 6집 홀로 있는 사람들 [일반반]
언니네 이발관 노래 / 블루보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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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앨범이라는데, 최고의 앨범은 아닌 것 같다. <보통의 존재>를 뛰어넘을 만한 감동이나 울림이 부족하다. 아이유 피쳐링도 어쩐지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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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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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그것도 시인이 바라보는 호퍼의 그림은 어떨까? 그 시인이 곁에서 조곤조곤 호퍼의 그림을 이야기해준다. 설득력도 있고 공감도 가고 감탄도 하게 된다. 호퍼의 그림을 좀더 풍요롭고 깊게 바라볼 시선이 생긴다. 꼭 소장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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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마르 열린책들 세계문학 173
나기브 마푸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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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의 어느 펜션. 미모의 한 여성과 여러 남자들. 곧 일어나는 살인 사건. 무언가 엄청난 진실이 숨어 있을 듯했지만 의외로 싱거운, 게다가 살짝 공감도 어려운 살인 동기가 작품을 좀 맥빠지게 한다. 화자를 바꿔가며 이야기하는 설정인데 그 목소리가 한사람처럼 느껴지는 것도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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