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 크툴루의 부름 외 1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7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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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무더운 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거의 모든 불을 끄고 이 책을 읽어보라. 공포와 두려움으로 으스스! 체감온도 1도 이상은 떨어질 것이다. '미지의 것'이 인간을 두렵게 한다는, 공포에 대한 철학도 빼어나며, 공포란 결국 소재가 아니라 '분위기'임을 러브크래프트는 탁월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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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하는 여자들
조안나 러스 외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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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페미니즘이 결합한 단편 모음집. 특정 주제로 엮인 문학집이 저지르기 쉬운 단점이 이 책에도 보인다.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이분법적 세계관이 문학성을 떨어뜨린달까. 그 가운데 어슐러 K. 르귄의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우아하고 부드럽고 품위있다. 작품 수준 편차가 좀 큰 게 아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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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 피아니스트의 아흔 해 인생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시모어 번스타인.앤드루 하비 지음, 장호연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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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그의 삶에 크게 감동받았다. 내한했을 때 직접 들은 그의 이야기는 또다른 감동이었고, 이렇게 책으로 또 만나니 그 감동의 깊이는 더 진폭이 커진다. 삶을 아름답게 연주하라는, 그의 이야기. 좀 더 아름답게 살고 싶어지고,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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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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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붐비는 출근 시간에 생산 수단에 참여 하지 않는 연령대의 사람들, 그러니까 한눈에 딱 보기에도 에헴- 하고 뒷짐지고 타는 노인들을 보면, 그리고 그 노인들이 피곤하게 앉아 있는 학생이나 직장인들 앞에서 자리 내놓으라는 듯이 에헴, 에헴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속으로.. ‘저 노인은 진짜 지금 나와야 하는 것일까? 조금 늦게 나와도 되잖아? 꼭 이렇게 붐비는 아침에 나와서 저리도 피곤한 사람들 자리 뺏어야 속이 시원할까’ 이런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된다.

초중고등학생들의 소풍도 꼭 붐비는 아침 출근 시간에 함께 이동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싶다는 생각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한 10시 이후에 움직이면 서로 덜 붐비고, 덜 복작대고, 덜 피곤하고 좋지 않아? 하는 생각.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내 머리 속에 이런 생각은 좀 위험한 생각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모든 근거의 기준이 그가 지금 ‘생산’적인 사람인가, ‘비생산’적인 사람인가 라는 것으로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을 하는 사람, 뭔가를 생산해내는 사람, 그러니까 그래서 피곤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피곤하게 덜 생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위해 바쁜 시간은 좀 피해주지, 라는 매우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생각을 당연하단 듯이 하고 있는 나를 보며 퍼뜩, 놀라게 한 책이 한 권 있는데 바로 마르셀 에매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Le passe-muraille)’였다. 마르셀 에매의 작품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아이들 ‘동화’스럽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그렇기 때문에 좋다라거나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 알고 보면 ‘어른’들이 꼭 한번은 생각해 볼 문제들을 감칠 맛나게 짚어준다는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나는 에메의 작품 중 이 소설보다 먼저 읽었던 ‘착한 고양이 알퐁소’에서 좀 많이 ‘동화스럽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터라, 이 책도 그냥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도 그렇지만 ‘생존 시간 카드’ 하나 만으로도 꼭 한 번은 읽어 볼 만하다. 한 도시에서 식량과 생필품 부족에 대처하고 노동계급의 수익 향상을 위해 비생산적인 소비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그게 바로 ‘생존 시간 카드’-

저 기준에 따라서 생존 시간을 얼마 부여 받지 못하는 사람들로 노인, 퇴직자, 실업자, 기혼여성(일을 하지 않는 집에서 기거하는 기혼여성도 포함된다), 게다가 예술가와 작가들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이 부분생존자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생존 시간 카드를 배급 받게 된다. 한 장의 카드가 24시간의 삶. 어떤 이는 10장, 어떤 이는 15장 어떤 이는 30장 이런 식으로. 15장을 받은 사람은 한 달을 기준으로 15일만 살게 되는 것이고, 나머지는 일시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매달 1일이 되면 그 일시적인 죽음의 상태에서 깨어나게 되고… 그래서, 이 생존 시간 카드 제도를 시행하게 된 저 사회가 어떻게 되었을까? 답은 하나. 당신이 상상해보거나, 직접 읽어보거나.

결국, 생산적이다, 비생산적이다, 라는 것을 과연 누가, 어떤 근거로 정의 내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하다못해 예술적인 작품을 생산해내는 예술가도 글을 쓰는 작가도 ‘무엇인가’ ‘생산’해내는데 그들의 기준대로라면 생존 시간 카드는 고작 몇 장에 지날 뿐이지 않는가. 집안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기혼여성도 틀림없이 일을 하지만 ‘생산’하는 것이 없다고 또 몇 장의 생존 카드만 받게 되는 게 아니던가.

인간의 삶 자체를 그 인간이 생산적인 일을 하는가, 마는가, 즉 쓸모 있고, 없음에 따라 죽음과 삶의 시간 자체를 그 누군가가 부여한다는 발상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할 수 있는지, 이 책은 그리 많지 않은 분량 안에서 귀신같이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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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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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이다. 제주도에 간다 하니 후배 녀석이 이 책을 선물했다. 제주도 가기 전에 읽고 이곳에 한 번 꼭 들러보라고. 내가 이 책을 선물 받았을 때에 비하면 김영갑과 그의 갤러리는 이제 너무도 유명해졌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제주도에 갈 때마다, 김영갑을, 두모악을 떠올린다. 내게 두모악은 시간이 나면 꼭 들르는 제주도 필수 코스가 되었다. 모든 게 다 이 책 한 권 때문이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제주도에 관한, 제주도에 미친 사진작가의 이야기다. 이 책 속에 담긴 사진과 글의 주인인 김영갑은 1982년부터 서울에서 제주도를 오가며 제주도의 자연 풍경을 담던 중 제주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 1985년 아예 제주도로 내려간다.


멋진 카메라를 어깨에 멘 사진작가가 제주도에 내려가 제주도 사진만 찍는다는 말만 들으면 어쩐지 낭만적인 풍경이 떠오른다. 그러나 김영갑의 생활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일 매일이 전투처럼 고달팠다. 사진 찍을 그 순간만 빼고는-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사진작가, 돈만 생기면 필름 사는 데 다 써버리니 사는 곳도 먹는 것도 변변치 않다. 남루한 옷차림에 이리저리 제주도 곳곳을 쏘다니며 어슬렁거리니 간첩으로 오해받아 경찰서도 자주 불려다녔다. 결혼도 안 하고 사진만 찍으며 허름한 곳에서 변변찮게 사니 가족은 물론 지인들 그리고 제주도의 이웃들까지 수군거리기 일쑤였다. 하릴없이 사진에 미쳐 장래는 생각도 안 하고 시간만 축내는 놈이라는.


1부에서는 제주도에 미친 그가 사진을 찍으며 제주도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자연 속의 소박한 삶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2부는 그러던 중 얻은 루게릭 병으로 병마와 싸우며 ‘김영갑 갤러리-두모악’을 만들게 된 과정이 그려진다. 세속적인 성공이나 안락함을 떠나와서 사는 사진작가의 외로움과 고독감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장면도 있고, 좋은 카메라가 있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진작가들에 대한 따끔한 비판도 가끔은 엿보인다. 무엇보다도 불치병에 걸린 중에도 ‘내가 죽으면 누가 내 사진을 나만큼 아껴줄까’하는 생각에 시골 폐교를 임대해 갤러리를 만들어 하나하나 손수 가꿔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끼니는 거를지언정, 필름 사는 돈은 아끼지 않았다는 김영갑- 투병 생활 6년 만인 2005년 그 갤러리에서 그는 끝내 숨졌고, 이제 두모악 갤러리는 해마다 많은 이들이 찾아와 제주도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돌아간다. 그리고 아울러 이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예술가로 산다는 것, 부와 명예 등 세속적인 성공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에 미친 한 사람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책 속에 담긴 그의 사진들을 보면,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한없이 외롭다. 홀로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 홀로 바다에 잠긴 듯한 섬…. 외롭고 쓸쓸하다. 그의 인생도 그렇게 느껴진다. 예술가로서 치열하게 아름답게 살았지만 한없이 외롭고 쓸쓸했던 삶-


배부르고 행복하면 좋은 예술 작품은 나오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말 그럴까. 끼니를 거르더라도 책을 살 것이냐? 모든 사람들과 단절하고 어딘가 처박혀 글만 쓸 것이냐, 누군가 내게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그런 삶은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그럴 자신도 없고(배고프면 책도 안 읽혀;). 예술가와 평범한 사람의 삶은 그래서 다른가보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읽고 난 뒤 여러 사람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래서 결국 여러 권을 사두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게 된다. 제주도에 가게 되면 두모악에서 김영갑의 작품이 인쇄된 엽서를 사서 선물하기도 한다. 아마 내게 이 책을 건넨 후배 또한 그러했으리라. 올해도 제주도에 가게 되면 또, 다시, 두모악에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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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6 09: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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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6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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