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와 소세키 왕복 서간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수필비평선집
나쓰메 소세키.마사오카 시키 지음, 박지영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가을밤이라 그랬을까, 오랜만에 빗소리가 들리는 밤이라 그랬을까. 그 밤, <시키와 소세키 왕복 서간집>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울컥 무언가 치밀어 오르더니 끝내 눈물이 흘렀다. 죽음을 앞둔 시키의 마지막 편지와 그 편지를 받기 전에 시키에게 보낸 소세키의 편지. 모든 것을 알게 된 뒤, 그러니까 시키의 부고를 들은 다음 그 소식을 전해준 이에게 보낸 담담한 소세키의 답신을 읽을 때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책을 덮고 나서도 베개가 젖을 만큼 울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 편지들을 떠올리니 또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이 모두가 시키와 소세키의 편지를 가을밤에 읽은 탓일까. 스물두 살 때부터 서른다섯. 13년 가까이 그 누구보다 가까웠을, 그 어떤 이보다 자신을 가장 잘 이해했을 친구. 그런 이의 죽음을, 그 소식을 마주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도저히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세계이지만 그 먹먹함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눈물이 흐른다. 소세키가 너무나도 담담하게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였기에 슬픔은 더욱 크다. 나쓰메 소세키는 영국으로 유학 떠날 때부터 ‘살아서 다시 만난다는 것은 도저히 이룰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니 시키의 죽음을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것 같다. 그런데도 그 담담한, 모든 것을 체념하고 달관한 듯한 문장에서 눈물은 솟구친다. 시키와 소세키- 이 두 사람의 우정은 이렇게 나를 울린다.

나는 인간관계에 큰 뜻이 없다. 어릴 때부터 혼자서도 잘 놀았고 내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친구들이 먼저 다가왔기에 친구라는 존재에 목마른 적은 없다. 그래서 그런 걸까?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조금만 보여도 참 쉽사리 친구를 끊었다. 그러고 나서 후회한 적도 딱히 없다. 이제 내 주위에 남은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열손가락? 아니 그보다도 한참 적다. 그럼에도 나는 내 삶에, 그 관계에 충분히 만족한다. 지금의 우정이 오래 이어진다면 바랄 게 없지만 혹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러면 또 그러려니 하고 살아갈 것이다. 이렇게 덤덤한데도 그 친구들이 죽는다고 생각하니 조금 슬프다. 언젠가 그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그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이게 다 가을 탓이다......

시키와 소세키의 우정이 딱히 부럽지는 않았다. 나에게도 어언 10년 넘도록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으며 시키와 소세키가 그랬듯 나와 내 친구들도 취미가 비슷해서 가까워졌다. 만나면 어디서도 잘 하지 않는, 아니 할 수 없는 문학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이 책 저 책 묻는다. 물론 시키와 소세키가 주고받은 편지처럼 품격 넘치는 대화는 아니지만..... 마사오카 시키, 나쓰메 소세키- 한 사람은 시인이자 수필가로 또 한 사람은 소설가로 일본 문학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들이니, 그 빼어난 문장으로 주고받은 편지들은 더없이 아름답다. 그리고 그 관계 또한 문장만큼이나 아름답다.

1889년 스물두 살 동갑내기로 처음 만난 그들은 관심 있는 공연이나 문학(주로 하이쿠) 이야기로 가까워진다. 서로 주고받은 편지 속에서 그 대화들은 해가 갈수록 한결 풍요롭고 해박하며 윤택해진다. 친구 사이이니 때로는 짓궂은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그 조차도 품위를 잃지 않고 서로를 향한 깊은 애정이 늘 그 바탕에 흐른다. 때로는 날카로운 설전이 오가기도 한다. 서로 문학적 가치관 차이에서는 뜨끔할 정도로 훈계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비판과 질타 설전이 매섭다. 하지만 절대로 상대를 ‘비난’하거나 그로 말미암아 관계가 변질되지는 않는다. 가벼운 인간관계에 익숙한 오늘날엔 참 생소한 풍경이리라.

두 사람의 편지를 읽다 보면 소세키가 시키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사오카 시키는 소세키에게 하이쿠 첨삭지도를 해준 스승이기도 하며, 또 어떤 의미에서는 소세키가 문단에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고마운 사람이기도 했다. 아니 이런 시키의 혜택을 설명하는 게 무슨 의미이랴, 어린 시절부터 딱히 의지할 곳 없던 고독한 나쓰메 소세키에게 정신적 뿌리가 되어준 것만으로도 시키는 그에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 둘은 함께 있기보다 떨어져 있던 때가 더 많았다. 아주 가끔 은근하게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전한다. ‘달은 동쪽에/ 자네는 지금쯤엔/ 자고 있을까’ 소세키는 잠못 드는 밤에 시키를 그리워하며 시키는 시키대로 ‘언제나 대형이 도쿄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도 지나치지 않아서 향기롭다. 편지를 보면 마사오카 시키는 소세키에 비해 좀 더 발랄하고 짓궂은 것 같다. 그러면서도 섬세하고 예민한 성정은 소세키 못지않다. 소세키는 또 소세키대로 얼마나 덤덤한지. 자기 결혼 소식조차도 참 무덤덤하게 전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이 여자로 태어났다면 기생집에서 일을 해서라도 시키의 학비를 대주고 싶다고 한다. 친구를 생각하는 그 마음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이 면상 때문에 안 되겠다’는 부분에서는 크게 웃고 만다. 아니, 나쓰메 소세키, 친구에게는 이런 농담도 할 줄 아네?!

사람이 만든 지위란 본디 허영이고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다는 사정도 아니니, 목숨을 소중히 여겨 여유롭게 공부하는 것이 옳다고 보네. 학자금상의 곤란에 대해서도 그러리라 짐작만 하고 있었을 뿐, 특별히 말씀드릴 묘안이 없구먼, 아무리 내가 기계로 된 거북 새끼를 발명하는 재능이 있어도, 열린 입에 팥떡을 던져 넣는 법을 알고 있다 해도, 그것만은 도저히 결론이 나지 않네.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잠깐 청루(靑樓)에 몸을 담아 그대의 학비를 돕는다는 식의 별스러운 일도 가능할 테지만...., 그것도 이 면상으로는 어렵겠지. (104쪽 - 1891년 24살 소세키가 시키에게 보내는 편지)

편지를 하나씩 읽어갈 때마다 세월이 흐르고 그들도 조금씩 나이 들어간다. 정신적으로도 성장하고 우정도 더욱 깊어간다. 문학적으로도 서로 조금씩은 진일보한다. 소세키가 결혼도 하고 영국 유학도 떠나는 사이 안타깝게도 시키의 병세는 점점 더 나빠져만 간다. 서양에서 지내는 생활이 궁금한 시키를 위해 소세키가 영국 유학 시절을 상세하게 기록한 편지에서도 자못 친구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느껴져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시키가 병으로 몹시 고통 받을 때도 소세키는 건강을 걱정하는 염려를 담은 편지보다도 그저 묵묵히 시키를 위해 유학 생활을 꼼꼼히 기록해서 보낸다. 값싼 위로의 말보다도 친구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말없이 행하는 이토록 진중한 우정이라니.....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살던 문학청년들이 주고받은 편지. 그 참된 우정의 기록은 그들이 주고받은 하이쿠처럼 은은하게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것 같다.



수세미꽃 피고

객담에 목이 막힌
부처로구나

객담이 한 말
수세미물도
이제 소용없어라

엊그저께의
수세미물도
이젠 그만 받았네.

-죽음을 앞둔 시키가 마지막으로 남긴 하이쿠




쓰쓰소데로
따라가지도 못한
가을날 운구

피워서 올릴
향불도 하나 없이
저무는 가을

연무 자욱한
도시에 떠도는가
그림자처럼

귀뚜리 소리
옛일을 그리면서
돌아가야지

부르지 않은
억새밭에 혼자서
돌아온 사람

-시키의 부고를 들은 뒤 지은 소세키의 하이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9-26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6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키와 소세키 왕복 서간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수필비평선집
나쓰메 소세키.마사오카 시키 지음, 박지영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무살 초반에 만나서 서른 중반에 한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나기까지... 정말 진실한 우정의 기록. 서로에게 그 누구보다 자기를 가장 잘 이해해주었던 친구가 되어준 이들. '친구'라는 말이 진심으로 이들에겐 어울린다. 마지막 시키의 편지에서는 그만 펑펑 울어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 작가들의 작가에게 듣는 글쓰기 아포리즘
줄리언 반스 외 지음, 존 위너커 엮음, 한유주 옮김 / 다른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에이그 이런 책에 지은이로 ‘줄리언 반스‘ ‘커트 보니것‘ ‘스티븐 킹‘ 이름을 올려 놓는 건 사기 아닌가? 그냥 이 세상 온갖 작가들이 했던 이야기를 단순히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글을 쓰며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몇몇 구절은 도움이 되지만 글쎄.... 돈주고 사봤으면 정말 아까울 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망 좋은 방」 을 읽고
전망 좋은 방 열린책들 세계문학 28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 문학 작품을 읽다보면 좀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다. 너무 길다 싶을 정도로 불필요한 세부 묘사라든지 시대적 배경이 현대와 동떨어지기 때문에 소설에 몰입이 덜 된다든지 하는 것들. 그런데 E.M 포스터의 작품은 그 배경이 현대와 살짝 동떨어져 있어도 흥미진진하고 무척 재미있다. <전망 좋은 방> 역시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의 시대 배경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다. 책 표지에 있는 남녀를 보면(1985년 제임스 아이보리의 동명 영화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 ‘루시 허니처치’와 어떤 남자가 나중에 잘 될 것인지 뻔히 보인다. ‘행복한’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 뻔한(?) 결말의 로맨스 소설인데도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포스터의 아이러니컬한 문장이 큰 역할을 한다. 비꼬는 듯, 비아냥대는 듯, 곳곳에서 키득키득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포스터의 소설이 거의 대부분 영화로 만들어진 이유는 아마도 생동감 있는 캐릭터, 마치 실제로 어떤 전경을 바라보는 듯한 생생하고도 아름다운 ‘묘사’가 아닐까. 특히 이탈리아의 제비꽃 밭에서 루시와 조지가 키스를 하게 되는 장면 묘사는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답고 로맨틱한 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전망 좋은 방’은 여러 가지로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루시와 샬롯이 묵게 된 펜션의 방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좋지 않은 전망’을 갖고 있다. 창을 열고 이탈리아 풍경을 한껏 바라보기를 꿈꿨던 루시에게 ‘좋지 않은 전망’의 방은 얼마나 청천벽력인가! 낙담하고 있던 그녀에게 펜션의 또 다른 손님인 애머슨 부자가 나타나 자신들은 남자이니 ‘전망’ 따위는 필요 없다며 ‘전망이 좋은’ 자신들의 방을 사용하라며 루시와 샬롯에게 방을 바꾸기를 권한다. 이때 루시는 처음으로 어딘지 우울해 보이는 ‘조지 애머슨’을 처음 알게 된다. ‘전망 ’좋은 방’은 첫 번째로 루시와 조지가 서로 만나게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원래 사귀던 사람인 ‘세실’과 결혼을 약속한 뒤 루시와 세실이 나누는 ‘전망’에 관한 대화에서 ‘전망 좋은 방’이 갖는 두 번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해 보고 나서 웃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정말 그래요. 아무래도 제가 시인인가 보네요. 당신을 생각하면 배경은 언제나 방 안이에요. 재미있는 일이네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응접실입니까? 바깥 전망이 보이지 않는?" "네, 전망이 없는 방이에요. 그게 뭐 문제인가요?" "나는 당신이 나를 생각할 때 이런 넓은 야외를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그가 질책하듯 말했다. "세실, 무슨 말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그녀가 다시 물었다. (p.156)

루시는 세실을 생각하면 ‘전망 없는 방’을 떠올리게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독자는 아마도 이 구절을 읽으면 루시에게 걸맞은 상대는 역시 루시가 좋은 ‘전망’을 떠올릴 수 있는 ‘조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열려 있는 공간, 다른 모든 것들을 꿈꿀 수 있는 사람, 자신에게 주어진 교양, 인습, 세속적인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 즉 ‘좋은 전망’을 위해 스스로 자신의 ‘전망 좋은 방’을 포기했던 남자 ‘조지’가 ‘루시’가 찾고 있는 그 ‘남자’라는 것을 이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은 ‘루시’뿐.

품격을 내세우는 영국 귀족들이 보기에 한없이 모자란 조지와 그의 아버지 ‘애머슨 부자’를 내세워 포스터는 케케묵은 인습과 고루한 예의범절에 갇혀 사는 ‘중세 시대’ 사람들을 꼬집는다. 그러면서 인간의 자유,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과 몸이 원하는 진실한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찬양한다. 100여 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이 지금도 여전히 많은 공감을 얻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좋은 전망’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보다는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사람을 선택하는 수많은 ‘중세 시대’의 사람들이 아직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열정이란 저항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예의범절이라든가 심사숙고라든가 그 밖에 교양이라는 이름의 각종 족쇄를 잊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통행권이 있는 곳에서 허락을 구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p.158)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루시가 조지 에머슨을 사랑한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시의 입장에 선다면 그게 그렇게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정리하기는 간단하지만 실제로 살기는 혼돈스러우며, 우리는 언제나 <신경>이라든가 다른 피상적인 말들로 내면의 욕망을 가려 덮으려고 한다. 그녀는 세실을 사랑했다. 조지는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누가 그녀에게 두 문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 줄 것 인가? (p.206)

이런 식으로 갑자기 포스터(작가)가 개입하는 장면 너무 웃기다. ㅋㅋ

"하지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보다는 제 사랑의 방식이 더 낫다고 확신합니다." 그는 잠시 생각했다. "맞아요. 제 방식이 더 낫습니다. 나는 당신이 내 품에 안겨서도 당신 자신의 생각을 하기를 원합니다." 그는 루시를 향해 팔을 내밀었다. "루시, 머뭇거리지 마요……. 이렇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요……. 지난봄에 그랬던 것처럼 그냥 나한테 달려와요. 그런 뒤에 내가 예의를 갖추고 모든 걸 설명할게요. 나는 그 남자가 죽은 뒤로 계속 당신을 좋아했어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부질없는 일이야. 다른 사람하고 결혼할 여자인걸>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이 세상이 온통 물과 햇빛에 감싸여 눈부시게 반짝일 때 다시 당신을 만났어요. 당신이 숲에 들어왔을 때 나는 달리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어요. 나는 외쳤어요. 살고 싶어서, 내 인생에 기쁨을 줄 기회를 잡고 싶어서." (p.241)

꺄.. >_< 멋있는 조지!
 
사랑하는 사람들은 헤어질 수 없어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요. 사랑을 비틀고 무시하고 혼탁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걸 떨쳐 버릴 수는 없어요. 경험을 통해서 나는 시인들의 말이 옳다는 걸 알아요. 사랑은 영원합니다." 루시의 눈에 분노의 눈물이 솟구쳤다. 분노는 곧 사라졌지만 눈물은 남았다. "다만 시인들이 이걸 좀 말해줬으면 좋겠어. 사랑은 몸에 속하는 일이라는 걸 말이야. 몸 자체는 아니지만, 몸에 속하는 일이라는 걸. 아! 우리가 그걸 인정한다면 얼마나 많은 이 세상의 고통이 줄어들까! 그런 작은 솔직함이 우리 영혼을 해방시킬 텐데! 아가씨의 영혼 말이에요, 루시양! 나는 영혼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말을 둘러싸고 퍼부어지는 미신들 때문에 말이오. 하지만 우리에겐 영혼이 있어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있어. 그리고 아가씨는 지금 그 영혼을 억누르고 있어요. 그걸 가만 두고 볼 수가 없구려. (중략) 하지만 우리 아들놈이랑 결혼해요.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또 사랑이 서로 응답하는 일이 얼마나 드문지를 생각해보면……. 아들놈하고 결혼해요. 이세상은 다 그런 일들을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요." (293-294)




이탈리아 제비꽃 밭에서의 키스신 (상상했던 것과 비슷했다! 상상이 더 낭만적인가;)



꺄.. 이 장면 정말 낭만적이다; (루시 머리가 좀 웃기지만;;)



두근 두근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9-19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9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09-2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오스카 수상식에서
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서 참 제목 한 번
기가 막히구나 싶었는데 포스터의 책이
었군요.

아쉽게도 영화나 책 모두 만나 보진 못
했지만, 그 시절의 기억을 안고 있네요.

잠자냥 2017-09-21 15:07   좋아요 0 | URL
영화와 책 모두 좋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 번 만나보시길! ㅎㅎ
 


내용에 걸맞은 표지는 내 말이 세상을 걸어가는 동안, 독자들과 만나러 가는 동안 내 말을 감싸주는 우아하고 따뜻하며 예쁜 외투 같다. 잘못된 표지는 거추장스럽고 숨 막히는 옷이다. 아니면 너무 작아 몸에 맞지 않는 스웨터다. 아름다운 표지는 기쁨을 준다. 내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이해해주는 느낌이다. 보기 흉한 표지는 날 싫어하는 적 같다.
- 줌파 라히리, <책이 입은 옷>, 25쪽




진짜 아작 내고 싶은 책 표지네;;;



책을 사서 실물을 받아보면, 진짜 표지 디자인이 너무한다 싶은 책들이 종종 있다. 최근에 본 책 표지 가운데 단연코 압도적인(나쁜 의미에서) 책 표지는 레이 브래드버리 단편선일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가 있지? 책 표지 디자이너나, 이걸 또 컨펌한 출판사 관계자나 모두 하나 같이 레이 브래드버리에 대한 정보나 이해가 전혀!!!! 없었던 게 아닐까???!!!


저 이상한 꽃은 뭐며? 저 음울한 소녀는 또 뭐란 말인가?! 무덤에 있는 레이 브래드버리가 벌떡 일어나서 한국까지 와서는 책 표지를 '화씨 451'도로 모두 불태워버릴지도 모르겠다. 책 표지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디자인 하는 책을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작가라든지 그 작품에 대한 정보라도 좀 수집하고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럴 거면 그냥 표지 디자인을 하지 말라구!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케이 2017-09-1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덤에 있는 레이 브래드버리가 벌떡 일어나서 한국까지 와서는 책 표지를 ‘화씨 451‘도로 모두 불태워버릴지도 모르겠다.‘
잠자냥님 이 문장 너무 웃겨서 지금 사무실에서 웃음 참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 책 내용 뭔지 모르지만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봐도 표지 너무너무 구리네요. 무슨 문구점에서 파는 싸구려 연습장 표지 같아요. ‘화씨 451‘은 제5공화국 시절에 출판됐다고 해도 믿을만한 디자인인데요? 세상에나.....
전 소설 책표지 그냥 아무것도 없는 검정색에 금박으로 글자만 써 있었음 좋겠단 생각 많이 해요. 그 디자인으로 쭉가면 차라리 더 소장하고 싶은 맘이 들 것 같은데, 우리나라 책 중에는 그런 디자인 흔치 않죠. 괜히 디자인 바꿔서 개정판 내놓고 예전에 한권이었던거 두권으로 내놓고 그렇게 가격만 올리고.. ㅜㅜ

잠자냥 2017-09-19 15:11   좋아요 0 | URL
흐흐흐. 사무실에서 웃음 참으면 더 웃기는데;; 하하하-
레이 브래드버리는 거의 전설처럼 꼽히는 SF작가인데요, 저도 이 책은 읽어보려고 사서 아직 시작도 못했지만 전에 읽은 레이 브래드버리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을 보면 절대 저 표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을 쓴 작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저 표지에는 정말 분개하는 레이 브래드버리 팬들이 많더라고요.

맞아요. 정말 우리나라 책 표지 가운데 디자인 너무 엉뚱한 게 많아서 차라리 검은 장정에 금박으로만 만드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아요. ㅠ_ㅠ

레삭매냐 2017-09-21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쌈 대로 이럴 거면
그냥 백지에 제목만 달아서 낼 것이지
싶네요.

출판사 사정이 어려운 걸까요.

잠자냥 2017-09-21 15:00   좋아요 0 | URL
널~~리~ 이해해서 SF장르 이미지를 파격적으로 벗어나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이렇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하하하하하.

이박사 2017-09-2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사는 것이 망설여지네요... 너무나 기다린 책인데...

잠자냥 2017-09-27 17:2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럼에도 저는 샀습니다. 표지는 아쉽지만 내용은 래이 브래드버리가 쓴 것이니까요.

2019-08-05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5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