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키우는 사람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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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랑글라드 지방에서 할아버지와 살아가는 청년 일루와방 로슈페르는 지역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취향을 지니고 있다. 지역 사람들이 라벤더 재배로 향유를 생산하는 데 비해 그는 유독 대방어 키우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그가 반해버린 색채 대방어의 그 찬란한 은빛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삶의 색이 방어의 색이라 생각했다. 그에게 삶이란 신기한 은빛 대방어였다. 어느 날 은빛 비늘의 대방어 한 마리가 그의 손에 살포시 앉았다 헤엄쳐갔는데 손바닥에 남은 비늘이 은가루처럼 보이며 생명선을 가르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는 은을 꿈꾸었고 방어 키우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데다 어느 날 죽은 대방어의 은빛 비늘이 안타까워 비늘을 쓰다듬다 우연히 맛보게 된 그 살점의 맛에 넋을 잃어버린 일루와방은 방어에서 부(富)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품게 된다. 그렇다, 이 아름다운 은빛 방어, 그것의 연분홍과 붉은기가 도는 살점은 더욱 황홀하구나! 그러니 방어를 키워서 부자가 되리라! 일루와방은 양식을 통해 방어를 키울 꿈에 부풀지만 그것은 어느 날 양식장의 화재로 인해 처절하게도 좌절되고 만다.

이렇게 그의 꿈은 무너지는가 싶은데, 어느 날 서재에서 우연히 대방어 회가 한참 인기인 한국과 관련한 책을 읽은 그는 그곳으로 떠나 진정한 자신이 찾고자하는 ‘인생의 은’을 찾으러 여행을 나선다. 고향에는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는데도 일루와방 곁에서 늘 깔짝대는 처녀 폴린이 있다. 일루와방은 폴린에게 작별을 고한다.

“은을 찾으러 가.”
“은은 여기에도 있어.”
“네 앞에도 은은 있는데 네가 못 볼 뿐이야.”

일루와방은 폴린의 손에 편지를 쥐어주며 말한다. “네게 편지를 썼어. 내 딴엔 사랑의 편지야. 언약의 편지이기도 해. 괜찮다면 내가 떠난 후에 읽어봤으면 해.” 시크하게, 그러나 폴린의 마음을 뒤흔드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일루와방- 배를 타고 수에즈 운하를 지나 지중해와 홍해를 건너는 힘겨운 여행을 이어가던 중 그는, 배에서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를 알게 된다. 그의 이름은 ‘유코 아키타’- 한국인인가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일본인이다. 그래도 동양인이니 잔뜩 기대를 품고 일루와방은 유코에게 대방어 회의 장인을 아느냐 묻는다. 유코는 일본 벳푸의 간바치 장인은 안다면서 그의 횟집을 소개해준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나간 사연을 털어놓는다.

시인을 꿈꾸었고 유독 일곱이라는 숫자를 숭배해 1년 중 겨울에만 일흔일곱 편의 하이쿠를 쓴다는 유코에게는 한때 오로지 백색의 아름다움만을 담으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궁정시인은 “시에 채색하는 법”을 배우라며 충고했고, 유코는 채색법을 배우기 위해 이리저리 헤메다 하필이면 프랑스의 외줄타기 곡예사 여인 네에주(Neige 불어로 ‘눈’)를 만나 마침내 색채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들 곁에서는 검은 바이올린을 아주 소중한 듯이 움켜쥐고 독주를 음미하며 장기에 몰두한 한 노인이 유코와 일루와방의 이야기를 엿듣다가 한마디 툭 던진다. “인생에서 단 한 번 행복한 것보다 비참한 것은 없네.” 노인은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과 똑같은 목소리의 검은 바이올린을 만들다 그 여인을 잃고만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였다.

이들과 헤어져 고생 끝에 마침내 당도한 한국의 제주도, 고향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혹한에 난방비가 폭등했다며 가는 곳마다 가스난방을 끊어 거의 얼어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일루와방의 눈앞에 정방폭포와 함께 은빛 여인이 나타난다. 은빛 여인은 다 죽어가던 일루와방에게 갑자기 꿀처럼 달콤하고 기름진 방어 기름을 그의 입술에 떨어뜨려 일단 온기를 되살려준다. 그러고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이 엄동설한에 가스난방도 하지 않은 방에서 스스로 훌러덩 옷을 벗고 생면부지의 프랑스 남자에게 자신의 온몸을 아무런 조건 없이 내준다. 방어 여인과의 육덕진 하룻밤 만리장성을 거하게 쌓아올린 일루와방은 자신이 마침대 그토록 찾아 헤맨 은빛 방어가 바로 이 여인이었음을, 이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긴 여행 끝에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일루와방은 여전히 자신을 반겨주는 폴린과 재회하고, 문득 그토록 멀리 떠돌며 찾던 은빛은 늘 자기 곁에 있었음을, 파랑새 아니 은빛 방어는 폴린이었음을 깨닫고 만족스럽게 인생을 살아간다. 물론 그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은 대방어 여인이 알려준 삶의진실- 방어는 겨울이 제철로, 무게가 5kg 이상인 대방어가 특히 인기가 있으며 회로 먹다가 조금 느끼하면 묵은지나 와사비를 곁들이라는 충고를 마음에 깊이 새기며 다시 방어 양식에 도전한다.......



폴린은 와사비병을 손에 쥐었다. 뚜껑을 열고 쌉싸름한 액체에 적신 후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맛보았다.
“이 방어를 수확한 것이, 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같아.”
그녀는 다시 한번 방어를 와사비에 담갔다. 그리고 천천히 기뻐하며 방어를 입술로 가져갔다. 그녀가 부드럽게 덧붙였다.
“삶의 은.”




-막상스 페르민의 색채 3부작 <꿀벌 키우는 사람>, <눈>, <검은 바이올린>의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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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31 14: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쌍욕할 뻔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남의 집이므로 꾹 참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1-31 14:59   좋아요 2 | URL
쌍욕을 허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1-31 15:00   좋아요 2 | URL
아 진짜 꿀벌 피부 가진 여자가 잠자주고 ㅋㅋㅋㅋ 돌아가면 다른 여자가 내가 바로 니 꿀벌이야! 기다리고 있고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1-31 15: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앍 진짜 이런 내용이야?? 하며 읽다가 빵 터졌네요 제주도 ㅋㅋㅋㅋ
잠자냥님 굳이 공력을 들여 패러디로 깔 정도로 화나셨나 봄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1-31 15:34   좋아요 4 | URL
아니 화까지 난 건 아니고 ㅋㅋㅋㅋㅋㅋ
방어가 먹고 싶어서 한번 ㅋㅋㅋ 방어 키우는 사람으로 써봤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작품에서 주인공은 금빛에 도취되어 꿀벌 키우다가 아프리카로 떠납니다. 거기서 꿀빛 피부를 지닌 꿀벌 여인이 나타나서 잠 자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3-01-31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새로운 형식의 리뷰네요?!!ㅋㅋㅋㅋㅋ 삼부작을 물회처럼 잘 버무린? (지금 물회가 땡기는 자)
잠자냥님의 분노한 천재성이 달콤 쌉싸름😆👍

잠자냥 2023-01-31 16: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물회도 먹고 싶네요;;
2월 가기 전에 일단 방어부터 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1-31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1-31 1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잠자냥님 창작글이군요 ㅋ 저도 방어가 먹고 싶네요!~!

역시 희곡작가 출신이셔서 뭔가 글이 남다릅니다~!!

잠자냥 2023-01-31 21:40   좋아요 2 | URL
대방어는 2월 가기 전에 드셔야 합니다!

페넬로페 2023-01-31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ㅍㅎㅎ
어, 제주도!
정말로? 하다가~~
마지막에 그만~~
잠자냥님, 소설가로 데뷔할 날이 얼마남지 않은 듯 합니다~~
제주까지는 못가도 속초 물회가 땡기네요^^

잠자냥 2023-01-31 21:4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속으셨다!
아, 속초 물회도 먹고 싶습니다!!!

- 2023-01-31 2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진짜 중간에 난방비까짘ㅋㅋㅋㅋㅋㅋㅋ 풍자와 해학의 진수다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천잰가요? 일루와방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막상스 페르민 무덤에서 이불킥하는 소리 지금 나만 들려…?ㅋㅋㅋㅋㅋㅋㅋㅋ 바야흐로 대방어 철… 하악ㅋㅋㅋㅋ 그립도다… (응? 모가?..)

잠자냥 2023-01-31 20:56   좋아요 3 | URL
왜 대방어 철에 뭐했어? 방어 먹고 뭐했을까나 ㅋㅋㅋㅋㅋㅋㅋ

- 2023-01-31 21:02   좋아요 1 | URL
웅? 모 안했어용!! ㅋㅋㅋㅋㅋ 방어먹고는 좀 비리지 ㅋㅋㅋㅋ

잠자냥 2023-01-31 21:3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시도는 했네 ㅋㅋㅋㅋㅋㅋ

- 2023-01-31 22:37   좋아요 2 | URL
가부장제 속 여성은 모두 한때 누군가의 방어 여인이었다…🐟… 후속편 장어여인 갑시다… 페미니즘 적으로 재해석해서 ㅋㅋㅋㅋ

은오 2023-01-31 2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이 방어 먹어주실 변자냥님을 구합니다

잠자냥 2023-01-31 23:16   좋아요 3 | URL
일루와방을 보내드릴게 ㅋㅋㅋㅋㅋ

은오 2023-01-31 23:35   좋아요 2 | URL
필요없어요!! 제가 원하는건 편집자로 일하고있는 까칠한 변태고영이 김모연상녀......

잠자냥 2024-04-09 13:20   좋아요 1 | URL
방어도 먹어줘야 하나??? 근데 너 방어 안 좋아하잖아??

은오 2024-04-11 10:56   좋아요 1 | URL
해산물중에 그나마 회랑 초밥은 잘먹는편. ㅋㅋㅋㅋ
방어도 리스트에 올리겠읍니다~!!
근데 잠자냥님이랑 먹으면 뭐든 맛있을거같은데....똥을 먹어도 카레 먹는 거 같을 듯

잠자냥 2024-04-11 11:19   좋아요 1 | URL
회랑 초밥 그래도 먹을 줄은 아는구나?
다행이다 ㅋㅋㅋㅋ 난 좋아해..
(근데 초밥이야기하니까 9개월남 생각나서 놀리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눔아 근데 똥카레는 아니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은오 2024-04-11 11:3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님이 좋아하면 365일 회만 먹을 수도 있읍니다. 똥카레도....
ㅋㅋㅋㅋㅋㅋㅋㅋ쓰면서 잠자냥님이 그얘기 할 거 같았읍니다. 벌써 3년전입니다~!! 놀려도 타격X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1-31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철에는 방어회죠!^^
올겨울에는 두 번!
가락시장에 가면 대방어를 돼지방어라고 하네요^^

잠자냥 2023-01-31 23:16   좋아요 2 | URL
돼지방어! ㅋㅋㅋㅋ 적절합니다!

유부만두 2023-02-01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독후감도 가능하군요. 저 한참 읽을 때 까진 방어랑 한국 이야기 진짜인줄;;;;

잠자냥 2023-02-01 08: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건수하 2023-02-01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웬 방어? 하며 그냥 넘어갔는데요 이런 이야기인줄 ㅋㅋㅋㅋㅋ

가스비 폭등에 정방폭포 아하핳핳

근데.. 그토록 찾아헤맨 은빛 방어가 이 여인인 줄 깨달았는데 왜 돌아가는거죠...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것인가?!

방어회 먹고 싶네요... 잠자냥님이랑 방어회 데이트 하고싶다... ㅎㅎㅎ


잠자냥 2023-02-01 09:51   좋아요 1 | URL
ㅋㅋㅋ 하룻밤 잔 그 방어여인 찾아서 헤매는데, 결국 실패하거든요. (원작에서는 꿀벌여인 ㅋㅋㅋㅋ)
그래서 돌아가서 집에 있던 다른 꿀벌 여인에게 안착-ㅋㅋㅋㅋㅋ
저기 위에 은오 님하고 방어회 데이트 추천합니다.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2-01 10:01   좋아요 1 | URL
아, 그런거군요 ㅎㅎㅎ

은오님은 원하는 대상이 아주 분명하신 듯 합니다 :) 전 실격!
 
얼굴 없는 인간 - 팬데믹에 대한 인문적 사유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효형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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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순수한 생물학적 존재로 축소된 인간’을 과연 인간이라 할 수 있을지, ‘정부가 인간 외 사물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아감벤의 주장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 단지 생명만을 지키고자 모든 것을 희생한다면 그 삶이 과연 인간다운 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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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30 0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부는 인간 외 사물을 지배하고 이 백자평 쓴 사람은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잠자냥 2023-01-30 08:41   좋아요 2 | URL
지배자가 너무 많은 그대.

은오 2023-01-30 08:44   좋아요 2 | URL
이건 누가봐도 질투다 (감동의 눈물)

잠자냥 2023-01-30 11:07   좋아요 2 | URL
아니 그냥 팩폭인데…

- 2023-01-30 0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은 돈안되는 백자평 고급지게 올릴 시간에 내가 50원씩 내고 있는 소설에 오타나 수정하라!! d자가 웬말이냐!!!ㅋㅋㅋㅋ

DYDADDY 2023-01-30 07:57   좋아요 0 | URL
공쟝쟝님도 투비를 하라! 하라! 읽고 싶다!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2023-01-30 07:59   좋아요 1 | URL
투비할꺼면 유튜브 합니다!!ㅋㅋㅋㅋㅋㅋ 조회수 1당 10원!!

DYDADDY 2023-01-30 08:01   좋아요 0 | URL
400명 구독을 감축드리오며 라이브는 언제.. 그래야 슈퍼챗으로 긁어모으실 수 있죠.. ㅋㅋㅋㅋ

- 2023-01-30 08:04   좋아요 1 | URL
딛대님 저보다 잘 아시네요… 수퍼챗… 그게 뭔지 모름!!! 400명? 오오오(그것도 몰랐음) ㅋㅋㅋ 앍ㅋㅋㅋㅋ 잠깐망요 확인좀

DYDADDY 2023-01-30 08:12   좋아요 2 | URL
본의아니게 자주 가보는 걸 들켰네요. ㅠㅠ 아무튼 축하드리며 라이브는 1000명 기준입니다. 그날까지 업로드 좀 해주세요.. ㅠㅠ

은오 2023-01-30 08:15   좋아요 1 | URL
대디님 쟝님 더 닦달해주세요! 제가 쟝님 유튜브 올릴때까지 숨참는다고 했는데도 안올리는 잔인한 사람입니다!

DYDADDY 2023-01-30 08:22   좋아요 1 | URL
은오님 저도.. 숨 참아야 하나요? ㅋㅋㅋㅋ 공쟝쟝님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ㅋㅋㅋㅋ

- 2023-01-30 08:31   좋아요 3 | URL
원래 책사서 뜯는 걸 찍었는데 요즘 책을 안사서!!! 것참!!!!! 난해합니다!!!! 구독자님들을 위해 생각을 좀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잠자냥은 오타를 고쳐랏!!!

DYDADDY 2023-01-30 08:56   좋아요 1 | URL
뜯는거를 못하면 읽으시면 되죠. 공쟝쟝 낭독회! ㅋㅋㅋㅋㅋ (실은 전에 함께 읽자 하셔서 틀어놓고 일을 하는데 장작타는 소리만 나서 당황했어요. 소곤소곤)

잠자냥 2023-01-30 08:41   좋아요 4 | URL
정독하나 안 하나 심어놓은 것임 ㅋㅋㅋㅋ

- 2023-01-30 08:50   좋아요 1 | URL
잠자냥 !! 조금의 반성도 하지 않고 독자를 시험하다니!!!! 역시!!! (존경합니다) 무릎꿇!!🧎🏻‍♀️🧎🏻‍♀️

- 2023-01-30 08:51   좋아요 1 | URL
댇// 굥이라니요 굥이라니요!!! 월요일 아침부터 대통령 떠오르게 만들지 마세요!!! 이런 불쾌한 오타는 참을 수 없습니다 ㅋㅋㅋ

DYDADDY 2023-01-30 08:56   좋아요 0 | URL
역시 고관절 아니 손가락 관절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3-01-30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슨 말인지는 모르는데 🧎‍♀️🧎‍♀️

그레이스 2023-01-30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스크 부분 해제 됐는데, 벗고 다닐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시간이 걸릴 듯요.
아감벤, 읽었던 책 좋았는데 이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잠자냥 2023-01-30 17:21   좋아요 1 | URL
전 아마 계속 쓸 거 같습니다. ㅎㅎ 이 책은 시의적절하게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
제임스 볼드윈 지음, 박다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태어날 때부터 사방이 한계지워진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흑인이 아니더라도 이 지구에서 백인 남성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나 그 한계는 크기만 다를 뿐 다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임스 볼드윈의 글이 단지 저 먼 나라, 흑인 남성의 절절한 고백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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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8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넘 부럽다 ㅜ_ㅜ 저도 볼드윈 이 책이랑 <조반니의 방> 읽고 싶어서 드릉드릉.. 백자평 보고 책 소개 글 보니까.... 너무 읽고 싶네요.....

잠자냥 2023-01-28 22:56   좋아요 1 | URL
읽으면 됩니다~ 희진쌤 때문에 픽?

- 2023-01-28 23:37   좋아요 1 | URL
아마도 그런 것 같죠? ㅋㅋㅋㅋ

은오 2023-01-28 2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냥이가 아니라 책읽는 기곈가봐...🫢 하루에 하나씩 백자평이 올라온다 제 이상형이자 이상향입니다 변자냥님 (뽀뽀)

- 2023-01-28 23:38   좋아요 3 | URL
책 기계 냥!!

다락방 2023-01-30 11:32   좋아요 2 | URL
아 미치겠다. 뽀뽀나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1-29 1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 작가 관심이 가서 아이엠 낫 유어 니그로 펀딩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 책 출간이 늦어진다고 메일이.....ㅠ.ㅠ
그동안에 이 작가의 이 책부터 읽어와야겠네요. ^^

잠자냥 2023-01-29 11:47   좋아요 2 | URL
아하 새 책이 나오는군요! 새 책 제목과 관련한 문장이 이 책에도 나옵니다. ㅎㅎ

다락방 2023-01-30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고 싶었는데 샀나요?

다락방 2023-01-30 11:33   좋아요 2 | URL
안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1-30 16:2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누구한테 물어보시는 거..ㅋㅋㅋ

다락방 2023-01-30 16:37   좋아요 1 | URL
제가 저한테 물어보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1-30 16:56   좋아요 0 | URL
남의 집에서 혼자 노는 그 인간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1-30 17:07   좋아요 1 | URL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꿀벌 키우는 사람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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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심하다. 왜 여자가 안 나오나 했다. 오렐리앙이 아프리카까지 가서 찾아헤맨 꿈은 결국 꿀벌도 금도 아닌 여자! 어쩜 색채 3부작 패턴이 이렇게나 똑같은지! 마테를링크가 그랬잖아! 파랑새는 집에 있다고! ㅋㅋㅋㅋㅋㅋ 어휴, 그나마 짧아서 천만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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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1-28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일관성 있네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3-01-28 13:46   좋아요 1 | URL
아주 뚜렷해요.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01-2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일관된 별 두개라니 ㅋ 궁금한데 나중에 빌려서 읽어봐야겠습니다 ㅋ

잠자냥 2023-01-28 13:47   좋아요 1 | URL
음… ㅋㅋㅋㅋㅋㅋㅋ 굳이 ㅋㅋㅋ

- 2023-01-28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풉….

거리의화가 2023-01-28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작가 못쓰겠네요^^;;;
 

자서전 또는 회고록과 같은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타인이 써준 전기와 달리 자서전은 미화되기 쉽다. 자기의 일생을 기록하여 책으로 펴낸다는 생각 자체가 어찌 보면 오만한 행위일 수도 있다. 자신의 생이 그만큼, 기록으로 남길 만큼, 그리하여 누군가가 읽어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듯이 들리기 때문이다. 일종의 나르시시즘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몇몇 이들의 삶을 기록한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궁금해질 때가 있고 그렇게 읽어 뜻밖의 수확을 얻기도 한다. 그런 책 중의 하나가 사르트르의 <말>이다. 사르트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그의 저작에서도 크게 감화를 받은 적은 드물었는데, <말>만큼은 흥미롭게 읽었다. 그가 왜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지명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달까. 아니, 이런 설명보다는 이 <말>은 ‘읽기’와 ‘쓰기’에 경도된 모든 이들, 책벌레라면 모두가 공감할만한 생의 기록이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여기 또 한 소년이 있다. 사르트르처럼 ‘읽기’와 ‘쓰기’, 문자와 언어가 지닌 힘에 매료당한 소년. 소년의 최초의 기억은 ‘혀’와 관련이 있다. 소년은 한 소녀의 팔에 안겨 문밖으로 나가고 있다. 소년 앞에 펼쳐진 복도의 바닥은 붉은색이다. 계단을 내려가니 문이 열리면서 미소를 띤 남자가 소년 곁으로 다정하게 다가온다. 남자는 소년 옆에 멈춰 서더니 이렇게 말한다. “혀 내밀어!” 아이는 혀를 내민다.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휴대용 접이식 칼을 꺼내 펼친다. 그러고는 소년의 혀에 칼날을 바짝 갖다 대며 말한다. “지금 이 녀석 혀를 잘라버리자.” 소년은 몹시 놀라 내민 혀를 다시 집어넣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남자는 점점 더 소년에게 바짝 다가온다. 곧 칼날로 혀를 건드릴 것 같은 찰나, 남자가 칼을 거두며 말한다. “오늘은 아직 아니야. 내일 하자.” 그는 칼을 다시 접어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소년은 왜 혀를 잘릴 뻔했을까. 사실 이 소년을 안고 밖으로 나가던  소녀는 아이의 보모이다. 소녀는 아이를 안고 나가 이런 식으로 젊은 남자와의 밀회를 즐겼는데 그것을 발설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였던 셈이다. 소년은 10년 가까이 이 사실을 침묵한다. 이 최초의 무시무시한 기억으로 말미암아 소년은 말과 언어, 침묵의 힘을 절감한다. 그러나 소년에게 이런 기억만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도 소년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이는 단연코 그의 부모-그중에서도 아버지이다. 소년은 아버지와 고작 7년을 함께 살았을 뿐인데, 아버지가 소년에게 남긴 영향력을 실로 막대하다. 그것은 ‘책’이라는 형태로 다가온다. 그에게 처음 책이라는 세계를 알려준 이가 소년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소년은 훗날 아버지가 책을 건넨 “그 사건이 그 뒤로 펼쳐질 내 인생 전체를 결정지었다.”(80쪽)고 고백한다.

말과 관련한 또 다른 기억도 있다. 소년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언어에 둘러싸여 자라난다. 스페인계 유대인의 후손으로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영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등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이 소년은 스페인어와 불가리아어, 영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와 접한다. 소년이 살던 불가리아 루세에서만 하더라도 일고여덟 가지의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었고 누구나 그 언어들을 조금씩은 알아들었다. 오직 시골에서 올라온 어린 소녀들만이 유일하게 불가리아어만 할 줄 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소녀들이 무식하다고 생각했으며, 모두가 자신이 구사할 줄 아는 언어들을 줄줄이 읊어댔고 그곳에선 많은 언어를 할 줄 아는 게 중요했다. 심지어 언어 능력으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 소년에게도 낯선 언어가 하나 있었으니 아버지와 어머니 둘만의 언어가 바로 그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른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하고 그 언어는 참으로 다정하게 들린다, 소년은 그 언어를 알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의 언어는 무엇일까, 남몰래 숨어서 엿듣고 통째로 외워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깨닫는다. 그것이 독일어임을. 그런데 그 언어는 뜻하지 않게 소년을 몰아간다. 부모님에게는 사랑의 언어였지만 소년에게는 한때 고통의 언어가 된다.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불가리아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소년의 가족, 그러나 아버지는 이곳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유일한 ‘귀’가 사라져버리자 어머니는 맏아들에게 독일어를 끔찍하리만치 강압적인 방법으로 가르치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은 마침내 결실을 이루고 그것은 소년에게 독일어의 근본적인 성격을 규정하게 된다. 소년은 말한다. “그것은 늦게, 그리고 극심한 고통 속에 뿌리내린 모국어”였노라고. 그러나 그 언어는 고통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독일어 글자 쓰는 법을 배운다는 핑계로 어머니로부터 책을 얻어낼 수 있었고, 소년은 독일어 글자 쓰는 법을 배우면서 읽고 쓰는 것의 욕망을 발견하고 거기서 행복을 찾아낸다. 한편 소년의 어머니는 아들이 독일어 외에 다른 언어를 포기하는 것 또한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어머니에게 ‘교양은 근본적으로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언어로 쓰인 문학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가족의 사랑의 언어는 ‘독일어’이다. 이 소년, 그러니까 엘리아스 카네티가 불가리아에서 스페인계 유대인으로 태어나 영국 국적을 갖고도 독일어로 작품 활동을 하게 되는 사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혀를 잘라버리겠다는 최초의 기억, 그러니까 너로부터 언어를 거세해버리겠다는 그 최초의 협박으로부터 시작해, 다양한 언어가 이루어진 세계에서 살다가 어떤 특별한 언어를 알게 되고 그 언어를 사랑하던 아버지가 선물한 책을 통해 읽고 쓰는 기쁨을 알게 된 소년의 삶이 이 책 <자유를 찾은 혀-어느 청춘의 이야기>에서 펼쳐진다. 소년은 탐식하듯이 책을 읽으며 자기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그러는 사이 불가리아 루세, 영국 맨체스터, 스위스 로잔, 오스트리아 빈, 스위스 취리히를 오가며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 보모, 하인, 이웃 사람들, 학교 친구들, 기숙사 사람들, 학교 교사들, 자신이 읽은 책의 작가들, 자신이 좋아한 화가들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어 자기의 이야기를 적어나간다. 비단 자기 주변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1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타이태닉 침몰처럼 굵직한 사건들도 여럿 등장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엘리아스 카네티- 한 소년의 성장기이자 한 세기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자신을 비롯하여 가족의 모순된 면모도 숨기지 않는다. 카네티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버지도 어떤 면에서는 질투 또는 사랑에 눈이 먼 가련한 남자였으며,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세 아이를 길러낸 어머니도 아이들 교육에는 남다른 열정을 보이며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계급 문제에서는 속물스럽고 오만하기 짝이 없다. 사업가 기질이 농후해 카네티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경멸의 대상이었던 그의 외삼촌은 또 어떤가. 인색하기 짝이 없는 외할아버지나 부유하고 유쾌하지만 자기 아들(카네티의 아버지)에게 저주의 형벌을 내린 할아버지 등등 카네티는 가족의 모순된 면모도 숨기지 않는다. 그 자신에 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글자에 대한 열망이 지나쳐 자신에게 글자 학습 공책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소년은 사촌 누나를 죽이려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언어를 알고 수많은 책을 읽은 이 소년은 자기가 안다는 사실을 감추지 못해 안달복달하기도 하는데, 이런 그의 모습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되돌아온다.

이 자아가 비대한 책벌레에게 소년의 어머니는 급기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책만 읽으려고 하는 ‘기생충’, ‘떠버리’라는 비난까지 퍼붓는다. 카네티의 어머니는 똑똑한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책과 죽은 지식에만 파묻혀 지내는 아들을 염려하고 경멸하기도 하는데, 그런 아들을 향한 비난은 독일어를 가르칠 때처럼 맹렬하고 거침이 없다. “너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너는 네가 책에서 읽었거나 그림에서 본 모든 것이 너라는 착각을 하고 있어. 네 손에 절대로 책을 쥐여 주면 안 되는 거였는데” 후회하기도 하고. “네가 읽고 있는 책들은 다른 사람들이 너를 위해 썼어. 네가 정말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삶과 맞붙어 고군분투해본 자가 인간이야. 너는 아직 인간이 아니야.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떠버리가 인간은 아니야. 너는 모든 것을 그저 읽었을 뿐이야.”(527쪽)라고 퍼붓고 “너는 교활하기도 해. 너의 그 안락한 삶 속에서 그걸 잘 포장하고 있지. 너의 진정 유일한 걱정은 읽을 책이 충분히 남아 있느냐라고!” 거세게 비난한다. 배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 되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서 배우는 거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은 책과 지식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기를 바라던 카네티를 그저 안락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아들을 끊임없이 몰아붙인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런 강인한 어머니로 말미암아 아들이 제대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로맹 가리의 <내 삶의 의미>가 생각나기도 한다.

카네티의 어머니는 말한다. 현실을 피하는 사람은 살 자격이 없다고, 인간이란 배우는 걸 멈추고 뭔가를 해야 한다고, 세상사가 정말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내팽개침당해보고, 그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그리하여 아들을 전쟁으로 얼룩진 나라 독일로 보내기 위해 이주를 서두른다. 어머니는 소년을 더 가혹한 학교, 그러니까 참전했었으며 최악을 아는 남자들 사이로 보낼 생각이다. 그리고 소년은 유일하게 완전하게 행복했던 시절인 취리히의 낙원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훗날 소년은 깨닫는다. “최초의 인간처럼 낙원에서 추방당함으로써 비로소 내가 태어났다는 것”을(539쪽). 카네티가 그저 책을 사랑하는 사람, 또는 소설이나 희곡을 쓰는 문학가로만 머물지 않고 <군중과 권력>처럼 사회 현실을 담은 저작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20세기의 지성으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런 어머니의 가르침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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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3-01-26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믿고 보는 자냥님의 리뷰와 추천!! 👍👍 저는 자서전 5부작의 번역이 완결되면 읽어야겠어요 😆

잠자냥 2023-01-26 14:03   좋아요 1 | URL
그렇게 라파엘은 카네티 자서전을 영원히 읽지 못하였으니….. 카네티 자서전은 총5부작으로 계획되긴 했으나! 4권이 그의 사후 출간되었고 5권은 쓰이지 못했습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엘 2023-01-26 14:10   좋아요 1 | URL
저는 5부작이라고 하길래 완결은 된 줄 알았는데... 제가 영원히 읽을 수 없는 문학이 탄생했군요 😢

다락방 2023-01-2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끔찍한 기억이긴 하지만 혀에 칼을 올리는 협박이라든가 어머님의 강압적인 가르침이 있다고 해도 모두 이런 글이나 혹은 책을 쓸 순 없는 것일텐데요. 그런 점에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게다가 말과 글은 책 읽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 아닙니까. 뭔가 웅장하네요.

잠자냥 2023-01-26 14:47   좋아요 0 | URL
네 그 끔찍한 기억은 첫장에 조금 나오고 그 뒤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락방 님 말씀철머 말과 글은 책벌레들에겐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잖아요!
근데 이 책 후반부에 책벌레에게 어머니가 하는 일침이 너무 뼈 아파서 뜨끔뜨끔! ㅋㅋㅋㅋ

- 2023-01-26 15: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벌레들이 좋아할 책. 얼마 전에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은 터라 마지막 문단의 엄마가 얼마나 현명한 지를 좀 알겠어요. 저도 엄마가 맨날 저한테 그래요. 너는 책이 되려고 하니? 사람이 되어라. 저는 이 책 보다는 잠자냥님이 좋아한 사르트르의 <말>을 읽고 싶넹~~~ 그런데 나다 책방 다음 편은 언제나와요? ㅋㅋㅋㅋ (집착)

잠자냥 2023-01-26 15:42   좋아요 3 | URL
엄마 버럭질에 진짜 뜨끔하는데, 특히 ˝너의 진정 유일한 걱정은 읽을 책이 충분히 남아 있느냐라고!˝에서 움찔움찔 ㅋㅋㅋㅋㅋㅋㅋ <말> 재미납니다. 사르트르 치고 재미남 ㅋㅋ

나다 책방 일요일까지 일단 예약 걸어둠요. 그거 완결한 건데 회차 나누기가 참 어렵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3-01-26 15:45   좋아요 1 | URL
얽.. 그거 계속 연재해주면 안되요? ㅋㅋㅋㅋ 아니면 다른 느낌으로 다시 써줘요!!! ㅋㅋㅋ 윤리왕 칸트녀도 나오고 술취한 쟝즤니아 울프도 나오고 폴리아모리 이대녀도 나오고 긴머리 속에 눈 하나를 더 감추고 있는 사람도 (판타지인가) 나오고 유머 딥러닝하는 ai도 나오(SF인가)고 매일 침대에서 생산되는 똥 치우는 고양이 (호러)도 나오는 걸로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1-26 15:50   좋아요 2 | URL
아아, 그거 투비에서 완결하려면 아직 멀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 소설상으로는 완결한 장편이라고요. 그걸 투비에 예약 걸어두고 오픈하는 건데, 회차 나누기가 까다로워서 투비에선 언제 끝날지 모름 쟝, 그렇게 200원씩 막 투척하다가 마지막 회차까지 보고 나면 수십만원 쓰게 될지도 ㅋㅋㅋㅋㅋㅋㅋ

(원고지 700장/A4 85쪽/ 글자수 13만자 넘어요. ㅋㅋㅋ 전에 장편 공모전에 냈다가 떨어진 거여)

나에게 말한 그 소재로 당신이 써보시오. 재미나겠네. 그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3-01-26 15:56   좋아요 2 | URL
‘그들만’ (사실 나도 문맥왕임)

라파엘 2023-01-26 16:02   좋아요 2 | URL
그 유명한 나다 책방!!! 저 그것도 완결되면 읽으려고 기다리고 있던 건데, 오늘 카네티 자서전 5부작 미완결 사태를 경험해보니, 혹시 나다 책방도 작가 생전에 완결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었어요. 하지만 이미 완결된 작품이라니 안심이 되네요. 습관대로 마지막편이 공개되면 읽을 것인지, 아니면 지금부터 읽으며 대작의 탄생을 함께할 것인지 고민하는 중에 있어요 😃

잠자냥 2023-01-26 16:26   좋아요 2 | URL
라파엘/ 지금 무료!

라파엘 2023-01-26 16:44   좋아요 2 | URL
문맥왕 공쟝쟝!! 영업왕 잠자냥!! 👍👍

바람돌이 2023-01-26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 너무 좋아서 일단 픽입니다. ㅎㅎ
그런데 문학가가 되는것도 괜찮지 않나요? 어머니의 강압성이 오히려 득이 되어 철학자가 될 수 있었다 저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런거 없어도 철학자 될 사람은 다 돼요. 안되는 사람은 안되고.... ㅎㅎ

잠자냥 2023-01-26 17:44   좋아요 1 | URL
엘리아스 카네티를 굳이 분류하자면 철학보다는 문학가에 가까울 거 같습니다. 그의 저작 중 <권력과 군중>이 가장 유명하다 보니 사상가로 불리는 게 아닐까 싶네요. ㅎㅎ

독서괭 2023-01-3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그냥 은유인 줄 알았는데 진짜 혀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니 충격적이예요;; 역시 잠자냥님 글 잘 쓰시는 거 다시 한번 느끼며.. 요즘 투비에 못 들어갔는데 이따 들어가봐야겠습니다 ㅎㅎ

잠자냥 2023-01-30 16:57   좋아요 0 | URL
그런데 그렇게 끔찍한 에피소드는 아닙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