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가을이다. 도서관에 신청한 희망도서를 찾으러 가는 길, 도서관 근처는 우리 막내 고양이 고향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그 근처에서 막냉이의 옛 친구들-또는 친족-을 만났다. 가까이 가봤자 던져 줄 간식도 없고 괜히 녀석들 기대만 키울 것 같아 멀찍이 떨어져 안부만 묻는다. 아직 건강하게 보이는 녀석들도 있고, 이제는 사라져 보이지 않는 녀석들도 있고. 막냉이는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내 눈에 들어 몇 년씩 길에서도 사랑을 받다가 끝끝내 우리집에 들어와 뒹굴뒹굴 냥팔자 상팔자가 되었는데 저 녀석들은 예쁘지 못해 인간의 간택을 당하지 못한 것인가. 인간도 고양이도 일단은 예쁘고 봐야 하는 세상인가 갑자기 씁쓸해진다..... (인간아, 너도 한 몫하고 있단다...-_-)
최근에 읽은 책 중 의외로(?) 인상 깊었던 것은 <출판사의 첫 책>- 밀리의서재에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가 몇몇 출판사 대표(이자 전 편집자)의 신념을 실천하는 삶에 크게 마음이 흔들렸다. 바다를 좋아해 바다를 자주 다니던 어떤 이는, 어느 날 바다에 밀려온 쓰레기들을 보고 놀라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다. 그러다 자기처럼 바다에 떠다니는 온갖 쓰레기를 기록해 나가는 또 다른 이의 책을 알게 되어 그 책을 우리말로 번역하고자 출판사를 차리고, 그 책을 기어코 내고 만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바다의 쓰레기를 줍고 다니고 있다. 책을 낼 때도 환경을 생각하느라 국내에서는 구하기도 어려운 종이를, 잉크를 사용하고 띠지처럼 불필요한 것들을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홍보도 최소화. 신념을 지키면서, 신념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타인의 삶을 마주하고 먹먹해진다. 너는 바다가 예뻐서 바다를 볼 줄만 알지, 그곳의 쓰레기를 생각하기는커녕 도리어 쓰레기처럼 살아가는 나날이 아닌가.
마틴 맥도나, <필로우맨>
암실문고에서 또 신간이 나왔다. 이 책은 희곡- “데뷔작부터 모든 작품을 히트시킨 천재 극작가 마틴 맥도나의 대표작”이라고 하니 잔뜩 기대 중.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연기>
러시아의 낭만주의자 투르게네프(나 혼자 그렇게 느낌)의 새 책이 나왔는데 어떻게 안 사! 게다가 사랑이야기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바로 이게 내게 닥친 불행입니다”라는 문장을 보고 홀린 듯 구매. 어젯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순한 맛.
알베르틴 사라쟁, <복사뼈>
뭐야? 여자 ‘장 주네’야? 이 책의 소개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 한마디. 그도 그럴 수밖에 “범죄자이자 매춘, 여성 교도소 수감자로서의 경험을 최초로 소설로 쓴 프랑스 작가 알베르틴 사라쟁(Albertine Sarrazin, 1937-1967)”이라는 소개를 보라. 그렇지 않은가. 이 작품은 사라쟁의 대표작으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패티 스미스(Patti Smith) 언니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자 ‘경전’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고. 그으래?
츠쯔젠, <가장 짧은 낮>
글항아리에서 ‘거장의 클래식’이라고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주로 중국어권 작가들 작품을 선보이는 듯. 이 작품은 출간 당시부터 보관함에 담아두기는 했는데 반신반의하던 중 폴스타프 님의 극찬 리뷰 보고 구매.
이브 앤슬러,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가장 최근에 읽기를 마친 책. 문장이 아름다워서 놀라고 담고 있는 내용이 참혹해서 놀라고… 지금 이대로라면 올해의 에세이.
지그문트 바우만/ 리카르도 마체오, <문학 예찬>
지그문트 바우만이 문학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이 책의 부제는 “문학과 사회학의 대화”- 문학과 사회학의 다면적인 관계를 밝힌다. 재밌을 것 같지 않습니까.....? 근데 책 표지의 제목 글씨체는 좀......=_=
앙리 르페브르, <도시에 대한 권리>
아니, 르페브르의 이 책이 언제 번역되어 출간?! 독자 북펀딩을 받았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 출간된 이 책. 뒤늦게 구매. 도시는 본질적으로 ‘제품’이 아니라 ‘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르페브르 도시 연구의 집대성-
미셸 마페졸리, <부족의 시대>
부제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개인주의의 쇠퇴”- 궁금하던 이 책도 결국 그냥 샀다. 마페졸리는 포스트모던 사회의 키워드를 ‘부족’이라고 본다. 정체성정치와 비슷한 맥락이랄까? 이를테면 현대는 문화, 성(性), 종교 등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불규칙하게 재편되는 소집단들을 통해 새로운 부족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부족주의의 명암을 살펴보는 책-
해리 G. 프랭크퍼트, <개소리에 대하여>
필로소픽에서 한참 홍보할 때는 눈길도 주지 않다가 뒤늦게 궁금해져서 구매. 책은 진짜 조그맣다. 출판사의 책 소개 구절- “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과의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는 분석철학 특유의 꼼꼼한 개념분석을 바탕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소리’라는 말에 담긴 숨은 의미와 그것의 사회적 파급력에 대해 낱낱이 뜯어본다.”
그리고 지금 오고 있다. 오고 있을 것이다. 올 것이다.
마이클 스타코워치,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
이 책이 앞서 말한 바다를 청소하며 다니는 번역가(이자 편집자이자 출판사 대표)가 우리말로 옮겨 펴낸 바로 그 책이다. 뒤늦게 알고 보니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추천도서”에 선정되었더라, 초판은 판매가 다 된 이후 개정판으로 나왔는데, 도저히 책값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어서(이 사연도 <출판사의 첫 책>에 나온다. 그러니까 결국 반反환경파괴적인 방식으로 책을 만들려다 보니 종이값 잉크값 등등이 수지에 맞지 않아서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책값을 올린 듯하다(이 책의 유일한 100자평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면 그 사연을 잘 알 수 있다). 알라딘에서는 절판이라 구매불가인데, 오잉? 예스24, 교보에서는 한정 판매 중?! 아니 그럼 알라딘 이놈들아 책 구해와라!!!! 알라딘 품절센터-“어딘가에 한권은 있다!”에 의뢰해놓은 상태이다. 이렇게 한 번이라도 알라딘에 이 책과 출판사를 알려볼 요량으로.
9월의 두 번째 산 책-
모야? 벌써 틀어달라고?! 안 돼... 안 돼.. 다메데스.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이것은 전기히터라는 것인데, 냥이들 따숩게 해주려고 작년에 틀었다가... 전기료 폭탄을 맞은 아프고도 슬픈 경험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산다는 사람이 없어서 당근도 못 하고 있음.
아무튼 예쁜게 장땡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석에 엄마집에 갔다가 찾았따!!!!!!!!! 그때 그 시절 밑줄은 내가 봐도 부끄러워서 다시 안 읽음;
앗, 근데 오늘 또 샀.........네. 그 책들은 10월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