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 전철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아니 내년 달력이 벌써 나왔어요?” “아유, 그럼요. 두 달 밖에 안 남았잖아요.” 돌아보니 서로 초면인 장년의 아줌니와 아재가 말을 나누고 있다. 그렇구나, 두 달 밖에 안 남았구나. 2024년 나한테는 어떤 한 해로 기억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요즘 우울증을 의심해 볼 만큼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서 큰일이다. 오늘 아침에도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 내리다 눈물이 또르륵..... 이럴 때 나에게는 결국 책이 답이라서 책을 사고 또 산다.
실비 제르맹, <소금 조각>
실비 언니.... 내 취향이야...... 문장성애자의 가슴을 뛰게 한다!!!!!! 1984Books에서 나온 예쁜 장정의 책. 사지 않을 수 없다. 실비 제르맹이 1986년에서 1993년까지 머물렀던 프라하를 배경으로, 변화하는 역사 속에서 정신적 위기를 겪는 개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주인공 루드빅의 삶의 고통과 내면적 변화를 탁월하게 묘사”한다고.
에드나 오브라이언, <시골 소녀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발표 전에 은행나무가 좀 덕을 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나무세계문학에세’ 목록을 살펴보면, 최근 노벨문학상 베팅 사이트에 늘 이름을 올리는 작가들 작품이 다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찬 쉐, 제럴드 마네인(국내 첫 소개), 저메이카 킨케이드, 조이스 캐롤 오츠, 다와다 요코,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등- 그런데 결국 결과는! 모두가 다 아는 그분이 받으셨고. 나는 이 시리즈 중 최근 소개된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샀다(제럴드 마네인 책도 살 예정). “소설 속 인물들은 전부 색정증 환자들”이라며 1960년 아일랜드에서는 출간되자마자 금서로 지정, 불태워졌다는데 그래봤자 얼마나 부도덕하고 야하겠냐 싶은데...
천쓰홍, <67번째 천산갑>
10월에 리뷰대회가 좀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그 용도로 샀다. 다들 10월 말까지 마감이던데 관심 있는 책 골라서들 도전해보세요. 난 다른 책은 관심이 없어서(읽어봤자 안 쓸 거 같아서) 포기하고 이 책만 도전. 이건 재밌을 것 같다. 게이 남주랑 헤테로 여주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는데... <대도시의 사랑법>과 비슷할까 아닐까.
이 책 말고 또 다른 리뷰 대회가 있는 책은 다음과 같음(모두 총상금 100만원).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가지 인생> (얘들아, 이건 문화상품권으로 준대-1등 30만원이야!)
<유령의 시간> (얘들아, 이건 분량이 짧고-A4 1장 이내, 알라딘적립금으로 여러 사람을 준다!)
오에 겐자부로, <치료탑 행성>
아니, 오에 겐자부로가 SF 소설을?! 하고 놀라는 사람들 있으리라. 나도 그랬다. 이 책의 존재는 최근 읽은 <출판사의 첫 책>에서 알게 되었는데, 출판사 ‘에디토리얼’에서 내놓은 첫 책이다. 주로 과학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곳인데 오에 겐자부로의 이 SF 소설을 처음 출간하게 된 사연을 흥미롭게 읽다가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는....
에디토리얼의 <마로 시리즈Maro Series> 첫 책이 오에 겐자부로의 『치료탑 행성』이에요. ‘출간되었던 당시에도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한 듯하다’라고 적힌 책 소개를 봤어요. 알려지지 않은 옛 작품을 첫 책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렇게까지 주목받지 못한 것은 아니고요. (웃음) 1995년에 지금은 사라진 출판사 고려원에서 ‘오에 겐자부로 소설문학 전집’이라는 큰 기획물이 출간되기 시작했는데, 『치료탑 행성』은 그 전집 수록작이에요. 일본 문학 전공자에게 이 책을 추천받았는데, 저는 오에 겐자부로가 SF 소설을 썼다는 것을 몰랐어요. 작가와 친했던 SF 마니아 작곡가 다케미쓰 도루武満徹를 위해 쓴 연작이라고 해요. 오직 친구를 만족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작업했는데 정작 그분은 별로였는지 별다른 코멘트가 없었나 봐요. 저는 이 작품을 읽고 출간해야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오에 겐자부로의 문학 세계에서 빠지지 않는 부분이 국가나 공동체의 문제가 개인의 아주 사적인 영역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와 그렇게 벌어지는 사건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유예요. 『치료탑 행성』은 이러한 특징을 SF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고요. 근 삼십 년 전 출간된 작품이지만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개인에게 구원이 되는 방향으로 풀어 나가는 작가의 기조가 여전히 의미 있게 와 닿았어요. -<출판사의 첫 책>에서 발췌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지옥.연옥.천국 귀스타브 도레 삽화 수록본>
갑자기 일어난 알라딘 서재 <신곡> 함께 읽기(이게 다 누스바움 언니 때문)- 다락방에게 땡투를 하고 싶었으나.... 나는 민음사 <신곡> 말고 이 책이 사고 싶어서 이걸로 샀다는. 미안해 다락방 다른 책으로 땡투 많이 할게!
린 노티지, <스웨트 : 땀, 힘겨운 노동>
영미 연극계를 통틀어 가장 주목받는 극작가 린 노티지의 2015년 작. 이 작품으로 린 노티지는 두 번째 퓰리처상(2017)을 비롯하여 수잔 스미스 블랙번상(2016), 오비어워즈(2017), 이브닝 스탠다드 씨어터 어워즈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전자책
유진 오닐, <잘못 태어난 자를 위한 달>
유진 오닐 희곡이 번역되어 나왔는데 안 살 수가 있는가. 그런데 지만지..... 종이책은 정가 20,800원. 으음 너무해! 전자책도 무려 16,640원 → 16,640원(0%할인)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전자책으로 쿠폰 모아 알뜰하게 샀다. 이 작품은 오닐의 대표작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이어지는 세계관으로, 그 등장인물의 하나인 형 제이미가 주인공이다. 오닐이 형에게 가졌던 애증의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어 오닐 작품 세계는 물론 생애를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랭 드 보통, <현대 사회 생존법- 불안정한 시대를 이해하고 평온함을 찾는 법>
보통 책이 갑자기 읽고 싶어서 최근에 나온 이 책을 샀다. 휘리릭 넘겨보니 보통의 보통 맛.
토마스 렌취, <20세기 철학 입문- 후설에서 데리다까지>
철학사 좀 훑어보려면, 허구한 날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해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그 앞 장에서 지루하게 헤매다 끝내던 나날이여 안녕, 이 책은 20세기 철학만 훑어본다. 책도 일단 가벼워서 부담 없어 보임.
클레어 데더러, <괴물들-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킨 괴물 예술가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나에게도 이런 딜레마가 좀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람 중엔 “로만 폴란스키” 그가 바로 그렇다. 그는 아동 성범죄자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의 영화를 좋아해..... 인간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가 만드는 영화는 계속 보고 싶은 나-특히 <차이나타운>(1974) 같은 영화.... 이런 나의 딜레마를 이 책으로 마주해 보고자 샀다.
사사키 겐이치,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4천만 부가 팔린 사전을 만든 사람들>
이 책은 내가 여러 번 언급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계속 기억에 남기도 하고, 다시 읽고 싶어서 결국 구매. 사전에 미친 두 남자, 인간이기에 실수와 오해가 있고 그로 말미암아 둘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이 두 사람의 애증의 관계, 그 애증의 세월을 다룬 책으로 기억에 남는다...
전에 이 책 읽고 쓴 페이퍼를 다시 훑다가 이 단어가 눈에 들어와 다시 소개.
사랑: (상대의 행복이나 발전을 바라는) 따뜻한 마음. -<산세이도 국어사전>, 초판
마이클 스타코위치,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
지난번 9월 두 번째 산책에서 소개했던 책이다. 알라딘 품절센터에 의뢰했는데 새 책이 왔습니다. 열일하는 알라딘, 잘한다! 아무튼 이 책을 다시 소개하고 싶어서 또 올려 봄.
사실, 책은 많이 사지는 않은 것 같은데 책탑을 높이는 데 신곡이 큰일했다.
아침에 이 사진 찍는데 막냉이... 졸린 거 아니고요. 간식 달라고 하트 눈 발사 중.... >_<
그렇지만 막냉아... 오늘의 포토제닉은 3호란다. 저 이빨 어떡해!!!!!! ㅋㅋㅋㅋ 아 귀여!!!!!!!!!
그리고 3호 이 녀석 좀 봐요... 맨날 내 머리맡에서 자더니 나 없으면 잠을 못 자.... 내 손 좀 예쁘 게 나온 거 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끝으로 1분 은곰탱이 뉴스
최근 알라딘 언니들이 아닌 다른 곳에서 3040 언니들의 사랑을 받으며 “오늘도 예쁘다는 소리 들었다” 자랑하던 은곰탱이는 그래도 첫사랑인 알라딘 언니들을 잊지 못해 틈틈이 북플을 살펴보던 중 책잘알 운동잘알 언니들이 런데이앱을 깔고 모두(?) 달리기를 하는 것에 자극받아 본인도 저질체력을 극복코자 런데이앱을 깔고 달리기를 시도했으나 달린 지 30초 만에 사경을 헤맬 듯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앱을 바로 삭제해버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