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세계문학의 숲 40
카슨 매컬러스 지음, 서숙 옮김 / 시공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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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 줄 모르는 두 사람이 있다. 벙어리 두 사람. 그 둘은 늘 함께였다. 두 사람은 매우 달랐다. 한 사람은 덩치가 크고 뚱뚱했으며 언제나 화려한 색의 옷을 아무렇게나 입었다. 다른 한 사람은 그에 비해 마르고 키가 컸으며 항상 단정하고 차분한 옷차림이었다.

뚱뚱보의 이름은 ‘안토나풀로스’. 단정하고 마른 이의 이름은 ‘존 싱어’. 싱어와 안토나풀로스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다. 마치 이 세상에 서로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니 어쩌면 싱어가 절대적으로 안토나풀로스에게 의지해 살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안토나풀로스가 어느날 정신병이 생겨 병원에 입원을 해야만 했을 때 싱어는 삶의 의미를 모두 잃어버린 듯 했다. 그는 공허했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없이 외롭고 슬펐다. 싱어는 이제 혼자 걸었고 집에 와서도 혼자였다. 안토나풀로스가 없는 집을 견디지 못하고 싱어는 소도시의 외곽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벙어리 싱어에게서 뭔가 특별한 것을 감지한다. 싱어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제나 미소 짓는 얼굴로 들어준다.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듣고 또 듣는다. 아이, 어른, 남자, 여자, 흑인, 백인 가릴 것 없이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용히 웃어준다.

사람들은 그런 싱어를 이내 좋아하게 되고 그에게는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처럼 굴었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소녀 ‘믹’, 자본주의에 물든 미국 사회를 뜯어고쳐 보고 싶은 사회운동가 ‘제임스’, 흑인 인권 신장을 위해 평생을 몸 바쳐 온 흑인 의사 ‘코플랜드’ 박사 등등. 모두가 이 벙어리 싱어를 찾아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위로 받고자 한다.

싱어 같은 사람. 벙어리 친구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나도 싱어를 찾아가 내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위로 받고 싶을까? 싱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혹은 어떤 고통이나 절망 외로움을 느끼는지 알지도 못한 채 싱어에게 나만의 외로움, 고독, 슬픔, 고통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털어놓음으로써 ‘위로’ 받은 기분으로 돌아오고 싶지는 않았을까?
 
조용히 항상 미소 지으며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그 사람의 속내는 과연 어떨까? 싱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싱어를 찾아오는 이들은 모두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다. 가난한 사람, 억압받고 차별 받는 흑인, 너무 많이 ‘읽어서’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사회에 상처받기만하는 사회부적응자 등등. 모두가 이 사회의 ‘소외된 자’들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가장 소외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말 못하는 ‘장애’를 가진 싱어를 찾아와 그들은 잠시나마 삶의 고통이라든지 외로움을 잊고 간다. 그들이 만들어낸 싱어의 이미지 속에 진짜 싱어는 과연 존재할까? 사람들은 누구나 싱어를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이미지로 표현한다. 그러나 사실 그 어떤 이미지도 싱어의 존재 자체를 제대로 담지는 못한다.
 
싱어는 자신과 똑같이 말 못하는 벙어리였던 안토나풀로스를 돌보고 그와 말이 아닌 ‘수화’를 나누며 ‘소통’했을 때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오직 안토나풀로스와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그에게는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 그 전부였다. 나머지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존재 이유를 어딘가에서 찾기 마련이다. 음악가를 꿈꾸는 소녀 믹은 자신의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의 방을 만들어 놓았으며, 제임스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사회변혁을 하고자 하는 어떤 열망이 자리한다. 코플랜드 박사는 흑인 운동에 대한 열정의 방.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러나 그 ‘마음의 방’들이 항상 꿈꿔온 대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그럴 때 또 다른 ‘마음의 방’을 찾아와 위로해주고 상처받고 좌절한 그 ‘마음의 방’을 보듬어 줄만한 존재가 필요하다. 그들에게 존 싱어가 그런 존재였다. 싱어에게는 그 두 개의 마음의 방을 모두 안토나풀로스가 차지하고 있었기에 안토나풀로스 외에는 그 누구도 싱어의 외로움을 위로하고 달래줄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 안토나풀로스가 없는 싱어의 마음은 언제나 외로운 사냥꾼일 수밖에 없고 또 그런 싱어를 잃어버린 나머지 사람들은 또 다른 마음의 외로운 사냥꾼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너를 보고 싶은 외로움을 견딜 수가 없어.
    곧 다시 갈게. 그래야만 해.
    너 없이 혼자 있을 수가 없어. 너는 나를 이해하니까. (267쪽)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나 트루먼 카포티의 <풀잎하프> 혹은 남부를 배경으로 한 그의 여러 단편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몹시도 외롭고 슬프다. 아마도 세상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는 일이 몹시도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때문에 이해받지 못한 마음은 늘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은 아닐까? 게다가 세상에서 나를 온전히 이해하던 한 존재가 사라진다면 그 삶이 얼마나 외로운지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은 아닐까?

사랑은 ‘이해’이고 ‘이해 받음’은 곧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이 기나긴 인생에서, 삶을 외롭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연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벙어리 정신병자로 보인 뚱뚱보 안토나풀로스. 그는 싱어에게 유일하게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들은 '말'이 아닌 다른 것으로 서로를 이해했다. 말은 어쩌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아주 작은 역할 밖에 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함께 걷던 ‘안토나풀로스’와 ‘싱어’ 두 사람의 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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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과디아 - 1920년대 한 진보적 정치인의 행적
하워드 진 지음, 박종일 옮김 / 인간사랑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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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과디아 - 1920년대 진보적 정치가의 행적>은 하워드 진의 최초 저작으로 1959년 그의 박사 논문이기도 하다. ‘라과디아’라는 인물에 대해 딱히 크게 아는 바가 없음에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워드 진의 ‘최초’ 저작이면서 ‘박사 논문’이었다는 점. 석사나 박사 논문은 굳이 꼭 다 읽어보지 않더라도 어떤 주제와 소재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그 연구자의 주요 관심사를 알 수 있고 앞으로의 학문 방향까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워드 진이 ‘피오렐로 라과디아’를 박사 논문 주제로 삼은 것은 참 ‘그 다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라과디아는 1934년에서 1945년 동안 공화당의원으로 뉴욕시장을 세 번이나 했던 사람이지만 이탈리아계로 미국에서는 소수 인종에 속했고, 뉴욕시장을 하기 이전에 긴 세월을 하원 의원으로 보냈으며, 부자보다는 가난한 이들, 소수 인종, 노동자들을 위한 입법 정책을 활발히 했던 ‘20년대의 진보주의자’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하워드 진은 역사는 역사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유명한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름 없는 무수한 사람들의 힘에 의해 변화하고 발전되어왔다며 ‘민중의 힘’을 항상 역설해 왔다. 때문에 하워드 진이 서술한 역사서를 보면 주류 역사관과는 많이 다르다. ‘민중의 힘’, 보이지 않는 작은 사람들의 변화의 힘과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온 그의 관점은 ‘피오렐로 라과디아’를 박사 논문 주제로 선택했을 때부터 예견되었다고 볼 수 있다.


라과디아가 하원 의원으로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1920년대 미국은 ‘번영의 시기’라 하여 부가 넘쳐났고 사회는 흥청망청이었다. 피츠제럴드가 그의 소설에서 묘사한 ‘재즈시대’가 바로 이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피츠제럴드가 이때를 다룬 자신의 작품에서 넘쳐나지만 공허한 사람들을 그렸고, 실제로 자신의 주변에서 이유 없이 삶을 포기하거나 망가져 버린 사람들을 언급했듯, 화려한 1920년대의 이면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도 있었다. 선택받은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크게 나아질 것이 없었다. 오히려 부가 소수로 집중하면서 화려한 성장의 뒤편에 남겨진 사람들의 삶은 더욱 궁핍하고 어려워졌다.


라과디아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일했다. 하워드 진은 라과디아의 의회 활동을 꼼꼼하게 찾아내어 기록하며, 그 의미와 한계 등을 되짚는다. 라과디아는 전기와 석탄과 같은 산업이 소수 기업에게 독점되는 행태를 막고자 기간산업의 국유화를 줄기차게 주장했고, 노동자의 파업권을 보장하라고 싸웠으며, 누진세제를 통한 부의 재분배를 외쳤다. 어떻게 보면 공화당과는 전혀 반대되는 정책을 내세웠다고도 볼 수 있다(공화당에서는 소수인종에게 인기가 좋았던 라과디아가 필요했기에 그를 쉽게 내치지 못했고, 라과디아에게 있어 당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워드 진은 라과디아의 이런 입법 활동들이 ‘뉴딜’ 정책의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를 한다. 누구나 다 뉴딜하면 루즈벨트를 떠올린다. 역사도 루즈벨트 = 뉴딜이라고 기록한다. 그러나 하워드 진은 뉴딜의 기반을 닦은 사람으로 ‘라과디아’를 지목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소수의 사람, 민중의 힘에 더 주목한 하워드 진의 시선답다. 물론 라과디아를 ‘보이지 않는’, ‘민중’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역사에서 자주 다루는 인물들에 비하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라과디아>는 하워드 진의 학문 및 정치 세계의 출발점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깊기도 하지만 ‘라과디아’라는 인물과 그가 살았던 1920~30년대 미국의 또 다른 면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라과디아는 약자를 위해 줄기차게 싸운 사람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정치인’이다. 그러나 ‘정치인’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한계로 느껴지는 부분도 종종 있다. 1차 대전에 참가하며 전쟁을 옹호하기도 했으며, 이탈리아계 표를 잃지 않기 위해 무솔리니에 대한 비판도 하지 못했다. 또한 때로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맞대결하는 상대방을 저열하게 깎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이자 정치인이었던 ‘라과디아’가 이런 한계가 있었음에도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건 그가 결국 그런 자신의 오류를 수정해나갔기 때문이다. 전쟁을 옹호했던 자신도, 무솔리니를 비판하지 못했던 자신도 부끄러웠는지 훗날의 그는 변모한다. ‘진보’란 이런 게 아닐까. 서로 말과 글로 진짜 진보니, 가짜 진보니 ‘진보 싸움’에 여념이 없는 한국의 '자칭' 진보주의자들에게 ‘라과디아’를 권하고 싶다. 진짜 진보란 사회의 약자를 위해 끊임없이 싸우는 사람, 자본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때문에 그 자본에 맞서 싸울 줄 아는 사람, 인간이기에 오류와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그 오류를 인정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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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 더 인터뷰 - 인터뷰의 재발견
지승호 지음 / 비아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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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나누는 사람에 대해서 호감과 함께 궁금증이 일게 되는 좋은 인터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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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 개정2판 창비아동문고 4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트 그림 / 창비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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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어린이 책이라고 하기엔,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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