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게이하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2
윌라 캐더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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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에도 <겨울 나그네>가 절로 듣고 싶어지는, 어느 구절은 결국 내 마음이라 울어버리게 되는, ˝청춘, 사랑, 희망, 영원할 수 없는 것들.˝ 이 모두가 담긴 작품. ˝할 수 있을 때 장미 꽃잎을 그러모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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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6-18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실건가요?

잠자냥 2024-06-19 08:35   좋아요 0 | URL
읽어 주실건가요?

다락방 2024-06-19 12:04   좋아요 1 | URL
네!!

자목련 2024-06-19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써주세요!!

은오 2024-06-24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할 수 있을 때 뽀뽀

잠자냥 2024-06-24 17:04   좋아요 1 | URL
엥?🤯🔫

은오 2024-06-25 16:54   좋아요 1 | URL
 

무수히 많은 작가와 출판사로의 신간 알림 신청을 받아보고 있다. 그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새로운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될 것이 딱히 기대되지 않는 작가도 있는데 대표적인 작가가 안톤 체호프와 나쓰메 소세키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전집까지 갖추었고 다 읽은 마당에, 이런저런 에세이집도 거의 다 읽은 판에 왜 신간 알림 신청을 해두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럼에도 간혹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던 새로운 에세이 같은 게 나오려나 싶어서 해둔 것 같다.

체호프도 마찬가지이다. 다가오는 7월 15일이 체호프의 타계 120주기라서 2024년에는 좀 새로운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될까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문학동네로부터 체호프 신간 알림이 띵똥! 날아왔다. 오잉!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신간 <상자 속의 사나이>를 훑어본다. 목차를 일단 훑어보니 아, 역시 이거 재탕&삼탕 번역판이로구나 실망......... 이걸 굳이 왜 사서 읽나..... 싶다가 잠깐 이건 좀 낯선 제목인데.... 검색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검색만 하지 정리는 또 왜 해...?

지금까지 내가 읽은 체호프 단편선은 민음사, 열린책들, 펭귄클래식 판이고 이런저런 단편모음집(대표 사례- 범우사에서 나온 체호프 선집. 현재는 절판)을 통해 체호프의 무수히 많은 단편들을 만나왔다......만 단편 특성상 솔직히 ‘개부인’ ‘강여인’(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빼고는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기는 하다.



 
정리한 김에 올려본다......(일을 이렇게 해......-_-)

+pc에서는 이미지 클릭하면 커짐






아니 그러고 보니 문학동네 <상자 속의 사나이>에 실린 ‘반카’와 ‘의사’는 내가 안 읽은 작품 같은데..... ‘약혼녀’(약혼자)도 기억에 없기는 해. 근데 왠지 어디선가 읽은 것 같기도 한데.... 하, 이 책을 살까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어차피 개부인 빼고는 기억 희미한데 살까.....? 체호프 타계 120주년 기념인데... 다시 읽을까....? -_-??

<반카>는 어떤 책에 실렸는지 검색해서 알아냈는데(<자고 싶다>, 스리피투스, 2012). ‘의사’는 도대체 어디에 실렸던 작품일까. 국내 초역작이면 분명히 문동이 광고하고도 남았을 텐데. 아무튼 정리해놓고 보니 <상자 속의 사나이>는 민음사 체호프 단편선하고는 겹치는 작품이 없고(그걸 노린 듯!), <사랑에 관하여>(펭귄클래식)와 <귀여운 여인>(시공사)를 합쳐놓은 판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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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6-18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부인도 기억 안나네요. 그렇지만 집에 개부인이 있는데..

잠자냥 2024-06-18 12:4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전 집에 개부인/민음사판/펭귄판 다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햇살과함께 2024-06-18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사야겠어요. 민음사랑 개부인만 읽었으니.
근데 전체 단편 다 모은 책은 왜 안내주나요.... 다 모아서 읽고 싶다...

다락방 2024-06-18 12:42   좋아요 1 | URL
저도 살까요? 열린책들만 읽었는데..

잠자냥 2024-06-18 12:4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민음사랑 개부인만 읽은 분한테는 문동버전 좋을 것 같아요. 저 펭귄판 <사랑에 관하여>에 상대적으로 달달(?)한 작품 많거든요(그래서 그랬나 마카롱에디션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 민음사판은 인생 너무 곳통스럽게 느껴짐......

전체 단편 다 모은 책 낼 수는 없을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체호프 단편이 보드빌까지 포함하면 우지막지하게 많아서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6-18 12:43   좋아요 1 | URL
다락방 또 살 궁리.......

햇살과함께 2024-06-18 15:0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전 달달보다 곳통 취향

라파엘 2024-06-18 15: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자냥님의 어제 글을 읽고 걱정하던 중에 오늘 제목을 보고 깜놀했는데, to be 가 아니라 to buy 로군요... 다행입니다 😅

건수하 2024-06-18 16:32   좋아요 5 | URL
저도 정확히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

잠자냥 2024-06-18 16:54   좋아요 5 | URL
안 그래도 저도 제목을 쓰다가..... 어제 쓴 글 때문에 오해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 ˝buy˝라고 써야 하나 잠깐 고민했었습니다....!😅

다락방 2024-06-19 07:41   좋아요 2 | URL
음.. 저만 혼자 buy 로 짐작했나요. 제목 보자마자 오 책 사는 갈등이군! 했는데요... 흠흠.

독서괭 2024-06-18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체홉 읽은 게 없네요 ㅋㅋ 집에 두권인가 있긴 한데!

잠자냥 2024-06-19 12:34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순간 녹색광선에서도 체호프 신간 발행!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1660594

stella.K 2024-06-19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친절한 일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정말 일을 이렇게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읭? ㅋㅋ
체호프는 번역판이 많아서 겹치는 것도 있고 고민될 것 같네요.
펭귄 클래식은 저도 있는데 말입죠. 전 우선 그거라도 읽어야겠네요.

잠자냥 2024-06-19 12:35   좋아요 1 | URL
펭귄클래식판 갖고 계시면 그거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은오 2024-06-24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은 살까 말까 고민하면서 결혼 할까 말까도 고민좀....

잠자냥 2024-06-24 17:20   좋아요 1 | URL
비혼주의자입니다!!!!

은오 2024-06-25 16:53   좋아요 0 | URL
그럼 동거라도...

잠자냥 2024-06-25 17:00   좋아요 1 | URL
건수하한테 이를 거야....
창의력 고갈 곰탱이

2024-06-25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25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젠가 백수로 지내던 시절, 작은 책상에 앉아 카버의 단편을 우리말로 옮겨본 적이 있다. 심심해서도 무료해서도 영어공부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카버의 문장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카버는 글을 이렇게 쓰는구나 마주해보고 싶어서였다. 체호프나 치버 또는 카버의 작품 같은 단편을 써보고 싶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지금의 나는 더는 소설을 쓰지 않는다. 쓰려고 하지 않는다. 단편도 장편도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 쓰고자 하는 욕망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레이먼드 카버를 읽는 일은, 그를 마주하는 순간은 당연히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의 나는 스스로 이렇게 다그쳤다. 카버는 그렇게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나날의 노동을 마치고 아이들이 잠든 때를 틈타 자동차에 처박혀서 소설을 썼다, 카버만 그런 줄 아니? 토니 모리슨은 애들 자는 틈틈이 식탁에서 글을 썼어. 그런데 너는 먹여살려야하는 가족이 있는 것도, 돌봐야 하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왜 글을 쓰지 않는 것이냐! 더는 나를 그런 이유로 다그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글을 써야 한다고 초조해하던, 스스로를 다그치던 그때의 내가 어쩌면 지금의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살았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최근 나는 인생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듯한-더는 내려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바닥, 나 자신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감으로 인해 바닥에 가라앉은 듯한 기분에 잠길 때가 많다. 그럴 때 <레이먼드 카버의 말>을 읽었다. 그의 삶의 어느 한때-아마도 알코올중독이 되기 전의 그 생활들-가 한 번 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니까 이런 문장들.... “아마도 내 글과 내 삶,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의 삶이 꿈꾸던 것과 다르리라는 걸 깨닫게 된 뒤부터 많이 마시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상한 일이죠. 누구도 파산을 하겠다거나 알코올의존자가 되겠다거나, 사기꾼, 도둑놈, 아니면 거짓말쟁이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시작하진 않잖아요.”(<레이먼드 카버의 말>, pp.80~81) 그렇다, 나 또한 파산하겠다거나 알코올의존자가 되겠다거나 거짓말쟁이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 인생은.

내 삶을 생각하다 보니 카버의 작품 속 인물들이 떠오른다. 그가 그려낸 문학 속 인물들은 대개 이렇다. 1987년의 한 인터뷰에서 카버는 자신의 작업에 종종 등장하는 주제들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 우리는 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그렇게 자주 잃어버리게 되는 건지, 우리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자신을 얼마나 잘못 관리하고 있는지, 하는 것들이죠. 그리고 사람들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스스로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얼 할 수 있는지 같은, 생존에 관한 것에도 관심이 있어요.”(p.12)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인간은 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그토록 자주 잃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게다가 내면의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못 관리하고 있는가……. 바닥까지 내려간 나는 나 스스로를 끌어올리기 위해 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

카버가 그려낸 인물 대다수가 그 삶에 별다른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면에서 불운하다. 그들은 결혼했든 하지 않았든 직장이 있든 없든 술꾼이든 아니든 경제적인 능력이 있든 없든- “어떤 상황이든 제대로 된 게 없는 상태”에 살고 있다.(p.170) 내가 카버의 작품을 좋아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이든 제대로 된 게 없는 상태”를 살아가는 이들. 그건 내 모습과도 마찬가지이다. 또 그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를 말로 표현하지 않을뿐더러 자신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 책에서 말하듯 카버의 단편에는 사회 언저리에서 삶을 낭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로 등장한다. 그들은 대개 망가진 냉장고라든가 낡아 빠진 거실 가구, 고물 차 같은 수명이 다한 소비재들에 둘러싸여 있고, 튀지 않게 주변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살아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름 없는 장소에서 이름 없는 일을 하면서 사는 이름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p.149)이며 그건 바로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카버가 살아온 생의 이력이기도 하다. 내 삶이 냉장고라면 냉장고는 이미 망가졌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대책 없이 그저 막막하다. 카버는 그런 진짜 두려움과 막막함을 누구보다 탁월하게 묘사한다. 그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가는 “그 사람들이 내 사람들”(p.12)이며 “그 사람들을 무시하는 글은 내게는 가능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그이기에 바로 “그 사람들”인 나는 카버의 말과 작품에서 공감과 함께 위로를 받는다.


어떤 인생들에서는 사람들이 늘 성공을 거두죠. 그리고 그렇게 되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에요. 다른 인생들에서는 사람들이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크고 작은 것들을 아무리 원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애를 써도 성공을 거두지 못해요. 그리고 물론, 이런 인생들이 써야 할 가치가 있는 인생들이죠.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생이요. 제가 해온 대부분의 경험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이 성공하지 못하는 인생과 관련 있어요. (p.89)


저 무뚝뚝한 얼굴의 남자가 하는 말과 그가 쓴 글이 진실로 다가오는 까닭은, 그가 털어놓았듯이 언제나 정직한 태도로 글을 쓰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속임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정직한 이야기가 잘 서술된 걸 좋아한다”(p.43)고 말한다. 그런 그가 아는 “최선의 예술은 실제의 삶에 근거”한다. 카버는 예술의 힘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을 통해 무언가를 바꾸는 것, 이를테면 누군가의 정치적인 입장이나 정치 시스템 자체를 바꾼다거나 고래나 메타세쿼이아를 구하는 것 같은 일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 소설이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편의 소설이나 희곡, 한 권의 시집으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생각이나 심지어 자기 자신을 바꾸던 시절이 우리에게 언젠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p.112)고 생각한다.   

다만 좋은 소설은 “한 세계의 소식을 다른 세계로 전해주는 것”(p.113)이며 “우리가 그것을 쓰는 동안 치열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그 자체로 아름다우면서, 세상을 견디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또 다른 종류의 즐거움 또한 느낄 수 있도록, 그저 그 자리에 있으면” 된다고, “아무리 희미하더라도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빛을 발하는 불꽃을 던져주는 어떤 것으로서” 존재하는 데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그렇게 쓰인 문학은 “우리에게 부족한 걸 자각하게 하고, 우리가 사는 과정에서 우리를 위축시키는 것들, 여태 위축시켜온 것들의 정체를 깨닫게 하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사람다워지는지, 실제보다 더 크고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줄 수 있다.”(p.248)고 말한다.


<횡재>
다른 말로는 안 돼. 왜냐면 딱 그거였거든, 횡재.
횡재, 지난 십 년.
살아 있었고, 취하지 않았고, 일을 했고, 사랑했고 또
훌륭한 여자로부터 사랑받은 십일 년
전에 사내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여섯 달 정도
더 살 거라는 소릴 들었지. 그때 사내는
내리막길로만 가고 있었어. 그래서 사내는 어찌어찌 사는
방법을 바꿨지. 사내는 술을 끊었어! 그리고 나머지는?
그 뒤로는 죄다 횡재였어. 매 순간이, 사내가, 그러니까,
어떤 게 쪼개져서 다시 사내의 뇌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그 말을 듣던 순간까지 포함해서. “날 위해 울지 마.”
사내가 친구들에게 말했어. “난 운이 좋은 사람이야.
난 나나 다른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
십 년을 더 살았어. 진짜 횡재지. 그걸 잊지 마.”



<말엽의 단편>
어쨌거나, 이번 생에서 원하던 걸
얻긴 했나?
그랬지.
그게 뭐였지?
스스로를 사랑받은 자라고 일컫는 것, 내가
이 지상에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는 것.


단편 못지않게 시를 즐겨 썼던 카버. <레이먼드 카버의 말>을 다 읽고 나서는 그의 시집 <우리 모두>를 꺼내서 내가 좋아하는 시를 몇 편 다시 읽어본다. 카버가 진실이 담긴 작품들을 써내고, 말년에나마 그 불운했던 생에서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생을 살았노라 생각하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시에서 밝혔듯이 스스로를 사랑받은 자라고 생각하며 이 지상에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며 죽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나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요즘의 나는 많이 우울하다. 아마도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나를 어떻게 구원할 수 있을까.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저 매일 조금씩 썼다”는 이자크 디네센의 말을 좋아했고, 또 그 자신이 그랬던 사람. 그리고 존 치버가 말했듯이 “소설은 어떤 상황에 빛과 공기를 던져 줘야 하는데, 그게 불쾌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p.269)고 생각했던 사람. 정말 하찮은 일자리를 잡았을 때에도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을 얻어내려고 했던 사람, 물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 잡아야만 했던 일자리 때문에 절망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사람, 그러나 그럼에도 “사람은 거기에서도 무엇이 최선인지를 찾아내려”(p.156)하며, 이런 상황 속에서 사는 사람이 구원을 얻으려는 희망, 어떤 통찰의 순간, 인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는 계시 같은 걸 구하려고 한다는 걸 믿었던 사람, 그런 카버가 쓴 시와 단편은 곧 인생이고, 인생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처한 나는 그의 말에서 답을 찾아보려 애를 써본다. “아무리 희미하더라도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빛을 발하는 불꽃을 던져주는 어떤 것”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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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7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7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고 2024-06-17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은 집사2님과 귀여운 냥이들 그리고 지하에 가둬 둔 은곰탱이까지 주변에 사랑이 가득한 분이십니다 힘내세요😄

잠자냥 2024-06-18 08:44   좋아요 1 | URL
거기에 망고 님 다정한 댓글까지~ 🥰

페넬로페 2024-06-17 1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망고님 글에 플러스~~
거기다가
테니스도 잘 치고
자전거도 잘 타고
무엇보다
글을 너무 잘 씁니다.
힘내시고
소설가의 꿈, 버리지 마시길요🥰😍

잠자냥 2024-06-18 08:47   좋아요 1 | URL
글 잘 쓰는 게 (현재로서는) 제 인생에 도움이 되었는가 약간 의문이지만 페넬로페 님 말씀은 감사히 새겨 듣겠습니다!

달자 2024-06-17 1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을 멀리서 응원하는 많은 사람 중 저도 포함입니다 💕

잠자냥 2024-06-18 08:49   좋아요 0 | URL
프랑스에서 온 응원도 잘 받을게요! 달자 님 제가 보낸 기운 받아서 최근 일어난 그 골치 아픈 문제 다 잘 해결되길 또 한번 기원합니다! 일단 베드버그 사라졌죠?!

2024-06-18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4-06-18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헛 저 어제 도입부만 살짝 보고 “그렇게 키운 영어실력으로 잠자냥은 다락방퀴즈에 영어로 댓글 달다가 2등에 머물게 되고..” 하는 댓글 쓰려고 했는데 안 쓰길 잘했다..

잠자냥님 많이 힘든 시기를 지나고 계신가봅니다. 항상 응원할게요..😘😘😘
저위에 주고받은 많은 비댓은 당연 은오님이겠죠?

잠자냥 2024-06-19 12:35   좋아요 1 | URL
아 왜 그렇게 댓글 쓰지 그랬어요. 심각한 글에서 웃음 포인트!
비댓은 안 알랴줌 ㅋㅋㅋㅋㅋㅋ

2024-06-24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24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24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24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4-06-24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잠자냥 님께서도 요즘 힘드시군요...
누구나 다 표현하고 살아가지는 못하니까요. 정말정말 힘내세요!
제가 드릴 수 있는 위로의 말이 너무 궁색해서 맘이 그러네요.

조금 전에 저도 성공하지 못하는 인생, 그리고 지금과는 많이 다른 한 세계를 가슴 아프게 경험하고 왔더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네요. 그런 세계를 경험하고 왔는데 나는 왜 지금이 더 행복해 보이지 않고 왜 한없이 우울해질까요...
한동안은 그 작품의 여운에 취해 있어도 괜찮겠죠? 역시 작가들은 위대해.. 진짜 이런 생각밖에 안든다니까요. 필립 로스 선생 그만 읽을랬더니 안되겠네요. 진짜
˝문학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잠자냥˝ 이 말에 저도 위안을 받아 보겠습니다~~

잠자냥 2024-06-25 17:23   좋아요 1 | URL
은하수 님 응원 찐하게 잘 받았습니다!!
필립 로스 그 글도 잘 읽었고요. ㅎㅎ 문학에서 계속 같이 구원받아요 우리~!!
 
집착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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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를 할 때 가장 이상야릇한 것은, 한 도시가, 온 세상이 결코 마주칠 리 없는 하나의 존재로 가득차게 된다는 것이다.˝ 광기 어린 집착과 질투에 관한 아니 에르노의 칼날 같은 글. 역시나 짧고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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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6-24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배운대로 곰탱이한테 집착을 해줬으면...

잠자냥 2024-06-24 17:22   좋아요 1 | URL
안 배웠는데?!?!🤣🤣
 
사랑 모호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장승리 옮김 / 난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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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제목이 ‘에스탈라‘가 아니라 왜 ‘사랑’인지 진심으로 여러 번 생각해봤지만 여전히 아리송하다. 뒤라스 작품 중에 난해하기로는 톱에 속할 듯….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느끼는 게 나을 작품인지도. (참, 이 모호 시리즈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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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6-16 11: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은 잠자냥님을 향한 곰탱이의 사랑도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느끼십시오~!!

잠자냥 2024-06-16 17:38   좋아요 0 | URL
이해가 일단 잘 안 됩니다~!!

건수하 2024-08-0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고보니 <성적인 밤>도 같은 시리즈네요. <문자 살해 클럽>도 재밌어보이던데..

잠자냥 2024-08-07 11:0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이 시리즈 살펴보다가 <성적인 밤> 발견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