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선생님의 비밀 책마을 놀이터 9
파울 판 론 지음, 현미정 옮김 / 푸른나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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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작가의 톡톡 튀는 이야기가 지루함없이 쉽게 읽혀지는 재미가 있다. 제목에서부터, 선생님 이야기에 징그러운 느낌의 개구리 그리고 비밀이라는 단어가 주는 호기심 같은 것들이 뭉쳐 뭔가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비밀'은 세 가지이다. 처음엔 순하고 재미있으신 프란스 선생님만 가끔 개구리가 되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줄 알지만, 사납고 잔인한 성격의 교장 클라퍼 선생님의 본 모습은 검은 황새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비밀의 하이라이트는 프란스 선생님이 그렇게 사랑하는 수잔 선생님이 사실은 나비였다는 사실이다. 나비를 좇아 팔짝거리는 개구리. 오랜만에 유쾌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개구리로 변한 선생님이 현실로 돌아오는 데는 파리 한 마리가 필요하다. 현실과 상상을 아주 자유롭게 넘나든다. 밤새 공원에서 검은 황새에게 쫒겨 다니다 구사일생으로 피해 달아난 프란스 선생님, 아니 개구리. 불쌍한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을 함께 하게 된 반 아이들은 파리 한 마리를 비상용으로 잼병에 넣어 다닌다. 평소에 자신들과 하나되어 이해주시는 선생님에게 아이들은 힘써 보답하려 한다. 아이들의 행동은 순수하고 대견하다.

이 책에는 군데군데 훈훈한 유머가 있다. 특히 밖에선 사납고 잔인하게 구는 클라퍼 선생님이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 태도와 말이 그렇다. 아이들의 지혜로 잡혀서 동물 보호소로 보내지는 게 불쌍하게 생각될 정도이다. 공원에서 개를 만나 수난을 당하는 장면도 동정심이 들게 한다. 이 세상에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잔소리를 하는 듯한 동화가 아니라 순수한 즐거움과 상상을 불어놓어 주는 이야기라, 재미있다는 최대의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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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세시풍속
이동렬 지음, 이서지 그림 / 두산동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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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우리 고유의 아름답고 소박한 세시풍속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한다. 그 아쉬움을 제목에 드러내고 있다. <사라져 가는 세시풍속>은 우리 조상들의 의식주 생활 전반에 걸친 풍속들을 한꺼번에 끄집어내어 들려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가장 관심이 갈 만한 소재들로 다섯 마당을 꾸미고 있다.

놀이 마당, 일거리 마당, 먹거리 마당, 지혜 마당 그리고 전통 마당 이라는 이름의 다섯 마당 놀이가, 멋들어진 풍속화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섬세하고 실감나게 그려진 풍속화를 통해, 옛날 그 마당으로 간 듯한 착각이 든다. 하나 하나의 이야기들은 모두 생동감나는 인물들의 대사와 함께 한 컷의 그림으로 떠오른다.

특히 흙을 밟고 여럿이 함께 어울려 하는 우리 전통 놀이 마당을 들여다보면, 요즘의 컴퓨터 게임 세대가 측은해진다. 정신도 육체도 약해져가는 아이들에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선사하기 위해서라도 전통 놀이를 되살려봄이 어떨까? 그 속에서 우리 문화의 정신을 발견하고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줄 수 있기를 기대함은 또 어떤가?

이 책을 보고 나서 '내가 후손에게 전하고 싶은 오늘날의 풍속은 무엇이 있나?'를 생각해보고 자신이 풍속화가가 되어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써보면 좋을 것 같다. 현재의 놀이문화와 더불어 되풀이되는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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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4
이주홍 글, 김동성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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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대의 아픈 이야기가, 아주 서정적인 맑은 수묵화를 배경으로, 가슴에 아련한 메아리가 되어 들려오는 느낌이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시집이 뭔 지도 모르면서 낯선 어른을 따라가는 누이가 마지막으로 먹고 가는 건 한 그릇의 감자밥이다.

돌이의 눈에 비치는 단장한 누이의 모습은, 꾸미지 않은 순박한 모습의 누이를 도저히 잊지 못할 그리움으로 진하게 남길 뿐이다. 때묻은 누이의 베개를 끌어안고 눈물 흘리는 돌이의 가슴을 달래주는 건, 송아지의 탄생이다. 새 생명의 태어남이란 이렇게 경이롭고 환희에 차오르는 무엇인가 보다.

묵묵히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이 돌이의 아버지와 다르지 않다. 아버지의 어깨는 늘 짓누르는 무엇으로 무거워보이고 침묵으로 모든 걸 견뎌내는 깊은 산 속 나무와도 같다. 이런 느낌은 말수 적은 모습으로 담담히 버티고있는, 이 책의 그림이 주는 느낌과도 닮아있다. 그렇게 없는 듯 뒤에서 서있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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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 - 북경이야기 1, 전학년문고 3015 베틀북 리딩클럽 17
린하이윈 지음, 관웨이싱 그림, 방철환 옮김 / 베틀북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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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난 어릴 때부터 바다를 좋아했다. 왜인지 설명을 하라면 못하겠지만, 그저 끝간 데 모르게 나의 시야를 끌어 당기고 있는 푸르른 바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인지도 모르겠다. 눈이 시리도록 빛을 발하고 있는 바다를 빨려들듯이 바라보고 섰던 때가 있었다.

나는 '바다를 보러 간다'. 바다를 보러 갈 때마다, 나는 무수한 시간들과 헤어짐을 고하고 난 후였다. 사진을 찍듯 내 인상에 박혀있는 시간들. 그런 것들에 손을 흔들어 주었든, 아니든, 시간은 어김없이 나를 뒤로 한 채, 또다른 만남을 위해 어디론가 흘러간다. 그리고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

<북경 이야기>를 두 권의 수채화같은 이야기로 엮은 잉쯔의 성장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공감을 주는 부드러운 힘이 있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음직한 열에 들뜬 마음 속 숨은 이야기를 가만히 흔들어 깨우기 때문이 아닐까! 한 사람의 낮은 목소리로 가만가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같은 문체와 그에 걸맞는 수채화들이 주는 감동은, 잔잔한 호수 위로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와도 같았다.

수채화! 관웨이싱의 그림 속에 한결같이 도사리고 있는 생명력은 부드러운 듯 강한 것이었다. 내게 작별을 고하고 지나가버린 아련한 시간들을 조용히 불러내는 것 같았다. 성장의 비밀은 아직도 나의 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것들과의 헤어짐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한다.

'시간을 위한 상자'라는 도예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결코 시간을 가두어 두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이 책에 담겨있는 시간들은 네모 상자 속의 그것이 아니라, 아무런 형체도 없이 시나브로 제 향기를 피우는 무채색 연기와도 같다.

짝사랑과도 같이 '어리숙하면서도' '고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 속의 어린 시절이라는 시간들이 아닐까. 가지가지 색과 모양으로 마음에 흔적을 남기고 지금은 모두 무채색으로 변해버린 시간들. 예고없이 헤어짐을 고했던 그런 시간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 그 자체만으로도 오늘을 더 살아볼 만한 것으로 만드는 힘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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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모으는 사람 풀빛 그림 아이 27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모니카 페트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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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모은다고? 거리에서 바람따라 이리저리 날리는 휴지나 나뭇잎도 아니고, 예측할 수 없이 사람을 엄습하는 '생각'을 모은단다. 여러가지 생각들은 거리의 이 구석 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생각'이 '나'를 휘감고 이리저리 휘두를 때가 있다. 내가 생각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괴물이 나를 못살게 굴 때가 있다.

'생각'이라는 관념이 어떤 모습으로 유형화되어 그림책에 등장할까, 몹시 호기심이 생겼다. 역시 생각들은 깜찍하기도 하고 얄궂게도 생긴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색깔도 표정도 다 다르다. 생각을 놓아두면 달콤한 즙이 생긴다는 표현이나 생각에도 몸무게가 있다고 한 표현은, 손으로 느껴지지 않는 생각이라는 실체를 감각적으로 전이한 작가의 자상함을 엿보게 한다.

'생각'은 무궁무진하고 그것의 자유로움은 '생각'의 귄리이다. 우리는 한가지 생각에 머물러 있을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생각에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자는 생각이 든다. 제 칸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미운(?) 생각들을 어루만져주자. 그 생각들을 얼마나 잘 묻어두었다 형형색색의 희귀한 꽃들로 피우느냐가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 할 일이다.

생각을 모으는 사람은 바로 '나'이다. '생각'을 만나기를 즐거워하며, '생각'을 키워 향기로운 냄새와 함께 날려보내길 즐겨보자. 그 향기로 가깝고, 먼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꿈꾸며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 되라고, 작가는 나즈막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글 전체의 매끄러운 리듬이 내용과 맞물려 특별한 상상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화가의 개성있는 그림 한 장 한 장도 글의 리듬을 살려준다. 정지된 듯하면서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이, 마치 주인공의 튀어나올 것 같이 맑게구르는 눈동자가 모두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형상화된 여러가지의 '생각들'은 다소 엉뚱하며 유머러스하다. 연령에 따라 나름의 범위에서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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