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빨강 애인 낮은산 어린이 2
이현주 지음, 이형진 그림 / 낮은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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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가 넘게 동화를 써오다 어느 날 동화 쓰기가 겁이 나 15년을 절필하고 있다 다시 시작한 동화 쓰기. 작가가 얼마나 고심하여 찾은 주제일까가 헤아려진다. 가볍지만은 않은 작가의 말이 저학년 아이들에게 다소 추상적으로 와 닿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다지 큰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어렴풋한 상징쯤으로 비춰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데 빨강 자동차를 끌어들인다. 자동차에 대한 호기심은 아이들이라면 거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운전대를 직접 잡고 차를 움직여보고 싶다는 생각은 흔히 꿈 속에서 대리 만족의 형태로 잘 나타난다. 나 스스로 이루어내며 헤쳐보고 싶다는 욕구의 분출이다.

한밤 중 일어나 외삼촌 빨강 자동차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는 순간 한별이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밀려 자동차를 몰고간다. 그것은 꿈의 세계이면서 현실의 세계이다. 한별이는 민들레라는 동반자를 만나고, '한 사람'으로 살아감을 현시하는 듯한 일련의 일들을 겪게 된다. 그 흥분과 지리함의 시간 선상에서, 다쳐서 엎어져있는 사슴을 만나 자동차에 태우기도 하고 길고 어두운 터널을 두 둔 부릅뜨고 빠져나와야 하기도 하다.

캄캄함 속에서도 운전대를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눈도 감아버리지 않은 한별이와 민들레에게 마침내 작은 빛의 구멍이 보이고 그 것은 점점 더 커져간다.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게되는 첫날같은 느낌이다. '빛의 폭포'... 온 세상의 빛으로 씻김을 받는 듯한 빛의 세례. 그 장면의 채색은 아주 인상적이다. 묽은 수채화 물감이 흘러 스며드는 것 같다.

꿈에서 깬 한별이는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모두가 빛의 한덩어리가 되어 살아 움직이던 그 장면을 잊을 순 없을 것이다. 빛의 사람으로, 빛을 나누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길고 캄캄한 터널을 뚫고 나온 사람만이 빛의 세례를 받을 수 있음을, 지금은 잘 모른다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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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 나무가 되고 싶은 화가 어린이미술관 1
김현숙 지음 / 나무숲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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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술관 시리즈로 나온 이 책은 한 소박한 화가의 생을 그의 삶만큼이나 소박한 작품들과 함께 싣고 있다. 한 편 한편 그의 작품들을 들여다보노라면 세월이 깍아내리지 못하는 무언가가 그 안에 들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박수근은 밀레가 되고 싶었다. 정겨운 자연의 모습을 꾸밈없이 화폭에 담아낸 밀레의 작품들에서 '닮고 싶음'을 느꼈다. 박수근은 나무가 되고 싶어 했다. 어린시절 마을에 있었던 키 큰 느릅나무와도 같이 몸과 마음이 넉넉했던 그이다. 가난했지만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만은 버리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의 풋풋한 모습을 그려내었다.

박수근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거친 돌 위에 그린 것 같다. 사실은 돌 위에 그린 것이 아니라, 톱밥과 덧칠을 이용하여 돌같은 느낌을 나게 한 것이다. 그래서 그림이라기 보다 석판화같은 느낌을 준다. 거칠지만 자연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전혀 기교를 부리지 않은 듯 보이는 그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간결하면서 정확한 선으로 이어져 있는 구도를 찾을 수 있다. 그 선에서 느껴지는 것은 어린이의 마음같은 단순함과 순수함이다.

박수근은 돌처럼 나무처럼 영원히 변하지않는 무엇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살기를 바랐던 사람이다. 비바람에 깎이고 흔들리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 그 깊은 속내를 닮고 싶었던 것일까?

살아서보다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더 알려지게 된 이 화가의 이름도 한 그루의 나무처럼 굳건히 버티는 '영원'의 힘으로 새겨질 것이다. 어린이들이 해 볼 수 있는 '박수근 따라하기' 부록도 흥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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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포 아니야요! 남북 공동 초등학교 - 문원 아이 시리즈 14
신천희 지음 / 도서출판 문원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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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포 아니야요, 여기는 남북 공동 초등학교입니다.' 이 책의 갈피에는 북한말 사전이라는 것이 실려있다. 들어 본 말들도 있고 생소한 것들도 있다. 하나같이 정겹고 소박한 말투이다. 이 동화는 가상의 통일 시범학교를 무대로 전개되는 북한과 남한의 아이들 이야기이다.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빚어질 수 있는 여러가지 교육 문제들을 미리 생각해 보고 예방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고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생동감있게 그려놓았다.

남북한 아이들은 처음엔 서로 꺼리고 경쟁하려 들지만,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의 벽을 허물어간다. 서로의 옷을 바꾸어입기도 하고 남북 호상간 방문도 하면서, 서로가 같은 민족임을 확인한다. 63빌딩으로의 소풍, 컴퓨터 채팅으로 알게되는 여자친구, 잘못 알고 맥주를 마셔 비틀댔던 일 같은 것은 북한 아이가 겪게되는 즐거운 경험이다. 아주 지혜로운 선생님으로 그린 북한 선생님의 이미지는 북한 사람이라면 가지기 쉬운 남한 어린이들의 선입견을 씻어 준다.

종학이가 만든 통일꽃은 무궁화와 목란이 합하여져 더 아름답고 새로운 무엇을 피워낸 상징이다. 통일에 대한 바람을 어린이들의 눈과 경험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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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났어요 - 아이과학 1단계, 생물영역 아이과학
김동광 지음, 정순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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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술, 사회가 밀접한 관계를 가지므로, 과학도 처음부터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철학이 아주 공감이 간다. 아이과학 시리즈로 나온 책들 중의 하나인 <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났어요>는 순환하는 생태계의 원리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부드럽게 깨우쳐주는 책이다.

벼락을 맞고 쓰러진 숲 속의 나무 두 그루. 한 그루는 개울로 떨어지고 또 한 그루는 숲 쪽으로 떨어진다. 물로 떨어진 나무는 자연스레 둑을 만들어, 세월이 흐르면서 커다란 웅덩이가 생긴다. 죽은 나무가 만든 웅덩이 속에는 맛있는 먹이가 많으므로 여러가지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물에 떠내려가지 않은 다른 나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죽은 나무로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은 곤충, 그 중에서도 나무좀벌레이다. 영양분이 풍부한 속껍질을 먹기 위해 겉껍질을 뚫고나무에 길을 내는 나무좀벌레 덕분에 개미와 다른 곤충들도 나무 속으로 들어가 곤충들의 풍성한 잔치가 열린다.

이 잔치는 앞으로 있을 동물들의 더 큰 잔치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신비로운 일들이 이들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고 이제 이 죽은 나무는 갖가지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그리고 이 곳에서는 여러 종류의 동물과 식물들이 서로를 도와 가며 더불어 살아간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또 받으면서, 이 생명체들 사이에는 엄연한 질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죽은 나무는 점점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된다. 다른 나무의 뿌리가 파고들어 더 작은 조각으로 부수어지는 것이다. 동물들은 하나둘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고 나무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 이제는 그 형체를 찾아볼 수 없다. 나무는 죽어 흙으로 돌아갔지만, 그 자리에는 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자라난다.
'나무는 죽어서 정말 많은 것으로 다시 태어난'것이다.
장엄하다.

한 세대가 가면 또 새로운 세대가 어김없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우주의 생명 원리를, 자연과 인간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나무를 통해 쉽게 느끼게 하고 있다. 세밀하게 그린 그림들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솔솔하고, 글도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접근하게에 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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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시 반에 멈춘 시계 - 문원 아이 시리즈 13
강정규 지음 / 도서출판 문원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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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똥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는 작가의 이 책에는 어김없이 아버지와 똥이 등장한다. 이 두가지 소재가 다른 몇가지와 맞물려 돌아가며 하나의 구수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만들어 냈다기 보다 실제 어른이 누군가가 지난 날을 회상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향수에 젖게한다.

아버지의 뒤에는 든든한 지지지로서 큰 어른인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는 주인공 인규의 진실과 명예를 소중히 지켜주는 튼튼한 성과도 같은 존재이다. 아버지는 그런 할머니의 뜻을 깨닫고 아들의 마음 속 보석과도 같은 것들을 지켜줄 양으로 쉽지 않은 일을 감행한다. 아버지의 뜨듯한 등에 업혀 맡았을 구수한 똥내를 인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진실을 믿고 알아주는 든든한 지지자가 없었다면, 그 영혼에 받았을 상처가 어땠을지, 생각하면 벅차오르는 사랑의 힘이다.

똥에 얽힌 기억 한 가지쯤은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냄새는 어쩌면 모든 걸 불러내고 우리의 기억을 아련하게 끌어내는 것 같다.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에서 무언지 모를 냄새가 난다. 그것은 어린 시절 예기치 못한 일로 받은 마음의 상처를 몸으로 힘써 낫게 해 주신 아버지의 냄새이다. 아버지는 세상에 안 계셔도 그 냄새만은 고스란히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

쉬운 문체에 충청도 사투리까지 수더분하게 그대로 옮겨 놓아, 소재만큼이나 전체적인 내용이 편안하다. 가슴이 푸근해지는 우리 동화 한 편을 만났다. 웃어른이 내게 내리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지금은 가슴으로 알지 못할 어린이들에게, 그들의 조건없는 사랑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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