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0
로얼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로알드 달의 이야기는 대책없이 신이 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그런 상상력이 마구 부럽다. 밑도 끝도 없이 시작하여 놀랍게 결론 짓는 이야기라 한바탕 신나는 모험을 하고 온 듯하다.

마법의 초록 알갱이의 힘으로 애드벌룬처럼 거대한, 상상을 초월한, 둥근 배가 되어버린 복숭아를 타고가는 동물들 또한 하나같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이다. 몇몇은 징그러워 쳐다보기도 싫은 것들이다. 이 동물들도 마법의 알갱이로 인해 거대한 몸집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것은 주인공 제임스뿐이다. 하찮고 업신여김을 당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제임스가 그 동물들 못지않다. 어느 날 갑자기 고아가 되어버려 심술쟁이 고모들 틈에서 천덕꾸러기로 지낸 지 삼년이 지나, 바로 그 일이 벌어진다.

복숭아를 타고 떠나는 모험은 험난한 고비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 때마다 의연하고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는 제임스와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여 한 몫을 해내는 동물들의 위력이 대단하다. 기발한 발상에 웃다보면 어느새 수퍼복숭아는 미국의 도심에 기념관으로 자리하게 된다. 제임스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동물들 하나 하나를 소개하는 장면은 아주 재치있다. 다소 과장된 어투와 뽐내는 듯한 어조의 그 대사 때문에, 이제는 거미나 지렁이, 지네를 다시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정말 지네의 뻔뻔함에는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이다. '나는 해충이다' 라며, 자신에 당당하다.

짓눌려 살던 제임스가 자신의 지혜를 발휘하며 신나고 자신만만한 모험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었듯이, 억눌려 있던 아이들의 마음이 다소라도 기분좋게 해방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수퍼복숭아를 타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0억 인구 스코프스쿨 - 메가스코프(11~13세) 1
르네 에스뀌디에 지음, 김영신 옮김 / 삼성당아이(여명미디어)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짤막한 과학동화를 먼저 실어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끌어 낸 후, 그 주제에 대한 토막 상식들을 담아 놓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1초에 760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이다. 이 책에 담겨있는 정보들은 지구촌 인구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증들을 어느 정도 풀어 준다.

깊이있게 다룬 것이 아니라, 토막 정보이지만 거기서 더 관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료를 더 찾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에는 충분하다. 세계 인구의 평균 수명은 점점 연장되고 있다는 사실과 수명 연장에 기여하는 몇 가지 사항들은 생명에 대한 탐구로 이끌 수도 있겠다. 노령 인구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대책과 노인들 자신의 달라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들의 일생과 아이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성들의 소중함도 알 수 있다. 세계 인구의 분포와 특성도 알 수 있다. 60억 인구 중의 한 사람인 자신을 중심으로 나의 뿌리를 캐어 올라가는 가계도를 그려봄으로써, 자신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서없이 던져 놓은 듯하지만, 오밀조밀, 생각할 거리들을 지루하지 않게 제시해 놓은 점과 기초상식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지구촌의 다른 곳에 있는 이웃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넓은 마음과 먼 곳을 고개를 들어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면 더없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를 기다리며 아이북클럽 17
모리야마 미야코 지음, 후타마타 에이고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2학년 큰아이가 '나 혼자 집에 있을 때'라는 제목으로 동시 일기를 써 놓은 걸 보았다. 한 두 시간이었는데, 두근두근하는 두려움과 기다림이 잘 엿보였다.

나 혼자 집에 있으면
'도둑 오나' 하고
가슴이 조마조마

친구없이 혼자
책 보려니 심심해서
책장이 안 넘겨지고

숙제를 하고 있다
'딩동' 소리 들리고
'희원아!' 부르는 듯하다.

아기 여우는 한 두시간도 아니고 꼬박 이틀 밤을 도시로 장사 나간 아빠를 기다린다. 당차고 야무지다. 조금은 무서워하는 마음도 있지만, 씩씩하게 아빠를 기다리며 일상의 생활을 하는 아기 여우의 모습이 아주 귀엽다. 돌아가신 엄마만 계시다면 이런 외로움은 없었을텐데... 한밤중 엄마 생각이 난 아기 여우는 엄마의 어깨걸이를 꺼내 몸을 감싼다. 엄마 냄새가 난다.

아기 여우는 이웃의 정을 받을 줄 아는 마음을 가졌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남겨두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받을 줄 아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빠를 기다리며, 아기 여우는 친구들과 산적놀이도 하고 곰 아저씨랑 낚시도 간다. 너구리 집에 쌓아 둔 낙엽더미 위를 구르기도 하고 여자 친구 토끼가 주는 꽃 한 송이에 기뻐하기도 한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토마토를 이웃 어른이 주는 샌드위치 속에 들어있으니 달게 먹는다. 정으로 먹으니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너도밤나무 아래에서 아빠를 기다리며, 아기 여우는 밤하늘에 웃고 있는 엄마 여우의 얼굴을 본다. 그리곤 잠이 든다. 약속보다 늦게 온 아빠 여우의 사랑의 선물은, 이제 기다림의 시간을 앗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낡았지만 멋진 트럭을 선물로 가져왔으니 이제 아빠가 도시로 장사를 나가도 아기 여우는 혼자 남아 기다리고 있지 않아도 된다. 아기 여우는 처음 경험한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튼실해진 느낌이다. 아기 여우의 대견스런 마음이 섬세하고 티없이 그려져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나무 - 1학년 창작동화 401
이규희 지음 / 효리원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 저학년 눈높이에 맞춤한 이 작품은 생각할 거리들을 여럿 지니고 있다. 그런 것들을, 아주 쉽고 흥미있게, 또래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작가의 숨결이 느껴진다는 점도 좋다. 생각해 볼 거리들과 연관하여 다른 책들을 골라 주면 아이에게 좋은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가족의 의미, 친구의 소중함, 병을 가지고 있는 친구에 대한 애정(특히 마음의 병) 같은 흔히들 다루는 소재이다. 핵가족화 되어감에 따라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잘 모르고 사는 아이들이 많은 요즈음, 무조건적으로 쏟아부으시는 당신들의 사랑을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말로 감사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아빠를 잃고 마음의 병을 얻은 한솔이를 치료하는 유일한 처방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관심과 이해이다. 그 아이가 지금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유심히 들여다 본 결과 할아버지는 아빠의 분신과도 같은 감나무에 나무집을 지어준다.

그 나무집을 지키기 위해 한솔이 반 아이들이 구청장 아저씨께써 보낸 편지는 요술편지였다. 신기하게도 아이들 모두의 바람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아픈 친구의 나무집을 지켜준 것이다. 그곳은 한솔이가 아빠와 만나는 곳이고 아빠와 함께 뒹굴며 노는 곳이다. 그런 나무집을 지켜준 친구들 모두를 나무집에 초대하여 즐겁게 떠들고 노는 한솔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에는 기쁨의 방울이 맺힌다.

한솔이 반 친구들 중에 휠체어를 탄 친구 하나가 눈에 든다. 그 친구는 아주 밝은 얼굴로 항상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 이야기의 중심 인물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려놓은 점이 눈에 띈다. 모두가 하나로 어울리며 밝은 분위기로 꾸며 놓은 교실 안팎의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죽음을 아주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 아이의 마음. 상처입은 그 마음이 극복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주위 사람들의 사랑이 감동적이다. 얼마 전 실제로 아빠의 죽음을 본 아이가 있다. 죽음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어쩌면 지금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하루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성숙해가기를 기도한다. 그 아이의 어연한 모습이 오히려 안스러워 보였던 것은 나의 선입견 때문이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실까? - 너무나 소중한 가족 영이네집 가을이야기
남미영 지음, 신은재 그림 / 세상모든책 / 200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은 가족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 바탕에는 끈끈한 애정이 깔려있어 어쩔 수 없이 발을 뗄 수 없는 식이다. 부모 자식간의 미움도 형제간의 경쟁심리도, 한 겹 벗겨 들여다 보면, 거미줄 마냥 얽혀있는 사랑의 실타래같다. 커가면서 이런 것들의 빛이 바래고 색이 변해감을 느낄 때 씁씁한 입맛을 다시게도 된다.

이 그림책은 '너무나 소중한 가족, 영이네 집'의 가을 이야기 편이다. 주인공 영이의 세 가지 이야기가 영이의 마음씀만큼 앙증맞게 들어앉아 있다. 이 이야기가 소중한 것은, 퇴색되고 변질되기 전의 어쩌면 가장 순수한, 가족에 대한 사랑이 영이라는 어린 아이를 통해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묻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지켜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으로 그려진다. 연륜으로 묻어나는 삶의 지혜가 행복한 가정의 보이지 않는 축이다.

'할머니 손은 약손'에서 할머니가 어린 손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불러주시는 자장가와 전래동요를 소리내어 읽어보면 좋다. 영이는 그 노래를 더 듣고 싶어 계속 배가 아픈 척 하고, 할머니도 영이가 노래를 그만하라고 할까 봐 은근히 조마조마하다. 몸을 흔들며 고개를 끄덕이며 불러주시는 할머니의 노래가 그리워진다. 할머니 손은 약손이다.

그림도 글도 따스한 기운으로 마음을 감싸주어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아이들도 '가족을 위해 무슨 일을 할까?'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