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보다 멀리
크리스틴 해리스 지음, 심재중 옮김 / 한마당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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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보다 멀리 있는 건 평화였다.

평화라는 것이 그토록 잡을 수도 없이 멀리 있다니. 지금도 지구촌 어디선가 전쟁을 겪으며, 굶주림과 질병, 공포에 떨고 있을 우리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한편의 그림책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서로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는 니코와 페니. 전쟁의 고통을 직접 겪으며 아빠를 군대에 빼앗기고 엄마와 난민수용소에서 형편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니코는 고향에 두고 온 강아지와 아빠와의 다정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니코가 지금 바라는 것은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 따스한 방에서 누리고 있는 생활, 바로 그것이다. 가족과 함께 정다운 시간을 보내고 아침이면 동무들이 있는 학교에 가서 함께 배우고, 강아지랑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친구 페니의 평화로운 생활이 니코에게는 달보다 멀리 있는, 닿을 수 없는 소망과도 같아 보인다.

달빛이 만들어 놓은 바다 위의 은빛 길을 따라, 포탄이 날아다니는 하늘 아래서 니코는 자신의 꿈을 펼쳐간다. 저 멀리 페니가 있는 곳으로, 달보다 멀리 있는 평화와 행복을 찾아. 소박하게 써내려간 편지체의 글이 잔잔하지만 진한 여운을 준다.

어른들의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하는 아이들을 보라. 그들의 맑디맑은 눈망울을 미디어를 통하여서라도 마주하라. 가슴이 서늘해지며 부끄러워진다. 반군에 의해 아무 죄도 없이 팔다리가 잘린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워낙 어릴 때 일이라 당연한 듯이 생활한다는 그 아이 엄마의 말은 차라리 남의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을 보며 우리의 아이들이 누리고 있는 평화로운 생활이 그저 당연한 것만이 아니라, 지키고 노력하여 누릴 수 있는 행복이란 걸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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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이에요 - 작은 책방 4
정하섭 지음 / 길벗어린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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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이면 사춘기를 생각하는 나이인가? 이 책의 주인공 유동이는 이제 막 찬란한 십대라는 이름표를 단 남자아이이다. 5년전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것 빼고는 여느 아이랑 비슷한 가정 환경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특별해 보이는 건, 자신의 여러가지 상황들과 관계들 - 엄마와, 친구와, 할머니와, 이모와 그리고 다락방과 - 을 잘 버무려나가며 마음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불만이 많이 생기고, 반항적인 마음이 많이 일고, 나를 과시하고도 싶고, 이성에게 호기심도 생기고, 신체의 변화에 민감해지면서도 자랑스럽다. 반면, 가족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친구의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나름대로 걱정해주고, 타인에 대한 생각과 배려도 해보고, 남의 시선을 의식할 줄도 알고, 무엇보다 혼자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행복해 한다.

이런 징후들을 사춘기적 특징들로 보면 유동이는 분명 그 때를 맞이한 것 같다. <열 살이에요>는 또래의 아이들이 겪음직한 고민과 갈등, 생각들을 별로 튀지 않은 범위에서 대변해주고 있어 다가가기가 수월하다. 또하나의 장점은 밝고 건강하며 선한 꾸러기 유동이가 주인공으로 살아나가는 세상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유동이처럼 아담한 다락방 하나를 가지는 게 소원일 지도 모르겠다. 별들이 손에 잡힐듯 내다보이는 그런 다락방. 그곳에선 유독 내가 더 커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세상이 다 내 손에 잡힐 듯 말 듯 그렇게 아스름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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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선물 중앙문고 42
엘리자베스 엔라이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엮음, 캐티 새머 트레헌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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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트라잔! 이것은 마음 속에 있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나라이다. 이 곳에는 푸른 눈동자에 은빛 머리결을 가지고 있으며 전쟁과 미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산다. 오직 한 사람 타친다만은 이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갈색 눈동자에 황금빛 머리결을 한 타친다는 이 나라의 세째 왕자님을 남몰래 사랑하고 있다. 왕자와 결혼하는 것이 소원이다. 타친다는 남다른 외모 때문에 놀림을 당하고 외롭지만 타고난 상냥함으로 남을 미워할 줄 모르고 선한 매력을 발휘한다.

타트라잔의 지혜로운 마법사 탄다난은 타친다의 남다른 점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타친다의 솜씨와 착한마음에 반한 탄다난은, 어느 날 타친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마법의 선물을 일러준다. 타친다는 아주 정성껏 그 선물을 준비하여 왕자의 생일날 갖다 준다. 하지만 왕자가 이 선물을 풀어보기도 전에 일이 일어난다. 이웃나라 욕심꾸러기 괴물 갓블렝의 우두머리 쿵쿵이가 쳐들어와 타친다를 산 채로 잡아가버린 것이다. 조카에게 산 인형을 선물하겠다고. 갓블렝이 싫어하는 것은 햇빛이고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렙이다. 그렙은 타트라잔의 길가에 허다하게 늘려있는 돌멩이이지만, 쿵쿵이에게는 천하에 없는 보석이다.

쿵쿵이에게 잡혀간 타친다는 특유의 용기와 지혜로 위기를 잘 견딘다. 왕자의 도움으로 하룻밤에 솜씨 좋게 그물을 짜서 쿵쿵이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온 동네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그물을 덮쳐 쿵쿵이를 잡는다. 왕자는 타친다에게 청혼을 하고 타친다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타친다는 마법의 힘으로 소원을 이룬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덕으로 이룬 것이다. 자신에게 마법을 거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성품을 선하고 강한 것으로 다듬으려 노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환상적인 묘사와 그림이 잘 어울리는 <마법의 선물>은 우리 마음 속 타트라잔에 대한 아름다운 꿈과 소망을 품을 수 있게 한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지금 내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고 결과를 담담하게 기다리는 것은 마법의 선물 이상이다. 아이들아! 낯설고 새로운 것에서 아주 색다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열린 눈과 마음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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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끈질긴 환경운동 이야기
과학아이 지음 / 두산동아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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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이 나왔고 그 목소리도 높다. 여러 가지 환경에 대한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이 갖는 미덕은, 우리가 함께 누리고 살아가는 자연 환경의 주인은 사람만이 아니라는 관점이다. 사람만이 아니라, 자연에서 함께 숨쉬고 살고있는 동식물, 특히 야생동물에 촛점을 맞추어 그들의 참혹한 삶을 비추고 있다. 더구나 실제 인물들의 예를 들어 그들이 사라져가는 야생동물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놓았다. 초등 4학년 정도의 수준에서 알기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은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인간의 잔인함에 온몸이 떨리기도 한다.

먼저 <희망의 이유>라는 자서전적인 책에서 침팬지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희생적인 삶을 감동 깊게 그려내었던 영국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프리카에서 침팬지와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사랑과 이해의 눈으로 세심하게 관찰하고 알아낸 사실을 그녀는 경이로운 것이라 했다. 다름 아니라, 침팬지들도 우리 인간과 똑같이 슬픔과 고통을 느끼며 사랑과 연민을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생명체의 보편적인 감정까지도 버린 채, 새끼 침팬지가 보는 앞에서 어미를 총으로 쏘아 죽이는 행위를 일삼고 있는 밀렵꾼들의 이야기는 분노를 일게 한다. 서커스단에서 쫓겨난 이들은 의학 실험실에서 비참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의학실험실의 동물을 가두어두는 우리의 국제 규격도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한다. 최소한의 양심으로라도 이들의 마지막 삶의 여건을 개선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미국의 동물 정신병원이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우리들에 칸칸이 여러 종류의 야생동물들이 한 마리씩 들어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람을 싫어하고 피해의식이 있으며 정서가 불안하고 광포한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그동안 사람에게서 받은 불이익과 비참한 대접은 고사하고, 새끼 때 눈 앞에서 어미를 잃은 아픔으로 사람을 증오하고 있기도 했다. 아기 호랑이에게 젖꼭지를 물리는 치료를 하는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아기들이 먹는 우유젖병에 우유를 몇 병째 가득 부어 젖꼭지를 입에 물려주는 것이다. 젖꼭지를 쭉쭉 빨며 정서도 안정되고 그렇게 날뛰던 녀석이 순하게 눈을 지그시 감고 흡족해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대자연은 어머니다. 모성은 생명의 기본이다. 지금 우리는 모성을 잊고 동물들을 함부로 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중국의 귀염동이 팬더도 갈라파고스의 희귀한 동물들도 극락조도 멸종위기에 놓여있는 동물이다. 팬더의 경우, 수가 줄어드니까 근친교배가 늘어나고, 이것은 새로운 질병이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결국 멸종을 부추기는 꼴이 된다고 했다. 과학적인 사실까지 곁들여 왜 우리가 사라져가는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지 납득하기가 좋다. 대자연 어머니의 한 형제로서 우리는 야생동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자연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란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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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나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42
존 버닝햄 글 그림, 고승희 옮김 / 비룡소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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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볼 때마다 나는 아이들의 나라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그가 그리는 아이들의 나라는 항상 상상력으로 충만한 자유로움을 나에게 선사하며 즐거움을 준다. 현실에서 나는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틀 안에 가두고 억압하는 역할을 하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의 사람이다. 하지만 좋은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보고 읽으면서 난 어느새 아이의 나라에 조금은 접근해 있는 것 같은 안도감을 느낀다. 아이에게 좀더 다가가기 위해서 그림책은 더 없이 좋은 길을 열어놓고 있다.

<구름 나라>는 표지에서부터 실제 구름 사진이 눈길을 끈다. 그 위로 세 아이가 각자 다른 동작을 하고 있다.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면 여러가지 종류의 구름이 수 놓아져 있는 하늘 사진과 작가의 짙은 수채화 붓자국이 서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얀 종이 위에 가는 스케치로만 그려져있는 부분은 주인공 앨버트의 의식이다. 그 아이가 느끼는 그대로의 그림이다. 아이들의 그림은 여백이 많고 서툰 것 같이 보이지만, 보이는 그대로, 생각하는 그대로, 꾸밈이 없고 돌아가는 법이 없다. 가는 선으로 단순하게 표현된 그림에서 아이의 순수한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앨버트가 발을 헛디뎌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작가는 가는 세로줄 절벽 중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있는 조그만 토끼 한 마리를 그려 놓았다.

앨버트가 절벽에서 떨어지자, 엄마 아빠는 깊은 슬픔에 빠진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대개 운이 좋다.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잘 해나간다. 앨버트는 구름 나라 아이들에 의해 구조되어, 다음 날부터 시시각각 다른 놀이로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구름 색깔이 점점 어두워지며 천둥 번개가 치려고 하자 '우리 실컷 떠들면서 시끄럽게 놀아 보자!'라고 하며 리듬악기를 두드리고 흔들며 노래부르고 춤춘다. 아이들의 입은 함지박만하다. 앨버트만 빼고 구름 나라 아이들 모두 헐렁한 잠옷을 입고 있다. 규율도 구속도 없어보인다. 비가 오기 시작하자, 모두 발가벗고 바다로 뛰어든다. 거칠고 굵은 붓자국이 아이들의 역동적인 힘을 잘 표현해 준다. 여기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고조된다.

비가 그치자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고 잠자기 전까지 모두 그림을 그린다. 다음 날 바람이 세게 불자, 아이들은 작은 구름 하나씩을 타고 달리기 시합을 한다. 혼자 제일 뒤에 처져있다는 걸 알게 된 앨버트는 갑자기 집에 가고 싶어진다. 그 순간 커다란 비행기가 지나가는 바람에 앨버트는 떨어질 뻔 했지만, 비행운을 따라 아이들에게로 무사히 간다. 마치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

'집에 가고 싶다.' 앨버트는 구름나라에서 자기가 살던 집으로 다시 보내 달라고 한 최초의 사람이다. 구름 나라 여왕님은 앨버트를 집으로 돌려보내 주려고 바람과 몇날몇일을 의논한다. 여왕님과 달사람은 아이들의 편에서 아이들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하늘에 달이 둥그렇게 떠오르고 구름 나라 아이들과 앨버트, 달사람과 여왕님은 마지막 파티를 한다. 그 다음 앨버트가 기억하는 것은 자기 방의 침대에 자기가 누워 있었다는 것과 엄마랑 아빠가 옆에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꿈을 자주 꾼다. 앨버트는 한바탕 신나는 꿈을 꾸고 눈을 뜬 건지도 모른다. 꿈은 늘 현실과 맞닿아 있고, 눈을 뜨면 언제든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래서 무서운 꿈이나 힘든 모험의 꿈도, 눈을 뜨면 안도할 수 있는 현실이 있어,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다. 그 현실에는 여왕님과 달사람 같은 엄마와 아빠가 있다. 앨버트는 내면에 자리하는 불안, 욕구불만, 외로움 같은 것들을 이제 이길 수 있다. 엄마 아빠가 양 옆에서 지켜주고, 가끔씩은 구름 나라에서 놀았던 것을 떠올리며. 하지만 구름나라로 들어가는 그 이상한 주문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렇게 유년의 기억으로 가는 주문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치부되어버릴지라도, 가끔씩은 아이들과 함께'뜬구름'을 잡고 아이들의 즐거운 나라로 가는 작은 행복을 맛보심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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