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해방의 날 - 초등 3.4학년 온누리동화 10
A.노르덴 글, A.핀케넬레 그림, 경기대학교 아동-청소년 문학연구실 옮김 / 온누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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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창작동화를 접할 때면 느끼는 매력은, 훈계나 설교조가 아니면서, 아이 스스로 뭔가 깨달으며 그것이 자신의 생활 속에 녹아든다는 점이다. <잔소리 해방의 날>도 마찬가지로, 먼저 아이의 발칙한(?) 제안이 그다지 거슬리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선뜻 나오며 또 엄마 아빠에게 받아들여진다.

얼마전 아이로부터 '잔소리 좀 그만 해'라는 말을 듣고 아찔해지며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적이 있다. 이런저런 나의 말들이 아이에게는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면 이제 정말 말을 줄여야, 아니 골라 해야 할까 보다. 아이에게 하루동안 하는 말들의 목록을 만들어보면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많을 것 같다. 정작 해야할 말들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도 될 말로 서로 벽만 쌓고 있는 건 아닌지. 서로에게 좀더 집중하는 시간으로 그 시간들을 메꾸어야하지 않을까.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생각하고 생각했다.

엄마 아빠의 간섭으로부터 하루만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아이는 하루동안의 '잔소리 해방의 날'을 허락받고 뭔가 엄마가 알면 허락하지 않을 만한 일들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그리고 무작정 실천에 옯겨보지만 예상대로 풀리지만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아이의 순진하고 착한 마음이 '이래서 아이들은 예뻐'라는 생각이 들게 하며 기쁨을 준다. 아이들 본래의 선한 심성은 잔소리가 없을 때 더 빛을 발하는가 보다.

엄마 아빠의 믿음과 속 깊은 사랑은 언제나 아이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또한 마음대로 벗어나 심술을 부리다가도 그 사랑의 힘으로 안정되고 마음 또한 커간다. 잔소리를 하지 않고 묵묵히 믿음의 눈으로 지켜보며 기다릴 줄 아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만 하루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낸 이 동화를 읽고, '잔소리 안 하는 날'을 하루쯤 정해서 실천해보는 건 어떨지. 아이들은 '잔소리 해방의 날'에 무엇을 하고 싶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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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여우오줌 어린이 3
이탁연 지음, 신영진 그림 / 여우오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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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벌쭉 웃고 있는 사내아이의 편안한 얼굴 위로 새하얀 눈꽃 송이 같은 것이 내리덮히고 있다. 표지에 그려져있는 이 모습은 알고 보면 마음이 아픈 장면이다. '영원한 사랑'이나 '소망'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꽃. 보라색, 하얀색, 고운 도라지꽃은 별모양을 하고 있다. 책장을 한장한장 넘겨보면 맑은 수채화로 그려놓은 시골 마을의 풍경이 퍽 정겹고 여유롭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9살 가영이의 생활은 그리 편안하지만 않다. 엄마의 빈 자리를 야무지게 채우는 생활을 한지 몇해이다. 엄마는 유난히 도라지꽃을 좋아했다고 한다. 가영이가 힘들 때면 묵묵히 바라보며 용기를 주는 건 바로 마당에 허드러지게 피어있는 도라지꽃이다. 이 대목에서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우리 엄마를 꽃에 비유한다면 어떤 꽃이라 하고 싶니?' 하고 물으면 아주 재미있는 대답들이 나온다. 반드시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들어보시라.

이 책에서는 아버지가 한 가정을 따스하게 하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 나온다. 오히려 이웃 할머니의 사랑으로 가영 남매는 엄마의 자리를 대신한다. 엄마에 대한 아주 희미한 기억도, 짖궂은 남자아이들로 부터의 든든한 바람막이도, 먹거리도, 동생의 응석받이도, 이웃 할머니는 엄마를 대신하여 기꺼이 담당한다. 그래서 가영이가 조금은 안심이 되는 눈치들이다. 엄마가 있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잠시나마 느끼는 표정들이다.

싯구처럼 낭낭한 묘사와 수채화가 잘 어우러져, 자극적인 것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씻어주는, 보슬비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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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누나 웅진책마을 32
오카 슈조 지음, 카미야 신 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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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만나게 된 장애우에 대하여 다룬 책들 중, 일본의 작가들이 쓴 책은 우리의 것과 시각이 다소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율적인, 그래서 더 차분히 생각하게 하며 감동적이다. 그 중 <우리 누나>는 장애우와 그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친구와 이웃들이 엮어내는 뭉클한 이야기들이다. 사람의 마음 깊이에 있는 본래의 선함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일어나게 하는, 사람은 그렇게 선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장애학교에서 교직에 몸을 담았던 경험이 있는 작가의 잘 짜여진 여섯 이야기는 하나같이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것들이다. '장애'와 반대되는 의미로 '정상'이라는 우리네 마음을 말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허느적거리고 비틀거리고 더듬거렸던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장애우 주변의 친구와 이웃들은 모두 죄책감에 몸을 떨며 아파한다. 분명 그들도 선한 존재이며 모두 어울려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다운 증후군을 앓는 17살 누나가 가족들을 위해 한 끼 식사 값으로 내놓은 봉투에 든 몇 천 원. 턱없이 모자라는 돈에 식사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몰래 채워넣어 식사값을 스스로 지불할 수 있게 해주는 아버지. 콧등이 시큰한 장면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장애우를 아무 이유없이 괴롭힌 죄책감의 '잇자국'이 가슴 깊이 든 아이는 좀더 성숙한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런 이야기 외에도 특별한 것은, 장애우가 오히려 마음이 장애인 친구를 품어주는 대목이다. 따돌림을 당해 마음 한 구석이 비뚤어져서 자신을 몰래 꼬집어 '멍'이 들게 하는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장애우와 그의 어머니는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잘 살아간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나 자신 부끄럽기도 하다.

같은 장애 친구가 마음 상하지 않도록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마음 속으로 '워싱턴 포스터 행진곡'을 연주하는 장애우의 일어서지 못하는 다리는 더 이상 장애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결혼식에 장애 조카가 오면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고모가 마음의 장애인이다.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한 장애우들의 따스한 시선이 오히려 매서운 질책과도 같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우리 마음이, 무서운 편견과 제멋대로의 상상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마음의 장애물을 넘어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포용력 있는 눈으로 감싸며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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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헤아리며 카르페디엠 34
로이스 로리 지음, 서남희 옮김 / 양철북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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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가 보통학교에서 일반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은가? 라는 안건으로 소토론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장애우 본인을 위해서라도 특수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쪽이었다. 반대편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장애우도 일반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그리고나서 5학년 아이들과 이 안건으로 토론시간을 가졌다. 3분의 2는 장애우도 뇌를 가진 사람이고 서로 노력한다면 충분히 일반학생들과 어울려 친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래! 하나의 생명을 간직하고 태어난 한 인간은 '어떠한 경우이든'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을 이 아이는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장애우 본인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어 나의 불편함을 피하려는 마음을 합리화하려는 겁쟁이는 아니었는지 부끄러웠다.

인간의 존엄성... <별을 헤아리며>는 인간 존엄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용기있는 행동을 한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리고있다. 밤하늘을 수 놓고 있는 크고 작은 무수한 별들은 생명의 빛이다. 나치의 마수를 피해 스웨덴으로 피한 친구 엘렌의 목걸이를 꼬옥 쥐고, 엘렌이 돌아올 때까지 자신이 걸고 있겠다고 하는 안네마리. 안네마리는 날마다 밤하늘을 보며 별을 헤아릴 것이다. 사람의 목숨은 어느 것 하나 존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안네마리가 목에 걸고 있을 엘렌의 목걸이는 다윗의 별이다. 유대인을 핍박하는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담대한 믿음으로 싸워 이긴 어린 다윗의 용기를 상징하고 있다. 빛 바래지 않는 다윗의 작은 별은 고난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용감한 행동을 한 안네마리와 주변의 인물들로 보이며, 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된다.

인간의 존엄성이 인간에게 하는 역할이 무엇일까? 에 대한 생각이 작가의 의도라면, 그건 바로 연약한 인간으로 하여금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한 용기있는 행동을 할 수 있게 함이 아닐까? 다윗의 별 목걸이를 목에 건 안네마리는 '위험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않고, 그냥 해야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용기를 배웠다. 너무 알려고도 하지말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않는 정도로만 알리며 서로에게 신뢰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의 눈빛이 퍽 힘있고 따스하게 느껴진다.

진정 가치있는 것을 지키려는 용기가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현실을 도외시하고 내세우는 명분이란 것이 어쩌면 피상적이고 무기력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으로 밤하늘의 별은 또,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라크의 밤하늘 별을 헤아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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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굴 먹는 거야! - 내 아이 생각을 바꾸는 책
오바라 히데오 지음, 시모타니 니스케 그림, 홍주영 옮김 / 함께읽는책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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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원리는 먹고 먹히는 관계라는 한마디를 독특한 편집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하나의 단원이 시작할 때마다 간결하면서 상징적인 그림을 제시하여 생각의 문을 열게 하는 식이다. 책표지의 수박에 박힌 하얀 치아들을 보면 사람이 수박을 와삭와삭 베어 먹고 있는 것 같지만, 책을 다 보고 나면 수박이 사람을 먹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의 집합들로 이루어져있는 자연계, 즉 동식물과 흙, 공기, 물 같은 무생물이 구성하고 있는 자연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라는 점을 알게 한다. 그래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동물의 죽은 몸과 배설물은 다른 동물의 먹거리가 되거나, 박테리아가 먹어서 흙의 양분이 되어 다시 동물의 몸 속으로 들어와 영양분을 주는, 그야말로 서로 먹고 먹히는 것이 자연의 규칙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죽은 사람의 살을 태워 뼛가루만 항아리에 담아 묻는 화장은 자연의 규칙을 깨뜨리는 것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수장이나 조장, 매장이 그런 의미에서는 자연의 규칙을 제대로 따르는 것이라 한다. 이에 대해 현대에는 맞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해 보며, 자연의 구성원으로서 환경과 생명을 염두에 두고 다른 방안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좋겠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자연의 하나인 사람이 죽는 다는 것에 대하여 다소 덤덤하게 자연의 법칙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과학적인 접근으로 생명철학까지로 생각을 넓혀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다. 먹고 먹혀서 새롭게 태어난다.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고 겸허하게 낮추어 사는 자연의 삶을 살기에는 아직도 무거운 껍질을 많이 덮고 있는 우리. 좀더 가벼운 자연의 옷을 입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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