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는 누굴 닮았을까요? - 꿈이 있는 동화 4
그라시엘라 몬테스 글, 구스티 그림, 권미선 옮김 / 세손교육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이 동화책은 몇가지 점에서 참 인상적이다. 우선 작가가 아르헨티나인이라, 거의 접하지 못했던 나라의 작가가 쓴 동화라 썩 관심이 간다. 그림을 그린 이도 같은 나라의 사람으로 따스한 색감의 바탕색에 만화 인물처럼 쓰윽쓱 그린 등장인물들의 얼굴이 재미있고, 줄곧 토마스 옆에서 까부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강아지도 그런 분위기를 거들어, 가볍지 않은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다루고 있다.

내용면에서 이 책은, 흔히 우리가 하고 듣는 말을 흘려보내지 않고 그 꼬리를 붙잡고, 생각에 생각을 하게 하고, 문제를 아이 스스로 해결하게 한 점이 돋보인다. 우리가 흔히 듣고 말하는, 정말 사소하다할 수 있는 말을 동화의 글감으로 하여, 작가는 이야기를 경쾌하고 지루하지 않게 써 내려간다. 작가의 그런 깐깐함이 맘에 들고, 아이에게 충고하는 방식의 자상함과 당당함도 흐뭇하다.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 없을 정도의 분량이지만, 이야기에 담긴 뜻은 의외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누구 닮았네, 라는 말이 듣기 싫었던 적이 있는 아이라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며 흥미롭게 읽히겠다. 혹시 그런 말에 별 신경쓰이지 않았던 아이라면, 한 번 쯤 그런 말에 반기를 드는 시각을 키울 수도 있겠다. 주변에서 보고 듣는 어떤 것에 물음표를 던지고 꼬투리를 잡아보는 건 생각을 살찌울 수 있는 괜찮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3학년 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난 아이들끼리 토론을 하게 하여 간단하지만은 않은 생각거리를 붙잡고 각자의 느낌을 내면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건 어떨까 싶다.

매스미디어의 범람, 생활 전반의 인스턴트화, 대량화, 거대화 같은 특성들이 오늘날의 아이들을 몰개성의 평균적인 아이로 몰고 가는 것 같다. 저희들끼리는 '개성'이라고 흥분하며 떠들어대는 것들을 한꺼풀 들여다보면 거의 서로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른도 그에 못지않은 똑같은 모습이다. 생각까지도 흑 아니면 백, 어느 한 쪽으로 몰리지 않으면 소위 그룹에 들어가지 못하고 겉돈다. 웃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지금 달리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혼자 있고 싶은 사람도 있다. 먹기 싫은 것도 있고 입기 싫은 것도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나를 드러내보자. 난 이런 사람이라고, 난 이런 걸 잘하고, 이런 건 못하고, 이런 건 좋고, 이런 건 싫다고. 그리고 내 얼굴은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멋진 얼굴, 자랑할 만한 얼굴이라고 내밀어보자. 난 이 세상 누구도 닮지 않은 단 하나뿐인 얼굴이라고.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그런 일로 싸우지도 말고 참견하지 말라고. 겸손하게 또 당당하게 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이라고 내보이고 세상에 말 걸어 보자.
'나는 나를 닮았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똥이 어디로 갔을까 신나는 책읽기 3
이상권 글, 유진희 그림 / 창비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환경과 생태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는 작가 이상권님의 이 책을 오랜만에 학교도서실에서 다시 만났다. 몇년 전 기억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반가운 마음에 얼른 뽑아들었다. 친근감 드는 그림과 함께, 크고 행간을 넓게 둔 글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좋아라할 만한 소재에 책의 두께나 그림이나 글이나 모두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다.

<똥이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을 겉표지와 함께 보여주며 먼저 책을 읽을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내보는 것이 좋겠다. 과학적 배경지식이 많은 아이라면 눈치도 빠르게 교과서적인 대답을 할테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라면 뭔가 기상천외한 대답을 할 수도 있겠다. 깔끔한 새침데기라면 인상을 약간 찌푸릴 수도 있고 활달하고 씩씩한 아이라면 히죽거리며 의미심장한(?) 눈짓을 할 수도 있겠지.

똥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아빠와 딸이다. 생활동화 형식으로 똥이 얼마나 많은 목숨들을 살리고 키우는지를 복잡하지 않게 들려준다. 그리고 아빠가 어릴 적 똥과 관련하여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재미있게 들려주기도 한다. 할머니가 허리병이 났을 때, 아빠가 눈 똥에 막걸리를 부어 똥술을 만들어 드시고 병이 나았던 기억을 풀며, 똥술이라면 지금도 제일 무서운 것이 되어버렸다는 아빠의 이야기도 신기하다. 똥 이야기 해 달라고 조르는 딸을 위해 똥에 대한 옛날 옛적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아빠의 목소리도 있다. 아마 낄낄대며 말하고 듣고, 그랬을 거다.

더럽다고 생각하는 똥을 먹고 탐스럽게 자란 오이와 복수하려고 친구집 개구멍 앞에 눈 똥에서 자란 개똥참외에서 똥 냄새는커녕 향긋하고 싱싱한 냄새가 나는 것, 아이들의 똥을 먹고 튼튼하게 잘 큰 개를 동네 어른들이 잡아먹은 이야기, 이런 것들을 통해 자연은 돌고 돈다는 것을, 자연에 있는 모든 목숨은 서로 연결되어있어 먹고 먹히며 서로 돕는 관계에 있다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적당하겠다. 확장하려면 <똥의 재발견>을 같이 보는 것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앙리 파브르 - 늦깎이 위인전시리즈 03
박진아 지음 / 세이북스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고정욱 선생이 기획, 감수한 늦깎이 위인전 시리즈는 참 밝은 인상을 준다. 표지에서부터 귀염성이 있고 부담이 없다. 저학년 위인전은 어딘지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책이 많았는데, 이 위인전은 초등 저학년이 인물이야기에 다가가기에 마춤이다. 글의 분량이 많지 않고 행간도 넓고 여백이 많아 눈이 시원하다. 책이라면 우선 문자의 양에 질려버리기 쉬운 저학년들에게 접근하기 쉬울 것 같다. 수채삽화도 그 차지하는 몫을 적지 않게 하여 내용전개를 따라가기 쉽게 해두었고 삽화 자체의 인상도 꽤 맑다.

늦깎이 위인전 시리즈의 기획 의도가 말하고 있듯이, 그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평범과 비범 사이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성공적인 것으로 이끄는 길이, 이 책에는 간결한 내용의 글로 들어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들을 원한다면 실망할 수 있는 작은 책이지만, 이 책은 한 위대한 늦깎이 위인에 대해 아이들이 가지는 호기심의 가지를 충분히 벋어나가게 할 만하다. 평범하달 수 있는 한 사람이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발견하여 키워나가는 과정과 자신의 삶을 비범한 것으로 만드는 집중력과 끈기를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의 결실은 늦게, 아주 늦게 맺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눈 앞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인생의 기다란 줄기를 꼭 붙잡고 열심을 다 하면 기회는 반드시 자신의 것이 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앙리 파브르>를 잘 읽히게 하는 장점은 동화구연을 하듯 다정한 입말로 쓰인 문체에 있다. 옛이야기 들려주는 할머니같은 입말과는 다른 것이, 어린이 청중을 앞에 두고 차근차근 약간은 예의를 갖추어(거리를 두어) 또박또박 들려주는 어조에 있다. 파브르의 어린시절에서 초등학교 시절, 그리고 중학교 시절, 이런 식으로 인물의 성장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조금 더 작은 글씨로 들려주는 한 덩어리의 글이 또 장점이다. 집중하는 시간이 길지 못한 저학년 아이들에게 이 글은 간간이 주의를 환기시키고, 내용을 잠시 정리하는 시간과 그 다음에 펼쳐질 인물의 이야기에 한껏 집중하게 만든다. 그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마지막 문장이 그 역할을 단단히 맡는다.

거의 한 쪽 걸러 한 장면씩 나오는 화사한 색감의 삽화는 무대 뒷면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슬라이드 영화 같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선선하다. 지루한 설명이나 지식보다는 인물의 일화를 중심으로 엮고 있어, 군더더기는 없이 글의 전개가 빠르고 재미있게 읽힌다. 군데군데 파브르가 관찰하고 연구한 곤충 중 몇 가지와 가루받이, 간단한 과학실험과 레지옹 도뇌르 훈장에 대한 설명을 쪽지처럼 곁들여 부족한 부분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이 책을 다 보고 나면, 헤어나지 못한 가난과 사람들의 질시, 당시 사회적인 편견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이란 슬픔을 견디며 무려 30여년에 걸쳐 쓴 <곤충기>를 읽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를 만날 수 있다. <곤충기> 제1권은 '율리우스'라고 이름 붙인 벌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율리우스는 악성 빈혈로 열다섯 살에 세상을 뜬 아들의 별명이다. 파브르는 <곤충기>를 시작하는 말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네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름다운 벌들에게 네 이름이 붙여져 언제나 이 책 속에 남아 있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미있는 우리고전 1
김원석 지음 / 위즈덤북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재미있는 우리고전 1>은 초등 중학년 이상의 어린이가 읽으면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게 접근할 수 있겠다.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인 토끼전, 흥부전, 심청전 그리고 약간은 낯설어 하는 장화홍련전이 담겨있다.

삽화는 좀 값어치없어 보이지만 글은 그런대로 원작의 느낌을 살려 읽히게 씌어있다. 특히 이 고전들이 판소리계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군데군데 판소리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있어, 소리내어 읽으면 맛을 더하게 한다. 흥부전에서 놀부가 심술궂은 행동을 하는 대목 같은 것이 그렇다. 가락을 실어 읽어주면 아이들이 좋아라 웃는다. 그런 심술보가 저희들이 숨기고 있는 장난끼와 비슷해서인 것 같다.

흥부도 놀부에게 심술을 좀 부렸다면 놀부도 그렇게 계속 나쁘게 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 흥부가 이상한 음식을 만들어 놀부를 골탕먹이는 생각을 하는 아이, 심학규는 어리석기도 하거니와 분수와 처지를 모르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아이, 장화와 홍련은 착하기도 하지만 미리 남에게 알리지 않아 어리석기도 하다고 생각하는 아이, 토끼의 간을 먹으려 드는 용왕은 바보같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아이, 이렇게 나름대로 인물에 대한 비평을 해보는 아이들을 만났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은 고전 속의 인물들이지만, 그 속에서 선하고 정직한 마음은 불변의 미덕이라는 생각까지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연계하여 심청가와 수궁가 판소리 그림책을 보고 들으며 아이들은 그 흥을 깨지않고 가져가는 것 같아 기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글, 세르주 블로흐 그림, 김진경 옮김 / 비룡소 / 1997년 8월
평점 :
절판


어쩌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할 때가 있다. 이유를 물어보는 엄마에게 아이는, 따분하다고 말하곤 한다. 무엇이 따분할까? 지겨운 수학문제, 반복되는 학습과 일과, 귀찮게 하는 남학생... 하지만 과학실험이 들었거나 특별한 수업이 있을 땐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활과 활기찬 관계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커다란 덩어리로 보면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다. 그래서 삶은 하루하루가 각자에게 주어진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선물포장을 뜯듯 설레는 마음을 감추고 조심스럽게 하루를 시작한다.

나의 하루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의 두 공주가 학교에, 유치원에 가야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그냥 나의 시간을 갖자고, 남들도 다 가니까 가는 거라고 말해버리기엔 뭔가 중요한 것이 숨어있지 싶다. 더불어 지내며 배우고 떠들고 놀고 뒹굴며 아이들이 얻는 것은 집에서 혼자 지내며 얻는 것들에 비교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특히 또래들)과의 관계맺기는 시간지킴, 합당한 차림새 같은 사소한 에티켓에서부터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성의 근본이 되는 많은 부분들까지, 스스로 터득해나가야하는 소중한 지혜다.

이 조그만 책의 주인공, 몰락한 왕가의 귀여운 공주는 동굴과도 같은 침침한 궁궐에서 사는 것보다 아파트라는 이상하게 생긴 집에서 사는 게 더 좋다. 드레스를 부풀리게 하는 거북한 속치마를 입고 유리구두를 신는 것보다 시장에서 산 편안한 옷과 운동화를 신는 게 더 좋다. 그리고 아침마다 같은 시각에 아이들이 우글거리는 이상한 건물로 들어가는 것이 더없이 좋다. 자신에게 깍듯이 대하는 사람들만 보았을 공주는 자신에게 '바보' 또는 '밥통'이라고 말하는 아이가 좋다. 그 말이 듣기에도 좋은 눈치다. 공주 덕분에 왕과 왕비도 세상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세상의 다른 딸들도 '우리 귀여운 공주님!'이란 말을 듣고 자란다는 것도 알게된다. 하지만 호기심 많고 영특한 공주는 황금빛 빛나는 왕관만은 가슴 깊이 간직하며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을 잃지 않는다.

학교는 아이가 엄마라는 제 1의 세상에서 조금씩 벗어나 사회성을 기르는 첫발을 디디는 제 2의 세상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로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침마다 가슴이 뛴다. 어깨에 맨 가방에 아이의 소중한 꿈과 기억들이 소롯이 담겨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런 아이 덕분에 나도 또다른 세상밖으로 나갈 수 있으니, 떨리고 감사하다. 이 책의 공주와 왕과 왕비처럼, 내가 아니라 아이가 나를 이끌어가는 그래서 나를 성숙하게하는 존재라 생각된다. 사랑스런 공주님! 내일 또 학교에 가려면 일찍 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