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선생 2007-01-06
문득문득... 낯가림이 심해서 사람 잘 안 만나는 저는 인터넷에서도 다른 이의 삶에는 눈과 귀를 못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 서평을 몰아 쓸 때나 알라딘에 들를 때, 다가와 주시는 님들이 얼마나 따뜻한지, 또 무심하고 게으른 저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게 여겨지는지 모른답니다. 별것 아닌 글도 재밌게 읽어주시는 혜경님은 분명 마음의 눈이 뜨이신 분이리라...
오늘 눈이 많이 오더군요. 눈은 제 출퇴근의 발목을 잡는 두려운 존재였지만 방학이라 옳커니, 하고 중무장을 하고 딸내미랑 걸어서 코엑스 서점에 갔답니다. 20분 가까이 눈발을 헤치고 걸으며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이게 몇년만인지... 사심없이, 눈을 미워하지 않으며 겨울바람을 즐길 수 있기까지 난 얼마나 늙어왔는지... 서점에서 실컷 놀고 두꺼운 공책도 몇 권 사고 또 겨울바람 속을 걸어서 들어온 집은 또 겨울답게 따뜻해서 좋습니다. 참 슬프고 따뜻한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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