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소설 "빅 픽처"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사진가가 꿈이지만 안락한 생활을 위해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벤은 행복하지가 않다. 애초에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던 건 어느정도 돈이 생기면 다시 사진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인생이란~  막상 변호사라는 사회적 지위와 괜찮은 연봉과 그에 걸맞는 생활 수준, 그리고 가족이 생기고 나니 이 모든 걸 포기하기 쉽지않았다. 아니 사실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돈이 곧 자유라는, 안정된 생활이 생기면 사진가든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타협했던 순간 이미 진 게임이었다. 돈이 생길수록 꿈에서는 더 멀어지고 돈이 만들어 준 작은 울타리안에 오히려 갇힌 꼴이 되어버린다. 이게 내 진짜 삶이 아닌데 싶으면서도 이 삶이 포기는 안 되고 그래도 내가 이러고 있을 사람이 아닌데 싶으니 이 삶이 불만족스럽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벤의 건강도 부부사이도 영 별로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해봤던 사람들, 결국엔 현실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마도 벤에게 공감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기때문에 행복하지 않던 벤이 두번째 인생을 살게 되었을 때 우리의 주인공이 이제는 꿈을 쫓는 삶을 사는걸 보고 싶어진다. 아마도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어서일거다.

두번째 삶에서 게리가 된 벤은 우연하게도 사진가의 꿈을 이룬다. 하지만 벤이 게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때문에 성공은 오래가지 못 한다. 
벤으로도 게리로도 살지 못 하는 주인공은 세번째 삶을 선택한다. 이제는 사진가로 성공할 것 같지도 않고 죄책감에도 시달리고 과거 벤이었을때 두고 온 자식들도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지만... 그러나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벤은 이제 행복해졌을까? 변호사를 그만두고 출퇴근을 반복하는 단조로운 삶을 버리고 가정도 버리고 이제 그는 홀가분해졌을까?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대게 벤처럼 이루지 못 한 꿈이라는 결핍을 안고 살고 있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으나 결혼이 자신을 구속하고 있어서 꿈을 포기해야 했다고 원망하는 벤의 아내 베스도 그렇고 사진가로 인정받고 싶었으나 그렇게되지 못해 자신을 뭔가 있어보이는 사람으로 포장하고 살았던 게리(진짜 게리였을때의 게리)가 그렇다. 그들은 모두 지금의 삶에 대해서 행복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가지 못 했던 길, 내가 잡지 못 한 성공에의 미련은 벤처럼 드라마틱하게 두번째, 세번째 새로운 삶이 주어져도 여전히 미련으로 남고만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행복을 느끼지 못 한다면 다른 삶이 주어진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는 걸 벤의 삶이 증명해준다.

 

소설은 굉장히 재밌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서 한번 손에 잡으면 놓지 못 할 정도로. 하지만 스토리안에 생각해볼만한 현실적인 문제들도 설득력있게 담아냈기 때문에 스토리가 공허하지 않았다는게 가장 좋았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다.

비타

비타
멜라니아 마추코 지음,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비타와 디아만테의 삶은 어디서부터 갈라지게 된 것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애초에 둘은 하나 일 수가 없다. 그러나 비타와 디아만테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배에 올랐을 때 어쩐일인지 서로가 한 몸이라고 느낀다. 절대 떨어질 수 없는 한 몸. 인생에서 타인과 내가 한 몸 이라고 느끼는 순간은 그리 자주 찾아오진 않을 것이다. 바로 그런 마술같은 순간이 찾아왔을때 그건 틀림없는 사랑일 것이다. 불과 디아만테 11살, 비타 9살 때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 둘은 평생을 이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비타와 디아만테의 삶의 방향이 결국엔 같지 않았듯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에서도 둘은 한 몸 일 수 없었다. 
 

사랑을 지키는 방법에서 비타와 디아만테는 서로 달랐다.디아만테가 레나와 심상찮은 관계라는걸 눈치챘을때 비타는 레나를 제거해서라도 사랑을 되찾아 오고 싶어서  절절 끓어오르는 불꽃이 된다. 그에 반해, 비타가 로코와 눈이 맞아 도망갔을 때 디아만테는 그 둘 모두에게서 도피한다. 그리고 다시 비타에게 돌아왔을 때도 그는 여전히 사랑에 있어서 도망자였다. '지금 바로 여기서 사랑하자' 라고 말하는 비타에게 '기다려줘 꼭 다시 돌아올게' 라고 말하는 디아만테. 이 둘의 사랑은 이토록 달랐다.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가는 이민자들을 태운 배 안에서 서로를 하나라고 확인한 두 사람이 이렇게 다른 길을 가게 된 데에는 냉혹하고 비참한 현실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배에서 내려 뉴욕의 뒷골목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 속에 내던져 졌을때 이 둘은 서로를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배고픔, 부당한 노동착취, 망가진 건강, 마피아의 시달림, 무시와 천대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도시 빈민층이라는 상황, 이 모든것이 어린 연인의 달콤한 시간을 방해했다. 그것은 미국으로 건너간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이 역사가 이 어린 연인을 짓누르지 않았다면 그때 그 댄스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마법같은 순간이 비타와 디아만테에게 다시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졌을 때 한 몸 이었던 두 연인은 미국에 온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역사안에서 또다른 각자의 역사를 만들어가며 사랑했다가 멀어져간다. 그러나 평생 서로를 잊지는 않았다. 이들이 다른 삶 속에서 그래도 끝까지 서로 놓지 않았던 사랑이라는 그 이름은 어쩌면 인생에서 늘 추구하려고 하는 '해피', 어린시절 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영어단어 '해피'의 다른이름이지 않을까.

 
 

작가가 자신 집안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엮은 이 소설은 20세기 초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역사를 어린 연인의 흥미진진한 애정사에 잘 직조해 넣었다. 집안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와 직접 발로 뛰어 조사한 기록들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는 와중에 이 둘의 사랑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다층적 시점도 그 당시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나면서 풍성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오랜만에 블록버스터급 대서사시를 한 편 읽은 느낌이다.

[100자평] 오늘 밤 모든 바에서

오늘 밤 모든 바에서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4월

알콜중독에 대한 이야기지만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에 공감할 수 있는 깊이가있다

처음이다

 알라딘 서재.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건지 잘 모르겠네. 으앙! 

지금은 그냥 연습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