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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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의 생물들은 인류에 의해 여섯번째 대멸종을 겪고 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직접 보고 취재한 사례를 들어 생생하게 설명한다. 급격한 환경변화가 멸종의 원인임을 인정하기까지의 과학사를 훑는 것도 흥미롭다. 여섯번째 대멸종에 인류도 포함된다는 점 마음깊이 새기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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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시작한 방정리. 

드디어 겨울 옷을 싹 정리하고 봄 옷을 꺼냈다. 어찌나 힘들던지ㅋㅋㅋㅋ

정리 중에 옷정리가 제일 힘든거 같다. 으~

옷 정리 하면서 책장 정리도 할까 했는데 이건 정리불가ㅋㅋㅋㅋ

책장이 터져나가서 자리를 못 찾고 누워있는 책들이 너무 많아

그런데 오늘 또 책이 왔네... 얘네도 누워있어야 할 운명. 사실 너네도 누워있는게 더 편하지?;;;




알뜰하게 세권만 샀다.


정지아 작가 소설 읽기는 계속 된다.  "봄빛"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발표한 소설 모음집이다.

전혀 모르던 작가를 작년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알게 되어서 이렇게 소설집을 3권째 읽게 되다니...

한국작가에 꽂혀서 작품들을 전부 사 보는거 정말 오랜만이다.


"여섯번째 대멸종"은  2015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라고. 

이런 책은 필히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샀다.


"마음을 치료하는 법"은 몇 년째 보관함에 계속 있었는데 이번에 알라딘 중고로 최상급이 나왔길래 얼른 산 것.




 

ㅋㅋㅋ이건 방정리 하면서 노동요로 틀어 놓은 것. 

아니 이게 언제적 씨디야ㅋㅋㅋㅋㅋㅋ한때 맨날 듣고 다녔던 윌아이엠ㅋㅋㅋㅋㅋㅋ

추억이다 진짜. 

오랜만에 다시 꺼내 틀어놓고 신나게 청소했다. 그러고 보니 씨디 안 산지 백만년은 된거 같다. 

블랙아이드피스 요즘도 잘나가나?ㅋㅋㅋ나 너무 옛날사람인가ㅋㅋㅋ



이제부턴 튤립 꽃 사진. 이러다 서재를 꽃밭으로 만들어버리겠네ㅋㅋㅋ

암튼 이번 꽃들은 새로 핀 애들이다.

먼저 핀 튤립들은 다 져서 꽃대만 남은 상태다.



우리집에 있는 유일한 노란튤립 대빵 크고 예쁘다!

햇빛 받고 활짝 핀 모습.





새로 핀 빨간튤립. 





튤립이 계속 연달아 피고 있다. 아주 예뻐!

아직 밖에는 20개정도 싹도 안 난 튤립이 있다. 얘네는 4월에 필거다. 


  

봄이 성큼 다가왔다.

얼른 더 따뜻해져서 봄 햇살 받으며 나무그늘에 앉아 책읽는 그림같은 모습을 연출해보고 싶다ㅋㅋㅋㅋ

생각해보니 이런적 한번도 없네. 해 좋은날 나가면 놀기만 하지 무슨 책을 보냐ㅋㅋㅋㅋㅋ

그래서 다시 정정.

얼른 더 따뜻해져서 봄 햇살 받으며 내방에 창문 활짝 열어놓고 책상에 발 올려놓고 책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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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3-03-17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지아 소설집>과 냥이발이 깔맞춤이네요! 노란튤립도 정말 예쁘고 크네요!! 얘도 누워가고 있네요~~~
튤립은 절화로 보곤 했는데 너무 빨리 화르륵 져버려 아쉽곤 했는데요~역시 망고님 댁 튤립들처럼
건강한 흙과 물 햇빛으로 자라니 저리도 싱싱하고 탐스럽고 예쁘네요~!!!
서재와 꽃밭을 병행하시니 금상첨화라 아뢰옵니다~ㅎㅎㅎ
망고님 덕분에 항상 봄기운 듬뿍 받아 감사합니다~~^^
굿나잇!!^^

망고 2023-03-18 00:10   좋아요 2 | URL
냥이발 볼펜 귀엽죠? 사실 망고를 데려다 사진찍고 싶었으나 녀석이 곤히 자고 있는 바람에 냥이발 볼펜으로 대신했어요^^ 노란튤립은 왜그런지 키가 안 크고 머리만 대빵 크게 자라서 저렇게 되었어요ㅋㅋㅋㅋ
애플님도 다음에는 튤립을 화분에 심어보셔요. 튤립은 그냥 구근만 사다가 화분에 심어두고 가끔 물만 주면 알아서 봄에 꽃을 피우더라고요. 기르기 제일 쉬운 꽃이에요!
꽃밭 서재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애플님 좋은 꿈 꾸세요ㅎㅎㅎ

2023-03-19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9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꼼쥐 2023-03-19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랗고 빨간 튤립의 꽃들을 보니 비로소 봄을 실감하게 됩니다.
논픽션 부문 수상작을 망설임 없이 구매하신다는 망고 님 생각, 한 수 배우게 됩니다.

망고 2023-03-19 15:29   좋아요 2 | URL
꼼쥐님 안녕하세요^^ 꼼쥐님 훌륭한 글 늘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늘 꼼쥐님 글 보며 몇 수를 배웁니당😄 오늘 하루 포근하게 즐겁게 보내시길요

자목련 2023-03-21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월이 필 튤립, 얼마나 고운 빛을 보여줄까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망고 2023-03-21 16:36   좋아요 1 | URL
아직 손톱만한 싹밖에 안 난 상태라 언제 필런지 모르겠지만 정성껏 키워보겠습니당ㅎㅎㅎ
 



일단 이 책 엄청 재밌게 읽었다. 컬트가 어떻게 언어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광신에 빠트리는지 쉬운 말로 다양한 예시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어서 책이 아주 술술 읽힌다.

요즘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딱 시의적절한 책읽기였지 않나 싶다.

이 책의 반 정도는 컬트 종교가 차지하고 있는 건 맞지만, 광신의 언어를 이용하는 것을 사이비 종교만으로 한정 짓고 있진 않는다. 요즘은 종교의 힘이 차차 줄어들고 있고 그 자리를 새롭게 다단계, 정신수양과 결합된 요가나 피트니스 수업, 영적인 지도자를 자처하는 SNS 인플루언서들, 음모론자들(광적인 트럼프 지지자)이 채우고 있다고 한다. 이것들이 어떻게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해서 추종자를 끌어 모으는 지까지 탐구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에 관심이 좀 많아서 다큐나 사회고발 프로그램 있으면 꼬박꼬박 챙겨 보는 편인데 이 책에 나온 미국의 이상한 종교들은 정말 신박했다. 외계인, SF를 믿는 종교들이 그렇게나 성황이라니... 저자의 사이언톨로지 경험담도 들어 있는데 물론 딱 반나절 정도 경험이지만, 성격검사를 통해서 끌어들이는 방식! 이런 거 우리나라에서도 사이비 종교 포교방식으로도 많이 보던 건데 했다. 학교 다닐 때도 많이 봤고 나도 당할뻔ㅋㅋㅋㅋ

게다가 사이언톨로지는 그들만이 쓰는 단어로 무려 사전까지 편찬했다고. 여기에서 좀 레벨이 높아지면 대화자체를 그들만의 단어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알아듣기 힘들다고도 한다. 예를 든 대화체를 읽고 있자니 정신이 다 혼미해지던데... 신기한 종교일세~ 톰 아저씨 당신은 대체...

 


컬트 집단이 어떻게 언어를 이용하는지에 대해 이 책은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렇게 모아서 정리해 놓은 책이 필요했다. 어떤 사람들은 다소 오글거리는 종교적이기도 하고 이상적이기도 한 이런 언어에 깊이 빠지기도 하는구나 싶으면서 다시금 경각심도 들고.

암튼 유용하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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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으면서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대체 왜?에 대한 궁금증이 다소 풀리는 중...



우리는 흔히 컬트 집단이 ‘심리적 문제‘가 있는 개인을 노린다고 믿는다. 그들이 더 잘 속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컬트 포교자들은 사실 선량하고, 서비스 정신이 있으며 예리한 사람들이야말로 이상적인 후보군이라고 말한다 - P118

무니였던 스티븐 하산은 통일교 포교를 담당했던 만큼 컬트가 어떤 유형의 개인을 찾아다니는지 잘 알고 있다. 하산은 1998년출간한 컬트 마인드 컨트롤과 맞서 싸우기 (Combatting Cult MindControl)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내가 무니 간부였을 때, 우리는신중히..….… 강인하고, 배려심 있고, 의욕적인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새로운 회원을 모집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돈이 들기 때문에,그는 당장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사람에게 자원을 낭비하는 일은 피했다. 
에일린 바커의 무니 연구는 지적이고 강직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충직한 회원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들은 활동가, 교육자, 공무원 등의 자녀였다.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보도록 길러진 사람들인 것이다. 설령 그게 자신에게해를 입힐지라도. - P119

이처럼 사람들을 착취적인 집단으로 끊임없이 끌어들이는 건 절박함이나 정신 질환이 아니라 과도한 낙관성이다. - P119

예를 들어, 1978년 대학살의 날 존스타운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흑인 여성이 사망한 이유는 절망이 그들을 ‘세뇌‘하기 쉽게 만들어서가 아니다. 1970년대 폭풍처럼 복잡한 정치 상황에서, 혹인 여성들은 백인 2세대 페미니스트 활동가(이들도 그렇게 환영받지는 못했다)나 시민권 운동을 이끌었던 남성 지도자들에 비해 목소리를 높이기가 극히 어려웠다. 올바른 이들(앤절라 데이비스, 블랙팬서당, 아메리칸 선주민 운동, 반동적인 네이션 오브 이슬람, 샌프란시스코의 좌파 성향 목회자들, 말할 것도 없이 존스의 ‘무지개 가족)과 유대 관계가 있었던 짐 존스와 함께라면, 마침내 그들의 이야기를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흑인 여성들이 유독 취약했던 건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착취의 역사뿐 아니라 교회 내부에서 사회정의 운동을 주도해 왔던 오랜 전통 때문이었습니다." 시키부 허친슨은 말한다. 흑인 여성이 그토록 많이 사망한 이유는 존스의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는거짓으로 드러났다. - P120

손실 회피에 관한 행동 경제 이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인간은 이익보다(시간, 돈, 자존심 등의) 손해를 훨씬 더 크게 받아들인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실패를 직시하지 않으려고 애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비합리적이게도 엉망인 관계나 형편없는 컬트 집단처럼 부정적인 상황에 머무르며 고지가 눈앞이라고 되뇌곤 한다. - P124

그래야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이제 손절할 때가 되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투자한 자원이 있으니 더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인 매몰 비용 오류의 정서적인 예시인 셈이다. 이렇게 오래 있었으니 더 버텨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확증편향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똑똑하고 신중한 사람도 뿌리 깊은 손실 회피 성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 역시 유독한 일대일 관계 유지에 일조한 경험이 있는데, 착취적인 파트너와 컬트 지도자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일은 말 그대로 날 겸허하게 만들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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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비치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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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제니퍼 이건의 소설들을 읽어 오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현 시대의 유행을 잘 잡아낸 소재와 스타일이었다. 매우 감각적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파격적이기도 한 여러 시도들을 제니퍼 이건의 소설들에서 읽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 맨해튼 비치는 대공황에서부터 2차 대전이 한창인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에다가 꽤나 전통적인 소설 작법을 따르고 있어서 이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작가의 인상과는 다른 제법 낯선 제니퍼 이건을 만날 수 있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긴 소설인데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낯섦이 싫지는 않았다.

 

 

이 소설은 11살 애너 케리건이 아버지 에디 케리건과 바닷가 아름다운 대저택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집은 바로 마피아 중간 보스 덱스터 스타일스의 집이었다.

에디와 덱스터가 사업상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동안 애너는 덱스터의 자식들이 있는 놀이방에 남겨진다. 생전 처음 가보는 으리으리한 부잣집에 기가 죽었지만 에너는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추운 겨울 맨발로 바다에 발을 담글 만큼 대범한 모습으로 놀이를 주도한다.

애너의 그런 모습에 자식을 보면 그 아버지를 알 수 있다는 믿음이 굳건했던 덱스터는 딸이 이렇게 거침없고 용감하다면 그 아버지 또한 그러리라 확신하며 에디를 고용하기로 한다.

이 첫 번째 장이 이 소설이 앞으로 전개될 방향을 알리는 하나의 커다란 복선인 셈이다.

용감하게 바다에 들어가는 애너와 그 모습에 강력한 인상을 받는 덱스터와 한 발 물러나 그들을 보는 에디.

 

 

시간은 애너가 20살이 될 즈음으로 훌쩍 뛰어넘는다. 실직하고 가난으로 내몰렸던 대공황 시대의 가족들은 이제 전쟁에 참전한 남성들의 빈자리로 인해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해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들로 변모하는 시절이었다. 애너도 여성들로 채워진 해군 공창에서 배의 부품을 검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애너의 아버지 에디는 이미 5년 전에 집을 나가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애너의 여동생 리디아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제 발로 일어서지도 못 하고 말도 못 하는 상태였는데, 이런 장애아가 있는 가족에게서 아버지의 가출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에디의 부재도 그 이유일 것이라 추측되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애너는 우울한 가족사에도 불구하고 공장에서 점심시간에 자전거를 빌려 타고 돌아다닐 정도로 당차고 활발한 인물이다. 자전거 타는 게 뭐가 대수냐 싶겠지만 1940년대 해군 공창에서 아무리 여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일대를 활보하고 다닌다는 건 남자들의 눈요기 거리가 되기 십상이었다. 애너에게 자전거를 빌려준 넬이라는 친구도 일전에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서 남자들의 성희롱성 야유를 들은 이후 자전거 타기를 중단한 상태였다.


이런 애너의 눈에 들어온 신기한 장면이 있었으니 그것은 거대한 옷을 입고 무거운 헬멧을 쓰고 바다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이 바다 속에서 배를 수리하거나 시체를 찾아내는 다이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애너는 다이버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애너는 어릴 때부터 바다를 보며 바닷물이 다 빠지고 나면 그 자리엔 무엇이 있을까 상상하곤 했었다.다이버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현재, 애너는 다이버가 되어서 바다 밑바닥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성 다이버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절. 에너의 도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다이버 훈련을 맡고 있는 중위는 애너를 번번이 무시하고 이 직업이 남성들만이 해낼 수 있는 어려운 일이라 장담하며 어떻게 해서든 애너를 떨어뜨리려 한다. 하지만 애너는 그럴 때마다 과제를 잘 해내며 실력으로 편견을 깨부순다.

 

애너의 다이버 도전은 2차 대전이 한창인 때 뉴욕의 해군 기지와 맨해튼 해변의 세밀한 묘사 그리고 당시의 사회상을 잘 반영한 생생한 이야기로 큰 재미를 준다. 게다가 다이버들 사이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애너와 유일한 흑인이라 은근히 따돌림 받는 말리의 존재를 빗대어서 미국 사회의 다양한 차별이라는 속내를 이야기 속에 조용하게 비춰 주기도 한다.

 

한편 애너의 삶에서 다이버로의 새로운 도전은 밝고 생기 있는 미래를 희망하게 한다면 덱스터 스타일스와의 우연한 만남은 애너를 아버지의 실종이라는 음산한 사건으로 데리고 가는 역할을 한다.

친구들과 간 나이트 클럽에서 그곳의 주인인 덱스터 스타일스를 보게 된 애너는 그가 11살 때 아버지와 찾아간 집의 주인이었음을 기억해 낸다. 대범한 성격의 애너답게 충동적으로 덱스터에게 인사를 하며 본능적으로 자신의 본명을 감추고 가명으로 자신을 소개하는데 덱스터는 애너의 그 충동성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두 번째 만남에서 애너는 덱스터에게 또다시 대범한 도전을 한다. 바로 동생 리디아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은데 차로 좀 데려다 주십사하는 부탁이었다.

냉엄한 마피아 덱스터가 애너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 하는 이유로 그를 표현하는 문장을 한번 살펴보자.

 

덱스터는 이 딱한 사연의 요소들이 그를 에워 싼 채 돌멩이처럼 떨어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피니(=애너) 양이 입은 수수한 울 코트는 소맷부리가 다 해졌다. 이것이 그의 약점이었다. 사람들의 불행을 간파하는 능력. (217)

 

나는 이 문장이 참 좋았다. 사람들의 불행을 간파하는 능력 이라니. 너무 딱 들어맞는 표현 아닌가. 냉엄해 보이지만 인간적인 마피아. 약간 로맨스 소설의 나쁜 남자 같은 느낌인데 이 소설에서 덱스터를 다루는 방식이 딱 그렇다. 터프하지만 로맨틱한.

애너가 나이트 클럽을 다시 찾았을 때 다른 남자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질투에 이글이글 타올라 애너를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라든지 캄캄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애너 혼자 잠수해 들어가 있자 불안해서 모두의 만류를 무시하고 자신도 바다에 들어간다든지 하는 장면. 애너와 덱스터가 함께하는 부분에서는 장르가 잠시 로맨틱한 드라마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덱스터는 어둠의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마피아 보스 밑에서 일하는 동시에 노회한 은행장 집안에 장가가서 그들 세계에서 겉으로는 환영받지만 속으로는 배척받는 입장에 있다. 덱스터는 그 두 세계에서 위태롭게 줄타기 하는 인물로 결국 애너와의 관계로 그 자신이 파국을 맞는다.

한편 애너는 덱스터와 가까워지면서 점점 아버지에 대한 진실에 가까워진다. 아버지의 실종은 덱스터와 관련이 있었고 급기야 덱스터가 에디에게 한 짓을 알게 된 애너. 하지만 그게 과연 진실일까?

 

 

에디에 대한 이야기는 이 소설 후반부를 지탱하는 큰 반전이다.

뉴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배경인 해군을 돕는 상선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거기에 타고 있는 다채로운 뱃사람들의 생생한 묘사는 소설 읽기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결국 남아프리카 바다에서 표류하게 되는 정직하고 착한 본성 그리고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에디의 이야기는 뉴욕에서 다이버에 도전하고 혼자서 꿋꿋하게 삶을 책임지며 살아가는 애너의 이야기와 맞물린다. 속해 있는 세계는 다르지만 바다에 도전하고 살아남는다는 점은 애너와 에디의 부녀사이를 연결하는 공통점이다.

다시 이 소설의 처음 장면으로 돌아가서 맨발로 바닷가에 서 있는 애너를 보고 딸의 강인함은 아버지를 닮았겠구나 추측하는 덱스터를 떠올려 보게 된다.

 

 

나는 이 소설을 참 재밌게 읽었다. 오랜만에 두툼한 장편 소설을 만족스럽게 읽은 느낌이다.

그 시대에 대한 자료조사가 상당히 꼼꼼하게 이루어졌는데 그것을 20살 애너와 그 가족들, 주변 인물들의 삶에 잘 버무려 넣어서 아주 생생하게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거기다가 항만노동조합을 꽉 잡고 있는 아일랜드계와 어둠의 세력 이탈리아계 마피아, 자본을 장악하고 있는 상류층 청교도들이라는 미국 이민의 역사도 배경으로 은은하게 깔려 있다는 점이 소설에 깊이를 더하기도 했다.

최초의 여성 다이버라는 신선한 소재와 범죄 누아르 로맨스 해양 소설의 요소들을 이 소설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전혀 산만하지 않다. 이야기에 이야기가 계속해서 펼쳐지면서 점점 윤곽이 드러나는 각각의 인물들은 그 묘사도 훌륭하고 문장도 무척 아름다웠다.

제니퍼 이건의 소설을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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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3-03-06 2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니퍼 이건의 소설을 읽고 싶어지네요. ^^;

망고 2023-03-06 21:33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 이 책 재밌어요 강추입니다😄

오거서 2023-03-06 21:35   좋아요 2 | URL
망고님 덕분에 지금 제니퍼 이건 소설 찾아보면서 올인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

망고 2023-03-06 21:39   좋아요 2 | URL
근데 이 책은 익숙한 소설 스타일인데 다른 소설 특히 ˝깡패단의 방문˝은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거 같아요^^ 저는 그책도 좋았지만요

오거서 2023-03-06 22:00   좋아요 2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scott 2023-03-07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이런 시대물 좋아합니다
제니퍼 이건 능숙한 글쓰기 정점에 올라선것 같아요😊

망고 2023-03-07 13:08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정말 능숙한 글쓰기! 술술 나오는 이야기에 문장도 참 좋더라고요!

2023-04-07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7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