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사회사 - 가정상비약에서 사회악까지, 마약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
조석연 지음 / 현실문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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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진달래꽃’이라는 시 다들 잘 아시죠? 이 시를 지은 사람, 김소월이라는 것도 다들 잘 아실 거고요. 그런데, 전국민이 모두 다 아는 이 시인이 혹시 어떻게 죽었는지 아시나요? 안타깝게도 김소월 전문가들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하네요. 하지만 아편중독과 깊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사실엔 대부분 동의한답니다. 이뿐 아닙니다. 우리가 청산리 전투의 영웅으로 기억하는 김좌진 장군, 그는 대체 군대를 운영하고 무기를 살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요? 그 답 역시 아편입니다. 자신이 통제하던 지역에서 아편을 재배해 팔아 군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지금까지 ‘마약’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쁘다’라고만 생각하셨다면, 이 두 사례를 생각하시면서 잠깐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약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된 이래, 마약이라는 단어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됐는지는 시대마다 다릅니다. 심지어 위에 언급한 두 사례처럼 일제강점기의 조선인들의 정신 속엔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겨지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문제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또 시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제로서 간주하죠. 동시에 마약의 반대편에는 정상적인 것, 문제가 아닌 것, 좋은 것, 바람직한 것이라는 대립쌍이 놓입니다. 그래서 마약이 취급되는 역사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추구해왔는지를 보는 좋은 거울, 반면교사가 됩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마약을 역사적으로 탐구한 책, 조석연의 마약의 사회사를 오늘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등장하는 마약에 관해 살펴보는 책이니, 키워드는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는 마약의 이름을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아편, 대마, 필로폰입니다.

마약은 나쁜가요? 이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마약은 개인에게 매우 나쁩니다. 하지만 개인에게 나쁘다고 해서 사회가 이것을 언제나 금기시하거나 규제하려고 드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는 개인에게 나쁜 것을 몰래, 때로는 대놓고 생산 유통시키기도 합니다. 캠페인으로서 마약을 규제하려 드는 게, 오히려 이런 생산과 유통을 가리는 전략으로 기능할 때도 있습니다.

일제가 조선에서 시행한 아편정책이 이런 점을 잘 보여줍니다. 조선 말기 한반도는 대외적으로도, 실제로도 아편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는 않은 국가였습니다. 청나라가 아편으로 망하는 것을 보면서 조선 정부가 단속을 철저하게 했던 탓도 있죠. 하지만 일제는 의료용 군수용 아편을 대량으로 생산해야 했고, 한반도는 생산지로 매우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선 민간의 재배와 사용을 단속하고 일본 기업에게 전권을 넘겨주면서 아편을 상품작물로 변화시켰습니다. 겉으로는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본 기업에 조선에서 아편을 재배하게 해 막대한 이익을 남기게 만들려는 정책이었죠. 이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아편은 일본의 탄압의 상징이 됐습니다. 그래서 반일감정을 가진 지식인들은 아편을 복용하고 몸이 망가져가면서 ‘나는 항일운동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합니다.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어놓고 일제가 패망한 뒤에 두고 가버린 아편은 독립 이후 195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유통됩니다. 길거리에 아편 중독으로 쓰러지거나 죽어서 널브러진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우리나라 정부가 들고 나온 카드는 ‘북괴’였습니다. 간첩이 아편을 재배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을 좀먹은 뒤 적화시키려 한다는 선전이 나돌면서 인식도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어 갑니다. 이 때 우리나라에서 아편의 이미지는 냉전 체제 유지의 도구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편이 사라진 자리를 대체한 건 대마입니다. 여기서부터는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도 어렸을 때, 여러분이 좋아하시던 아이돌이 잡혀가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마는 옷감 만들 때 쓰이는 작물이라 흔하디 흔했지만, 마약으로서 이용가치가 발견되는 순간 단속대상으로 바뀝니다. 특히 “미군”들이 가지고 들어와 “사회혼란”을 불러오는 “서양퇴폐문화”를 즐기는 반정부적, 반항적 성향의 청소년 대학생들이 대마를 하는 것이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 때 대마는 자유를 박탈하고 억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는 정부가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측면이 크죠. 앞에 언급한 아편이나 이후 문제가 되는 필로폰에 비해서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현저히 적은 것이 상식처럼 통하는데도 ‘마약’이라는 범주로 묶인 겁니다.

마지막으로 필로폰을 보죠. 필로폰은 화학반응을 거쳐 만들어지는 마약이라 생산할 때 냄새가 난다든가 물을 끌어서야 한다든가 하는 등 오염이 다소 일어납니다. 그래서 일본의 마약 사범들은 필로폰 생산지로 한국을 선택하죠.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다가, 파악하고서도 다소 암묵적으로 승인하다가, 일본과 외교관계를 개선하는 데 이 카드를 써먹는 등 필로폰에 대한 태도를 정권의 필요에 따라 바꿔갑니다. 이런 정책은 안타깝게도 이후 큰 역풍이 돼 되돌아오는데요. 일본에 필로폰을 수출할 수 없게 된 한국의 마약 생산자들이 필로폰을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필로폰은 1980년대 이후 한국의 마약사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약이 되고 유통량 사용량도 급증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세 마약을 다루면서, 한반도에 있었던 여러 정부들이 마약을 다루는 태도에서 공통점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바로 공급만 통제하려 할 뿐 수요를 억제하려 하진 않는다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마약을 만들고 팔고 하는 사람을 열심히 붙잡기만 할 뿐 이들이 다시 마약을 하지 않게끔 치료하려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사람들의 편견에 기반해 가시적인 성과에만 몰두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들지 않는 태도, 즉 공동체의 행복이 아니라 정권의 유불리에 의해 마약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특성의 단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결론에서, ‘이런 방향으로는 마약을 결코 근절할 수 없다’는, 다소 섬뜩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를 해드려야 하는데… 마약 관련 콘텐츠 가운데 아이와 투게더할만한 것이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연결지어본다면, 한국에서 또는 외국에서 마약 사용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뮤지션들의 음악을 아이들과 함께 들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비틀즈라든가, 마이클 잭슨이라든가, 너바나라든가, 신해철이라든가, 들국화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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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세계 - 청소년 성장 만화 단편선 창비만화도서관 4
라일라 외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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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소수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모두가 어떤 의미에서든 소수자라곤 하지만, 대개 사람들은 소수자의 벽을 경험하는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지나치거나 대수롭지 않은 해프닝 정도로 넘겨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그 소수자로서의 특성을 평생 안고 가야 한다면, 어떻게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들에겐 이 세계가 어떻게 보일까요?

이 책에 제시된 만화 네 편은 그 답을 "토요일의 세계"와 "토요일이 아닌 세계"로 나눠져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에 실린 네 단편 중 청각장애인이 삶을 다룬 단편 "토요일의 세계"에 나오는 말인데요. 왜 "토요일의 세계"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번화한 도시에서 초중고가 한 건물에 붙어있는 읍면지역으로 전학 간 학생의 이야기인 "전학생은 처음이라"에서도, 교회에서 마련한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한 남성 성소수자의 이야기인 "캠프"에서도, 가정폭력이 싫어 집을 뛰쳐나와 보호센터에서 자란 청소년을 다룬 "옥상에서 부른 노래"에서도 세계는 명백히 두 개입니다. 단지 "토요일이 아닌 세계", "도시의 세계", "이성애의 세계", "가정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반대편의 존재를 외면하고 있을 뿐이죠.

그들의 세계에도 일상이 있고 사건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면당해왔기 때문에, 이 시간엔 그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보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단편만화집 토요일의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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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소수자입니다.

퀵서비스에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이 만화는 사회적 소수자를 다루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 청소년, 남성 성소수자 청소년, 도시에서 비도시로 전학 간 중학생, 아동보호센터에서 성장한 청소년입니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앞에서 말씀드렸던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하고 양쪽이 모두 존재한다고 증언합니다. 그렇다고 양쪽이 그렇게 막 다르진 않고, 그들에게도 일상이 있고 그 환경에 맞춘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소수자"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퀵서비스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다수자"인 누군가 또는 우리들이 그들을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외면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청각장애인에게 "안 들리면 말 못한다는데 너는 어떻게 말을 해?"라며 그들에게 직접 무심하게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공격적 편견으로도 나타나고요, 하나님의 이름으로 회개와 반성을 종용하는 사회적 폭력으로도 나타납니다. 법의 보호대상으로 삼지 않아 생계에 종사하다 생긴 사고 때문에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이는 제도적 소외로도 나타납니다.

‘토요일의 세계’라는 단어는, 표제작이면서 청각장애인 청소년의 삶을 다룬 단편 ‘토요일의 세계’에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청각장애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그렇지 않은 동네로 이사한 주인공이, 이전엔 눈에 띄지 않던 장애인 비하나 생활 속 불편함을 점점 더 많이 접하면서 답답해합니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이전에 살던 동네에 놀러가 예전 친구들과 놀고 그 동네가 좋다는 의미에서 ‘토요일의 세계’와 ‘토요일이 아닌 세계’를 비교하는 맥락에서 등장하죠.

이렇듯 소수자에 대한 폭력은 ‘잘 운영되는’, ‘정상적인’ 법과 제도와 사회의 이름으로 자행되기 때문에 스스로 소수자이지 않은 한 그런 세계가 있는지 알아내기 매우 힘듭니다. 그럴수록 우리가 서로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한다면, 조금이나마 소수자를 덜 외면하는 덜 폭력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게 우리가 시간을 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간접체험해보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토마스 만의 소설 토니오 크뢰거입니다. 역시나 표제작인 ‘토요일의 세계’의 청각장애인 주인공이 ‘두 세계’라는 개념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소설로 등장하는데요. 토니오 크뢰거의 주인공은 쓸모없는, 실용적이지 않은 것에 관심을 가지는 캐릭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쓸모있고 실용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며 어른들의 칭찬을 받는 친구를 짝사랑? 동경? 하기도 하고요. 여기에서도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이라는 ‘두 세계’가 등장하죠. 혹시나 이 방송을 듣는 청취자 분들 중에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오늘 우리가 살펴본 단편집을 읽고 흥미를 느끼셨다면, 이 소설을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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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1 사람 3부작 1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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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은 돼지의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말을 할 줄 압니다. 농장 주인인 제임스는 걱정하고, 조지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농장에서 데이빗을 벗삼아 자라납니다. 제임스는 데이빗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지만, 친구들의 관심을 받고 싶었던 조지는 데이빗을 친구들에게 소개해버리고 맙니다. 무례한 시선과 불쾌한 접촉이 이어지고, 데이빗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조지는 따분한 농장생활에 지쳐 큰 도시로 나가려 합니다. 그리고 데이빗에게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에선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며 같이 가자고 설득합니다. 부모님 몰래 도시로 떠난 두 사람은 생계를 위해 서커스단에 합류하고, ‘말하는 돼지’인 데이빗는 서커스단 최고의 스타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인기만큼, 데이빗의 존재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납니다. 그들은 ‘데이빗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반대편엔 ‘데이빗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사안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데이빗의 인기를 이용해 재선을 노리는 패터슨 의원이 ‘나를 도와주면 법적으로 인간으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법을 만들겠다’며 접근해옵니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데이빗을 사람이라고, 또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걸까요? 패터슨 의원은 어떤 속내로 데이빗에게 접근한 것일까요? 그리고, 정말로 데이빗은 사람일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데이빗을 둘러싼 사건들을 강렬한 그림체로 보여주며 인간이란 무엇인지 묻는 웹툰, d몬의 데이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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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종차별주의입니다.

말하는 돼지는 사람일까요 돼지일까요? 언어는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능력으로 간주되는데 말이죠. 만약 데이빗이 사람이라면, 데이빗의 동족이지만 말은 못하는 돼지들을 죽여 음식을 만들어도 되는 걸까요? 데이빗을 돼지로 봐야 한다면, 말을 할 줄 안다는 그의 능력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인간의 조건에 포함이 안 되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정말 생물학적 종으로서의 인간만 인간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요? 인간으로서의 대우는 생물학적 인간만이 받을 수 있는 것인가요?

몇몇 철학자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인간이 가지는 권리의 범위를 더 넓혀서 동물들 또한 인간과 비슷한 또는 같은 정도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우리는 인간이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할 때 인간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특성을 이야기하지만 그런 특성 대부분은 다른 몇몇 동물들에게도 있는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들은 동물들에게 똑같은 종류의 존중을 표시하지 않죠. 반대로 그런 특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인간이라고 인정받기만 한다면, 존중해줍니다. 인간 집단의 이런 이기적인 경향을 몇몇 철학자들은 ‘종차별주의’라고 부릅니다.

종차별주의를 말하는 학자들은 이것을 인종차별주의에 비유합니다. 어차피 몇 세기 전엔 어떤 인간들조차도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인간의 특성’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음에도, 지금 우리의 관점에선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그들을 인간으로 인정하길 거부했던 것이죠. 안타깝게도 이런 경향은 ‘인종차별’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이 만화에서 데이빗을 향해서 ‘데이빗은 돼지다’ ‘돼지는 돼지인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 대부분은 바로 이 종차별주의자의 언행에서 따온 것들입니다.

종차별주의자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주장은 언뜻 들었을 때 상식적이진 않습니다. ‘돼지도 사람’이라뇨. 하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세상은 점점 더 진보해나가고 있기도 하니까요. 흑인을 노예가 아니라 인간으로 대우한 것도 그들이고, ‘동물복지’라는 개념을 만들어내 우리 곁의 반려동물들을 물건에서 ‘동물’로 끌어올린 것도 그들이고, 그렇게 나아가서 인간의 지위와 대우를 끌어올린 것도 그들입니다. 그러므로 종차별주의는, 언젠간 없어져야 할 사고방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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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입니다. 동물권은 윤리와 사상이나 생활윤리 과목의 단골출제 주제 중 하나죠. 동물권과 동물복지라는 개념을 아예 처음부터 만들어낸, 현대의 고전이 바로 이 동물해방이라는 책입니다. 쾌락과 불쾌를 감지하는 능력을 갖고 이를 표현할 줄 안다면 인간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으로 현재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만화책이 말하려는 바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누가 뭐라해도 이 책이 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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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김금숙 지음, 정철훈 원작 / 서해문집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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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말, 조선 정부의 학정과 가난을 견디다 못한 함경도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탈출을 시작해 중국 간도 지방이나 훗날 러시아 영토가 되는 연해주에 정착해 살아갑니다. 이 척박한 지역에서 어떻게든 논과 밭을 일궈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어떻게든 취직을 하기 위해서, 취업을 알선해주는 사람에게 속아, 또는 중국이나 러시아 정부의 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의 철도 부설, 광산, 벌목 작업에 동원되는 공장노동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공사 관계자인 러시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조선인이 아닌 다른 노동자들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통역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도, 당연히 생겨났습니다.

아버지가 하던 통역 일을 이어받으며 중국어, 러시아어, 조선어에 능통한 여성 통역가가 있었습니다.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킴 스탄케비치. 스탄케비치는 첫 남편의 성이지만, 아시아인이고 하층계급 출신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버린 인간인 탓에 이 이름을 자주 쓰진 않습니다. 그는 단순히 통역을 할 뿐 아니라 작업장에서 일하는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관철시키는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해냈습니다. 러시아어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신문물을 접하며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이념, 공산주의라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동시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조국인 조선이 일본에 점령당하고 그들이 러시아의 반공산주의자들과 동맹을 맺고 연해주로 몰려온다는 사실을 알자, 일본에 저항하는 공산주의 운동을 조직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에서 다시 연해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공산주의자이면서 동시에 독립운동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연해주로 돌아가는 그의 앞엔 어떤 운명이 놓여있을까요? 첫 한국인 여성 공산주의자 독립운동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그 이름을 만화로 만나보시겠습니다. 김금숙의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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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연해주입니다.

이 소설에서 우리가 주목해봐야 할 부분은 연해주라는 공간이 지닌 특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알렉산드라의 생애와 활동에서 이곳의 특성이 온전히 드러나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1800년대 말 조선사람들이 건너갈 때만 해도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었지만, 러시아 제국의 정책에 따라 갑자기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급부상합니다. 끝내는 청나라로부터 넘겨받아 러시아의 영토가 됐죠. 학부모 청취자 분들이라면 러시아가 사계절 운영할 수 있는 부동항을 차지하려고 애쓰다가 한반도에 주목해 여기까지 왔다 뭐 이런 내용을 국사시간에 배우시기도 했을 겁니다. 분명히 러시아 영토이고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급속한 경제발전은 이뤄지지만, 모스크바 수도는 저 먼 서쪽 끝이었기 때문에 행정력이 그렇게 꼼꼼하게 미치는 편이 아니었어요. 오죽했으면 모스크바 쪽이 공산주의 물결에 물들고 있을 때, 러시아 제국을 부활하겠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이쪽을 본거지로 삼았을 정도니까요. 이런 공간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입니다. 대체로는 자신이 원래 있던 지역에서 떠나 순수하게 돈을 벌고자 모이는 사람들이었겠지만 말이죠. 조선인 또한 그렇게 모여든 소수민족 중 하나였습니다. 여기엔 청나라 한족도 있었고, 만주족도 있었고, 러시아 사람이나 동유럽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전쟁포로가 돼 공사인력으로 끌려온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공산주의에서 이야기하는, 그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노동자라는 정체성만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 것이죠. 이들은 노동조건의 향상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운동을 조직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를 싼 값에 써서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했던 제국주의 국가들에겐 이런 운동이 영 마뜩찮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정부와 일본 정부는 동시에 공산주의 운동을 탄압하려고 눈에 불을 켜죠. 이 때문에 이 시기의 공산주의 운동은, 김알렉산드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독립운동, 반일투쟁의 성격도 분명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점을 인정받아 김알렉산드라는 2009년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독립운동가로 인정하고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요새도 그런 것 같지만, 우리는 독립운동을 이야기할 때 보통 간도 즉 중국 쪽 국경지대에서 일어났던 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사시간에도 그렇고, 한국 성인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윤동주 또한 간도 출신이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상해나 중경 쪽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배우죠.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연해주 또한 조선 사람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가서 지냈던 공간이라는 점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떠올리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정철훈의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김입니다. 이 만화의 원작이자 모태가 된, 김알렉산드라의 전기입니다. 이 만화책에도 원작자로서 이름이 들어가있기도 합니다. 꽤 두툼한 책이니, 그의 삶과 행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만화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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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1
서이레 지음, 나몬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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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장에 나와 해물을 파는 소녀가 있습니다. 이름은 윤정년. 돗자리에 물건을 깔아놓아 상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목청이 좋아 돈을 받고 노래를 부르는 일을 더 자주 합니다. 어느날 수상한 사람이 찾아와 무대에 서 볼 생각은 없는지 제안하지만, 정년은 왠 사기꾼을 다 봤다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삯바느질로 겨우 돈을 벌 정도로 집안꼴은 비참하고, 가난의 서러움에 어머니와 말다툼을 크게 한 정년이는 그 길로 아까 그 사람을 찾아가 무대에 서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합니다.

정년이 찾아간 곳은 매란국극단, 여성배우만 기용해서 신파적인 주제로 극을 만드는 창작집단이었습니다. 노래를 부르긴 하지만 연극이기에 춤과 동작도 연습해야 하고, 대본에 맞춰 캐릭터를 해석하는 작업도 연습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일을 시작한 것이죠. 게다가 남자 배역도 소화해야 하기도 합니다. 극단 간부들은 정년이의 노래 실력에 주목해 연습생 입단을 허락하지만, 갑자기 굴러온 데다 간부들의 주목까지 받는 통에 정년이는 같은 또래 다른 연습생들의 시기와 질투에 시달립니다. 급기야는 ‘새로 온 주제에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는 심보에 휘말려 연습생 정기 공연 춘향전에서 해석이 가장 까다로운 주조연 캐릭터인 방자를 맡는데요. 정년이는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앞으로 배우로서의 삶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1950년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던 국극을 배경으로 여성 배우들의 땀과 눈물, 노력을 담은 웹툰 정년이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국극입니다.

국극이란 1950년대 유행했던 연극 형식인데요. 우리나라 1900년대 초중반에 등장한 예술 형식이 많이들 그렇듯, 국극도 전통 예술과 이른바 서양예술? 현대예술? 이 혼재된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유튜브 등에 있는 여러 자료 영상을 보면 아실 수 있겠지만, 일종의 뮤지컬이나 오페라입니다. 대신 그 안에서 노래 부분을 우리가 아는 국악의 창으로 합니다. 창이 삽입되다보니 스토리 역시 창 전통에서 가져온 작품들이 많습니다. 이 웹툰 안에서 잠깐이라도 언급되는 유명하고 인기있었던 국극으로는 정년이가 연습생 공연 무대로 데뷔했던 춘향전이라든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사랑을 다룬 자명고가 있네요. 햇님 달님 같은 작품도 유명했다고 하고요.

전통적이지만 동시에 현대적이기도 한 꽤 신선한 형식이라 1950년대 당시에는 엄청난 인기였다고 합니다. 특히 전쟁 직후 특히 여성들을 매우 무겁게 짓누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로만 이뤄진 배우진들이 나와 공연한다는 특성 때문에 당시로서는 금기시되던 여러 과감한 표현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여성 관객이 매우 많았다고 합니다. 이 만화에서도 보면 극초반에 남성 역할을 맡은 배우와 여성을 맡은 배우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물론 부채로 가리긴 하지만요. 국극 연극 장소는 당시 사회적으로 소수자였던 여성들에게 일종의 해방구로서 역할을 하는 공간이었다는 게 많은 연구자들의 해석입니다. 이 만화 또한 그런 면을 매우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설정이나 연출, 대사를 보여주고 있고요.

정년이를 포함해서 만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대부분이 국극 배우들인데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자료를 조사한 범위 내에서 당시 활발하게 활동했던 실존 명창들의 성격을 재현하고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반영해 표현하려 많이 노력했다고 합니다. 배우들에게 열성팬이 쫓아다니면서 결혼식 사진을 찍자고 요청한다든가, 무대에선 멋지지만 무대 밖에선 여전히 여성으로서 차별을 겪는다든가, 극단 내에서 있었던 여러 경쟁이나 심리전, 시기, 질투같은 것들도 말이죠.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웹툰 정년이입니다. 책 정년이를 가져와놓고 웹툰 정년이를 추천드리는 게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아직 연재하고 있는 만화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책 내용에 비해 이야기가 꽤 많이 진전됐기 때문에, 책으로 나온 1~3권을 읽고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종이로 출판되기 전에 웹으로 미리 만나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런 재미있는 웹툰 하나 알고 나면, 일상이 조금 따분하고 무료하더라도 새 회차 업로드를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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