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민주의 - 이방인들의 세계를 위한 윤리학 우리 시대의 이슈 총서 1
콰메 앤터니 애피아 지음, 실천철학연구회 옮김 / 바이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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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외국의 문화를 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문화, 우리나라에서 만든 문화 콘텐츠도 외국에서 좋은 소식을 많이 전해주고 있죠. 2000년대 일본의 배틀로얄 신드롬이 2020년 우리나라에서 오징어게임이 됐고, 1990년대 영국과 미국의 보이·걸그룹 트렌드와 2000년대 일본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뒤섞은 2020년대 한국은 BTS와 블랙핑크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한쪽에선 이런 혼합의 흐름에 저항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중국은 ‘자국의 소수민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한국 문화를 중국의 것으로 소개하려들고, 미국은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배척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 트럼프라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외국 얘기만은 아닙니다. 조선족이라 불리는 중국 동포와 중국인들, 우리나라보다 경제적 규모가 다소 작은 나라 사람들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심하게 차별하고 있다는 것 또한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문화의 교차와 배척이 동시에 이뤄지는 이런 시대, 우리가 지녀야 할 올바른 태도란 무엇일까요? 철학자들은 대체로 세계시민주의에 그 답이 있다고 여기고, 바람직한 세계시민주의적 태도가 무엇인지 다양하게 논의해 왔습니다. 오늘 읽을 책은 그 논의 중 하나로, 가나 부족장 가문 출신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철학자인 콰메 앤터니 애피아식 세계시민주의가 무엇인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제가 꼽은 키워드는 세계시민주의입니다.


세계시민주의, 코즈모폴리터니즘이란 말은 자신이 특정한 공동체에 소속돼 있지 않다는 것을 표방하는 이념에서 시작됐습니다. 코즈모폴리턴이란 우주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코스모스와 시민을 뜻하는 폴리테스의 합성어인데요. 고대 그리스의 견유학파 철학자들은 ‘니들은 조그만 공동체에 속한 시민일 뿐이지만, 나는 대우주에 소속된 시민이다’라고 사람들을 조롱하기 위해 이 말을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그러다 이 말은 하나님이 관여하는 단일한 세계에 소속된 사람이라는 말로 이해됐다가, 교통 통신 수단의 발달로 이젠 정말 명실상부하게 지구 전체를 하나의 공동체로 이해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시대에 들어와선 우리가 진짜 지녀야 할 태도를 가리키는 말로 그 의미가 또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특정한 공동체에서 자라나며 ‘인간’이 되는 방법을 배운다는 현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로부터, 그 뒤에는 학교에서, 더 자라서는 회사나 동호회 등 특정한 문화 집단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우리는 사람으로 자라나죠. 이런 현실적 조건 때문에, 좁은 시선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집단이 인정하는 문화만이 옳고 다른 문화는 그르다는 폭력에 빠지고, 그 반대편에선 모든 문화가 옳다면서 서로 건드리지 말자는 상대주의로 빠져듭니다. 완전히 반대편인 것처럼 보이지만, 애피아에 따르면 양쪽 다 생각의 기준이 ‘내 집단’이라는 점에서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폭력이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명백해서 큰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데, 상대주의는 우리에게 철학적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논의할 만한 주제를 던져줍니다. 가치 자체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닌 어떤 것인가, 과연 서로 다른 집단 각자의 문화가 같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가, 그들이 가치에 관해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는 같은 의미를 지니는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모두 동의할 만한 그래서 모두가 같은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반이 되는 보편적 가치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또는 구성이라도 할 수는 있겠는가. 여기에다 ‘보편적’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들이 실제론 서구라는 특정 지역의 가치관을 다른 집단에 ‘보편적’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것이라는 제국주의적 논의까지 더하면, 상대주의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문제의 목록을 대강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런 사고방식에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것을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애피아의 입장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호기심과 대화입니다. 우리가 상대주의의 모든 논변에 동의한다고 해도, 여전히 어떤 인간에겐 다른 집단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저 낯설고 신기하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죠. 그렇게 호기심을 가진 두 인간이 만나면서 두 집단은 서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목록을 확인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려보고, 각자의 기반 위에서 상대의 문화를 재해석하고 수용합니다. 이런 조합은 대체로 인류의 역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고유’의 문화라고,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이런 혼합의 결과물입니다. 이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세계시민주의적 태도는커녕 인류가 쌓아 올린 문화 전체를 거부하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애피아의 입장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마사 누스바움의 <세계시민주의 전통>입니다. 오늘 우리가 다룬 책은 아직 9.11 테러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2006년에 나온 책이고, 현안이나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의 의미를 파헤쳐보는 방식으로 세계시민주의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접근합니다. 보통 이걸 철학에서는 ‘분석적’이라고 말하는데요. 누스바움의 <세계시민주의 전통>은 2019년에 나왔고, 이 책 이후에 진전된 논의와 누스바움 자신의 입장을 포함시켜 역사적인 맥락을 짚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했습니다. 같은 주제를 다루며 다른 접근법과 입장을 지닌 두 책을 비교해보며 읽는 것은 매우 좋은 독후활동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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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는 헛소리 - 욕심이 만들어낸 괴물, 유사과학 과학이라는 헛소리 1
박재용 지음 / Mid(엠아이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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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한 금속으로 이뤄진 팔찌를 차면 음이온이 방출돼 건강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전자기기에서는 전자파가 끊임없이 방출되는데 특허를 신청한 요 패치를 붙이면 전자파를 모두 흡수해준다고 합니다. 분자구조가 다른 이 특별한 물을 마시면 몸에 있는 노폐물이 빠져나간다고 하고, 저 화장품은 화학 제품 성분이 섞이지 않는 천연물질로만 만들어서 피부에 좋다고 합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셨죠? 


거짓말입니다. 뭔가 과학적으로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그런 효과가 어떤 연구를 통해 입증됐는지, 정부 기관으로부터 인증받았는지, 확인해보셨나요? 무엇보다도, 그런 말을 통해서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구고 손해를 보는 것은 누구인가요? 이런 점을 잘 생각해보는 데 도움을 주는 책, 박재용의 과학이라는 헛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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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유사과학입니다.


유사과학, 영어로 하면 수도사이언스(pseudo-science)입니다. 과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동원해 뭔가를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엉터리 설명인 경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나 현상을 기반으로 한 미신이나 종교와는 다르고, 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지만 그 자체를 증명하기엔 대단히 어렵거나 불가능한 과학적 이론이나 철학과도 다릅니다.


유사과학이 과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동원해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려는 이유는,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다양한 학문 분야 중에 가장 높은 지적인 권위를 갖는 분야가 바로 과학, 특히 자연과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과학’이라는 기호가 가진 지위를 빌려 옵니다.


이들이 권위를 빌려오려는 의도는 ‘이익’입니다. 주로 돈을 버는 것이지만, 유명해지고 싶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내 말을 사람들이 믿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실린 것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과학적 작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과학자나 공학자들마저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가 유사과학을 믿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 자신의 권위를 유사과학의 융성을 위해 기꺼이 내주기도 합니다. 당사자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사람들은 TV에서 ‘의학정보’를 제공해준다고 하는 프로그램에서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복권을 긁는 것과 비슷한 심리로 유사과학을 믿습니다. 저는 ‘혹시 모르잖아’라는 문장으로 요약하는 태도인데요. 나에겐 미지의 것인데 누군가가 ‘이거 좋다니까’라고 이야기할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행위의 경우의 수를 표로 그려보면 실제 효능과 상관없이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쪽이 이익이거든요. 특히 이게 ‘이거 위험하다니까’라는 공포 마케팅으로 전환하면, 이익보다 손해에 훨씬 민감한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쪽을 선택합니다. 그러면 효능과 상관없이 ‘기분’이 좋거든요.


이런 헛소리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과학적 태도입니다. 과학적 태도란, 어떤 명제에 대해 우리의 감각과 도구를 이용한 관찰 결과와 현상에 기반해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재현가능한 것인지 따져보는 태도를 말합니다.


제가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과학적 태도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현재 우리가 일궈놓은 과학적 성과 또한 ‘진리’라고 말할 수 없다는 수많은 철학적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불안정한 과학적 지식이 우리가 현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대상들이기도 합니다. 이들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과학적 태도’를 지닌 연구 결과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카카오 웹툰 ‘유사과학 탐구영역’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유사과학을 만화 형식으로 친절하게 소개하는 만화입니다. 유사과학을 이용해 상품을 팔고 싶어 하는 잡상인과 그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생명과학과 대학생이 주인공입니다. 책이라는 매체 자체에 약간의 지루함이나 거부감을 느끼신다면, 만화로라도 읽으시는 게 여러분의 정신건강과 지갑을 안전하게 지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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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사상 공부의 기초 - 미국의 토대를 이해하는 법 공부의 기초
조지 캐리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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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사전투표가 시작되고 대선이 막바지에 다다릅니다. 민감하지만 중요한 주제, 당장 선거에 나온 후보들이 어떤 생각과 말을 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이럴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정치’의 근본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지요. 걸음을 더 떨어뜨리려면, 우리나라 얘기보단 남의 나라 얘기로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는 게 더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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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적으로 미국의 건국은 매우 독특한 사건입니다. 기존에 없었던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신경 쓸 것도 많았습니다. 통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기본권으로 인정해야 할지, 국가를 구성하는 각 부서 사이에 권한은 어떤 정도로 규정해야 하는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지 등등. 이들은 미국 건국에서 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국가를 운영하는 데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런 질문에 대답하면서 미국에 독특한 정치사상 전통을 만들어 왔습니다. 새로운 정부를 만들자마자 당장 통치를 시작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론적인 고민 못지않게 실용적인 방안 또한 여러 방면으로 생산했습니다. 그리고 이 건국의 아버지들의 생각이 집약된 미국 헌법은, 미국의 맥락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참고할 만한, 국가 운영의 핵심 질문에 대한 표준적인 답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선거철엔, 이에 관한 책을 읽는 게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마주한 고민이 바로 국가 운영의 핵심 질문과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헌법을 중심으로 미국의 정치사상을 개괄한 아주 얇지만 핵심이 잘 담긴 책, 조지 캐리의 미국 정치사상 공부의 기초를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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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미국 혁명입니다.

보통 서구 정치사에서 중요한 혁명을 꼽으라면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혁명, 그리고 미국 건국이 들어갑니다. 이 셋은 각 지역의 역사적 전통만큼이나 성격도 많이 다릅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미국의 건국은 적대자 없이 나라를 처음부터 만드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새롭게 나라를 만드는 처지였던 전 세계의 수많은 정치공동체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학계에선 ‘미국 건국’ 작업이 진행된 시기를 1700년대 중반 영국이 ‘선의의 방관’을 끝내고 아메리카 식민지에 대해 강압적인 정책을 쓴 때부터 1800년대 초반까지 거의 70년으로 잡는다고 합니다. 여기에 견줘보면 우리나라도 1948년 형식적 건국 이후에 지금까지 나라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은 땅덩이로나 경제 규모로 따지면 각 주가 거의 우리나라 크기죠? 게다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기엔 지역별로 독립성도 대단히 강했고요. 미국이라는 나라를 만들려 할 때 제기된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과연 하나의 정치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필요할까, 또 이전에 그렇게 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이긴 할까 하는 것입니다. 제 설명이 너무 거칠긴 하지만, 이 질문을 중심으로 벌어진 건국의 아버지들 사이의 견해차를 흔히 연방주의자 대 반연방주의자 논쟁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민주주의를 추구할 것인지 또한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마냥 ‘바이 더 피플 포 더 피플 오브 더 피플’ 하는 것이 과연 미국이라는 국가의 지향점인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다수 시민의 폭정을 막기 위해 정치적 권리를 제한해야 건전한 정치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 국면에서 대체로 반연방주의자들은 직접민주주의와 이를 구현하기에 알맞은 작은 정부를 지향했고, 반대로 연방주의자들은 큰 정부에서도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며 반연방주의자들을 설득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제한을 달아놓는 전략을 택했다고 하고요.

미국 건국 과정에서 나온 서류들은 이처럼 정치 행위의 핵심 문제들을 건드리기 때문에, 이후에 정치 행위를 하려는 사람들과 정치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다만 이들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만든 문서를 해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을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데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이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후 미국의 정치 이념 논쟁은 곧 헌법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관한 논쟁으로 곧잘 번져나갔고, 그러다 보니 헌법 해석의 역사를 보는 것이 곧 미국 정치사상의 변화를 보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에 관한 아주 핵심적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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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함께 추천드리는 책은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입니다. 한글로는 연방주의자 문서라고도 불리는 이 책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헌법을 기초하는 과정에서 발표한 글이나 서로 주고받은 편지 중 중요한 것들을 묶어놓은 것입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윤리와 사상이나 생활윤리 시간에 배우는 학자들이 쓴 책과 더불어 정치사상이나 정치사의 고전이라고 평가받는, 풍부한 아이디어의 원천이니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고 넘어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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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 도덕을 추구했던 경제학자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카시마 젠야 지음, 김동환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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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창시자. 국부론의 저자. 우리가 아는 ‘경제학’이라는 분야를 만든 바로 그 사람. 자유경제, 시장경제, 보이지 않는 손.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애덤 스미스의 모습이죠.

다음은 어떤가요? 1723년에 태어나 1790년에 죽은 철학자. 인간 본성으로서의 공감 개념을 도덕적 판단의 전면에 내세운 도덕감정론이라는 전 유럽 베스트셀러 윤리학 책의 저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 도덕철학과 교수. 강의 과목은 윤리학, 법학, 문학비평. 평생 신앙을 저버린 적이 없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바라본 애덤 스미스의 모습입니다.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간극이 있죠?

이처럼, 애덤 스미스도 인류의 역사 속에 실제로 살았던 인간으로서 그가 위치한 맥락이 있을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는 교과서 속에서 책 속에서 너무나도 많이 들어보셨을 테니, 오늘은 그런 주장이 나온 과정 그리고 그 주장이 후대에 끼친 영향을 역사적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 작업에 도움을 줄 만한 책, 일본 원로 경제학자 다카시마 젠야의 애덤 스미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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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애덤 스미스입니다.

우선 책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드리면, 이 책은 일본 이와나미 신서로 발행된 책입니다. 이와나미 신서는 특정한 주제에 대해 교양으로서 알면 좋을 법한 내용과 학자들 사이에서 거의 이의 없이 확립된 내용을 그 주제에 정통한 학자가 짧게 줄여 쓴 일본의 문고판 도서 시리즈인데요. 일본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긴 하지만, 내용의 분량이나 수준에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또는 그에 준하는 독서인이 알아두면 좋을 소재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이 방송을 듣고 있는 청취자 여러분을 위한 시리즈라는 이야기입니다. 1927년에 신서 1편을 처음 찍어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책 애덤 스미스는 1968년에 초판, 1990년에 재판을 찍었네요.

이 책이 애덤 스미스와 관련해 주목하는 부분은, 그의 주장 자체라기보단 그의 주장이 위치한 역사적 사회적 맥락입니다. 그가 쓴 국부론의 핵심 근거인 ‘노동이 가치의 원천’이라는 주장은 금과 은을 가치의 척도로 보던 당대 중상주의에 대한 반대에서 나온 것이면서, 동시에 자연과 노동의 결합이 가치를 창출한다고 주장한 중농주의의 영향을 받는 결과물입니다. 노동의 분업을 통해 공업 노동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 바로 옆 나라 잉글랜드 특히 런던에 비해 산업의 측면에서 뒤처져 있던 자신의 조국 스코틀랜드에 경제적 비전을 제시하려 한 사람이기도 하죠.

스미스는 경제적 활동을 사회 운영 원리의 핵심으로 들여오면서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유죠. 하지만 그 경제적 활동이 정치와 도덕 궁극적으로는 법을 경유한 국가의 활동에 의해 제어돼야만 시민 사회로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 점에서 정치체로서의 시민 사회라는 이전 세대 정치 사상가들의 아이디어를 고스란히 물려받기도 했습니다. 시민 사회 운영 기구인 국가의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은 몽테스키외로부터 받은 영향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이전 세대의 영향을 담뿍 받아 만개한 결과물이 애덤 스미스인 만큼, 그의 주장은 다시 여러 해석과 비판으로 흘러나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됩니다. 이 책에서 이른바 ‘스미스의 아들’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학자는 프리드리히 리스트와 카를 마르크스입니다.

리스트는 부를 더 많이 창출하기 위해선 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반-중상주의적 발상이 산업 선진국의 국제적 지배전략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국제주의자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론 애덤 스미스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옹호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마르크스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분석한 결과 노동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분업이 실제로는 자본을 소유한 자들에게 잉여가치의 형태로 이윤을 제공한다는 점, 나아가서 자본 자체가 독립적인 법칙으로 움직이며 사람들이 자본이 재생산되도록 행동하게 강제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업적 모두, 스미스가 없었다면 아예 나오지 못했을 주장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애덤 스미스는, 그의 주장이 그 자체로 중요한 만큼이나 그에게 영향을 미친 그리고 그가 영향을 미친 맥락 또한 눈여겨봐야 합니다. 초판이 1968년에 나온, 50년도 더 된 아주 오래된 책이지만 지금에도 여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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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함께 추천드리는 책은, 예전에도 한 번 추천드린 적이 있는 데니스 라스무센의 <무신론자와 교수>입니다. 예전에 데이비드 흄을 다룰 때 말씀드린 것처럼, 두 사람은 학문적 인간적 절친입니다. 오늘 읽은 책에서도 나와 있는 것처럼 애덤 스미스는 병으로 죽을 위기에 처하자 유언 집행인을 흄으로 지정했을 정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의 학문적 교류, 또 애덤 스미스라는 경제학 거인의 내면을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한 시도로 이 책만큼 적합한 콘텐츠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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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와 여우 - 우리는 톨스토이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이사야 벌린 지음, 강주헌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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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큰 것 한 가지를 알고 있다. 고대 그리스 극작가인 아르킬로코스의 말입니다. 미국의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은 이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상가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두 가지로 분류해봅니다. 하나는 역사의 흐름 전체를 포괄하는 법칙이 있다고 주장하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란 단지 사람들 각자의 행동의 총합일 뿐이라고 이해하는 쪽입니다. 앞쪽이 고슴도치 타입, 뒤쪽이 여우 타입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청취자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벌린은 이 관점으로 톨스토이의 소설을 분석합니다. 철학자도 사상가도 아닌, 소설가인 톨스토이를? 하지만 벌린의 관점에서 톨스토이는 소설이라는 수단으로 철학과 사상을 펼쳐 보인 사람입니다. 또 이 점에서 다른 사상가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면모를 선보이는데, 바로 톨스토이는 고슴도치도 아니고 여우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벌린이 톨스토이의 어떤 부분에 주목한 것인지,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확인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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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톨스토이의 소설에 대한 비평이기도 합니다.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벌린은 톨스토이의 소설이 역사의 본질에 관한 특정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톨스토이의 소설과 논설을 분석해 들어갑니다.

만약 소설이라는 수단을 톨스토이가 의도적으로 채택했다면, 이 선택은 톨스토이가 역사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구체적 이야기’가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사건에 얽힌 사람들은 어떤 선택과 행동을 했는지, 그 선택과 행동을 감행한 내적 동기는 무엇인지. 한 사람의 삶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고유하다는 특성을 띱니다. 청취자 여러분과 제 삶이 다르고, 매일 아침 같은 직장에 출근하면서도 모두의 출근 이유가 다르고 각자 서 있는 자리가 다르듯, 단 하나뿐인 각자의 삶은 고유합니다. 그 삶 속에선 옳고 그른 것과 무관하게 각자의 판단이 자리 잡고 있고, 톨스토이는 그 흐름에 대한 관찰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낱낱이 적어 내려 갑니다. 이것이 톨스토이가 ‘여우’로서 갖는 특성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유한 삶이 개인으로선 통제불가능한 갖가지 조건에 의해 규정되기도 한다는 점은, 삶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사람의 눈에는 쉽게 드러납니다. 우리가 흔히 ‘역사의 흐름’이라고 이름 붙이는 어떤 것이죠. 다만 누가 그런 것을 만들어내는지, 누가 그런 흐름의 창조와 변화를 주도하는지 우리 눈에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다 벌어지고 마무리된 뒤 우리와 우리의 이웃과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되돌아보면, 우리 모두의 행동이 모여 그런 흐름을 만들어왔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더 나가면 애초에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행동을 할 수도 없는 존재라는 자각도 얻죠. 역사에 대해 이런 감각을 갖는 것은 톨스토이가 지닌 고슴도치로서의 면모입니다.

어떤 사상가들은 과학적 작업을 통해 이런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고, 자신이 그걸 알아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책이 ‘고슴도치’라는 단어로 가리키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이런 경향을 거부합니다. 마치 원자나 분자를 연구하듯 인간을 관찰하는 관점은 인간의 고유성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를 지워버리고, 마치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 ‘흐름’에 맞지 않는 고유성을 폐기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에서 그가 주장하는 ‘시골 농부의 소박함’의 소중함이 등장합니다. 세상을 설명해준다고 자처하는 온갖 지식은 오히려 지혜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뿐이므로, 오히려 그런 불필요한 요소를 떨궈버리는 게 세상을 통찰하는 힘을 갖는 방법이라는 게 톨스토이의 입장입니다. 이것이 톨스토이가 거부했던 고슴도치의 면모입니다.

흔히들 요즘이 역사의 격변기라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많은 것이 바뀌고 있으니까요. 이럴 때에 톨스토이의 소설과 글 속에서, 이것을 비평하는 이사야 벌린의 비평에서, 각자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찾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함께 추천드리는 책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입니다. 뭐, 말이 필요 없는 고전이죠. 오늘 다룬 책은 장르를 구별하자면 ‘비평’인데, 무엇을 비평하는지 알아야 그 의미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톨스토이의 대표작이면서 동시에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을 같이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학기 개학 직전인 이런 때에, 학기 시작하면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이런 장편 고전 딱 읽고 들어가는 것도 좋은 시도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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