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고대의 기원이자 현대의 요람이다. 도시는 그 주변을 이끌어가고, 권력을 행사하고, ‘상대적’으로 진취적이기 때문에 우월한 위치에 서 있다. 이것은 어느 시대에나 진실이었다. 그렇다면 19세기의 도시에서 새로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 P760

도시는 지구의 보편적 현상이다. 국가는 유럽인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도시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도시문화는 (북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독립적으로 일어났다. 중동의 나일강 유역과 지중해 동부, 중국과 인도, 훨씬 훗날의 일본, 중부아메리카, 사하라 이남지역에서 각기 독자적인 도시문화가 형성되었는데 대부분의 경우 농업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다.
도시의 물리적 형태와 생활방식은 유럽에서 전래된 것이 아니다. 유럽에서 발생한 ‘근대적인’ 도시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거의 하나도 예외도 없이 강인한 토착 도시문화와 충돌했다. - P763

19세기 동안 ‘도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특히 19세기 후반은 도시화가 고도로 진행된 시기였다. 역사상 어떤 시대도 사회생활에서 19세기와 같은 공간 밀도의 변화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도시인구의 증가속도는 이전 몇 세기보다 훨씬 빨랐다. 영토가 광활한 몇몇 국가에서 유사 이래 처음으로 도시 주민의 생활방식이 경제와 문화 영역에서 주도적인 생활방식이 되었다. - P764

도시의 찬란한 현대성은 (긴 역사에 비추어보면) 순간일 분이다. 때로는 현대성이 지속된 기간은 수십 년에 불과했다. 현대성은 질서와 혼란의 평형, 인구의 유입과 유효한 기술구조의 융합, 구조화되지 않은 공공 공간의 개방, 탐색과 시험 가운데서 흘러나온 에너지였다. 현대화의 전제는 ‘전통’ 시대가 끝났을 때에도 도시가 여전히 특정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며, 동시에 비도시와 구분되는 특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광대한 면적과 분산된 인구, 여러 개의 위성도시로 구성된 다축 방사형 거대도시에는 내부의 경계도 외부의 경계도 모호하고, 도시의 착취대상이자 도시주민이 ‘소풍’이란 명분으로 소비했던 교외지역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의 19세기는 대도시의 형성과 함께 종말을 고했다. - P771

지금까지 도시화는 기계화된 공장식 생산의 보편화와 함께하는 도시 규모의 급속한 성장이라는 좁은 의미로 해석되어왔다. 도시화와 공업화는 동전의 양면으로 인식되었다. 이런 관점은 이제 설득력을 잃었다. 오늘날 도시화란 더 넓은 의미에서 사회발전의 가속화, 인구 밀도의 증가, 전혀 다른 환경 아래서 진행되는 사회구조의 재편과정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인간이 더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의 형성이다.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더 빠르게 정보를 교환하고, 그것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양호한 제도적 환경에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P773

근대 초기에 유럽 도시 인구의 절대치는 중국 일본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고 동아시아에는 더 많은 거대도시가 있었다. 유럽은 1550년 이후 첫 번째의 도시화 물결을 경험했고 1750년 이후 두 번째의 물결을 경험했다. 도시인구의 비중은 1500년에서 1800년 사이에 두 배로 높아졌다. 1650~1750년에 유럽의 도시화 정도는 일본에 비해 약간 낮았고, 장강 하류지역과는 근접했고 중국 전체의 수준보다는 높았다. - P782

도시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흔히 비교분석을 통해 도시의 구조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관심사는, 대 중 소도시 사이의 관계가 궁극적으로 ‘협조적’이냐 하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19세기에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온전한’ 도시 등급체계가 있었다. 코펜하겐과 스톡홀름으로 대표되는 덴마크와 스웨덴은 이런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상트페테르부르크(1913년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였다)와 모스크바를 제외하면 큰 도시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 19세기 90년대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사라토프의 인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1/10에 지나지 않았다. 국가 중앙권력의 명령에 따라 건설된 전형적인 주청부 청사 소재지인 이 도시는 주로 행정과 군사적 고려에서 나왔고 그 기능 또한 시종 이 범주를 넘지 않았다. 역동적이었던 제정시대 말기에도 이 도시의 인구는 5만 명을 넘지 않았다. 등급이 분명한 도시체계가 없는 것이 러시아 현대화의 중요한 장애였다. 일본은 반면에 등급이 분명한 도시 계보의 이상에 비교적 근접한 나라였다. 중국도 역사적으로 이런 특징을 갖추었으나 19세기에 인구 1~2만 명 사이의 소도시는 중국에서 찾기 어려웠고, 대도시의 빠른 성장도 소수 대도시에 국한되었으며, 이 도시들조차도 한결같이 해안지역 또는 해안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 P784

한 사회의 탈도시화는 개별 도시의 위축을 수반한다. - P789

19세기에 도시의 성장은 과거의 어떤 시기보다도 시장과 민간 추진력의 영향력을 많이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역동적인 몇몇 대도시의 성장은 ‘민간부문’의 역량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런 도시는 더는 권력과 귀족문화의 중심이 아니라 정치적 위상이 높은 도시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업의 중심지였다. - P794

대부분의 도시체계는 개방적이었다. 19세기에 민족국가가 이미 형성된 지역에서는 국가는 점차 국가경제의 조직자로 진화해갔고 도시의 공업화는 국가경제 안에서 역할의 중요도가 높아갔다. 이와 동시에 ‘거대’도시는 교역 이주 통신의 국제적 네트워크와 직접 연결되었다. 대도시는 자본의 집적과 분배를 담당하고 동시에 ‘국가 간’ 연결의 기반 역할을 했다. 도시의 발전은 국가형성의 직접적인 결과도 아니고 공업화의 부수현상도 아니다. - P796

도시체계의 함의는 두 가지 방식—수직과 수평—으로 해석될 수 있다. 수직적 해석은 피라미드 모형을 차용한다. 가장 밑바닥에는 무수한 마을이 자리 잡고 있고 정상에는 핵심 지역이 자리잡고 있다. 중간에 규모에 따라 여러 정착지가 계층을 이루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농촌의 정기 시장도 있고, 고정된 시장 조직을 갖춘 소도시도 있고, 서비스와 관리기능을 함께 갖춘 중형 도시도 있다. 수평적 해석에서는 도시 사이의 관계, 도시가 소속되어 있으면서 도시 기능과 발전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를 관찰 대상으로 한다. - P798

한 도시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게 되면 단일한 기능으로 그 도시의 성격을 분류하기 쉽지 않다. 이때 도시는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도시는 흔히 다원적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든 노동력을 고도로 특화된 분야에 집중하는 도시가 있다. - P803

한 국가의 수도는 인구의 다소에 관계없이 정치적 군사적 권력 중심으로서 다른 도시와 구분된다. 그 밖의 특징도 모두 여기서 비롯된다. 수도는 최고 통치자의 거주지이며 중앙 관료기구의 소재지이다. 수도의 노동시장은 흔히 다른 도시에 비해 서비스업에 기울어 있다. 수도에서 사는 주민들에게 통치자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어떤 정치체제이든 수도는 대중정치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 P809

19세기에 지구상에서 극히 소수의 도시만 런던과 파리 모형을 따라 각종 기능을 한곳으로 집결시킨 전능형 도시로 발전했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활력이 넘치는 대도시라도(예컨대, 도쿄와 빈) ‘제2도시’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로마에서는 이원관계의 연원이 다른 곳에 있었는데, 그것은 세속정권과 바티칸 사이의 대립이었다. - P814

19세기 30, 40년대의 맨체스터가 ‘충격의 도시’라고 불렸던 이유는 도시의 구체적 공간 때문이었다. 이 도시에 들어선 많은 7층 높이의 공장건물들은 미학적 고려나 도시경관과의 조화라는 개념은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 이런 풍경이 흔하게 늘어선 곳은 도시의 중심지역이 아니라 교외지역이었다.
어떤 도시는 완전히 공업지역으로서 건설되었고 오랫돈안 공업이 도시의 유일한 존재목적이었다. - P820

맨체스터, 버밍엄, 리즈 같은 도시는 대중의 참여라는 자신만의 자원을 동원하여 공업화 초기단계에서의 혼란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들 도시는 박물관과 시립대학을 설립하여 공동체 기반시설을 개선했으며, 위엄 있는 건물을 세워 장소의 권위를 높였다. 공장지역 주거지의 형태는 다양했다. 대형 공업도시의 빈민굴처럼 생활환경이 열악한 원시적인 판자촌도 있었지만 작업장과 노동자들의 주거환경이 견딜만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기업적 가부장제의 전시장으로서 공장주도 함께 사는 주거지역이 있었다. - P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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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21년이 다 끝나가고 있다.


오늘은 회사 자체적으로 일괄 연차 쓰고 휴무라

여유 있게 일어나서 집안일 좀 하다가 먹다 놀다 책 한 권 읽으니 하루가 후딱 갔다.

2021년 마지막날이라고 해서 별다를 것은 없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가 삶의 모습들이 다를뿐.


춥기는 해도 미세먼지 없고 께끗해서

오후에는 길을 걸었다.

잘 안 움직이지만 걷는 것은 좋아한다.

발목이 좀 좋지 않아서 아주 많이 걷지는 못하지만 만보 정도는 괜찮다.

나온 김에 다이소 가서 이것저것 눈요기도 하고

커피 테이크아웃해서 길을 걷는데 참 좋았다.



- 알라딘 인문 레터에서 건진 책들


고려사 전문 박종기 선생님께서 고려사만이 아닌 이후 사료들을 통해서 입체적으로 본 고려사 인물 열전을 펴냈다.

고려사 시기별로 몇 명의 인물을 뽑았다.


이미 보관함에 담아둔 책이지만 보자마자 반가워서^^

이리가레의 철학박사 학위논문인 『반사경』은 수많은 남성 철학자 및 프로이트와 라캉의 이론을 남근중심주의 담론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하며 서양철학사를 새롭게 다시 쓴 문제적 저작이라고.

11월에 읽었던 하나이지 않은 성 처음부터 막혀서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 좀 도움이 될까 싶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이 자유주의에 등을 돌리고 좌경화된 까닭을 담고 있다 한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밀레니얼 세대들은 어떠한가 비교하는 지점도 생길 것 같다.




이렇게 2021년이 저물고 있다.

2022년도 건강하게,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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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31 22: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괄연차 좋네요~!! 날씨가 춥고 발목도 안좋으신데 만보나 걸으셨다니~! 21년 마지막남은 두시간 잘 보내시고 22년 복 많이 받으세요 ^^

거리의화가 2021-12-31 22:23   좋아요 3 | URL
네 꿀휴가를 보냈습니다. 날씨는 추운데 낮에 돌아다닌거라 괜찮았어요ㅋㅋ
새파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도 화이팅입니다!

mini74 2021-12-31 2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득템하신건가요. 내년엔 발목 좋아지시길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거리의화가 2022-01-01 07:26   좋아요 0 | URL
네 매주 알라딘 인문 레터를 받고 있는데 그 와중 괜찮은 책들은 찜해놓고 읽곤 해요 발목은 예전에 일본 갔다가 너무 많이 걸어서 발목에 염증이 생긴 이후로는 컨디션이 안 좋거나 무리해서 걸으면 발목이 시큰해지더라구요. 미니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cott 2021-12-3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별다를것 없었던 마지막날이였지만 화가님
2022년 새해 행복가득 복🐯 마뉘

거리의화가 2022-01-01 07:27   좋아요 1 | URL
별다를 것 없는 하루가 요즘은 제일인 것 같아요 건강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게 행복인 것 같습니다. 스콧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책읽는나무 2022-01-0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화가님^^
평범한 하루 하루도 알고 보면 소중한 하루인 거겠죠?
올 한 해도 평안하시고 행복하시길요♡

거리의화가 2022-01-01 09:29   좋아요 1 | URL
네네 나무님도 매일 소중한 일상 만들어나가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2-01-01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거리의 화가님 2022년 첫날 만나뵙네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책으로 좋은 이야기 만들어가요~^^

거리의화가 2022-01-01 10:18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반갑습니다 오며 가며 계속 만났는데 이제야 친구신청을ㅋㅋ 뒤늦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 자주 뵙고 이야기 나누어요!
 

현대 여성 심리학은 무기력하고 박탈된 조건을 반영한다.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여성의 많은 특질들, 즉 직관력이나 동정심과 같은 특질들은 생물학적인 경향이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어떤 결함이나 가부장제가 부과한 필요를 통해 개발되어왔을 것이다. 여성의 정서적인 ‘재능’은 성차별에 의해 발생한 전반적인 비용의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자유와 위엄을 판 대가로 사들인 특질들을 낭만화하는 것은 비논리적이고 위험하다. 그런 특질이 비록 ‘훌륭한’ 것이며, 노예 상태를 조금이나마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고 하더라도, 압제자의 분노와 슬픔을 달래어 하루 정도 더 그의 손을 붙들어둘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 P484

많은 면에서 서로 유사하기는 하지만 여성들은 집단과 관련해서 볼 때 남성들보다 훨씬 더 많이 고립되어 있다. 여성들은 공적인 집단이나 권력집단으로 통합되지 않는다. 어머니로서 여성들은 (성장하고 나면 어머니를 떠나는) 아이들과 ‘집단화’되어 있으며, 일시적이고 피상적으로만 다른 여성들과 연결되어 있다. 공원에서, 여성이 보조적인 기능을 하는 곳에서, 이성애주의자들의 파티 등에서만 서로 뭉친다. 이처럼 여성들은 필수적인 임금 노동보다는 ‘자유롭게’ 선택한 사적인 생활에서 연결될 때 서로 일시적으로 친구가 될 뿐이다. - P494

전통적으로 남성뿐 아니라 여성은 남성의 희생이나 협력보다는 다른 여성의 도움이나 희생을 보다 쉽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그런 기대가 비교적 안전하고 성공 확률이 높다. 이는 심리적으로 우리 문화가 남성에게 보다 높은 가치를 매기면서 남성이 최고가 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여성들끼리 서로를 ‘감시 단속’하는 역할을 부여했음을 나타낸다. 심지어 페미니스트 운동에서도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특정한 지원을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알고 지내는 남성으로부터도, 혹은 자선 기관이나 산업체, 정부와 같은 공적이고 남성적인 관계당국으로부터도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다. 특정한 지점을 넘어서면 여성은 남성에게 무엇을 하도록 강제할 수가 없다. 남성들의 신체적 성적 보복이나 더 나아가 경제적으로 버림받는 것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 P501

페르세포네-프시케-신데렐라로서의 여성은 특정한 것을 성취할 수 없다. 여성이 여성의 자격으로서 세계 평화나 보편적인 개인의 행복과 같은 목적을 남성이 성취하는 것보다 쉽고 빠르게 성취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와 반대로 힘없는 인간으로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욱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남성은 사회계급상 상대적으로 힘이 있기 때문에 ‘여성적’ 특성이 공적인 영역으로 흡수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이 공적 영역에 참여하기 위해 ‘남성적’ 특성을 갖추도록 장려하는 것에 반대할 것이다. 여성이 처음으로 조직화해 성취를 이룬 것은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자녀 양육, 낙태, 피임과 같은 이슈와 관련된 것들이다. 집단으로서, 이익집단으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여성들은 이제야 경제 종교 전쟁 평화 과학 예술 등의 보다 ‘중대한’ 이슈들을 다루기 시작하고 있다. - P506

나는 이성에 의한 강간과 임신이라는 생물학적인 사실과 의미가 가부장제 가족을 구성하는 주요 요인이었다고 믿는다. 남성들이 자신의 유전적 불멸성을 증명하려는 욕구 또한 주요 요인이었다. 이러한 욕구가 너무 강렬해서 남성들은 자녀가 자신의 정자로부터 창조되었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 당연히 여성의 몸을 식민화하고 여성의 자유를 제한할 자격이 있다고 여겼다.
여성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 강간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니라 혁명적이다. 여성이 잠재적인 전사(물리적인 방식을 포함하여 단어가 지닌 모든 의미에서)로 간주되는 것 역시 시대착오적이 아니라 혁명적이다. 만약 이런 일들이 실현된다면 현대 생활에 급격한 변화가 일 것이다. - P516

의식이 기적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여성이 권력을 획득하지 않고 가부장제를 물리치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 P517

내가 성별 간 전쟁을 시사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전쟁을 치러왔다고. 그리고 그런 전쟁에서 여성은 언제나 패자였다고. 여성들이 이런 사실을 거의 눈치채지 못한 것은 남성이 ‘승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 반면 여성은 ‘패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여지껏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던 것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우리가 이미 치르고 있었던 성별 전쟁의 비전은 좀 더 확실해질 것이다. - P523

여성은 다른 사람의 힘과 기술에 대한 사랑과 의존을 자기 자신의 모든 힘과 기술에 대한 사랑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성은 정서적 현실의 핵심으로 곧장 들어갈 수 있다고 간주되는 만큼이나 신체적 기술적 지적 현실의 핵심으로도 곧장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훈련과 용기와 신념과 분노와 행동할 수 있는 능력과 벅찬 기쁨과 절박함이 요구된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지략 있는 여성만이 다른 여성과 이런 것들을 공유할 수 있고 필요한 자원을 축적하기 위해 이런 것들을 이용할 수 있다. - P525

여성은 세계를 ‘구하기’에 앞서, 남편과 아들을 ‘구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과 딸을 ‘구하기’에 나서야 한다. 여성은 오로지 배우자나 생물학적 자녀를 갈망하고, 보호하고, 보살피는 외골수의 무자비함을 자기보존과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무자비함’으로 바꾸어야 한다. - P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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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사 공부에 다시 재미를 붙이다. 

올해 초 한국통사 북클럽을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다양한 시선에서 보는 공부는 역시 즐거웠다.

2013년에 한국사와 세계사 전반을 훓는 수업을 받았었다.

이후 한국사에 관심을 갖게 되어 시험도 보고 지금까지 공부를 계속 해오고 있다.

꾸준히 관련 잡지를 읽고 정리하고 책을 읽는 시간들을 가진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들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어느 순간 새롭지 않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오만이었다. 

공부할 것은 많지만 더 이상의 발전을 느끼지 못해서 스스로 후퇴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사의 이것 저것 얕게는 알고 있었어도 깊이 있는 지식은 여전히 부족하고

한국사와 세계사를 연계해서 공부해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고 나니 재미가 다시 생겼다.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는 역사 공부가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















2. 사서 공부를 시작하다.

한국사 공부와 연결되는 지점인데

한문을 모르니 답답한 부분이 커서 천자문부터 시작하여 사자소학, 추구, 명심보감, 소학 등을 보고

드디어 올해 논어를 다 읽었다.

내용은 고루하고 옛스럽지만 확실히 옛 고전 중 사서삼경에서 따온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맹자까지 읽으려고 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원래 어떤 공부든 시험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인데 하려다 그만두었다.

한자 자체를 외우는 것은 한문 공부와는 별개로 느껴져서다.

그리고 시험만을 위해서 공부하는 것은 의미도 없다 느꼈다.

시험 보고 얼마 후면 잊어버릴텐데 뭐하러~?

한문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느낀다.

내년에는 맹자, 중용 모두 끝내는 것을 목표로 이어나가야겠다.


3. 신문을 구독 시작하다.

시사인을 정기구독 연장하고 한국일보를 정기구독 신청하면서 주간지와 일간신문을 함께 보게 되었다.

더 이상 인터넷에서 생각하지 않고 올려대는 복붙 기사와 가짜 뉴스, 포탈의 이익에 편향된 기사들만 올라오는 것을 보는 것이 피로하게 느껴졌다.

일간신문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보통 보수 쪽 뉴스 한개와 진보 쪽 뉴스를 함께 보는 게 좋다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보기에는 시간도 허락하지 않고 너무 부담스럽다 느껴졌다.

그래서 중도 쪽 신문이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하다 서울신문과 한국일보로 추려졌고 그 중 한국일보로 결정했다.

젠더 이슈를 다루는 칼럼들을 주기적으로 싣고 있고 책이나 문화 쪽, 그리고 사설도 전반적으로 괜찮은 것 같아서 선택했다.

신문을 보기 위해 일어나는 시간을 30분 이상 앞당겨야 했고 

꼼꼼하게 읽지는 못하지만 오피니언과 사설 란은 매일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나의 의견까지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더 금상첨화겠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해도 보는 것만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마음에 드는 기사는 이미지로 저장하여 에버노트에 매일 스크랩하고 있다.

시사인은 언제나처럼 주간지 중에서 아직까지 나의 기호를 만족시켜주는 주간지이다.

보도 뉴스는 이래야 한다라는 기준을 항상 충족해주고 탐사 보도를 다루어주는 데다가 소외된 계층에 대한 내용을 자주 다루어서 생각지도 못한 공감과 사고를 불러일으킨다.

계속 두 뉴스들을 읽어나가다보면 세상의 이슈들을 주목하고 나의 식견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4. 올해 최고의 문화생활, 자우림 콘서트!

11월에 잠시 위드코로나가 되었을 때 자우림 콘서트를 다녀왔다.

6월에도 콘서트가 있었는데 그때는 거리두기 상황이어서 가기가 좀 그랬다.

자우림은 내 오랜 팬질 중 하나이다.

데뷔 때부터 꾸준히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커왔고 어느덧 25년차가 되었다. 

공연의 질은 퍼펙트였다.

연주며 보컬이며 무대효과며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공연이었고

오랫만에 만나는 자우림 멤버들을 보니 내적 흥분이 마구 일었다.

그저 그들을 24년동안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일었다.

1집부터 11집까지 골고루 많은 곡들을 들려주었고 

코로나로 마스크에 가려진 관객의 미소가 초롱한 눈빛으로 멤버들에게 전해져서 그 기쁨이 또한 우리에게도 전해졌다.

자우림의 음악으로 위로받고 기쁘고 슬프고 어느 공간, 시간에 있던 행복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도 오래 오래 함께 하기를 기원해본다.

안 갔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다음 콘서트 때는 코로나가 좀 진정되서 마스크 벗고 함성도 치고 마음껏 즐기며 공연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5. 취미 생활은 즐거워~

2017년 사조영웅전 드라마를 시작으로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소오강호까지 김용의 작품들을 보고 읽었다.

그 후 중드를 조금씩 보게 되면서 중국어 온라인 강의를 3년째 듣고 있다.

2019년엔 진정령, 2020년엔 장야, 그리고 올해엔 산하령과 겨우서른, 곡주부인을 보았다.

현대극은 겨우서른 뿐이네~ 어쨌든 확실히 고전이나 무협물을 좋아한다.

올해 작품들 중 산하령과 겨우서른이 좋았다.

스토리가 좋아야 하지만 배우들 케미도 그 못지 않게 보는 것 같다.

거기다 주제 의식이 들어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 언어를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리고 중국어 강의도 들으니 문장이 들릴 때마다 기분이 좋다.

내년에도 중국어 강의 듣기와 중드 보기는 계속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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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30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용 이름 보니 반갑네요 ㅎㅎ 한국사 공부 에 논어에 신문까지. 거리의 화가님 넘 알차게 보내신거 같아요 중국어 강의 응원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1-12-30 13:15   좋아요 2 | URL
무협지 하면 김용이죠.
중국어 공부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들릴 때마다 더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취미 생활이 점점 늘어서 시간이 모자랍니다.ㅋㅋ 내년에도 즐겁게 놀아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scott 2021-12-30 14: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용 작품은 중독성이 강한것 같습니다
시간 가는줄 모르게 흡인력이 강함😊
화가님 2021년 알차게 보내셨네요
2022년에도 즐거움 가득😊

거리의화가 2021-12-30 14:53   좋아요 2 | URL
중독성 있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게 있어요. 드라마로도 책으로도 다른 매력을 지닌 것 같습니다.
스콧님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한해 마무리 잘하세요!^^

다락방 2021-12-30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거리의화가 님 공부 엄청 열심히 하는 분이시군요! 저 시사인 재구독 시작하고 또 밀리고 있는데 이 페이퍼 읽고 나니 시사인부터 읽자 싶어지네요. 공부하는 얘기 수시로 적어주세요. 저 자극 좀 받게요. 후훗.
저는 역사에 무지한데 그러면서 왜 역사 공부를 할 생각은 안할까요? 너무 몰라서 아예 의욕이 없는걸까요....
거리의화가 님의 공부를 응원합니다!!

거리의화가 2021-12-30 14:56   좋아요 2 | URL
움직이는 걸 딱히 싫어해서 하는 게 주로 앉아서 하는 일들인 듯 해요.ㅋㅋ
시사인은 저도 밀리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눈을 뜨이게 하는 지점이 생겨서 계속 보고 있습니다.
공부할 때 체크하는 김에 올려보겠습니다. 서로 자극받고 좋죠^^
역사가 어려운 듯 해도 사실 현재와 맞닿은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역사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는 듯 해요. 어렵다고 좌절마시고 쉽게 쓰인 역사교양서로 시작해보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12-30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취미가 다 공부....^^;; 진짜 대단하십니다. 다른 것도 다 부럽지만 저 중에서 저는 공부랑은 좀 멀어서 자우림콘서트가 가장 부럽 부럽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진짜 자우림 콘서트도 가보고 싶네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1-12-30 14:58   좋아요 2 | URL
자우림 콘서트 진짜 좋았어요. 멤버들이 계속 건강해서 지금처럼 장수밴드로 오래도록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이 크죠^^
공부도 마찬가지로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하게 된달까요.
응원 감사드립니다^^

책읽는나무 2021-12-30 16: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화가님의 글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어제 다락방님이 입 벌리지 못하게 해주셨는데 결국 여기서 와아!!!!!ㅋㅋㅋ
진짜 공부를 하시는 화가님이셨어요!!!
논어까지 읽으시고...^^
예전에 고전 한 번 읽어 보려다 한자에 턱 막혀 바로 덮었거든요!!!ㅜㅜ
신문이나 주간지 읽으시는 것도 멋집니다.
뉴스 보기 싫어 멀리하니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잘 모르겠어서 저도 신문을 하나 구독해야하나?생각중이긴 합니다.
그나저나 저도 자우림에 꽂혀서...ㅋㅋㅋ
저도 자우림 좋아하거든요^^
벌써 자우림 데뷔한지가 25년이나 되었군요?
저는 다음 달에 어쩌다 보니 이문세 콘서트를 보러 가게 되었네요^^ 왜 여기서 자랑질을??ㅋㅋㅋ

거리의화가 2021-12-30 16:18   좋아요 3 | URL
나무님 좋은 말씀만 해주셔서 부끄럽습니다^^;
한국 고전이나 역사서 읽을 때 저도 계속 한자에 막혀서 공부 시작하게 된 거였거든요. 어렵지만 독해가 좀 느니까 낫더라구요. 뭐 아직 저도 논어까지밖에 읽지 않아서 걸음마 단계입니다만ㅋㅋ
신문 읽기는 강추드려요. 하루에 20~30분 읽는 것만으로 나와 연결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훓을 수 있어 좋거든요.
자우림 1997년에 데뷔 앨범이 나왔으니 24년 되었고 25년차가 된 거지요. 이문세 콘서트야말로 공연계의 명물 아닌가요~?ㅎㅎ 제 옆지기도 이문세 좋아해서 노래 부르곤 하는데 전 약간은 비켜있는 세대라 아주 유명한 곡 밖에 모르거든요. 그래도 그 감성은 멋지죠. 공연 부럽습니다. 다녀오시면 후기 기대할게요!^^ㅎㅎ

프레이야 2021-12-30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방면 공부하는 거리의화가 님 멋집니다.
중드까지 대단해요. 내년에도 으샤으샤
하기로 해요!

거리의화가 2021-12-30 18:30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멋지다고 말씀해주셔서 더 기운이 나네요ㅎㅎ 내년에도 힘내겠습니다! 아 그리고 프레이야님 글 잘 읽고 있어요 항상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글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화이팅!

페넬로페 2021-12-30 1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라는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렵고 공부할 것이 많은데 거리의화가님께서는 깊이 들어가고 공부량도 엄청난 것 같아요.
넘 대단하세요~~
저도 세계사와 연계해서 공부하고 싶더라고요.
자우림 콘서트도, 취미 생활도 좋구요^^

거리의화가 2021-12-30 20:10   좋아요 2 | URL
역사라는 분야가 정말 깊이 들어가면 끝도 없어서 공부량에 숨막힐 때가 많아요 하지만 또 알면 보이는 희열이 커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고요. 세계사. 하다 못해 주변의 동양사만이라도 공부를 함께 해서 좁은 시야에서 더 나아져보려구요. 지금의 집으로 오기 전에는 서울에 문화 생활하러 자주 가곤 했는데 코로나다 뭐다 해서 마음먹기 쉽진 않았는데 이번에 다녀오니 확실히 좋더군요. 내년에는 더 기회를 만들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라파엘 2021-12-30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와 한문고전이라니, 정말 중요한 공부를 하시는군요. 거리의화가님의 공부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1-12-30 22:58   좋아요 1 | URL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계에 부딪칠 때가 많지만 꾸준함의 힘을 믿어요.
 

나는 흑인이나 히스패닉 또는 아시아계 미국 노동자 여성이 "그만 일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집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 나를 보살펴줄 수 있는 남자가 필요하다"라고 말할 때 그들이 뜻하는 바와 느끼는 바를 이해한다. 그녀는 두 직장을 겸업하기보다 한 직장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백인 여성과 마찬가지로 어머니와 ‘가정주부’로서의 그들의 노동 없이는 남편이(혹은 정부가) 먹고 살 수 없다는 점에서 자신의 노동이 무한히 소중하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모든 계급과 인종의 여성들이 가족을 공적인 제도 혹은 여성에게 특히 억압적인 제도로 파악할 수 있도록 사회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 P404

모든 남자들(백인)로 하여금 그들의 모든 권력과 특권을 우선 포기하도록 하라. 그들이 아내, 비서, 창녀, 모성으로부터의 평안, 정보, 특권적인 어린 시절 등을 먼저 포기하도록 해보라. 그런 다음에라야 비로소 여성이나 유색인종은 ‘선’이나 ‘평등’의 구원적 특징을 고려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까지 여성과 유색인종은 모든 공짜술과 악수와 트로피와 내부 정보와 ‘살인’을 원할 것이다. 억압 받는 집단은 다른 집단에 못지 않게 권력의 가치를 내재화한다. - P405

‘정신질환’을 선별하고 치료하는 데서 인종차별적 관행의 증거를 찾기란 어렵다. 첫째, 유아학대나 강간과 같은 경우 통계학적인 접근이 그다지 용이하지 않다. 둘째, 대다수 제3세계 사람들은 개별적인 심리치료를 받기에는 그야말로 너무 가난하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통제받을 뿐 아니라, 보다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측면에서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진다. 셋째, 정신의학적 진단과 치료에서 인종차별은 대체로 계급 및 성별에 따른 편견에 의해 좀 더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흑인 여성과 남성들이 정신의학계에서 차별당하고 오해받아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신질환 관련 시설에 고용된 사람들은 인종을 막론하고 입원 환자들에게 잔인하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 P409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흑인이자 여성은 폭력과 자기파괴와 편집증 사이를 비틀거리며 걷는 위치에 있다. 흑인 여성은 흑인 남성이 흑인 여성을 좋아하지 않고 백인 여성을 선호하며 돈이라고는 벌어 오지 않고 아내나 흠씬 두들겨팬다는 점을 전 생애에 걸쳐 분명히 깨달았다. 흑인 남성은 딴 여자들과 놀아나지만, 흑인 여성은 백인 남성으로부터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존재라는 점 또한 분명히 알고 있었다. 흑인 여성들의 눈에 백인 여성들은 굴러먹은 여자들이고 유치하고 부유하며 인종차별적이다. 가장 가난한 백인 여성들마저 자신들에 비해서는 부자이다. 백인 여성은 사랑할 수 없고 강하지도 못하다. 세상에! 그런데도 뭐가 좋아서 남자들은 백인 여성에게 안달하는가. 반면 흑인 여성은 강하지만 그들 역시 굴러먹었고 가난하고 인종차별적이고 백인 남성이나 ‘좋은’ 흑인 남성을 얻는 데 목을 맨다. - P414

많은 심리학자들이 페미니즘에 공감하는 이유는 페미니스트들에 성적으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기에 페미니스트들은 자기 아내들보다 훨씬 ‘흥미로운’ 여성이다.
대다수의 정신과의사들은 지방 정신병원이나 군립 정신병원 등에 성별에 따라 정형화된 노예 노동이 공공연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그들은 의학적이고 심리적인 ‘실험’이 자기 환자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축소해 말한다. 그들은 직원회의에서 ‘지저분한 농담’을 하고 페미니스트들의 불평을 조롱한다. 여성들을 존경하기보다는 기꺼이 동정하려고 하며 분노하는 여성보다는 불행한 여성을 좀 더 편안하게 느낀다. - P454

오늘날, 페미니스는 페미니스트 심리치료사를 포함해 스스로를 ‘유색인종 페미니스트’, ‘포스트모던 앤드 글로벌 페미니스트’, ‘퀴어 앤드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제3세대 페미니스트’라고 정의한다. 학계의 페미니스트들은 점점 ‘비활동가’ 또는 ‘반활동가’가 되어가거나 ‘활동주의’를 주로 미국에 반대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자매살해와 같은 서로간의 싸움에 대해, 그리고 영아살해 또는 모친살해를 방불케 하는 나이 든 여성들과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다른 여성에게 모함받고 따돌림당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썼다. 일반적으로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우리 세대의 여성이 그랬던 것과 달리 다른 여성에 대한 환상이 적다. 그들은 여성이 경쟁적이고, 잔인하고, 시기심이 많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이 주제에 대해 유용하고 실용적인 책을 쓰기도 했다. 그들 모두가 계속해서 승승장구하기를. - P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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