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문학관 자료 모으는 일을 하면서 많은 문인들과 또 유족의 집을 방문했다.
내가 좋아하는 자연주의와 사실주의 소설을 쓰는 대표적인 두 소설가의 아드님은
병고와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아버님의 친필원고와 각 저서들을 보자기에 싸서
신주단지 모시듯이 하고 살고 있었다.

인간의 허위의식을 통쾌하게 비틀면서 인생의 부조리함과 잘못된 사회에 대한 분노를
자신의 작품 속에서  감추지 않았던 두 소설가는 살아생전에도 간신히 생계를 꾸리며
님의 집 문간방 같은 데 사시다가 돌아가시고,  그들의 두 장손은 또 가난을 그대로 대물림하여
아버지의 원고보따리를 머리맡에 모셔 놓고 시난고난  마음을 앓으며 살고 계셨다.
아버지의 자료를 보러온 나같은 애송이 직원에게도 허리를 굽실굽실하며......

그런가 하면 살아 생전에도 큰소리 치며 풍류를 즐기며 유쾌한 시작활동을 하다 돌아가신 한 시인의
아드님은 15년 전 20억짜리 양재동 빌라에 살고 있었는데 아버님의 친필원고나 유품에 대해서도
아주 쿨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물론 그 시인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고민과 애환이 있었겠지.
아무튼 교수에 사장에 그의 자손들은 모두 하나같이 번드르르하고 여유만만이었다.

도(道)에 통달한 듯한 유니크한 그의 시세계는  어쩌면 '생활'이라는 거룩하고도 구차한 현실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 유복한 그의 처지에서 기인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면 처음부터 현실에 매이지 않는 그의 성정이나 삶의 태도가 여유있고 풍요로운 삶의 자리를
구축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친일파의 자손들이 떵떵거리고 잘 살고 독립투사의 자손들이 고생을 바가지로 하며 사는 현실과도
아주 무관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적어도 내가 가까이서 지켜본 몇몇 문인의 경우에 의하면......

그래서 나는 그때 결심(?)했다.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쿨하게 살기로!
그런데 그런 결심 자체가 쿨하지 않고 촌스러운 짓이라는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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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2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늘빵 2005-08-2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은 신기한것도 잘 만드셔. ^^ 저도 쿨하게 살고픈데 전 쿨한 사람은 아닌거 같아요. 훕.

비로그인 2005-08-2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하게 가슴은 뜨겁게~
과거청산이 되지 않는 나라의 문인들의 삶이란.. 쓸쓸한 풍경입니다.

2005-08-22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8-2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차가워~~ 오늘 유난히 차가운 로드무비님~! ^^

로드무비 2005-08-2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신기해요. 오늘 아침 저의 (쿨함=)심통 사나움을 감지하시다니!^^
원고지 50장으로 쓸 수 있는 글을 여섯일곱 장으로 써버렸네요.
실명을 쓰고 제 생각을 펼치고 하는 건 다음에......^^

복돌이님, 저 마야 너무 예뻐요!^^
그리고, 과거청산, 그거 생각하면 저는 뻑이 가서말입니다.;

아프락사스님, 얼굴은 쿨한 미남이시던데...=3=3

물만두님, 그거(이모티콘!) 볼 때마다 신기해요!^^

Phantomlady 2005-08-2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예술가들이 가난하기만을 바라는 건.. (부자나라 사람들이 인도가 그저 가난한 영혼의 땅이기만을 바라고 거기서 위안을 얻듯이) 사람들이 잠시나마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환상같은 거 아닐까요? 저는 20억도 좋고 30억도 좋고 많은 예술가들이 부자였으면 좋겠어요.

물론 친일파와 독립운동가 문제에는 공감합니다. 이후 친일행적을 한 예술가들의 화려한 행보에도 치가 떨리구요.

숨은아이 2005-08-2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 예술가들이 가난해야 진실하다, 뭐 그런 뜻은 아니구요, 가난이든 부든 대물림되는 것, 그게 슬프지요.

히피드림~ 2005-08-2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두 소설가와 시인 한 분, 실명을 공개합시다.^^;;

엔리꼬 2005-08-2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술가가 부자가 되는 것도 찬성하지만, 부자가 되서도 예술가의 혼은 잊지 말기를 원해요... 그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문제겠죠? 특히나 자손들에게는요..

국경을넘어 2005-08-2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소설가 두분은 누구실랑가... 혹시 한 분은 김정한 선생? 아님 말고!!!

로드무비 2005-08-22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 김정한 선생님은 아니에요.ㅎㅎ
실명을 거론하는 건 좀 거시기합니다.^^

서림님, 부자가 되어서도 너무 심한 사치는 부리지 않고
어렵게 사는 이웃 보면 주저없이 지갑 털고 기부하고......
전 딱 그 정도만 바랍니다. 부자 예술가들에게요.^^

펑크님, 실명 공개하면 제가 다칠 수도 있어서!^^

숨은아이님, 친절한 설명 감사!^^

스노드롭님, 제가 가난한 문인 부자 문인 이렇게 나눈 건 아니고요.
저도 잘사는 예술가들 보면 좋아요. 단, 교만하지만 않으면요.
그리고 가난한 문인도 좋아요. 구차하지 않고 당당하면요.
그리고 때론 구차해 보여도......좋아요!^^

마태우스 2005-08-2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수.
한명은 저랍니다... 죄송합니다. 저 20억짜리 집에 삽니다...

로드무비 2005-08-2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그거 정말이세요?
야호! 너무너무 신납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부자가 있다니!^^
(그런데 요즘 20억 집은 15년 전의 20억 집과는 좀 다르지 않나요?
아래위층 합해서 200평에 드레스룸만 해도 안방 두 개 합친 것 같던데...^^;;;)

2005-08-22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8-2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잘 들어갔군요. 다행!^^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박찬욱, 류승완, 추상미, 신경숙, 노희경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나는 <씨네21>의 '내 인생의 영화'라는 코너를 보고 있으면 <씨네21>로부터 원고청탁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그다드 카페>를 쓸까, <천국보다 낯선>을 쓸까, <정복자 펠레>를 쓸까. 아니면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을 쓸까.
한때 내 가슴을 설레게 하거나 강펀치를 날렸던  영화 제목들이 머리속을 끝도 없이 스쳐가지만 
언제나  맨 마지막에 남는 영화는  <우리는 전사戰士가 아니다>라는 박기복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필름.

--13년 전인가, 14년 전 한겨울 평일 대낮에 월차까지 내어가며 부지런을 떤 끝에 볼 수 있었던 영화!
대한극장 뒤 허름한 독립영화협회 사무실, 관객은 나와 어떤 청년 달랑 둘이었는데 그 한겨울에
불도 피우지 않고 있던 사무실의 청년들은 무료관객 둘을 위해 마지막 기름을 난로에 붓는데
그 표정이 사뭇 비장했었다.

남대문시장 주변의 노숙자들과 함께 1년여를 살다시피 하며 그들의 친구가 되어 이 필름을
완성시킨 박기복 감독.
시키지도 않은 가게 앞 빗질로 한두 푼씩 얻어 연명하는 지능이 약간 모자란 30대의 청년이
하루에도 몇 번 길거리 불법 테이프 리어카 노점상에게 신청하여 듣는 건 '어메이징 그레이스!'.
그 음악을 들으며 웃다가 울다가 하는 그의 모습은 어떤 명배우의 열연보다 감동적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박기복 감독과 그 청년이 노래방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신나게 노래를
불러제끼는 모습이었다.  시종일관 담담하고 조금 수줍어 하는 듯한 기미까지 느껴지던 감독의
내레이션도 아직 내 귓가에  남아 있다. 
그날 다문  얼마라도 관람료라고 내놓고 오고 싶었는데 그러한 행위가 도리어 그들을 모욕하는 것이
아닐까 하여  머뭇거리다가 그냥 나오고 말았다. 
그 추운 날, 중국요리와 술을 푸짐하게 시켜서 함께  먹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미 끝난 일이라면 미련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인간인데 이상하게 그날의 일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 인생의 영화' 원고를 썼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았을까!
이 책의 필진은 정말 화려하다.
그 중에서도 나는 김기덕 감독이 꼽은 윤인호의 <바리케이드>와 박찬욱 감독이 꼽은 아벨 페라라의
 <복수의 립스틱>, 박찬옥 감독이 꼽은 마틴 스코시즈의 <분노의 주먹>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내가 정말로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영화 <바리케이드>는 세탁공장이 배경으로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과 우리 노동자들의 겨드랑이에서
풍기는시큼한  땀냄새 같은 영화였고, <복수의 립스틱>은 헐리우드의 악동 아벨 페라라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 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끼친 영향들이 선연하게 떠올라 흥미로웠다.
로버트 드니로가  제이크로 분한  <분노의 주먹>(혹은 '성난 황소')만큼 보고나서 가슴 먹먹한 영화가
또 있었던가?

이충걸이 '내 인생의 영화'로 꼽은 임권택의<티켓>은 좀 의외였다.  다방 문 닫고 마담 김지미와 이혜영,
전세영 등 레지들이 술판을 벌이던 모습이 제일 좋고 인상 깊었다니 그가 평소 내갈기는 글이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 싶다.
<티켓> 하면 내 기억 속에 함께 따라다니는 영화가 <백구야 훨훨 날지 마라>인데......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며 잊고 있었던 좋은 영화의 장면들과 그 영화를 본 극장, 내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
등이 비엔나소시지처럼 줄줄이 엮어져 나왔으니 그것만으로도  책값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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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5-08-1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마이 리뷰 강추!!
잘 읽었어요. 얼마전 키노님이 이책 살까말까 고민하시던데. 제가 도서관에 가서 어떤 책인지 먼저 살펴보고 사는게 어떤가고 살짝 제의했었죠. 근데 이제보니 고민할 필요 없겠네요.^^
그나저나, 오늘은 1타?!

로자 2005-08-1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네21 정기구독을 한동안 했기때문에 그때 봤던 글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잊고 있었던 영화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어 저도 책값이
아깝지 않았답니다.
그나저나 로드무비님은 기억할 거리도 어쩌면 이렇게 많으시고
글은 또 어쩜 이렇게 맛깔나게 쓰시나이까? 글만 따라가도
그 순간 제가 꼭 같이 있었던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코마개 2005-08-1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가슴이 뻐근합니다. 노숙자의 애창곡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니....

2005-08-1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내가 본영화가 하나도 없다는...

서연사랑 2005-08-1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의, 로드무비에 의한, 로드무비를 위한' 리뷰로군요. 저는 주로 연애할 때 남자친구를 기다리면서 씨네21을 봤지요. 다시금 정기구독을 해 볼까하는 생각도 살짝~

날개 2005-08-19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이런 책 하나 쓰셔야 한다에 올인~!^^

로드무비 2005-08-1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제가 날개님 때문에 점점 방자해진다니깐요!^^

서연사랑님, 영화 책 리뷰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곁가지를 저 분량의 절반쯤 잘라냈답니다.^^
(<씨네21> 정기구독의 꿈을 향하여!^^)

나무늘보님, 아, 그러고보니 제가 좋다고 한 영화 셋은 모두 비디오로 본 것들이네요.
못 본 사람들이 많을 듯해요.
다들 젊은 분들이니......

강쥐님, 세상에서 제일 가슴 뻐근한 애창곡이었습니다.
어떤 최고급 시스템으로 듣는 수준 높은 음악들도 잠시 무색해지는 순간!^^

로자님, 반갑습니다.
가끔 제가 기분 울적할 때 나타나셔서 따뜻한 말씀 해주시는 거 아세요?
로자님의 '내 인생의 영화'도 무지 궁금합니다.^^

펑크님, 예전에 발마스님께서 '이 주의 리뷰' 강추라고 댓글 달아주셨다가
그게 '이달의 리뷰'까지 갔었는데.....그럼 김칫국물 좀 마셔볼까요?^^

2005-08-19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9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8-19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저에게 택배 보내주세요.
그리고 저방으로 와서 이벤트 참가해요.
님들 주하가 알라딘에 가입해서 주하의
이벤트로 들어와주세요.
리뷰써주시면 저는 날개님한테(나이팅게일,미녀와야수)도
드리겠습니다.
꼭! 와주세요. 인터라겐님 주하 방에요. 푸우와 친구들 같은
아이콘들 퍼다놔습니다.

--이상은 주하의 댓글 장난! 양해 바랍니다.^^

2005-08-19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8-19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시 30분에 속삭이신 님, 잘 몰랐던 세상, 빼꼼, 그런 표현 너무 귀엽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 영화로 나오면 챙겨보는 편입니다.^^

플레져 2005-08-20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들려주셔서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더 절절한 것 같아요. 넘 짠~ 해요.
씨네21!! 로드무비님에게 원고 청탁하라!! 청탁하라!!

Phantomlady 2005-08-20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권택 감독의 티켓이라, 이충걸의 독특한 음악 취향(70년대 다분한 신파조)을 보면 영화 취향도 언뜻 이해가 가네요 아.. 나도 이 책 살까 말까 고민중인데.. ^^

로드무비 2005-08-20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 이 책 재밌어요.
유시민은 또 엉뚱하게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골랐더군요!^^

플레져님, 호호, 청탁만 들어오면 원고 끝내주게 써줄 텐데......
아이구, 우리 플레져님이 로드무비를 위해 그 가는 팔목을 휘두르시다니!^^

2005-08-20 0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8-20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영매>는 개봉 첫날 첫회로 봤답니다.
그리고 <냅둬>라는 필름이 또 있다는데 그것도 보고 싶어요.
님께서 이 영화에 달려드시니 또 조금 의외로군요.^^

비로그인 2005-08-2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벨 페라라 감독은 저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복수의 립스틱>은 구경조차 하질 못했군요.

2005-08-20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0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8-2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제가 한때 리스트를 만들어 영화를 섭렵했습니다.
복수의 립스틱은 제가 너무 좋았다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박찬욱 감독이
좋아했다니까 덩달아 베스트로 등극된 영화랍니다. 사실을 말하면...헤헤.^^
(제가 좀 간사한 구석이 있어서요.)

2005-08-22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낮, 아니 어제 오전 <예술가로 산다는 것> 리뷰를 올렸더니 검정개님이
또 한 편의 페이퍼를 독려해 주셨다.
안 그래도 꼭 한번은 이야기하고 넘어가려 했다.
문학을 앞세워 여성들을 등쳐먹고 다녔던 한 사기꾼에 대해......

어느 날 걸걸한 목소리의 남자가 전화를 걸어 나를 찾았다.
어딘가에서 나의 지점토 작품을 봤다며 한번 만나고 싶다는 용건이었다.
나는 어린애 장난 같은 손바닥만한 내 지점토 액자를 '작품' 이라고 표현하는 것부터 신경에 거슬렸다.
혹시라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하지 않았냐고?
나도 모르는 미술적인 재능이 있어서 어쩌면 인생이 새로 꽃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0. 1프로도
하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표현하는 걸 보니 그 정도는 스리살짝 기대를 품었는지도 모른다.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커피숍에서 다음날 대낮에 남자를 만났다.
솔직히 말해 호텔 커피숍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승용차로 김해 도요까지 모시겠다고 했던 전날의 말과는 달리 그는 고물 오토바이를 끌고 나왔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지점토를 재미삼아 같이 만들고 있는 친구가 조금 뒤 올 거라고 했더니 실망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처음 보는 순간 얼굴에 '사기꾼'이라고 큰 글씨로 적혀 있어서 도리어 나로서는 부담이 없었다.
무슨 일에 대한 기대를 품고 사람을 만나게 되면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좁아지지 않겠는가!
10여 분 뒤 내 친구가 왔고 그가 미적미적 일어나  계산을 하는 동안 나는 친구의 귀에 재빨리 속삭였다.
오늘 저 인간을 골탕 좀 먹여야겠는데 우리 둘이 떨어지면 큰일난다고......

오토바이 뒷자리에 나를 태우고  달리다가 김해의 으슥한 수풀이나 자기 집에서 나를 자빠트릴
생각이었던 그는 내가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하자 당황하는 기색도 잠시, 그러자고 했다.
친구와 나는 그의 오토바이 뒤를 쫓아 택시를 타고 먼저 김해 그의 집필실이라는 데 갔다.
택시비를 내가 낼 줄 알았다가 그에게 내라고 웃으며 말했더니 지갑을 꺼내던 땡감 씹은 그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리뷰에도 썼다시피 그의 숲속 방은 꽤나 운치가 있었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신동아 무더기를 비롯하여 꽤 많은 책들......
다탁 겸 책상으로 쓴다는,  나무밑둥을 잘라 만든 테이블......자칭 공예가요, 도요의 주인장답게
내오는 다기 세트도, 손놀림도  그럴듯했다.

도요에 가보자고 졸랐더니 다음에 안내하겠다던 이 남자, 마지못해 일어서서 우리를 안내한 곳은
아는 사람의 도요.  그것도 그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내가 슬쩍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아 알았다.
친구와 나는 저녁을 대접하겠다는 남자를 점잖게 따돌리고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다음날, 나의 펜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나의 집요한 추궁에 그 친구의 이름이 나왔던 것이다.
친구는 깜짝 놀라더니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B일보에 실린 그녀의 시를 보고 시인이자 공예가라며 어느 날 그가 연락을 취해 왔단다.
여상을 졸업하고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바로 결혼을 해버렸던 그녀, 우체국에 근무하는데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시를 쓰는 것으로 간신히 인생의 고달픔을 달래던 중 재수없게 그 놈의 마수에 걸려들고 만 것이다.
남편에게 관계를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뜯어가는 돈도 수월치 않다고 했다.
어떻게 알고 남편이 없는 시간에 집까지 찾아오던 그에게 어느 날  지점토 액자와 내가 보낸 엽서가
눈에 띄었던 것.
그녀는 미안하다고 협박에 못 이겨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고 울먹였는데 나는 기가 막혔다.
아무리 그런 상황이라지만 친구의 전화번호를 넘긴 그녀의 철없음이 이해가 안되어서......

문학을 공부하는 여린 여성들을 맘껏 유린하고 다닌 그 남자(자신의 입으로 열 명을 넘는다고 자랑까지
했다니 진짜 나쁜 놈이다!),  한 번만 더 나타나면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라 했더니
말을 안 듣고 얼쩡거리다가 그녀의 남편에게  걸려 ..죄로 고소당했다.(이후의 이야기는 생략!)

솔직히 말해 문학을 내세워 미끼를 던지면 그걸 덥석 물던 순진한 여성 문학도들의 태도도 내겐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은 든다.
내가 너무 정서가 메말라서 아예 문학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무튼  세상천지도 몰랐던 그 때(20대 중반)  나는 한 친구를 멋도 모르고 수렁에서 건져내었다.
그녀는 이혼(어차피 예정된 것이었다!) 등 호된 값을 치러야 했지만......
그런데  나는 첫눈에 그가 사기꾼임을 알아봤는데 왜 그녀들은 그걸 몰라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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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0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5-08-10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익적 무비님 덕에 그 사기꾼, 최소한 운신이라도 좁아졌겠지요?
<사기꾼으로 산다는 것>이나 <성폭력범으로 산다는 것>같은
르포형식의 소설이 기다려지는 새벽입니다요.
저 제목으로 자전소설들은 안쓸터이니...

사마천 2005-08-10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고백이십니다. 많이 와닿는군요.

로드무비 2005-08-10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 늦게 안 주무셨네요.
제가 좀 똘똘하긴 했죠? 호호^^

산사춘님, 문학 공부하는 여성을 모두 자기 밥으로 보던 나쁜 놈이
제게 된통 걸려든 거죠.
우리 산사춘님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궁금합니다요.^^

국경을넘어 2005-08-1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대단히 현명하십니다. 짝짝^^* 그런데 그넘 정말 나쁜 넘이군요. 우리 폐인들은 저런 놈들 상대 안합니다. 저런 놈들에게 우리 폐인들끼리 하는 말이 있는데... 이런 공간에 그 말을 차마 써 놀 수는 없고 쩝...

돌바람 2005-08-10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나는 첫눈에 그가 사기꾼임을 알아봤는데 왜 그녀들은 그걸 몰라봤을까?'
여기서 걸려 넘어졌습니다. 넘어져서 잠깐 뒤돌아보게 하는 글이네요. 아이가 크면 무비님 같은 스케일과 사기꾼을 알아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urblue 2005-08-1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말씀에 동감. 제 눈엔 그런거 전혀 안 보이거든요.

검둥개 2005-08-10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너무 멋지게 골탕을 먹이셔서 그 사기꾼 거의 불쌍한 마음까지 들 지경입니다. ^________^ 저도 그런 사기꾼을 만나면 한 방에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얼굴에 정말 사, 기, 꾼, 이라고 써 있단 말이죠 흠 ~~ :) 아주 공익적인 글임다. 추천!

로드무비 2005-08-10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정개님, 택시비 뒤집어 씌운 거밖에 더 있나요?
사기꾼이라는 심증만 있었지 물증이 없는 상태라
그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답니다.(조금 아쉬워요.;;)
추천의 생활화 잘 실천하고 계신 거죠?^^

블루님, 전 그런 거 좀 제발 안 보이면 좋겠어요.^^;;

돌바람님, 어제 님 리뷰들 죄 읽고 다녔는데 흔적 보셨나요?
그리고 저 무지 쫀쫀한 인간입니다.
스케일이란 표현은 철회해 주세요. 찔려서요!^^;

폐인촌님, 그렇죠? 저 그때 참 현명했죠?
(누가 칭찬해 주면 저는 한술 더 뜹니다.^^)
그리고 그럴 때 폐인들끼리 하는 말 무지 궁금하니
귓속말로 좀 속삭여 주세요.^^

oldhand 2005-08-1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로드무비님 너무 멋지십니다. 저런 사기에 걸려드는 사람들 참 안타깝지요. '현명함'이란 참 중요하고 필요한 덕목이에요.

2005-08-10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8-1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수행을 거치면 그렇게 사람보는 눈이 개안하게 되는거죠??? 난 정말 필요한데.

인터라겐 2005-08-10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원래가 의심많은 사람이라서 웬만한건 콧방귀도 안뀌는데 가끔 살다보면 말도 안되는것에 혹할때가 있더라구요..
그나저나 그 펜팔했던 친구분... 지금은 잘 살고 계시죠? 그분 얘기에선 울컥했어요..

돌바람 2005-08-10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이상하다 싶으면 로드무비님 무조건 동해해주실 거죠. 리뷰 보고 왔습죠. 히히. 근데 <검정비닐 단화를 주워 신다>는 언제 봐주실 건데요. 흑흑흑^^

호랑녀 2005-08-1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해운대에서 김해까지, 택시비가 좀 나왔겠는데요?
잘 하셨어요. 그런데 누구나 그걸 다 알 수는 없으니 어쩝니까요. 사기꾼 얼굴에서 사기꾼이라는 글씨를 보아버린 로드무비님의 내공이 무섭고만요 ^^

2005-08-10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8-1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목도 존경스럽지만 점잖게 밟아주신 방법이 더... 아, 그런 지혜를 배울 수 있었으면.

마태우스 2005-08-1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님 잘 읽었습니다. 그건 이런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이 사람들을 잘 속게 만들지 않을까요.

얼룩말 2005-08-1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너무 무섭다. 그 남자한테 걸려든 여자들이 너무 불쌍해요 아..어쩌지

깍두기 2005-08-10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까지 확 텀태기 씌워 버리지 그러셨수. 무진장 비싼 걸로^^
그 친구분이 안되었네요. 나도 개념없는 사람이라 저런데 걸려들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플라시보 2005-08-1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때 엄마가 사기꾼에게 걸려들어 정신 못차리는 것을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아빠 친구라며 찾아옴) 제가 계속 말려서 사기꾼이라고 말해서 간신히 벗어난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기꾼을 참 잘도 알아보는데 또 어떤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나봐요. 아무튼 그의 마수에 걸려들지 않고, 이미 걸려든 친구까지 구출해서 다행입니다.

클리오 2005-08-10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람 하나 잘못 얽히면 인생이 괴로워지는군요. 그나저나 어찌되었건, 피해없이 마무리 되어서 다행입니다. 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여요..

로드무비 2005-08-10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룩말님, 무섭죠?
지금은 상처를 잊고 잘 살고 있겠죠.^^

마태우스님, 그런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별것 아닌 제 쪼가리 글들을 애지중지하니까요.
추천 강요해 가면서...^^

숨은아이님, 지혜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재수없는 인간에게 재수없게 대해줬을 뿐인데......^^

호랑녀님, 딱 보니 궁짜가 흐르는 인간이라 택시비로 애 좀 먹였죠.
내공은 아니고 처, 천부적인 감感이라고 할까요?ㅎㅎ^^

돌바람님, 그 페이퍼가 열리지 않아서...좀 있다 열리면 읽어볼게요.
(알라딘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왜.;;)
그런데 제가 동행할 일이 있을까요?ㅎㅎ

인터라겐님, 네. 그 친구 수원에서 잘 살고있나봐요.
아유, 인정도 많으셔라.^^

야클님, 수행이 아니고요, 처, 천부적인 재능이라고나 할까.=3=3=3

속삭이신 님, 님의 횡설수설 무지 재밌어요.^^
그건 그렇고 바쁘시구나아~

올드핸드님, 현명하다고 해주시니 송구스럽네요.
이상하게 저 땐 머리가 팍팍 돌아가더라고요.^^


로드무비 2005-08-10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참, 그때 마시라고 내놓은 차도 안 마셨어요.
내가 멀쩡한 사람 의심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했는데요,
지켜볼수록 감이 워낙 안 좋아서.
아무튼 제게도 씁쓰레한 기억입니다.

플라시보님, 어릴 때 엄마를 도우셨다니!
정말 영민하셨군요.
그러고보면 플라시보님과 저는 사기꾼을 잘 알아보는 쪽인가 봐요.
흐뭇.^^

그냥깍두기님, 저녁 먹다가 몰래 약이라도 타면 어쩌려고요.
사기꾼이라는 결론을 확실히 내리자마자 친구랑 그 길로 내뺐답니다.
나중 알고보니 같이 간 순진한 제 친구에게도 이상한 작업을 걸었더구만요.;;
(개념 없는 인간이란 소리는 저도 많이 듣는 편인데.^^;;;)

얼룩말 2005-08-1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인을 사귀거나... 결혼하게 될 남자가 있게 되면 로드무비께 한번 검사를 받아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

날개 2005-08-1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 시절엔 무지 멍청했었는데, 로드무비님은 너무 현명하셨군요..! ^^ 저같은 사람은 아마 속아넘어갔을거예요..ㅠ.ㅠ 아니면, 거절을 못해서 쩔쩔매다 끌려다니던지...

릴케 현상 2005-08-1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탕 좀 먹이자...그런 게 로드무비님 답네요^^ 저는 그런 배짱이 없어서리
'철없는'친구...딱히 철이 없다기보다 좀 불쌍한 사람이네요...세상엔 철없는 사람도 많고 불쌍한 사람도 많죠(난 아니라는 것처럼)

로드무비 2005-08-1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 제가 심술이 좀 있어서요. 호호~
그리고 문학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좀 유약한 면이 있죠?
사람이 너무 좋아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난 아니라는 것처럼, 이라는 사족은 왜 다셨어요?ㅎㅎ)

날개님, 너무 현명, 그런 거 아니랑게요.
마침 저때는 평소와 달리 제 머리가 팍팍 돌아가더라니까요.^^
(그리고 날개님 은근히 강단있고 똘똘하신 거 다 알아요.^^)

얼룩말님, 저에게 검사를 받다니... 놀라서 저만큼 도망갔다 왔습니다.^^

얼룩말 2005-08-1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로드무비님 답글 너무 웃겨요

로드무비 2005-08-1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룩말님, 님을 웃겼다니 기분 좋네요.^^

릴케 현상 2005-08-1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뜻 아닐까요=3=3=3
 
예술가로 산다는 것 - 숨어사는 예술가들의 작업실 기행
박영택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휴가길 차 안에서 가며오며 두 권의 책을 읽었다.
내려갈 땐 '숨어 사는 예술가들의 작업실 기행'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박영택의 <예술가로 산다는 것>,  올라올 땐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휴가길에서 읽을 책으로 <나를 부르는 숲>을 부랴부랴 주문했는데
깜빡 빠트리고 챙기지 못했다.

--넘어야 할 벽, 깨어야 할 벽 앞에 /오늘도 그렇게 막막하게 서 있는 그는/
다시금 화폭 속으로 무모하게 덤벼들 것이다.

이 책을 엮은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박영택은 글머리 앞 여백 페이지에
이렇게 간단하고 함축적인 소회를 적어놓았다.

나는 한때 김영희의 종이인형 대작이랑, 최만린 교수의 소월 흉상이랑, 한쪽 벽면이 온통
백남준의 대형 설치작품인, 한마디로  예술작품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사무실에 다닌 적이 있다.
십몇 년 전 혼자서 워커힐미술관에 케테 콜비츠의 전시회를 보러 갔을 땐 내 속의 그 무엇과
이상한 허영심이 만나  엄청나게 고양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 실린 전국 산간 오지나 바닷가, 도심의 골방에서  혼자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화가들의 허름한 방을 보니  엉뚱하게도 15,6년 전 도예가임을 자처하며 나를 유인했던
어느 사기꾼의 삐까번쩍한 방이 생각났다.
잠시 소개하자면 아주 절친한 미대 출신의 한 친구와 지점토 책을 한 권 사서 몇 달 서로의 집을
교대로 드나들며 장난삼아  주무른 적이 있다.

처음엔 책을 보고 만들다가 나중엔 제법 아이디어를 내어 독창적인 것도 만들었으니 그 중 하나로,
손바닥만한 액자에 얇게 지점토를 펴바르고, 검정에 가까운 푸른색 물감으로 밤하늘을
 색칠한 후
날개 달린 아기천사를 몇 개 지점토로 빚어 밤하늘 군데군데 자리잡아 준 소품이 있다.
마지막으로 점에 가까운 노란색 별을 밤하늘 가득 흩뿌리고 라커 칠을 하면 그걸로 끝!

이게 만들어 놓고 보면 꽤 그럴듯해서  펜팔 하던 우체국 친구와 처음으로 만났을 때
선물로 주었으며 그 뒤 똑같은 걸 만들어 두어 번 더 선물했다.
그런데 어디서 그 '작품(!)'을 봤다며 자기는 공예가이며 김해에 큰 도요를 가지고 있는데
분위기도 있고 상품성이 있는 것 같으니 당장 만나 뭘 좀 의논해 보자고 어떤 남자가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온  게 아닌가!

전화를 받은 다음날 나는 함께 지점토를 만들고 놀던 친구를 대동하고 약속장소에 나갔다.
내 아무리 외롭고 궁핍한 처지이기로서니 그런 미끼를 덥석 물 만큼 순진하진 않았다.
그런데 만나보니 얼굴에 '사기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인간이 어떻게 나오나  보자 하여 친구의 손을 꼭 잡고 그의 숲 속 방(스스로 '집필실'이라고 칭했다)
에도,  도요에도 따라가 보았다.
그런데 온갖 책을 사방에 짐짓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것이며, 나무 밑둥을 잘라
두꺼운 유리판을 걸쳐놓고 책상 겸 다탁으로 쓰는 모양새가 그럴듯했다.

알고봤더니 그는 신문이나 잡지의 독자문예란에 투고하는 여성들의 연락처를 알아내어 갖가지
달콤한 말로 유인한 뒤 자신의 작업실이나 도요로 가는 으슥한 길목에서 강제로 자빠트리는
그런 인간이었다.(내 연락처는 내 친구인 그 여성들 중 한 명에게서 훔침! 으시시하죠?
자세한 이야기는 페이퍼로 하나 따로 쓸 생각.)

진짜 예술가들은 예술가연하는 이런 놈들 때문에 아주 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작업이 무엇에 소용될 것인가 하는 의문에 이르면 미치기 직전에 이르기도 할 것이다.
비싼 값으로 팔려 부자들의 거실을 장식하는 용도로 쓰인다 해도 그  마음이 편할 것인가?

그런데 이 책에 실린 화가들, 가족도 없이 혹은 가족을 떠나 깊은 산속이나 도심의 방 한 칸에서
혼자 자신의 예술과  씨름하는 이들의 얼굴을 보라.
자신의 작품을 정당하게 세상에서 평가 받고 이름 또한 얻고 싶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은 화가도
물론 있을 것이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나를 제발 그냥 좀 내버려 두시오!' 하는 마음으로
자신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도인 같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든, 이루어 가는 과정이든, 아니면, 아무런 뜻이 없든... 아무튼 그들은 모두
예술가였다.

'갑판 위의 시인' 뱃사람 청도로만 알려져 있는 화가의 바다 그림은 실제 바다만큼이나 짙푸른 색감과
거친 물결로 나를 압도했으며,  목수 일로 최소한의 생계를 확보하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 김을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을 그린 화가 김명숙의 고개 숙인 흑백사진을 보면 '체념'과 '치열함'이
공존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짐작된다.

--여수에 내려갈 때마다 나는 강종열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선착장 근처에서 벗어나 바다와 섬이
한눈에 들어들어오는 아담한 작업실 풍경이 그립다.(...) 이 풍경을 보면서 조용히 죽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마음들이 고개를 들었던 것이다.(글머리에)

이 책에 소개된 열 명의 화가와 그들의 작업실은  대부분  '이 풍경을 보면서 조용히 죽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공간으로 내게 다가왔다. 

 


김근태, 경주 작업실



박정애, 방배동 작업실


박정애의 작품  '길 가다 웃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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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9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8-0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이 책 좋죠?
리뷰 쓰신 적 있다니 당장 가서 읽어볼랍니다.
추천 고마워요.^^

urblue 2005-08-09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같이 순진하고 잘 속는 사람은 그런 사기꾼을 만난 적이 없다는게 다행인건가, 싶은 엉뚱한 생각이...

검둥개 2005-08-09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자세한 이야기가 실릴 페이퍼를 더욱 기대하며 추천합니다! :)

인터라겐 2005-08-0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로드무비님이 겪은 일들은 한편의 드라마입니다요... 지금도 저런 사기꾼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참 참 참 입니다..

돌바람 2005-08-0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10여 년 전 워커힐에서도 또 스치고 지났군요. 리뷰 <그림자마저 감시받던 검열의 시절>에 써놓았는데. 딸기님도 그때 거기에 있었다고 알려주셨어요. '늑대와 춤을'이 걸려 있는 대한극장 앞에서도 그렇고, 이거 참.^^ 책은 읽고 싶고, 조금 참자! 참을 인자를 꿀꺽.

로드무비 2005-08-0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10여 년 전 워커힐, 그랬구만요.ㅎㅎ
그 전시회 참 좋았죠?^^
('책에 대한 오브제전'이랑 '박길웅 유고전'도 기억에 남네요.)

인터라겐님, 제가 좀 똘똘해서 말입니다. 호호~
그러다 몇 년 전 다른 사기꾼에게 걸려들어 낭패보지 않았겠습니까!;;

검정개님, 지금 당장 쓰고 싶은데 우째 될지...
(님의 추천에 부응하여, 불끈!=3)

블루님, 저랑 상담하시면 자다가도 떡이 생깁니다. 오호=3=3=3
(그런데 어제부터 더위 뭈어요? 저같이 순진한 사람이라느니
문학적인 인간이라느니......내 참!^^)

날개 2005-08-09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가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사실, 책 보다는 로드무비님 옛날얘기에 폭 빠져버렸다는.....^^;;

로드무비 2005-08-09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아무래도 책 하나 써야할까봐요.
최소한 두 권은 팔릴 테니...
(인터라겐님과 날개님! 히히~)

sudan 2005-08-09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감탄.

로드무비 2005-08-09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만 감탄?^^

국경을넘어 2005-08-0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폐인들이 멋있습니다. 강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
그런데 별 이상한 사람들 다 있군요. 어디 소설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 같습니다 ^^*

로드무비 2005-08-10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 제가 지금 그놈에 대해 쓰려고 알라딘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폐인들 멋지담서 추천도 해주시지 않고...
미워요.^^

국경을넘어 2005-08-10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ㅋ 꾸욱~

로드무비 2005-08-10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 진작 그러셔야죠오.^^
어제 님께 답글 달고 바로 페이퍼 써서 올렸어요.
재밌게 읽어주세요.^^

숨은아이 2005-08-1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정애란 조각가가 있군요. 그와 이름이 같은 소설가를 제가 좋아하는데.

로드무비 2005-08-1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전에도 말씀하신 적 있죠?
어떤 작품이 있는지 한번 찾아봐야겠다.
박정애란 화가는 검정티에 청바지나 검은 면바지만 입는데요.
그 점이 또 좋았어요.^^

비로그인 2005-08-1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만의 방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엄청 젊을 것만 같아요. 감당할 수 없는 창작에의 에너지와 충돌하는 사람들..캬..부럽습네다.

로드무비 2005-08-10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별로 몸이 젊은 것 같진 않습디다.
가난과 고독이 거의 필수조건이었거든요.
그래도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것에 대해선 부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답니다. 저도...^^

로드무비 2005-08-10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캬~라니, 오늘도 한잔 찌끄러뜨리셨는지?^^

서연사랑 2005-08-1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이 진짜 멋지잖아요!!

릴케 현상 2005-08-11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해의 작은 도요에는 가봤는데^^ 저도 뭐 하나 만들어 봤답니다. 욕만 먹었지만

로드무비 2005-08-1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저는 찰떡에 무늬 넣는 도장 선물받았어요.
그날 그 사기꾼의 아는 사람 도요에서...

서연사랑님, 저 제목은 책 속의 어떤 구절이에요.
리뷰 제목을 '조용히 죽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 풍경'으로 하려다가
너무 선정적인 것 같아서...

히피드림~ 2005-08-1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토리뷰로 올려도 괜찮았겠는데요. 정말 멋진 리뷰입니다.~~
이 책 보관함에 넣어 두려고요. 정말 좋은 책 소개 받은것 같네요.^^

로드무비 2005-08-11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빌려드리는 김에 이 책도 함께 넣겠습니다.
꼭 사시겠다면야 할 수 없지만서도...^^

히피드림~ 2005-08-12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습니다. 무비님~~
근데 오즈 야스지로 책말인데요. 전 그의 영화 중 <동경이야기>밖엔 본게 없는데 책 본다고 이해가 될지 모르겠네요, 영화 쪽은 직접 보지 않고 비평이나 해설서 읽는 것이 아무 도움이 안될 듯 해서요.^^; ㅎㅎ 무비님 처분에 따르겠습니다.

2005-08-12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3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8-15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떤 책의 리뷰도 정말 재미있네요.
황인숙의 <엉뚱한 책읽기> 보다 훨씬 진솔하고 와닿아요. 대단한 로드무비님!

로드무비 2005-08-16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지나간 리뷰까지 읽어주시다니!
그, 그, 그리고 황인숙의 <엉뚱한 책읽기>보다 재밌다는 말 진담이시죠?ㅎㅎ
전 수선님 리뷰가 더 재밌어요.^^
 
선방 가는 길 - 선방의 향기 따라, 선객들의 발자국 따라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대학 1학년 때 미팅을 했는데 팝송 제목과 가수로 짝을 맞추었다.
내가 골라든 쪽지엔 빌리 조엘의  '마이 라이프(My Life)'가 적혀 있었다.
빌리 조엘이라는 쪽지를 들고 씩 웃던 부산 D대학 국문학과에 다니는 키가 큰 남자아이.

우리는 그 뒤 학보를 두어 번 우편으로 주고받다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을  무렵  우연히
남포동 길에서 맞닥뜨리게 되어  부영극장 뒤 전통주점으로 홀린 듯이 갔다.
거기서 맥주를  마시며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졌다.
영도에서 아버지가 쌀집을 한다던 그 아이, 방학이면 아버지를 도와 무거운 쌀자루를 이고 
배달을  한다던 그 아이.
내 손에 자기가 읽던 책이라며 무슨 절에서 발행된
조그만 책자를 손에 쥐어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반야심경 강의>였다.
그날은 내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금기(입학하고 무려 4개월여
술을 입에도 안 댔다 )를 스스로 깬 날이며,
불교 책자를 처음 손에 접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양산에서 국어 선생을 한다는 말을 10년 전쯤 얼핏 전해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가
양산을 지날 때
그 아이가 생각났고, 부산에 도착한 다음날 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제2송도며 태종대를 온 가족이
드라이브하는데  쌀집 간판을 지나칠 때마다 차속에서 몸을 비틀어서라도  그 가게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다.

휴가 마지막날,  4층 우리 집 복도에 나와 있는 낡은 책장 속 <반야심경 강의>가 문득 눈에 띄었다.

-- 일대사(一大事)라 함은 오늘 지금 이 마음을 말함입니다.
오늘 하루를 '영원한 오늘'로 보는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오늘을 아는 사람입니다.
찰나(刹那)에 영원을 잡는 사람입니다. 무한(無限)을 손안에 휘어잡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반야심경강의>중)

그러고보니 나는 이상하게 오래 전부터 절에 가면 대웅전  마룻바닥 구석자리가  그렇게 좋았다.
향 냄새도 싫기는커녕 좋기만 하여 코를 벌렁대었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엉겁결에 <반야심경 강의>를 읽고 나서 불교에도 관심이 생겨 기회가 되면 
가리지 않고 읽게 되었다.
얼마 전 내 손에 들어온 <금강경 강의>도 성경처럼 한 번 통독하려고 한다.
이 책 <선방禪房 가는 길>은 이번 휴가길에 여동생의 책꽂이에서 빼왔다.

이 책에 나온 어떤 스님의 말씀이 어떻고 어떤 절, 어떤 선방이 좋고 그런 말은 하지 않으련다.
'집착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슬그머니 내려버린 지 오래다.
'집착 좀 하면 어때,  흥!' 하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요즘은......

"당신은 지금 당신 자신을 온몸으로 드러내며 살고 있습니까?"하는 한 선승의 질문에
"그렇습니다!"하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날은 언제 오려는지......그런 날이 과연 오기나 할랑가?
그리고 내가 한 오십 년 유유자적 걸터앉고 싶은 널찍한 바위는 이 세상 어디에 있는 걸까?

 


 산중 꽃은 저 혼자 피어나지만 그 꽃향기는 계곡 아래로 흐르는 법이다. 이 도리야말로 선방 수행자들이
세상에 있어야 할 이유다
.(아주 풍성하게 실린 숲길이나 절, 선방 사진과 함께 소설가 정찬주가 공들여 쓴
캡션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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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0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집착하지 않겠다! 이거 정말 쿨~ 한 의지군요. 살아오면서 집착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땐 관계에 길들여졌었고 좀 외로웠었나봐요. 몇 년이 지난 후, 지금은 나쁘지 않아요. 오늘 삼겹살이랑 참이슬 마시고 좀 취했거덩요. 끄윽~
암튼 집착하지 않으면 아무도 사랑하지 않거나 혹은 그 누구라도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요?

Laika 2005-08-0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사면 "보이차" 준다고 해서 사놓고는 아직 까지 안읽고 있는데........

로드무비 2005-08-0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저에게 집착하셔도 돼요.=3=3=3

라이카님, 저도 보이차에 현혹되어 그 무렵 산 책이 있는데...
이런, 제목까지 까먹었으니 님이 저보다 훨 낫네요. 헤헤~

sudan 2005-08-07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착하지 않겠다는 생각보다, 집착 좀 하면 어때, 흥! 쪽이 한 수 위이지 싶어요.

Phantomlady 2005-08-07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에 집착 좀 할까봐요 흠..

야클 2005-08-07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추억의 짝맞추기 미팅.^^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데 로드무비님 지금은 불교신자신지?

로드무비 2005-08-08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미팅에서 짝맞추기 참 재밌었죠?ㅎㅎ
(그리고 저 아직 크리스천이에요오~)

스노드롭님, 한 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SUDAN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기분은 좋습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조선인 2005-08-08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말씀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요? 히히

로드무비 2005-08-0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그런데 그 말씀을 믿기에는 추천수가 너무 적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ㅎㅎ

로드무비 2005-08-0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언젠가 조선인님이 이 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셨던가요?
머리속에 그렇게 입력되어 있는데...^^

조선인 2005-08-0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나마 추천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얘기는 제가 아닌뎁쇼. 히히

인터라겐 2005-08-0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쌀집... 저두 쌀 2말은 들고 배달 다녔다구요...ㅎㅎㅎ 친정이 옛날에 쌀집을 했었거든요... 다른건 다 안들어오고 쌀배달소리만 ...

로드무비 2005-08-08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정말요?
그 연약한 몸으로 쌀 두 말을...@,.@

조선인님, 추천을 강요한 것 같아 죄송.
그런데 조선인님 아니면 누구였을까요?
저 책이 품절이라며 아쉬워하는 글이었는데......^^;;
(추천은 고맙습니다. )

히피드림~ 2005-08-1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은지는 꽤 됐는데 댓글은 이제야 쓰네요.^^
전 불교에 관련된 책은 그동안 한번도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네요. 로드무비님이 소개해 주시지 않았다면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저의 심성이 기독교적인 세계관보다는 불교적인 것에 더 가까운 것은 사실일겁니다. 전 권력화한 한국교회의 모습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누군가 불교도 다를 것이 없다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후자는 좀더 개인주의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드무비님은 리뷰를 항상 맛깔나게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재밌는 경험도 많이 하시고. ^^

2005-08-13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8-13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반갑네요. ㅎㅎ
얼마 전 범일동 관련 페이퍼 올린 것 있는데('의도적으로...'카테고리)
안 읽었으면 한 번 읽어보세요. ^^
저 그리고 안 포근하고 안 넉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