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
김연자 지음 / 삼인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남달리 험한 인생 역정을 겪은 이의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동안 이야기를 듣노라면
연민에 앞서 짜증이 솟구칠 때가 있다.
어쩜 그리도 운명은 그를 계속 희롱했는지, 그는 어이하여 그렇게 계속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살았는지,
뭐 그런 마음에서지만, 더러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니까 인생이 그 모양이지요!" 하고
고함을 지르고  싶은 경우도 있다.
특히 무명씨들의 자서전 식 자비출판 소설을 몇 번 맡아본 나로서는 교열작업을 하며 많이도 씩씩거렸다.
세상에는 왜 그리 악인도 많고 기구한 사연도 많은지.
그리고 그들은 왜 적지 않은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하나도 자랑스러울 것 없어 보이는 자신의 삶을
책으로 묶어내지 못해 안달인지......이해를 못했던 것이다.

지금이라면 10여 년 전 한창 그런 일을 할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그들의 삶과 원고를 보듬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과 인생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주찬옥 작가와 짝을 이뤄 감성적인 드라마를 잘 만들던 연출가 황인뢰는
언젠가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렇든 저렇든 모든 악다구니는 싫어요!"

그게 뭐 그리 대단한 말이라고 아직까지 기억 속에 남은 건,  당시 내가 그 말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는 제목만 놓고 본다면 내가 절대 골라들 책이 아니다.
나는 아직도 사람들이 악을 쓰는 것에 대해 무한한 두려움과 혐오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동두천과 송탄, 군산 아메리카 타운 등을 이른바 '양공주'로 전전하며 젊은날을 다 보내고 
여지껏  기지촌에 남아 성매매 현장의 젊은 여성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이 책의 주인공 김연자는
특별하다.
아무리 험한 사건들과 현장 속에 있었기로 사람이 그 사건에 묻히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그의 개성과
매력과   진면목이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는 윤금이 씨 사건과 같은 끔찍한 일들이 동료 혹은 친구들에게 다반사로 벌어지는 현실 속에서
도망가거나 체념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 고발하여 이 땅에서 미군 범죄 최초의 무기징역형을 받게 한
일등공신이다.

한푼두푼 모은 돈으로 힘을 합해 천막을 짓고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된 그와 동료들의 기도 대목에서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깊은 병을 앓는다든지 가족에게 버림받고 만신창이가 된 그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하나님께 감사할
건덕지가 있어야 말이지.
그들은 이렇게 기도한다.

--살인하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기도 내용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데 이 책의 저자 김연자의 유머와 낙관과 능청은 자칫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책 내용을
제법 경쾌하게 곳곳에서 환기시켜 주고 있다.

다음은 내가 제일 인상 깊게 읽은 대목.

--30년 가까이 기지촌에서 살아갈 때 단 한 번도 운동가들이 찾아온 적이 없었다.(...)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할까. 날마다 술먹고 악을 쓰며 사람을 세상을 그리워했는데,
막상 세상에 나오니 나는 서툴렀고 얘기할 수 있는 통로도 많지 않았다.
기지촌 연극이라도 해보고 싶어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여성문화단체 같은 데 가서
연극 얘기를 들어보면 무슨 어려운 영화나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마광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건 우리 같은 밑바닥 삶과는 별로 관계도 없고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는
얘기들이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폐병이 많다던데, 내가 보기에도 폐병은
예술가가 잘 걸리는 병이고, 예술가는 자기연민에 빠진 폐병쟁이로 보였다.(본문 255쪽)

오래 전 <자기만의 방>이란 연극을 나도 무지 지루하고 재미없게 보았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 건지......

너무나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점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것도 이 책의 매력.
그런 사람들이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자신의 단점이나 실수를 대하는 것처럼 열려 있기
쉽기 때문이다.

------------------------------------------
(리뷰 쓰기 무지 어려운 책이었어요.
일전에  따우님으로부터 이 책을 선물받고 감사  겸 자랑 페이퍼를 올렸을 때
하도 여러 분이 리뷰를 독려하셔서 떠듬떠듬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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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5-10-19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이 추천만~~

urblue 2005-10-19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렵다 하셔도 님의 리뷰는 항상...

로드무비 2005-10-1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리뷰 쓰겠단 약속은 괜히 해가지고설랑.^^;;
이 책 저는 참 좋았어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싸이런스님,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서론이 더 길어져 버렸어요.
그런데도 추천해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블루님, 뒷말이 궁금하군요. ^^

icaru 2005-10-1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광수와...자기만의 방 이야기...를 삽입한 것 인상적이네요~
음아~ 잘 읽구 가요..

mong 2005-10-1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덕에 두번 감동하는 오늘입니다
훌쩍~제목이랑 너무 근사하게 어울리는 리뷰이어요
또 한번 만세~추천은....아시죠? ^^

비로그인 2005-10-1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니까 인생이 그 모양이지요!"

이 말이 가슴을 칩니다..^^


클리오 2005-10-1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넣어둔 책입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

로드무비 2005-10-19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왜 그러세요오.
상관도 읎으시면서.
저 말은 제 입으로 한 말이지만 사실 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깁니다.^^

mong님, 아아 님을 계속 감동시켜 드리고 싶네요.
제목이 좀 거시기했지만 따로 떠오르는 게 없어서.
님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칭찬을 해주는 요정 같아요!(헤벌레~)

이카루님, 님도 그러시군요.
'자기만의 방'은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플레져 2005-10-19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쓰기 어려웠다는 말씀이 믿기지 않습니다요.
저같은 녀자 보라고 하는 책 같아요. 겉멋처럼 욱신거리는 이맘... 낼롬 멎었어요.

로드무비 2005-10-19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책은 바로 읽어놓고 리뷰 쓰는 걸 미뤘거든요.
그래도 이상하게 쓰고 싶더라고요.
리뷰를 읽고 한두 명이라도 이 책을 사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클리오님, 님도 리뷰를 독려한 한 분이시잖아요.^^

2005-10-19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0-19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그렇죠?
그런데 왜 그 좋은 말씀을 속삭이셨는지?ㅎㅎㅎ

서연사랑 2005-10-1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믿음이 아닐까요...그 어느것에도 감사하지 못할(우리의 기준으로는) 조건 속에서 살인하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니요.
저란 인간은 오늘도 복주시고 복주사 쓰고 넘치도록 주시옵소서~ 하고 기도했는데 저들의 기도 앞에는 부끄러워 더이상 손을 모을 수가 없네요.

로드무비 2005-10-2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 저도 뭐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 저 기도 문안을 읽는 순간 가심이 벌렁벌렁 이상했나봐요.;;

국경을넘어 2005-10-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5-10-20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 고맙습니다.(_ _)

숨은아이 2005-10-20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먼저 읽으신 거 샘나서 그냥 가려고 했는데 제목 때문에...

로드무비 2005-10-2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샘낼 게 따로 있지...ㅎㅎㅎ
이 책 손에 들면 금방이에요.
손에 들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님의 리뷰 지둘릴게요. 흥미진진...어떻게 쓰실지...)

날개 2005-10-2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도 눈에 확 띄고 리뷰제목도 시선을 끄는군요..^^
근데, 제가 왜 이 리뷰를 못보고 갔을까요..^^;;;;

로드무비 2005-10-20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왜긴 왜겠어요.
애정이 식은게지요.=3=3=3

검둥개 2005-10-2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네요 얼렁 보관함에 넣고 추천도 꽉 누르고 ;)

로드무비 2005-10-2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검둥개님 요즘 왜 이리 행차가 늦은 겁니까!^^
(.낀 놈이 성낸다고!^^)

히피드림~ 2005-10-23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문열 소설 읽다가,, 궁상맞은 아줌마들의 궁상맞은 이야기 라는 대목에서 설핏 웃기기도 하다가 화도 나고 그랬어요. 우리 어머니 세대의 자기 희생이 있었으니까 사회도 발전하고 개개인의 삶도 예전보다 나아진 거잖아요. 이 글을 읽어보니 그때 생각이 나네요.

로드무비 2005-10-2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아줌마 싸잡아 말하면 화나죠?
이문열이야말로 가부장적이고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댓글은 언제 오셔서 쓰셨답니까?^^

2005-10-26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라겐 2005-10-2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미리.. 혼나기전에... 제가 늦게 온 이유는요.. 판사님이랑 검사님 앞에 갔느라 서류 준비할께 많았어요... 혼자서 그거 다 하느라 고생했다구요...^^
예전에 그러니깐 살아 라는 책을 봤던게 생각나요.

로드무비 2005-10-2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라는 책 말씀이주?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런데 그게 무슨 일이죠?
페이퍼롤 올린 적 있나요?
궁금해서...;;
(모쪼록 원하는 결과 얻으시길!)

속삭이신 님, 바쁜 일은 좀 정리되어 가나요?
요즘 정말 여기 뒤숭숭하죠?
마음이 안 잡혀 페이퍼도 안 써져요.^^;
 
건축가는 어떤 집에서 살까 - 특별하지 않게 특별하게 사는 집 스토리
김인철, 김진애 외 지음, 김재경 사진 / 서울포럼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세 종류의 집에서 동시에 거주한다.
유년 시절을 보냈던 기억의 집, 현재 살고 있는 집, 그리고 우리가 아직 용기 있고 열정이 있다면
살아보고 싶은 꿈속의 집.
(본문 90쪽)


‘우리가 아직 용기 있고 열정이 있다면...’이라는 대목에서 나는 잠시 울컥한다.
용기와 열정이 남아 있지 않아서냐고? 아니다.
나는 용기와 열정을 내 것으로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새삼스럽게 사무친다.


이 책을 맨 처음 발견했을 때 ‘건축가들이 사는 집이라고 뭐 특별한 게 있으려고?’ 하는 마음이
반, ‘아니 그래도 집에 관한 전문가들인데 뭐라도 하나씩은 특별한 게 있지 않겠어?’ 하는
마음이 반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 한 명 한 명, 그리고 그들의 집들은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되 또 어찌 보면
그 개성마저도 지극히 평범하다.

건축가들의 사는 집의 특색은 몇 가지로 정리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고쳐 사는 집이 의외로 많다는 것, 집과 일터가 같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느린 삶과 오래된 시간을 즐긴다는 것,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나름대로의
정신적인 사치를 부리는 부분이 있다는 것.


통일연수원을 지었다는 김원이라는 건축가의 집을 살펴보자.
반포아파트에 오래도록 살던 그는 어느 날 문득 북촌 근방에서 살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선다. 
여러 날 인왕산 근처를 맴돌다가 마음에 쏙 들어오는 오래 된 한옥을 발견, 복덕방에 들어가 앞으로 그 집을 주인이 내놓으면 자기에게 꼭 연락을 달라고 청을 넣어놓고 온다.

2년 뒤, 그 집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와 집주인과 계약을 체결한 그.
그는 아주 오래 된 한옥을 전부 헐지 않고 고쳐야 할 부분만 고쳐서 살고 있다.
매일아침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인왕산을 변기 위에 앉아 느긋하게 감상한다니

세상에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


건축가 김원의 인왕산 밑 한옥


열세 명의 건축가 중 내가 제일 매료된 이는 ‘느낌표’ 도서관 프로젝트를 맡았던 건축가 정기용.

‘나의 집은 백만 평!’이라고 호기를 부리는 그는 명륜동의 허름한 다가구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눈 내리는 날, 초라하던 한옥들이 갑자기 눈에 띄게 그 실존적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을 본다.
반복하는 기와골들이 만들어내는 규칙적인 흑백의 대비들은 다가구집들을 압도하고,
새벽녘 푸르스름한 도시 풍경은 사랑스럽다.
(...)나는 내가 사는 곳이 집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의 방’이라고 여긴다.
나의 집은 공용면적을 포함해서 임대계약상 31평이 아니라 50~ 100만 평이 넘기 때문이다.
나는 또 나만의 정원을 가지고 있는데 내 방에서 10분을 걸어가야만 한다.
그곳은 다름 아닌 성균관, 즉 문묘인 명륜당 앞마당이다. 500년 묵은 은행나무 두 그루와
느티나무 한 그루, 마로니에와 단풍나무가 몇 그루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명륜당은
사계절 나의 벗이기도 하다
.(본문 82쪽)

 


 건축가 정기용은 다가구주택을 하나 얻어 살며 명륜당 문묘가 자신의 정원이라며
아침마다 저 나무 밑에서 신문을 읽는다.


한옥 골목에 살아보지 못한 이라면 절대 모를 ‘눈 오는 날 갑자기 눈에 띄게 그 실존적 모습을
드러내는 한옥’들. 마루에 쪼그리고 앉거나 문지방에 팔을 괴고 앉아 바라보는 한옥 마당의 하늘,
아파트보다 열 배쯤 큰 소리로 내리는 빗소리.....
그 풍경 속에 한 3년 남짓 살아본 것이 나는 지금도 그토록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그러니 이 책에 나오는 각양각색의 멋진 집들 중에서도 건축가들이 고쳐서 살고 있는 몇 채의
한옥에 온통 마음을 빼앗길밖에......


집은 아침마다 일어나 내가 눈곱을 닦는 곳이다.

내가 가장 방만한 자세로 드러누워 책을 읽고 놓친 영화를 보는 곳이다.

조물락조물락 내가 만든 음식들과 내 가족의 상긋하고 콤콤한 냄새가 벽지마다 서랍장 구석마다 배여 나의 집의 냄새를 완성한다.

열세 명의 건축가는 이 책에서 자기 사는 집을 보여주되 전망 좋은 곳, 깨끗하게 청소된 곳,
자신의 안목과 독특한 취미를 자랑하는 정도까지만 자신의 집들을 공개했다.
좀 인색한 듯하게  보여주는 전망과 인테리어를 흘깃대는 재미도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자기 사는
집을 통하여 13인의 건축가의 철학의 일단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 제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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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10-15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옥. 정말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그 묘한 맛이 있죠.
전 아직도 한옥집에서 살던 시절의 꿈을 꿔요. 언제나 꿈 속에서 집은 한옥.
집의 냄새...가 물씬한 주말이에요.
님의 글에서도 가을 바람 냄새가 납니다.

로드무비 2005-10-1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어제 이 글 올리다가 다운되어 오늘 다시 썼답니다.
그럴 때 기분 아시죠?
집에 대해 산문을 하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뜬금없이......
북풍한설 북아현동 문간방에 세들어 살 때가 가끔 그리워요.

플레져님의 댓글에서도 가을바람 냄새가 물씬 납니다.^^

인터라겐 2005-10-15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원래 아파트 체질은 아니고 예전부터 북촌 한옥마을에 사는걸 꿈꿨었는데.. 나중에 정말 돈 많이 벌면 전원주택을 멋스런 한옥풍으로 꾸미고 말꺼예요.. (헉 그런날이 올지 몰라요...)

국경을넘어 2005-10-1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선 후기 소론의 영수였던 윤증집안인데, 고택이 지금 사는 대전 집에서 1시간 정도 차 타고가면 나오는 논산에 있죠. 그래서 다리에 힘이 풀려서 도저히 아이들 앞에 설 수 없다고 생각될 때 윤증 고택에 가서 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실현가능성은 잘 모르겠습니다). 일전에 방문했을 때 종손들이 그 집에서 사는 거 무진 싫어하길래 속으로는 "조금만 기다리세요. 나중에 제가 여기서 살테니까"하고 나온 적이 있지요 ^^

서연사랑 2005-10-1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집이란 아침에 일어나 눈곱도 닦고 세수 안 한 얼굴로 뒹굴뒹굴 하기도 하는 곳인데 인테리어 잡지같은데 보면 반딱반딱~ 너무 번지르르 멋있어서 물 한 방울도 흘리면 안 될 것 같은 집들만 보여 주더라고요. 저 책에 소개된 집들이 그런 류는 아닌 것 같아서 보고 싶어져요^^

mong 2005-10-15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짧은 소견으로는 주택 설계가 가장 어렵습니다
집에는 그만큼 담기는 것도 많고
또 사는 이를 위해 비워야 하는 부분도 많지요
아무리 사진빨로 치장을 해놓아도
건축가의 집만 보아도 그 됨됨이를 읽으셨으리라 짐작됩니다 ^^

로드무비 2005-10-16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공들여 만든 자기 집 옥상 자랑을 그렇게 하던 김진애 씨가
책이 나올 무렵엔 다른 집에 살고 있더군요. 그 집을 팔고.
뭔지 불쾌한 기분이었어요. 자기 집 갖고 뭘 하든 주인 마음대로인데......
호감이 가는 사람과 집이 저같은 경우는 너무 뚜렷해서.
검소하게 사는 것처럼 꾸민 사람의 사치도 보이더군요.
뭐 사치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아무튼 재밌게 읽었답니다.^^

서연사랑님, 맞아요.
집은 나와 내 가족의 모든 못난 꼴을 지켜보고 품어주는 공간이잖아요.
이 책은 건축가들이 사는 집구경 쪽보다는, 그들의 집에 관한 생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더구만요.
집구경을 실컷 못해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들긴 해요.^^

폐인촌님과 가족이 윤증 고택(보진 않았지만 상상만으로도)에 사시는 것
찬성이에요. 무조건!
마음에 드는 집 당장 채근하지 않고 2년씩이나 기다리다가
결국 자기 집으로 만드는 김원 씨의 경우가 전 인상적이더군요.
마음에 든사람이든 집이든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님이 그 고택에 살게 되면 꼭 한 번 놀러가 보고 싶구만요.^^

인터라겐님, 북촌 한옥마을에 주민으로 입성하시길
빌어드릴게요.
간절하게 바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 이루어진다는군요.
이 책에 나온 몇몇 건축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고요.
인터라겐님과 한옥풍 예쁜 집, 너무 잘 어울립니다!^^

국경을넘어 2005-10-16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거기 들어가면 로드무비님 한번 모시겠습니다. 명재 선생 고택이 역사, 문학, 조경, 건축,하는 사람들 많이 답사오는 집이거든요. ^^

로드무비 2005-10-1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 기대할게요.^^

프레이야 2005-10-16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집은 백만 평... 부러운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이 부럽습니다.

로드무비 2005-10-1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그렇죠?
그 마음이 참 예쁘고 부럽습니다.
더구나 독신이라니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것 있죠?^^

stella.K 2005-10-1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저는 이제야 이걸 보는 걸까요? 저는 책에 대한 욕심 못지 않게 집에 대한 욕심이 있나 봐요. 누가 집을 색다르게 지었다고하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집은 쉽게 소유할 수 없지만 책은 그 보단 쉽지요. 집을 살 수 없다면 이 책이라도 사서 읽어야 할까 봐요. 흐흐. 추천하고 가져가요.^^

로드무비 2005-10-1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읽어주셔서 감사!
하루빨리 님을 만나 마음에 드는 공간에서 함께 예쁘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2005-10-18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10-2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우리언니에게 선물하면 참 좋아하겠어요.. 이런 류 되게 좋아하거든요..^^
(늦은 댓글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흠흠 저 이거 댓글 벌써 달았는 줄 알았어요.. 분명히 읽었던건데.... 아마 비몽사몽간의 아침에 읽었던 글인가봐요..^^;;;;)

로드무비 2005-10-2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나중에 빌려드릴게 언니와 함께 읽으세요.
그리고 뭐 그냥 그렇다는 말이지 너무 진지하게 말씀하시긴!^^;;;

날개 2005-10-2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원래 한 '진지~' 하잖습니까..음하하~

로드무비 2005-10-2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런 면이 있었구만요.('')(..)
 

취업을 해보겠답시고 딱 하루 용을 써보고 얻은 나의 결론은 이랬다.
'나란 인간은 세일즈와 맞지 않는다!'
삐딱한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에게 딴지를 걸었다.
'그럼 니는 뭐 해갖고 묵고살낀데? 뭐 딴 사람들은 세일즈가 적성에 맞아서 직업으로 택했다 카더나?'
그런데 세일즈는 일단 그 사람의 집 대문이든 마음의 빗장이든 지갑이든 열게 하기 위해
나름껏 적절한 장광설을 풀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우선 남의 마음이든 지갑이든 대문이든
열 자신이 없었다.

그리하여 선택한 것이 나의 재능(!)을 살리는 일, 역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글솜씨(!)를
뽐내는 일이었다.
동광동의 K기획. 광고회사라기엔 상호가 너무 꾸졌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허영심 없고 내실 있는 기업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동광동 인쇄골목의 한 허름한 건물 2층.
직원이라곤 내 또래의 경리와 30대 초반의 젊은 실장 겸 사장이 다였다.
유능한 카피라이터를 한 명 뽑아 침체된 회사 분위기를 일신하고 싶다는  말에 
나는 부담과 희미한 저항을 느꼈지만 어쩌면 내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도 역시 카피라이터로 일하기 전의 그 단계라는 것이 필요했다.
망할 놈의 단계. 역시 그것이 직장생활의 관건이었다.
아무튼 카피라이터라고 떠억하니 명함도 박고 아침마다 얼굴에 좀 찍어바르고 출근이라는 걸 했다.
부모님은 이번에도 아슬아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처음에 내가 맡은 일은 마산의 한 공원묘원의 '찌라시' 광고문안.

--산책로의 끝에서 만나는 그리운 이의 묘원!

이것을 헤드카피로 뭐라고 뭐라고 그 공원묘원의 장점들을 몇 가지 열거하면 되었다.
무덤을 유치하는 일이라니 맥이 좀 풀렸고, 겨우 몇만 원짜리  '찌라시'라니 나의 첫 일치고는
너무 초라했지만 그러면 어떤가!  나는 나의 성실과 유능을 입증하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계속)

그런데 이곳에서도 곤란한 일이 자꾸 생겨났다.
사장이 "약속이 다 되어 있다!"며 어디에 가서 계약서에 도장만 받아오면 된다고 해서 가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길길이 뛰는 것이었다.
"거, 사람 참!  한번 만나달라 통사정해서 만나줬더니만 어디서 덤테기를 씌우려 들어!"
사장이란 인간이 주로 계약을 뚫어보려고 한 건 부두 뒤편의 해운회사들이었다.
동광동에서 부둣가까지는 위치상 어중간해서 걸어다닐 수밖에 없었는데 때는 바야흐로 봄이어서
갈 때는 진땀이, 올 때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래도 점심시간은 꽤 즐거웠다.
근처 식당에 밥을 대놓고 먹었는데 주인의 음식솜씨가 썩 괜찮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경리직원이 그곳에서 밥을 먹지 않고 약속이 있다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자꾸 빠지는 게 아닌가!
이상하게 나를 대하는 주인부부의 태도도 점점 험악해졌다.
밥을 소리가 나게 탁 내려놓질 않나, 다 먹기도 전에 식탁을 치웠다.
왜 그러냐고 정색을 하고 물어봤더니 K기획이 외상으로 밥을 먹는데 한달 보름치가 밀렸다고 했다.
어느 날부턴가 사장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전화는 슬슬 피하고......
내가 주인이라도 부아가 났겠다.

할 수 없이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한달 월급은 받아봐야 할 것이 아닌가!
궁리 끝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K기획(정확하게는 나 같은 인재)이(가)  있다는 걸 세상에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정성껏 문안을 써서 부산 시내의 그럴만한 중소기업이나 괜찮은 레스토랑 몇 곳에 안내문을 보냈다.

부산 지역에서 꽤 알려진 화장지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그곳은 장애인들을 적극적으로 기용, 두루마리 휴지와 티슈를 만드는 곳이었는데 만나보니
사장님이란 분이 너무 좋았다.
라디오 광고의 문안과 카탈로그 제작을 맡기로 했는데 70만 원에 계약했다.
사장님은 부탁한다며 나에게 두루마리 화장지와 티슈를 몇 덩이나 안겨주었다.
짐이 많다고 집에까지 태워다 주기까지 했으니 그날 내가 얼마나 부모님 앞에서 으시댔겠는가!

몇 개의 '찌라시'와 xx화장지의 일이 끝났을 때 딱 한달이 되었고 나는 비전이 없다고 판단,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사장이 깜짝 놀라며 치마꼬리를 붙잡을 줄 알았는데 선선히 그러라고 해서 얼마나 무안했던지......

동광동 산꼭대기 그 허름한 골목을 한달 동안 드나들며 나는 인생에 대해 확실한 감을 잡았다.
인생에는 별것이 없다는 것을.
산다는 건 한없이 초라하고 지루하고 비루할 뿐이라는 걸.

그런데 인생에 대한 환상을 싹 걷어가 준 건 좋은데  이놈 봐라,  그 알량한 월급을 주지 않고
차일피일 자꾸 미루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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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07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할 놈의 단계! 크하하하...
이거 정말 재밌네요. 이걸 주제로 책 한 권 내보세요(진심)! 로드무비님의 글빨이라면 대박난다고 내 보장합니다. 딸랑딸랑. ^^* 우헤헤...

히피드림~ 2005-10-07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밌어요. 계속 써주셔요.

sudan 2005-10-07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라는 카테고리 제목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처음 이 서재에 왔을때 저 제목만 보고도 딱 삘이 왔더랬죠.

날개 2005-10-07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쓰다 마시면 어떡해요..ㅠ.ㅠ 빨랑 써주세요!

하루(春) 2005-10-07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여 돌아오세요.

비로그인 2005-10-0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실실 쪼개고 앉아 있습니다. 로드무비님의 글은 참..유쾌해요. 그래서 그 '찌라시'는 대박났나요?

검둥개 2005-10-0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 했으니 얼렁 돌아와 마저 써주세요. ^^

어룸 2005-10-0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투요~!! ^^

클리오 2005-10-0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다음이 훨씬 더 궁금해요.... ^^

chika 2005-10-0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며칠동안 컴이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이렇게 멈춰버리시면~

바람돌이 2005-10-0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추천 누를게요. 일종의 추천 예약 시스템이라고 할까? ^^

서연사랑 2005-10-0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결편 읽고 갑니다. 인생에 별 거 없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알면서도 왜 기대는 자꾸 하게되는 걸까요? 그 기대치가 내 키만큼만 작아져도 인생이 수월할 것 같은 데 말이죠...

로드무비 2005-10-0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흥=3 야박하시긴...^^

치카님, 부랴부랴 썼어요. 잘했죠?^^

클리오님, 이어서 쓴 부분도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투풀님, 기다려주셔서 감사!^^

검둥개님, 두 번째 이바구도 마음에 드시나요?^^




클리오 2005-10-07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근데 이거 완결 아닌 것 같아요. 뭔가 네버엔딩스토리같은... ^^;;

날개 2005-10-0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완결이 아니잖아요~~!!!! 그 사장한테 월급 받는 이야기까지 써야 완결이네~
그 얘기가 저건가 봐요? 집달리가 나오는거 보니..ㅎㅎ

로드무비 2005-10-07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 인생이 재밌는 건 체념했을 때, 마음을 비웠을 때 또
반전이 있기도 하다는 거죠.^^

복돌이님, 자리 펴고 지둘리신다더니 왜 안 보이시능겨?^^

하루님, 저 왔어요.^^

날개님, 궁금증이 충분히 풀리셨죠?^^

수단님, 전 님의 서재 사진과 이름만 보고도 '삘'이 왔답니다.^^

펑크님, 네. 썼습니다. 썼다고요.^^

노파님, 님이 제일 신나 하시는구랴
남의 아픈 이야기에!^^

히피드림~ 2005-10-07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기꾼같은 사장에게 월급을 받아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요.^^다음 페이퍼도 빨리 써주셔요.~~

로드무비 2005-10-07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클리오님, 두 번째 용을 쓴 이야기는 완결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쓸지 말지...('' )( ..)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히피드림~ 2005-10-07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 음악은 어디서 들려오는 거래요? 오랜만에 들으니,참 좋은데요.

바람돌이 2005-10-0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중요한거, 월급은요?
파란만장한 용쓰기 계속 기대할게요. ^^

로드무비 2005-10-07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언젠가 이 카테고리 내의 페이퍼에 날개님이 음악을 깔아주셨는데요.
'의도적으로...'카테고리를 누르고 페이퍼를 읽으면 계속 음악이 흘러나와요.
펑크님, 월급 이야기 가지고 또 페이퍼 하나 쓰려고요.
너무 길어서......^^

로드무비 2005-10-0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은 추천 예약 시스템 완결하셨어요?
월급 이야기가 역시 제일 궁금하신개벼!^^

바람돌이 2005-10-0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추천 누르는거 잊었다.
추천 예약이었는데 이거 고장났었어요. 지금 복구중.... ^^

울보 2005-10-0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저는 취직이란것을 참 쉽게 했내요,내뜻과 상관없었지만,,
그래도 한 13년을 한곳에서 버텼으니 용하지요,,ㅎㅎ
참 나쁜사람들 낳아요,

페일레스 2005-10-0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으 재미있습니다! >_< 로드무비님 쵝오! -_-)b

라주미힌 2005-10-07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를 잘못 만난 인재로세...

로드무비 2005-10-0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3=3=3

페일레스님 댓글 쵝오!(처음 써봐요!^^)

울보님 님은 정말 행운아였군요.
(아님 실력자였던지!^^)

바람돌이님, 어머, 물어보길 잘했네요!^^

로드무비 2005-10-07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그러셨어요?
월급은 받았을 것 같아요? 못 받았을 것 같아요?ㅎㅎ

플레져 2005-10-0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님의 인생역정(?)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닉넴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와우!!

2005-10-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게 다 비슷비슷하죠? 세상에 그 인간이 그 인간이고^^ 그런 경우 질질 끌다가 형편이 안되니 반 정도를 먼저 준다고 하죠.. 아녀요?

chika 2005-10-0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봤어요!!
세번째 이야기도 나오는거죠? ^^

2005-10-08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05-10-0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하게 해놓고 이야기를 끊어버리는 것, 그것도 재능이죠? 뒷이야기가 정말 궁금하네요. 아침마다 로드무비님 글 때문에 미소가 돕니다. 고마워요.^*^

인터라겐 2005-10-08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뭉텅거리게 맺으시면 어쩌신데요.. 궁금해서 죽습니다..

비로그인 2005-10-0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아슬아슬하게 보고는 추천까지 하고 나갔는데 이거 뭐예요? 나머지얘기가 너무 재밌잖아요 두 번 추천을 할 수 없다는게 억울합니다..ㅎㅎ
저도 남들처럼 기다렸다 다 읽고 추천을 하는 버릇을 들여야겠어요
뭔가 표현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다니 진짜 억울하다니까요..^^
잠시 컴 주인이 사라진사이를 이용해 들렸습니다..ㅎㅎ

로드무비 2005-10-0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추천 먼저 하는 거 아주 좋은 버릇입니다.
전 오죽하면 추천 먼저 하고 리뷰든 페이퍼든 읽는다니까요.ㅎㅎㅎ
주말에 어디 나가 무슨 일 하시나봐요?
컴 주인이 사라진 사이를 이용하시는 거라니!
재밌죠? 뒷이야기도?^^

인터라겐님, 뒷이야기는 쓸까 어쩔까 생각중입니다.
흥이 오르길 기다려서...^^

혜덕화님, 제가 좀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사람을 글로써 감질나게 하는 것.
제 페이퍼 읽고 아침마다 웃으신다니 제 입도 덩달아 벌어집니다.^^

속삭이신 님, 꿀같이 느껴지는 글이라니
님도 공감하시는 그 부분 페이퍼로 좀 보여주시지요?^^

치카님, 이왕 꺼낸 것, 세 번째 이야기도 쓰긴 써야 할 텐데!^^

참나님, 어머 그런 경우 당해 보셨나 봐요.
그런데 절반이라도 주겠다는 미끼는 안 던지던데요?^^

플레져님, 고작 이런 일이 인생역정 축에 들어가면 안되죠.
실패를 모르는 얼굴 같다는 말을 들으신 적 있다 하셨죠?=3=3=3
(그 표현이 너무 재밌어서 한번 놀려먹어봅니다.
애정 표현이에요. 아시죠?^,.~)

sandcat 2005-10-1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장하게 읽었습니다. 주말엔 컴을 못 쓰는 터라 통 ...
못 받아낸 알바비가 도대체..(목이 메인다)

로드무비 2005-10-1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어흑, 님도!(엉엉)
 

혼자 힘으로 취직을 해보겠다고 잠시 용을 쓰던 날들이 있었다.
첫번째로 이력서를 넣은 곳은 무슨 회사 '사무직'.
신문의 구인광고를 보고 '사무직'이란 단어에 솔깃해 그 당장 이력서를 썼다.
그곳은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이 있다고 해서 나의 신뢰를 얻었다.
'서류전형에, 필기시험, 면접을 봐서 사람을 뽑을 정도면 최소한 꼭 필요한 사람을 뽑는다는 뜻이겠지!'
순진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서류전형에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부모님께 취직이 거의 다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큰소리부터 치고 보았다.
긴가민가 수상한 눈빛을 교환하는 부모님을 보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믿음직하지 못한
딸이었는지  절감할 수 있었다.  분하지만 할 수 없는 일!

아무튼   다음날 아침 시험을 치러 갔더니 사무실 분위기도, 거기 모인 사람들도,
시험문제도 너무너무 수상했다.  수상하지 않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1번 문제 : '성공'을 영어로 써보시오!

그런 비슷한 문제가 열 개인가 스무 개 쭈루룩 나열되어 있었다.
나는 100점 만점에 톱의 영광을 누렸다.
살다가 그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다.
면접 때 양복과 얼굴이 따로 노는 아저씨가 내 손을 꼭 잡고 아래위로 힘차게 흔들었다.
정말정말 기대한다고!

면접을 끝내고 최종적으로 남녀 열댓 명인가가 남았는데 한 명씩 앞으로 나와서
자기소개를 하라고 했다.
지독하게 내성적으로 보이는 내 또래의 여성이 시선을 허공에 두고 자기의 좌우명은
'신독(愼獨 : 홀로 있을 때도 스스로 삼가함)'이라고 말하는데  소름이 돋았다.
아니, 저렇게까지 말할 건 뭔가! 
나는 모르는 이들 앞에서 그런 어마무쌍한  말을 좌우명이라고 떠들고 싶지 않았다.
차례가 되어 앞으로 불려나간 나는 최대한 무심하고 껄렁껄렁한 표정으로 이름만 내뱉듯이 말하고
내 자리로 들어왔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한달에 1천만 원을 번다는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칠판 앞에 나가
내가 모르는 소리를 떠들기 시작했다.
사무직으로 일하기 전에 반드시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그 일의 내용이 '상담'이라는 것이다.
자신도 3년 전 이 단계를 성실하게 밟아 지금 위치에 올랐다고 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채용이 결정(!)된  나를 포함한 열댓 명은  네 개인가 다섯 개인가의 조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선배사원들이 한 명씩 각조에 따라붙었다.
한 시간여의 교육이 끝난 후 우리들 손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설문지가 든 파일 한 권씩이 들려졌다.
마지막으로 앗싸앗싸 무슨 구호를 외치라고 해서 따라 외치는데 왠지 다리 힘이 스르르 풀리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순식간에 어린이책 전집 외판원이 되어 있었다.
관건은  어디까지나 설문조사라고 대문 앞에서 설득하여 주인으로 하여금 문을 열게 하는 것.
세 번째인가 모르는 집 대문 앞에서 선배사원의 시범이랍시고 하는 떫은 짓을 보다가 
견디지 못하고  나는 파일을 그의 품에 던져주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용모단정으로 보이려고 입었던 치마, 굽이 꽤 높은 구두 때문에 뒤꿈치가 다 까졌다.
절뚝거리면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사는 일이 꽤 만만치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부모님이 실망하실 일이 걱정이었고,  인생의 좌우명이 '신독'이라고 부르짖던 아까 그 여성은
지금 어쩌고 있는지가 무지 궁금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이는 좀 없었지만 나는 그날 하루의 경험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나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혹시 뻔뻔스럽게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가,  그날 나는?

 

------------------------

어제 플레져님의 페이퍼를 읽고 나도 생각나는 것이 있어 페이퍼를 쓰겠노라 댓글을 달았더니
마태우스님이 내가 그런 말을 열두 번인가 열세 번 하는 걸 봤다고 비웃으시는 거다.
나의 성실함을 입증하기 위해 페이퍼를 쓴다.
그런데 같은 취업분투기인데 어쩜 이리 글의 모양이 다른 것이냐!
추천수가 만족스러우면 다음 이바구도 털어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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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0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을 쓰던 날을 엿보는 저는 왤케 재밌게 느껴지는지.
고소한 땅콩을 한 소쿠리 가득 담아놓고 까먹으며
누군가와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워올리는 것처럼 재밌어요.

다음 이바구를 보고 싶으니 당연히 추천을 해야죠! ㅎㅎ
근데, 웬만한(누가 교정 전문가 아니랄까봐! =3) 추천수에 로드무비님이 만족하실까... =3

urblue 2005-10-0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많은 로드무비님.
그간의 추천수가 부족해서!!
(뭐 당연히 추천 하고 갑니다. =3)

비로그인 2005-10-06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웃음이 마구 나오며 주책스런 수다가 떨고 싶어지는데 그냥 참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정성껏 추천만 하고 갑니다..
(사실은 막 시장을 봐와서 아직 짐도 풀지 않았거든요..^^)

로드무비 2005-10-0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블루님, 추천수에는 마음을 비웠는데요.
그런데 플레져님하고 너무 많이 비교되면 좀 거시기하잖아요.
같은 이야길 썼는데......(아닌가?)

노파님, '용을 쓰던 날들'이 제목 더 와닿죠?
님이 재미있다고 하시니 글 쓴 보람을 느낍니다.
그런데 왠만한--웬만한 당장 고치세요!ㅎㅎ
(추천수 압박 넣지 마세요! 시치미 뚝!('' )(.. ))

Laika 2005-10-0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로드무비님의 글은 늘 마음으로 읽어요....추천합니다.^^

라주미힌 2005-10-0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 보고 다단계인줄 알았는데... ㅎㅎㅎ
글이 너무 재밌어요. 아하하..

이누아 2005-10-06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로드무비 2005-10-0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추천 고맙습니다.^^

라주미힌님, 다단계 성격도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재미있으시다니 다행이어요! 헤헤~

라이카님, 앗! 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무지 기분이 좋은데요?^^

chika 2005-10-0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말없이 추천만 하는 것이 맘에 안드셨었는지도 몰라요. 추천했다는 댓글이라도 달아야 할 것 같은 생각에. ㅎㅎㅎ
- 근데 이러고 보니 글이 좋아 추천인데 괜히 추천하는 댓글 같쟎아요! ㅠ.ㅠ
그거 아닌거 말 안해도 아시겠지만 내가 워낙에 소심해서리~ =3=3=3

날개 2005-10-06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저런 시절도 있었군요..^^ 잘 때려치웠어요..ㅎㅎ

mong 2005-10-0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님이 순수하셨던 마음이려니 합니다
젊은 날의 분투기 잘 읽었습니다 ^^

어룸 2005-10-0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편이 너무 기다려딥니다!!!! ^^

라주미힌 2005-10-0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편까지 준비되어 있는 거 같은데, 어서 풀어보셔용.. ㅎㅎㅎ

플레져 2005-10-0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사회의 발자국에는 꼭 그노무 신발이 말썽이에요.
그날 이후로 하이힐 신고 뛰는 연습 했어요. 9cm 힐을 신고 빙판을 뛰어다니던 나날들이 스르르 지나가는군요...ㅎㅎ (지금은 절대로 못해요. 뜀박질엔 운동화!)
추천수가 언넝 맘에 드시길 ^^

플레져 2005-10-06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님! 추천수에서 저는 님을 못 따라잡는다구요....ㅠㅠ

검둥개 2005-10-0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담 이야기도 해주세요. 추천했어용 ^^

페일레스 2005-10-06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뵙겠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_^

로드무비 2005-10-0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저도 처음 뵙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기분 좋은데요?^^

검둥개님, 으흐흐 다음 이야기는 목구멍까지 올라와 있어요.^^

플레져님, 뭔들 제가 님을 따라잡겠습니까!
우린 서로의 팬 아닌가요?ㅎㅎ
그노무 신발......정말 문제였죠.
(추천수 괜히 말했다 싶어요. 아니, 잘한 건가?ㅎㅎ)

라주미힌님, 저 페이퍼 거리 13편까지 준비돼 있는 것 어찌 아셨어요?^^
(조금만 지둘리세요!^^)

투풀님, 님의 기대에 꼭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불끈!=3

mong님, 뭐 분투기랄 것까진 없고요.(한 게 없으니...)
가벼운 경험담 정도!^^

날개님, 저 그때 바로 때려치우기 잘했죠?ㅎㅎ
안 그랬으면 3년 뒤 그 본부장급이 되었을지도.....^^

치카님 저는 말 없는 추천보다 한마디 뭐라고 남겨주시는 게
더 좋습니다.^^

사야님, 흑=3 지금 보니 님의 메모를 놓쳤어요.
시장은 많이 봐오셨나요?
님이 웃으며 읽으셨다니 저도 덩달아 기분 좋아요!^^

2005-10-06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07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10-07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일 많았어요. 뭐, 그러면서 배우는 거죠. (그런 덕분에 어떤 일에건 쓸데없이 의심이 많아지긴 했지만서도 ^^;;)

혜덕화 2005-10-07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취업의 기회를 가진 것과 그런 경험을 부러워한다면 얄미운 소리가 될까요? 재미있어요. 다음 이야기 기대할게요.

로드무비 2005-10-07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저는 두 군데의 직장 경험밖에 없어요.
한 달 다닌 것도 쳐야 하나?ㅎㅎ
다음 이야기 빨리 쓰도록 할게요.^^

펑크님, 사실 저거이 무슨 대단한 경험이겠습니까!
모두 한두 번씩은 이상한 공간에 잠시 몸을 담아보지 않았을까요?^^

두 번 속삭이신 님, 아이코, 고맙습니다!
기쁜 소식이네요.
그런데 왜 제가 생각났을까요?^^


비로그인 2005-10-0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제가 왜 일케 재밌는 글을 못 봤당가요. 추천, 추천! 다음 이바구도 후딱 깨작거려 주시죠! 아, 근데 '신독'이 무슨 뜻인가요? 나만 모르고 있는 건가..ㅡㅡa

로드무비 2005-10-0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님 기다리느라고 내가 여적 서재에 있었수.ㅎㅎ
글고보니 한자를 다는 게 좋을 것 같아 조금 전 달았어요.
서비스 차원!ㅎㅎ
(다음 이바구 좀 있다 쓸게요.)

2005-10-07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ndcat 2005-10-0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고 있어요. 퇴근 전까지 올라올래나 어쩔래나...

로드무비 2005-10-07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과 그 위 속삭이신 님의 요청으로 급히 반쪽짜리 페이퍼라도
써서 올렸습니다.
사실은 저의 페이퍼 주가를 올리기 위한?ㅎㅎㅎ

인터라겐 2005-10-08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업직은 구호가 너무 거창해요...흐흐... 로드무비님!!!!! 지금도 열심히 살고 계시잖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사실 것 같은 1순위십니다..

로드무비 2005-10-0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님도 그런 구호 한 번 외쳐보신 적 있나요?
어, 그런데 열심히 사는 것하곤 정말 거리가 먼 인간인데요, 저는.
말씀은 고맙지만...^^

니르바나 2005-10-11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로드무비님께서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셨군요.
우리 기쁜 젊은 날인가, 우리 젊은 기쁜날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감동을 주는 글이 어찌 저와 우정을 나누는 그분을 닮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로드무비 2005-10-1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아니랍니다. 자서전.
저같은 사람이 자서전 써서 뭐하게요.
그냥 생각난 재밌는 일화 써본 거예요.
반응이 하도 좋아서 이어지는 글도 써본 거고.
그 정도예요, 니르바나님.
재밌게 읽으셨다면 혹 모를까, 감동은 터무니없습니다요.
니르바나님과 우정을 나눈다는 그분 제게도 소개 좀 해주세요.ㅎㅎ
 
나의 육필 까세集 - 111인 화가들이 손끝 정성으로 그린, 작은 편지봉투 위의 大作
김성환 엮음 / 인디북(인디아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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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 한 장이나 편지봉투 한 장에 그려진 한 폭의 그림 속에도 우주만물의 삼라만상과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고 얼마든지 감동을 줄 수 있다.

고바우의 김성환 화백이 1960년대부터 수집한 편지봉투나 엽서에 그린 화가들의 그림 모음집. 까세란 프랑스 말로 우표와 연관된 그림을 봉투에 그린 것을 뜻한다.

--그 당시 절친한 화가로는 박고석 화백과 박수근 화백이 계셨다. 박 화백과 명동 모나리자 다방에 앉아 있다가 돈암동 종점까지 전차를 타고 와서는 한적한 아리랑고개를 넘어가 정릉 입구에 있는 오두막 선술집에서 국산위스키를 마시며 그림 얘기에 꽃을 피우다 헤어지곤 했었다.


1963년 김성환 화백의 화실에 놀러온 박수근 화백.
화가들의 그림 외에도 그들과의 재미있는 일화가 풍성하게 소개되어 있다.
(클릭해서 큰 그림으로 보세요!^^)

서양화가 하인두가 봉투 위에 그려준 88년도의 부처님 그림.

--그의 까세를 보고 있노라면 초췌해진 자화상과 불상은 이미 그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예감이 든다.(70쪽)

(여기서 뒤의 '예감'은 '생각'이란 단어로 바꾸어 주는 게 적절. 한 문장에 같은 단어를 두 번 나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활 속에서' 연작으로 유명한 이왈종 화백의 까세 두 점.

어떤 우표들을 보면 디자인은 물론, 너무나 유니크하고 예술성도 뛰어나서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권옥연 화백의 단아하고 멋들어진 연하장 글씨. 詩情畵意.

십몇 년 전 소설가 오영수 선생의 개인 화첩을 수유리 따님의 댁에서 본 일이 있다.
그 그림들과 글씨,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넘쳐나던 시정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런데 그때는 송구스럽게도 그의 아드님 판화가 오윤의 자취를 찾기에 바빴으니 민중미술에 관심이 갈 때였다.

--어느 뙤약볕이 내리쪼이는 여름철에는 화백의 화실에서 서로의 캐리커처를 그려 교환하기도 했다.(146쪽)

1970년 혜원 신윤복의 우표그림을 가지고 봉투 위에 그린 운보 김기창 화백의 까세.

김성환 화백이 교유한 분들의 연세가 워낙 높다보니 이 책에는 까세 소개와 함께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별세 소식'이 자주 나온다. 김기창 화백의 별세 소식을 뉴스로 듣고 깜짝 놀랐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 넘었다니!

왼쪽 이종상 화백의 까세와 오른쪽 페이지 남관 화백과의 일화를 그린 김성환 화백의 재미있는 스케치. 1951년 1,4후퇴 직후의 국방부 정훈국 미술대가 자리잡고 있던 피난지 대구의 미니빌딩.
화가들의 캐리커처나 당시의 풍경을 소소한 소품을 통헤 보는 것만 해도 아주 재미있다.

절친했던 화가 장욱진 화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1954년도에 처음 다방에서 우연히 동석하여 만났다니 참으로 낭만적이다. 이중섭 화백이 장욱진 화백 옆에 앉아 있고 화장실에 갔다 오시는 듯한 이원수 동화작가의 꾸부정한 모습도 멀찌감치 보이니 무지 반갑다.

서양화가 황주리가 김성환 화백의 캐릭터 고바우를 등장시킨 까세. 이 책에는 111인의 화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유명 화가들의 교유록 혹은 그들의 일화와 함께 감상하는 편지봉투 위의 그림 구경 재미가 아기자기하고 건건찝질하고 달콤새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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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0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까세가 우리말인줄 알았는데 불어더군요 ㅠ.ㅠ

로드무비 2005-10-0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까세가 무슨 뜻인가 했어요.^^

이매지 2005-10-0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전에 티비에서 인터뷰하시는 거 봤었는데 책으로도 나왔었군요 ^_^

Phantomlady 2005-10-0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책이 너무 커요 ;;;

히피드림~ 2005-10-0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봉투 위에 뭔 그림을 이렇게 예쁘게 그렸답니까?

로드무비 2005-10-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아기자기하니 정말 재밌어요.
전 미술도 잘 모르면서 이런 게 너무 좋아요.^^

스노드랍님, 실물을 보셨능교?
괘않은데......^^

이매지님, 책 나온 날부터 인터뷰를 꽤 많이 하시더군요.
어쩜 그리도 정력적이신지......^^

니르바나 2005-10-01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중에 돈생기면 술사던 예술가들의 군집생활도 입에 풀칠이 가능했던 70년대 후반을 넘어서면서 이런 풍경을 눈씻고 찾아보기가 힘들어 졌던 것이 문단의 이후 풍속도 같습니다. 문인들의 글들을 한데 묶는 작품을 찾기 힘들어진 것도 이와 상관이 있어 보입니다. 박고석, 권옥연, 장욱진 화백의 이름은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정다운 분들이군요.

로드무비 2005-10-01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모나리자 다방이니 도라지 위스키니 한 번도 가보거나
먹어보진 못했지만 듣기만 해도 정겹고 침이 넘어갑니다.
예술가들이 편지봉투나 엽서, 부채에 그림을 그려서 주고받던 시절이
참 다정하고 좋아 보입니다.^^


2005-10-01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량 2005-10-0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엽서나 봉투로는 구할 수 없는 걸까요? -_- 엽서 쓰기 좋은 계절인데 근사한 엽서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

서연사랑 2005-10-0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지나 엽서를 쓰게 되면 한밤중, 스탠드 불빛 아래 외로움과 싸우면서 쓰다가 그 다음날 아침에는 부치치 못 하곤 했죠. 저렇게 봉투에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면 확 풀려나간 감정들을 좀 다스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예요.

날개 2005-10-01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군요.. 그림 보는 재미가 쏠쏠하겠는데요? ^^

Phantomlady 2005-10-01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았습니다.. 사이즈가 요상해서 어디 꽂아야 볼품이 나나 고민하게 만든다는..
그래서 선뜻 고르질 못하고 있다는..
그래도 서점엘 가면 그 예쁜 것이 눈에 어른어른거린다는.. ;;;

로드무비 2005-10-03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랍님, 맞아요. 이 사이즈 책은 책꽂이에 꽂기가 곤란해요.
그냥 적당히 빈틈에 눕혀놓아야죠.
님이 얼마나 버티시는지 지켜보겠습니다요.^^

날개님, 그려요. 재미가 쏠쏠한 책입니다.
김성환 화백은 어쩜 이리도 고상하고 멋진 취미를 가지셨는지...^^

서연사랑님, 제가 얼마 전 엽서를 세 통 써보았잖습니까.
그런데 참 좋더라고요.
내가 엽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한밤중 스탠드 불빛 아래라니 너무 분위기 있잖아요.^^

사량님, 책 만든 출판사에서 이 그림들을 이용, 사은품으로
멋진 엽서 몇 장 넣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 센스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근사한 엽서 보게 되면 정보 꼭 알려드릴게요.^^)

비로그인 2005-10-0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저렇게 만들 수도 있군요. 음..너무 멋드러져요. 저두 복돌표 까세 한 장 날리겄습니다! (늘 말만..^,.-)

로드무비 2005-10-0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말만이라도 좋아요.
그 말을 하는 순간의 진심은 믿으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더 무서운 거 아시죠?^^)

인터라겐 2005-10-0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책을 선택하는 기준.. 남과 다르다... 책 판형만 클까요 아님 금액도? ㅎㅎㅎ 서점에 나가서 보고 와야 겠네요...

인터라겐 2005-10-0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크다고 가격이 비싼 건 아니네요.. 2만원대 예상했는데...ㅎㅎㅎ

로드무비 2005-10-05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제가 좀 잡다한 인간입니다.
이 책 가격에 비해 괜찮아요.
그리고 잠깐만요!=3=3=3

플레져 2005-10-06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 저두 이 책 있어요. 10월 1일...제가 연극 보러 간 날이라 미처 못보았군요.
포토리뷰 감입니다 ^^

로드무비 2005-10-06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눈에 안 띄었을 리가 없지요.
이 책 예쁘죠?^^
(열 번째 추천 감사!^^)

2005-10-07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07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12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12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0-1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뒤늦게 보고 댓글 달았습니다.^^

2005-10-14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15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