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논 이야기 봄나무 자연책 2
임종길 글 그림 / 봄나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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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이른 봄, 논둑길을 산책하다가 논물 속에서 긴 실타래 같은 알을 발견한 저자는
수소문 끝에 그것이 황소개구리 알이 아니라 두꺼비 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황소개구리 일이든 두꺼비 알이든 청개구리 알이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고개를 한 번 갸우뚱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데 두꺼비들이 요즘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전문가의 말이 마음에 남은 저자는
그 두꺼비 알들이 올챙이가 되고 모내기 후 제초제 때문에 모두 죽어버린 상황을 목격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도토리 교실은 그 이듬해 수원 칠보산 아래 논 한가운데 창고를 빌려 만든 자연과 함께하는
지역 주민들의 작은 배움터.
‘개망초’니 ‘그루터기’니 ‘쇠비름’이니 서로 부르는 호칭부터 심상치 않은데 그 옛날 인디언들처럼
자연에서 제각각 어울리는 이름을 가져왔다.
그들은 돈을 모아 한 농부 할아버지와 논 두 마지기 1년 농사를 계약했다.
농약도, 제초제도 절대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기로.

이 책은 저자가 두꺼비 알을 처음 발견한 날부터 이듬해 도토리 교실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해
두꺼비 올챙이를 계약한 논에 풀어놓고 모내기를 하고 정성껏 돌보고 가꾸어 가을이 되어
벼를 베고 수확하기까지의 꼼꼼한 관찰기이다.
그런데 자연 지킴이들의 1년간의 서툰 농사 기록이라고 간단하게 치부되면 안 될 것이
너무나 소중한 정보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논이나 숲은 우리가 별 관심 안 갖고 그냥 지나치면 언제까지나 논이고 숲일 뿐이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 깨달음과 변화는 아주 작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구체적인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소 우리가 몰랐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어오고
마음에 들어오고 나아가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두꺼비 알을 농약으로부터 지켜 우리 논과 숲에 두꺼비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겠다는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되었던 저자와 도토리 교실 사람들의 1년 농사 체험기는
논이나 숲 이외에도 자연과 관련한 꽤 많은 볼거리와 생생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화가이며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저자의 세밀화에 가까운 그림들은 논 속에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우리가 몰랐던 수많은 식물들과 작은 동물들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으며,
소나무와 참나무 등에 얽힌 숲의 흥미진진한 비사도 풀어놓고 있다.
교과서 식으로 기록만 했다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 도토리 교실 사람들과 함께
화전도 부쳐 먹고, 우르르 논에 들어가 피도 뽑고, 출출할 무렵 새참으로 나온 부침개도 먹고,
한 달에 한 번 열린다는 선데이 마켓 좌판도 구경하다 보니 페이지가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단숨에 읽혔다.


-우리가 어떤 동물을 보호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꼭 우리 인간에게 이로워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동물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이렇게 하나둘씩 사라져 버리면  결국에는 인간도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말테니까요
.(본문 53쪽)


왜 하필 두꺼비를 살리겠다고 그 야단이냐는 어떤 이의 질문에 이 이상 명확하고 적절한 대답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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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함께 사는 길> 11월호에 실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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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10-3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사는 길, 이요?

로드무비 2005-10-3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요즘 제 총기가 바닥이에요.;;;

urblue 2005-10-3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함께 사는 길에서 로드무비님을 좋아하는군요. ^^

mong 2005-10-3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큼 추천밥 드리고 가요~

로드무비 2005-10-3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안 그래도 출출했어요.^^

블루님, 땜빵이에요.^^
(제가 알기론 님을 더 좋아한다는 소문이...)

날개 2005-10-3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책이군요.. 일단 보관함으로~ ^^

로드무비 2005-10-3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네. 보관함에만......^,.~
(이 책 마음에 쏙 들었어요.)

chika 2005-10-3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꺼비, 맹꽁이 목숨이 사람 살림보다 소중한가? 하고 묻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고래 사냥을 막자고 막대한 인력과 재화를 쏟아 붓는 환경단체의 모습도 꼭같은 질문을 듣습니다.
그 시시한 생명 나부랭이 보호하자고 목숨을 걸고 나서다니!
그런가요? 파리,모기 잡자고 살충제 뿌리는 저녁에, 방문 닫고 나와 서서 기다렸다 들어가는 조심성 많은 당신들은, 벌써 수없이 사라지고 있는 생물 종들의 목록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없으리라고 믿으시는 건지요?(99)

- 로드무비님 리뷰읽으니, 마침 아침에 읽은 이철수님 엽서 한 장이 떠올라 적어봤습니다.^^


로드무비 2005-10-31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치카님.
이르케 잘 어울리는 글을 냉큼 갖고 오시다니!^^
(댓글 추천!)

국경을넘어 2005-10-3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꺼비의 삶이 결국은 인간의 삶이려니 생각합니다. 감동먹고 추천 한방 꾹 ^^*

로드무비 2005-11-01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 캄사합니다.^^*

비로그인 2005-11-0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적에, 시골에 살았으니까 당연히 아버지랑 농약을 함께 주곤 했죠. 농약 뿌리고 난 논을 휘휘 둘러보는데 뭔가 민물 속에서 풍덩풍덩 솟아오르더라구요. 저게 뭔가, 했더니 미꾸라지가 떼거지로 흰 배를 뒤집고 있더만요. 사실 정부에서 권장하는 벼의 다생산, 다수확 품종(그게 통일벼, 였던가..)을 뿌려놨더니 해충엔 약하고 그래, 농약을 쓰다보니,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파괴되어버리더군요. 농민들도 무지했구요..이대로 가단, 그 놈의 경제논리에 인간마저도 언젠가는 미꾸라지나 두꺼비알마냥 떠오를 겁니다, 둥둥..써글..

코마개 2005-11-0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엄마집에 여름이면 창가에 와서 앉아서는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나방을 잡아먹던 두거비가 있었습니다. 제가 그 녀석 이름을 '참이슬'이라고 지어주었는데 그 다음해 여름에는 안오더군요. 아마도 집 주변에 창궐한 뱀에게 잡아먹힌듯..

로드무비 2005-11-0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강쥐님, 두꺼비 보세요. 얼마 전 지리산 갔을 때 산에 오르다 만난 놈이어유.
바위 위에 퉁실한 놈 보이시죠?^^

비로그인 2005-11-0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 토실토실 살찐 저 녀석 느무느무....무섭고 징그러워욧..우에에=3=3

산사춘 2005-11-02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집에 여름에 비가 내리면 맹꽁이가 우짖어서 가족들이 다 잠을 깨곤 해요. 거위소리에 버금가죠. 물찬 비닐 쓰레빠 안에 들어앉아 목청 높이기를 즐겼어요. 거실 창문에는 저녁만 되면 작은 청개구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요. 글 보니까 집에 가고 싶어졌어요!

로드무비 2005-11-03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작은 청개구리는 참 앙증맞고 귀엽던데요?
저도 울진 가서 작년에 한 마리 잡았어요. 창에 붙은 놈을.
주말엔 집에 다녀오시죠?^^

복돌이님, 실물은 괜찮던데.
뭔가 고독해 보이는 자태에.
사진 뺄까요?^^;;
 

'우메보시'라는 것을 대학졸업반 축제 때 파트너로 소개받은 남자가 싸온 도시락에서 처음 집어먹었다. 장소는 송정 바닷가.  축제 끝난 지가 언젠데, 우리는 서로의 연락처도 묻지 않고 하루하루 다음날 약속을 정하는 것으로 봉지쌀로 끼니를 잇듯 만남을 연장하고 있었다.

봉지쌀이 곧 바닥날까봐 내심 나는 몹시 불안했다.  하지만 다음날 몇 시에 어디서 만나자는 식으로 만남이 아슬아슬 이어지는 것이 한편으로 재미있었다.

아무튼 송정 바닷가 소풍은 우리들의 일곱 번째 데이트였다.  그가 도시락을 싸오겠다고 해서 좋다고 했다. 
누나가 싸준 도시락이라는데 보자기를 끌르고 찬합 뚜껑을 여니 일식풍의 색색가지 반찬이 호화찬란했다. 명란 같기도 한 처음 보는 둥그런 것이 있어서 통째로 입안에 홀랑 넣었더니 짜고 시금털털해서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뭐냐고 물었더니 우메보시란다. 매실장아찌라고. 일본에 유학간 적 있는 누나가 좋아해서 가끔 사먹는단다.  나는 오만상을 찡그리고 그 짜고 시큼한 것을 씹어 삼켰다. 그리고 속으로 우리는 안되겠구나,  이 사람이랑 계속 만나면 이렇게 오만상을 찡그리고 몰래 삼켜야 할 것이 너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7, 8년 후 어느 소설가의 집에서 여럿이 어울려 저녁을 먹는데 우메보시가 한 접시 나왔다.
술도 몇 잔 들어갔겠다, 나는 우메보시에 얽힌 나의 옛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것은 나의 열등감과 깊이 닿아 있는 이야기였다. 소설가는 유독 나의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표해 왔다.

다음달 모 문예지에 실린 그의 중편소설에 내 우메보시 이야기가 슬쩍 끼어들어가 있었다. 아니, 내 우메보시를 가로채다니!  소설가나 시인 앞에서는 아무리 술김이라도 아끼는 이야기는 털어놓으면 안된다.  안타깝긴 했지만 참 어여쁜 우메보시였는데 그의 소설 속의 우메보시는 수많은 우메보시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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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0-3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헥헥~1등!!
뛰어오느라 숨차요

blowup 2005-10-3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이건 너무 궁금하잖아요? 너무해요.

비로그인 2005-10-3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몽님
앞으로 일등자리 드릴께요..^^

참 안타까운 우메보시(그렇게 먹고도 이름은 처음 압니다..ㅜㅜ)
그러게 말입니다 가끔은 어디에도 내놓지 말아야할 그런 이야기들도 있는 거 같습니다..^^

조선인 2005-10-3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소설가들 앞에서는 입조심~
그러고보면 우리가 서재에서 털어놓고 있는 페이퍼들이 벤치마킹 대상?

물만두 2005-10-3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우메보시는 인생과 사랑이군요...

merryticket 2005-10-3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그 분이랑은 어떻게 되신거에요?
우메보시 남자 말여요..

로드무비 2005-10-31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그렇게 거창하게 말씀하시다니!^^

조선인님, 조심해야 한다니까요.^,.~

사야님, 사실 저 이야기 품고 있어봤자 어디에 써먹겠습니까!
그런데 소설가들의 캐치 력(?)은 놀라워요.
전 말로도 뭐 그렇게 꾸미지 않았는데 덤덤하게 이야기했는데
소설 속에 절묘하게 들어앉았더군요.^^

namu님, 뭐시 그르케 궁금하시까요?^^

mong님, 왜 그렇게 급히?
아무튼 놀랐어요. 올리자 마자 동시에 세 분의 댓글이......^^

검둥개 2005-10-3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목이 뭐였어요? (갑지기 눈빛이 또랑또랑) ^ .^

瑚璉 2005-10-3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글쓰는 걸 업으로 삼는 분들에게는 참 이런 부분에 대한 originality가 애매해요.

플레져 2005-10-3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히야~~~
로드무비님의 입담은 천성이로군요~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다음달 중편 소설이라...꼭 읽어봐야지 ^^*

blowup 2005-10-3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 님 하고 똑같은 게 궁금해요.

mong 2005-10-3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는요 로드무비님 얼굴에 꽃피는거 (^^*)
보고 싶어서 그랬죠 ^^
맞아요 로드무비님 얘기는 너무 재미있어요

icaru 2005-10-3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는 어떻게~ 이야기로 써먹었는지...그거 무척 궁금해져요~

진주 2005-10-3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티비 드라마 덕분에 매실의 인기가 상종가를 칠 때,
저도 레시피만 보고 매실을 다듬고 온갖 기대를 걸며 우메보시란 걸 맹그러 보았지요. 맛은? 우엑..

로드무비 2005-10-3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입에 맞는 사람은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이카루님, 제 이야기가 그대로 몇 줄 소설 속에 척하니 들어가 있더라니까요.^^

mong님, 이 얼굴 말입니까!^^*

namu님, 나중에 이벤트할 때 정식 문제로 낼까요?
분명 읽은 분들이 많을 텐데......^^

플레져님, 책으로 묶여 나온지도 10년 더 됐어요.^^

호정무진님, 남의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로 소화시키는 것도 재능이죠, 뭐.^^

검둥개님, 궁금하셔도 좀만 참으셔유.^^

로드무비 2005-10-3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한 번 더 마지막으로 만나고 안 만났어요.
서로 연락처는 끝까지 주고받지 않고,,,,,
(만날 마음 있었으면 학교로 찾아왔겠지만.)

과일이 좋아님, 그런 기분은 잠시이고, 재밌었어요.^^

urblue 2005-10-3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아는 소설가 하나도 없으니 입조심 할 일도 없군요. ㅎㅎ
로드무비님 얘기는 언제 들어도 재밌다니까.

국경을넘어 2005-10-3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메보시는 무슨 맛일까? 새꼼짭짜름한가요? 갑자기 입안에 고인 침때문에 호흡 곤란... 으으으... 로드무비님, 살려주세요

비로그인 2005-10-3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은 로드무비님이 싸가신 거데요?

로드무비 2005-10-3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밥 따로 반찬 따로 싸는 도시락이 어딨어요.ㅎㅎㅎ

폐인촌님, 제 입엔 안 맞아요. 신 거 싫어해서.
너무 짜고.(이제 됐죠?^^)

블루님, 뭐 저도 지금은 아무도 없어요.
마음놓고 떠들어도 됩니다.^^

야클 2005-10-3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도시락데이트라...부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번도 도시락데이트는 못해봤네요.

서연사랑 2005-10-3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하루 연락처도 묻지 않고 약속을 잡는 데이트라...
얼마나 설레이셨을까요^^
저는 '아주 오래된 연인들'처럼 연애를 해서 너무 부럽다는...흑흑...

울보 2005-10-3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메보시,..로드무비님에게는 정말러 나에게 없는 추억이 너무너무 많아요,,

2005-10-31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룸 2005-10-3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메보시를 먹어본적도 없건만 왜 입안에 침이...침이...^^;;;;;;;;

날개 2005-10-3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것이 그 유명한 매실장아찌란 말이죠? 일본 만화 읽다보면 하도 많이 등장해서 넘넘 궁금했더랬어요...(근데, 시고 짜다니... 맛없을 것 같아~ 윽~)

로드무비 2005-10-3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맞아요. 일본 만화에 잘 나오죠.
문어빵과 함께......^^

투풀님, 시고 떫다는 말만 들어도 침이 고입니다.;;
그런데 저거 좋아하는 이들도 꽤 있더라고요.

울보님, 저에겐 울보님이 갖고 있는 추억 없는 게 너무 많을 겁니다.^^

서연사랑님, 겨우겨우 하루하루 연명하는 기분이었어요.
연애랍시고 처음 꽤 멋(마음의)을 부리며 놀았던 것 같은...
(전 그 오래된 연인들의 사랑이 을매나 부러웠던지...)

야클님, 도시락을 남자에게 싸오게 했으니 저도 참 알아볼 쪼 있죠?
아무튼 도시락도 맛있고 너무 좋았어요.^^

2005-10-31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31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5-10-3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제목이 뭡니까? ㅋㅋ
봉지쌀 같은 연애라니 낭만적이네요. 지금 옆지기님도 아세요?호호

로드무비 2005-10-3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봉지쌀, 연탄 한 장!ㅎㅎ
책장수님도 앱니다.^^

페일레스 2005-10-3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으하하하.
역시 로드무비님 인생의 깊이는 해저 2만리! -_-)b

로드무비 2005-10-3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집앞 웅덩이보다 얕은 사람 보고......
페일레스님, 아무튼 잘봐주셔서 고맙습니다요.^^

2005-10-31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이 어울리는 밤입니다. 쌀이 떨어졌는데 봉지쌀이란 단어를 보니 느낌이 화악~오네요^^ 저녁은 라면, 낼 아침엔 스프..그럭저럭 인생은 흘러가겠지요.

sudan 2005-10-3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 참에 산문집을 하나 내시라니까요.

panda78 2005-10-3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정말 책을 한 권 내셔야...

로드무비 2005-11-01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언젠가는 꼭 한 권!^^

수단님, 산문집으로 꼭 한 권!^^

참나님, 쌀이 떨어졌다고요?ㅎㅎ
라면, 수프, 아이들은 철 모르고 좋아하겠네요.
(아니 주부가 쌀을 떨어뜨리다니!^^ 저도 지난 주말 그랬죠.)

2005-11-01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1-0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님께 엽서나 한 통 써볼까요?
그동안 받기만 했는데.^^

수퍼겜보이 2005-11-0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속으로 우리는 안되겠구나, 이 사람이랑 계속 만나면 이렇게 오만상을 찡그리고 몰래 삼켜야 할 것이 너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오-!!!

로드무비 2005-11-03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퍼겜보이님이 흰돌님이세요?ㅎㅎ

마태우스 2005-11-0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과일 못먹습니다. 우메보시가 뭔지는 모르지만 사진을 보니 꽂감 비슷한 무엇이 아닌가 싶습니다. 꽂감을 못먹는 저는 아마도 우메보시도 먹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저도 참 가리는 게 많아요, 그죠?

마태우스 2005-11-0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찾아보니 우메보시는 일본 음식이군요. 으...더더욱 못먹습니다. 제가 일본음식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어서 말입니다. 글구 님이 사연 말 안해주기에 소설가가 누군지 찾아봤습니다. 모르겠습니다....네이버에선 찾을 수가 없네요. 혹시 윤기라는 소설가인가요?

로드무비 2005-11-0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께만 특별히 갈쳐드릴까요?
안되겠다.
님은 이미 명사이시니... 게다가 소설가 친구도 있잖아요.
우메보시는 제 입에도 안 맞더이다. 토할 것 같은 맛.
 
플라나리아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창해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밥인지 술인지를 먹으며 이십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후배가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언니, 난 어떤 놈하고 결혼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 너무 웃기지 않아요?”
“오오, 멋지다.  그 도저한 정신세계라니!  그런데 니 그동안 내 모르는 새 무슨 험한 일들을 그리 많이 겪었더란 말이고!”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게 자신을 내팽개치는 말이 아니라 도리어 엄청난 자신감을 내보이는 거였지만 난 이렇게 이기죽거리고 말았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말없이 자신의 생각을 실천한다. 아무도 모르게 해치운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살아간다. 남들과 조금이라도 달라 보이는 생각이 스스로 너무나 대견한 나머지 심각한 얼굴로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들의 발뒤꿈치도 따라갈 수 없다.

야마모토 후미오의 <플라나리아>에는 어느 날 자신에게 닥친 불행 혹은 결단을 요구하는 일 앞에서도 호들갑 떨지 않고 흔연한 얼굴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다음은 아내와 이혼 후 다니던 회사마저 관두고 가진 돈을 몽땅 털어 동네 모퉁이에 조그만 선술집을 차린 한 작품 속 주인공의 생각이다.


--나는 단골들만 북적거리는, 소위 가족적이라고 하는 가게가 싫었다. 우연히 지나치던 손님이라도 가볍게 들어올 수 있는 가게로 만들고 싶어서 단골이건 초면이건 똑같이 대하는 것이다.
메뉴도 일부러 별 연구 없이 그날 들여온 횟감과 아무런 특징도 없는 구이를 내놓았다. 술도 요즘 유행하는 술 따위는 고집으로라도 들여놓지 않았고, 정종이건 소주건 맥주건 딱 한 가지씩뿐이었다. 이런 가게야말로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닐까?
(‘사랑 있는 내일’ 86쪽)


이런 가게가 어떻게 유지가 될까 싶지만 나름대로 그런 분위기를 속편하게 생각하는 단골들이 있어 말없이 포렴을 걷고 들어와 몇 개 안되는 의자에 궁둥이를 걸친다.
스미에도 그 중 한 명.  나이 서른여섯에 지친 몸 누일 방 한 칸이 있길 하나, 술집 손님들의 손금을 봐주고 그날 자기의 술값을 대신 내게 하는 이외에 한 푼의 수입도 의료보험증도 없는 처지이면서 그녀는 그토록 선선하고 자연스럽다.  도리어 애인과 직장과 젊음과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 중 하나를 잃을까봐 불안한 얼굴로 그녀를 찾아와 떨리는 손을 내민다.

그 흔한 방황 한 번 않고 너무나 열심히 공부와 일에 매진하며 살다가 어느 날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받고 일자리마저 잃은 한 주인공은  하릴없이 심야의 만화카페와 자신의 방에서 허구헌 날 죽치며 이렇게 읊조린다.


--얼음이 깨지면서 빠져든 물밑에서 이제 나는 꼼짝없이 얼어 죽는구나 했더니, 뜻밖에도 거기에는 ‘남아도는 시간’이라는 이름의 뜨뜻미지근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 흥건히 누워서 지내는 일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아늑했다.(‘네이키드’ 150쪽)


인생에서 견고하고 확실한 것, 영원한 것이 과연 있을까? 꽝꽝 얼어 절대 녹을 것 같지 않은 내 발밑의 얼음도 언제 균열이 생기고 쩌억하니 아가리를 벌려 나를 집어삼킬지 모른다.

오래 전 나와 같은 사무실에 다니던 내 또래의 여성은 일찍 결혼하여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고 공무원인 남편이 있었는데 항상 보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업무 때문에 만나 밥을 한 번 먹은 적이 있는 전직 장관님께, 역시 업무 때문에 만난 적 있는, 시인으로서 기업가로서 성공을 이룬 어느 노시인에게 정성껏 안부를 묻는 편지였다.
그녀의 야망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그로테스크하고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는 지금쯤은 그토록 원하던 신분 상승의 엘리베이터에 올라탈 수 있었을까?


야망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책의 주인공들을 만나고 있는데 뜬금없이 까맣게 잊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스미에에게 손금을 봐달라고 손을 내밀었다가 결과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들고 있던 맥주를 확 부어버린 친구를 말리는 시늉을 하고 나서 영수증을 챙겨달라고 해 유유히 술집을 빠져나가던 짧은 머리의 여인.
남의 상처는 안중에도 없고, 어떤 상황이라도 아무리 조그만 것이라도 자기 것은 확실히 챙기는 사람들.


다섯 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뭐 하나 확실하게 붙잡을 줄 모르고 별 볼일 없고  후줄근한 인물들은 이른바 낙오자이고 사회부적응자로 분류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들이 훨씬 쿨하고 깨끗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인생 부적응자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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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5-10-2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소위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그런 사람들이 진정한 '인생부적응자'인 경우도 많죠. 돈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mong 2005-10-2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부적응자로 스스로 분류하고 있었는데...
로드무비님 리뷰를 보니 기운이 나요 ^^
로드무비님이 최고에요!

로드무비 2005-10-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도 참 별 말씀을!
너무나 참하고 야물딱져 보이시더만......
제가 '최고'라고 하신 말 믿을게요. ㅎㅎ

서연사랑님, 남아도는 시간이라는 뜨뜻미지근한 물에
둥둥 떠있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blowup 2005-10-29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플라나리아 계를 만들어야 한다니까요. 인생 모토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사랑 있는 내일>이 우리나라에 판권이 팔렸대요. 어쩌면 영화화될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런 후줄근한 이야기가 제대로 옮겨질까요? 용이 감독(봄날의 곰)이 할 것 같은데... 정말 이 정서를 잘 살려낼 수 있을까 궁금해요.

깍두기 2005-10-29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여인 정말 그로테스크하고 부담스럽군요.(아, 저는 그 장면이 마구마구 상상이 되어요)
저도 그 남아도는 시간이라는 뜨뜻미지근한 물에 둥둥 떠 있어 보고 싶으나
미래에 대한 불안, 기타 등등의 이유로 그런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만을 즐기고 살 수 있다면!
그럼 인생이 백배는 행복해질 텐데.
요즘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아요.

로드무비 2005-10-2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그 여인은 참 야무지고 예뻤어요.
거기다 멋진 가족까지...
그런데도 그렇게 계속 욕심을 내더군요.
그리고 뭐 사실 우리도 이름과 모양이 다른 야망이
속에 들끓고 있는지도 모르죠.^^

namu님, 플라나리아계가 만들어지면 회계는 제가 맡겠습니다.ㅎㅎ
'사랑 있는 내일' 우리나라에서 영화화한다고요?
아아, 정말 기대되네요.
그런데 용이 감독은 좀 약하지 않나?^^;;

urblue 2005-10-2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회계 같은 거 절대로 하시면 안 될 것 같은데요. =3=3
(다음에 책 빌려주세요. ^^;)

로드무비 2005-10-2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아니 나를 뭘로 보고! (버럭버럭=3=3)
<장송>하고 바꿔봐요.ㅎㅎ

2005-10-29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10-29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 제가 따로 로드무비님을 좋아하겠슴꽈! 리뷰를 넘 생생하게 잘 쓰시쟎아요..읽지 않아도 읽은 것처럼 맹글어버리는 남양주의 힘!!!
통찰력 있는 로드무비님께 꼬리 함 흔들고 살짝 엥겨봄돠..살랑살랑, 아잉~

로드무비 2005-10-29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이 책도 읽고나니 리뷰를 쓰고 싶어 근질거리더군요.
그런데 썩 마음에 들게 쓰진 못했어요.
아무튼 복돌이님이 좋아해 주시니 기분이 좋네요. 살랑살랑~~

검둥개 2005-10-3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기를 하면 어떨까요? 으흐흐 플라나리아 계를 하면요. ^ .^
로드무비님은 총무를 하시고 회계는 나무님께 맡기시는 것이 좋겠어요. ㅎㅎ

로드무비 2005-10-3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아니 제가 계산도 잘 못할 인간으로 보이십니까?
아니면 횡령하고 튈 쪽?ㅎㅎ
검둥개님은 서기 라니, 글씨에 자신이 있으신가요?^^

검둥개 2005-10-31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나리아계에 뭐 기록할 게 있겠어요. 당연히 아무 일도 안 해도 되리라는 예측으로 으하하 =3=3=3

로드무비 2005-10-3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정신으로 플라나리아계 만들면 안되는데...=3=3

히피드림~ 2005-11-0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아~~ 멋진 리뷰입니다.^^

로드무비 2005-11-05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왜 이리 늦게 보셨나요오?^^
멋진 리뷰라 해주시니 배시시~~

비로그인 2005-11-1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축하드려요..;;

로드무비 2005-11-11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 웬 적립금이 들어왔나 했더니만......
고맙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하루(春) 2005-11-1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기쁘시겠지요? 당연히 ^^

로드무비 2005-11-1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그럼요 기쁘죠. 오마 넌 돈이 생겼는데요.
고맙습니다.^^

balmas 2005-11-1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로드무비님!
너무 하시는 거 아녜요?
알라딘이 어렵다는데, 이렇게 거푸 마이리뷰에 당선되시면 ...
알라딘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셨을 것 같아요.

사죄의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멋진 책을 내셔서 베스트셀러에 올라 알라딘에 보은하는 길!!
(ㅎㅎ 너무 아부 모드인가?
어쨌든 축하드리고, 책 꼭 내셔야 해요.
제가 출판사를 한다면 당장 내고 싶구만 ...)

로드무비 2005-11-12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오랜만의 행차이시옵니다.
저 <소걸음...> 이후 처음 받는 건데요?ㅎㅎ
그리고 발마스님 빨리 출판사 하나 차리세요.
특별히 님께 원고 넘길게요.=3=3=3
(안 보이는 새 아부의 달인이 되어 돌아오셨군요.)

울보 2005-11-1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아영엄마 2005-11-15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로드무비님이 일전에 리뷰에 당선되신 걸 이 야밤에야 알게 됬네요. 뒤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로드무비 2005-11-15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아영엄마님, 고맙습니다.^^

플레져 2005-11-1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님... 축하해요!!!!!
(제가 왜 이 리뷰를 못보았나 날짜 추적을 한 결과...제가 놀러간 날이로군요. 이런...ㅎㅎ) 정말이지 뜨끈한 국물이랑 함께 마셔도 좋을 사케 같은 리뷰에요!!

로드무비 2005-11-1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그러고보니 그날 님 오시기를 기다렸던 기억이!ㅎㅎ
플라나리아 계원들께 알릴까 하다가 너무 자랑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비로그인 2005-11-15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어떤 리뷰던 인상적이기 때문에 이 달의 리뷰가 무엇인지 한참 찾았어요. 흐흐..감축드리옵니다. 아, 저도 이 리뷰 읽고 참 담백하게 느껴졌는데, 결국 될 것이 되고 말았군요. 이 정도 알랑방구는 텍도 없을까요? 다른 분들 댓글은 얼마나 딸랑거리시는지..함 뚜루룩 훑어봐야겠숨돠, 흥!

로드무비 2005-11-15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님의 알랑방구가 '쵝오'예요. ㅎㅎ
제가 편집자면 김종삼 전집 리뷰를 뽑아줬을 텐데...^^
 
앰 아이 블루?
마리온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 조응주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재경(在京) 동창회 연락을 받았다.
신기하고 궁금해서 그 모임에 나갔다.
무릇 소녀들은  공부도 잘하고 보이시한 외모와 성격의 아이에게 매력적인 이성을 바라보는
눈길을 줄 때가 있는데 내게도 그런 아이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아이가 짙은 화장에 어색한 ‘파마’ 머리, 새빨간 색 재킷을 입고
가장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는 게 아닌가.
내 속에서 뭔가가 부서져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 이후 나는 동창회 모임이 있다는 연락이 와도 나가지 않는다.


저명한 청소년 문학 작가 13인이 쓴 레즈비언과 게이를 다룬 청소년 대상의 소설집
<앰 아이 블루>를 아주 재밌게 읽었다.
13편의 단편은 ‘동성애 받아들이기’라는 큰 주제 아래 한 권의 책으로 묶였지만
사실 그다지 노골적이지도 않고 계몽적이지도 않다.
남들과 다른 자신의 성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주로 나오지만
각각의 단편은 한 편의 훌륭한 성장소설로 손색없다.
그리고 성장소설이라고 해서 꼭 청소년으로 독자를 한정시킬 필요도 없다.
우선 나만 해도 리뷰 때문에 집어 들긴 했지만 마음이 이끌려서 단숨에 읽어내려 갔으니까.

호모로 의심받아 한 친구의 습격을 받고 흙탕물 웅덩이에 처박힌 소년 빈센트의 눈앞에
자칭 ‘요정 대부’라는, 여자처럼 말하고 걷는 수상한 아저씨 멜빈이 나타난다.
‘호모’로 찍혔는데 멜빈처럼 걷는 사람과 같이 다니다가는 상황이 나빠질 건 뻔한 일.
소년은 꼭 그렇게 걸어야 되냐고 불평을 털어놓는다.

멜빈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말한다.


“자기야, 난 이렇게 걷고 싶어서 목숨까지 버린 사람이야.
지금 와서 그만두라니!”
(‘앰 아이 블루’ 19쪽)

보통 남자가 여자한테 데이트 신청을 하면 최악의 결과라고 해봤자 비웃음을 사는 정도.
그런데 남자가 남자한테 데이트하자고 했다가는 뼈도 못 추리는 것이 이 세상의 현실인 것이다.

저세상 사람인 멜빈의 말이 너무 웃긴다.

알렉산더 대왕도 카이사르도 저세상에서 만났는데 그들도 호모였다며 “사람 괜찮더라!”고
표현하는 대목.
맨 앞에 실린 ‘앰 아이 블루’를 읽으면서 이 책이 꽤 괜찮겠다는 예감이 스쳐지나갔다.


각각의 단편에는 성 정체성 뿐만 아니라 인종, 연령, 남녀, 에이즈, 가족 관계 등
인생의 모든 문제가 가볍게 스케치되어 있다.
그리고 교묘하게 만난다.
성 정체성의 문제도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일 중 하나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나는 특히 ‘학부모의 밤’이라는 단편을 아주 재밌게 감동적으로 읽었다.


“에이즈 환자를 배정받는 사람들 대다수는 가족이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
심지어 그런 환자를 맡겠다고 자원하는 사람도 있어.
난 단지 정상적인 사람을 돕고 싶을 뿐이야.
자기가 잘못해서 사회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 말고.”('학부모의 밤' 182쪽)

사회복지사인 엄마가 자신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혹 있을지도 모를 감염이 염려되어
에이즈 환자를 맡지 않았다며 자랑스레 말하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던 소녀 캐런의 화가 폭발한다.

“자기 잘못? 정상적인 사람? 세상에 그렇게 불공평한 말이 어디 있어?
그러니까 우리 동성애자들이 에이즈에 걸리는 건 그 사람들 잘못이고
병들어도 싸단 말이잖아!”
(같은 작품 182~183쪽)

나는 이 대목에서 오래도록 망설이다 내가 동성애자임을 가족에게 알린 것처럼
속이 시원하였다.
사회복지사이면서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편견에 가득한 캐런의 엄마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다른 일을 하던 중 밀쳐두고 기꺼이 이 책의 번역을 맡았다는 역자의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그의 번역은 단편 하나하나의 특성과 주인공들의 개성을 기가 막히게 잘 살려놓았다.
그리고 13인의 작가는 자신의 작품 뒤에 너무나 진솔한 자기 소개를 덧붙여 놓았는데
각자의 이력과 생각을 조근조근 밝혀놓은 것이 꼭 13통의 편지를 읽는 것 같았다.

동성애는 절대 개인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래도 노력하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동안의 나의 막연한 생각이었다.

 

(**우리 동성애자들이 에이즈에 걸리는 건 그 사람들 잘못이고 ~는 문장이 잘못되었습니다. 
뒤쪽도  당연히 '우리'여야죠. 재판시 수정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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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0-2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약간의 푸른빛이라는 제목과
리뷰에 담긴 내용이 따뜻하네요
푸른색도 따뜻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신 리뷰
잘 읽었습니다 ^^

플레져 2005-10-2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과 이 제목은 약간 다른듯 하지만, 알고보면 같을듯 ^^
막막~ 읽고 싶어져요. 두편 읽었는데, 아직 저는 필이 팍~ 안와서리...;;;

하이드 2005-10-2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책을 읽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제목이네요~ ^^

로드무비 2005-10-2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방금 님의 리뷰 읽고 왔어요.
이 책 의외로 근사하죠?^^

플레져님, 읽고나면 리뷰를 쓰고 싶은 책.
아니 읽는 중에도 빨리 읽고 리뷰를 쓰고 싶은 책입니다.
(마저 빨랑 읽으시라요.^^)

mong님, 님 이 책 읽고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보내드릴게요.^^

kleinsusun 2005-10-2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로드무비님의 리뷰는 항상 최고예요.

"난 단지 정상적인 사람을 돕고 싶을 뿐이야.
자기가 잘못해서 사회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 말고"

이런 편견들이 실제로 세상에 가득하죠? 사회복지사가 이런 말을 할 정도니....
이 책이 어린이 권장도서가 되어야 겠어요. 그래야...세상의 편견이 조금씩 깨질 수 있겠죠? 열렬한 추천.ㅎㅎ

히피드림~ 2005-10-23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서평단 모집 늦게 알았을때 좀 아쉽더군요. 무비님 리뷰 보니까 좋은 책 같네요. ^^

서연사랑 2005-10-2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반가와 하실 것 같은....땡스투!를 날리며^^

mong 2005-10-2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로드무비님 정말이요 @..@ (게슴츠레한 눈 커짐)
그럼 나중에 '조소' 남길께요 ㅎㅎ

로드무비 2005-10-2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늦게 아셨군요.
저도 운좋게 이 책을 받았는데 읽고보니 너무 좋았어요.
몽님께 드린다고 했으니 드릴 수도 없고. ^^;;

수선님, 우와, 기분좋은 칭찬!
자기자신만이 옳다는 잘못된 확신을 깨트려 줄 수 있는 책이에요.
청소년과 어른들 모두 읽으면 좋아요.
모처럼 쉬고 계신가요?^^

로드무비 2005-10-2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조소' 남기세요.^^

서연사랑님, 땡스투 너무 좋아요.헤헤~

비로그인 2005-10-23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년은 울지 않는다였나. 무진장 가슴 아팠던 영화가 생각나네요..

로드무비 2005-10-23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힐러리 스왱크 나왔던 영화죠?
사야님, 그 영화 보며 그렇게 가심이 아프셨어요?^^

비로그인 2005-10-2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상으나..저두 동경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농구선수같았거든요. 10년 후에 그 아이를 봤는데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남자친구와 함께 팔짱을 끼구 걷고 있더라구요!! 음..성정체성..누구나 한 번쯤 청소년기에 느낄만한 감정이구요. 그런 혼란과 아픔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 거 같아요. 저두 굳이 고백하자면 양성애자의 측면이 강했어요. 글구 이성애자, 동성애자로 편가르는 사회도 우습단 생각이 들어요..그냥 그런갑다, 하면 되지..꼭 캐내어서 소외시키구 말에요..나빠요!!

로드무비 2005-10-2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동경하는 친구.ㅎㅎㅎ
복돌이님을 동경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을라나요?
전 그런 경우 한 번도 없었습니다만.
항상 짝사랑만 열심히!^^

이누아 2005-10-2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고 쌓인 책도 가득한데도 이 책 사볼래요. 그러고 보니 별도 다섯 개네.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영엄마 2005-10-2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책 못 읽었어서 제목보고도 미소를 지을 수 없군요! 에잉~ ^^;;

로드무비 2005-10-24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다른 제목 생각해 드려요?ㅎㅎ
(너무 신기합니다.)
잔말 말고 쓰셔야 합니다. 왜냐? 따우님의 이 책 리뷰가 궁금하니까!^^

로드무비 2005-10-2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님도 이 책 읽고 함께 웃으셔야 하는데. 에잇.^^;;

이누아님, 네, 이 책 아무 망설임 없이 추천합니다.
일단 아주 재밌어요.^^

검둥개 2005-10-26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리뷰는 언제나 감동입니다. ^ .^
그런데 로드무비님을 짝사랑하는 학우들이 없었다는 사실은 믿을 수 없어욧!
복돌이님 만큼이나 인기가 많으셨죠, 그렇죠? ㅎㅎ

로드무비 2005-10-2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ㅎㅎ 흥이 나서 금방 써내려간 리뷰예요.
그리고 전 정말 인기가 없었다니까요.
공부를 잘하나, 예쁘기를 하나, 그런데 글은 좀 잘 썼어요.
(너무 자신을 깎아 내리는 게 미안해서 한마디 보탠 거 아시죠?^^)

라주미힌 2005-10-2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랑한 리뷰...
저도 얼렁 읽고 써야징... 아압!

로드무비 2005-10-2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제 목소리가 좀 낭랑했습지요.(그런데 과거완료.)
이 책 아주 재미납니다. 빨랑 읽으시라요.^^
(님의 리뷰는 또 어떨지 궁금.)

인터라겐 2005-10-27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업정신 투철하신 로드무비님...

비로그인 2005-10-2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로드무비님.^^ 좋은 리뷰도 감사드리고 지적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드려요. 독자분들 서평에 댓글 달기가 주저되어 방명록에 자세한 말씀을 올리려다 지적해주신 글에 바로 답글을 올려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 여기에 말씀드립니다. 지적해주신 문장, 2쇄 때 다시 잘 다듬어 싣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하신 점이나 지적해주실 점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이런 고견들이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되어요. 좋은 책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로드무비 2005-10-2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낭기열라 분이 메모 남겨주셨군요.
앞으로도 좋은 책 기대할게요.^^

인터라겐님, 못 봤으면 모를까!^^

DJ뽀스 2007-02-02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용 책이라 초반에 조금 머쓱했는데 뒤로 갈수록 가슴을 파고 들더군요. 아버지의 파트너에 관한 단편(홀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도 출판사에서 대지(책의 페이지와 똑같이 인화지를 오려붙여 레이아웃한 용지) 작업을 하는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모 출판사에 갓 입사하여 일하던  무렵엔 일일이 담당자가 그런 작업을 해야 했다.
틀린 글자를 따로 인화하여 오려 붙이는 걸 '따부치기'라고 하는데 꽤 세심한 손길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내가 처음 맡은 책이 신방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실무 관련 교재.  평소 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
아둔한 편인 나는 그 작업을 마칠 때까지 온갖 고생을 다했다.
아무튼 마침내 완성하여 그것을 보자기에 싸서 품에 안고 다음 공정을 위하여 충무로로 가는데
아뿔싸, 충무로 역 에스컬레이터 중간 지점에서 뭔 일로 휘청하다가 보자기를 떨어트렸고 보자기는
풀어헤쳐져 대지가 몽땅 공중에 휘날렸다.  세상에 그 황당함이라니!

눈에 보이는 대지들을 주섬주섬 모아서 아래로 다시 내려왔는데 공교롭게 두세 장이 에스컬레이터의
홈 사이로 끼어 말려들어가 버렸다. 
주운 대지들은 구겨지고 구둣발에 밟히고 먼지가 묻어 엉망이 되었고.
나는 그만 얼이 빠졌다.
하루이틀을 다투는 긴급한 작업이었는데 나의 실수로 일이 그만 그렇게 되고 만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내 아이가 눈앞에서 넘어져 다치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과 비슷한 강도의 큰 일이었다.)


딱 죽고 싶었다.
사장님껜 뭐라고 변명을 하고 저자에겐 또 뭐라고 해야 하나!

얼굴이 노래져서 서초동의 출판사까지 다시 전철을 갈아타고 갔다.
사장실에 들어가 자초지종을 고했다.
다행히 사장님은 분기탱천하지는 않고 이왕 그렇게 된 것 필요한 부분 빨리 작업을 새로 하고
단 책임은 물어야겠으니 망친 대지값 5만 원 (1989년 당시)을 월급에서 제하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셨다.

"제 월급 다 가져가셔도 돼요!"

그때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5만 원을 제하는 것으로 끔찍한 실수가 어느 정도 상쇄된다는 게
나는 너무 반가웠던 것이다.
그렇게 출판사에서 내가 처음  맡았던 일은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이후 한참 지나서 내가 과다한 업무에 지쳐 사표를 냈을 때 사장님은 나를 근처 대구탕집으로
불러내어 앞으로 내가 꼭 맡아서 해줘야 할 문학 쪽 일을 구상하고 있으니 그만두지 말아달라는
말과 함께  내 여동생이 결혼을 하는 사실을 몰랐다며 두툼한 축의금을 내밀었다.
그는 내가 여동생의 결혼 소식에 이것저것 심란해서 직장까지 때려치우려는 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을 뭘로 보고!

사장님이 나가는 직원 잡은 게 처음 있는 일이라는 주변의 말에 고무되어 그때 다시 주저앉았는데
몇 달을 더 버티지는 못했다.

이후 몇 년 동안은 충무로 부근을 지날 때마다 그날의 악몽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내젓게
되었다.  그렇게 황당했던 일은 정말 처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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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0-2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연차 어릴때는 제가 도면 실수해서 공사 잘못되면
아무도 모르는 그 부분만 눈에 들어와
쥐구멍에 숨고 싶어지더라구요 ~ ^^

로드무비 2005-10-2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제가 그날 바로 그랬다니까요.
그냥 세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고 싶은 그런...^^;;

kleinsusun 2005-10-2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로드무비님, 넘 순진하시다...."제 월급 다 가져가셔도 돼요!"
신입사원 땐 누구나 다 이런거봐요.
저도 참...어리버리했었는데....별것 아닌 실수에도 며칠을 걱정하고...
오늘도 로드무비님의 글을 읽으며 방긋 미소짓습니다. 님의 글은 항상 넘....따뜻해요.^^

로드무비 2005-10-2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출장 잘 다녀오셨나요?
가끔 떠오르는 이야기 하나씩 써놓을까봐요.^,.~
(님이 좋다고 해주시니...)

플레져 2005-10-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대지작업! 잡지사에 잠깐 다닐때 의뢰한 디자인 사무실에 들르면 그 따부치기 하느라고, 로트링 펜으로 섬세하게 작업하던 거... 저두 잠깐 해봤지만...보통 일이 아녔어요. 금세 컴으로 작업이 옮겨가버렸지만, 그 대지작업이야말로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거였죠 ㅎㅎ 충무로의 그 긴~ 에스컬레이터에서... 우리 아버지는 쓰러지신 적 있으세요. 역무실에서 연락와서 황급히 달려갔던 기억이 나네요.

로드무비 2005-10-2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그러니까요.
섬세하고는 담 쌓은 인간이 부들부들 떨면서......
아! 그런데 아버님이 그곳에서 쓰러지신 적 있다고요?
을마나 놀라셨을까!
지금 들어도 가슴 철렁합니다.

플레져 2005-10-2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도 충무로역에 가면 그 긴 에스컬레이터는 안타요. 못 타겠어요...;;;
다행히 아버지는 피로 탓이라 금세 회복하시긴 했지만, 기억은 참 오래남아요.

로드무비 2005-10-2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주변 지나가면 가슴이 몹시 두근거려요.
지금은 지나갈 일도 별로 없지만......
아버지는 금세 회복하셨군요. 다행입니다, 플레져님.

Phantomlady 2005-10-2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뭘로 보고! ㅋㅋ

mong 2005-10-2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무로하면 인쇄소에서 아저씨들
눈총 받으면서 인쇄 잘 나오나 감시하던 기억이...
로트링펜.....캬오 저 1학년때 2절지에 바코드 그리던
기억 납니다.....밤을 꼬박 새워서~

미완성 2005-10-22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들어 로드무비님 글에 많이 위로받고 있답니다.
흐흐. 저도 빠짝 얼어서 눈치보며 일했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그때는 참 뭣도 모르고 무식하게 성실했건만...

히피드림~ 2005-10-22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무슨 드라마같아요.^^ 그렇게 애쓰시면서 첫 책이 나왔을땐 정말 뿌듯하셨겠어요.

sudan 2005-10-22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서류봉투가 아니라 '보자기'에요?

릴케 현상 2005-10-2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그렇게 굵직한 실수는 해본 적이 없는데^^ 더 나쁜 게 암만 세월이 가도 일이 안 느네요~

stella.K 2005-10-22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때 돈 5만원이면 지금의 10만원 돈쯤 되나요? 그래도 사장님이 좋으신 분 같네요. 출판사 일이 굉장히 고된 일이군요. 하기사 쉬운 일이 어딨겠습니까? 그래도 저 같을까요? 요즘 버벅거리는 제꼴이라니...그런데 아직 힘든 건 없어요. 쉬엄 쉬엄 하지요.^^

조선인 2005-10-22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스텔라님, 좋으신 분이라뇨. 전 월급에서 제하겠다는 말 보자마자 그분의 '명성' 그대로라고 생각했는데. -.-;;

stella.K 2005-10-22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조선인님? 그래도 화 안 내셨잖아요. 무비님 동생 결혼할 때 축의금도 주셨다고 하고...저는 화내는 사람이 젤 무서워요.
하지만 조선인님 말씀들으니 그도 그렇네요.ㅜ.ㅜ

날개 2005-10-2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회사다닐때 실수한 기억이 떠오릅니다...ㅠ.ㅠ
저때 로드무비님 심정이 어떠했을지 알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5-10-2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실수 한 번도 안하는 게 이상한 일 아닐까요?
그런데 저 실수는 정말 끔찍했어요.^^;;

스텔라님, 그 당시엔 고마웠는데 지나놓고 보니 거시기하더군요.
그때 그런 제안을 해놓고 저를 빤히 바라보던 눈길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조선인님, 어디서 뭔 소문을 들으셨길래...ㅎㅎㅎ

자명한 산책님, 다행이네요.
일 안 느는 건 저랑 똑같으시구만요.^^*

수단님, 부피도 꽤 되고 묵직해서요.
나일론 보자기로 싸야 했답니다.^^;;

펑크님, 뿌듯하진 않았고 무슨 큰 산을 하나 넘은 기분이었어요.^^

멍든사과님, 제 글이 누군가 더구나 멍든사과님에게 위로가 된다니 기뻐요!^^
(그리고 전 무식했지만 처음에도 별로 안 성실했어요.;;)

몽님, 바코드 하니까 옛 추억이!^^
인쇄소 골목도 나름대로 정겨웠죠?^^

스노드랍님, 저런 말 안 나오게 됐어요?^^


비로그인 2005-10-23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쿠쿠..아, 이거 오해하지 말아주십쇼. 제가 웃는 이유는 '사람을 뭘로 보고!'에서 터져나온 거니깐요. 글두 참..곤란하셨겠어요. 상상만 해두 아찔!!

로드무비 2005-10-2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뒤 졸졸 따라다니기.ㅎㅎ
저 말 해놓고 보니 저도 좀 우스웠어요.
사실 심란했던 데는 그 이유도 아주 쪼끔은 있었거등요.
딱 잡아떼려니 원, 양심에 찔려서...^^

야클 2005-10-2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그때 그 심정 이해가 가네요. 저도 급한 보고서 파일 다 써 놓고 날린적이 있어봐서... ^^

로드무비 2005-10-2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요즘은 '날리는 거' 그게 문제죠. 네네.
그 순간의 가슴 철렁도 저런 일만 못지 않죠.^^;;

검둥개 2005-10-3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 그걸 대지작업이고 따부치기라고 하는군요. 저두 해봤어여 ~ ^_____________^* 컴퓨터 조판이 도입되면서 곧 없어지긴 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