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중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쌍꺼풀 수술을 해서 그런 건지 그의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나의 의심 때문인지, 인상도 좀 변한 것 같다.
그 무렵,  그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하루종일 데이트하고 돌아다니는
꿈을 꾸고 얼마나 황홀했던지......

남은 임기를 제발, 정신차려, 제대로, 잘 좀 해주기를 바라며 스크랩을 사진찍어 페이퍼로 올린다.(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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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1-13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자유주의자 노무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수식어입니다. ㅎㅎㅎ

mong 2006-01-1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59000

얼쑤~


바람돌이 2006-01-1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전 그때도 시큰둥했지만 그래도 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정말 간절했다구요. 근데 이게 뭐냐구요. ^^;;

비로그인 2006-01-1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저 그가 대통령이 된 것에만도 너무 감동했었지요 크게 기대한 바도 없었고 실제로 많은 것을 바꾸리라 믿지도 않았기에
그저 여전히 멀리서 마음으로 응원만 합니다..^^;;

로드무비 2006-01-1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그러셨군요.
그날의 감격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요.
하지만 아직도 저는 일루의 희망을...^^

바람돌이님, 글쎄 말입니다.^^;;

mong님, 딴청부리는 것 봐!^^

라주미힌님, 신자유주의라, 그런데 "신"자 붙은 것 치고
제대로 된 것 어디 하나라도 있던가요?^^;

부리 2006-01-1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로드무비 2006-01-1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반가워라.ㅎㅎ

검둥개 2006-01-14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황홀한 꿈은 정녕 그런 것이었단 말입니꺼 ㅎㅎㅎ ^^

로드무비 2006-01-1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네.(순하게...)^^

로드무비 2006-02-07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그러셨군요.^^
 
'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장경섭 지음 / 길찾기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구로동 금남의 집 '복지아파트'에 사는 여성 근로자들의 생활 모습이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
28세 미만의 혼자 사는 여성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기거하는 곳인데
남자는 절대 반입(!)이 안되고 택배로 도착하는 물건들도 전부
경비 아저씨가 받아서 처리해 주고 있었다.
십몇 년 전 나는 그 복지아파트에 손님으로 초대받아 가본 적이 있다.
1년에 단 하루, 남자들도 입장이 가능한 손님초대의 날이 있었는데
내가 다니던 작은 민중교회의 청년 세 명이 복지아파트의 주민들로
몇 안되는 교인을 초대한 것이다.
달콤새콤한 화장품 냄새가 낯간지럽게 풍기던 그 좁은 방을 기억한다.
우리는 그 방에서 궁둥이를 딱 붙이고 앉아 치킨과 떡볶이와 김밥을 먹었었다.

그렇게 좁은 방에서 룸메이트랑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 내 눈엔 조금도 재밌어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 사는 게 아무리 경제적이라고 해도 나는 나 혼자 쓸 수 있는 옥탑방을 택했을 것이다.
거리를 떠도는 아저씨들이 어떤 시설에 입소하는 걸 거부하고 칼바람을 맞으며
지하도 구석자리나 공원 벤치를 사수하는 것처럼.

<'그'와의 짧은 동거>라는 만화를 읽으며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본 복지아파트와
십몇 년 전 내가 직접 가보았던 경옥 씨의 그 방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역시 나라면, 장모씨의 옥탑방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책을 읽었다.

방바닥에 뒹굴던 치약을 발로 밟은 날, 장모씨는 외로움에 진저리를 친다.
외로움의 도가 지나친 날이라고.
그리고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 외로움과 방만한 자유가 좋다.
사람은 누구나 젊은 시절 옥탑방에서 혼자 살아보아야 한다고까지 생각한다.
치약을 한 번 밟아봐야 한다고.
누구나 어느 한때 그렇게 외롭고, 가난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인간을,  인생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외로움의 정도가 지나쳐서 바퀴벌레와의 동거를 선택한 장모씨와,
술 마신 다음날 콩나물국까지 끓여 대령하는 바퀴벌레의 사는 모습이 그렇게 기괴하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도 이 만화의 이상한 매력일 터.
<조의 아파트>였나? 바퀴벌레가 득시글대는 영화가 있었는데 만화와 영화의 차이겠지만
그 영화를 보고 나서는 변기 뚜껑을 여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다.

막연하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품고, 의욕도 인생에 대한 비전도 없이 무력감에 시달리는 청춘에게
이 만화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단,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신의 인생에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앞으로도 이러고 살 것 같아요."

책 뒤에 실린 대담 중 작가의 이 말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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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1-1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도 이러고 살 것 같아요
저도 마음에 들어요!
제가 저렇게 대답하면 질색하는 분들이 몇 있긴 합니다만 ㅎㅎ

비로그인 2006-01-1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258585

이거 잡을려고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ㅎㅎ

전 앞으로는 다르게 살거지만 글에는 동감합니다..^^


비로그인 2006-01-1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558588..^^*

balmas 2006-01-1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무서운 사람 ...
"앞으로도 이러고 살 것 같아요."

나는 싫은뎅~~

blowup 2006-01-1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이 책을 반 조금 더 읽었는데...
좀 아쉬웠어요. 바퀴벌레를 알레고리로 사용하는 데 있어서, 작가가 혼란스러워한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바퀴벌레의 능청스러운 의인화가 이상하게 별로 효과적이란 생각이 안 들었어요. 충격적이어야 하는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도리어 당혹스러웠어요. 뭐가 문제였을까... 곰곰.

urblue 2006-01-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과 함께 살았던 몇 년을 빼면, 서울서 혼자 쭉 살았는데, 전 어째 외로움에 진저리쳐 본 적이 없는건지...쩝...
이 만화, 리뷰 쓸까 했지만 어렵더라구요.

로드무비 2006-01-1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저도 자취 시절 좋았어요.
초록색 체크 천을 동대문에서 떠다가 가위로 그냥 잘라 압핀으로
눌러놓았던 창문.
대낮에도 어둑어둑해서 비디오 보기에 끝내줬어요.
그 초록체크 커튼(?)이 제 청춘의 무늬예요.
리뷰 쓰기 어려워서 그냥 '내맘대로 리뷰' 써봤어요.^^

namu님, 그죠? 너무 능청스러워서. 저도 고개 갸웃.
그러나 제가 어쩌고 저쩌고 할 문제가 아니라서 그냥 제 식대로
읽어내려갔습니다.
느닷없는 문명 이야기도 조금 생뚱했고요.

발마스님, 아니 제가 무섭다니 ㅎㅎ
만족감으로 코가 벌렁벌렁거립니다.^^

사야님, 아이고 애교스럽기는!
고마워유!^^
(앞으로 다르게 어떻게 사실 건감유?)

mong님, 질색하는 것으로 어른임을 증명해 보이려는 인간들이 많지요.
전 아직은 아닙니다.^^

2006-01-11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6-01-1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예상이 맞았어.
로드무비님은 외로운 늑대^^

로드무비 2006-01-1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깍두기 여사, 그럼 자기도?=3=3=3

속삭이신 님, 천천히 읽으셔도 되는데.
무리하지 마세요.^^


깍두기 2006-01-1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니에요. 태어나서 혼자 살아본 적이 한번도 없어서
그저 동경할 뿐이지.
아마 혼자 살면 한달도 못되어서 외로워서 죽겠다고 할지도 모르고
아님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라이프 스타일이야!
이럴지도 모르고요.
하여간 안해봤다는게.....그게 문제야요.

날개 2006-01-1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혼자 살면 무지무지 편할 것 같지 않아요? 외로울 새가 있을까요? 먹고 싶을때 먹고, 자고 싶을때 자고, 책도 마음대로 보고....

니르바나 2006-01-1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 아파트 이름 참 재미있군요.
금남의 집 이름이 '복지'아파트라구요.
수도원이 아니고서야 어쩌자고 저렇게 멋지구레하게 작명했대요.
혹시 앞에 '가나안'이란 단어를 빼먹은 것은 아니겠지요.ㅎㅎ

로드무비 2006-01-1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뜬금없이) 전 가나안제과 빵이
그렇게 입에 맞고 맛있었는데.
잠시 신세를 지던 서교동 고모집과 제 직장이 있던 서초동 골목에
가나안제과점이 있었거든요.
출근길과 퇴근길에 가나안제과점이 버티고 있었던
셈입니다.
복지아파트가 저는 너무 갑갑하게 느껴졌어요.
알뜰살뜰한 비혼 여성 근로자들은 그 아파트에 들어가 사는 게
꿈이라고 하더군요.^^

새벽별님, 우와, 그런가요?
전 몰랐어요.
새벽별님이 제 냉소적인 리뷰를 좋아해 주실 줄도 몰랐고.^^

날개님, ㅎㅎ 그런 생각을 하실 수는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날개님은 아니라고 봐요. 깍두기님처럼.
딱 한 달 혼자 살면서 살림도 안하고 줄창 책만 읽었으면 좋겠죠?
그 심정은 이해합니다.^^

깍두기님, 하긴 한 번쯤 경험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기회가 없었던 걸 우짜겠습니까!
팔자소관인 것을.=3=3=3

하루(春) 2006-01-11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그 아파트 TV에서 봤는데... 작년인가 재작년에요. 그 아파트에 살면 답답할 것 같아요. 그쵸?
참, 저 예전에(벌써 7년쯤 전인 듯) 살던 곳이 가나안제과점(서교동)에서 무지하게 가까웠는데... 지금은 아마 그 제과점 없어졌을 거예요.

kleinsusun 2006-01-11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랑 방을 같이 쓴다는게 참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제가 아직 싱글인가봐요.호홋

로드무비 2006-01-1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흥 모형 사무소 부근이었죠?
동막집 부근이었든가.
저랑 이웃 주민이었네요.
7년 전엔 저도 연남동에 살았는데...^^
(하루님도 개미파는 아니신 듯.ㅎㅎ)

로드무비 2006-01-1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그새!
그게 제일 관건이죠.
그런데 그것도 잘만 협의하면 한 지붕 밑에 살아도
그렇게 부딪힐 일 없을 거예요.
그런 거 미리 너무 겁내지 마시라고. 호홋.^^

하루(春) 2006-01-1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흥성모형제작공사(이름이 기흥성이에요)에서 찻길 건너쪽이었어요. 연남동 사셨다는 건 전에 알았죠. 페이퍼 보고.. ^^

하루(春) 2006-01-1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et's look 봤더니 사고 싶어졌어요. 사면 안 되는데... 흑~

로드무비 2006-01-1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기흥성. 그러고 보니.ㅎㅎ
만화를 거금 주고 사기 좀 그런가요?
이 책은 나중에 리뷰 열 개 추첨해서 1만 원 적립금 준다네요.
땡스투 누르고 지르세요. 헤헤^^

하루(春) 2006-01-11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아니라 자꾸 책 사면 안 되거든요. 하하~ 변명치곤 참... 하여튼 그렇단 말이죠.
하지만, 적립금은 왜 줘서 사람 맘 흔들리게 한답니까.

로드무비 2006-01-11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쉿, 저도 사실 적립금 때문에.
바람구두님이 너무 극찬을 하신 데도 원인이 있지만.ㅎㅎ

하루(春) 2006-01-1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지난번에 '습지생태...'는 보고 싶은 맘이 크긴 했지만, 평소 '쥐'를 너무너무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관계로 꾹 참고 안 봤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사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아요. 만화니까 후딱 읽을 수 있겠죠?

산사춘 2006-01-12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부라더랑 같이 살지만 혼자 사는 것과 다름없답니다. 내년 봄에는 진짜 혼자 살 터인데... 기대되어요. (집에나 좀 들어오시지?)

로드무비 2006-01-1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님도 저랑 비슷하시군요.
저도 부라더랑 꽤 오래 살았습니다. 합정동 남양타운에서도 몇 년.ㅎㅎ
혼자 사시는 생활, 정말 기대되는데요?^^

하루님, 후딱 읽어버리면 아깝잖아요.
적어도 두세 번은 읽고 싶은 만화입니다.^^

검둥개 2006-01-13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날아다니는 바퀴벌레는 증말 너무 무서워요.
흑, 오랜만에 나타나서 이런 댓글 달구, 저 나쁘죠? (아니, 반가운 마음에 ^^;;;) =3=3=3

로드무비 2006-01-2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오, 저도 무서워요.
그리고 검둥개님이 반갑기만 하고라.^^
 
바보들은 이렇게 묻는다 - 개정판
김점선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9년 7월
품절


한 장 한 장 편지 봉투를 열 듯 레터 나이프로 책장을 열어야만 하는 별난 책. 처음엔 귀찮아서 투덜거렸는데 무딘 칼로 새 페이지를 여는 재미에 푹 빠져 마이 도러와 서로 더 많이 하겠다고 싸웠다.
거기다 열 장의 김점선 그림엽서 세트가 따로 왔으니, 검정색 나무칼과 함께!

이렇게 조심조심 봉인된 페이지를 하나하나 열어 나갑니다.

제일 마음에 든 본문 그리고 엽서 그림.

-- 똑같은 그림만을 죽도록 그리다가 죽어야지 하고 맘먹은 적이 있었다.
그러고는 붓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일주일 그렇게 해보고는 스스로 놀랐다. 일주일 동안 그린 그림이 모두 감이 달랐다. 독자적으로 아름다웠다.(45~56쪽)

이렇게 자기 자신을 꼬셔가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화가 김점선.
이 화가의 경우는 마음 내킬 때 붓을 휘두르면 그림이 척척 나오는 줄 알고 있었는데 의지와 결단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니 놀라웠다.

(클릭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흰색 와이셔츠와 트렌치코트를 입고 앙드레 김을 인터뷰하러 갔던 달포 전 텔레비전 화면 속의 김점선은 <나, 김점선>이라는 책에서 처음 만났던 10여 년 전의 모습과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처음엔 정말 양아치스러웠는데 지금은 뭐랄까, 너무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멋을 절대 안 낸 것 같은 멋'이야말로 고도의 멋이다. 내추럴 화장이 그런 것처럼!

레터 나이프로 책장을 열었을 때 이런 그림이 짠~ 나타나면 감동을 먹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은 거의 모든 페이지가 그림과 사진, 짧지만 통찰력 있는 화가의 글로 채워져 있다.

--나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햇볕처럼, 화투처럼 싸구려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왜 그림을 그리는가' 중)

--나는 늘 하늘을 등지고 산다. 하늘을 등지고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자판을 두드린다. 이런 나를 아픈 장영희가 끌어내서 오랜만에 하늘을 한껏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병상에 누워 있는 자도 힘이 있다는 걸 아픈 사람들이 알까?('장영희! 아자아자!' 중)

피아니스트 신수정,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 소설가 박완서 등과도 절친한 화가. 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나 함께했던 어느 한때를 엿보는 재미도 크다.

--바보들은 이렇게 묻는다. 사람이 위대한 점은 가보지 않고도 안다는 것이다. 직접체험하지 않고도 알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훌륭한 점이다. 그런데 바보들은 늘 그렇게 질문한다. 직접 체험 여부를 묻는다. "가봤어?" "먹어봤어?" "해봤어?"(68쪽)

이 글에서 책의 제목을 뽑았구나!
김점선은 어느 날 오십견이 와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아들에게 컴퓨터를 배워 화면으로 화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슬퍼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너무 슬픈 나머지 자살해 버린다. 다른 사람은 '슬프다' 하고 공책에 쓴다. 절절이 자신의 슬픔을 써나간다.
그러는 동안 슬픔이 분해된다.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똑같은 정신작용이 일어난다. 읽는 사람이 오래 전에 응어리져 가슴에 박혀 있던 슬픔이 서서히 분해된다. 슬프다고 죽어버리지 않고 슬픔을 공책에 쓰는 사람이 예술가인 것이다.(117쪽)

그림 그리는 시간보다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자뻑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고백하는 화가. 다음은 그녀의 대갈일성.

"자뻑이라는 미친 상태가 일생을 채우는 자가 예술가다"

--도회지에서 왕창 망한 남편을 따라 시골로 갔다. 정착한 마을에 당집이 있었다. 보이는 대로 무심히 그렸다. 15년 동안 무심히 그렸다. 그러다 집이 튀어나왔다. 무심히 그리는 작업에서 유심히 자신의 그림을 사고하기 시작한 화가가 풍경 속에서 집을 딸랑 끄집어낸 것이다. (133쪽)


'보이는 대로 무심히 그렸다'라는 게 키워드인 듯한데 15년 동안 무심히 보이는 대로 묵묵히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 지 않을까?


정말 바르게만 살면 누구나 다 예수고 석가라고 말하는 화가.

"그래도 사소한 것에 목숨 건다. 거창한 일은 내 평생 결코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이므로......"(170쪽)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말과 글이 나는 너무 유쾌하고 미더웠다. 물론 몽환적이고 유니크한 그림 감상 재미도 빠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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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0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01-1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이한 책이군요

로드무비 2006-01-1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화가 김점선의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선물 같은 책입니다.^^

속삭이신 님, 아닙니다요.
잠시 기다리세요. 가서 말씀 드릴게요.^^

2006-01-10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g 2006-01-10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를 맞는 하얀새가 좋아요
나무칼로 한장한장 여는 재미도 좋아요 ^^

히피드림~ 2006-01-10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봤어요. 예전에 TV에서 중세시대, 수도사들이 쓴 책을 현대에 와서 고전문헌학자들이 나이프로 열면서 한장한장 읽어나가는 것을 보았어요. 그때 보고 참 특이하다 그랬는데, 이 책도 그렇네요. 보통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책은 좀 비싸기 마련인데 그렇지도 않고... 구경 잘 했어요!^^

날개 2006-01-10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책도 있구만요...^^ 상당히 특이한 방식이네요...

날개 2006-01-1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로드무비님 손? +.+ 호오~

blowup 2006-01-11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칼을 쓰면 책 옆면이 울퉁불퉁해지지 않나요? 그건 좀 싫은데--;;
근데, 전 바보인가봐요. 저런 질문 자주 하는 것 같은데. 윽.

로드무비 2006-01-11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시다시피 주하가 자른 건 좀 울퉁불퉁해요.
그런데 생각하기 나름이라 재밌다고 생각하면 또 그런대로.
그리고 저도 바보 중의 바보예요.
화가의 말에 의하면.(뭐 아무렇지도 않습니다요.^^)

날개님, 아니 주하 손이라는 게 표가 안 나요?
책 독특하고 괜찮아요.^^

펑크님, 중세시대, 수도사들의 책이 그런 형식이었다고요?
근사합니다.
이 책은 김점선 씨의 장난기가 느껴지는 정도랄까.
종이칼을 넣어 보낸 아이디어도 재밌지 않나요?^^

mong님,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요.^^

2006-01-11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6-01-1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주하 손이었군요..^^;;;;;
모처럼 로드무비님 등장인가 싶어 지레 흥분을......

로드무비 2006-01-1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언젠가 주하 사진들 사이에 제 사진을 슬쩍 끼워놨더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니!
비록 조그만 사진이었지만.
날개님, 제가 그렇게 보고잪으요?ㅎㅎ

로드무비 2006-01-11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님이 안 보이시니 서재활동이 신이 안 납니다.
이 책 나중에 빌려드릴수도 있어요.^^

산사춘 2006-01-12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언제 무비님 사진이 떴단 말씀임까? 앞으로 더 자세히 볼팅께 함만 더 슬쩍 해주세요.

로드무비 2006-01-1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헤헤, 심신 단련에 힘쓰겠습니다.
몰골이 말이 아니라서.=3=3
 
책 먹는 여우 - 좋은아이책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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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는 세일을 시작한 인근 백화점의 식품 매장에서 허브그린 소금을 한 통 살까 말까
망설이다 사지 않고 그냥 왔다.  그런데 오늘 아침 <책 먹는 여우>를 읽고 있자니 
그것을 매대에 그냥 놓고 온 것이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다.

더러 출간된 지 아주 오래 된 헌책을 사서 읽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보통 소금 가지고는 부족하다.
책벌레와 쥐오줌으로 얼룩진 퀘퀘한 책에는 허브그린 소금이 딱일 것 같다.
눅눅한 책장을 햇볕에 바싹 말린 후 김이나 다시마 튀각처럼 찹쌀풀을 발라 다시 말려
한 장씩 튀겨 먹는 건 어떨까?

요주의 인물로 도서관에서도 쫓겨나고, 먹을 책이 떨어져 급기야 털모자를 눌러쓰고  
길모퉁이 서점을 턴 여우는 감옥에서 빛나리 교도관을 만난다.

지금에야 슬그머니 고백하는 사실이지만 내 인생에도 빛나리 교도관이 한 명 있을 뻔했다.
나는 여우와는 달리 책보다 영화 필름이 맛있어서 한때 어느 영화사의 담벽 밑을 서성였다.
지금은 영화계의 거물급 인사가 된 나의 빛나리 아저씨는 생선초밥 한 접시를 시켜주고
영화표를 두 장 주며 개봉중인 영화 광고문안을 써보라고 주문했다.
내가 써서 보낸 영화 광고문안이 신문광고에 실렸을 때는 천하를 얻은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의 운은 딱 거기까지였다.

전당포를 들락거리며 살림을 하나하나 내다팔고 읽은 책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어치우던 여우.
전과자가 되어 불행한 삶을 마감하나 했더니......

인생에서 키다리 아저씨, 아니 빛나리 아저씨는 언제 어떤 복장과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도둑같이, 새 신랑같이 임할지도 모르니 등불을 들고 준비하라,는 교훈까지!

빛나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죄와벌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여우를 질투하며 책장을 덮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 책도 영화필름도 똑같이 맛있다는 말이다.
적어도 1년 정도를 버틸 양식은 비축해 두었으니 여우를 부러워하지 않으련다.
그저 어제 저녁 허브그린 소금을 사오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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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1-0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도 영화 필름도 음악 시디도 다 맛있어요
저는 소금말고 설탕이랑 계피가루를 좀 살까봐요
ㅎㅎㅎ

kleinsusun 2006-01-08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헌책에 허브그린 소금 뿌린 다음에 어떻게 하는건가요?
혹시....제가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건가요? ㅎㅎㅎ

하늘바람 2006-01-0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너무 재미있게 써주셨네요

하루(春) 2006-01-0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독특해요.

sudan 2006-01-0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영화의 광고문안이었는데요? 왠지 밝히시지 않을 듯 싶지만.

도도 2006-01-0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엔 '허브맛솔트'가 있는데요.(확인해보니 백설꺼) 쇠고기를 살짝 구워서 요것에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답니다.(오레가노도 들었대서 그런가?)

서연사랑 2006-01-0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먹는 여우'는 왠지 그림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심오하지 않나요? ㅋㅋ 그 덕분에 서연이는 반응이 별로네요, 그림 특이하지 색감 개성 넘치지....
그림책 리뷰를 마치 에세이집 리뷰처럼 풀어내신 로드무비님께 추천^^

blowup 2006-01-09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화를 또 하나의 우화로 풀어내셨어요. 전, 이 책의 리뷰를 여러 번 보았는데, 어떤 책일지 이제서야 겨우 감 잡았어요. 나온 지 꽤 된 책이군요.

산사춘 2006-01-09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의미일까 했어요. 에이, 역시 남다른 무비님!

비로그인 2006-01-0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벌레와 쥐오줌으로 얼룩진 퀘퀘한 책에는 허브그린 소금이 딱일 것 같다.
눅눅한 책장을 햇볕에 바싹 말린 후 김이나 다시마 튀각처럼 찹쌀풀을 발라 다시 말려 한 장씩 튀겨 먹는 건 어떨까?'

다른 건 아무것도 안 보여요. 전 이 문장들과 사랑에 빠졌다구요..@,.@

로드무비 2006-01-1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님이 저 문장 좋아해 주실 줄 알았당께요.^^

산사춘님, 허브그린솔트 가지고 리뷰를 하나 쓸 줄은
저도 몰랐답니다.ㅎㅎ

namu님, 사실은 서재 순위가 간당간당하길래
급히 한 권 읽고 쓴 거랍니다.
5천 원 적립금 받는 데 성공했어요!^^V
(이 책 꽤 유쾌하고 알찹니다. 한 권 옆에 두는 것 강추!)

서연사랑님, 님도 이 책 좋아하시는군요.
하이드님 포토리뷰 보고 보관함에 넣어뒀던 책이었어요.
초등 1, 2학년에게 딱인 책인데 어른이 봐도 너무 재밌으니...^^

madpluto님, 오레가노가 뭔지 모르겠지만.
저도 친구집에서 고기 구워먹을 때 뿌려봤는데
향이 신선하더라고요. 그런데 L백화점에서 조그만 것 한 병에
3천 원을 받더군요. 세일을 안하길래 아까워서 못 산 것.^^;;;

수단님, 에, 그 영화가 무신 영화였더라?ㅎㅎ
나중에 님께만 살짝 갈챠드릴게요.^^

하루님, 좀 독특했나요? 고맙습니다.
이게 뭔 리뷰냐고 추천 안 눌러 주실 줄 알았어요.
열 분이나 눌러주신 거 확인하고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하늘바람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더욱 고마워요.^^

수선님, 끓는 기름에 바싹하게 튀긴 책장 한 장 한 장에
허브그린 소금을 솔솔 뿌려 먹겠다고요.^^

mong님, 계피가루, 좋은데요? 역시!^^

2006-01-10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1-1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오레가노가 뭔지 너무 궁금하네요.
손꾸락 입에 물고 기다릴게요.
그리고 물론 그 사실 저도 알지요.
모를까봐 앙탈이셔요?ㅎㅎ

2006-01-10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1-1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그 단어가 귀여워서......ㅎㅎ
우체국 한 번 나가기가 명절에 고향 방문하는 것보다
힘든 일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수고하셨슴다.^^
 

-- 신앙은 이론적인 주장이 아니며 하나의 견해도 아니다.
이것은 "용납됨을 용납한다고 하는 역설적인 태도의 특징"이다.
은혜가 작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따라서 믿음은 "그렇지 않다"고 알고 있는 것을 믿는 것이 더는 아니며,
받아들이기 힘든 교회적인 선포의 모음도 아니다.
믿음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의 용납을 받아들이는 용기이다.

                            --폴 틸리히 <존재의 용기> 서문 중에서

 


오늘 아침, 새해 첫책으로 고른 <존재의 용기>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서문에 '용납'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러자 생각나는 우리 할머니.

10여 년 전 90여 세의 나이에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당신이 쓸 줄 아는 글자라고는
'오리'와 '라디오' 밖에 없었다.
우리 자매가 장난삼아 가르쳐드렸던 것 같다.
글자를 한두 개라도 쓸 줄 알면 일자무식은 면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그런데 왜 하필이면 '라디오'와 '오리'였을까?
할머니가 공책에 쓴 삐뚤빼뚤한 그 글자를 들여다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사이가 별로인 며느리(우리 엄마)의 강권으로 어느 날부터 교회에 다니게 되신 할머니.
언제부터인가 그 좋아하던 막걸리와 담배를 딱 끊으셨다.
나는 그때 속으로 그게 좀 아쉬웠다.
저 연세에 좋아하는 거 조금씩 하면서 사시는 것도 괜찮을 텐데......
하나님이 아니라 솔직히 며느리 눈이 무서워 할 수 없이 끊으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어느 날 친지 몇 분과 버스를 탈 일이 있었는데 먼저 자리에 앉은 우리 할머니
손을 허우적대며 기사님께 이렇게 외치시는 거다.

"저기 한 사람 아직 안 탔습니더. 저 사람이 타도록 용납하이소!"

혹여라도 버스가 일행을 두고 떠갈까봐 애가 타서 하시는 말씀이었는데
나는 그 '용납'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우스울 수 없었다.
'우리 할머니 왜 이렇게 유식하시댜?  교회 다니시더니 그렇게 어려운 단어도 다 아시고..."
아마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 할머니,  하면 '오리', '라디오', '용납' 이라는 세 단어가 동시에 떠오른다.
잘 안 어울리는 낱말 같으면서도 제목으로 쓰고보니 기가 막힌 조합이다.(라고 우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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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1-06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열시에 들어오면 열시 넘어 12시반에 들어오면 그 넘어 절묘하게 올라오는 이 페이퍼..ㅎㅎ
그러게요
상관없을 것 같은 저 단어를 화두로 삼아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막걸리와 담배는 저도 아쉽네요..^^;;
결국 첫 주문하셨군요..ㅎㅎ

로드무비 2006-01-0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어찌 이리 시간을 딱딱 맞추시는 겐지?!ㅎㅎ
<붓다, 나를 흔들다>와 함께 두 권을 마일리지만으로 주문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이 의지!^^
(그리고 어제 두 번째 주문 4만 원 채워 했습니다요.=3=3=3)

비로그인 2006-01-0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ㅎㅎ
근데 이거보세요 제 주문은 아직도 제 손에 안들어왔습니다
어마어마한 배송비를 내는데도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 삽니다..ㅎㅎ

하루(春) 2006-01-0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본 글에는 관심도 없고 두 분의 대화에만 눈길이 멈췄어요.

mong 2006-01-06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의 대화의 장이 좀더 열릴 필요가 있습니다
로드무비님, 벌써 올해의 두번째 주문도 하신겝니까?
부지런 하셔라~~저는 자꾸만 이책 저책 담았다 뺐다만 반복중입니다 ㅎㅎ

로드무비 2006-01-0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본글을 읽으세요.
이렇게 좋은 글을!!!=3=3=3

사야님, 열악한 환경이라고 말씀하시니 이상하게 주둥이가 쑥 나오는데요?ㅎㅎ

로드무비 2006-01-0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그게 첫 주문이나 마찬가집니다.
마일리지만으로 달랑 두 권 주문했거든요.
알라딘에 미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mong 2006-01-0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


오리가 쑤시고 다니는 호수를 보고 있었지.
오리는 뭉툭한 부리로 호수를 쑤시고 있었지.
호수의 몸속 건더기를 집어삼키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을 쑤시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에 떠 있었지.
꼬리를 흔들며 갈퀴손으로
당신 마음을 긁어내고 있었지.
당신 마음이 너무 깊고 넓게 퍼져
나는 가보지 않은 데 더 많고
내 눈은 어두워 보지 못했지.
나는 마음 밖으로 나와 볼일을 보고
꼬리를 흔들며 뒤뚱거리며
당신 마음 위에 뜨곤 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에서 자지 못하고
수많은 갈대 사이에 있었지.
갈대가 흔드는 칼을 보았지.
칼이 꺾이는 걸 보았지.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

- 이윤학


로드무비 2006-01-0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
엉엉~~
가슴을 후비는 詩句입니다.

mong 2006-01-0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엉엉~~

로드무비 2006-01-0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윤학 시인이 건국대 앞에서 허름한 카페 경영한 적이 있어요.
술을 얼마나 퍼마시는지......좋으면서도 안쓰러운 시인.

2006-01-06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6-01-0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가 라디오를 듣도록 용납하라~ (라고 조합해본다) 가슴이 싸해졌어요. 저희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1년쯤 전에 기침이 심해져서 담배를 끊으셨지요.

oldhand 2006-01-0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본 글 읽었어요!! 추천도 했어요!! ^____^

로드무비 2006-01-0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감사감사!!^_____~

숨은아이님, 어른들이 건강 때문에 즐기시던 걸 하루아침에
못하게 되면 지켜보는 사람도 속상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멋진 조합입니다!^^

비로그인 2006-01-06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주둥이..ㅎㅎ
하루님 글을 보니 정말 앞으로 체면을 좀 지켜야겠어요..ㅎㅎ
 안그래도 연애중독때도 날개님이 댓글 길다고 구박했잖아요.^^
정말 추천부대 짱으로서 전투에 임하다 장렬히 전사할려고 했는데 댓글보병으로 전락한 느낌입니다..하하
물론 우아한 부대장보다 보병생활이 훨씬 재밌고 인간적입니다만 짱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명예가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ㅎㅎ
당신을 떠날때만 사용되었던 그 날개를 전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전 속력으로 저를 향해 날라오던 오리.
오리지날이 그렇게 박동감 넘치는 진실을 품고 있는 구절이라는 걸 그때 절절히 체험했지요.
이 긴 글은 댓글보병의 유서라 생각해주시고
전 이만 사라집니다..흐흐

독일청둥오리들 찬조출현..^^




paviana 2006-01-0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삼실에서 누가 <데르수우잘라> 산다고 해서 제가 주문넣어주고 님께 땡스투도 눌렀사와요.칭찬해주세요.. ㅎㅎ
페니미즘은 지금 읽고 있는 쾌도난마 다 읽고 스밀라도 해치우고 주문할 겁니다.충성 !! ㅎㅎ

로드무비 2006-01-0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파비아나님. 너무 고마워서! 허둥지둥.
그런데 정말 저에게 땡스투 눌러주시려고요?
다시 한 번 감사! ^^
(그런데 책을 엄청나게 읽으시네요, 스밀라는 좀 오래 걸릴 텐데...)

사야님, 님의 댓글 때문에 요즘 제 서재가 사는데 무신 말씀이십니까.
잔말 마시고 계속 댓글 달기에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남이야 뭐라건 우리의 애정을 구축하는 데 댓글 이상 좋은 게 있을라구요.
저도 요즘 님 방에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지 않잖습네까!
독일 청둥오리들, 이윤학의 시 모두 마음에 듭니다.
사람들이 페이퍼가 아니라 댓글 읽으러 제 방에 오는 거 아닌가 몰러유.
저도 이제 그만 아이 점심 차려주러 주방으로.=3=3=3

서연사랑 2006-01-0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아니시면 만들수도 없는 조합일껄요.
그러니 어울린다고 우기셔도 됩니다. 허락해 드리지요.^^(서연사랑, 니가 무슨 권리로...??)

로드무비 2006-01-0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 방금 님 방에 갔다왔더니. 호호~~^^

비로그인 2006-01-0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제 이 고차원(!)적인 유머를 몰라주시고 그렇게 정색을 하시면
이 민망함을 어쩌란 말입니까? ㅎㅎ
그럼 저도 이만 오랫만에 페이퍼라도 하나 올리러 제 방으로..^^
이윤학시인처럼 로드무비님 눈에 안쓰러운 인간이 되어서는 안되겠단
의지를 새삼 다지며 그런 의미에서 또 포도주 한 잔..하하

paviana 2006-01-06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르수우잘라 주문할려고 봤을때 님의 글이 있어서 제가 오히려 감사했어요.앗싸 땡스투 누를분이 있구나 !!
글구 저 책 많이 안 읽어요.님같은 분께 그런 말을 들으니 식은 땀이 다 납니다.
스밀라도 여름부터 읽던 책인데 자꾸 다른 책에 순서가 밀려서 아직 1/3 밖에 못 읽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스밀라를 꼭 끝내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자 중입니다.^^

로드무비 2006-01-0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땡스투 이제야 저도 제자리를 찾는 것 같습니다.
시행된 지 한참 지나고 나서도 걸핏하면 까먹었거든요.
지금은 주문취소 누르면서까지 땡스투 챙기는 편입니다.
한 푼 두 푼......아시죠? 그 기쁨!
님은 저보다 100배 나으세요.
전 스밀라 두어 페이지 읽다가 다음에 머리 맑을 때 읽어야지 해놓고
이때까지 머리 맑은 날이 하루도 없어서리.^^;;

사야님, 저도 정색하는 척 해봤어요. 왜 이러세요.ㅎㅎ
아무튼 유머의 기교를 좀 습득하고 싶어요.
사야님께 한참 밀리는 기분이 들어서...^^
(전 올해 들어 술을 거의 못 마셨네요. 당장이라도 마시고 싶어라!)

sandcat 2006-01-06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계시는 저희 엄마는 가끔 "깜빡했단다." 하시면 될 것을 부러 "망각했네."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그때의 제 기분이랑 비슷하지 싶어요.
근데 이거 새로 생긴 페이퍼인가요?

히피드림~ 2006-01-0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들은 다 비슷하신 것 같아요. 그 옛날에 태어나셔서 누릴 것도 다 못누려 보시구 시골에서 일만 하시고, 글 모르는 할머니도 많구요. 우리 할머니도 그렇거든요. 그러고보니, 새로운 카테고리네요. 카테고리의 주제가 재밌어서 앞으로도 좋은 글이 많이 나오겠네요.^^

클리오 2006-01-06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회 다니시는 분들은, 교육수준과 관계없이 현란한 문어체 용어를 구사하셔서 주변인들이 놀라는 경우가 있죠... ^^ (저희 시부모님도... 흐..)

날개 2006-01-0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페이퍼에는 몇 시간만에 넘 많은 댓글이 달려서 읽느라 허덕대요...^^
근데, 정말 새 카테고리네요? <마이도러>는 어디갔어요!!!

밥헬퍼 2006-01-0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활기넘치는 서재군요. 이 식을 줄 모르는 인기가 누구에게나 기쁨이 되어 지속되기를 기꺼이 '용납(?)'합니다. '용납됨을 용납한다는 역설....'이렇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허용해 주시는 것'...오늘은 제가 '용납'을 경험하는군요. 그래서 살아갈 기분이 더욱 더 깊게 드는군요. 마음에 잘 새겨두고 갑니다.

깍두기 2006-01-06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늦게 왔더니 댓글 읽느라 힘들어 죽갔시요.
좋은 글 읽고는, 댓글 다 읽으면 '내가 뭘 읽었지?'하고 위로 도로 올라가봐야 한다니께.
스크롤의 압박 장난 아니어요^^

비로그인 2006-01-06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로드무비님
유머와 촌철살인의 답글내공을 제가 어찌 감히 님을 따라 가겠습니까.
또 이런 님 팬들의 원성을 들으며 님을 독차지 할 수는 없지요..ㅎㅎ

술마시고 들어왔습니다
금요일은 원래(?) 둘이 퍼마시는 날이거든요..^^
행복한 밤 보내시고 계시길 바라며..

sudan 2006-01-0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에 소개해주신 폴 틸리히 [존재의 용기] 서문의 내용이 잘 이해가 안돼서 세번쯤 다시 읽어 보고나서야 이해했어요. 그런게 신앙이군요! 믿는 종교는 없지만, 그게 뭔지 느낌이 확 왔어요.
(본문을 이해했으니까 이젠 댓글 읽어야지.)

로드무비 2006-01-0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님, 얼핏 보면 번역이 좀 어색하죠?
세 번 읽어보시고 느낌을 잡으셨다니 저 문장을 받아들인
용기와 인내에 경탄합니다.
그런데 이왕이면 댓글 읽으신 소감도 한 줄 남겨주시지.ㅎㅎ

사야님, 전 어젯밤 한잔했습니다.
책장수님 주무시고 혼자 한잔 더 했습니다.
금요일 밤에 퍼마시는 분들이 많군요.
그럴 테지요.ㅎㅎ
제 일생의 소원이 두 남자가 동시에 나를 좋아해서 삼각관계에
빠져보는 거였는데 그 소원을 못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알라딘 방에 와서 사야님이 제 못 다 이룬 한을
풀어주시는 듯합니다.
독차지할 수 없다느니 하는 달콤한 말씀으로.ㅎㅎ

깍두기님, 그러게 누가 늦게 오라고 했수?=3=3=3

밥헬퍼님, "God above God"라는 말이 폴 틸리히 책에서 나왔군요.
이현주 목사의 글을 읽고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있는 말이었거든요.
밥헬퍼님의 댓글을 보니 뛰어오를 듯이 기쁩니다.
님도 새해에는 좀 활기찬 서재 만들어 주세요.
제가 부지런히 들락거리겠습니다.^^

날개님, '마이 도러' 서랍 치운 지 벌써 몇 달짼데
이제야 그걸 아시다니.
님의 애정이 식은 게 틀림없어요. 흑=3

클리오님, 그러니까요.
그리고 기도할 때 보면 놀라워요.얼마나 청산유수이신지들......^^

펑크님, 책읽다가 생각이 곁가지를 칠 때가 있는데
그런 때를 위한 카테고리입니다.
괜찮을 것 같죠? 관심 가지고 읽어주세요.^^

샌드캣님, 님도 아셨지요?ㅎㅎ
어머니가 부러 어려운 낱말 쓰시는 모습 보면 귀엽지 않으세요?
뭔가 짠~하기도 하고.^^

검둥개 2006-01-13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까 왜 눈물이 날까요. 꺼이꺼이... 저두 참 =3=3=3

로드무비 2006-01-1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좀 애잔한 글이라고 생각해요.=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