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8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젊은 날 운이 좋았던 건지 고대광실에 사는 사람들 구경을 많이 했다.
여기서 운이 좋았다는 건 출세한 사람들,  잘사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았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아무리 출세해도 부자로 살아도 인생이란 건 별게 없구나, 하는 기묘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사람들은 모두 막다른 골목에서 살고 있었다. 자기만의 골방에서.

나는 오래 전부터 단 한 사람의 친구를 꿈꾸었다.
내가 "아"하고 입을 벌리면 "어"하고 화답해 주는 친구.
그런데 그런 친구는 이 세상에 없었다.
내 친구인 것이 송구할 정도로 잘난 사람이 친구인 적도 있었지만 그는 내가 바라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하고 입을 열면 "어"라고 해야 하는데 "우"라든지 "꺽'이라든지 엉뚱한 소리만 내었다.
그러면 우리는 민망해서 서로 고개를 돌렸다. 하긴, 그런 순간도 없는 것보단 나았지만......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를 읽었다.
12년 혹은 13년을 한 남자만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자기의 마음이 사랑인지 뭐인지 분간도 못하는
오타니 양의 덤덤한, 어리둥절한,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애타는 연애에 마음이 이끌렸다.
사랑을 시작할 때 이번만은 진짜 일생의 사랑이라고 확신하고 몸을 떨던 수많은 그녀들은 지금 대부분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나는 그때 그녀들의 너무도 자주 찾아오는 일생의 사랑에 대한 확신과 덜 떨어진 열정이
가소롭기도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부럽기도 했었다.

--당신은 말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임종을 봐주고, 내가 어머니의 임종을 봐주고, 내가 떠날 때는 누가 봐줄까."
"나요."
아무런 의심도 없었다.
(...) 결혼은 하지 않았는데 장례식은 한다.
나는 당신이 남긴 뼈 중에서 작은 조각 하나를 슬쩍 할 생각이다.
반은 막자사발에 갈아 카페오레에 넣어 마실 것이다. 그러면 내 뼈가 될 것이다.
나머지 반은 주머니 속에, 작은 주머니 속에 넣어, 불안할 때나 힘들 때마다 만질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48~49쪽)

그녀의 상대 오다기리 다카시 청년의 마음도 뭐가 뭔지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고작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과는 달리 늦지 않고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걸로 오타니 양에 대한
조금은 각별한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는 정도이다.
 '상대를 막다른 골목 안쪽으로 몰아세우는 짓'으로 남다른 사랑을 증명하려는 부류의 인간이 나는
오래 전부터 기피대상이었다.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에  이어지는 연작 단편 '오다기리 다카시의 변명'도 들어줄 만하고,
사춘기 조카와의 편지질에 점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열어가는 고집불통 독신 도오루 삼촌의 이야기
'알리오 올리오'도 읽고 나면 가벼운 한숨이 나오긴 마찬가지.

'사람들은 모두 막다른 골목에 산다'는 그런 희미한 확신, 혹은 비겁한 안도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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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2-26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집인가요?
왠지 덤덤하고 어리둥절하고 나름 애타는 연애를 한다는 오타니 양이 내 맘에 드는군요..^^

waits 2005-12-26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리뷰도 마음을 확 잡아끄네요. 아, 자꾸 이러면 곤란한데.. ㅎㅎ

싸이런스 2005-12-2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도 막다른 골목에 살고 있던 거였네요?

로드무비 2005-12-2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고 일단 저는요.^^

나어릴때님, 뭐가 곤란하실까요?^^

날개님, 세 편의 단편집. 그런데 앞의 두 편은 연작이에요.
저도 호들갑스럽지 않은 사람이 좋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호들갑스러운 인간입죠.;;)

히피드림~ 2005-12-2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디서 읽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이 놈의 머리!) 우리는 흔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말들을 하잖아요. 근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자신의 진심을 증명하기 위해 연인의 죽음을 가정하는 것. 역시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짓이겠죠?

2005-12-26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2-26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님, 아무튼 너무 깊이 파헤쳐선 안 돼요.
얼마나 많은 것이 무너져 내릴지......

플라시보 2005-12-2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되게 읽어보고 싶네요. 보관함에 담습니다.^^

로드무비 2005-12-2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제가 이런 건건찝질 별다른 스토리도 없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님의 취향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잘 살피셔서.^^

하루(春) 2005-12-26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부분이 맘에 들어요.^^

blowup 2005-12-26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로드무비 님이 퍼오신 글 보고 샀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기다렸다가 로드무비 님한테 땡스 투 하고 살 걸.
사놓고 아직 대기중이거든요.
지금 동시 상영중인 책이 네 권. 푸하하.
그 중 두 권만 끝내고 볼 참이에요.

로드무비 2005-12-26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아이 땡스투 아까워라!ㅎㅎ
저도 동시상영중인 책이 대여섯 권 됩니다요.
두 권쯤으로 저도 끝낼까요?^^

하루님, 저의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고라?^^

mong 2005-12-2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이라 그럴까요?
갑자기 기분이 추욱~처지는 저녁에
'비겁한 안도감'에 지잉~하고 넘어갑니다

깍두기 2005-12-2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겁한 안도감이라도 전 그냥 갖고 살래요.
나만 막다른 골목이라고 생각하면 엄청 우울하거든요.

rainy 2005-12-2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어릴때 님처럼. 마음 한구석이 곤란(!)해집니다^^
올해 책 사들이는 건 이제 그만이었는데.. 너무 땡기잖아요..
나무님이 못다이룬 땡스투와 함께 일단 보관함에 ^^

내가없는 이 안 2005-12-27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리뷰도 좋고 소설도 재미있을 것 같고 제목도 좋은데... 건건찝질, 이란 말이 너무 재밌네요. 알아두고 가요. ^^

로드무비 2005-12-27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없는 이 안님, 건건찝질...별 맛도 없고 달지도 않은데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이런 뜻으로 가끔 사용하는 말입니다.^^

rainy님, 2천 원 적립금 때문에 책 사는 규모가 커졌어요.
예전엔 두 권 정도도 자연스럽게 주문했는데 이젠 기본이 4, 5권.
이 책은 나중에 천천히 읽으세요.
'곤란'이라는 단어가 웃음을 짓게 합니다.^^

깍두기님, 겉으로 보면 파워풀하기만 한 님께서
가끔 묘한 말씀을 하신단 말입니다.^^

mong님, 저런 표현 자체가 사실 비겁한 거예요.
너무 깊이 생각하면 할 말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기로 했습니다.

비로그인 2005-12-2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면 어 하는 친구가 있는 저는 아직 막다른 골목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냥 그런 안도감을 가져도 되는 걸까요?

플레져 2005-12-27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자주 느끼는 그 비겁한 안도감...
막다른 골목 표지판을 보신 적 있으세요?
우리동네에는 그 표지판이 두어개쯤 있어요. 지금은 한참 재개발 중인 골목이랑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골목언저리에. 이상하죠. 그 표지판 뒤로 바로 우리 아파트 가는 길이 있어요. 막다른 골목 그 너머엔 길이 있을거에요.
계절 따라 가는 님의 분위기 있는 리뷰, 좋아요.

로드무비 2005-12-28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면 차라리 뭔지 안심되는 기분이 있지 않아요?

사야님, 님은... 행운이시군요.

2006-01-02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1-02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어제 오늘 컨디션이 별로네요.
상큼하게 시작해야 하는데.
그런데 감기에 걸리시다니 어쩐답니까!
초기에 잘 잡아야 해요. 감기란 놈.
무리하지 마시고요.

저 위의 인용하신 구절은 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청춘의 특권이죠.ㅎㅎ
지나고 나면 좀 무안하기도 하지만, 그럼 좀 어때요!
확신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아무튼 연애할 땐 집중하시길!
저보다 훨씬 잘 아실 테지만......^^

검둥개 2006-01-05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앓느라고 파란만장한 연말을 보내는 사이에 이런 엄청난 리뷰를 쓰셨단 말입니까! 전번에 주문한 책도 아직 안 왔는데 벌써부터 또 사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한단 말여요! ^^

로드무비 2006-01-05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엄청나긴요. 소소한 소품인데요.
그 엉덩이는 당분간 좀 의자에 붙들어 매주시길.ㅎㅎㅎ
이제 좀 괜찮으신 거죠?^^

도도 2006-01-0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 책을 사려고 보관함에 쟁여놔는데, 장바구니에 담으려고 보니 로드무비님의 리뷰가 보이는군요. 검증 받은 느낌이라 얼른 장바구니에 담고, 추천하기도 꾹 누릅니다. 로드무비님께 책 보낸다고 해놓고 안 보낸 전적이 있어, 대략 난감이지만 그 난감을 '추천하기'로 대신하면서.

로드무비 2006-01-08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반갑습니다.
그때 그분이시군요.
잘 지내셨지요? 추천 고맙습니다.^^
 
세기의 연인 이브몽땅의 고백
이브 몽땅 지음, 임자영 옮김 / 꿈엔들(꿈&들)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1991년 11월  퇴근길,   나는 홍은동의 비디오 가게 으뜸과 버금으로 가는 버스 안에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 라디오에서  프랑스의 국민배우 겸 가수 이브 몽땅의 사망 소식과 함께
그의 대표곡 '고엽'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언이 소개되었다.

나는 여한이 없다,  삶에서 할 수 있는 것 누릴 수 있는 것을 전부 해보았다.
재능 또한
아낌없이 소진했다......

영화를 찍다가 현장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니 나는 그의 삶이 부러워 미칠 것 같았다.
늙어 병상에서 시난고난 앓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평생 해오던 일을 하다가
그렇게 홀연히 감쪽같이 죽음을 맞이하다니!
나는 평소 이브 몽땅이라는 가수가 에디뜨 삐아프의 애인이었고 내가 좋아한 프랑스의 배우
시몬 시뇨레의 남편이었던 걸로만 기억했다.

--참 잘나고 매력적인가 보네!  그런 멋진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다니!

그렇게만 생각했다. 코스타 가브라스의 영화와 <마농의 샘>에서 그를 만났지만 이상하게 그는 내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도리어 언젠가 텔레비전 명화극장에서 본 영화 <갸르송>이라는
영화 속의 웨이터 역할이 꽤 깊은 인상을 남겼을 뿐이다.(이 책 속에 그 영화 이야기도 나오는데
역시나 끌로드 소떼 감독의 영화였다!)

'여한이 없다'는 유언을 남기려면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나는 그것이 내내 궁금했나 보다.

--그 남자는 유명한 가수이고 배우였으며, 연애의 명수인가 하면 철저한 맑시스트였다.
(...) 연애를 사랑처럼, 사랑을 연애처럼 한 남자.(...)
학교를 다녀본 기억이 거의 없는 그 남자. 그러나 그의 지성은 당대의 정점에 있었다.(옮긴이의 말)

이 책은 1988년 가을부터 1990년 여름까지 이브 몽땅의 집에서 한 인터뷰 내용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한 가난한 이탈리아 공산당의 아들로 태어나 부둣가를 쥐새끼처럼 쏘다니며 보낸 어린 시절,
파시스트들의 박해를 피해 1930년 초 프랑스로 귀화를 한 부모님을 따라 프랑스인으로 살게 된
이브 몽땅은 열한 살에 국수공장에 입사한다.
열다섯 살에는 미용실 심부름꾼으로 일하며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우고, 어느 날 새끼당나귀
한 마리를  상품으로 내건 콩쿠르에 출연하면서 가수의 인생을 걷게 된다.

생국수가락을 씹어 먹으며 배고픔을 견딘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인지 공산주의자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건지 '재산을 모은다는 것은 절도행위다'는 조셉 프루동의 말을
평생 좌우명으로 여기며 살아온 그이기도 하다.

에디뜨 삐아프, 시몬 시뇨레, 마릴린 먼로, 로미 슈나이더 등의 여성과 나눈 사랑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자크 프레베르 등 문인들과의 교류, 러시아를 방문하여 후르시초프를 만나고, 티토 대통령,
아옌데 등과의 만남의 장면은 입술이 마를 정도로 재미있게 단숨에 읽힌다.
"죄송합니다만 흐루시초프 각하, 각하의 당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면전에서
큰소리를 쳤다니 알아볼 쪼 아닌가!

--시몬은 나의 쾌할함, 나의 '살아가는 기쁨', 지나친 흥분 따위가 흔히 인위적인 것이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내 정신은 다른 데에 가 있었다.
시연회나 시사회가 다가올수록 정신이 나갔다가 들어왔다 하는 일이 더욱 심해졌다.
사람들은 배우들의 자아도취니 이기주의니 운운한다. 물론이다. 나는 자아도취적이다.
단상에 올리기 전이면 짐승을 잘 먹여야 한다.  내가 나 자신을 살찌우지 않는다면 누가 해주겠는가?
3천 명의 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기 위해서는 내 속에 에너지를 가득 채우지 않을 수가 없다.(262쪽)

자신의 삶을 자신이 가진 재능을 가지고 정면승부를 한 남자,  함께 공연하게 된 대부분의
매력적인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었지만  그 사랑이 미심쩍지 않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는 사람은
이브 몽땅이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사랑이나,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에 대한 서술,  인생을 바라보는 그의 낙관적인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14년 전 퇴근길 버스 안에서 우연히 들은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여한이 없다!'는  유언이
순순하게 그대로 수긍되는 것이었다.

 


젊은날의 시몬 시뇨레와 이브 몽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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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12-21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여한이 없다'는 유언만 보고는, 여한이 있는 걸 경험해보지 못한 것도 여한이지 않을까 하는 삐딱한 생각을 했었는데요.
읽다보니 이브 몽땅 참 멋있는 분이네요.

waits 2005-12-21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urblue 2005-12-2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책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 말여요. 근데 왜 님이 리뷰 쓰면 보고싶은건데요? 참.

로드무비 2005-12-2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이 책 안 읽으면 손해!^^
(그건 순전히 저의 글빨 때문이죠.=3=3=3)

나어릴때님, 이 책 리뷰 쓰고 싶어 궁둥이가 들썩들썩했답니다.^^

수단님, 정말 멋져요! 솔직하고...드문 사람이에요.^^

sudan 2005-12-21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책 별로에요. 게다가 로드무비님 리뷰만 봐도 책 한권 읽은 느낌이라 결국 안 읽는데.(글빨이 훌륭하시니 이런 문제가.)

플라시보 2005-12-21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브몽탕. 엄마에게 입으로 들었던 배우였고 마농의 샘에서 봤을때 저 역시 님처럼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 책 꽤 재밌나보군요.^^

blowup 2005-12-2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쓰고 싶어 궁둥이가 들썩일 수도 있군요. 정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시몬 시뇨레는 어떤 영화에 나오는 배우인가요? 로드무비 님이 좋아하신다니 궁금하네요.

2005-12-21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g 2005-12-22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한이 없다...라니
그 경지가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인생과 정면 승부를 한 분의 얘기 다워요

로드무비 2005-12-22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참 부러운 인생을 산 사람이었어요.
솔직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속삭이신 님, 잠깐만요.

로드무비 2005-12-2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제가 본 건 알랑 들롱과 연기한 '미망인'이라는 영화,
그리고 장 갸방과 늙은 부부로 나온 '고양이', 코스타 가브라스의 '고백'
정도인데요. 특히 <고양이>라는 영화에서 심통난 아내 역 대단했습니다.
인생을 아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나이 서른 무렵에 그런 판단을...ㅎㅎ)

플라시보님, 네 무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어머니가 이브 몽땅 이야기를 해주셨군요.ㅎㅎ

수단님, 전 이런 책이 너무 재밌어 환장을 하는데...ㅎㅎ
관심 가는 사람의 라이프 스토리 좋아합니다.


코마개 2005-12-2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런 내용이군요.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에디드 삐아프의 노래를 배웠는데, 그때 이브몽땅 얘기를 잠깐 들었죠. 음악 선생이 '지룰'같았던지라 그 이후로 그와 관계된 음악을 안 듣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로드무비님 때문에 이책 매출좀 나가겠는걸요 ^^

딸기 2005-12-2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제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감사가 늦었어요. 보내주신 책...
아직 읽지 못하고 있지만, 책꽂이에 이쁘게 꽂아두었답니다.
엽서도 문에 붙여놨어요. ^^

로드무비 2005-12-2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딸기님, 잘 다녀오셨어요?
고생 많으셨죠?^^
(책이 잘 들어갔겠거니 했답니다.)

강쥐님, 님께 고맙다고 리뷰 뒤에 한마디 붙였다가 아침에 뗐어요.
그냥 리뷰 읽고 아실 것 같아서...ㅎㅎ



마태우스 2005-12-2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리뷰에 저도 모르게 추천을... 11살 때 국수공장에 갔다는 대목은, 자본주의의 슬픈 역사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런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다는 게 뒤늦게 큰소리를-여한이 없다!-칠 수 있는 비결이겠지요...

로드무비 2005-12-22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그는 어릴 때부터 마음의 품격이 있는 소년이더군요.
가난에도 갖은 고생에도 훼손되지 않는 그의 올곧은 영혼이 부러웠어요.^^

DJ뽀스 2005-12-27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바람둥이 아저씨쯤으로 생각했던 이 잘생긴 배우(겸 가수)의 또다른 면모를 발견했던 책입니다. 지적인 공산주의자라니! 저도 이런 류의 라이프스토리 꽤 좋아한답니다.

로드무비 2005-12-28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신 분 처음 봐요.
저도 무지 재밌게 읽었어요.^^

kleinsusun 2006-01-0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Happy New Year!
06년은 "여한 없이" 보내자구요! 가지고 있는 모든 재능을 아낌 없이 소진하면서...^^ 06년이 생애 최고의 한해가 될 것이라는 걸 철썩 같이 믿어요!

로드무비 2006-01-0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도 철썩같이 믿어요.
"여한없이!"
파이팅!^^
 
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잊고 있던 아니, 기억 속에서 애써 지우려 했던 수많은 일들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올라 아주 괴로웠다.
(내가 가해자였던, 혹은 피해자였던, 혹은 말도 안되는 일의 목격자였던 수많은 사례들이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져 나오는 것이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김귀정 열사가 시위 도중 목숨을 잃었던 날이다.
그 날 나는 독서 모임 사람들과 멋모르고 시위 대열에 끼어 있다가 혼비백산했다.

뛰는 와중에 신발을 잃어버려 남의 비닐 단화를 주워 신고 엉엉 울면서 돌아다닌 건
언젠가 페이퍼에도 쓴 적 있다.
다음날인가, 며칠 후,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까지 왔다갔다 하며 제법 중요한 일을 맡은 듯
폼을 잡던 한 소설가가 이렇게 말했다.
“김귀정 열사, 사진만큼 안 예뻐! 실제로 보면......”
그리고 능글능글 웃으며 우리 중 누구 하나를 가리키며 이렇게  덧붙였다.
“김xx 씨. 그날 대피했다가 딱 마주쳤을 때 머리는 산발하고 땀에 눈물에 꼬질꼬질
정말 귀신이 따로 없더라니까!”

그런 인간이 지금도 앞장서서 신문이며 잡지에 기고하고 진보세력의 선봉에 서 있다.
자기가 민중의 대변인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믿을 수 없고, 인간을 알 수 없다는 절망적인 생각이 든 게 아마
그 무렵부터가 아닌가 한다.

입에 올리고 나면 눈이 침침해지고 더러워지는 것 같은 나만 아는 일화가 한둘이 아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한 여성 시인은 워크숍 때문에  미국에 몇 달
다녀온 후 길에서 담배를 피워도 되는 것 때문에, 그리고 연령을 뛰어넘어 모두 친구가 되는
그곳의 분위기 때문에 숨통이 트이더라고 했다.
생과 사를 들었다 놓는 듯한 시를 쓰는 분의 입에서 고작 담배와 나이 이야기라니,
오랜만의 만남에 너무 기쁘면서도 그때 나는 속으로  살짝 실망했던 것 같다.
지금이라면 문제는 달라지리라.
내가 그때의 시인 나이가 되고 보니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인종, 국가, 여성과 남성, 빈부, 직업, 나이, 장애인인가 아닌가, 장애인 중에서도 장애의
등급 정도에 따라... 이 세상에는 정말 사람들이 편의에 따라 제멋대로 갈라놓은 차별이
너무나 많다.
‘젠더와 계급’의 문제로 간단하게 정리해 보아도 그 속에는 또 얼마나 많은 차별이 층층이
다양하게 얽히고 설켜 있는지.

그리고 평소 꽤나 생각이 깊고 자유로운 인간인 척하는 나에게도 얼마나 많은 편견과 모순이
쌓여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며 가슴이 뜨끔뜨끔했던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가령 내가 제일 놀란 건 이 대목이다.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비극의 성별적인 두 주체, 정신대 ‘할머니’와 장기수 ‘선생님’의 존재는
이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전자는 역사의 피해자, 전쟁의 ‘부산물’이지만
후자는 역사의 치열한 주체이며, 인간의 신념과 의지를 상징한다.
전자는 불쌍한 혹은 수치스런 존재지만, 후자는 존경스럽고 경이로운 존재다
.(53쪽)


오래 전 장기수후원회 활동을 하면서 많은 장기수 어른들을 가까이서 뵈었지만
빨치산 출신의 정순덕 선생님의 경우  정순덕 선생님이라고 마음속에서라도 불러본 적이 없었다.
아무 의심 없이 정순덕 ‘할머니’였다.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남자 장기수 어른들은 깍듯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모르고 지나쳐서 그렇지 인생에서 내가 실례를 범한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어디
한둘이었겠는가.

--한국 사회는 성폭력 피해여성의 인권에 관심이 없으며 성폭력과 성관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가장 섹시한 성관계는 성폭력이라고 믿고 있다.(
83쪽)


‘여성의 전화’에서 꽤 오랜 기간 상근자로 활동한 때문인지 저자는 이 책에서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에서 잘못 뿌리내린 성 역할뿐 아니라 사랑과 섹스, 가정폭력 문제까지
아주 깊고 넓게 다루고 있다.
성 판매 여성의 인권, 남성 섹슈얼리티와 군사주의까지 내처 읽다보니
내 속의, 자의였든 타의였든 꽁꽁 빗장을 걸어 닫아두고 있던 컴컴한 골방 하나가
스르르 열리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알고 난 후의 충격이 귀찮아서, 그리고 깨닫고 난 후 그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갈  때
인생이  얼마나 복잡해지고 골치 아플지 미리 두려워서 나는 녹슨 자물쇠를 단 그 골방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여성이면서도 페미니즘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꽤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다른 많은 사회 문제, 인생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잘난 척은 어지간히도 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고백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이렇게 가벼워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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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12-0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 난 후의 충격이 귀찮아서, 그리고 깨닫고 난 후 그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갈 때
인생이 얼마나 복잡해지고 골치 아플지 미리 두려워서 나는 녹슨 자물쇠를 단 그 골방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매우 공감가는 글입니다.
제가 그래서 안 읽은 책이 많다죠.
(그나저나 맨위에 예로 들은 시인 정말 깨네요. 나도 저런 사람 하나 아는데, 대판 싸웠었죠. 오늘은 그 얘기나 해 볼까)

oldhand 2005-12-0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편견과 무지를 스스로 깨닫고 발전하는것. 그래서 우리가 평생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페미니즘도 저에겐 계속 공부하고 깨달아야 할 영역입니다.

로드무비 2005-12-08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이 책 한 번 꼭 읽으셨음 좋겠어요.
님은 또 어느 대목에서 깜짝깜짝 놀랄지 궁금해요.^^

깍두기님, 시인이 아니고 소설가!
정말 패죽이고 싶었어요.

nemuko 2005-12-0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글은 늘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어요. 어려운 말로 못 알아듣게 만드는 게 아니라 더 좋구요^^

chika 2005-12-08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패죽이고 싶었던 소설가, 가 누군지 궁금해져부렀어요. ;

blowup 2005-12-08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야기들은 자기 기억 속에서 더듬거리기만 해도 우글우글 기어나올 거예요. 그러고 보면, 그걸 꺼내서 제대로 성찰하는 게 힘들어서 모른 체 하는 건지도...

mong 2005-12-08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추천하고 리뷰를 기쁘게 읽기'만'하겠습니다....
저 역시 골방문을 열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ㅡㅡ;;

로드무비 2005-12-08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뭐 저도 조금만 연 것 같아요.^^;;

namu님, 그래요, 개미처럼 끝없이 바글바글대면서......
그런데 일단 어떤 문제를 한 번 짚고 넘어간다는 것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치카님, 나중에 한 번 혼내줄 기회가 올까요?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유독 이상했던 인간!
(궁금하셔도 할 수 없습니더.^^;)

로드무비 2005-12-08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네무코님, 최고의 칭찬입니다. 제게는!^^

히피드림~ 2005-12-08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이주의 마이 리뷰로 추천합니닷!^^

날개 2005-12-08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치된 골방 표현이 아픈곳을 찌르는군요..ㅠ.ㅠ

하루(春) 2005-12-08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쓰시다니...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로드무비 2005-12-08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느끼는 바가 많으시다고요?
로드무비가 잘난 척했던 것?^^;;

날개님, 아니 또 님은 왜 그러셔유. 아픈 곳이라니!
날개님 같은 분이......^^

펑크님, 아이구, 고맙습니다.
이주의 리뷰로 적립금 받은 것만큼이나 반갑고 고마운 댓글입니다.^^


icaru 2005-12-08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려고 찜해 두었던 책인데요... 로드무비 님 리뷰 읽으니까... 불끈! 읽어야 할 당위성이 용솟음치네요!

하늘바람 2005-12-08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안타까운것은 조선 전기까지도 여자가 동등했답니다. 신사임당이 그 대표적인 예라지요. 칝벙부모님 재산을 동등하게 상속받고 친정에 자주 오갔다네요. 아들이 없으면 딸과 사위가 부모님 제사를 지냈고.
너무 안타깝지요?

서연사랑 2005-12-08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너무 빨리 리뷰 올리신 것 아니어요? 저는 어쩌라고...(감히 로드무비님과 겨루겠다는?!)
어쨋거나 제 책꽂이랑 겹치는 책이어서 갑자기 친한 척 백 배~^^

로드무비 2005-12-08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 이 책 사셨어요?
님께 이 책 주문해 드리고 저번에 말씀드린 책이랑
서연이 책 한 권 크리스마스 무렵 선물로 보내드리려 했는데.
빨리 읽으세요, 전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읽었어요.
단숨에 읽힙디다.^^

하늘바람님, 그랬다는군요.
유교 때문에 엉망이 돼버린 것 같아요.
뭐든 본고장보다 더 심하게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우리나라!^^;;;

이카루님, 안 그래도 비숍님 리뷰 밑에 달린 님의 댓글 봤어요.
어느 분들이 이 책 리뷰 쓰셨나 궁금해서 아까 가봤더니...
뭐랄까, 우리가 눈 뻔히 뜨고 놓치고 있던 것들을 보여주는 책이네요.^^

2005-12-08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5-12-0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잠깐 보면서 올해 읽어야 할 책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렇군요.

로드무비 2005-12-09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단숨에 읽었어요.
그나저나 제가 읽던 책 읽으시죠?^^

속삭이신 님, 창피하긴요. 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로밋 2005-12-09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방'이라는 말에 판타진가 하고 들어왔다는.. -_-;;; 너무 뻘쭘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추천만 하고 휘리릭~~~ 도망갑니다.

로드무비 2005-12-09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로밋님, 왜 도망가세요. 이야기 좀 나누고 싶구만.^^

비로그인 2005-12-09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사 놓고 차마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여성학 관련 책 읽으면 저도 모르게 욱- 하면서 리뷰가 과격(?)해지는지라;;;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소수는 비정상이 되어버리는 게 우리 사회인 듯 싶어요. 일단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치부하면 그 때부터 비정상이 되어버리는 것도 같은..;;
이전에 인터뷰 때문에 J 신문사 기자와 만났던 적이 있었지요. 옷차림이 그냥 수수 그 자체였던 저를 보고 그 기자 분 그러더군요. A대생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신촌 한 복판에 있는, 수많은 미용실을 지나쳐야 도달할 수 있는 여대..;;; 기자분은 아마도 제가 진한 색조화장에 모피코트라도 두르고 나타날 줄 기대하셨는듯;;
여대라서, 여자들만 모여있다 보니 그나마 다행(?)인 듯 하면서도, 집단적인 무언가에 알게 모르게 많이 시달려 왔었지요. 인터넷에서 학교 이름을 치고 검색하면 심각할 땐 99.99999....% 욕이고;; 알고 보면 참 재미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그러면서도 자기 부인 그 학교 나왔다고 무지 좋아하고..(그게 자기 능력이라도 되는 것 마냥;) 실은 저희 아버지도... 여자는 A대를 나와야 된다고... 그러면서 매일 전두환 부인을 그 예로 들죠. 헐... 알토란 같은 돈 들고 지금 어디서 뭐 하는지 알 길 없는 그녀를 닮으라니. 웩-

로드무비 2005-12-09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평범한 여대생님, 반갑습니다.
저도 그 여대에 편견이 좀 있었어요.(지금도 약간...)
권정생 선생이나 판화가 이철수 선생은 양복 차림이 아니고
입성이 허름하다는 이유로 출입조차 제한을 당한 경우가 많다 하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집은 월세로 살아도 좋은 차 몰고 다니고 그러는가 봅니다.
직업, 학벌, 경제력 등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이 리뷰랑 아까 올린 페이퍼랑 어째 짬뽕이 되는 것 같습니다.ㅎㅎ
아무튼 님의 긴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기자들, 별로 똘똘하지 않은 것 같아요.^^

oldhand 2005-12-09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보관함으로 담았습니다. 아울러 Thanks to도. ^____^

로드무비 2005-12-0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고마워요.
그리고 님의 이야기도 들려주셔야 합니다!^^

플레져 2005-12-0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에요!
조만간 이 책을 아작아작 먹어치우겠어요.
로드무비님 리뷰는 정말 흡인력이 끝내줘요!

2005-12-09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hantomlady 2005-12-0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로드무비님의 도전적인 리뷰를 읽으니 저도 이 책 읽고싶어졌어요.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겪는 차별(위의 말처럼)이 정말 문제죠.
항상 여성의 문제는 인류의 문제. 빈곤의 문제 다음으로 넘기잖아요.
그것도 문제예요. 시급하다는 생각을 아무도 안 하고 있으니..

검둥개 2005-12-10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 보관함에 넣었어요!!!
제가 존경하는 로드무비님 @.@
도시락 사진에 이어 또 한 번 저를 감동시키시는군요.
(물론 레벨이 다르다는 것을 저두 잘 알구 있어요. ;)

히피드림~ 2005-12-10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2005-12-1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어제 저도 신간메일 받았는데 왜 못 봤을까요?ㅎㅎ
이렇게 챙겨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정말 기념이 되겠어요.^^

검둥개님, 이 리뷰가 괜찮은가요?
오오오, 하는 분이 많으셔서. 그리고 추천수도......^^

스노드랍님, 말도 안되는 부분에서 아무 의심없이 말하고 행동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대목이 여럿 있어요.
여성 문제, 다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이렇게 똑똑해져도 되는지 몰러요.^^

속삭이신 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더욱 선물하고 싶잖아요. ^^

플레져님, 아작아작...님의 표현 정말 끝내줍니다.^^

검둥개 2005-12-1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괜찮은 정도가 아니잖어요! ^ .^
끝내준다는 말을 듣고 싶으신 거죠? 우헤헤 =3=3=3

로드무비 2005-12-1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끝내준다는 말도 하도 들어서 이제는 뭐.=3=3=3
솔직하게 쓰긴 했지만 책에서 다룬 문제들을 요모조모 짚어주는
그런 리뷰는 아니어서 말입니다.(진심.)

2005-12-10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2-1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아니 이렇게 성의 있는 댓글이라니!
더구나 이렇게 알토란같은 내용이라니!
정말 고맙습니다.(_ _)

Phantomlady 2005-12-12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더 똑똑해져도 된다고 봐요 ㅎㅎ

balmas 2005-12-14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로드무비표 리뷰!
역시 그냥 보기는 아까워용~
책으로 내야 하는데 ...

로드무비 2005-12-1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출판사 차리시라니까요.
(오랜만에 만나니 더 반갑네요!^^)

스노드랍님,
"더 똑똑해지면 좀 곤란하다고 봐요" 이런 대답을 기대했어요.=3=3=3

2005-12-19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2-1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분기탱천해주시니 제 속이 시원하네요.^^
방금 님 방에 가서 귓속말로 이름 남겼다가 저장 누르지 않고 왔습니다.
찜찜해서요.^^;

2005-12-19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2-20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저라고 모르겠어요?
담배는 졸업했지만 '나이'는 아이 엄마로 살아도
아직 걸리는 부분이 있어요. 더구나 '비혼'일 때 오죽했겠습니까!
전 그렇게 대단한 시인이 그 문제에 걸려 답답해 한다는 게
좀 안타까웠어요.^^

낮달 2005-12-2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벌써 읽으셨습니다그려. 사야겠다고 마음 먹고 세월 죽이는 거나, 사 놓고 차일피일 시간만 숙성시키는 거나 매일반일 터. 삶에 대해 '말하기'와 그것을 삶 속에서 '익히고 그것 자체 되기'는 다른 문제겠지요. 그 의식과 행위의 지체(遲滯)의 '인간적 이해'가 가능한 수준은 어디쯤일지...

로드무비 2005-12-2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달님, 제가 모르는 새 오셨다 가셨군요.
어제는 방구석에 쌓아둔 책들이 반란을 일으켰더군요.
욕심만 내어 사놓고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걸로
자폭을 했더란 말입니다.ㅎㅎ
해가 바뀌기 전 이 책을 읽은 것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놀이터 옆 작업실 - 홍대 앞 예술벼룩시장의 즐거운 작가들
조윤석.김중혁 지음, 박우진 사진 / 월간미술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른바 '예술벼룩시장'이라 불리는 홍대앞 희망시장은  그곳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업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곳'을 꿈꾸며 붙인 이름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사실 나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 수 없이 취업을 하고 또 원치 않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꿈 같은 일이고 버럭 성질을 돋우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돌로 무언가를 만드는 '원석 DJ ' 미미루, 뜨개질한 빨강고양이와
원숭이 모자 좌판의  주인장 빨강고양이,  소박한 북아티스트 박소하다,  우유각소녀,
세계를 돌아다니며 찍은 자신들의 사진을 좌판으로 펼친 좌린과 비니 부부,
날개 달린 가방을 만드는 날개공장 공장장 라라, 점토인형작가 똥쨈 아줌마,
어린왕자로 통하는 델로스 등 자신의 손으로  조물락조물락 만든 수공예 작품들을 가지고 나와 
좌판을 펼친 12인 예술가의 면면이  참으로 다채롭다.

말이 예술작품이지 잘못 보면 어린애 장난처럼도 보일 수도 있는 것을 당당하게 좌판에 펼치고,
또 그 작품에 열광하는  마니아 층까지 형성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도 어느 정도는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

--우리 사회가 행복했던 적이 있나요? 이젠 아무 생각 없이 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64쪽)

태극기 중간에 천연덕스럽게 하트를 그려넣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눈에 띄는
수줍은 전략가  강영민은 이렇게 반문하면서 "웃자, 행복해지자, 그게 복수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은 가벼운 듯하지만  울림이 있다.
생각해 보라, 지금부터 행복해지겠다고 아무리 각오를 한들 행복이란 놈이 굴러들어오겠는가!
일주일에 한 번 좌판을 펼쳐 벌어들이는 돈이 간신히 재료비나 충당하면 다행일 것 같은데
따로 믿는 데가 있는 것처럼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장난스럽고 유유자적하다.

30대부터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사회에 팽배한 가운데 10억 정도를 모아야
노후가 걱정 없다고 자신은 이미 착수했다고 자랑하는 젊은이들만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보다가 ,
어수선한 작업실과  남의 시선은 조금도 의식하지 않는 듯한 뚱한 표정의 젊은 예술가들을
책 속에서 만나니  어쩐지 안심이 되면서 조금 숨통이 트인다.

젊음의 특권은 어찌 보면 자신에 대한 도취인 것인데, 자신이 대단한 예술을 하는 양 폼을 잡지 않는 것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어느 집 거실 벽에, 누군가의 책상 위에 놓여 있을 우리 사진을 생각하면 참 뿌듯하다"(145쪽) 는 
아내 비니의 말도,  
"사진 한 장에 7천 원이면 그저 주는 거라고 생각해. 우리 사진이 얼마나 좋은데!"(146쪽) 라고 말하는
남편 좌린의 말도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지점토로 똥 모양과 독특한 생김새의 인형들을 빚는 똥쨈 아줌마의 작품들을 나는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도 한때 공예과 나온 친구랑 몇 개월쯤 집에서 지점토를 주무르며 놀아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겨울 혹한기에는 시장을 열지 않는다니 올 겨울에는 집에 틀어박혀 액자 몇 개를 만들어 가지고
봄에 개장하면 들고 나가 볼까, 하는 궁리를 하며 나는 책장을 덮었다.


 


내가 유심히 본 똥쨈 아줌마의 지점토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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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2-05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리뷰가 속속 올라오네요. 이것도 질러야 하나...하고
고민하게 만드시는 리뷰이옵니다 흑~

비로그인 2005-12-0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좌린과 비니
이제 제가 다 반갑습니다..ㅎㅎ

로드무비 2005-12-05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다시 봐도 참 사랑스럽고 부러운 부부네요.^^

mong님, 리뷰 쓰기로 하고 얻은 책인데 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그러기가 쉽잖은데......^^

urblue 2005-12-05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 신청했다 떨어진 책. ㅠ.ㅜ
벌써 읽고 리뷰까지 쓰셨네요. 정말 재미있었나봐요.
(아직 리뷰 안 쓴 책도 있죠? =3=3)

로드무비 2005-12-05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넘의 아픈 기억을 들추다니!
플레져님이 읽고 리뷰 쓰실지도 모른단 말이오!=3=3=3
(사진이 많아 책 재밌게 읽혀요. 그런데 그때 신청했는데 떨.어.졌.다.고요?(복수!))

blowup 2005-12-05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막상 가보면 그게 딱히 개성으로 느껴지지 않고, 그저 트렌드 같기도 해요. 이거 너무 삐딱한 거죠? 정말로 창의적인 작업들을 별로 못 봐서 그런가 봐요.
로드무비 님. 김중혁 씨 글은 좋은가요? 가끔 홈피는 들려보는데... 이 분도 워낙 게으르셔서...

로드무비 2005-12-05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글을 조윤석 씨가 썼는지 김중혁 씨가 썼는지
살펴보지 않고 읽었어요.
아무튼 전반적으로 그들을 엄청나게 미화시키지도 않고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담담하게 소개한 것은 마음에 들었어요.
희망시장에 자주 가는 분은 그런 느낌을 받으셨을지도 몰라요.
사실 굉장히 잘난척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도 봤고,
아무리 봐도 조잡한 걸 특별한 것처럼 포장한 경우도 보이고
다양하죠, 뭐.
하지만 전 뭐 워낙 그런 풍의 시장을 좋아해서리...^^;;

플레져 2005-12-0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김중혁씨의 소설도 좋아하세요? ^^ 글 마다 필진이 따로 적혀있지는 않더라구요. 조금 문학적인 표현이 나오거나 하면 김중혁씨가 썼나... 정도 추측해요.
로드무비님, 저도 다 읽었는데... 아직 리뷰는 ^^:;
히히...저를 믿고 계시는 로드무비님, 귀여우십니다 ㅎㅎㅎ
참, 저는 미미루한테 산 목도리가 있어요. 무지 귀여워요 ^^

BRINY 2005-12-05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나왔었군요. 저도 홍대앞 희망시장에 나가시는 작가분한테서 구입한 북 커버랑 지갑이랑 가방 애용하는데, 실용적이면서 예쁘고 개성있고 가격도 안비싸요.

하루(春) 2005-12-05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우 궁금하지만, 일단은 눈요기로 만족해야 겠어요. 연말이라 뜻밖의 지출이 많군요. ^^

로드무비 2005-12-06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ㅎㅎ 맞아요.
연말 유흥비 무시 못하죠.=3=3=3

브리니님, 저도 천 지갑 산 적이 있어요.
소품들이 탐나는 게 많아요. 값도 적당하고.^^

플레져님, 블루님이 하도 닦달을 하셔서 그냥 한 말이니
신경 안 쓰셔도 괜찮아요.
미미루는 대학로에 가게를 가지고 있다면서요?
그 목도리 보고 싶네요. 플레져님 착용 컷 특히!^^

hanicare 2005-12-0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가 행복했던 적이 있나요? 이젠 아무 생각 없이 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ㅡㅡㅡ 이 말에 별 다섯 개.*****(<---요기)
대단한 예술을 하는 양 폼을 잡지 않는 것이 저도 마음에 드는군요.

로드무비 2005-12-06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케어 여사, 저도 저 말이 팍 꽂히더군요.
그런데 별 다섯 개는 어디 갔어요?^^

하늘바람 2005-12-06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대앞은 거니는 것만으로도 시간 절로 갑니다, 특히 저처럼 참새가 방앗간 그냥못지나가는 이는 더 그렇죠. 그래서 잋 개 참 보고팠는데^^

날개 2005-12-0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저렇게 같이 예술가이면 참 행복할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5-12-0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부터 들었던 생각이지만 가난한 우리네 인생, 뛰어봤자 벼룩같아요. 저두 예술까진 아니지만 남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기냥 저 좋아하는 일이나 실컷 하다 죽을랍니다!! 흐흐..

로드무비 2005-12-0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제 생각이 바로 그거예요.
심오한 것도 싫고 복잡한 건 다 싫어요.
좋아하는 짓이나 실컷 하다 죽을랍니다.ㅎㅎ

날개님, 더할 나위 없지요, 뭐.^^

하늘바람님, 전 백화점 명품관보다 벼룩시장이 월씬 마음에 듭니다.
쓸데없는 걸 사다보면 그것도 꽤 액수가 많아져 조심해야 해요.
님도 그러시구낭.^^;
 
저녁뜸의 거리
코노 후미요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어젯밤, 책을 받아들고 나서 솔직히 얇은 두께에 적잖이 실망하였다.

"뭐야, 정가가 7천 원인데 이렇게 가볍고 얇아도 되는 거야?"

나도 모르게 볼멘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사나흘 전, 메일을 체크하던 중 이 만화를 발견한 나는 제목에 사정없이 끌려 검색하고,
표지와 줄거리를 확인하고 난 후  2분도 망설이지 않고 주문장을 접수했다.
보관함에 책을 넣어놓고 한두 달을 대기해야 겨우 장바구니로 이동할까 말까 하는 처지의 
많은 책들이 볼 땐 억울하기도 하고 아니꼽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간에 책이 예쁘긴 하지만 이렇게 얇다니!

하지만 첫눈에 끌린 이성처럼 이 책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취침 전 나의 책으로 또다시 간택이 되었으니까.
(리뷰보다 사설이 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

--그로부터 10년,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아름답다고 생각할 때마다 사랑했던 도시 전체가,
사람들 모두가 생각나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날로 질질 끌려간다.
네가 살 세계는 여기가 아니야, 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25쪽)

그날이란,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었던 1945년 어느 여름날을 말한다.
작은 건축연구소의 사무원인 미나미는 원폭으로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고 어머니와 살아남았는데
구두가 닳는 것이 아까워 동네에 들어서면 맨발로 걷고, 사무실 맞은편 양장점 윈도우에 걸린
원피스를 제법 비슷하게 바느질하여 만들 줄도 아는 손끝이 야무진 소녀이다.

같은 사무소의 우치코시와의 사이엔 바야흐로 이상한 감정의 기류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10년 전 넋이 나간 것 같았던 어머니도 많이 회복되어,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가요 게임'을 빨리 가서 들으려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꽤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개천이 흐르는 동네 초입에만 들어서면 그녀의 입에선 알 수 없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죽은 줄 알았어요, 오토미상... 살아 있었다고는 부처님이라도 몰랐을 걸요, 오토미상?

그녀는 그 개울에 자신도 잘 아는 수많은 얼굴이 시체로 둥둥 떠있던 그날의 참혹한 정경을
결코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1945년이나, 미나미의 일상을 그리는 그로부터 10년 후나, 또 그로부터 몇십 년이 지난 후
그녀의 조카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세 편의 이 연작 만화에는 전쟁이나 원폭에 대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언급이나 묘사는 없다.
 맡은 일을 하며 순한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맑고 연한 된장국이 끓을 때
나는 냄새와 훈김으로 맡아질 뿐이다.

그런데 역사 속에서 개인의 선택과는 무관한 어떤 일로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이 만화는 정말 섬뜩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운좋게 100년을 살아봐도  인생에는 별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느 집 담장 밖으로 흘러나오는 맑고 연한 된장국 냄새를 맡으며
좋아하는 방송 프로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순간,
그것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이 만화는 말하는 듯하다.

 


일상의 소중함!  진부한 말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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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12-0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일단 보관함에.
지금 잠깐 살펴보는데 글이 가로쓰기, 세로쓰기 섞여있어서 첨엔 엉뚱하게 글을 읽었어요. 그림땜에 글자가 그리 된걸까요?

로드무비 2005-12-0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 봅니다. 치카님!^^

chika 2005-12-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 새 그림이 올라왔네요? 저 그림 맘에 들어요... (흐음~ 새삼 퍼갈까, 라는 생각이...? ^^)

mong 2005-12-0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미리보기로 책을 살펴 보면서...
'두께는 너무 얇구만'과
'그림과 분위기는 좋은데?'사이에서 갈등했답니다 ㅎㅎ
보관함에 있어요 ^^

서연사랑 2005-12-0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였군요.
로드무비님은 특별한 만화들을 잘 골라내는 재주를 지니신 듯^^

깍두기 2005-12-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운좋게 100년을 살아봐도 인생에는 별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느 집 담장 밖으로 흘러나오는 맑고 연한 된장국 냄새를 맡으며
좋아하는 방송 프로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순간,
그것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이 만화는 말하는 듯하다.
====로드무비님은 가끔 절 안심하게 해 주신다니까요!! 안타까우면서도 묘하게 안심되는 말이었어요. 님의 이런 글이 너무 좋아요!!!

뚜유 2005-12-03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만화는 꼭 소장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답니다. 3일만 참으면 이 손에..
리뷰도 정말 멋져요!

blowup 2005-12-0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김 같은 리뷰. 킁킁거리고 있어요.

로드무비 2005-12-0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꽤 향긋하죠?^^

칼슘두유님, 사흘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깍두기님, 안타까우면서도 묘하게 안심된다는 님의 댓글도
무지 마음에 드는군요.^^

서연사랑님, 제가 생각해도 냄시 하나는 잘 맡는 것 같습니다. 호호.^^

mong님, 제게 이런 책은 소장 1순위예요.
뭣보다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치카님, 이 책 님도 좋아하실 듯.^^

그로밋 2005-12-0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님의 리뷰를 애써 외면할 때가 있습니다. 님의 리뷰를 읽으면 너무 읽고 싶어서, 갖고 싶어서 며칠을 끙끙대는 절 발견하거든요. 지금도 손가락이 자꾸 꼬물락거려서 미치겠네요. 요번엔 무슨 핑계로 조것들을 손에 쥘까나..... 아~ 안달나 죽겠네요. -_-;;;;
(귓속말 : 왜 추천은 한 번밖에 못하는 거죠????)

로드무비 2005-12-0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로밋님, 그냥 지르세요.ㅎㅎ
땡스투 꼭 누르시고요.
(아유 참, 추천 한 번도 감사한데, 두 개면 더 좋겠지만서도.
너무 좋아해 주시니 부끄럽사옵니다.호호~)

싸이런스 2005-12-0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지 부끄러워지네요.

비로그인 2005-12-0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운이 좋아 백년을 살아도
그 일상의 소중함은 잘 모르고 늘 어딘가를 바라보다
늙어죽을거 같아 슬프네요

로드무비 2005-12-0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그것도 운명이라면 뭐...=3=3=3
(괜한 말씀이신 거 다 앱니다.)

싸이런스님, 뭐가요?
아참, '왠지'라고 앞에 쓰셨지!^^


히피드림~ 2005-12-0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네요.^^

로드무비 2005-12-0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검둥개 2005-12-04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늉하신 리뷰에 저렇게 멋진 그림까지!!! ;)
저두 오늘 된장국을 끓이렵니다! ^^ =3=3=3

로드무비 2005-12-04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저 그림 정말 마음에 들어요.
입에 고무줄을 물고 머리를 묶어주는 소녀나, 머리를 맡기고 있는
아이의 장난스러운 표정, 세밀한 방 풍경 모두!
훈늉한 리뷰라 해주시니 기분이 좋아 헤벌쭉.^^

플레져 2005-12-0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과 이 책의 제목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일상의 소중함...잊지 않을게요 ^^

로드무비 2005-12-0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제 허름한 밥상이 생각나는 제목이죠?^^

날개 2005-12-04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담에 저 빌려주세요..^^

로드무비 2005-12-04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첩에 기록해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