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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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떤 책이든 자신과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몇몇의 사람들이 혹평을 하고 있지만 내게는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내 자신의 이야기라는 생각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오래 살아오지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았지만 내 삶에서도 결코 얘기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사랑이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라 이룰 수 있었지만 이루지 않았던 그런 사랑이었다. 나밖에 모른다는 걸 알았지만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나에 대한 연민이 생겨났다. 가슴 속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그 남자. 그 남자네 집.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가장 처절하고 비참했던 그 시절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그래서 더 피폐해지지 않을 수 있게 했던 그 남자. 그러나 현실적인 나. 그리고 쉽지만은 않은 결혼생활. 이 모든 것이 나와 하나의 끈으로 묶였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상황을 슬프게 만들었다거나 주인공을 추억 속에 갇아두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현실과의 거리를 인식했다는 생각이 든다. 추억은 추억일뿐 그것이 인생의 전체를 지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주인공이 찾았던 돈암동 그 남자네 집 이야기를 통해서 자기집과 남편의 집. 사람들이 제각기 얼마나 다르게 살아가는지 또는 얼마나 비슷하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박완서 선생님의 전작들에 비하면 내용이나 구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이 책이 내게 남는 건 사실이다.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신과 닮은 주인공을 만나면 끌리는 건 당연한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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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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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에게 라다크라는 곳은 낯설다. 사실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라다크라는 곳은 경이롭기도 하지만 친숙한 생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공동체 중심의 전통적인 한 사회가 근대화, 개발화 되어가면서 변화되는 모습은 라다크만의 문제는 아니였을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고 우리나라 또한 그런 나라 중의 하나이다. 자급자족이 가능했고 환경친화적인 삶을 누렸던 그들에게 '돈'이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는 환상을 심어준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발전'이라는 건 무조건 좋은 것으로 받아들였던 내 무지했던 사고가 깨였다. 도로가 포장되고 전화기가 놓여지고 멋진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고 변을 봐도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시설이 생겨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더욱 게으르고 포악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새로운 경제가 의존성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돈이 그저 이로운 것으로만 보였다'는 글처럼 나의 사고도 경직되어 있었다.

'현대 세계의 도구와 기계들이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지만 새로운 삶의 방식이 전체적으로 시간을 빼앗아간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또한 교육 현실에 맞지 않는 서양의 교육 또한 빛 좋은 게살구일 뿐이다. '지역의 자원을 무시하고 자신의 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는 말 또한 맞다. 우리의 교육 현실도 그러했기에 우리나라 것보다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선호하고 심지어 아이까지 원정출산을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과연 무엇이 옳은 일인가? 편안함을 추구하며 사는 지금 우리의 현실에 파문을 일으킨다. 무분별하게 발전에만 치우쳤던 우리나라의 현실도 안타깝게 여겨진다. 그런데 왜 이리 답답한 것일까? 자신이 없다. 환경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지만 다시 전통적인 생활양식에 따라 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그 질문만이 내게 다시 되돌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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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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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마다 절절하게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 하나씩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그런 아스라한 추억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많이 희미해졌다.

워낙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좋아한다. 그의 뛰어난 감수성에 공감하기도 하고 예리한 삶의 통찰에 감동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스무살 무렵의 아름다운 추억 한 편이 삶과 죽음이라고 하는 그 중간에서 더 아름답게 여겨지는 그런 책이였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마리아', 그와 달리 천방지축 자유분방한 '츠구미'......그들의 잔잔한 이야기가 넓은 바다와 같이 그렇게 흘러드는 느낌이였다.

내 스무살 무렵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가슴 흐뭇한 이야기여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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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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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을 좋아해서 사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달리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아멜리 노통의 기발한 상상력이 고갈된 것인지 아니면 나의 감수성이 저하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시시했다.

세 살이라고 하는 나이에 대한 기대감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으나 조금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이의 아이들은 뭔가 모를 신비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할 수 있으나 아멜리 노통의 생각은 어른들이 할 법한 생각을 아이가 생각하는 것처럼 써내려가고 있다. 아이에 대한 신비감이 덜 느껴졌다.

사실 그동안 아멜리 노통 책들이 대단했기에 오늘 이책이 조금은 실망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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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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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리뷰와 신문 광고에 끌려서 읽게 되었는데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제목부터 '다빈치 코드' 뭔가 심상치 않은 냄새를 풍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에코와 비교하며 '장미의 이름'의 깊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도 하고 1권에 비해 2권에서 흐지부지 끝났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누려야할 음모와 스릴을 맘껏 즐겼다. 은유와 상징으로 둘러싸인 많은 기호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이 왜 화제작인지 알 것 같다.

짜임새 있는 구성에 지루할 새 없는 스토리와 매력적인 인물-로버트 랭던과 소피 느뵈-전혀 얘기치 못했던 범인-레이 티빙 경-그들을 쫓는 경찰관 파슈와 콜레 등 개성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재미를 한층 더 해주었던 것 같다.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이에 후손이 있다는 전혀 예상밖의 상상력......

작가의 풍부한 지적 역량-루브르 박물관, 기독교적 세계관 등-까지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며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올 여름 책 한두권은 읽어야겠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다만 소설 그 이상의 것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재미없는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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