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유령들의 저녁식사 - 친구와 함께보는 그림동화 6 친구와 함께보는 그림동화 6
쟈끄 뒤케누아 지음 / 사계절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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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를 위해서 고른 책이지만 큰 아이로 재미있다고 보는 이 책의 유령들이 텔레비젼에도 출연한다는 것은 다른 분의 독자서평을 통해서입니다. 아이들도 본 적이 있긴 한테 같은 유령이라고는 생각지 않길래 일부러 가르쳐주지는 않았어요, 책보다 텔레비젼에 나오는 유령들을 더 좋아할까하는 노파심에서요...

책을 읽기 전에 표지그림도 살펴보고, 속표지 그림도 보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하얀 보자기를 뒤집어 쓴 듯한 꼬마 유령들, 앙리의 집에 올 때는 날씬했는데 손수건을 흔들며 헤어져 집에 돌아갈 때는 배가 불룩해져 있거든요. 무엇을 먹었을까? '앙리가 초대한 꼬마유령들의 저녁식사에 우리도 함께 참석해보자꾸나'라고 하며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친구들이 도착하기 전에 열심히 음식을 만들던 앙리가 저녁 먹기 전에 주스를 마시자며 가지고 나옵니다. 앙리는 유령이니까 벽을 드나드는 것에 문제가 없는데, 이크~ 컵들이 빠져 나오질 않는군요. 되들어가서 문으로 나오지 않고 다른 팔을 돌려 쟁반을 받으려는 앙리를 보며 과연 유령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스를 마시고 노랑, 파랑, 연두 등의 색으로 변하는 유령들은 또다른 음식을 먹을 때마다 색깔도 변하고, 무늬도 변합니다. 치즈를 먹고 구멍이 송송 뚤린 치즈 유령이 된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리고 일류 요리사의 입안에서 살살 녹는 깜짝 요리를 먹고 진짜로 녹아 버린 유령들.. 과연 유령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본 모습으로 돌아올까요?

숨어서 친구를 깜짝 놀라게 하는 얄미운 앙리와 놀라서 파랗게, 아닌 초록색으로 질려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다른 꼬마 유령들이 모습을 보면 사랑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령이라는 존재는 그저 무시무시하고, 괴기스러운 존재인줄만 알고 자란 저에게는 귀여운 모습과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오는 동화책속의 유령들이 새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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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서계인 옮김 / 도서출판 오상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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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추리소설 작가인 애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며, 추리소설이 아닌 로맨스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녀의 작품- 추리소설이든 아니든-에는 살인과 목숨을 위협당하는 이야기 속에서도 사랑, 로맨스 등이 녹아 있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작가이지 않나 싶다.

그녀가 쓴 몇 권의 로맨스 소설 중에서 처음으로 접해 본 책인데 출판사에서 이 책에 로맨스 특선이라는 타이틀을 단 것은 조금 어색하지 않나 싶다. 한 중년 여성이 여행 중에 차량 고장으로 한 마을에 고립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같데 되면서 겪게 되는 갈등에 관한 이야기인데, 크리스티가 쓴 것인만큼 특히 심리적인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

조안은 막내딸의 병간호를 끝내고 바그다드에서 돌아오던 중, 한 숙박소에서 고등학교때 알고 지내던 친구를 만난다. 나이에 비해 늙고 추해보이는 친구를 보면서 호리호리한 중년여성의 모습을 지닌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본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 후 각자의 길을 떠나게 되고, 조안은 예정된 기차가 오지 않아 사막이 펼쳐져 있는 한 마을에 며칠간 머물게 되면서 이상적이라고 믿어왔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삼남매의 엄마이자, 성공한 변호사의 아내인 자신의 모습에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끼는 조안. 그녀는 언제나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지만 숙박소에서 머무르는 며칠동안 기억속에 묻어 두었던 몇가지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고통스러움을 느낀다. 자신이 믿고 행하여 왔던 모든 것이 실제로는 잘못된 것이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 것이다.

농장을 경영하고 싶어하던 남편을 변호사로 성공시킨 아내, 학교, 친구 등 아이들을 위하여 최고의 것만 고르며, 나쁜 친구는 사귀지 말라고 하던 엄마인 조안은 과연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을까? 구멍에서 얼굴을 내미는 초록색 뱀처럼 기억속에서 진상이 조금씩 도마뱀처럼 꿈실꿈실 나타나는 경험을 하는 조안이 얻은 결론은?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그녀가 취한 행동은 과연 어떠했을까?

한 여성이 자신의 잣대로 평가해 온 삶을 뜨거운 사막을 배경으로 적나라하게 파헤쳐낸 크리스티의 글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녀는 모친의 사망에 이어 남편의 외도로 정신적인 동요를 일으켜 행방을 감추었다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요양 호텔에서 발견된 일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도 조안의 남편이 다른 여성을 사랑한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것을 애써 부인하는 조안의 마음이 바로 크리스티 자신의 심정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의 로맨스 소설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인생 체험이 깃들어 있다고 하니 크리스티의 팬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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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31
헬렌 옥슨버리 그림, 마틴 워델 글, 임봉경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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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보았을 때 표지 그림-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넓은 밭을 혼자서 갈고 있는 오리 한마리를 보면서 '그는 왜 이렇게 혼자 일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서 그의 불행을 알게 되었지요. 그의 불행은 바로 게으름뱅이 늙은 농부에게서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초콜릿 상자를 끼고 신문이나 보면서 하루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게으름뱅이 농부가 하는 일이라고는 '일은 잘 돼가나?'라고 오리를 재촉하는 말 뿐입니다. 게으름뱅이 농부를 위하여 식사를 나르고, 농장 동물들을 돌보는 등, 집안 일과 바깥 일을 혼자서 모두 해나가야 하는 오리의 신세의 고달픔을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겠지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을 해야 하는 오리의 축 쳐진 어깨와 피곤에 찌들은 표정을 보고 알 수도 있을 것이며, 읽어주는 엄마의 힘없는 '꽥'이라고 오리의 대답에서 그 고달픔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너무나 지쳐서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아 닭들의 위로를 받고 있는 오리의 모습은 찡한 감정을 자아내게 하더군요.

그러나 이 책은 슬픔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복되는 글과 그에 따른 동물들은 울음소리는 아이들의 흥미를 돋구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일은 잘 돼가나?'라는 질문에 '꽥' 하는 대답을 하는 문구가 반복되자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어 줄때는 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농부의 질문과 오리의 대답소리를 우렁차게 읽어주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꽥'이라는 이 한마디속에 녹아 있는 오리의 고통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했어요. 하지만 엄마가 동물들의 울음소리에도 감정을 담아서 읽어준다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도 오리나 농장의 다른 동물들의 감정-슬픔, 분노, 기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곰사냥을 떠나자'의 그림에서 느꼈던 헬린 옥슨버리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림 자체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갈 글이 필요없을 것 같은 생각마저 듭니다. 권선징악의 상투적인 내용이라고는 하지만 오리를 사랑하는 다른 동물들이 힘을 합쳐 게으름뱅이 농부를 쫓아 낸 후 신나게 살게 된다는 내용도 좋았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인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아이와 함께 큰 소리로 내어 보세요. 한 두번만 읽어주고 나면 엄마가 '일은 잘 돼가나?' 하면 아이들은 알아서 '꽥'하고 대답합니다. '젓소가 말했습니다'하면 '음매~', '양들도 말했습니다' 하면 '매애애!' 이렇게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다보면 책 읽는 시간이 즐겁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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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희네 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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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빛으로 그려진 집 한채, 담장보다 더 높이 자란 나무들이 있고, 덩굴을 뻗어 올라가는 나팔꽃이 있는 집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책을 펼치면 부엌살림과 박스가 널려 있는 어수선한 공간이 보인다. 이사를 가는가 보다. 만희네가 이사를 가는 곳은 할머니네 집. 만희는 벌써부터 자기 방을 꾸밀 생각에 꿈에 부푸러 있다. 무엇보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할머니가 기르고 있는 세마리의 개들과 장난치며 노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보면서 친정집 생각이 났다. 이 책에 나오는 만희네 할머니 집처럼은 아니지만 아직 논밭이 있는 시골풍경을 간직한 그곳은 늘 아련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그런 곳에서 자유롭게 키웠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게 만드는 집이다. 골목길을 휙휙 달려가는 차가 무서워 아이들을 집안에서만 가둬 키우는 세상에서 꼭 살아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집...
만희네 집은 동네에서도 나무와 꽃이 가장 많은 집이다. 옛 물건도 많이 있고, 개를 키울 수 잇는 마당과 옥상도 있고, 광도 있다. 시골 할머니 집에 갔을 때 퀴퀴하면서도 서늘한 느낌을 주던 '광'은 무엇인가 맛있는 것을 찾아낼 수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과일이나 쌀, 곶감 등의 여러가지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였던 광을 만희네 집에서 발견하였을 때 아이보다 내가 더 즐거워 했고 정감이 갔다.

만희네 할머니집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이 차를 무서워 하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마당이 있고, 오이, 호박, 고추도 키우고, 하얀꽃, 노란꽃도 흐드러지게 피는 텃밭 겸 화단이 있는 친정집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강아지를 기르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키우기 힘들다는 말을 해야할 때면 아파트보다 내 집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다섯 명이 장난감을 늘어놓고 놀 수 있는 너른 집을 가지는 것은 아직 요원한 꿈이지만 언젠가는 만희네 할머니 집처럼 꽃과 야채가 소담스럽게 자리잡을 수 있는 화단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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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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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는 30대 중반의,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에야 읽게 된 것이 무척 아쉽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주인공인 와타나베가 20대 젊은이로서 느끼는 감정들이나 생각을 10여년전의 나를 뒤돌아보면서 다가가기보다는 같은 20대로서 느끼는 것이 훨씬 더 현실감있게 다가올 것 같아서이다. 사실 책이 처음 출간 시기에 나역시 대학생이었으니까 그다지 시대적 배경 자체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와타나베의 일상에서 등장하는 소설이나, 음악, 생활방식등은 그다지 낮설지 않기에 책을 읽는 내내 나 자신을 20대로 돌려 놓은 듯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레이코 여사가 죽은 나오코를 위해 연주하는 음악이나 가수들의 이름은70,80년대에 나 자신이 즐겨 들었던 것들이기도 하다.(음악제목을 영어로 표기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책의 원제이기도 한 '노르웨이의 숲'은 주인공의 심경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
그 중 화자인 '나'는 일상 생활 차원에서 우익이든 좌익이든, 위선이든 위악이든 대수로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몇 년전에 자살한 기즈키라는 친구에 대한 기억과 친구의 오랜 연인인 나오코를 사랑하지만 결코 그녀의 사랑을 얻을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학업도 적당히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기숙사 선배인 사람과 어울려 적당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편지를 통해 친구의 연인이었던 나오코의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해 나가고, 학교 후배인 미도리에게는 편안한 친구로서 대해 준다. 그것이 그를 여자의 육체나 탐하는 남자로 매도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한편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노래를 좋아하는 나오코는 어릴 때 언니가 자살한 모습을 보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 아가씨이다. 거기다가 남자 친구까지 자살하고 말았으니 그녀의 정신에 이상이 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다남자친구에게는 한 번도 열린 적인 없던 매마른 그녀의 육체가 와타나베를 통해 단 한번 열린 적이 있다.성관계를 통해 오랫동안 그녀의 그의 말투를'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같다고 말하는 미도리는 그를 남자친구보다 더 편한 존재로 대한다. 그래서 별별 이상하고 야릇한 상상까지도 서슴없이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특이한 개성이 지닌 이 인물들이 엮어가는 사랑과 가치관과 생활방식들, 그리고 무라마키 하루키의 문체가 읽는 이로 하려금 책에 빠져들게 하는 것 같다. 아이 엄마로서 하루만에 읽어내기에는 좀 두꺼운 책이었지만 끝까지 읽고 난 후에 남는 여운은 오래가리라는 느낌이 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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