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쥐 팥쥐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3
정차준 글, 정대영 그림 / 보림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그림들은 손으로 그려지지 않고 한지를 구겨서 만들어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먼저 겉표지를 보면 다른 인물이나 배경은 흑백처리를 하고, 중요한 세 인물인 새엄마, 팥쥐, 콩쥐만 종이의 색감를 살려 놓아서 더욱 두드러져 보입니다. 나무와 덤불이 있는, 노란 지붕과 자그마한 돌담이 잘 어울리는 속표지의 집은 매우 아담하고 소담스러운 느낌을 주지요. 한지를 구겨서 만들었어도 새엄마와 팥쥐의 외모와 성격이 매우 잘 표현되어 잇다고 해야 할까, 정말 심술이 뚝뚝 흐르게 묘사해 놓았네요.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착한 콩쥐네 집에 새엄마가 오셨는데 같이 온 팥쥐만 이뻐하고 콩쥐는 천덕꾸러기, 찬밥 신세가 되었습니다. 일을 시켜도 콩쥐에게 더 많이 시키고, 더 많이 잘해도 콩쥐는 그저 야단만 맞습니다. 팥쥐에게는 일을 시킨다는 생색만 나는거죠..

다만 이 책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잔치집에 가면서 새엄가가 세가지 일을 시켰는데 누구 누구가 도와주었다는 이야기와 조금 다릅니다. 검은 암소가 나타나 나무호미가 부러져 울고 있는 콩쥐를 도와주는 일이 먼저 일어나거든요. 그 후에 잔치에 새엄마와 팥쥐가 가면서 세가지 일을 시키는데, 밀린 빨래를 몽땅하라는 일이 새로운 일거리입니다. 이것 역시 검은 암소가 나타나 해결해 주지만요...

엄마의 입장에서의 이야기지만 콩쥐 팥쥐 이야기중에서 콩쥐가 새엄마가 시킨 일을 해결하지 못해서 우는 잘면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입니다. 그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서 콩쥐의 일을 해결해 준다는 방식을 아이가 행여 자신의 생활에도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싶어서요. 아이가 자가기 맡은 일을 해결하지 못할 때 울면서 누군가 나타나서 자기를 도와주기를 기대하고 꿈꾸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그렇더라도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들은 우리 아이들이 착한 심성을 지니고 자랄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원한 것은 없다
시드니 셀던 지음 / 영림카디널 / 1994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집에 있는 시드니 셀던의 소설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다시 보아도 그 재미와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 책이다. 남자의사들이 대부분인 병원에서 세 여의사들이 겪는 편견과 어려움, 생명을 소생시켰을 때의 벅찬 감동과 기쁨을 시드니 셀던의 글솜씨에 잘 녹아있다.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간호사로 취급받거나, 덜떨어진 의사로 간주하여 진료를 거부하고, 동료 남자의사들로부터 성적인 추행을 당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들의 길을 걸어가는 두 여의사와 남자들을 이용하는 한 여의사의 관한 이야기는 내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아프리카 등의 오지에서 진료활동을 한 아버지의 길을 따라 의사가 된 닥터 페이지는 함께 자라면서 연인이 된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불행을 겪지만 그 후 건축가인 제이슨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페이지가 안락사와 관련된 재판을 겪는 내내 큰 힘이 되어 준다. 닥터 케트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철부지 동생때문에 마피아와 관련된 사람을 치료하는 등의 어두운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단지 내기에 이기기 위해 접근한 동료의사를 사랑하게 되지만 물욕에 어두운 남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여의사중 가장 특이한 인물인 닥터 하니는 간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뛰어난 가문의 후광에 떠밀려 의사가 된 사람이다. 그것도 공부가 아닌 설탕가루나 시럽같은 조그만 소품으로 남자들(학생, 선생, 교수, 의사. 병원장 등)을 이용하여 의사의 지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 그녀를 탓할 수도 없는 것이 실제로는 환자를 따스하게 감싸줄 줄 아는 그녀의 착한 심성때문이리라.

제각기 다른 세 여의사가 엮어가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나면 한 편의 영화에 푹 빠져있다가 나온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끝부분에서 유명한 의사이자, 닥터 페이지를 괴롭혀 온 로렌스 바커가 병정에 등장하여 페이지를 법정에서 구해내는 부분이 가장 감명깊었고,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비록 영원한 것이 없다해도 인간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들의 사명감만은 영원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200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반양장이라- 표지가 딱딱하고 두꺼운 양장본이 아니라-서 책의 무게도 가볍고, 얇아서 아이가 혼자 뽑아 보기도 쉽습니다. 한 손으로 들고 갈 수 있고, 표지가 얇으니 떨어뜨려도 울음을 터트릴만큼 단단하지 않지요. 가끔 아이가 표지가 두꺼운 양장본 동화책을 뽑다가 딱딱하고 뾰죽한 모서리 부부을 발에 떨어뜨려 우는 경우가 있거든요.그리고 두께가 얇아서 책꽂이의 비중도 덜 차지합니다. 이런 것이 장점이라면 얇아서 구겨지거나 찢어지기 쉽다는 단점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7살 정도의 아이라면 책을 소중하게 다루는 방법을 터특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연령의 아이들이 보는 책이 반양장으로 많이 만들어져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조금은 부담스러운 아이들의 책값도 낮추어 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용은 무엇이든지 엄청 크게, 엄청 많이 하는 손 큰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적힌 겉표지 넘기면 어린 돼지 한 마리가 타박 타박 뛰어가고 있습니다. 돼지가 어딜 가고 있을까요? 그 뒷장에는 다른 동물들이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서둘러 가는 곳은 바로 숲 속 동물 모두 배불리 먹고, 싸주고도 남아 냉장고에 그득차게 만두를 만드는 손 큰 할머니 집입니다.

만두소를 만들 김치와 숙주나물, 두부와 고기를 정말 엄청나게 꺼내 놓고는, 만두소를 버무리기 위해 헛간 지붕으로 쓰는 함지박을 끌어옵니다. 둥근 언덕만큼 쌓인 만두소를 보니 정말 숲 속 동물들 모두가 일년 내내 배불리 먹어도 남을만한 만두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저 멀리 소나무숲까지 다다른 밀가루 반죽을 보시며 늙어서 힘이 달려서 예전만큼 만들지 못할 것 같다며 걱정을 하시네요.

한편 뒤늦게 온 어른동물들은 엄청난 만두소를 보고 입이 쩍 벌어지는데 어린 동물들은 만두를 빚고 싶은 마음에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설이나 추석때 동그랑땡이나 만두 등을 빚을 때면 그 일감에 몰래 한숨 쉬는 저와는 달리 아이들은 같이 만들고 싶어서 안달입니다. 바로 숲속 어린 동물들처럼요..집에서 수제비라도 만드는 날에는 밀가루 반죽으로 이런 저런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그렇게도 재미가 있는지 배고픈줄 모르고 마냥 주무르고만 있기도 하지요.

숲속 동물들도 만두 빚는 일이 재미있지만 이틀 사흘이 지나자 투덜거리기 시작하고, 결국 할머니의 호령에 따라 만두를 점점 더 크게 빚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할머니는 바닥이 보일 기미가 없는 만두소를 모두 넣은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를 만들기로 한답니다. 싸리비만한 돗바늘로 만두입을 터지지 않게 꿰매서 엄청나게 큰 가마솥에 넣고 끓이지요. 그뭄날이 지나고 설날 아침이 되어 모두들 둘러 앉아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를 먹고 나이를 한 살 먹습니다.

이 책은 내용도 재미있지만 그림을 살펴보는 재미가 더 각별합니다. 요리에 필요한 여러가지 가재도구들도 볼 수 있고, 나무로 불을 때는 아궁이, 가마솥 등 이제는 우리 주위에서 거의 사라져가는 것들도 나오지요. 그림들에 담긴 동물들의 갖가지 표정도 눈여겨 보고, 동물들이 만드는 만두모양도 살펴보세요. 이 책의 그림들 중에서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 불빛과 가마솥 안의 만두와 함께 푹 익어 가던, 섣달 그믐날 밤의 아스라한 어둠이 제게도 아늑함과 그리움을 안겨주더군요. 뒷 장을 넘기면 만두에서 포르르 풍겨나오는 노르스름한 김이 절로 군침이 넘어가게 합니다. 너도 나도 달려들어 만두를 먹는 동물들의 표정만 봐도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이 가지요. 이처럼 우리나라의 정서가 가득 담긴 이야기와 그림을 보고나면 저나 아이들의 배도 그득한 느낌이 절로 듭니다. 책을 보고 난 후에 만두를 쪄 먹으면서 아이와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199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를 보았을 때 왠지 낮설지가 않다 싶어 책꽂이를 살펴보았더니 98년 이상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사람이 바로 '은희경' 그녀였다. 처음 접하는 그녀의 단편집을 통해 사랑과 불륜에 관한 사색을 해보았다.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에서 여자 주인공은 은행에 다니는 한 남자, 그것도 유부남과 사랑을 하고, 병원에 가서 그의 아기를 유산한다.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바람이 났다며 가정이 있는 남자를 유혹한 여자를 파렴치한으로 몰아붙인다. 그녀에게는 이 힐난이 바로 자신이 들어야 할 소리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입장을 지지하지도 못하고, 아버지를 격려할 수도 없는 그녀. 결국 그녀는 남자와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여주인공의 친구가 들려준 더브(dove) 컴플렉스에 의하면 비둘기 암컷은 수컷에게 헌신적이지만 일찍 죽는다고 한다. 자기도 사랑받고 싶은데 허기가 져 속병이 들기 때문이란다. 이 단편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 '한쪽에서 계속 받기만 하는 것은 상대를 죽이는 짓이야'

작가가 서문에서 '읽기에 가장 지루하고 쓰기에는 가장 재미있었던 소설'이라고 한, <여름은 길지 않다>는 좀 황당한 내용이라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짚어내기가 쉽지 않다. 거기다 명확한 결말도 없다. 삶을 포기한 듯한 젊은이들과 한 여자의 하룻밤이 어떻게 끝났을지는 작가이외에는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단편집이라서인지 책 한 권을 시간날 때마다 나누어서 읽어도 줄거리가 연결되지 않아 고생하는 것은 없었다. 평범한 사랑보다는 훨씬 힘든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이 현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요즘 방영하는 드라마도 그런 내용이 많은 것 같던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디오 인사이드
제프리 벨 / 풍림 / 1994년 12월
평점 :
절판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이지만 너무도 다른 성격을 지닌 형 마이클과 동생 매튜. 그들이 같이 살게 되면서 겪는 되는 여러가지 문제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두 남자의 사랑의 방식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형은 독학으로 대학을 나와 야심에 찬 광고회사의 간부로 성공한 남자가 취할 수 있는 생활방식대로 살아간다. 그에게는 일과 성공이 제일 중요한 문제이며, 사랑하는 여자와의 약속같은 것은 뒷전일뿐이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동생인 매튜는 호수에서 같이 헤엄치던 아버지가 익사한 기억때문에 괴로워하며, 형의 애인을 사랑하게 된 감정때문에 혼란스러워 한다. 형은 성공이나 취직같은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매튜를 라디오의 다이얼이나 돌리면서 노는 4살짜리로 취급한다. 매튜는 상상속에서 아버지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예수라는 존재를 상담역으로 두고 필요할 때면 전화로 상담을 행하기도 한다.

확실히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매튜는 매우 특이하고, 어쩌면 몽상가로 취급될 수도 있는 사람이다. 상상속에서는 나탈리의 옷을 벗기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의 단 하나뿐인 혈육인 형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탈리를 포기한다. 그녀와 함께 한 아이의 수영강습을 해주던 차에 아이가 익사했을지도 모르는 사건이 생기면서 세 사람의 진심이 표현되고 각자의 자리를 찾게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소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다. 그리고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서로 배척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형제를 위해 사랑마저 포기하는 두 사람을 통해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소설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