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기관차 치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
버지니아 리 버튼 글, 그림 |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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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우습게도 얼마 전에 읽은 스티븐 킹의 '황무지'라는 공포소설을 통해서이다. 그 책에서 기적소리를 내는 기관차에 관한 동화책이 나오는데, 나는 그 책이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동화책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서점에 가서 이 책을 보고서야 실제로 그런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좀 놀랐다. 그리고 책을 보면서도 스티븐 킹의 소설이 주는 공포적인 이미지때문에 이 책이 주는 감동이나 재미를 충분히 느끼지 못해서 아쉽다.

이 책에 등장하는 치치라는 이름을 지닌 기관차는 40대쯤의 어른들에게는 특히 그리움을 자아내게 할 것 같다. 기적소리 울리며 달리던 증기 기관차를 따라 숨을 헐떡이며 쫓아다니던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지 않을까? 내 기억으로는 우리가 크던 시절에는 이미 디젤 기관차가 등장하였고, 가끔 짐을 실어 나르던 화물기차에나 증기 기관차가 이용되었던 것 같다.

기관차 치치에게는 기적이 달려있어서 건널목에서 '뿌우우~'하고 기적 소리를 낸다. 치치를 돌봐주는 기관사 아저씨와는 가장 친한 친구사이이기도 하며, 어찌보면 부모와 같기도 할 것이다. 그 이외에도 기차를 달릴 수 있도록 연로인 석탄과 물을 실어주는 화부 아저씨도 있고, 기차표를 검사하는 승무원 아저씨가 치치의 동료이자 친구, 가족인 것이다.

그런데 치치가 손님과 우편물을 실어나르는 반복적이 생활에 질려버리자 모든 것을 팽개치고 혼자 달려가 버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막무가내로 달려버리는 치치때문에 사고까지 나고 그 때문에 사람들도 치치를 다른 눈을 보게 된다. 우리 어른들도 회사와 집, 아이와 집안일이라는 반복적인 생활에 지쳐 가끔은 자신의 어깨에 진 짐들을 모두 떨쳐 버리고 달아나버리고 싶은 때가 있지 않은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는 이 마음을 치치에게 실어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치치의 결심은 이성적인 결말로 아이들에게는 교훈적인 이야기책으로 남겠지만 나 자신에게는 일탈의 유혹을 느끼게 만드는 책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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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누이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2
이성실 글, 박완숙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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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만 셋 있는 집에 태어난 누이,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어쩐 일인지 밤사이에 동물이 한 마리씩 죽어가는 해괴한 일이 발생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 아니 무엇일까? 아들 셋이 밤에 보초를 서지만 위의 두 형제는 그만 잠이 들어 범인을 보지 못한다. 그런데 잠들지 않은 셋째 오빠는 누군가 동물의 간을 빼먹는 것을 목격하고 만다. 바로 자신의 누이였던 것이다. 재주넘기를 하여 여우의 모습으로 돌아온 누이의 모습을 본 오빠는 그 사실을 부모님께 고하지만 오히려 쫓겨나고 만다.

세월이 흘러 기거하는 절의 스님으로부터 세가지 약병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온 오빠 앞에 나타난 거은 황량한 집과 여우누이뿐.. 오빠는 자신을 잡아 먹으려는 여우누이를 피해 달아나지만 곧 덜미를 잡힐 처지가 된다. 이 때 스님이 주신 세 약병을 던져서 겨우 목숨을 건지고 여우는 죽고만다. 사설이지만 옛이야기에 세가지 약병과 관련된 이야기가 또 하나 있는 것으로 안다. 계모에게 구박받는 연이 낭자가 한겨울에 찾아낸 무릉도원에 살고 있는 버들도령을 살려내는 약병도 세가지였다.

이 책은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그림만 봐도 등골이 오싹하고 식은땀이 흐를 법한 무서운 이야기책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도 여름이면 전설의 고향같은 프로그램에서 구미호에 관한 이야기가 매년 방송되고 했었다. 그 때마다 무서워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끼리 모여서 무서운 이야기를 할 때도 꼬리 아홉달린 여우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옛이야기였다.

벌써 작년 겨울부터 옛이야기책들 중에서 사려고 벼르던 책이지만 일부러 여름에 살려고 미루어 온 책이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비장의 무기라고나 할까. 그림만 봐도 오싹할 것 같은 이야기를 심각하게 듣긴 했는데, 밤에 무서운 꿈은 꾸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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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도 깜짝, 치과 의사도 깜짝! 비룡소의 그림동화 23
고미 타로 / 비룡소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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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된 큰 아이가 며칠 전 치과에 가서 이를 뽑고 왔다. 얼마전부터 흔들거리는 아랫니를 엄마가 겁이 나서 뽑아주질 못하고 치과에 간 것이다. 뽑아주려는 엄마도 겁이 나는데 뽑혀야 할 당사자인 아이는 얼마나 겁이 났을까.. 그 전에도 충치를 치료하기 위해 치과에 다닌 이력이 있어서인지 아프지 않다고 충분히 안심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겁을 먹고 있는 듯 했다. 막상 이를 뽑는 것은 순식간이어서 저렇게 쉽게 뽑을 수 있나 하는 허탈함마저 느꼈지만...

그래서 책을 보면서 악어가 치과에 가기 싫어서 망설이는 것이나, 치료하는 것을 겁내는 것을 아이도 충분히 공감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바로 치과 의사선생님인데, 환자로 온 악어가 무서운 동물이라는 인식때문에 치료를 겁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치료 도중 아파서 악어가 입을 다물어 버리는 바람에 팔을 다치기까지 하니 왠만한 심장을 가진 의사선생님이 아니고서는 계속 치료하기는 어려워 보이기까지 하다.

이 책의 특징은 같은 문장이 두번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당사자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간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겁이 난다'라는 문장도 악어에게는 치료받는 것이 겁나는 것이고, 의사에게 악어가 겁난다는 다른 뜻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목적어나 이유 등이 생략된 간결한 문장 속에는 치과에서 치료받기를 겁내는 악어와 의사의 입장이 서로 상반되게 나타나 있다.

같은 말이라도 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뜻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눈치챘을까? 어쨋든 겁쟁이 악어와 용감한 의사선생님이 벌이는 이 헤프닝은 장면 장면마다 웃음이 배어나오기에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커가면서 치과에 갈 일이 생길 때면 이 책 한 번 더 들여다 보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것을 어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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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상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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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

'희망'을 버리면 우리에게 무엇이 남을까?

도서에 대한 평가 : 책내용 책상태
한 삼수생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둡기만 하고 어느 것 하나 좋게 끝나는 것이 없다. 그가 살고 있는 나성여관은 점점 퇴락의 길을 걷고 사람들도 허물어져 간다. 나성여관의 주인이자 돈을 움켜쥐고 사람들을 흔들어 대는 엄마, 그런 엄마의 그늘에 가려 아버지 노릇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하는 아버지. 자식 셋이 모두 부모 마음대로 되주질 않는다.
머리가 좋아 공부 잘하고 대학까지 갔던 형은 데모한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내놓은 자식이 되어 버렸고, 아름다운 것만을 추구하던 누나는 안락하고 호화로운 삶을 찾아 떠나 버렸다. 막내인 우연이 마저 삼수생 생활을 청산하기로 마음먹어 버렸지만 차마 엄마에게 말하지 못한다. 어느날 미이라 같이 생긴 사람과 함께 나타났던 형은 미이라가 발작을 일으켜 나성여관의 문짝을 부수던 날 결국 완전히 집을 나가버린다.
지독한 고문으로 인성마저 망가져 버린 미이라같은 형의 선배이야기를 보면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을 망쳐놓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캄캄한 관(칠성판) 속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누운 사람이 무엇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밀실공포증이 극대화 되어 버려 잘 때조차 무릎을 펴서 편하게 누워잘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의 심정,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고문형사 '이근안'사건이 새삼 떠오른다. 권력의 비호 아래 자행된 고문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망가졌을까? 이제는 그런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과연 그러할지는 의문이다.

한편 나성여관에서 함께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이 함계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평양이 고향인 할아버지는 딸이 죽으면서 정신연령 미달의 손자까지 데려와 살게 된다. 그러나 고향으로 가고픈 열망에 눈이 어두워 그만 전여행사 직원에게 전 재산을 사기당한 할아버지는 나중에 행려병자로 돌아가시고 만다. 자신의 고향과 재물에 미련을 두고 평생을 살아 온 할아버지는 기어코 휴전선을 향해 떠나버린 것이다. 하늘나라에서나마 고향땅을 밟아보셨기를 바랄뿐이다.

색깔에 뛰어난 감각을 지녔으며 아름다운 것만을 사랑하던 아름다운 누이는 집을 뛰쳐나가 돈많은 유뷰남과의 생활을 반복하다가 결국 술집으로 흘러 들어간다. 마약에 찌든 누나의 모습을 보며 우연은 삶의 등불을 잃어버린 것처럼 절망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결국 누이는 그런 삶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점점 아름다움을 잃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인지..

그리고 나성여관에 찾아 든 또 한 사람, 공사판을 찾아 돌아다니는 찌르레기 아저씨. 주인공은 찌르레기 아저씨의 노트를 본 후로는 불안하기만 한 삶을 지탱해 나간다. 노트에 언급된 찌르레기 아저씨의 삶 또한 우리에게 절망의 끝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들 모두가 한 건의 살인 미수사건을 통해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들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 인간에게 희망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겠는가.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은 인간의 삶의 원동력으로 영원히 우리를 지켜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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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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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의 상상력을 인정하지 않는,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믿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히 등교길의 존에게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 완고한 선생님은 전혀 믿으려고 하질 않지요. 존 버닝햄은 이미 상상력의 샘이 말라버린 권위적인 어른들을 대표하는 선생님을 통해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을 어떻게 억누르고 주눅들게 하는지 보여주고 있지요.

한번에 읽어내기에는 이름도 긴 '존 패트릭 노먼 맥허너시'는 등교길에 매번 황당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을 당합니다. 하수구에서 악어가 나타나질 않나, 덤불에서 사자가 나타나고, 산더미같이 커다란 파도가 덮치질 않나... 그 때마다 존은 지각을 하고 말고 선생님으로부터 꾸중과 함께 반성문을 써야만 하지요. 꾸중을 들을 때마다 작아지는 존의 모습이 안쓰럽게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저라도 아이가 존과 같은 이야기를 제게 했다면 거짓말이라고 일축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미 저 역시 현실적인 것만 믿는 사람이 되어 버린 탓이겠지요.

원어책에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속표지에는 존이 썼을만한 반성문이 실려 있습니다.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 장갑을 잃어버리지않겠습니다.....' 얼마나 지루했을까요? 300번, 400번, 500번.. 아이가 천편일률적인 문장을 그렇게 반복해서 쓰는 동안 아이의 상상력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학교다닐 때 글을 익힌답시고 같은 단어를 한 장에 걸쳐서 계속 써내려가는 숙제가 기억나네요. 그렇게 해서 배운 글자나 단어가 좋아질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어느날 존은 학교 가는 길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지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선생님에게 황당한 일이 일어난거죠. 커다란 털복숭이 고릴라에게 붙잡혀 천장에 매달린 선생님은 존에게 내려달라고 명령합니다. 그런 선생님에게 존은 일침을 가합니다. 그동안 존의 말을 거짓말로 취급한 댓가라고나 할까요..

대개 아이들은 자신의 주관적인 입장, 그리고 방어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어른에게는 그것이 거짓말로 여겨져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지보다는 그에 따른 꾸중과 체벌을 내리는 때가 많습니다. 저역시 마찬가지구요. 한 번쯤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의미에서 존 버닝햄이 이런 책을 내 놓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의 책들은 의식과 생각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당황스러움과 황당함을 느끼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온 사방으로 흘러넘치는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의식을 이야기 속에 펼쳐 놓음으로서 책을 읽는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재미있어 하지요. 동화책을 읽어줄 때만이라도 아이와 함께 상상력을 펼쳐보는 노력을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이 책의 작가의 그림이 대체로 그렇듯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이나 색체가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벌을 서는 존이 구석을 보고 서 있는 간단한 스케치 한 장 속에도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존이 학교에 갈 때마다 등장하는 풍경 그림들이 매우 독특한 느낌으로 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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