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금비늘 1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1997년 6월
평점 :
품절
이외수님은 이 책에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란 부조리는 모두 열거하기로 작정하셨나 보다.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의 모든 부조리의 이름이 다 나온다. 특히 재력과 권력의 상호보완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 나라에서도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 않은가. 돈이 있는 자들은 자신의 돈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필요로 하고, 권력을 지닌 자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상호논리에 의해 공생할 수 밖에 없는 무리들인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의 탐욕과 욕망을 꼬집어 주고 깨닿게 해 주는 것 같다.
주인공인 아이는 동명이라는 고아로서 이름보다는 나이에 비해 키가 너무 작아서 '땅콩'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카드를 백여장씩 암기할 수 있는 천재의 기질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구가 작아서 입양에 곤란을 겪는 동명이 처음에 보여준 자신만의 계산법은 순수한 아이들의 계산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보육원에서 살면서 동기로부터 끊임없는 괴롭힘을 당했던 동명에게도 자유로운 시간들이 찾아왔다. 동명에게 위협적이었던 동기가 보육원을 탈출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암흑이 세상에서 망가져서 돌아왔다. 서커스단원으로 들어갔다가 모진 학대를 당해 정신과 육체가 망가져 버린 것이다. 그 아이가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날이 다가오자 동명은 보육원을 뛰쳐 나오고, 돈이 없어 주린 배를 껴안고 헤매게 된다. 자칫 절망의 수렁텅이에 빠질뻔한 동명의 삶은 한 장애인의 만남을 통해 새롭게 시작된다.
양아버지가 된 아저씨의 예전 직업은 '재산 분배업자'.. 그는 전직 소매치기였지만 결코 자신의 사리사욕만 채우지 않고, 허영에 찬 부자의 돈을 훔칠 때면 늘 가난한 사람에게 그 몫을 넘겨주었던, 좋게 말해서 의적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술로 인해 결국 세상을 등지면서 동명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 준다. 물론 그의 철칙도 고스란히 물려주었기에 동명은 알루미늄 도시락을 통해 가난한 이에게 소득을 분배하는, 평범하지 않는 소매치지가 될 수 있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명을 보살펴 준 이는 맹인 아저씨와 몸이 성치 않은 그의 부인. 그러나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자 동명은 몸을 피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들과도 잠시 떨어지게 된다.
아버지가 소개해준 사람을 찾으러 갔다가 춘천에서 알게 된 할아버지는 자신의 말처럼 세상 일이 궁금해서 신선의 세계에서 바람쐬러 나온 신선일지도 모르겠다. 무간선이라는 별호로 불리는 할아버지와 선동이라는 별호를 지니게 된 동명의 삶은 평범하지 않다. 동명은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물고기를 잡는 법을 배우고 낚시를 통해 마음의 경지를 높여간다.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마음도 낚을 수 있게 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금빛 비늘을 지닌 '무어' 또는 '금선어'의 존재는 이외수님이 창조해 낸 생물이겠지만 영혼이 맑고 깨끗한 사람들에게만 보인다는 그 물고기를 나도 만나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한다.
이외수님은 신선을 동경하나 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신선의 세계에 다녀온 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촛불을 낚는 이야기가 가능한지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황금 비늘'은 신선의 경지까지 오르지는 못해도, 온갖 탐욕과 욕망이 뒤엉킨 이 세상에서 조금이나나 마음의 평정과 여유를 찾도록 해준다. 그래서 세상을 허허롭게 살아보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참 깨끗한 이야기를 한 편 접하였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