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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생각 키우기
고미 타로 지음 / 창해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은 형제간에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종이와 색연필만 주면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을 신나게 그리는 작은 아이에 비해 수동적인 면을 많이 지닌 큰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종이와 연필을 들고 와서는 엄마에게 '무엇'을 그릴 것인지를 물어 올 때가 많다.
그리고 싶긴 한데 딱히 그릴만한 주제를 떠올릴 수가 없다는 것은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족함을 의미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마냥 엄마가 이거 그려라, 저거 그려라 하고 정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던 터라 이러한 책이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아이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은 나의 그림 지도의 방법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고미 타로가 제시한 여러 주제들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주어진 종이에 빽빽이 들어차게 그림을 그리고, 모든 부분을 색칠해야 한다는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탈피하게 만들었다. 종이 한 면에 덩그러니 주어진 동그라미에 아이가 그리고 싶은 만큼만 그리면 된다. 많이 그리든 조금 그리든 그것은 아이의 자유이며, 굳이 색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이를 더욱 자유롭게 해주고 있다.
비누 방울, 풍선 그리기,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기 돼지를 잡아 먹지 못하게 하도록 그려주기, 무슨 말을 하는지 써넣어 보기, 장난감 적목에 색칠하기,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그려보기 등등 이 책에 들어 있는 수많은 주제들은 아이에게 생각하게 만들고, 그리거나 색칠하게 하고,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한마디로 고미 타로가 제시한 50%의 그림에 아이의 생각 50%와 그림 50%가 더하여 150%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 하나로 그림에 관한 모든 활동을 아이에게 맡겨 버리는 것 또한 온당치 않은 일이다. 사실 책을 구입하여 아이에게 주는 것으로 모든 책임과 의무를 탕감하려는 나의 의도는 금방 외면당하고 말았다.
아이는 이 책을 혼자서 하기보다는 엄마와 함께 하고 싶어했다. 결국 <그림으로 생각 키우기>는 큰아이와 동생, 그리고 나의 합작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분명 조금 귀찮은 일임에 틀림없지만 아이가 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고 싶어할 때, 하루에 십분 정도만 아이에게 할애해 보도록 하자.
엄마와 아이가 그림의 주제에 대해 의논하고, 때로는 색칠하려는 부분을 분담하여 온 가족이 맡은 부분에 열심히 색칠을 하는 작업은 가족간의 정을 돈독하게 해 줄 것이다. 아이에게 칠할 색깔을 지정해 달라고 해 보라. 요모조모 따져서 색을 정하는 과정을 통해 색감이 높아지고, 지시 받는 입장이 아닌 지시하는 역할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유명한 작가가 되는 꿈을 지닌 아이는 이전에는 주로 만화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그림책을 만들곤 했는데 요즘은 자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를 담은 창작 동화를 많이 만들고 있다. 실로 엮은 A4용지 몇 장에 비뚤비뚤한 글씨와 날림으로 그린듯한 그림들로 이루어진 책들이지만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추해 볼 수 있도록 스크랩북에 차곡차곡 모아 두고 있다.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커지도록 도와준 <그림으로 생각 키우기> 덕분에 우리 아이의 창작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생각하며. 더불어 나의 생각도 더 커진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