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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야기 - 찔레꽃 울타리 ㅣ 찔레꽃 울타리
질 바클렘 지음, 이연향 옮김 / 마루벌 / 1994년 10월
평점 :
절판
어느 분이 찔레꽃 시리즈를 추천하시는 글을 읽고 우선 첫번째로 봄이야기를 구입했는데, 그림이 참 귀엽고 정성을 많이 기울인 작품이더군요. 숲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 배경이 나무나 풀 숲 같은 곳인데, 그러한 것들을 오밀조밀하게 그려 놓고 따스한 색채를 사용하였는지라 내용을 포함해서 전체적인 느낌이 따듯하게 여겨지는 그림책입니다.
들쥐인 사과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사시는 돌능금나무 집을 보면 6층 정도의 구조에 침실, 욕실, 부엌, 거실, 창고, 세탁실, 다락방 등등 없는 것이 없는 아주 실용적인 집입니다. 그렇다면 근사한 침대가 있는 침실과 커다란 찬장에 갖가지 세간이 들어차 있는 부엌이 있는, 마타리 부부가 사는 떡갈나무 성은 더 멋있을 것 같은데 아쉽지만 이 책에는 다 나오질 않네요. 시리즈의 다른 책에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생일'은 아이들에게 기다림과 즐거움과 기쁨을 주지요. 선물도 받고 케이크나 떡 이외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친구나 가족들과 잔치도 벌이고~ 우리집 아이들도 생일이 되면 무슨 선물을 받게 될까 궁금해 하고, 과자 몇 가지랑 우유나 쥬스같은 음료라도 상에 놓아주면 과자 파티를 한다면서 즐거워 합니다. 그 날만큼은 자기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겠죠? 이 책 속의 주인공인 머위는 생일을 맞은 아침에 부모님이 일어나시기도 전에 일어나 자신의 생일 선물을 풀어 보느라 부산을 떱니다. 아이들이 다른 때는 늦게 일어나다가도 특별한 날(특히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더~)에는 깨우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는 경향이 있잖아요.
머위는 피리를 들고 바깥에 나와서 사과할아버지에게 자기 생일이라고 말하는데, 생일임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잘 느껴졌어요. 물론 생일 선물도 자랑하고 싶겠죠? 어른들이 볼 때는 부끄러워서 선물 자랑이나 자기 자랑을 어떻게 하나 싶은데 아이들은 그렇질 않더군요. 내성적인 우리 아이도 말은 하지 않으면서 선물이나 상장같은 것을 들고 사람들 앞으로 내밀면서 자랑을 하고 싶어하거든요.
사과 할아버지는 마타리 부인 집에 가서 머위를 위한 '생일 소풍'을 몰래 준비하기로 합니다. 생일 소풍 소식에 들쥐 이웃들도 들떠서 제각기 먹을 것들을 준비하겠노라고 하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참 다정한 이웃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이웃간에 음식을 나누어 먹고, 명절 때도 서로 도와 주면서 허물없이 지냈잖아요. 그에 비해 요즘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웃들과도 낯설게 지내고, 무엇이든 나누는 것에 인색해져 버린 것 같아 참 아쉽습니다.
들쥐 주민들이 소풍을 떠나는 모습이나 냇가에 도착하여 머위를 놀래 주는 것, 소풍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들이 너무 부럽게 느껴져서 '이번 봄에는 나도 이웃이나 친구들과 함께 공원으로 소풍을 가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촐한 음식들이지만 서로 나누어 먹고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바라보면 참 행복하겠죠? 아니면 어른 들쥐들처럼 그늘에서 달콤한 낮잠을 즐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책에 그려진 여러가지 풍경이나 푸른종꽃, 노란 앵초꽃 등이 참 고와 보였고, 번역하신 분이 등장하는 들쥐들의 이름들을 참 예쁘게 지어 주셨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봄 소풍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이 책도 함께 가져 가서 여유로운 한 때의 풍경-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도 연출해 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