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바다에서 0100 갤러리 5
타무라 시게루 글.그림, 고광미 옮김 / 마루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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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너무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는지도 모르겠는데, 이 그림책 속에는 두가지 세상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단 몇 초에 지나지 않는 그 순간이 또 다른 차원의 존재들에게는 몇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아버지와 아들이 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은 흑백톤으로 그려져 있어서 언뜻 보기에도 밤이 연상되더군요. 아들이 망원경으로 보는 것은 커다란 물고기에게 쫓기는 날치떼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 커다란 물고기는 어떤 종류일까 하는 궁금증은 금방 해결되지 않아요.  갑자기 흑색이 초록으로 전환되는 색채의 반전은 곧 다른 세상이 열렸음을 의미합니다. 

한 노인과 그의 애완동물이 바다 위를 걸어가는가 싶어 눈이 동그레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에게는 바다가 유리로 되어 있답니다. 유리로 만들어진 바다는 어떤걸까요? '흩날리는 물방울이 유리구슬 같다',거나 '과일을 따듯이 날치를 잡았다'는 표현처럼 마치 파도치는 바다가 정지해 버린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유리 바다는 단지 하나의 장면만으로 멈춘 것이 아니었어요. 분명 노인이 잠을 자고 꿈을 꾸고, 다음 날을 맞이할 때까지 계속 시간이 흐르고 있었어요. 단지 그 시간의 흐름이 우리들이 알고 있는 시간과 그 길이가 다를 따름이지요. 즉 유리 바다는 특정한 장면에 고정된 세계가 아니라 비록 유리로 되어 있긴 해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제게는 그 광경을 어릴 때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여운을 남기는 노인의 말이 다시 배 위의 소년에게 투영됨으로서 시간의 순서가 뒤섞여 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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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있는 세상
주드 데브루 / 현대문화센터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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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에게 여러가지 면에서 황당함을 안겨 준 로맨스 소설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에는 이런 일이 흔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남자 주인공인 로건 페레그린은 요일별로 잠자리를 같이 할 하녀들을 두고, 그녀들에게는 주어진 이름도 없이 잠자리하는 요일로 불리운다.  거기다 기가 막히게도 성 안에는 로건의 피를 이어받은 것이 분명한 자식들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띈다. 물론 그 전대인 아버지의 자식, 즉 남자 주인공의 배다른 형제들도 눈에 띄는 것은 마찬가지 상황! 영주라는 신분을 이런 식으로 막강하게 이용하는 집안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예전에 맬 깁슨의 <브레이브 하트>라는 영화에서던가, 남녀가 결혼을 하면 영주의 부하들이 와서 신부를 데려가서는 첫날밤을 영주와 보내게 하고 돌려보내는 상황이 나온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터질 노릇이겠는가! 영주들이 자신의 직위를 이런 식으로 남용할 때 그의 지배를 받는 하층민들의 삶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우리나라에서도 양반들이 하녀들을 마음대로 겁탈할 수 있던 때가 있었으니 남의 일도 아니다. 배경이 중세시대로 설정된 로맨스 소설을 읽을 때면 종종 주인공들의 하인, 또는 소작인들의 생활상이 마음을 어둡게 한다. 레이디나 공작같은 직위의 주인공과 그 친척들이야 머리 빗겨 주고, 옷 입혀주고, 요리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 편하겠지만 말이다.

어쨋거나 색다른 이미지를 풍기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한 로건의 짝으로 걸맞게 여주인공인 리아나도 남편이 하녀랑 잠자리를 같이 하고 있는 곳에 달려가서 불을 놓는 등의 만만치 않은 행동을 한다.  온작 쓰레기도 넘쳐 나던 성 안밖을 깨끗하게 치우고 사람들을 다루는 능력은 높이 살만 하지만 남편에게 지나치게 애정공세를 펼치는 것은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았다.  적이 쳐들어와 사람들이 사상한 판에 남편이 걱정된다고 뛰쳐나와서 자기 남편을 붙잡고 무사하냐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다쳐서 신음하는 주위 부하들을 먼저 살피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적어도 영주의 부인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왜 영화에서고 책에서고 여자 주인공은 스스로 위험한 곳으로 뛰어 들어가는 걸까? 남편의 상처 치유에 좋을 것 같은 풀을 뜯으려고 절대로 혼자 나가서는 안된다는 남편의 경고를 뒤로 하고 몰래 나간 것은 명백한 잘못이었고, 결과적으로 남편과 가족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어 버리지 않았는가. 내가 볼 때 지참금으로 금과 돈을 바리 바리 싸들고 올 능력도 있고,  아름답기도 하고, 명석하기도 하고, 지도력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주인공에게는 아무래도 성을 다스리는 여주인의 면모가 20% 부족한 것 같다. 아, 그리고 리아나를 못마땅하게 여겨 온 새엄마가 의붓딸의 결혼을 진심으로 말린 점은 높이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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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4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로맨스 소설은 죽어도 못 읽겠더군요...ㅠㅠ

반딧불,, 2004-05-10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왜 이리 재밌답니까...저도 그 생각했었지요..
그래도 마지막은 쪼매 심하군요..결혼을 말린 것을 높이 사다니...
시리즈를 다 읽었지요..아 제가 쫌 한 작가를 패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게 주드데브루 것이었군요...다른 작가랑 헷갈렸는데...요새는 로맨스가 안힑힌답니다..
한참이나 푹 빠져서 봤더니..다 그게 그거라 재미가 없네요..좀 더 자극적인 것이 ..없다니께요...

아영엄마 2004-05-1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의붓딸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새엄마인지라 당장이라도 쫓아내고 싶은 심정에도 불구하고 남주인공과 결혼하면 고생할 것이 뻔한 걸 알고 말리려 한 점을 높이 산 거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주드데브루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리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랍니다.
 
마법요리 팡팡! - 요리조리 과학상식
강영숙 기획, 황기홍 글 그림, 진정일 감수 / 을파소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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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이 날마다 하는 것이 요리이다.. 숙달된 솜씨로 칼 질을 하고, 눈대중으로 간을 맞추고(개인적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적당한 시간에 요리를 끝내 상에 차리면 오늘의 요리 끝~ 사실 요리란 것을 매일 하는 엄마 입장에서는-요리에 취미가 있는 분이 아닌 이상- 그다지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거의 해볼 일이 없는 썰기나 주무르기, 말기, 볶기 등의 작업이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

주인공 훈이는 맞벌이 부부의 아들인 탓에 맛있는 음식에 상당히 굶주려 있다. 특히 아침밥~(우리집 아이들은 밥보다는 빵을 더 좋아하는데..^^;) 말라빠진 식빵은 질렸다며 제대로 된 아침을 먹고 싶다고 절규하는 훈이를 찾아 온 것이 강아지-그려진 것이 아니라- 얼굴이 튀어 나오는 '마법 앞치마 팡팡'이다. 내가 보기에는 어째 달팽이처럼 보이는데 더듬이처럼 보이는 것이 자세히 보니 숟가락과 포크지 뭔가! 이 때부터 맛있는 음식을 얻어 먹는 건 훈이가 아니라 바로 훈이 부모님이다. 거기다 도시락까지 싸드리는 정성을 보였으니, 그 동글동글한 것음 바로 '올망졸망 주먹밥'이다 .

전에 교육방송에서 방영된 '요리조리 팡팡'을 바탕으로 기획된 요리 만화책답게 내용 중간중간에 실제로 요리를 해 볼 수 있도록 재료 소개 및 요리 방법, 요리 상식, 그리고 요리나 재료에 관련된 과학상식 등이 실려 있다. 아이들이 요리를 하는만큼 주의 및 조심해야 할 점들이 많다. 사실 엄마들이 아이에게 요리하도록  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칼이나 불의 사용은 어른도 조심을 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이 책을 보고 자기도 직접해 보고 싶다고 한다면 칼이나 불을 사용을 하는 것이 어려운 초등 저학년의 아이들에게는 아이가 지켜보는 가운데에 엄마가 재료를 준비하여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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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25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이와 엄마가 함께하는 요리 교실도 있던데...넘 비싸구 저두 아이 낳으면 도전해봐야 겠어요. 남자든 여자든 요리 할 줄 알아야지 싶어요
 
다이아몬드 슬리퍼
제인 페더 지음, 나채성 옮김 / 큰나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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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은 프랑스에 앙트와네트라는 유명한 공주가 시집을 가는 때를 중심으로 해서 펼쳐지는 지라 그 시대의 풍습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내용중에 남녀 주인공이 도착시간에 대해 내기를 거는 걸 보고 이 시대에 시간을 나타내 주는 것이 있어나 하는 의문점이 생겨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기도 했어요. 검색 결과- 1510년 최초의 휴대용 회중시계가 독일 독일 뉴덴베르그 피터핸라인 에 의해 발명 .1656년 흔들이시계 (네델란드 호이렌스) 18세기 : 1728년 영국 의 "헤리슨" 에 의해 기계식크로미터 발명..-'에서 보건데 그 시대에 시계라는 게 있었던 것 같긴 하네요. ^^
곧 프랑스 왕세자비가 되기 위해 떠나게 될 앙트와네트의 친구이자 여제의 대녀인 코델리아가 여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이 여주인공은 제가 우리나라 10대를 생각해서 그런지 그 나이에 비해 자신의 감정이나 상대방에게 상당히 조숙하게 반응을 하더군요. 문제는 그녀가 프랑스의 귀족과 정략결혼을 해야하는데, 그 대리 신랑으로 온 레오에게 반해  매우 적극적으로 구애를 한다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랍니다. 처녀성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는 진부한 설정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코넬리아가 정식으로 결혼하게 된 남편에게 유린(ㅜㅜ;)당하는 걸 보니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코델리아는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학대를 가하는 남편에게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위축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그 아픔을 사랑하는 레오에게 사람받음으로서 치유받으려 하더군요. 음, 분명히 간통이긴 한데, 당시 프랑스 귀족들에게 만연한 풍습이 가문간의 결합을 위한 결혼이라는 희생을 치룬 댓가로 정부를 두어도 서로 모른척 해준다는 것입니다. 왕족이나 하인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남편이 혹시 아내 코델리아가 레오의 아이라도 가졌을까봐 낙태용 독약을 먹이는 것은 정말 끔찍하더군요. 그런 끔찍한 남편이라는 산다는 건 정말 불행하고도 악몽갇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코델리아와 레오가 눈부신 미래를 맞이한 것은 아니지만 둘이 사랑의 걸림돌이 사라진 것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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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5-1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 작품 재밌게 봤지요...분명 간통이 맞는데...간통을 바라게 되는..
독자를 그리 만드는 힘이 있었더랬지요..후반부까지 가는 힘이 있어서 좋더라구요..
시리즈 중에 젤 나았던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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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오스본 지음, 박해미 옮김 / 영언문화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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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다운, 천한 여성을 일컷는 말을 이름으로 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어느 남자가 보더라도 단 번에 정이 떨어져 버릴 정도로 지저분하다. 그러나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전염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을 외면하지 못한다. 금광에서 사금파리나 겨우 채취하고 있던 로는 병을 피해 달아난 사람들과 달리 환자들의 구토물 처리해 주고 음식을 먹여 주며 병이 완치되도록 도와준다.  그녀 덕분에 살아난 그들에게는 구원의 천사이지만 아기를 원하는 로를 기꺼이 안아줄 남자는 없다. 왜냐하면 너무나 지저분한 외.모.때문인 것이다. 그녀가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면 오히려 서로 잠자리를 같이 하겠다고 쌍수를 들고 나섰을텐데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저 그런 외모지상주의의 로맨스 소설이 아니었다. 비록 맥스가 로를 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결국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기로 마음먹는다. 애초에 맥스나 로 모두 결혼할 마음이 없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신부에 의해 강제로 맺여지게 되어 버린 것이 문제였다. 맥스는 2주 뒤에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로와의 결혼때문에 곤경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오직 그만을 기다렸다는 약혼녀 필라델피아. 맥스의 결혼 소식에 그의 아기를 가졌다며 무너지던 그녀의 실체가 마지막에 가서 밝혀졌을 때 어찌나 마음이 놓였는지... 그녀의 거짓말때문에 맥스나 로가 받은 상처와 고통이 매우 컸던 점을 감안할 때 맥스의 동생이 필라델피아를 용서한 것이 오히려 못마땅했다.  

그리고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의 전형과는 거리가 먼 로의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다. 아름답지도, 청순하지도  않은, 거칠은 말투와 수시로 욕을 입에 담는 로였지만 오히려 추운 겨울에 남편의 목장과 소를 구하기 위해 억척같이 일하는 모습이 가슴을 적셨다. 첫날 밤부터 걸리적거리던 푸대 자루같은 잠옷을 태워버리는 장면에서는 슬며시 웃음도 나오고... 맥스나 그의 가족들이 로를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 들여 줌으로써 아기를 가지려 했던 로의 진정한 소망-가족이 생기-이 이루어져 정말 기뻤다. 로를 못마땅하게 여기기만 하였을 것 같은 시어머니가 그녀를 아껴 준 것도 고마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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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5-10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었군요...
달려가야지...별이 다섯개라니!!